그는 `초상화`란 단편소설을 썼는데, 그의 소설가적 재능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한 사기꾼 화상(畵商)이 가난한 화가에게 17세기 베네치아 귀족 부인의 초상화를 모작(模作)하게 하고 25파운드를 준다. 그러나 그는 이를 유대인 장사꾼에게 850 파운드에 판다. 그는 초상화에 스토리를 입히는 재주를 가졌다. 그림속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값을 올리며 부자를 유혹한다. `소설 속에 소설이 있는` 2중구조를 가진 작품이지만, 그의 대표작 속에 들지는 못했다.
`그림공장`이란 것이 있었다. 한국 그림꾼들이 공방에서 대량으로 그려서 일본에 보내면 일본 화상이 유명 화가의 사인만 써넣어서 파는 `제품 거래` 루트가 있었다. 한 탈북자가 북한 그림을 들여와서 솔솔한 재미를 봤는데, 그 후 무명 화가의 그림에 유명 화가의 서명을 써넣은 가짜가 넘어오는 바람에 더이상 팔리지 않았다. 골동품이나 미술의 세계에는 으레 위작과 가짜가 있기 마련이다. `예술작품`이 아니라 `공방제품`이다. 가난한 무명작가의 작품에 유명인의 서명만 넣어 비싸게 파는 일은 흔하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화가 A(61)씨는 “내 그림에 조영남씨가 조금 손을 본 후 자신의 서명을 넣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팔고 내게는 점당 10만원 정도 주었다. 지난 8년간 300여 점을 내가 그렸다”란 제보를 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쌍방의 공방이 앞으로 치열하게 벌어질 것인데, 유명 연예인이 그 유명세를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욕심이 늘 문제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