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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봇 시대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26 02:01 게재일 2016-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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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라는 이름의 `AI변호사`가 뉴욕 대형 로펌에 취직했다. 변호사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도 이제 용이하게 법률지원을 받게 됐다. 변호사들은 전체 시간의 30% 가량을 자료조사에 들이는데 이 일을 로스는 순식간에 뚝딱 해버린다. 로스는 주로 파산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 하는데, 로봇은 초 당 10억장의 법률문서를 분석해 최적의 답변을 도출해내고, 새로운 판례와 법률을 계속 학습하기 때문에 갈수록 똑똑해진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사 대상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이 법조인이다. 그때를 대비해 사법부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했다. 국내에서도 아이리스(i-Lis)가 개발돼 있어서 가난한 서민들도 법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개발자는 “법적 윤리적 문제만 해결되면 5~10년 사이에 AI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고 로봇재판장이 판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법조뿐 아니라 의학·언론분야에서도 이미 로봇의사와 로봇기자가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인공지능시대에는 그 새로 생긴 직업까지 로봇이 차지해버리는 것이 문제다.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지는 시대`에 사람은 대체 뭘 하면서 소일하나? 무직자만 득실거리는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사나? 무직자들은 무슨 돈으로 먹고 사나? 이 문제를 고민하던 전문가들이 `기본소득`이란 대안을 내놓았다. 일자리가 없어도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한 월급을 주자는 것이다.

사람은 경마 같은 도박게임을 즐기면 되겠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된다. `UNU`라는 경마AI가 1등부터 4등까지 다 맞혀버리니, 경마사업도 곧 사라질 운명이다. 이세돌을 연구한 AI가 4승1패를 하는 세상에 사람들은 `게임`을 즐기는 여유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으로 로봇이 국회의원을 하는 세상이 된다면 그것 하나는 쾌재를 올릴 일이다. 정치로봇은 적어도 발목은 잡지 않을 것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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