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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드 괴담`

중국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가져와 북한 핵무기를 방어하자는 논의가 일어나자, 중국은 특사를 파견하고 언론을 동원해 이를 저지한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공격무기”란 것이다. 사드가 `방어무기`란 것을 잘 알면서도 그런 내정간섭을 하는 것은 과거 `조공을 바치고, 사사건건 허락을 받던` 왕조시대 적 악습이 재발한 탓이다. 한·중관계가 가까워진 것을 `과거로의 회귀`로 착각한 모양. “사드를 배치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경제제재를 놓고 협박하는데, 경제라면 우리도 대국(大國)이다. 중국의 공갈에 굴복할 처지가 아니다. “한번 굴복은 영원한 乙”인데, 대만이 지금 그런 신세다. 어떤 경우라도 `주권과 외교적 자존심`만은 지켜내야 하는 이유다.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그들은 우리가 핵과 사드를 갖는 것이 아주 못 마땅하다. `무방비·무장해제 상태의 한국`으로 남아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고, 광우병 괴담을 퍼뜨려 MB정권을 곤경에 빠뜨리고, `미국과의 관계`에는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 전문시위꾼들이 있다. 그들은 이번에 또 `사드 괴담`을 퍼뜨린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노출되면 뇌종양과 백혈병에 걸린다” “내장 기관이 파열되고 몸이 녹아내린다” “미군이 없는 지역에만 사드를 배치한다” 등등 사드 역사상 단 한번도 없던 일들을 들고 나와 전문지식이 없는 국민을 현혹하고 우롱한다.사드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탐지하는 방어무기이기 때문에 그 전자파는 항상 공중을 향해 발사되니, 땅에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고, 간접영향이 미칠 수 있는 범위도 반경 100m이다. 그런데 괴담은 “사드 한 기를 배치하려면 비행장 하나 넓이의 땅이 필요하다” 한다.국민들이 사드에 대해 모른다고, 자기들 멋대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도 이 허위낭설에 넘어가서 “사드는 찬성하지만, 우리지역에는 못 온다”면서 표를 걱정한다. 국가의 운명도 `표` 다음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9

사드와 북핵

미 의회 상원이 `특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주미 중국 대사관 앞 도로의 이름을 `류사오보길`로 개명한다”란 법안이었다. 류사오보(61)씨는 “중국은 하루 빨리 일당독재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2009년 `국가전복 모의`죄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10년 옥중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시상식에 가족도 가지 못했다. 미국은 `도로명 주소` 제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중국 대사관에 가는 우편물은 모두 “워신턴DC 류사오보1번길 중국대사관 앞”이란 주소가 쓰여지게 된다. 벌레 씹은 기분이 된 중국정부는 “이런 행위는 중국을 화나게 만들기 위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고,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류사오보는 일개 범죄자일 뿐인데, 그 이름을 우리 대사관 앞 도로명으로 바꾼 것은 향후 양국 간 외교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썼다. 이 도로명은 하원을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확정된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겠지만, 미국이 호락호락 말을 들을 리 만무하다.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와 사드(SAAD) 한국 배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중국정부에 대한 압박은 중국 내부에서도 나타난다.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북한을 보는 중국 민심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를 대북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미온적인 `북핵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북한은 과거 중국의 `병풍`구실을 했지만, 지금은 `짐`이고 `나쁜 이웃`이라 생각하는 중국인이 60%이상이다. 평양이 핵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인의 대북 원한은 갈수록 무겁게 쌓일 것”이라 했다.대만의 민간 언론 `왕보`도 거들고 나섰다. “북한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란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을 전제하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막기 위해서는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사드`보다 `북핵`을 먼저 푸는 것이 중국이 취할 일의 순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8

종교 간의 화합

이교도(異敎徒)·이단(異端)이란 말은 반역·반란·원수란 말과 같았다. 종교가 다르면 혼인도 못 한다. 역사상 종교전쟁은 잔인했다. 인류 역사는 종교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에스키모인들은 성인(聖人)을 만들지 않았다. “성인 하나가 생겨날 때마다 분쟁 하나가 생겼기”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성인인데 또 무슨 성인을 만드나” 하는 것이 에스키모족의 지혜였으니, 그들 사이에 이념투쟁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종교간의 거리가 근래에 와서 점점 좁혀진다. 가톨릭 로마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1천년 간의 반목을 깨고 최근 역사적 회동을 했다. 1054년 동방과 서방으로 갈라졌던 기독교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지난 12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총대주교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만나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입니다” “이번 만남은 신의 뜻입니다”란 인사말을 나누었다. 등을 돌린 사이라 하더라도 `공동의 적`을 만나면 `동지`가 되기 마련이다. 근래 들어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IS 같은 극단주의 무장 살인집단이 생기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교회가 불타고 성상이 파괴되고, 목숨 건 난민행렬이 줄을 잇는 사태를 막기 위해 두 종파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최근 한국종교협의회가 서울에서 만나 `창립 50주년 기념 종교평화헌장 제정 선포식`을 가졌다. 한국이슬람교, 대종교, 대한천리교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불교태고종, 유교, 대순진리회 등 10여개의 종단 지도자와 학자, 실무자 200여 명이 모였다. `평화헌장`은 “인종·민족·국가·종교 간에 서로 갈등하고 투쟁해왔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인류 한가족 사회`를 향해 전진하자”했다.세계는 지금 자살폭탄 테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유럽 전역은 난민문제가 심한 갈등을 만들고, 매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자비·사랑·인의·평화를 표방하는 종교들이 이렇게 많은데, 지구촌은 왜 살인행진이란 재앙을 그치지 못하는가. 종교간 화합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7

중국의 뒷구멍 거래

2006년부터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경제제재를 시작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중국 때문인데 석유, 금융, 선박 운송 등과 함께 사치품들이 북한에 들어갔다. 2013년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을 완공한 것도 중국 업체가 오스트리아제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사다가 북에 판 중개무역 탓이다.“사치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한다”란 것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인데 중국은“스키장 설비는 대중 스포츠로 사치품이 아니다”하고 유엔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사치품이다. 고위 간부나 외국 관광객 용이다” 한다. `사치품의 개념과 기준`이 나라마다 다른데 중국은 그 틈새로 잘 빠져나간다.일본 정부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대북 수출입을 전면 금지했지만 북한군 함정 3척에 일본제 레이더 안테나가 달려 있었다. 노동신문에 실린 함정 사진에서 안보리 전문가가 `일제 레이더 안테나`를 발견한 것. 그러나 일본 민간 기업은 “2009년 6월 이후 북한에 제품을 판 기록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개무역`이었을 터. 북한 드론에도 일제 카메라와 원격조작 수신기가 달려 있었고 지난해 3월 9일 돗토리현 항구에 북한 선박이 일시 정박한 일도 있었다.안보리 보고서에 찔끔한 일본은 특단의 조치를 최근 내놓았다. 북한 국적인 사람은 일본에 오지 못하게 한 것. 조총련계 사람도 북한에 갔다가는 다시 일본에 입국하지 못한다. 인도적 목적으로 10만엔 이하만 송금할 수 있다.또 제3국 선박이라도 북한에 기항했다가 일본항에 들어오는 것은 금지된다. 이것이 이른바 `일본의 독자적 제재`이다.미국 대선 후보들도 대북 제재를 중요 이슈로 삼는다. 트럼프 후보는 “미치광이에게 미사일을 줘서는 안 된다. 중국만이 김정은을 없앨 수 있다”했고, 힐러리 후보는 “북한의 깡패짓에 굴복할 수 없다” 했고, 몇몇 연방 상원의원들도 “미국의 안전을 위한 선제공격”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뒷구멍 거래`가 문제다. 국제사회가 `중국 감시와 제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6

북한 궤멸론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하나의 틀`에 갇힌 인물이 아니다. 트인 생각을 가지고 좌우를 합리적으로 넘나든다. 최근 전방부대에서 “북한은 언젠가는 궤멸할 것”이라 했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40배 이상이다. 김정은이 저런식으로 주민생활을 돌보지 않으면서 핵이나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 쏜다고 하면 그 체제가 장기적으로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소련이 핵이 없어 와해됐나. 핵·경제 병진하면 북한체제는 궤멸할 것”이라 했다. 야당 한 의원이 `궤멸`은 `흡수통일`이 연상되므로 자멸(自滅)로 바꿔달라고 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개미떼나 들쥐떼가 구멍을 뚫어 강둑을 무너뜨릴때 `궤멸`이란 말을 쓰는데 북한의 핵과 로켓이 개미·들쥐 구실을 한다.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북에 대한 경제제재보다 김정은 제거가 쉬울 것”이라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북과 `거래`를 하는 판에 경제제재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니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을 잡아 사형시키듯, IS를 박멸하듯, 아프간의 탈레반을 와해시키듯, 그렇게 군사력이나 현상금으로 김정은을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이다.이란은 `경제규제 해소와 핵포기`를 맞바꿨고, 미국은 그 방법을 북한에도 시도할 생각이지만 이란과 북한은 DNA 자체가 다르다.미국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공화당 도날드 트럼프는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좌충우돌, 화끈한 막말`로 `재미 있는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는 김정은에 대해 “미친놈!”이라 하더니, 최근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대륙간 핵탄두미사일을 쏘아서 미 대륙 전역을 초토화시키겠다고 끝 없이 협박하는 저 국제조폭을 아예 `장성택 처형하듯`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어야 세상이 편하겠다는 생각인데,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의 정`과 `사회주의 혈맹`과 `경제 교류`때문에 계속 끼고 돈다. 종북좌파세력들도 여전히 `딴소리`를 하니, 이것이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5

반정부 언론

홍콩 출판사 사장 5명이 실종됐었는데, 모두 `중국에 비판적인 책을 펴낸 출판인`이었다. 그 중 3명은 실종 100여일만에 “중국에 잡혀가 조사받고 있다”고 홍콩경찰이 밝혔고, 2명은 홍콩 자택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 중국에 왔고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죄를 뉘우치면 처벌이 관대하다`는 중국의 법관습에 따라 이들은 `체포`를 `자진`으로 포장했다. 이들 출판사들은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부패나 권력 암투 등을 담은 책을 전문으로 펴냈다. 중국은 근래 공산당에 비판적인 지식인·법률가·인권운동가 250여 명을 체포했다.`홍콩기본법`이란 것이 있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만은 그대로 존속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홍콩에서 홍콩인을 붙잡아 가는 것은 불법이지만, 중국 공안은 이를 어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문화대혁명 시절에 횡행했던 자아비판이 시진핑 시대에 부활했다”고 썼다. 관대한 처벌을 미끼로 용의자에 `TV 자아비판`을 압박한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산당은 신성불가침이다.러시아에서는 반정부 인사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전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은 영국에서 방사능물질을 탄 음료를 마신후 고통스럽게 죽었고, 푸틴에 반기를 들던 야권 지도자들이 괴한의 총탄을 맞아 즉사했고, 반푸틴 성향의 신문사 여기자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 맞아 숨졌다. 그는 “푸틴은 핵무기보다 위험한 존재”라 했고, 러시아군이 체첸에서 자행한 인권 유린과 러시아 집권층의 부패를 고발했었다. 포브스 러시아지국장도 `러시아의 정경유착` 고발 기사를 썼다가 총맞아 죽었다.일본도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무참하게 괴롭힌다.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을 처음으로 기사화한 기자는 결국 쫓겨났고, 아베정권에 쓴소리를 해온 방송사 뉴스·시사 프로그램 앵커 3명은 오는 3월 자리를 내놓게 돼 있다. 시청자들에게는 박수를 받지만 아베정권과 우익에겐 눈에 가시였다.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의 언론자유는 훨씬 `윗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2

괴로운 명절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형과 아우들은 부산에 있는데/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저승 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 못하나/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귀천(歸天)의 시인` 천상병의 `소능조(小調)` 전문이다. 그가 대학 다닌 1960년대는 보릿고개 시절이었다.서울 부산간 15시간씩이나 걸리는 완행열차 표 값조차 없었던 그는 명절날 서울 자취방에서 홀로 앉아 이 시를 썼다.제목을 왜 `소능조`라 붙였을까? 명절날 고향에 못가고 외로이 누워 있는 자취방이 흡사 `작은 능묘` 같았던가? 돌아가신 부모는 고향 산소에 묻혀 있고, 자기는 죽지 않았는데도 서울 작은 무덤에 묻혀 있고, 그래서 생각해보면, 형제 자매도 못 보는 자신이 너무 기 막혀 “인생은 깊은 것”이라 한 것인가.그런데 기막힌 젊은이들이 아직 많다. 여비가 없어서가 아니라, 부모 친척들이 무서워서 `피난`을 가는 청년들이 숱하다. “그런 작은 회사 다니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된다. 언제 대기업에 들어가려느냐” “취직은 언제 하냐” “결혼은 언제 하려느냐” 그런 닦달이 만드는`명절 공포증`을 피하는 방법이 여럿 개발돼 있다.일부러 명절에 아르바이트를 만드는 `피신용 알바족`, 고향 갈 기차표 대신 동남아행 비행기표를 사는 `결혼 질문 피신족`들도 적지 않다. 또 `온라인 마트`들은 자취방이나 기숙사에 머무는 청년들을 위해 `우렁각시 세트`를 내놓았다. 즉석밥과 참치통조림, 떡국, 라면, 부침가루, 햄 등 명절 분위기를 내면서 혼자 해먹을 수 있는 `식품 세트`다.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명절대피소`까지 등장했다. 대형 강의실이나 스터디룸이나 자습실 등을 무료로 개방하는 학원들도 있다. 이번 설에도 1천명 정도가 `명절스트레스`를 피해 이 곳을 찾았다고 한다.“개 보름 쇠듯”이란 속담이 있다. 보름날 음식은 나물 일색이라 개가 먹을 뼈다귀가 없다. 일자리를 못 구해 개 보름쇠듯하는 청년이 새해에는 좀 줄었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11

원숭이 설날

천년에 하나 나올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52년생 원숭이띠다. 그는 화가·조각가·발명가·물리학자·의학자·건축가·요리사 등등 `하늘이 특별히 제작한 인간`이었다. 과거(科擧)에서 장원급제를 무려 9번이나 한 율곡(1536), 호학(好學)·화가·개혁군주 정조(正祖·1752), 서울대 출신의 배우 김태희, 엘리자베스 테일러, 홍콩 배우 장국영 등이 다 원숭이띠. `재주 있고, 지혜롭고, 기민하고, 사람과 가장 많이 닮은 잔나비`의 해 丙申년 설날이 오는 8일이다.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은 5월 1일까지 `탁본으로 보는 원숭이 특별전`을 연다. 우라나라 사람들은 “아침에 원숭이란 말을 입에 올리면 재수 없다”해서 굳이 `잔나비`라 불렀지만, 중국에서는 장수 다산 풍요의 상징이라 해서 `원숭이궁(宮)`을 지어 숭배하는 지역도 있고, 원숭이의 동작을 빌린 권법(拳法)을 창안하기도 했다. 신라 법흥왕때 이차돈이 순교하자,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울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보아 당시 한반도에도 원숭이가 있었다.잔나비는 12지(支)의 9번째 동물로 8세기부터 능묘 둘레를 감싸는 호석(護石)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능묘의 12지는 대부분 `군복을 입고 무기를 든` 장군의 모습으로 조각됐는데, 유독 김유신 장군 묘소의 호석은 문관(文官)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원숭이상 탁본`은 성덕왕릉·구정동 방형분묘·경덕왕릉·원성왕릉·흥덕왕릉·진덕왕릉·김유신 능묘의 호석에서 탁본한 것인데, 매우 특별한 것은 탁본이 `입체적`이라는 점이다. 종래의 평면적 탁본이 아니라, 실물의 높낮이를 그대로 나타내 현장감·실감을 높인 `입체탁본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또 경주박물관은 6일부터 10일까지 관람객들을 위해 `설맞이 문화 한마당`을 마련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에니메이션을 상영하고, 9일에는 가족을 위한 마술 공연 등을 신라역사관 마당에서 펼치고, 풍물패의 사물놀이와 전통 민속 놀이들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긴 설날 황금연휴를 박물관에서 알차게 보낼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05

3당(黨)시대

1680년 숙종시절, 남인의 영수 허적(許積)의 조부가 시호(諡號)를 추증받자 이를 경축하는 잔치를 베풀면서 궁궐의 유악(기름먹인 천막)을 빌려 사용했다. 왕의 상징으로 용이 새겨진 이 천막이 옮겨간다는 것은 `왕궁이 이동한 것`과 같은데, 허락 없이 빌려간 것은 “임금을 가벼이 본 처사”란 탄핵을 받아 허적은 삭탈관직됐다. 설상가상으로 아들 허견이 온갖 비리에 역모죄까지 쓰게 되자, 연대책임을 지고 처형됐다. 이 사건을 두고, 서인의 영수 송시열은 “정적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라며 극형을 주청했다. 그러나 그의 제자 윤증은 “음모일 수 있다”며 관대한 처분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송시열을 “의(義)와 이(利)를 함께 행하고, 왕도와 폐도를 병용하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여기서 늙은 송시열파를 노론, 젊은 윤증파를 소론으로 부르게 됐다. 당쟁은 긍정적 면도 많았다. 왕은 당을 오가며 세력간 균형을 잡았고, 당파끼리 서로 견제 감시하며 비리 부패를 예방했다.더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냈고, 분당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전병헌 의원이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를 무산시킨 것은 국민에 나쁜 이미지를 준 것”이라며 “협상과 타협은 뒷전이고 자기주장만 옳다는 운동권식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여당과 합의하고 국민앞에 한 약속을 깬 것은 정말 지혜롭지 못했다” 했고 “이런 식의 반대야 말로 우물 안 운동권 정치이며, 현실정치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 선(善)이라며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위”라 했다.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고, 국민의당에 동조하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법안 통과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의사결정능력과 국가 통치능력이 추락하고 있음”이라 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3당이 생겨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과 국가를 바라보고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당 간의 역학관계`에 좌우되는 후진성을 고칠 방법은 `3당의 정립` 뿐일 듯 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04

북한의 문화융성

1966년 공산혁명에 성공한 모택동은 `문화강화(講話)`를 발표한다. “모든 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란 내용이다. 이 강화는 공산주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채택하는 `예술원칙`이 됐고, 북한도 이를 따랐다. `공산주의의 우월성` `최고 지도자의 위대성` `혁명사상 실천` `노동영웅 따라배우기` `인민의 충성심 고취` 등이 모든 문화예술의 목적이다. 북한의 예술은 지금까지도 변함 없이 `통치의 수단`이다.김정은은 “혁명과 인연이 없는 예술, 예술을 위한 예술(순수예술)은 필요 없다”고 했고, 북한 선전매체들은 “노래폭탄을 싣고 달리는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식 음악정치의 선봉대”라고 말한다. 과거 김정일은 영화를 체제 유지에 이용했지만, 아들 김정은은 음악을 `혁명전사`로 내세운다. 이런 예술관 밑에서 북한은 그동안 카드섹션·교예(서커스)·열병식 등을 세계 최고로 키웠고,`동상·기념비 등 조각품`과 선전화(포스트)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만수대 창작사`는 북한 엘리트 예술인의 집합체인데, 90년대부터 조각 등 미술을 수출하는 `예술 마케팅`을 벌여 외화벌이를 한다.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동화분수` 등이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을 지었다. 캄보디아 인구의 3분의 1을 죽인 미친 공산주의자 크메르 루즈정권의 폴 포트를 낳은 이 나라는 70년대부터 북한과 국교를 맺었는데, 김일성과 시아누크 국왕은 `형제나 친구 이상`의 친분을 맺었다.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에는 농구장 4개 크기의 초대형 원형 그림이 있다. 12세기 캄보디아 번성기의 역사를 묘사하면서, 앙코르와트 건설 현장을 그렸는데, 63명의 화가들이 4개월간 달라붙었다. 박물관 완공에는 4년이 걸렸고, 공사비 1천만달러(120억원)는 북한이 냈다. 입장료는 15달러(1만8천원)인데, 향후 10년간의 수입은 북한이 갖고, 이후 캄보디아와 반씩 나누다가 나중에는 기부체납한다. 북한도 바야흐로 `문화융성`시대로 들어가는 모양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03

중국의 오만

이번 대만의 총통선거와 총선에서 민진당이 압승한 것은 “대만은 중국에서 독립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때문이다. 3통(항공·왕래·통신)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합방(合邦)을 한 것이 `대만의 외교권 박탈`이었음을 대만인들이 자각한 것이다. 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 `록 가수` 린창쭤(林昶佐·39)가 5선의 국민당 의원을 물리치고 당선했다. 대만 선거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는 “대만의 연예인, 체육인, 사업가들이 중국의 압박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기죽는 일이 수 없이 많다”고 외쳤다.대만에서 온 K-POP 가수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국민당의 친중(親中)정책은 경제적 효과도 없었고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는데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 미만이었고 대만 청년들의 대졸 초임이 80만원(한국화폐)으로 떨어졌고,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이 봉쇄됐다. 결국 대만은 중국의 일개 성(省)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이번 대선·총선에서 “대만은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 일어나 마잉주 현 총통의 국민당에 참패를 안겼다.중국은 한국에도 甲질을 하려든다. 북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드(THAAD) 배치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고, 한미 간 논의가 일어나자, 중국의 관영 언론`환구시보`는 사설에서 “한국은 제멋대로 굴지 말라” 막말을 하고 “사드 배치 때문에 발생하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한·중 최고의 밀월관계`란 표현이 허구임이 드러난 순간이다. 중국은 그 옛날 왕조시대 처럼 한국을 변방의 속국 정도로 취급하고 있음이 이번에 드러났다. 이란과 브라질의 시장이 새로 열린 마당에 중국장터가 큰소리 칠 자격도 없는데 말이다.탐지거리 900㎞ 정도의 `한국형 사드`는 우리도 갖고 있어서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으니 굳이 2천㎞짜리 미국사드를 배치할 필요도 없다. “중국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지 말라”는 협박을 미국에는 못하고, 만만한 한국의 멱살만 잡는 그 오만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02

朴새 타령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 삼교곡심 무임초 수립비조 뭇새들이 농촌초집에 짝을 지어 생긋생긋이 날아든다. 저 쑥국새가 울음운다. 울어 울어 울음운다. 이 산으로 가며 쑥꾹 쑥꾹 저 산으로 가며 쑥국쑥국. 어허 어이….”우리 전통민요 `새타령`를 비틀어서`朴새타령`이 대구지역 SNS에 떠돈다. 흡사 조선시대의 `4색당쟁`같다. 당초 친朴과 비朴으로 갈라지더니 친박은 차츰 `진박 친박`으로 분화되고, 비박은 `비박 반박`으로 갈라진다. 심지어 “박근혜정부와 MB정부 인사들이 손을 잡자” 하는 합박(合朴)까지 생기고, “진박과 친박이 함께 하는 공박(公朴)”을 천명하는 예비후보자도 생긴다.“새가 날아든다. 온갖 朴새가 날아든다. 새중에는 진박새 만수문전에 친박새. 진박친박 공박새 비박반박 뭇새들이 대구초집에 짝을 지어 생긋생긋이 날아든다. 저 진박새가 울음운다. 울어울어 울음운다. 이 산으로 가며 진박진박 저 산으로 가며 친박친박 어허 허이….”박근혜 정부에서 높은 자리 한번씩 지냈던 총신(寵臣)들이 그 자리를 내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고향 대구에 출마할 모양이다. 친박을 넘어 진박(眞朴) 선골(善骨)을 자처하는 6명이 모여서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거기에 들지 못한 다른 친박계 예비후보자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다 같은 한 뿌리인데, 진박 운운해서 특별한 척하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며 편갈이에 볼멘 소리를 한다. 그 말도 그럴싸 하다면서 `진박연대`에서 탈퇴한 사람도 있다. 대구은행장 출신의 하춘수 예비후보는 “진박·친박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부기미(附驥尾)란 말이 있다. 하루에 10리도 못 날아가는 파리가 천리마 꼬리에 붙으면 하루 천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홍보물로 내걸고 `선거 마케팅`을 벌이는 정객들이 바로 그런 `朴새`들이다. 누군들 천리마의 꼬리를 붙잡으려 하지 않을까 마는 `당공천`에만 집착하다가 유권자를 소홀히 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01

평화의 소녀상

일본 대사관 앞에 앉아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는 많은 `상징`이 있다. 소녀의 모습인 것은 `할머니를 꿈 많던 소녀시절로 되돌려주자` 함이고, 어깨에 앉은 새는 `먼저 세상을 뜬 할머니`들과 이승을 이어주는 메신저, 소녀의 발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것은 고향에 돌아와도 발 붙일 수 없는 처지, 옆의 빈 의자는 `다른 할머니들의 자리`, 단호한 얼굴 표정과 매서운 눈초리는 죄인들을 질책한다.이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세워졌는데, 제막식날 오사무 관방장관은 “건립 중지 요청을 무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 했고, 같은 달 18일에 열린 한·일정상회담 때도 당시 총리였던 요시히코는 “소녀상을 철거해달라”했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를 직시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소녀상이 세워질 것”이라고 오금을 박았다.급기야 집권 자민당은 최근 차기 정부에 제출할 `결의안`을 만들었다. “소녀상의 조기 철거를 한국 정부에 강하게 촉구하라”는 내용이다.일본인들은 왜 소녀상 철거를 그리 집요하게 요구하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전통신앙인 신도(神道)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모든 구조물 속에는 영혼이 깃들여 있다는 범신(凡神)신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죽은 자와 산 자가 늘 공존한다. 공동묘지가 마을 한가운데 있고, 간 데 족족 신사(神社)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심지어 `어릴때 죽은 영혼을 위로하는 신사`가 따로 있는데, 많은 어린이상이 뜰에 놓여 있다. 일본의 영화나 소설에는 죽은 자가 생시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흔히 나온다. `피눈물 흘리는 조각상`을 일본인들은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을 향해 원한 맺힌 저주를 퍼붓고 있다 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렇게 간절히 옮겨주기를 염원한다. “돈 10억 달러를 주고라도 철거토록 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돈으로는 안 된다. 일본총리가 소녀상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9

정부수립과 건국

국사학계의 원로 한영우(78) 서울대 명예교수가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를 펴냈다. `대원군의 개화정책과 대한제국의 탄생`에서 `일제 강점과 독립운동 시대`를 거쳐 `남북분단과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기술한 이 책은 `국정 한국사 교과서` 편찬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이다. 좌파와 보수, 양 편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절충점을 찾는데에 저자는 많은 힘을 기울였다.“당시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권력 장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은 없다. 그에게 분단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이것이 한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건국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했다. 그의 의지와 애국심은 대미 외교에서 그는 커다란 승리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반공포로 석방, 한미동맹 체결, 대일 평화선 선포, 6·25 이후 산업부흥 시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말년의 독재·장기집권 욕심·부정선거가 업적들을 다 덮어버렸다.70세에 집권해서 90이 다 돼가는 나이까지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다 잘돼 갑니다”란 측근들의 말만 너무 믿은 것이 그를 암군(暗君)으로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 한 특사가 하와이로 날아가 그를 만났을때 노정객은 “어떻게 돼가는냐? 물었다. “다 잘돼갑니다”란 대답을 듣고 “내가 그런 말을 믿다가 이 지경이 된거야”라며 쓸쓸히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발포로 인해 학생들이 많이 죽고 다쳤다는 보고를 처음 듣고 지체 없이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하겠다” 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보냈다.남한과 북한의 `정통성`을 놓고 보수·진보 양측은 아직도 싸운다. 남한은 `정부 수립` 수준이므로 `국가 건립`이 아니라는 것인데, 유엔사무총장을 낸 대한민국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논리다. 상식을 벗어난 논쟁은 이제 역사의 무덤에 매장해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8

기업의 문화운동

최근 스위스 다보스의 한 호텔에서 기업들이 주관한 `2016 한국의 밤`이 열렸다. “한국문화, 세계와 연결하다”란 주제였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정·재계 리더 수십명과 한국의 정·재계, 학계, 언론계 인사 30여명이 모였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환영사에서 “문화산업은 성장에 한계를 겪는 우리에게 신성장 동력이 돼 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문화융성을 통해 경제활력을 되살리고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한국은 5천년 유구한 문화유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문화융성을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했다.우리나라 메세나운동의 효시는 아마 1977년에 창설한 금호그룹 박인천 회장의 `문화재단`일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에 장학금을 주고, 광주·전남의 향토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일로 출발했으나, 차츰 클래식 음악으로 지원범위를 넓히면서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으로 개편됐고, 본격적인 기업 메세나운동이 태동하게 됐다.5년마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에서 지난해 10월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22)도 `금호영재` 출신이고, 한국의 대표적 피아니스트 손열음(30)과 김선옥(28), 작년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1)도 `금호영재` 출신이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가 발탁해 지원하는 영재는 1천200 명이 넘는다. 박삼구(71)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더라도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직은 굳건히 지키면서 `문화융성`을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왕대밭에 왕대 난다고, 예향(藝鄕)에는 예술인이 자라나기 마련이다. 박인천 금호 창업주는 본래 동양화와 서예, 그리고 국악에 관심이 많았다. 의재 허백련 화백, 소전 손재형 명필, 임방울 국창 등 3인은 그 집 사랑방에 와서 살다시피했고, 생활걱정 없이 예술에 몰두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오늘날 후대들이 선대의 유업을 소중히 이어받은 그 결실이 눈부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7

女류 전성시대

세계에서 여성지도자는 4명이다. 동독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61)는 10년째 독일을 다스리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유일하게 구원의 손을 내민 독일 지도자이다. 경제안정과 타협의 정치, 점진적·실용적 개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으며, 지난해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아시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대선에서 한국 최초로 당선됐고, 4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유지한다. 미얀마의 수치(71) 여사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집권 군부를 물리치고 `버마의 봄`을 이끌어냈다. 그녀는 `건국의 아버지` 아웅산 장군의 딸로 학문에만 정진하고 있었는데, 군부의 잔인한 시위 진압을 목격한 후 온갖 탄압을 견디며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영국인 남편과 자식들과는 15년간 만나지 못한 채 가택연금을 당했다. 그러나 군부는 국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민주총선을 실시했으며, 예상대로 그녀는 압승을 이뤄내 정권을 교체하게 됐다.차이잉원 총통 당선자는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지도자이고,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우며, 독신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나이도 비슷하다. 그녀는 박 대통령의 자서전 대만 번역판 서문에 “박 대통령은 여성이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했다”고 썼다.대만 국민들은 중국과의 합방을 원하는 국민당을 버리고, 독립지향적 성향의 민진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앞으로 한-대만 경제교류는 더 활발해질 조짐이다.동양에는 여성 국방장관이 드문데, 유럽에는 흔하다. 독일의 우르줄라(58), 호주의 머리스 페인(52), 이탈리아의 로베르타(55), 네덜란드의 예니네(43) 등이 있고, 일본도 아베정권 1차 내각때 고이케 유리코 여사가 방위성 장관을 맡았다. 노르웨이, 알바니아도 여성 국방장관을 두었다. 한국도 對북한·對테러가 현안과제인데, `다부지고 빈틈 없는` 여성 국방장관이 나올 법 하다. 특히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파헤쳐 청소하는데는 `여성의 청렴성`이 소독약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6

아버지와 아들

1940년대는 소련 공산주의가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한반도에도 `사회주의 실천가`들이 설쳤는데, `남한 담당 총책`이 박헌영(朴憲永)이었다. 그는 점쟁이나 벽돌공으로 위장해 노동현장을 다니면서 `남조선 노동당`을 조직했다. 1941년 그는 청주에서 한 처녀의 몸에서 아들 박병삼을 얻었다. 그 후 6·25가 터지고, 인천상륙작전 후 박헌영은 10살 된 아들과 같이 지리산에 숨어 들었다.그는 얼마후 월북하면서 아들을 한 스님에게 맡겼고, 아들은 절간으로 흘러다니며 불경공부를 했다. 성년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그는 친구의 이름으로 해군 특수부대에 지원 입대해 3년 복무를 마친 후 스님이 됐고, 현재 조계종 원로 의원으로 있으며, `민족문제연구소` 2대 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증오했지만, “원수는 갚지 말고, 은혜는 반드시 갚아라”란 좌우명을 써붙이고 아버지를 용서했다. 박헌영은 1956년 `미제국주의와 내통한 간첩죄`를 쓰고 처형됐다.정진석 추기경은 평생 아버지의 얼굴을 못 봤다. 아버지 정원모는 아들이 태어날 무렵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본래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지만, 사회주의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했다. 해방이 될 무렵 그는 서울에 오지 않고 북으로 가버렸다. 당시 아들 정진석은 서울공대 화공과 학생이었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경에 건너간 후 소식이 없다”고만 했다. 아버지는 북으로 가 공업성 부상(상공부 차관)을 지냈다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것이 없다. 정 추기경은 “하느님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 하지 않고 사회주의를 통해 길을 찾으려 한 아버지가 안타깝다”고 했다.1988년 8월 밀입북해서 김일성을 만나 공작금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10년 복역한 서경원(79) 전 의원의 아들 서명훈(39)씨는 새누리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아빠 휴직운동 본부` 대표다.아버지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아들도 있지만, 부모에게 맞아 죽는 자식들이 많은 현실이 한심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5

천사의 날개

지난해 3월 히말라야 깊숙이 숨어 있는 나라 네팔에서 7.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산사태가 나고 마을로 들어갈 길은 막혔다. 전문 산악인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자를 구호할 길도 없고 의약품 전달도 막연했다. 그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서울대 벤처경영학과 창업실습팀 엔젤 스윙이 만든 드론이 의약품을 싣고 피해지역으로 날아간 것이다.창업실습팀 학생 8명이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을 때 네팔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띄워 피해지역을 촬영하고 정밀지도를 만들면 구호에 도움이 될 것이니, 드론을 만들어 NGO에 팔면 수익을 낼 것”이란 생각으로 학생들은 곧 작업에 들어갔다. 경영학과, 재료공학과, 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일을 분담했고, 3개월을 꼬박 매달려 연구·부품 구입·실험을 한 끝에 정밀지도를 그릴 드론을 만들어냈고, 이것은 지난해 7월 카트만두 공과대학에 전달돼 피해 복구에 요긴하게 쓰였다.엔젤 스윙의 도전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내친 김에 의약품을 실어 보내는 드론까지 만들기로 했다. 도로사정이 열악하고 산길이 험해 병원이나 보건소까지 가려면 5일이나 걸리는 마을도 있었다. 백신 하나면 살릴 수 있는 부상자들이 속수무책인 상황을 목격하고는 제2의 도전을 결심했다. GSP와 고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카메라 등을 장착해서 정확한 위치에 의약품 상자를 떨어뜨릴 수 있고, 40분 가량을 날 수 있으며, 의약품 상자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배터리와 프로펠러도 개선했다. 이 작업에는 서울대 당국이 지원했다.마침내 엔젠 스윙은 이달 4일 `의약품 배달용 드론`을 들고 네팔 나르자만담 마을로 갔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7시간을 달려간 마을이고, 그 곳 보건소에서 2㎞ 떨어진 피해지역에 의약품을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주민 20여명이 한 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주사기·백신·진통제 등이 들어 있는 1㎏짜리 상자였다. 창업 실습뿐 아니라 국위도 선양한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2

역사교과서의 위력

대만에는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과 중국과의 합방을 원하는 국민당이 있는데,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국사교과서 내용이 달라졌다. 국민당 정권때는 `친중(親中) 교과서`가, 민진당 정권때는 `반(反)중 교과서`가 채택됐다. 2000년부터 8년 간은 민진당 집권기였고, 이 시절의 학생들은`중국사`와 `대만사`를 따로 배웠다.대만사 교과서는 “대만과 중국은 별개”라고 기술하고 “대만 독립”을 강조한다. 올해 총통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 중에는 20대가 300만명 가량 되는데, 이들이 바로 민진당 시절에 학교에 다닌 세대들이니, 당연히 독립당 후보에 투표했다.한 대만국립대학생이 말했다. “우리가 선거로 지키려고 하는 것은 `완전한 대만`이고 그것이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다”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대만 국민 중 “나는 중국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3%에 불과했고, “나는 대만인”이라 한 사람은 59%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나는 대만인이기도 하고 중국인이기도 하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40%를 넘었는데 지금은 20%대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놓고 “앞으로 민진당 정권이 오래 갈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다.16세 걸그룹 맴버 쯔위 양이 TV에 나와 죄인처럼 “나는 자랑스러운 중국인”이라고 사죄하는 장면을 본 쯔위양의 고향 타이난시 사람들은 분기탱천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비정(非情)함에 치를 떨면서 다투어 투표장에 갔고,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총통 후보와 입법의원(국회의원)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민진당 후보들이 압승을 거둔 것은 `쯔위 양의 대만 국기`와`힘에 눌린 억울한 사과`의 영향이 컸지만, 그 근본에는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역사교과서`의 위력이 깔려 있었다.박근혜정권이 국사교과서를 바로 잡으려는 것도 그 속에 `국민의 정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찌 종북좌파 필자들에게 국사 기술을 맡길 것이며, 굴욕의 역사를 가르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1

대만의 비애

베이징올림픽 때 대만은 `대만국기`를 들지 못했다. 매화 꽃송이 속에 태양과 오륜이 그려진 `대만올림픽위원회 깃발`을 들고 입장했다. 공식적으로 대만은 중국에 흡수된 것이다.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대만과 수교하는 나라는 중국과 수교하지 못한다”란 원칙을 공포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대만과의 외교를 끊었다. 노태우 정권 당시 서울에 있던 대만 대사관도 청천백일기를 내리고 철수했다. 거대한 시장인 중국과 통상하기 위해서는 대만과의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1992년에 `92공식`이 나왔다. 1국 2체제를 공포한 것이다. 중국은 하나지만 체제는 달리한다는 공식이다. 중국은 공산주의 체제를, 대만은 자본주의 체제를 각각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후 `대만`이란 국호는 국제사회에서 사라지고 대만국기도 통용될 수 없었다. 올림픽 때 공식명칭은 `차이니즈 타이페이`이고, 국기는 대만올림픽위원회의 깃발만 허용되었다. 대만은 중국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높은 선진국이지만 `작은 섬나라`이고,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1개 성(省)`으로 취급할 뿐이다. 대만 내부에서도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에 동의하지만, 민진당은 `대만독립국`을 고집한다.대만 출신의 16세 된 걸그룹 멤버 쯔위양이 숙소 침대에서 대만국기를 흔드는 영상이 방영되면서 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황안이라는 대만출신 가수가 그것을 고자질했고, 중국정부는 “JYP는 중국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압박을 가했고, JYP는 몇차례 사과하고, 쯔위도 검은옷을 입고 “중국은 하나이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그 사죄는 대만 청년층을 격분시켰고, 민진당 총통 후보 차이잉원은 “국적문제를 두고 사죄하는 대만인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날을 세웠다.일제때 한국인이 태극기를 들고 길거리에 나섰다면 그는 `독립군`으로 취급돼 법정에 섰을 것이다. 지금 대만의 처지가 그와 같아서 재판 대신 경제제재를 당한다. 어쩐지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도는 것 같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