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터급 복귀전에 이기면서 “대통령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 복싱을 포기할 나이는 아니다”라 했다. “복싱과 정치는 남과 싸운다는 점에서 같다” 이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치도 권투처럼 피 터지는 싸움이다. 권투는 챔피언벨트와 돈이 들어오지만 정치는 `권력과 불행`이 돌아온다. 권력자의 말로는 대부분 불행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퇴직을 앞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컨벤션효과를 타고 지지율 1위를 탈환했다. “박 정부의 일본군위안부 합의는 잘 한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평소 옹호했던 그는 탄핵정국 이후 “국민이 배신감에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하고 “6·25전쟁 이래 한국인이 겪지 못한 정치 혼란”이라며 박정부의 지도력 부재를 비판했다. 이(利)불리(不利)를 따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국제적 인물`도 마찬가지다. 바람따라 물결따라 흘러가는 부평초 같은 민심에 누구나 흔들린다.
민주당도 반 총장을 향한 견제용 잽을 날린다. 문재인 의원은 “그는 그동안 쭉 구시대 질서를 누려왔고 성공해왔던 분이라, 나라를 제대로 바꾸는 부분을 절박하게 생각할까 의문이 든다”했고, 추미애 대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패의 기득권 연장인 친박 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에 손들어주며 의기양양했던 분 아니냐.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촛불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성찰부터 해야 한다”며 날을 세워 비판했다. 그러나 영입이 점쳐지는 `제3지대`는 절대 비난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친박·비박 간의 치고받기도 점입가경이다. 친박들은 “그들은 국가보다 자신의 권력 입지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탈당파들을 비난한다. 김무성· 유승민·김세연 의원 등을 표적 삼아 화살을 날린다. 사람들은 권투시합은 즐겨 보지만 `정치시합`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국정이 마비되니까.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