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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불휘(眞光不輝)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2-29 02:01 게재일 2016-12-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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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子)가 화광동진(和光同塵·진정한 빛은 혼자 잘난 체하지 않고 속세와 잘 어울린다)을 설파하고,“뛰어난 기교일수록 졸렬해보이고 훌륭한 말일수록 어눌하게 들린다” 하자 불교 유교 선교들이“그 멋진 말이다!”하고 따라서 한 마디씩 했다.

진광불휘(진정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 난득호도(難得糊塗·똑똑함은 감추기 어렵다), 진수무향(眞水無香·참다운 물에는 냄새가 없다), 대지약우(大智若愚·높은 지혜일수록 어리숙해 보인다) 등등.

미술에서도 “최고의 경지는 어린이 처럼 그리는 것”이라 해서 운보(雲甫)는 말년에 `바보산수`를 그렸다. 초등학교 학생의 그림 같았다. “어벙한 것이 당수 8단”이란 말도 있다.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다. 잘난 척, 똑똑한 척하다가 화를 당하는 일이 많다.

`최순실 게이트`국회 국정조사 특위 의원들이 구치소에서 최씨를 만났지만`건진 것`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외국 여러 나라에 빼돌린 돈이 수십조 원이라던데? 란 질문에는 “그런 돈이 드러나면 국가에 헌납하겠다. 애당초 내 것이 아니니 잃을 것도 없다” 했다. 소득 없이 구치소를 물러나오면서 의원들은 최씨를 비난하는 것으로 속풀이를 했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더라”“반성의 기미가 없더라”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표정이더라” “이런 사람 때문에 나라가 흔들렸다니, 자괴감이 든다”

최씨는 처음 체포됐을 때 “죽을 죄를 지었다” 했고,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묶여 들어오자 “죄송하다”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 했다. 그러나 종신형을 받을만한 죄상에 대해서는 전부 “그런일 없다” “그런 사람 모른다” 부인했다. 그리고 “누가 원망스럽나?”란 질문에 “나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죄의 자백`과는 거리가 먼 대답이다. `재산 국가 헌납`이란 말과 함께 `진광불휘성 답변`이다.

“저런 사람들이 어찌 국회의원을 하나. 자괴감이 든다 ”되레 그녀는 속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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