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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의 거짓말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1-05 02:01 게재일 2017-01-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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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김경숙 이화여대 전 학장은 “교수들에게 정유라씨를 부탁한 일이 없다” “정유라 이름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또 최경희 이대 총장은 “최순실씨가 학부모라며 찾아와 두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특혜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류철균 교수(소설가·필명 이인화)가 조교를 시켜 정씨의 시험 답안지를 작성해준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그 거짓말이 다 들통났다. 그는 “김경숙 학장이 정씨를 챙기라고 3차례나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또 “최씨 모녀가, 독일에 가야 해서 수업을 듣기 어렵다, 하기에, 인터넷 강의인데 왜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실실 웃기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했다.

소설가라서 묘사력이 실감난다. “왜 실실 웃기만 했을까?” 최씨와 맞서다가 잘못된 전례가 있다. 대학교수 하나 날리는 것 쯤은 간단하다는 뜻이리라. 류 교수는 그 부탁을 들어준 덕분에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화여대는 `정부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따내는 혜택을 누렸다. 문체부 장·차관의 목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권세니 대학교수 목숨 정도는 파리다. 참으로 무서운 `실실웃음`인 줄을 류 교수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소설가 이인화는 `인간의 길`이란 소설을 내놨다가 “유신독재를 미화했다”란 비난도 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그가 정조(正祖)임금 시절의 독살사건을 추리 형식으로 다룬 소설 `영원한 제국`은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정조는 평생 암살 위협 속에서 전전긍긍했다. 사도세자의 아들이 등극했으니, 사도의 죽음에 관련되고 정조의 등극을 반대했던 노론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정조를 제거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탄핵정국과 일맥상통하는 조선 후기의 정국이었다. 이인화는 자신의 소설 속에 `오늘날의 사태`를 넌지시 암시했던 것인가?

류철균 교수는 20대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된 행운아였고, 소설가로도 훌륭히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하회류씨 명문가의 후손이다. “모진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은”그의 불운이 애석할 뿐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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