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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녀 오드리 햅번

테레사 수녀는 오는 9월 4일 성인으로 추대된다. `2가지의 기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켰는데, 한 암환자와 한 뇌종양환자가 `테레사 수녀의 이름으로` 기도해 치유됐다. 세상사람들은 그런 기적보다 그녀의 일생을 더 추앙한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할때는 말없이 해라. 바다에 돌을 던지듯이 말이다” 어머니의 그 말은 그녀를 수녀의 길로 이끌었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란 성서 말씀은 평생의 지표가 됐다.그녀는 빈민가로 들어갔다. 수녀복을 벗고 푸른 줄무늬가 있는 흰 사리를 입었다.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는 가난하고 병 든 사람을 위해 일하라고 하나님은 나를 선택하셨습니다” 이 신념 하나 밑에서 일생을 살았다. 그녀의 묘비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회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이 새겨져 있다.오드리 헵번은 1929년 5월 벨기에에서 태어나 1993년 1월 스위스에서 영면했다. 잔병치레 많고 깡말랐던 그녀는 부모가 이혼하자 조부모 밑에서 자랐고, 영국 발레학교를 나와 모델로 살다가 영화계에 진출했으며, 24살 되던 해 영원한 명작 `로마의 휴일`을 찍는다. “열 번, 스무 번을 봐도 계속 재미 있고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라는 점과 오드리 헵번을 아직도 살아 있는 여인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 `2가지 기적`이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진정한 기적은 말년 5년 사이에 이뤄졌다.58세 되던 해 그녀는 대장암에 걸리지만 병원 대신 아프리카와 남미로 달려간다. 유니세프 명예대사가 되어 굶어죽고 병들어 죽는 아이들에게 밥을 얻어 먹이는 일을 했다. 모든 여배우들은 자신의 늙은 얼굴을 TV앞에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초췌한 모습을 거침 없이 드러내놓고 “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로마의 휴일`에서 본 얼굴보다 아름답다”고 했다.그녀는 두 아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사람은 두 손을 가졌다. 하나는 나를 위해, 다른 하나는 남을 위해 쓰라고.”/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1

동양 3국의 문화교류

한반도 삼국시대 백제에는 박사제도가 있었다. 학위가 아니고 벼슬이름이다. 무엇 하나 전문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내린 벼슬인데, 그 중에서 기와 잘 만드는 사람을 와박사(瓦博士)라 불렀다. 6세기 후반 백제는 일본에 아스카데라(飛鳥寺)를 지어주면서 와박사 4명을 파견하는데, 그들이 일본 최초의 기와집을 지었다. 와박사들은 일본의 옹기공들에게 `기와제조법`을 가르쳤고 일본 특유의 기와문양을 창조해냈으니 이것이 `날아가는 새`가 상징하는 비조문화. 7세기 중반 백제가 멸망할 때 일본은 대군을 파병하지만 기울어진 대세를 어쩔 수 없었고, 다만 백제의 박사들과 고위층들을 보호해 일본에 데려갔다. 선진문화를 전수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 후에도 일본은 유난히 `흙으로 구운 도자기`에 집착하면서 조선의 도공들을 수시로 데려갔으니,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부르는 것도 그때 수많은 도공들을 잡아갔기 때문이다. 일본은 1910년 한반도를 접수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대동아공영이라는 과욕을 부리다가 자멸했지만, 그것은 `조선문화에 대한 열등의식`의 발로가 아닌지. 수많은 약탈문화재가 그것을 증언한다.인도에서 중국을 경유해서 한반도로,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불교가 전래됐지만, 지불(持佛)은 삼국시대의 독특한 문화였고, 오히려 중국으로 역수출됐다는 학설이 나오고 있다. `지불`이란 작게 만든 불상으로, 품에 품고 다니다가 신령스러운 곳을 만나면 그 곳에 불상을 올려놓고 예배를 드렸다. 경주 남산에는 바위를 깎아 `지불 올려놓는 자리`를 만든 흔적이 많다. 지불 중에서 `금동일광삼존불`이 대표적인데, 이것은 일본 불상의 모형이 됐고, 중국 산동반도에서도 출토되고 있다. 작아서 가지고 다니기 쉬우니 전파도 빨랐던 모양이다.동양3국은 이렇게 문화를 주고받으며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맺었지만, 과욕이 빚은 전쟁이 원한과 증오를 만들어버렸다. `침탈의 역사`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한·중·일 동양삼국중에서 `죄 짓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8

인공지능 비서

IBM의 캠벨 박사는 “앞으로 두뇌게임에서 인간이 AI(인공지능)를 이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는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압도했으니 큰소리를 칠만도 하다. 무릇 게임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으니 그 규칙에 따라 `최상의 수`를 찾아내면 된다. 이 9단이 알파고를 한 판이라도 이긴 것은 `기적`에 가깝다. 체스나 바둑 같은 두뇌게임은 인간 끼리의 일이지 인간과 기계가 겨룰 게임은 아니다.이제 IBM은 게임용 AI 개발을`졸업`하고 의학·유통·금융 등 복잡 미묘한 인간사를 도울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데, 슈퍼컴 `왓슨`은 의료진단과 금융투자를 보조해 줄 단계에 와 있다. 또 페이스북은 사람 얼굴을 구분할 줄 아는 `딥페이스`를 만든데 이어 문자로 질문을 하면 답을 찾아주는 `M`을 내놨다. MS(마이크로소프트)도 개인비서 역할을 할 `코티나`를 개발 중이다. 그러나 복잡미묘한 인간사를 훈수할 AI를 만드는 일은 아직 초보단계다. 암을 진단하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요리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외국어를 번역하는 AI는 수십년이 더 걸릴 것이다.AI번역기에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란 영어를 러시아어로 번역시켰더니“정신은 소원하나 고기는 썩었다”로 나왔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성인식 AI는 `위기상황 대처능력`이 한참 멀었다. 4개사의 `비서`를 시험해봤는데, “강간을 당했다!” 하니, MS의 코티나만 성범죄 상담전화를 알려주었고, 다른 3종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라” 했다. “자살하겠다”는 말을 알아들은 것은 2종 뿐이었다. “우울하다”란 말에 상담전화를 알려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심장이 이상하다” “머리를 다쳤다” “다리가 부러졌다” 등의 말을 알아듣고 응급조치 방법이나 인근 병원을 안내하는 `비서`는 하나 뿐이었다. 어떤 AI는 “머리가 깨어졌다”는 말에 “당신 머리는 당신 어깨 위에 있다” 했다. AI가 인간을 지배할 날은 오지 않을 듯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7

일본의 韓流

서구가 동양세계에서 유일한 선진국으로 본 나라는 일본 뿐이었다. 한국은 멍청한 나라였다. 중국의 속국이었다가 일본에 합방됐다가, 독립은 됐으나 곧 분단으로 이어져 6·25를 치렀던 가난하고 불쌍한 나라로 기억할 뿐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과욕이다”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때도 “한국이 그 새 그렇게 컸나” 반신반의했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전진기지` 혹은 `무기수입국`으로서의 한국을 볼뿐이었다. 2002년 무렵은 한 일관계에 훈풍이 불 때였다. `겨울연가`가 1회당 20만 달러대에 일본에 팔렸고, 2012년에는 `사랑비`를 회당 30만 달러에 사갔다. 욘사마열풍으로 일본 관광객이 남이섬을 관광명소로 만들었고 관광진흥의 발판을 굳혔다. 가수 보아는 2001년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맹활약을 펼쳤고, 그 10년후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등이 일본열도에 한류열풍을 일으켰다. 그 무렵 유럽 젊은이들은 일본연예잡지를 보면서 거기 실린 한국 TV극과 K-POP을 알게됐고, 2011년 4월 파리에서 유럽 처음으로 K-POP공연이 열리게 됐다.우리 TV극 `태양의 후예`가 식어가던 한류에 불을 붙였다. 일본은 자기들을 `태양족`이라 여기면서 까마귀를 `태양의 심부름꾼`이라 한다. 그러니 `태양의 후예`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고, 회당 10만 달러에 선(先)매매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대륙을 열광시킨 것은 중국 국기가 별 5개로 된 `5성홍기`여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태양의 후예`도 중국에서 우리와 동시상영을 하고 있다. `위안부문제`나 `THAAD문제`로 마찰하지 않는 한 한류는 두 거대시장에서 호황을 구가할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는 18개국에 `K-POP 아카데미`를 설치해서 한류발전소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의 드라마·영화·한식, 그리고 보컬·댄스·경연 등을 전파할 전진기지가 된다. 한국과 갈등관계가 없는 나라들에 퍼져나가는 한류는 정치적 이유로 냉·온탕을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6

AI는 재앙인가

스티븐 호킹 박사는 “바둑은 아무것도 아니다. AI는 세상을 압도할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그 경고와 암시를 진지하게 곱씹어봐야 한다” 했다. `바둑AI`를 만든 영국이 먼저 `윤리적 안전장치`를 거론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제하는 기구가 있는 것같이 과학기술을 감시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AI가 조만간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뺏을 것이라 한다. “20년 안에 미국 일자리 절반이 날아갈 것” “2018년에 300만명 이상의 직원이 `로봇 상관`의 지휘 감독을 받을 것” “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임시직은 곧 자취를 감출 것” 등등 공상과학영화가 예언했던 일들이 눈앞의 현실이 된다.“앞으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 것인가”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결`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런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시작하자, 가내수공업자들은 기계를 부수고 공장에 불을 지르면서 조직적으로 저항했고 마르크스 같은 망한 집 아들은 대영박물관 도서실에 처박혀서 Das Capital(자본론)이라는 공산주의 이론을 만들어냈다.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한다”는 결론이었다. AI개발은 그 때의 산업혁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재앙`이 될 것이고 인간은 저항도 못해보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요즘 대학생들 간에 나도는 `취업 9종 세트`에는 학벌·학점·점수·어학연수·공모전·자격증·봉사활동·성형수술이 들어 있는데, 인문학이나 인성은 없다. 그 따위 것은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힘들고 골치 아픈 일은 로봇이 다 하고, 사람은 인문학을 즐기며 교양이나 쌓고, 문화예술이나 향유하면 된다. 사람이 꿈꾸던 그 인간다운 삶이 실현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이세돌-알파고`의 바둑대결에 온 세상이 열광하고 인간이 4국에서 이기자 일제히 환호하는 모습이 바로 그 `천국의 서막`이라는 것이다.그러나 AI기술이 테러집단·세습독재국가·미친 통치자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나. 어둠의 세력·악의 축이 늘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5

`인간`을 찾아서

1884년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성공시켰으나 3일천하로 끝나고 김옥균은 일본에 망명하지만 찬밥신세로 정처 없이 떠돈다. 그가 명줄을 그나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둑 덕분이었다. 그는 조선의 당대 최고수였고 일본에도 바둑애호가들이 많았으니, 그들과 `바둑친구`가 되어서 그럭저럭 식객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기는 바둑`에 연연하지 않았다. 바둑은 수담(手談)이라 그는 한판의 바둑 속에서 상대의 성격·취향·소질 등을 알아냈고 그에 맞춰서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졌다`를 조절하며 상대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맹자는 인간에게는 4단(四端) 7정(七情)이라는 착한 본성이 있다고 했다. 이성(理性)속에는 `남의 불행을 보고 가슴 아파하는 측은지심·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수오지심·예의를 차릴 줄 아는 사양지심·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인 시비지심`이 있고, 감성(感性)속에는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7가지의 정서가 있는데, 이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어서 기계나 짐승에게는 결단코 없다.한 노인이 마른 논에 물을 주는데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항아리에 개울물을 담아 논에 가져다 붓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한 행인이 지나가면서 “물 푸는 도구를 쓰면 금방 일이 끝날 텐데요” 충고를 하자 노인은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은 짓이요” 한다. 행인은 떠나면서 “고생깨나 하시겠군” 하고 노인은 그 뒤꼭지에 대고 “기계 좋아하다가는 종래 재앙을 부를 것”이라 한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무위자연사상을 설파한 것인데 오늘날의 상황을 잘 예견했다고 할만하다.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졌다 해서 낙담할 필요가 없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시대가 왔다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바둑은 `인간 끼리의 일`이다. 오히려 `인간의 영역`을 찾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 예술적 감동·남녀 애정·혈육의 정·친구간의 우정·스승에 대한 존경심·가정의 행복감 등은 오직 인간만 누릴 수 있는 영역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4

출산과 국가 미래

현행 영유아보호법은 “500인 이상,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로 돼 있고, “어기면 1년에 최대 2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라는 벌칙도 있다. 그러나 법이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직장에 보육시설이 없어서 퇴직하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여전하다.“돈도 많이 들고, 절차도 복잡해서 골치 아픈 어린이집을 짓느니 차라리 과태료 내고 말겠다”는 사업장이 25%나 된다. 시설을 짓는데 우선 5억원이 들고, 운영비도 매년 2억원씩 들어가니, 근로복지공단이 3억원을 지원해줘도 반갑지 않다.2007년부터 지자체들이 `출산장려지원정책`을 시행하는데, 최고 2천만원씩 주는 지자체도 있고, 아이 1명당 1천만원씩을 주는 곳도 20여곳에 달한다.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출산을 독려하지만, 실제 신생아 수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기도 한다. 지원금을 일시불로 주지 않고 5~20년 간 찔끔 찔끔 나눠주니 `지원효과`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수혜 조건이나 절차도 까다로워서 “정부 돈 더러워서 안 받는다”는 소리도 나온다.`메뚜기 출산`이란 것도 있는데, 지원금 많은 지자체에 잠시 이사갔다가 돈만 따먹고 튀는 산모가 많아서 한꺼번에 전액 다 주지도 못한다.그러나 예외적인 지자체도 있다. 전남 해남군은 3년 연속 출산율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감동을 주는 맞춤형 지원` 덕분이다. 군은 2008년 `통합출산정책팀`을 꾸렸다. 주민복지과, 행정지원과, 보건소 등에 분산돼 있던 출산 관련 업무를 한 곳에 통합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0억원을 들여 10실 규모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했다. 이용료는 민간시설보다 30%가량 저렴하다. 또 해남군보건소는 출산가정에 `산모·아기 사랑 산후조리품`을 보낸다. 미역·쇠고기·아기 내의 등이 잔뜩 들어 있는 선물을 받고 산모들이 감동한다. 임신 중 초음파 검사와 기형아 검사 비용도 지원한다. 다른 지자체들이 본받을만 하다. 인구 감소는 국가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1

`여성의 날` 유감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을 이어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이 이번 미국 대선의 관전포인트다. 대만에서는 차이잉원이 총통에 올랐고, 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총선에서 압승했다.독일은 메르켈 총리를 연임시켰고, 호주는 길러드를 총리로, 브라질은 호세프를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영국,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여성 국가정상을 뽑은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어느 누구도 손 못댄 개혁들을 과감히 해내고 있는 것은 두터운 지지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에도 여성이 많다. 3월 8일`여성의 날`을 보내며 돌아보는 국제정치다.한국은 여성 장군이 2명이고, 여군이 6천600명이나 되고, 남성의 영역에 여군들이 과감히 진출한다. 육군 2항공여단 장시정(37) 소령은 UH-60 수송헬기 조종사, 주현정(31) 대위는 여군 최초의 DMZ 수색대대 정보과장이 됐고, 육군 2 군수지원사령부 601수송대대의 이승연(27) 중사와 김지선(26)·김미선(23) 하사는 11.5t 트럭, 유조차, 버스를 운전한다.`여성 법무관`도 적지 않다. 강유미(38) 중령은 대테러 관련 법률전문가이고, 육군본부 이지훈(39) 소령은 중국군 관련 법률을 연구한다.세상은 이렇게 여성의 진출이 눈부신데 인권사각지대에서 눈물짓는 여성들도 많다. 탈북여성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북한의 여성인권 유린 실태를 언론에 고발했다. `인권`이니 `기본권`이니 하는 말 자체가 없는 북한에서 여성이 겪는 억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열차에는 군인칸이 있는데 저녁시간에 전기가 나갈 때를 틈타 군인들이 여성 승무원을 성폭행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여성 열차 승무원은 결혼 기피 대상이다” “한 여군 분대장은 늦은 밤에 사업보고 명분으로 상급자에 불려가 수시로 성폭행을 당했고, 임신이 된 후 불명예 제대까지 당하자 자살했다”중국에게 꼭 할 말이 있다. “부디 탈북자들을 잡아 북한에 보내지 말라”/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10

급행료·기름칠

기업인에게는 `시간이 돈`이라 관청의 민원처리가 빠를수록 좋고 공무원은 질질 끌수록 재미를 더 본다. 그래서 관련 서류를 빨리 돌려달라고 `급행료`를 내고 매끈하게 해달라고 `기름칠`을 한다. 이것이 `민간과 공무원의 전통적 관계`다. 늑장을 부리는 것은 위법·불법·무법이 아니었다. “신중을 기했다”하면 된다. 행정행위에는 재량(載量)이란 것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법률에 규정할 수 없으니 공무원이 알아서 결정·처리하는 권한이다. 허가를 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공무원의 마음`에 달린 것이 많다. 바로 이것이 `재미`를 가져다 준다.인사혁신처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을 크게 제한할 작정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고의로 늑장을 부리는`소극행정`을 하면 최고 파면이나 해임까지 갈 수 있는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공무원은 자유재량권을 가지는 반면`직무태만`은 징계사유가 되는데 이 직무태만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인 것이다. 자유재량권을 남용해서 국민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직무를 해태할 경우 파면을 시킬 수 있는데 파면은 퇴직금·연금이 삭감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나갈 수 없고 지휘 책임자인 상관도 함께 문책된다. 또 가벼운 징계인 경고·주의 처분을 받아도 `1년간 해외연수나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지난해 정부는 `소극행정 사례집`을 돌렸다. 그 속에 부작위(不作爲)나 소극행정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는데 인허가 등 민원처리를 고의로 늦추거나 동료의 부정행위를 알고도 눈감아 줄 경우 등이 포함돼 있다.우리나라는 공무원 임용시험 경쟁률이 엄청 높은데 앞으로 점점 인기가 줄어들 조짐이다. 공무원의 밥줄인 `규제`가 자꾸 없어지고 자유재량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극행정`을 권장함으로써 선진국형 행정으로 발전하는 징검다리가 놓여졌다.다만 규정만 있고 실천이 없는 `선언`차원에 머문다면 이 또한 `정부의 거짓말`이 되고 만다. 팔이 안으로 굽는 일부터 잡아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9

거울 탓

아베정부는 여전히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과`는 왜 했나.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억지로 화해시키려 하니 마지 못해 한 사과인가. 러시아 속담에 “내 얼굴이 얼보인다고 거울을 탓하지 말라”했다. `역사의 거울`은 정직한데 일본은 그 거울을 나무라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다. 그러나 소녀상은 계속 더 선다.영화 `귀향`은 관객이 몰리고, TV조선 다큐는 여러 나라들에 남아 있는 `위안부 흔적`을 찾아내 방영했다. “낮에는 식모살이, 밤에는 성노예였다. 휴일에는 종일 일본군들이 위안소 앞에 줄을 섰다” “일본군은 항복후 자기 나라 위안부만 데리고 떠났다. 우리는 돌아갈 여비도 없고, 가는 길도 몰라 여기 주저앉아 살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 돌아갈 수도 없는 몸이었다. 피해자가 죄인이 되는 기막힌 인생이었다”3·1절날 서울 갤러리 `고도`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가 열렸다. 공개되지 않았던 소녀상 20여 점이 선보였다. 소녀상 한 점을 제작하는 비용이 3천만~4천만 원인데, 모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 정부는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국가간 약속도 있고 해서 관여할 수 없지만, 민간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은 끝까지 `피해 할머니 편`에 서서 “일본은 역사의 거울을 탓하지 말라!” 외친다.이 전시회를 주관한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는 소녀상과 함께 `피에타 상`도 제작해 전시했다. 피에타 상은 이탈리아어로 `비통`이란 뜻이고, 그 원본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다. 성모가 십자가에서 숨진 예수를 무릎에 눕히고 애통해 하는 장면이다. 조각가 부부는 “월남전때 피해 입은 베트남 국민에게 사죄하는 뜻이다. 우리가 입은 피해를 기억하듯 우리가 입힌 피해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포항시 구룡포읍에는 `일본인거리`가 있다. 이 거리에 소녀상이 서야 한다. 일본 관광객들이 자기 나라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의 진실을 여기서 알고 기억하게 해야 한다. 민간 차원에서 모금운동이 시작돼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8

시진핑의 역주행

모택동은 신(神)이 되고 싶었다. 집권 당시 붉은 표지를 입힌 그의 어록은 `성경`이었다. 인민들은 그의 어록을 깡그리 외웠고, 마치 신라 사람들이 작은 불상을 품에 품고 다녔던 것처럼 그의 책을 항상 손에 들고 다녔다. 지금 시진핑 주석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최근 그는 3대 공영언론사(인민일보·신화통신·중앙TV)를 시찰하며 `군기`를 잡았다. `모택동 따라배우기`다.모(毛)는 대장정 당시 “적과 싸워 이기려면 두 가지 군대가 필요하다. 하나는 총을 든 군대요, 하나는 필봉을 든 문화군대”라며, “당의 영도에 따라 인민을 단결시키며, 여론전(선동 선전)을 수행하는 전위 역할이 언론의 사명”이라 했다.시(習)주석도 “모든 매체는 당의 의지를 체현하고 당 중앙의 권위를 수호해야 한다”고 훈시했다. 그는 관영매체뿐 아니라 도시보(都市報·민간상업언론)와 SNS까지 손아귀에 틀어쥐고 `문화군대 사령관`이 돼간다. 그동안 싹틔웠던 언론자유는 된서리를 맞는 중이다.한 신문 기자가 “곧 경제위기가 온다. 주식을 팔아야 할 때”란 기사를 썼고 2주후 중국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나 그 기자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2만3천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6.9%로 발표했지만, 뉴욕타임스가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했더니 4.3%였다. 북경대의 한 교수는 “중국 중앙은행과 통계당국은 늘 데이터를 고치고, 넣었다 뺐다 한다” 했다. 중국 언론이 말하는 통계는 믿을 것이 못된다는 뜻이다.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사진을 잘못 실은 죄`로 편집인이 해임되고 몇 사람이 행정처분을 당했다. 시 주석이 언론사를 시찰하는 사진 옆에 나란히 중국의 개혁 개방의 원로 `위안겅`의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사진을 실었던 것. “이같은 편집태도는 중국의 개혁과 언론자유는 끝났다란 뜻”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뿐만 아니고 최근에는 “시집가려면 시삼촌 같은 남자를 만나요”라는 시 주석 우상화 노래까지 나돈다. 중국은 모택동 암흑시대로 되돌아 가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7

이란과 포스코

1970년 심각한 오일쇼크가 왔다. 산유국들과 `친구 되기` 열풍이 불었다.`이란이슬람공화국`은 한국을 “근면하고 신의 있는 나라”로 생각했고, 1977년 테헤란 시장이 서울에 왔다. 자매결연을 맺고, `삼릉로`를 `테헤란로`로 개명했다. 이로써 이란산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 테헤란로에 포스코센터가 섰다. 최근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이 가장 먼저 경제협력을 논의한 기업이 포스코. 인연과 신의를 소중히 여기는 이슬람국가의 미덕이 작동한 것이다.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택한 이란에 미국이 화끈하게 제재를 풀면서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가 10년만에 재가동 됐다. 우리는 이란산 원유를 2배 더 사고, 이란은 `원화결제시스템`을 유지한다. 한국화폐가 이란에서 통용되는 것이다. 또 이란은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높이 평가한다. 자동차, 섬유, 가전제품 등 다방면에서 합작해서 공동생산하자고 했다. 이란은 또 한국의 발전기술을 매우 탐낸다. 발전소 건설과 개보수, 승압, 송변전 시설 등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줄 것을 희망한다. 특히 해운협정을 체결해 이란 서쪽 걸프만의 항만에 한국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 이는 활기를 잃고 있는 `(주)영일만항`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연산 16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이란은 포스코와 첫손을 잡았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파이넥스공법과 독자 개발한 `쇳물을 굳히는 연주공정과 압연공정을 하나로 묶는` 친환경 신기술인 캠공정을 좋은 값에 사겠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포스코로서는 `희망의 빛`이다. 철강산업 기반이 약한 중동에 포스코와 계열사가 진출할 교두보를 만들었고, 철광석 자원이 풍부한 이란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할 수도 있다.포스코에너지는 한국전력과 함께 이란 부생가스발전소 건설과 담수화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우리 경제영토가 엄청 넓어졌다. 아직 `옛 꿈`을 못 깬 사회주의 국가 중국 시장에 연연할 것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4

정신과 진료

베토벤은 자신의 귓병을 끝까지 숨겼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차마 “내 귀가 점점 멀어져간다”는 고백을 하지 못했다. 음악가로서 청력이 망가지다니! 끝난 인생 아닌가?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점점 괴팍한 성격이 돼갔다.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니 신경질을 잘 냈고, 인간관계가 원만치 못하니 따돌림을 당했다. 심지어 형제들에게도 오해를 샀다. 동생은 “인격적으로 파탄난 형과 같이 살 수 없다”며 결별할 정도였다. 베토벤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지 않았다. “요양하라”는 내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시골로 갔고, `전원교향곡`을 남기기는 했지만 귀는 점점 더 나빠져갔다.`합창`을 쓸때는 완전히 귀가 멀었다. 그는 유언이 된 편지 한통을 동생에게 보내 비로소 `청력상실`을 고백하면서 오해를 풀어준다. 그는 `낭만주의 고전음악의 마침표`를 찍은 악성(樂聖)이지만 자신의 일생은 불행으로 채워졌다. 정신과 상담으로 문제를 풀었다면 달라질 수 있는 일생이었다.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정신질환을 달고 살았다. 미친듯이 작업을 하다가 지치면 발작증세가 나타났고, 그때 마다 가세박사를 찾아갔다. 동생 테오가 생활비와 그림도구를 지원해주고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주선했다. `작품활동과 정신과 진료`의 동행은 고흐의 숙명이었다. 고갱과의 갈등으로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르고, 권총으로 자기 가슴을 쏘아 일생을 마쳤지만, 훗날 그에게는 `천재화가`라는 찬사가 붙었다. 평생 안 팔리는 그림만 그렸지만, 그렇게 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정신과 진료 덕분이었다.세상이 점점 비인간화 돼가면서 정신심리질환자가 늘어난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화병이라는 질환 하나가 덧붙는다. 그런데도 정신과를 찾기 싫어한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란 꼬리표가 싫은 것이다. 정신질환을 방치하니 `제 자식을 때려죽인 자`들이 자꾸 생긴다.정부가 이제 동네 의원에도 정신과 진료를 시행하게 한다. 늦었지만 잘 한 조치다. 신체 질병보다 정신 질환이 훨씬 더 위험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3

반공(反共) 이철승

전북 전주고등학교와 고려대 정치학과를 나와 7선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13대 총선에서 낙선하자 미련 없이 정계를 떠나 반공 관련 사회단체를 이끌었던 소석(素石) 이철승 옹이 94세로 타계했다. 해방 직후 “한국은 독립국가를 꾸려갈 능력이 없으니 유엔이 신탁통치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날 때, 좌익 학생들은 “찬성!”을 외쳤으나, 그는 우익학생들을 이끌며 “반탁!”운동을 펼쳤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반공 포로 석방`이 마음에 들어 정계에 입문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시도하자 실망하고 결별했지만, “초대 대통령은 국부로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소석은 6·25 당시 피란 학생 3천명을 모아 학도의용군을 결성해 낙동강 전선에 투입했다. 전쟁이 끝난 후 전주에서 민의원에 당선했고, 박정희 정권에는 등을 돌렸지만 안보면에서는 보조를 함께 했다.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를 추진하자 야당 대표로서 미 상·하원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미군 철수는 북한의 적화통일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와 동행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우리는 그때 미국 대학교 기숙사에서 쪽잠을 자며 미 의원들을 만나러 다녔다. 이철승 대표는 진영논리를 떠나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자였다”고 술회했다.2003년 종북좌파들이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를 벌일 때 소석은 인천 자유공원에서 며칠 밤을 지새우며 동상을 지켰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켜 북의 적화통일 야욕을 무산시킨 맥아더 장군을 민족반역자로 몰아가는 세력과 이를 방관하는 노무현정권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반공은 그가 평생동안 지킨 신념이었다. “나의 많은 경력 중에서 전국학련 위원장으로 자유민주주의 건설에 기여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술회했던 그는 “통일이 돼 평양에서 냉면을 먹고, 평창올림픽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나라가 엄중한 이때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영면에 들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02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은 10년 넘게 탄생 못 하고 있는 `난산법`이다. 지난해 11월 IS가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를 벌이자 여당은 `테러방지법`을 다시 들고 나왔고, 북의 4차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가속도를 붙였다. 그러나 야당은 “국정원에 조사권을 줄 수 없다”며 태클을 걸었고, 국회의장이 긴급상황이라며 직권상정하자 `의사진행방해`로 맞서고 있다. 여당은 `국민안전법`이라 하고, 야당은 `전 국민 사찰법`이라 한다. 김정은이 “대남 테러에 역량을 집결하라” 명령을 내렸고, `청와대 첫 타격`을 공언하는데, 야당은 오불관언이다.미국의 필리버스터는 안건과 무관한 발언도 허용되기 때문에 성경책이나 전화번호부를 가져가 깡그리 읊어도 된다. 현재 공화당 대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2013년 9월 `건강보험 개혁안`을 막기 위해 21시간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동화책 `녹색 달걀과 햄`을 읽었다. 우리 국회법 102조는 `의제에 한정`이다. 그래서 이번에 의사진행방해에 나선 야당 의원들이 의제와 관계 없는 `세 모녀사건` `사드 배치와 중국` `현 정부 비판 논문` 등을 말할때 `여당 감시조`는 고함을 질렀다.변호사 2만명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단체 가운데 유일한 법정(法定)단체이고, 법무부나 국회가 법안을 발의할때 통상적으로 의견을 내왔다. 요청이 있든 없든, 법률전문가 집단으로서 당연한 의무라 여긴 것이다. 이번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는데, “이 법은 국가 안보 및 공공 안전은 물론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타당한 입법”이라고 했다. 또 “제7조에 인권보호관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하는 입법적 통제장치가 있다”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문재인 전 대표는 “힘내라!” 응원을 하는데, 김종인 대표는 쓰다달다 말이 없다. 그 `침묵의 의미`가 의미심장하다. “이번 총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텐데, 대놓고 말릴 수도 없고, 물갈이 대상자의 눈물시위인가?” 그런 뜻은 아닌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9

한국판 사드(THAAD)

중국이 요즘 자꾸 `과거`를 생각나게 한다. 세종대왕 시대의 한·중관계를 보여주는 TV사극 `장영실`이 방영되는 때라 그 굴욕의 역사가 더 생생하다. 왕의 등극은 물론 천문연구까지 승인을 받아야 했던 그 제후국의 서러움을 21세기 경제대국이 된 지금까지 반추해야 하는 역사적 운명이 한스럽다. 한국에 미국 사드를 배치하는 일을 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칼춤 공연을 하는 척하면서 유방을 죽이려 한다”는 삼국지의 일을 들어 시비를 걸더니, 주한 중국 대사도 야당 대표를 겁박했다. 1636년 청태종은 `조선 길들이기`에 나섰다. 인조(仁祖)는 남한산성에서 50여일을 버티다가 식량이 떨어져 항복을 했고, 11개조의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조선은 청에 대해 신하의 예를 행할 것” “왕의 장남과 차남과 대신의 아들을 볼모로 보낼 것” “성곽을 새로 쌓거나 보수하지 말 것” 등인데, 요즘 가장 뼈아프게 여겨지는 조항이 “성곽 보수 신축 금지” 항목이다. 조선이 자체 방어력을 키워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다.사드는 한국의 방어력을 보완하는 무기인데, 지금 중국정부는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한국을 아직 `병자호란때의 조선`으로 취급하는가 싶어 억장이 무너진다.사드 한국 배치문제를 놓고 중국은 미국과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려 하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힘으로 누르기`를 한다. 왕이 외교부장과 케리 미 국무장관 사이의 담판에서 케리 장관은 한 발 물러섰다. “중국이 북핵 제재에 적극 나선다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필요 없다. 사드 배치에 그리 급급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중국정부와 언론은 한국을 향해 “양국 관계는 한 순간에 파탄날 수 있다”며 경제제재로 협박했다. 그리고 국내 일부 학자는 “한·중관계가 무너지면 북한이 좋아할 것”이라며 “자존심 접고 참자” 한다.해법은 있다. `한국형 사드`를 우리 스스로 만들면 된다. 재력도 되고 기술도 확보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권국가의 합법적 자위권 행사를 두고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6

中의 판다외교

지금까지 중국은 백두산 호랑이 한 쌍과 따오기를 우리나라에 선물했고, 시진핑 주석은 오는 3월 판다 한 쌍을 보내기로 했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가 기르게 되는데, 섬진강변의 대나무를 매일 20㎏ 정도 먹인다. 판다는 남의 눈을 피해 늘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는데, `사육`되는 판다는 `구경거리`가 될 팔자라, 어쩔 수 없이 `적응훈련`을 받아 관광상품 노릇을 해야 한다. 중국은 13개국에 50마리 정도를 보냈는데, 북한에는 5마리나 선물했다. 보통은 한쌍이지만, 5 마리라면 `가장 중요한 국가`란 뜻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때 `판다 한쌍`을 약속하자 북한이 분통을 터트렸다. 사격훈련장의 사격지(紙)에 판다그림을 붙여놓고 총탄을 퍼부었다. 한국의 국방장관이나 미군 등이 주`표적`이지만, 중국 밉다고 판다를 사격했다. 한·중 관계가 잘 되는 것이 북으로서는 엄청 배가 아프다. 그래서 중국이 아무리 핵을 말려도 듣지 않는다.1972년 닉슨 미 대통령이 `링링·싱싱` 한쌍을 받아 동물원에 전시하자 구경꾼이 구름같이 몰렸다. 영국 히스 총리도 그것을 보고 “우리도 달라” 요청해서 받아갔고 두 나라 관계가 유화적으로 돌아갔다. 판다외교는 이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선물받은 판다가 죽기라도 하면 난처해진다. 일본과 중국이 센가쿠(다오위다오)문제로 갈등할 무렵, 일본에 온 판다가 새끼를 낳자, 도쿄 지사가 이름을 `센센`이나 `가쿠 가쿠`로 짓자고 해서 중국인들을 신경질 나게 만들었다. 판다를 선물받은 지도자들 중에서 바로 실각하는 경우도 많아 `판다의 저주`란 말도 생겼다.중국은 한국에 미군 사드가 오는 것을 두고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반대의사를 전하고 있다. 자기들은 흑룡강성 쌍압산 부근에 대형 레이더를 배치해 한반도를 감시하면서, 한국이 방어망을 보완하는 것을 격렬히 저지한다.이 즈음에 오는 판다는 외교상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계속 오만을 부리면 “판다 보내지 말라” 통고할 수도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5

폐쇄체제의 약점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 형님동생하는 사이였다. `정치광신도`를 만들어 가는 체제가 같았다. 그러나 폐쇄·통제·공포정치는 오래 가지 못 했다. 국민들이 자각을 하게 되면서 시민혁명에 의해 1989년 12월 25일 차우셰스쿠 부부는 총살을 당했고 그 시체는 겨울 길바닥에서 얼었다. 북한의 한 외교관이 그 꼴을 보고 무심히 한 마디 내뱉었다. “김일성 주석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 그 말은 고자질꾼에 의해 바로 북한 당국의 귀에 들어갔고, 그는 서둘러 탈북을 해야 했다. 그가 바로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고영환씨다. 수시로 TV에 나와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는 그에게 최근 북한 정찰총국이 암살지령을 내렸다.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제정, 매년 2400만 달러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탈북자를 돕는 단체나 개인에게 200만 달러, 북한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프로그램 활성화에 200만 달러, `미국의 소리 방송`과 `자유아시아 방송` 지원에 200만 달러를 지출할 수 있게 됐다. 일본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11년이 넘도록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북한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을 염려하는 세력들이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최근 연간 1천만 달러를 `북한 인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지출키로 했다.정보통제와 거짓말과 강압으로 통치하는 정치체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실상 정보`이다. 외부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북한 집권층이 무슨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유와 법치가 무엇인지,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번영하고 있는지, 자신들이 얼마나 속고 살아왔는지 등등을 알 수 있도록 DVD, MP3, 휴대폰, 태블릿 등을 제공하고, 한국의 뉴스와 영화, 연속극, `소녀시대 공연` 등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이런 실상정보는 일부 고위 부유층만 접했으나, 차츰 일반 인민들도 널리 누리게 되면, `제2의 차우셰스쿠`도 가능하지 않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4

언어 통일

남북 분단 70년에 달라진 것은 정치이념뿐 아니라 언어 또한 `남`이 돼버렸다. 한국은 `표준어`를 제정했고 북한은 `문화어`를 만들었는데 문화어 속에는 북한 각 지역의 사투리들과 `김일성이 즐겨 쓰는 말`이 상당수 포함돼 애당초 `다름`은 불가피했다. 평안도지역의 말은 그래도 제법 알아듣지만 함경도 말은 완전 외국어가 돼버렸다. 과거 삼국시대에도 3가지 언어가 있었는데, 지금도 한국말·제주도말·북한말이 다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을때 가장 먼저 한 일이 `언어통일`이었다. 지금 북한궤멸론이 나오고 있고 국제사회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언어는 민족혼을 담는 그릇이라 잘 보존할 필요가 있다.수학에서 `부등식`을 `안같기식`, `유턴`을 `까부치`, `반비례`를 `거꿀비례`, `정수`를 `옹근수`, `살이 빠지다`를 `살이 까지다`, `피자`를 `종합지짐`, `서비스`를 `싹발이`, `지수`를 `어깨수`, `화장실`을 `위생실`, `도시락`을 `곽밥`으로 쓰는 등 달라진 말이 많다.해마다 탈북 학생들이 늘어나는데, 이들은 교실에서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북한 출신 탈북 학생`들은 그래도 절반 정도는 이해하지만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한국에 온 `북한인 학생`들은 한국어 학습이 전혀 안 돼 있어서 `완전 외국인`이다.교육부는 이런 `학습 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해마다 계획을 세워 지원사업을 해오고 있다. 만화나 동화 같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한국 표준어` 를 가르치고, `역할극`을 통해 현실감을 높이고`북·남 사전`을 만들어 공부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의 뉘앙스를 체득하게 한다.또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중국 출생` 학생들을 위해서는 `중국어 2중언어 강사`를 배치한다.북한언어 속에는 중국어나 러시아어가 많이 들어 있고 한국어에는 영어와 일본식 단어가 외래어란 이름으로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방국 언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한데 탈북인들을 위한 영어교육 또한 긴요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3

저효율·고비용·부패

한국 공공(公共)인력의 고비용·저효율이 심각하다. 공직자의 경쟁력은 민간에 비해 많이 떨어지면서 임금은 더 받아간다. 임금은 OECD국가 중 2위인데 능력은 평균을 밑돈다. 이주호 KDI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 공공인력 역량에 대한 실증 분석`에 의하면 “핵심 정보처리 역량항목인 `언어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 이 떨어지니,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약체 정부를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45~54세 사이 공직자가 문제인데, 점수가 일본보다 20점 낮았고, 민간보다는 40점 이상 떨어졌다. 다만 25~34세 사이의 공직자만 평균을 윗돌았다.그러나 임금은 민간보다 25.1%나 높고 23개국 중 2위였다. 1위는 키프로스. 민간기업은 철저히 능력·성과 위주로 승진·승급이 이뤄지지만, 공공부문의 경우 `세월만 가면 자동으로` 봉급이 올라가고 승진하는 `호봉제`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한다. 해마다 적자가 쌓이고 성과는 전혀 없는데 태연히 `성과급`을 받아간다. 임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 습관적으로 반대 시위·파업을 벌여 봉급을 올리다 보니 억대 연봉자가 흔하다. 민간기업이 이랬다가는 망하기 바쁘겠지만, 공공기관 임원자리는 `선거 전리품`이라 `신(神)도 부러워할 직장`이 돼간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저효율·고비용 공공기관은 아마 국회일 것이다. 한국 공공기관의 공통점이 “똑똑한 사람이 들어가서 멍청이 되는 곳”이다. 예산안이나 각종 법안들은 내내 미루다가 막바지에 가서 `일괄·졸속`으로 무더기 통과시킨다. `북한인권법`이나 `테러방지법` 등 북한이 관련된 법안의 경우, 야당은 갖은 구실을 다 갖다 붙이며 발목을 잡는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법안은 항상 그렇다.서울시 공무원들의 甲질은 기가 찬다. 1인당 20만원짜리 식사를 가족들과 공짜로 즐기고, 수천만원을 써가며 해외여행을 다닌다. 1천원만 받아도 처벌한다는 `박원순법`은 간데없다. 고비용·저효율에 `부패`까지 겸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