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화합과 세계 평화”란 말을 담는 것이 역대 미 대통령 취임연설의 공식인데, 트럼프의 연설 속에는 `살육` `탈취` `황폐` 같은 단어가 난무한다. 조선왕조실록은 허균을 일컬어 “시대의 한 괴물”이라 썼지만 미국 정치사도 그런 표현을 쓸 것같다.
“트럼프와 언론간의 대립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것이 관심사. 우리나라의 사정과 매우 비슷하다. 그는 취임 전부터 언론인을 가리켜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 했는데, 앞으로도 대립각은 쭉 이어질 조짐이다.
언론들은 오바마 취임식과 트럼프의 취임식에 모인 인파를 비교 보도해서 그의 심사를 몹시 긁어놓는다. 또 그의 취임사를 두고 “희망 대신 분열을 조장했다. 자유 정의 평화 대신 실망만 담겼다. 연설에 품위가 없을 뿐 아니라, 충격적일 정도로 역사에 무관심했다”라 썼다.
역사는 분명 그를 부정적으로 기술할 것이란 경고였다.
취임식이 열리던 날 워싱턴광장에는 `빨간모자`들이 모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쓰여진 모자였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분홍색 털모자`들이 대거 모였다. 여성들이 주축이 된 반(反)트럼프 시위대였다. 그들은 “트럼프 물러가라!” “저항하라!” “벽을 쌓지 말고 다리를 만들어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행진하다가 트럼프호텔 앞에 던져놓았다.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는 시위대를 향해 “폭압의 새 시대를 거부하고 저항한다”란 연설을 했고, 여성운동가와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나와서 “증오와 분열의 세력이 권력을 이양받았다. 우리의 단결된 힘은 그들을 박멸할 것” 이라 했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촛불민심`과 `태극민심`이 대립한다. 대권주자들은 `국가` 보다 `정권`에 매몰돼 있다. 표를 위해서는 의리 절개 소신 모두 버린다. 민심을 둘로 쪼개는 일에 열심이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없는가.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