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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맷집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2-06 02:01 게재일 2017-0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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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는 소설 `1984`가 폭발적으로 팔린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작품이다. 빅 브러더라는 독재자가 국민을 철저히 감시하고, 여론을 멋대로 조작하고, 무자비한 강압으로 통치를 한다. 나라에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웃는 자는 처벌을 받고, 독재자가 웃을 때 우울한 표정을 지어도 잡혀간다. 트럼프 취임 후 1주일간 이 책 판매량은 무려 9천500%나 늘었다. 덩달아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가 미국을 통치하는 풍자 소설도 잘 팔린다.

트럼프가 이슬람 국가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IS가 살 판 났다”는 소리가 높다. IS는 지금 거의 궤멸상태다. 지배하던 영토의 4분의 1을 잃었다. 이라크 모슬은 함락 직전이고, 시리아의 주요 도시에서 쫓겨났다. 지난해 지도자급 180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지금 이슬람 국가들 전부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취급하는 정책 때문에 이슬람 국가들이 분개해 뭉치고, 따라서 IS도 세를 규합할 기력을 얻게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의 적은 테러집단일 뿐, 이슬람 국가들은 다 친구”임을 누누히 강조했지만 지금은 “트럼프는 이슬람과 제2차 십자군전쟁을 벌일 참이냐”한다.

영국 메이 총리는 여왕의 뜻을 받들어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했으나 의회 원로 의원들은 “지금 이 정부는 파시스트와 손을 잡으려 한다. 트럼프는 히틀러와 같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으로 얻을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고, 의회 원로 의원들은 히틀러가 벌인 세계대전 때문에 죽을 뻔한 과거를 잊지 못한다.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듣고, 법원도 반(反)트럼프 판결을 내리고, 미국 기업들은 반트럼프 시위에 뒷돈을 댄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눈도 끔쩍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내 갈 길을 간다는 배짱이다. 특히 그의 정책에 동조하는 `샤이 트럼프`가 57%라는 것을 내세운다. 친 정부 언론들에는 “트럼프의 정책에 희열을 느낀다”는 독자 투고가 이어진다. 정치를 하려면 이 정도 `맷집`은 갖춰야 하는 모양.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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