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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밀월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2-09 02:01 게재일 2017-02-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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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소련 외교장관이 만났다. 화해를 위한 회담이었다. 미국 장관이 말했다. “이리 마르신 장관을 보니 소련의 식량 사정이 아주 안 좋은 모양입니다” 마르고 왜소한 소련 대표는 뚱뚱한 미국 대표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소련 식량난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이제 알겠군요” 물론 유머 한 토막이지만 냉전시대의 회담이란 흔히 이렇게 말대포만 쏘다가 끝났다. 미국 유머 작가들은 소련 KGB를 열심히 들볶았다. 소련 고고학자들이 미라 한 구를 발굴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KGB가 와서 미라를 가져가더니 며칠 후 “나이, 성별, 연도를 다 알았다”는 연락이 왔다.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자백을 받아냈다구”

그랬었던 미국과 소련인데, 지금 완전 딴판으로 변했다.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다. IS와 싸워주니 미국의 군사비 절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MC가 “러시아는 2000년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그를 비판하는 언론인 20여 명이 암살됐고, 국제인권 단체는 푸틴을 그 배후라 본다. 그런데도 존경하느냐” 하자 그는 “미국도 그리 결백한 나라가 아니다. 이라크 전쟁 때 많은 사람을 죽였다. 살인자는 수 없이 많다”며 줄곧 푸틴을 옹호했다.

같은 공화당인 매코널 상원의원은 “푸틴은 전직 KGB 정보요원이며 깡패고 제대로 된 선거를 거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번에는 해킹으로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그 외에도 여러 정객들이 그를 나무란다.“역대 어떤 대통령도 자기 나라를 이렇게 난도질하지 않았다” “미국의 정당들은 반대당원이나 기자를 독살하거나 총살한 예가 없다” “트럼프는 미국의 도덕 수준을 러시아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익이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것이 장삿꾼이라 과거의 원한·악연 같은 것이 문제될 리 없다. 그러니 외교는 `상거래`와 다르다. 위안부, 사드 등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 양보란 바로 굴종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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