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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저항 문학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2-14 02:01 게재일 2017-0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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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에는 `작가동맹`이란 공조직이 있다. 동맹원이 돼야 문학인 대우를 받고 국가가 월급을 준다. 이 동맹에 들어가기는 엄청 어렵다. 작품의 질은 물론 출신성분, 충성심 등을 심사 받는다. 경쟁률은 거의 살인적이다. 작가에도 `급`이 있어서 1급은 최고 월급을 받는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장관급이다. 이들은 모택동의 `문예강화`가 제시한 “문학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란 강령에 따라 작품활동을 한다.

북한에 `반디`란 암호명 같은 필명을 쓰는 시인 겸 소설가가 있다. 그는 평양 인근에 살고 있다는 것, 작가동맹원 중 중량급이라는 것, 반체제 저항 문학인이란 것, 탈북자 편에 원고를 밀반출시켜 자유세계에서 작품집을 내고 있다는 것 등이 알려져 있을뿐 본명·나이·얼굴·가족관계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시꺼먼 갱지에 연필로 눌러 쓴 작품 원고를 외부세계에 유출시키는데 “북한 내부에도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는 저항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자유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따기꾼(소매치기)의 칼날에 낟알짐 찢긴/녀인의 통곡소리 내 가슴도 찍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굳어진 거지 시체 밟고 넘으며/생활전선 대군이 아우성치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악사천리 피눈물에 절고 절어서/콩크리트 바닥조차 원한을 품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 (`신성천역` 전문)

“이 도적놈 저 도적놈 그 중에도 왕도적은/배뚱뚱이 김부자놈 천하 제일 명적이라/온 나라의 공장 농촌 한엉치에 깔고 앉아/백주에도 뚝뚝 뜯어 제 맘대로 탕진한다” (`오적타령` 전문)

`반디`가 보낸 시 원고가 올 3월 말께 출간될 것이라 한다. 그는 2014년에도 소설 원고를 탈북자 편에 유출시켜 `고발`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했으며 20개국에서 번역 출판돼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려지기도 했다. 최근 탈북자들의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창작집이 나왔다. 2015년에 첫 권을 낸 지 두번째다. `지옥에서 보낸 메시지` 같은 내용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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