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반디`란 암호명 같은 필명을 쓰는 시인 겸 소설가가 있다. 그는 평양 인근에 살고 있다는 것, 작가동맹원 중 중량급이라는 것, 반체제 저항 문학인이란 것, 탈북자 편에 원고를 밀반출시켜 자유세계에서 작품집을 내고 있다는 것 등이 알려져 있을뿐 본명·나이·얼굴·가족관계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시꺼먼 갱지에 연필로 눌러 쓴 작품 원고를 외부세계에 유출시키는데 “북한 내부에도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는 저항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자유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
“따기꾼(소매치기)의 칼날에 낟알짐 찢긴/녀인의 통곡소리 내 가슴도 찍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굳어진 거지 시체 밟고 넘으며/생활전선 대군이 아우성치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악사천리 피눈물에 절고 절어서/콩크리트 바닥조차 원한을 품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 (`신성천역` 전문)
“이 도적놈 저 도적놈 그 중에도 왕도적은/배뚱뚱이 김부자놈 천하 제일 명적이라/온 나라의 공장 농촌 한엉치에 깔고 앉아/백주에도 뚝뚝 뜯어 제 맘대로 탕진한다” (`오적타령` 전문)
`반디`가 보낸 시 원고가 올 3월 말께 출간될 것이라 한다. 그는 2014년에도 소설 원고를 탈북자 편에 유출시켜 `고발`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했으며 20개국에서 번역 출판돼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려지기도 했다. 최근 탈북자들의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창작집이 나왔다. 2015년에 첫 권을 낸 지 두번째다. `지옥에서 보낸 메시지` 같은 내용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