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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띠해의 소망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1-31 02:01 게재일 2017-01-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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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가 북간도 광활한 광야를 바라보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고, 먼 훗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그 해방의 노래를 목놓아 부르게 하고 싶다는 뜻이 `광야`에 담겨 있다. 한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시인의 기개가 `닭 우는 소리`와 함께 펼쳐진다.

양력 1월 28일이 음력 1월 1일 설날이고, 정유(丁酉)년 닭띠해가 시작된다. 이 `설날`은 구박도 많이 받았다. 신정(新正)바람이 거세게 불어 “2중과세 맙시다” 양력설 쇠기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설날은 우리 고유 명절이니 없앨 수 없다” 해서 간신히 목숨을 보전, 지금 `2중과세`가 합법화되었고 양력설이든 음력설이든 택일할 수 있다.

12간지 중에서 날개 달린 동물은 닭 하나 뿐이다. 띠 속에 들어 있는 동물들은 다들 덕(德)을 가졌는데, 닭에는 다섯가지 덕이 있다. 머리에 벼슬(官)이 붙었으니 문(文)이요, 굳센 발톱을 가졌으니 무(武), 적을 만나면 용감히 싸우니 용(勇), 먹이를 발견하면 무리에게 알리니 인(仁), 변함 없이 새벽을 알리니 신(信)이다.

닭은 그림속에 잘 등장한다. 맨드라미와 장닭을 함께 그리면 “고속 출세하라”는 뜻이고, 모란꽃과 같이 그리면 부귀공명을 기원하고, 호랑이와 함께 있으면 잡귀신을 쫓아내며 복을 부르고, 어미닭과 많은 병아리를 그리면 “시집 가서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기원이다. 암탉은 1년에 알을 300개 가량 낳으니, 전통 초례상에는 반드시 장닭·암탉이 놓여진다.

본격적인 정유년 닭띠해가 시작되었다. 지금의 이 국정혼란이 하루 빨리 소멸하고 안정을 찾았으면 한다. 닭의 5덕이 잘 발휘되어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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