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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권위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7-01-03 02:01 게재일 2017-0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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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지금까지 32개국으로 못박아 왔다. 그러나 인파티노 회장은 2026년부터 48개국으로 늘릴 방침을 굳혔다. 중국·인도 같은 축구변방국들을 대거 본선에 진출케 하려는 것인데, 그 속내는 돈 때문이다. 축구는 못하지만 돈은 많은 나라들을 본선에 진출시키면 FIFA의 수입은 약 20%(1조2천억원) 불어난다. 스폰서가 더 붙고 중계료를 더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침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월드컵의 권위`에 심각한 손상이 간다는 것이고 “일시에 황금을 더 얻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이란 것이다. 실력 형편 없는 팀들이 본선에 올라오면, 월드컵 경기장은 코미디 경연장이 될 것이다.

이같은 FIFA의 변화 움직임은 중국의 `황사 머니` 때문. 중국은 지금 유럽과 중남미 선수들을 대거 영입중이다.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을 약속한다. 중국 프로축구 `상하이 상강`은 이적료 6천만 파운드(약 890억원), 연봉 2천만 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고 있는 오스카르(25·브라질)를 뽑아왔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호날두(31)를 영입하려고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했다. 이적료 3억 유로(약 3천798억원)와 연봉 1억유로를 약속한 것인데, 이 금액은 호날두가 지금까지 받은 연봉의 4.5배에 달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거절 발언이다. “나에게는 레알 마드리드가 인생 그 자체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중앙아프리카 르완다 축구협회는 `축구의 권위`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주술의식이나 주술행위를 하는 팀에게는 적잖은 벌금을 물리고 승점 3점을 삭감하겠다는 것. 전통적으로 주술을 잘 믿는 아프리카에서는 축구골대 밑에 주물(呪物)을 잘 묻는데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성수(聖水)를 공수해 와서 골대 밑에 뿌리는 유럽 팀도 있었다. 이런 행위들이 월드컵의 권위를 깎는 일인지, 재미를 더하는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돈재주`보다 오히려`주술`이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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