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범죄가 많아 교도소가 늘 초만원인 필리핀이라 “내가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내에 범죄를 근절시키겠다”란 공약이 제대로 먹혔다. 권력자들과 범죄자들이 연결돼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그가 거칠게 나올 수록 막말이 심할 수록 “저 정도로 화끈해야 돼”라며 더 열광한다. `똥을 치우는데는 똥차가 제격`이란 것. `점잖은 기성 정치인`들에 실망하다가 이제 “신물이 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미국 발 `트럼프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 나타난다. 종교인들은 이를 `종말적 현상`이라 할 지 모른다.
브라질에서도 볼소나루 의원이 저질적 막말로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준다.
“내 아들이 만약 게이라면, 나가 죽어라! 소리칠 것이다. 아이티에서 온 여자들은 씻지도 않고 몸을 판다. 병균을 퍼트리는 인간들!”이라며 여성·동성애자·이민자를 비하하는 독설이 오히려 인기를 얻는다. 기존의 정치관행을 거부하는 `상승기류`를 탄 것이다. 스페인에서도 “기득권층을 무너뜨리자” 외치며, 신생 정당이 `분노하는 민심`을 십분 이용해 기존 정당을 압도한다.
트럼프는 주류 언론, 지식인 등 기존의 엘리트들을 사정없이 공격하고, 분노에 부화뇌동함으로써 성공했고, 그 `분노의 정치`는 유럽으로 건너가더니 이제 세상을 뒤덮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총선때 이미 맛을 보였다. 대선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