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은피아`시대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17 02:01 게재일 2016-05-17 19면
스크랩버튼
임종률 금융위원장이 금융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앉혀놓고 말했다. “나방이 누에고치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쓸 때 안쓰럽다고 구멍을 넓혀주면 그 나방은 내내 날지 못한다.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온 힘을 쏟아붓는 과정을 거쳐야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철쭉은 한 겨울 바깥에서 찬바람을 쐬야 훌륭한 꽃을 피운다. 시련을 이겨내야 좋은 결실이 맺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데, 우리나라에는 그 `시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름길`을 가는 편법 때문에 `관피아` `정피아`가 생기고 다시 `은피아`가 생겼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은 적자가 쌓이는데도 해마다 임직원들 봉급을 올려주었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었다. 국책은행들은 `정부실세`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노후보장책이었다. MB정권시절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장으로 갔고 진동수, 김동수, 김용환 등 관료들도 수출입은행장을 지냈으며 지금 이동걸 산은 행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도 정부 실세 낙하산이다. 이들이 은행장을 맡는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국책은행들은 부실기업을 자꾸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 50개였던 산은 자회사는 현재 132곳으로 불어났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조선·해운사들을 국민세금으로 먹여살렸다. 나방이 자신의 침으로 고치를 녹여 구멍을 넓히며 힘들게 빠져나오게 두지 않고 `구제금융`을 퍼부어 자생력을 잃게 만들다가 문제가 커지자 “돈찍어 주어 구조조정을 돕자”한다. 국책은행들이 자회사의 부실을 계속 키워온 이유가 있었다. 정부 고위관료들은 은행장으로 낙하하고, 은행 임직원들은 자회사에 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산은 퇴직 임직원 48명 전원이 자회사로 갔고, 수은에서도 6명이 내려갔다.

국민혈세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흡혈모기나 흡혈박쥐 같은 `은피아`가 부실과 방만을 키웠으니 지금 `스스로 날 수 있는 나방`은 없다. “국민 피 빨아 끼리끼리 나눠먹은 자들부터 처단하라” 국민 절규가 나오는 이유다.

/서동훈(칼럼니스트)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