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까지 일본의 조선업은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였지만, 80년에 들면서 일본정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0개였던 조선업이 20개로 줄었다. 정부가 주도한 획일적인 쳐내기였다. 그 무렵 한국은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고, 단연 1위에 올라섰는데, 일본은 중국에도 밀려 3위에 머물러 있다. 중앙은행이 맥 없이 정부와 의회에 끌려간 결과였다. 우리 한국은행은 미국과 일본의 두 사례를 참고하면서 3대 조선업을 `요리`하고 있는 것같다. 정부와 정당들은 서로를 향해 “양적완화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것같다”고 공박한다. 그것은 `다들 잘 모른다`는 뜻이고, 책임지고 주도해 갈 능력과 지식이 없다는 말이다.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한국 조선업의 산 증인인데 “구조조정 그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해주거나 합종연횡을 주도하지만 않으면 된다. 시장에 맡겨 각자 생존력을 찾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장 큰 이유지만, 우리가 세계1위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바뀌면서 혁신을 게을리한 탓”이라 했다. 조선업은 기술집약산업인데, 신기술·신상품 개발 같은 `혁신`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조선업계 귀족노조의 철없는 요구나, 정부의 재촉이나, 국회의 메뚜기식 훈수에 말리지 않고 한국은행이 소신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