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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주 APEC 이후, 포항이 나아갈 길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경주 APEC 의장국인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경주가 부럽다. ‘회의는 경주에서 축제는 포항에서’ 준비 못 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20년 전,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서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적 도시로 새롭게 도약했다. 그 행사를 통해 부산은 ‘국제 해양도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관광·물류·컨벤션 산업이 급속히 성장했다. 이번 경주 APEC 또한 천년고도 경주를 세계 속의 도시로 우뚝 세우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APEC 이후,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같은 전통문화의 상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인의 발길이 이어지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며, 경주의 숙박과 교통, 문화시설은 물론 인근 지역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포항의 역할과 기회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은 경주 중심의 준비 분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때가 아니다. 경주 APEC 이후 몰려올 관광객들의 동선을 분석하고, 포항의 독자적 자원을 결합해 ‘경주-포항 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포항은 경주가 갖지 못한 해양과 첨단산업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푸른 동해와 영일만, 호미곶, 그리고 포스코와 포스텍, 연구단지가 상징하는 첨단과학의 도시라는 이미지까지 - 이 두 축을 잘 엮어내면, 포항은 ‘해양문화와 첨단과학이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주의 문화유산 관광객이 포항의 해양레저 체험이나 첨단과학투어, 블루이코노미 산업관광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KTX, 동해선,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이미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두 도시 간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 이제 포항은 ‘APEC이 경주에서 열리니까 우리 일은 아니다’가 아니라, ‘APEC은 경주에서 열리지만, 그 혜택은 포항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광 안내, 숙박 연계, 해양 축제, 식도락 코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조기에 준비해야 한다. 부산이 APEC 이후 국제회의 도시로 성장했듯이, 경주와 포항이 함께 손잡는다면 ‘문화와 산업,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동해안의 쌍두마차’’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경주의 문화가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포항의 바다가 그들을 맞이하는 그림, 그것이 우리가 준비해야 할 비전이다. 경주 APEC은 경주의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동해안 시대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포항이 세계 속의 도시로 도약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야말로 포항이 스스로의 강점을 살려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0-30

정말 모르고 있나

요즘 우리 나이 때 사람들의 카톡 프로필을 보면 전부 손주 사진으로 도배를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니 보고 또 보는 것을 넘어 돈 만 원을 주고서라도 손주 자랑을 하고 싶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우리가 손주만을 바라보면서 그저 “귀엽다”라는 마음으로 한정되어 있고 젊은 부모들의 육아 전쟁은 실로 엄청나게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현실은 갑갑하다. 그래서 함부로 결혼하라느니, 애를 낳으라는 말을 못 한다. 언제까지 이런 현상을 두고만 볼 것인지 엉뚱한 정쟁만 늘어놓는 정치권만 맥 놓고 바라만 본다. ‘위대한 고전’이란 말이 있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인용되어 실제로는 읽지 않았음에도 마치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거나, 정말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책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책이 맬서스의 ‘인구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같은 책들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세상 사람들이 말하길 “누구나 그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읽은 이는 거의 없는 위대한 고전”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에 나오는 단 하나의 문장은 정말 또렷이 기억한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서로 죽이거나, 병들어 죽게 된다는 이론이다. 즉 다시 정리해서 말하면 맬서스의 인구문제 제기는 식량이 부족하기 전에 인구 조절을 하자는 의도가 아니라 그 해결이 불가능하므로 정치적 해결방안조차 필요 없고 구호의 손길조차 끊어 하층민들이 죽거나 살거나 그냥 내버려 두라는 이론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 많이 낳는 게 효(孝)라는 농경 사회 인식이 팽배했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사회가 안정되자, 그동안 미뤄졌던 결혼과 출산이 한꺼번에 일어나 연간 약 80만~100만 명이 태어난다. 소위 말하는 ‘ 베이비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58년 개띠가 약 90만 명 태어나기도 했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깜짝 놀란 정부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인용하면서 인구 억제 정책을 부랴부랴 내놓기 시작한다. 인구론을 교과서에까지 언급하면서 인구를 줄이고자 많은 정책을 쏟아 놓았다. 당시 정부는 인구폭증을 막기 위한 ‘가족 계획’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적게 낳아 훌륭히 기르자”, “둘도 많다”라는 포스터 구호를 우린 기억한다. 적극적인 피임 교육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갖다 부었다. 인구 증가로 인해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이 정책 입안자 머리에 팽배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지금은 인구 절벽이니 하면서 외국에선 한국이란 나라가 곧 없어질 것이라 예언할 정도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맬서스의 이론처럼 식량이 부족해서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서로 죽이거나, 병들어 죽게 되어 인구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뒤늦게 부랴부랴 저출산 억제 및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막대한 세금만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아기 울음소리는 자꾸 사라지고 노인네 기침 소리만 들린다. 정부는 우리 젊은이들이 애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노병철 수필가

2025-10-30

여성들의 학습력

은퇴해서도 여기저기서 강의 의뢰를 받는다. 학교에 있을 때도 종종 강연이나 특강도 한 터라 사회 강의가 낯설지 않다. 당시에는 주로 특정한 주제를 의뢰받고 많은 청중들이 모여 있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달라졌다. 어떤 기관이나 지자체의 의뢰나 지원을 받아 아카데미나 공부방을 개설해 두고 회원을 모집하는 강의가 대부분이다. 불러 주는 것이 고마워 어디든, 강의료가 얼마든 상관하지 않고 수락하여 가는 편이다. 며칠 전, 달성군 하빈면 육신사 수당정에서 낙빈서원 유교아카데미 강의를 했다. 성균관 주관 유교문화활성화사업으로 공모해 선정된 교육이었다. 매주 1회 4시간씩, 총 10주간의 교육 일정이었다. 나야 2회 총 4시간 정도의 강의만 하면 되지만 수강생들에겐 공부에 대한 보통 열의가 아니면 만만찮을 것 같은 일정과 주제였다. 강의실에 들어가 깜짝 놀랐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서원 강의를 두어 번 한 적 있는데, 기억엔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남성들이었기에 여기도 당연히 그러리라 지레짐작한 거였다. 두 시간 강의가 지루하다 여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수업에 열정적이었다. 여성 수강생의 질문 덕에 모처럼 재미있는 강의를 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내가 다닌 강의에는 여성 수강생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났다. 은퇴 후부터 올해까지 5년째 강의하는 경북도민행복대학이 있다. 김천의 경북보건대에서 운영하는 경상북도 지원 사업의 강좌였는데, 매년 1회씩 강의했다. 약 60명의 학습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었다. 바쁜 농번기임에도 결석이 많지 않을 정도로 수업에 열성이라는 얘기를 듣고 감동한 적이 있다. 안동의 내방가사전승보존회가 운영하는 안동시 지원사업인 내방가사공부방에도 매 해 몇 차례 특강을 간다. 연령대가 다양한 여성들 20여 명이 넓지 않은 교실에 빼곡하게 앉아계시다가 내가 들어가면 그리도 반기실 수 없다. 90대 어르신부터 50대 비교적 젊은 여성들까지, 안동뿐만 아니라 예천, 청송, 영천, 영주 등 인근 도시에서 원거리 마다하지 않고 참석하는 수강생들이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에 집중하시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한 시간 강의하고 나면 진이 빠질 정도지만 손뼉 치며 호응을 잘해 주셔서 매번 보람을 느끼게 된다. 내가 안동의 공부방에 강의하러 갈 때 함께 가는, 대구의 열혈수강생들이 몇 있었다. 그야말로 내방가사 찐팬들이었다. 이따금 참석하게 되다 보니 내방가사 강의에 늘 목말라하는 분들이었다.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대구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찾자고 상의했다. 6월 안동을 다녀온 다음 주 바로 실행에 옮겼다. 수업 장소를 카페로 정했다. 그 후 이 카페 저 카페 전전하면서 여러 차례 수업했다. 강의 자료 등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여 마치 특별반 학생을 가르치는 것 같은 마음 자세로 강의했다. 수업 전후 식사를 같이하면서 나눈 담소도 내방가사가 주제였다. 이 시대 여성들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가 만만찮으니 더없이 고맙고 반갑다. 노소 구별 없이 수업 내용의 수준에 상관없이 공부하는 이 시대 여성들을 지지한다.

2025-10-30

‘RE100’ 수출 생존의 조건…포항시·포스코 대응 전략 있나

전 세계 기업들이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이니셔티브에 속속 합류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한 수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전력 사용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이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애플·구글·BMW·볼보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도 RE100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친환경 선언이 아니라 계약의 전제 조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 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에서 RE100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 셈이다. 수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행하지 못하면 공급망에서 제외되고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발전 단가가 높고 입지 여건도 까다롭다 보니 기업이 자력으로 RE100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부담을 떠안는 곳이 바로 제조업 중심의 수출 거점이다. 포항도 이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포항에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및 2차전지 관련 산업이 밀집해 있다. 포항의 산업 구조 자체가 전력 다소비형이기 때문에 RE100 이행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이미 탄소중립을 기업 전략으로 내세우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확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지역 차원의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글로벌 기업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자가발전, PPA(전력구매계약), REC(재생에너지 인증서), 녹색 프리미엄 등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도 활용 폭이 좁고 절차도 복잡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 포항시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RE100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지역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철강산업 중심의 포항은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한 ‘기업 몫’이 아니라 지자체 차원의 에너지 전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PPA·REC 거래 구조를 촉진하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 됐다. 관건은 포스코의 기술적 대응과 별개로 포항시가 지역 차원의 ‘RE100 지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느냐 여부다. 공업용수 문제 처럼 에너지전환도 지역의 산업 생존과 직결되는 인프라 과제인 만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RE100은 더 이상 선언이나 캠페인이 아니고 글로벌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입장권’이다. 포항시와 지역기업이 이 흐름을 제때 따라가지 못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철강도시 포항의 존재감도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선언’이 아니라 실행 전략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2025-10-30

트럼프와 신라 금관

선택된 한 인간이 왕이 되어 신(神)과 하늘을 대신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백성을 거느렸던 고대 왕국. 금관(金冠)은 바로 그 왕이 머리에 올린 집중된 권력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2000여 년 전 태동한 신라는 ‘황금의 나라’로 불렸다. 금을 세공하는 기술이 당시 존재했던 지구 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났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 통치자에게 바칠 미학적으로 빼어난 금관을 만들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탐사·발굴을 통해 신라 왕들의 무덤에서 몇 개의 금관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지금까지 찾아낸 고대 왕국의 금관은 세계를 통틀어도 10여 개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절반이 신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금관이다. 희소성으로 인해 금은 수천 년 전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금에 대한 욕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대를 지나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선 금을 약탈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약소국을 점령한 제국주의 국가는 가장 먼저 식민지의 금을 제 나라로 실어 날랐다. 귀한 금으로 만들어진 얼마 되지 않는 고대 금관은 좋건 싫건 인류의 주요 문화유산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주를 찾았다. 경주는 ‘황금왕국’ 신라의 옛 도읍이다. 한국 대통령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선물로 신라 금관 모형을 전달했고, 크게 기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을 각종 황금 장식물로 꾸밀 만큼 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모형이지만 신라 금관은 그에게 맞춤한 선물이 될 것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30

조공인가 협력인가

‘조공(朝貢)’은 먼 옛날 이야기로만 들린다. 그럼에도 강대국과 약소국 간 힘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한, 조공의 논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황제가 주변국의 충성을 공물로 확인하던 질서는 형식과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동안 한국에 방위비를 내라던 장면은 현대적 변주였다. 동맹을 거래로 바꾸었고 안보를 상품으로 정산하려 했다. ‘우리가 지켜주니 대가를 내라’는 언사는 동맹의 언어라기보다 제국의 언어가 아닌가. 냉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온 자유주의적 질서 속에서 ‘동맹’은 신뢰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세계관에서 동맹은 ‘보호받는 고객’일 뿐이다. 그에게는 한국이 내는 돈이 조공과 다르지 않았다. 분담의 협력 대신 복종의 표시가 외교의 기준이 되었다. 조공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라 위계의 상징이다. 방위비 협상을 통해 한국의 충성을 시험하고, 그 시험을 통과할 때만 ‘공정한 거래’라 부르려 한다. 오늘의 한미관계를 옛적의 조공체제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한국은 독립된 민주국가이고, 미군주둔은 상호 방위조약에 근거한다. 그래도 관계의 심층바닥에는 여전히 힘의 불균형이 놓여 있다. 한국은 ‘기여금’이라 부르고 싶지만 미국은 이를 ‘분담금’이라 부른다. 단어의 해석과 무게의 차이에는 외교질서의 위계가 살아있다. 그들의 요구는 금전협상이 아니라 권력시험인 셈이다. 한국사회가 ‘동맹은 동등하다’고 외치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말할수록 조공체제의 줄타기처럼 보였다. 한쪽에는 새로운 중화가 있고 다른 켠에는 구미제국이 있다. 우리는 지금도 어느 쪽에 먼저 절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같은 형태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오늘의 조공은 조공이 아닌 듯 포장된다. 외교문서는 ‘동맹강화’와 ‘상호이해’가 가득하다. 돈이 언어를 대신하고 힘이 정의를 가리면 관계는 본질적으로 예속이다. 진정한 자주는 군사적 독립 그 이상이다. 사고의 독립이며 스스로 가치를 지키는 정신의 독립이다. 구시대 조선은 명나라에 조공을 바치면서도 문화의 자존을 잃지 않았다. 오늘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것도 정신과 가치임에 틀림없다. 힘의 비대칭은 어쩔 수 없더라도 존엄한 가치의 비대칭은 피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내세워야 할 공물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품격이어야 한다. 마침 31~11월 1일 신라의 왕경 경주에서 APEC 정상회담이 열린다. 트럼프가 오고 시진핑이 온다. APEC 역내 이슈들이 다루어지고 정상들 간 현안들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 통상현안과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 줄다리기가 관심을 모은다. 북한의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날 것인지도 세간의 흥밋거리다. 복잡다기한 이익을 조정하기 위한 정상들 간 대화를 세상이 지켜본다. 신라의 자존이 살아있는 땅에서 열리는 의미를 살려야 한다. 중국도 미국도 대한민국을 가볍게 여길 수 없음을 확인해야 한다. 그들의 나라 안 사정이 어렵다고 우리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압박은 부적절하다. 부당한 압력에 당당한 대한민국을 세워야 한다. 조공체제를 당당하게 거부하고 공정한 협력관계를 이룩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2025-10-29

멀고 긴 밤-양동마을 설천정사(雪川精舍)에서

왜 읽는가 책이 묻는다 은하수는 어디로 흐르는가 밤이 묻는다 물살 같은 손금으로 책갈피에 남긴 침 자국 먼 바다 물결 소리 채집하여 소금꽃 피우듯 사람 사는 거 한 글자 한 글자 깨치며 먼 길 가듯 책이 묻는다 어찌 살 것인가. …… 양동마을은 경주에 속해 있지만 그 앞을 흐르는 형산강은 포항으로 이어진다. 또한 회재 이언적 선생의 묘소가 연일읍 달전리에 있으니 이 또한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각설하고, 양동마을의 파종손인 친구의 배려로 설천정사에서 혼자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해가 지면서 안강평야로 저녁 이내가 퍼지면서 풍경이 서서히 지워질 때 괜히 눈물이 났다. 지독하게 외로울 때가 필요한 법이다. 그날이 가장 서러운 날이었다. 그리고 혼자라서 지독하게 행복했다. 자신을 바로 보는 일은 어려운 법이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0-29

마음이 익어가는 계절

가을은 모여듦의 계절이다. 추석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고 여러 지역 축제마다 사람들이 찾아든다. 오늘 아침에 지인이 농사일을 돕기 위해 가족이 모여 있는 고향에 갔다고 연락했다. 잠시 후, 그가 손전화로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들판에는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였고, 탈곡기가 돌아가자 쌀알이 좌르륵 쏟아져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장독대 옆에는 크고 작은 호박들이 줄지어 앉아 가을볕을 쬐고 있는 정겨운 모습도 보였다. 사진을 들여다보는 내게 짙은 가을 향기가 무시로 전해졌다. 가을이란 단어는 ‘거두다’에서 왔다고 한다. 단어의 어원 속에는 이미 한 해의 눈길과 손길이 담겨 있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면 햇살과 바람 속에서 시간을 견뎌낸 뒤, 마침내 가을이 되어 열매를 거둔다. 사람의 그 행위는 이름을 얻었다.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의미를 얻는 순간이 바로 ‘가을’이 되는 것이리라. 봄이 초록빛 새싹을 틔워 우리의 눈을 열게 한다면, 가을은 손끝으로 알곡과 열매를 거두게 하여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가을이면 마을과 거리는 거둠의 손으로 가득 찬다. 들판에서 벼를 거두는 농부의 손끝, 밤송이를 주워 담는 아이의 손, 사과와 감을 바구니에 담는 아주머니의 손길까지. 그 손길이 모여 사람들의 축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을 축제에서 사람들은 송이버섯이나 풍기인삼, 사과를 사고, 전통 음식을 맛보며 다른 계절보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느낀다. 나는 가을 축제하면 언제나 학창 시절의 운동회가 떠오른다. 교문에서 들려오던 상인들의 외침, 만국기가 휘날리는 운동장,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모래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기 전에 신발끈을 고쳐 묶던 순간들, 아이들과 어른들의 왁자한 웃음소리. 모든 긴장과 설렘이 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 녹아 있었다. 그때의 운동회는 가족과 이웃이 모처럼 함께 어울리는 잔치였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이나 고모가 한마음으로 피붙이를 응원하고 이웃들도 구경삼아 왔다가 함께 경기에 참여했다. 콩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드리면 색색의 종이처럼 쏟아지던 함성소리,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청껏 외치던 응원소리가 푸른 가을 하늘을 흔들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여기저기 돗자리가 펼쳐졌다. 김밥과 과일, 삶은 달걀과 밤, 통닭 한 마리가 놓인 자리마다 잔칫상처럼 먹을거리가 넘쳐났다. 그때만큼은 승패가 중요하지 않았다. 편을 가르지 않고 사이좋게 음식을 나눠먹었다. 운동회의 열기가 쉽게 식지 않았기에 우리들은 끊임없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세월이 흘렀다. 요즘 도시의 운동회는 많이 달라졌다. 가족이 참여하지 않고 학생들끼리만 진행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은 점심도 학교급식으로 대신한다. 학부모인 나는 지금도 가을이 되면 예전의 운동회가 그리워진다.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아래에 놓인 돗자리, 학년 단체로 부채춤을 추고 난 뒤에 내 이마에 흐르던 땀을 닦아주던 친구의 따뜻한 손길, 운동장 한복판에서 신명나게 춤을 추시던 할머니들, 운동회에 울려 퍼지던 북소리와 노랫소리가 이제는 모두 추억 저장소에 아련히 남아 있다. 가을(秋)이라는 글자는 곡식 ‘禾(벼 화)’와 불 ‘火(불 화)’가 합쳐진 것이다. 익음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타오름의 계절이다. 낙엽 한 장이 땅으로 내려앉는 순간조차 잎사귀는 스스로를 붉게 불태우며 마지막 언어를 남기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가을이 되면 사람의 마음도 익는다고 생각한다. 오래 품어온 그리운 기억이 결실을 맺어 더욱 빛을 내는 계절이 가을이다. 이제는 내 곁을 떠난 이들을 자주 볼 수 없어도, 혹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더는 만날 수 없어도, 그들의 목소리를 추억 속에서 불러내기에 가을만큼 잘 어울리는 때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내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마음이 익어가는 시간이다. 가을비가 연일 내리고 있다. 비가 그치면, 가을 햇살을 만끽하러 축제에 다녀올 요량이다. 가을을 온전히 즐기면서 기억을 저장해 둔다면, 다가오는 매서운 겨울에 마음만이라도 따뜻하게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정미영 수필가

2025-10-29

잉카의 돌길에서 되찾은 내 안의 목소리

나는 지금, 계절이 엇갈리는 대륙의 초입에 서 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머물렀던 뉴욕은 새로운 계절의 활기로 가득했다. 거리마다 활기가 넘실거렸고, 기운이 부드럽게 감돌았다. 하지만 긴 비행 끝에 도착한 페루 리마는 이미 차가운 가을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반대의 계절이 시작되는 낯선 땅에서 나는 묘한 떨림을 느꼈다. 밤의 공항은 낯설었고, 언어와 표정 또한 생경했다. 그 낯섦은 내 안의 고요마저 흔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낯섦 속에서 오히려 오랜만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익숙한 공간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기운이었다. 아마도 자발적 고립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에너지일 것이다. 나는 이번 여정을 ‘자발적 고립’이라 명명한다. 가족을 떠나 홀로 다른 대륙을 밟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는 늘 내 곁에서 삶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던 소중한 동반자였다. 그녀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용기가 필요했고, 동시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했다. 체력의 한계를 핑계 삼아 늘 익숙한 일상에 안주하려 했던 아내와는 달리, 나는 이번에는 홀로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 고립 속에서 잊고 지냈던 ‘진정한 나’와 마주하고 싶었다. 자발적 고립이라는 표현은 다소 쓸쓸한 울림을 준다. 하지만 그것은 도피가 아닌 귀향이다. 익숙한 이름과 역할,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잊고 지냈던 내 안의 진실한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귀향. 그 목소리를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는 시간이 바로 이번 여정이다. 정든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 떠나는 트레킹이나 여행과 같은 자발적 고립은 일상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자발적 고립의 가장 큰 장점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이나 타인의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직 자신과의 대화에 몰두하며 내면을 깊이 성찰할 수 있다. 또한, 일상에 지친 심신을 평온함 속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자신감과 독립심을 키워준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까지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독립심을 길러주고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준다. 더불어 평소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장점과 단점, 진정한 취향 등을 발견하며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트레킹이라는 활동 자체가 지닌 치유력과 고립된 자연 환경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한다. 디지털 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을 거닐며, 외부의 자극 대신 오감을 통해 자연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이는 마음챙김(Mindfulness) 능력을 향상시키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웅장한 자연 경관과 고요함 속에서 걷는 것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특별한 치유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므로 자발적 고립을 통해 떠나는 혼자만의 트레킹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며, 대학에서 수십 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육자이다. 그 길은 책임과 헌신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후회는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오면서 언제부턴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잊고 살았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교수로서의 역할은 분명했지만, 그 모든 가면을 벗어던진 ‘본래의 나’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페루의 땅은 낯설지만, 묵직한 침묵이 감도는 곳이다. 잉카의 돌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오래된 돌벽에 새겨진 고요와 조우한다. 그 고요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너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이곳까지 왔는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문득 가족을 떠올린다. 가족이란 과연 무엇일까? 과거에는 주저 없이 ‘헌신’이라고 답했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희생하는 것이 가족의 의미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가족은 단순히 전통과 의무라는 무거운 짐만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다. 그들은 각자 고유한 리듬으로 살아가는 작은 우주와 같다. 내가 그들을 보듬는 방식 또한 이제는 ‘헌신’뿐만 아니라 ‘경청’이어야 함을 깨달았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 그것이야말로 가족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그 해답은 아마도 이 여정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거창한 깨달음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잉카의 산책길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혹은 낙엽처럼 조용히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작은 깨달음 하나하나가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하나로 이어줄 것이다. 고립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잃어버린 나를 회복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떠남은 끝이 아닌, 진정한 나를 되찾기 위한 새로운 시작임을 잉카의 돌길 위에서 깨달아간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고립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가장 깊고 진실한 귀향임을. 떠남은 모든 것을 버리는 행위가 아닌,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는 과정임을.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길 위를 걷는 바로 그 순간, 나는 역설적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김상국(세종대 명예교수)

2025-10-28

크레센도

어린 시절에는 세상이 조용했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시간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었다. 그때의 하루는 낮게 깔린 선율 같았다. 피아노의 도와 레 사이를 오가며 간간이 불협의 음이 섞여도 금세 사라지곤 했다. 나는 나의 음표에 맞춰 살아도 괜찮았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도 벌써 어른이 된 중년에 접어들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하고 일정표는 빈칸이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꽉 차 있다. 손끝에는 처리해야 할 문서와 원고들이, 마음 한쪽에는 챙겨야 할 관계들이 쌓였다. 나의 하루는 점점 음량이 커졌다. 아침엔 휴대폰 알람으로, 점심엔 수업 알림으로, 저녁엔 문자 알림으로···. 세상은 나에게 쉬지 말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제는 음악의 볼륨을 줄이는 방법을 잊은 사람처럼 살아간다. 어릴 땐 소리가 점점 커지는 음악을 듣는 일이 설렜다. 그건 무언가가 완성되어 간다는 신호였으니까. 음악에서 크레센도(crescendo)란 ‘점점 세게, 점점 커지게’ 연주하라는 뜻이다. 처음엔 낮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더해지고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운다. 그 단어에는 기대와 긴장, 생동감이 함께 깃들어 있다. 나는 늘 그 악상기호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떤 순간에도 점점 커져가며 하나의 절정에 다다르는 것이 마치 우리의 꿈이 커지고 포부가 커져가는 순간에도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크레센도는 다르다. 내 인생의 음량은 점점 커지는데 정작 내 마음의 여백은 점점 작아진다. 처음엔 잠시일 줄 알았다. 일이 많아도,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아도, 언젠가 다시 조용한 구간이 찾아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의 악보엔 ‘디미누엔도(점점 작게)가 잘 없었다. 지휘자는 언제나 손을 들어 올리고 나는 그 손짓을 따라 힘껏, 있는 힘껏 소리를 내어야만 하는 구간이 너무 길었다. 가끔 나는 묻는다. 이 음악은 언제 끝나는 걸까. 언제쯤이면 쉼표를 얻을 수 있을까. 이상하게도 나는 여전히 그 무게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 누군가의 기대를 감당하며 나를 필요로 하는 손길을 만나며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울컥하면서도 나는 계속 나의 소리를 내고 있다. 그건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이 점점 커지는 소리에 휩쓸리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찾아내는 일일지도. 친구들은 늘 나에게 일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왜 그렇게 일을 많이 하냐고 물어올 때마다 나는 명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해야 해서’라는 말은 뭐가 초라해 보이고, ‘좋아서’라고 말하기에도 뭔가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자발적 연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각자의 파트가 있고 그 파트는 서로 얽혀서 하나의 곡을 만든다. 내가 내 음을 멈추면 누군가의 멜로디가 끊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멈추지 못하는 것 같다. 조금 지쳐도, 조금 흔들려도, 나의 악보를 읽어 내려간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크레센도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두의 삶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의 울음 속에서, 누군가는 회사의 불빛 속에서, 누군가는 늦은 밤 병실의 모니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소리를 조금씩 키워내고 있었다. 이 커짐은 소음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부르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이 크레센도는 끝나지 않아도 괜찮다. 언젠가 음악은 자연스럽게 다음 악장으로 넘어갈 테니까. 잠시 조용해질 때, 그 여백 속에서 나는 다시 내 소리를 조율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한 음으로 울릴지도 모른다. 단단한 음은 세게 내는 소리가 아니라 오래 울릴 수 있는 소리일 것이다. 삶이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그 울림으로 다시 나를 지탱해 본다. 삶은 한 곡의 연주다. 누구도 리허설 없이 각자의 템포로, 각자의 악기로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모여 세상을 채운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커져가는 크레센도로. 우리 모두의 크레센도로. /김경아 작가

2025-10-28

오늘부터 경주는 세계외교의 중심이다

세계적 외교 이벤트인 APEC 정상회의가 오늘(29일)부터 본격적으로 경주에서 펼쳐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오늘 경주에서 열리고, 내일(30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부산 김해공항에서 개최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APEC 마지막 날인 11월 1일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김정은이 원한다면 만나고 싶다. 내가 한국에 있으니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방문을 계기로 트럼프는 여러 차례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북한이 트럼프 제안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김해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 한미, 한중, 미중, 북미 간의 정상회담은 한국의 국익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세계 무역 질서를 가를 분수령이 된다. 우리 국민은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글로벌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정상들을 상대로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8월 이 대통령 방미 이후 두 달 만에 열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에서 무역합의를 했지만,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행 방안을 두고는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최근 양국은 상호 비자를 면제하며 민간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중국이 서해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로 인해 여전히 관계가 껄끄럽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앙금도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향후 한중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이번 만남에서 양국의 현안을 매듭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30일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다. 세계 경제와 안보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직접 만나는 것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일단 양국 고위급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주말 최대현안이었던 ‘희토류 수출통제(중국)’와 ‘관세 100% 추가 부과(미국)’를 철회하는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전면전은 피했다. 양국 모두 무역 갈등 확전이 가져올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데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한미, 미중, 한중, APEC 정상 등 다자·양자 간 만남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슈퍼위크에 이 대통령은 무대의 중심에 선다. 의장으로서 가교 역할이 맡겨진 만큼 국익을 극대화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APEC 중심 무대인 경북도와 경주시는 정상회의의 다양한 성과를 ‘포스트 APEC’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0-28

‘안가관리법‘ 제정을 허(許)하라

12·3계엄 직후 안가에서 모임을 가진 이상민·박성재 전 장관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 ‘4인방’은 최근 특검 수사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통령 아닌 국무위원들도 손쉽게 안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경호상 기밀사항이기도 하지만 안가가 몇 채나 되며 누구까지 이용이 허용되는지 국민들은 모른다. 미국 드라마에서 안가는 FBI나 마약단속국의 주요 증인이나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가는 권력자와 재벌간 비밀회동을 통해 뇌물이나 특혜를 주고받는 자리, 또는 고관대작들이 비싼 양주, 귀한 요리와 함께 화류계 여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은밀한 곳으로 연상되곤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잦은 술자리나 재벌 회장과 회동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부패가 이곳 안가에서 발생하고 행해진 까닭이다. 그만큼 한국의 안가는 떳떳하지 못한 모임을 할 때 이용되는 음습한 공간이다. 이제 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안가들은 없애고 경호상 꼭 필요한 안가들도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술이 당긴다고, 또는 친목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굳이 혈세를 낭비하며 안가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저잣거리 식당과 술집은 널려있다. 그간 안가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춘향가에 나오는 못된 벼슬아치들처럼 ‘백성들의 고혈로 호사스런 술독의 맛있는 술과 옥쟁반 위 기름진 안주‘ 를 훔쳐 먹는 ‘세금 도둑질’을 얼마나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특혜나 방종에 너무 관대했다. /류승완(중부본부장)

2025-10-28

하우(How) 사고의 함정

문제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또는 ‘해결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대상 또는 그런 일’이다. 이것만 보면 문제란 부정적인 것이어서 당장 해결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분명히 어렵고 복잡하며, 신속하게 해결해야 할 무언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기업에서 보면, 제조업은 제조 조건을 충족 못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근원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는 환자에게 ‘배가 아프다’는 말만 듣고 곧장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다. 배가 아픈 것은 하나의 증상일 뿐 병의 원인을 알려면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경기에 적자가 나는 식당 주인은 분석없이 대책을 세우고, 은행 대출까지 해서 문제 해결을 하려 했다면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대출만 남을 수도 있다. 그것은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뭔가를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성급하게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한 결과다. 이것을 ‘하우(How) 사고의 함정’이라고 한다. ‘하우 사고의 함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는 쓸모없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돈을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에, ‘무조건 절약하기’ 등은 비현실적인 사고방식이다. 문제를 해결할 때는 경험과 직관에 따른 행동도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과 계획이 중요하다. 전략과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정의부터 올바로 내려야 한다. 시대와 나라, 업종에 상관없이 통용되는 문제의 정의는 ‘현재 수준과 이상적인 수준의 차이(Gap)‘이다. 즉, 현재의 상태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의 차이가 문제인 것이다. 문제가 정의되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문제의 성격에 따라 복잡성이 있고 접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문제는 분석을 통해서 해결되지만, 미래 경쟁력을 위해 기준을 높인 경우는 미래의 요구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갖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해결되고 미래 경쟁력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문제를 잘 풀어가려면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내부 환경의 강점과 약점, 외부 환경의 기회와 위협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 현재의 나를 알고 상대의 흐름을 읽은 후, 그에 맞는 전략을 정하고 제대로 된 안을 짜서 실행해야 한다. 현실은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문제의 현황과 원인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해”라고 ‘하우(How·지시)’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부하직원은 생각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일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현재 상황(what)과 문제의 원인(why)이 이러하니 함께 생각해보자고 리드해야 한다. 좋은 기업문화에서는 작은 일이라도 “이렇게 하세요”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상황과 이유, 현재의 문제를 알려주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는 질문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상대가 답을 내게 하고 주인공이 되게 하면 좋은 성과와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10-28

통증 치료의 새로운 접근 매선치료

통증의 근본은 근육과 근막이 오랜 시간 굳고 말라붙은 결과다. 근육은 반복된 긴장, 잘못된 자세, 스트레스, 혈류 저하 등으로 유연성을 잃고 내부 수분이 빠져 탄력을 상실한다. 이때 유착과 혈류 장애로 신경이 자극받아 만성 통증이 된다. 매선치료는 이러한 근막층의 문제를 지속적인 자극으로 회복시키는 치료다. 녹는 성분의 특수 실을 근막층에 삽입해 바늘을 뺀 후에도 실이 남아 꾸준히 작용하도록 만든다. 실은 서서히 녹으면서 그 부위에 미세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그 반응이 새로운 혈류를 불러들이며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유도한다.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메마른 땅에 물길이 다시 트이듯 매선은 말라붙은 근육에 물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근막층 속에 실이 자리를 잡으면 그 주변으로 미세한 혈관이 새로 자라나고 조직 내 수분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말라붙었던 근육은 다시 부드러워지고 탄력을 되찾는다. 동시에 세포 대사가 활성화되면서 지방세포의 부피도 줄어든다. 매선은 단순히 통증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살리고 지방을 줄이는 재생형 치료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침치료처럼 보이지만, 원리는 다르다. 침은 순간 자극을 주고 빠지지만 매선은 실이 남아있기 때문에 3개월에서 6개월 이상 지속적인 자극이 이어진다. 근육이 회복되는 동안 실이 서서히 흡수되며 그 자리에는 단단한 섬유조직이 새롭게 형성되어 구조적 안정성이 강화된다. 이 효과를 쉽게 비유하자면 매선은 속에 붙이는 테이핑이다. 겉에 테이프를 붙여 근육을 지지하듯이 매선은 근육 속에서 구조를 잡아주며 지속적으로 지탱한다. 시술 후에는 근육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자세가 안정되며 움직일 때의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한 부위에는 보통 30~50개의 실이 들어가며 전신 시술 시에는 한 번에 약 100~150개의 실을 사용한다. 실의 개수와 위치는 통증 부위 근막의 두께 체형에 따라 달라진다. 목·어깨·허리·무릎 같은 부위는 특히 효과가 좋으며 반복적인 통증이나 근육 위축이 심한 경우 매선과 약침 초음파 가이딩 치료를 병행하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시술 후 초기에는 약간의 뻐근함이 느껴질 수 있으나 며칠이 지나면 근육의 피로감이 줄고 몸의 중심이 안정되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실이 녹아 없어질 때쯤이면 근육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단단한 상태로 회복된다. 매선은 단순히 통증을 눌러주는 치료가 아니라 근육의 생명력을 되살리고 몸의 구조를 새롭게 세우는 치료다. 매선치료의 핵심은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혈류와 산소 공급이 증가하면 근육은 다시 숨을 쉬고 생기를 되찾는다. 겉으로는 작은 바늘자국만 남지만 그 속에서는 수많은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며 근육이 부드럽게 풀리고, 통증의 뿌리가 사라진다. 결국 매선치료는 통증을 단순히 억제하는 기술이 아니라 몸속의 흐름을 되살리고 구조를 재정렬하는 근본적 회복법이다. 근막 속 테이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근육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매선의 힘은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회복의 길을 열어준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10-28

‘차등 전기요금제’ 같은 지역균형정책 안 나오나

지난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지방선거용 발언이 아니라면,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의 자산이 몰리면서 주변지역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에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가 41만8000명에 이른다. 비수도권 미래의 바로미터인 청년 유출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한 해만 6만1000명의 청년이 취업과 진학을 위해 부모 품을 떠나 수도권으로 갔다. 청년이 떠나가니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일차적으로 초등학교가 붕괴되고, 이로 인해 교육문제로 아이를 키우기가 불가능한 지자체가 매년 늘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 118곳에 이른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도 돈과 사람이 모두 수도권에 몰리면서 서울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수도권 집값이 소득 대비 가장 높은 편이다. 이 문제가 계속 시정되지 않으면 일본처럼 언젠가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정책에 대해 정치권 반발이 크지만, 비수도권 지역민들로선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똑같은 내용의 정책을 만들어도 지방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비수도권 인센티브 정책은 ‘차등 전기요금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처음 주장한 이 제도는 ‘발전소와 송전탑이 몰려 있는 지역은 전기요금을 낮추고, 소비만 하는 수도권 지역은 요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하자’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지역균형 발전의 핵심 정책으로 평가받았지만, 이 역시 여야 정치권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하면서 제도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모든 정부마다 어김없이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쳤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2차 공공기관이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때도 취임 직후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비수도권 지역민에게 그냥 ‘희망고문’을 한 것이다. TK 신공항 같은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이나 기업 배치 등에 있어서도 지역균형이 고려돼야 했지만, 그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사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지방 SOC 사업은 대부분 불가능하다. 이 대통령이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한 말은 반드시 실현되길 기대한다. 비수도권 균형발전은 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여야 가능하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야권에서 “국민이 살고 싶은 곳에 집 한 채 마련하려는 것을 걷어차 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도 비수도권에서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로 해석된다.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만, 여야 국회의원 대부분이 수도권에 수십억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서울 집값이 떨어지는 어떤 정책도 원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막연하게 ‘지방 인센티브’ 원칙을 선언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같은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0-27

오래 사는 게 불행인 나라

의료 기술의 발달과 예전에 비해 훨씬 위생적인 생활환경, 여기에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각종 건강 정보의 확산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세기처럼 나이 예순을 맞아 환갑잔치를 벌인다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 됐다.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우리가 맞아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노인을 홀대하고 은연중에 무시하는 모습 또한 알게 모르게 분명히 존재한다. 헬스클럽에선 나이 많은 회원의 가입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일부 카페는 ‘노 키즈존’에 이어 ‘노 시니어존’ 팻말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어떤 골프장은 70세 이상 노인에겐 회원권을 판매하지 않는다. 사회적 푸대접과 배제만이 아니다. 노인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현실 또한 평탄하지 않다.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38.2%)과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40.6명)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경제적 궁핍이 고령층 삶의 의지를 꺾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도 위험 수준으로 읽힌다. 2024년 노인보호 전문기관 신고 등을 통해 노인학대로 인정된 사례는 모두 7167건. 10년 전인 2014년 3532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학대의 사례는 가정, 노인 생활시설, 병원, 공공장소를 막론하고 발견됐다. 젊은이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며, 가난한 환경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못한 채 정신적·육체적 학대까지 당한다면 오래 사는 게 축복일 수 있을까? 바뀐 시대 노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사회적·법적 제도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27

누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가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은 삼권분립에 있다. 우리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듯이 입법권(국회)·행정권(정부)·사법권(법원) 등 세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삼권분립이 파괴되면 권력의 집중과 남용으로 민주공화정(民主共和政)은 무너지고 독재의 문이 열린다. 누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가?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삼권분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 다음은 직접 선출권력, 그 다음이 간접 선출권력”이라고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권력서열론은 삼권분립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이 모두 대등하지 않다면 어떻게 서로를 견제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에서는 그 누구도 삼권분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선출권력(국회·정부)이 임명권력(법원)보다 높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사법부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선출권력이라고 해서 임명권력을 제멋대로 평가절하 할 수 없다. 자칭 ‘국민주권정부’라고 하면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수호해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삼권분립 파괴도 심각하다.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축출하기 위해 벌이는 반헌법적·비민주적 행태는 갈수록 가관이다. 아무 근거도 없이 ‘조희대­한덕수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재판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근거를 공개하라고 압박한다.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재판공개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게다가 국정감사를 악용해 대법원장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하고, 답변을 거부한 대법원장에게 온갖 모욕을 주었다. 문재인 정권 때 민주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국감 답변 거부를 삼권분립을 이유로 옹호했던 사실을 벌써 잊었는가? 게다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또 어떤가. 그 배경은 사법부의 판단을 못 믿겠으니 국회와 정부가 특별법으로 전담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민주당의 박희성 의원조차도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는 헌법(제101조)의 개정 없이 특별재판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는데,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은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고 했다고 하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사법부를 겁박하고 재편(再編)하려는 것은 장기집권의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을 무산시키거나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권력은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음을 명심하라. 높은 대통령지지율과 압도적 국회의석을 가지고도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2025-10-27

정견(正見)과 무명(無明)

이데올로기란, ‘세상을 바라보는 틀’ 또는 ‘어떤 사회나 집단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신념의 체계’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사람들이 현실을 이해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사고의 틀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그렇게 봐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안경’인 셈이다. 부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자유주의적 관점에서의 부자는, 노력과 능력의 결과물이고, 사회주의적 관점에서의 부자는, 불평등의 구조적 결과물이다(물론, 전적으로 그렇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보는 관점이 이데올로기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이데올로기가 문제 해결의 참고 사항 정도로 활용되면 매우 유익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개인의 확고한 소유가 되면 삶이 파괴될 수 있으며, 사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가치나 신념 체계로 등극하게 되면 그 사회 역시 파괴될 수 있다. 이렇듯 이데올로기는 ‘검의 양날’이다. 이데올로기는, 필요할 때 한 번씩 좋은 곳에 사용하는 것이지, 평생 소유하면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에 대하여 2500년 전 위대한 처방을 내린 사상이 있다. 불교의 팔정도 정견(正見)이 그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지켜야 할 여덟 가지 바른길이 팔정도이다. 그중 첫 번째가 정견이다. 정견은, ‘견해를 내려놓는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떤 특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그 이데올로기를 알되, 나의 견해로 정착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이데올로기에 대한 가장 바른 견해이다. 견해로부터 자유로운 상태, 그것이 정견이다. 견해에 집착하여 내 것임을 고집하면, 그 견해로 인하여 평생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 팔정도의 통찰이다. 내 것으로 소유되고, 집착의 대상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는 망상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망상이 된 이데올로기는, 진리라는 이름의 도덕적 독약이요, 위험한 칼이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이데올로기란, 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것’이라 경고했다. 견해에 사로잡혀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 즉, 연기(緣起)의 첫 번째인, 무명(無明)이다. 이데올로기라는 두꺼운 장막이 처진 방 안에는 빛이 들어올 수 없다. 오직 어둠뿐이다. 생각을 절대화한 사유의 부재는, 빛을 잃고 어둠 속에 빠지기 마련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헛된 망상(이데올로기)에 빠져, 고통의 불길 속에서 자신을 태우게 된다. 이데올로기가 자신을 태우고 고통에 허덕이게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름 최고라 자부하는 지성들이 이러한 이데올로기의 망상에 빠져 평생을 허우적거리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평온하고 지혜롭게 살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 당장 견해를 내려놓으시라. 나름의 개똥철학, 정치적 견해, 종교적 견해. 이것들이 이데올로기란 망상일 수 있다. 숭배하지 말자. 망상에서 벗어나자. 그것이 좀비가 되지 않는 길이다. 무명의 골방 방문을 열고, 정견의 넓은 마당으로 나가자. 어둠을 뚫고 빛이 찬란한, 열린 세계로. /공봉학 변호사

2025-10-27

어떻게 살 것인가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자기 인식 능력이다. 인류학자들은 초기인류의 등장을 대략 200만 년 전으로 보는데, 그 시점부터 어느 정도는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직립보행 같은 신체적 구조의 변화와 함께 두뇌의 용량이 커지면서 스스로를 인식하는 기능도 발달했을 것이다. 인간의 자기인식 능력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본질적 요소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실존적인 질문도 거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물음이야말로 인간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요 종교와 철학과 문학과 예술이 태어난 원천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고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완결된 해답을 제시해온 것은 종교였다. 기독교와 이슬람, 불교와 유교 등 인류의 고등종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인생의 본질을 규정하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런 종교의 영향력도 많이 약화되고, 과학과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인간은 편리함과 풍요를 누리는 대신 본질적인 질문에서는 멀어져 갔다. 아무리 문명과 문화가 발달해도 인류가 자연의 일부인 것을 부인할 수 없을 터이다.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가야 할진대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는 교과서요 경전일 수밖에 없다. 눈만 뜨면 보게 되는 나무와 풀, 주잠비복 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답과 길이 있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가 말한 성(誠)이 바로 자연의 모습이라는 생각이다. 거짓이나 나태, 사악함이 없는, 오로지 참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자연의 모습이 아니던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개인적인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인 만큼 그 삶의 터전이 바로 사회인 것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삶의 실현인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상태에 따라 개인의 삶도 좌우되게 마련이다. 아무리 올곧게 살고자 해도 사회가 부패하고 혼란하다면, 그 속의 개인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자신의 지식과 양심과 성의(誠意)를 다하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바르게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사람이 추구하는 인의예지 같은 덕목들도 모두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고, 사회를 떠나서는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불의한 일을 자행하거나, 그릇된 판단으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 그것을 보고도 방관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다. 그런 개인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병들고, 나라는 쇠락한다. 결국 그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간다. 사회의 도덕이 무너지고 공동체의 신뢰가 깨어지면, 개인의 삶도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물음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묻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2025-10-27

10억원 짜리 웰니스, 정작 지역은 치유하지 못했다

도비와 군비 등 총 10억 원이 투입된 ‘영덕 국제 H 웰니스 페스타 2025’가 곧 막을 올린다. 영덕군은 15개국 65명의 해외 전문가, 86개 부스라는 숫자를 내세우며 ‘국제행사’임을 강조하지만 그 화려한 규모 뒤에는 지역민의 자리는 없다. 올해 열린 영덕대게축제는 8억 5000만 원의 예산으로 10만 명이 방문해 153억 원의 직접경제효과를 거뒀다. 행사 후 지역 상권의 매출이 늘고 지역 이미지와 위상도 높아졌다. 반면 4년째 이어지는 웰니스 페스타는 ‘치유’라는 이름과 달리 지역민이 철저히 소외된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영덕에서 한방·치유 체험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스마트폰 기반의 QR 입장 시스템, 외국어 중심의 안내, 고가의 체험 프로그램은 오히려 주민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민 다수는 이 행사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위한 행사인지 조차 모른다. “지역 주민은 구경꾼, 외부 전문가가 주인공”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10억 원의 혈세가 어디에, 왜 쓰이는지에 대한 설명 조차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외 전문가 초청과 부스 운영을 위해 항공권·숙박·통역·요리사 초청까지 부담하는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 행정당국이 말하는 ‘국제행사’의 실체가 실질적 교류인지, 단순한 외형 부풀리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영덕군은 이번 행사를 ‘국제 H 웰니스 엑스포’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행사의 성공적 평가를 통해 미래의 대형 국제행사를 준비하겠다는 의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엑스포도 지역민의 공감과 참여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축제의 중심은 외국 전문가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어야 한다. ‘지역을 치유한다’는 웰니스의 본뜻은 화려한 개막식이 아니라 주민 한 사람의 삶 속에 변화를 남기는 것이다. 행사장의 불빛이 꺼진 뒤에도 지역에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건 치유가 아니라 10억 원짜리 행정 쇼에 불과하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10-27

다수결로만 처리하려면, 국회가 왜 필요하나

매주 여론조사가 발표된다. 지난주에는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조사가 많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이 대책이 ‘적절하다’라는 응답이 37%, ‘부적절하다’라는 응답이 44%였다. 여론조사 공정의 조사에서는 김현지 부속실장이 국정 감사에 출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출석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56.3%로‘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응답 28.2%보다 갑절이나 많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가 그렇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모든 문제를 다수결로 처리한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한다. 법사위에서 추미애 위원장은 야당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키고, 야당을 대변할 간사 선임도 민주당 뜻대로 강요한다. 국회 운영에서 야당이 없다. 민주당의 일방 독주다. 그런데도 ‘다수결’이라며,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란 것이다. 정말 그런가. 플라톤은 다수결이 대중의 어리석음을 낳는 ‘중우(衆愚)정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굳이 고대 철학자나 저명한 정치학자를 소환할 것도 없다. 여론조사는 어떤가. 여론조사에서 다수가 김현지 실장에게 국회에 출석하라면 출석할 것인가. 부동산 대책은 어쩔 건가.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훨씬 많으니, 취소할 건가. 다수결이 민주주의라면 그게 옳다. 국민의 다수보다 국회 의석의 다수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할 건가. 아무리 따져봐도 국민 다수가 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국민은 주권 그 자체이지만, 국회의원은 위임받은 권력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참여 민주주 의’를 강조해 왔다. 요즘처럼 사회적 소통망이 발달한 사회에서는 국회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국민에게 바로 물어보고, ‘다수결’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무 엇 하러 ‘국회’를 만드나. 수많은 혈세를 낭비하며, 저질 막말 경연을 참고 들어야 하나.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전부라면 국회가 필요 없다.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발상지에서부터 모범국들이 모두 의회를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삼는 것은 다수결만으로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다수가 소수의 권리를 억압하고 희생시키는 ‘다수의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나 아렌트도 다수의 지배는 “소수자를 제거해 버리는 것”으로 다수결의 타락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비판했 다. 다수결은 분명히 효율적인 의사결정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본질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토론과 타협이다. 다수결이 오히려 이를 잠식하고, 훼손하고 있다.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가 충돌하는 공간이다. 이질적인 의견들이 충돌하고, 그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정치다. 최근 한국의 정치에서는, 이러한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만 강조된다. 다수의 표를 확보한 쪽 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소수의 목소리는 묵살된다. 다수결이 절대적인 기준인 양 착각하고, 정당성의 근거로 악용되면서, 정치는 점점 더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전쟁터로 변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나 세력이 ‘국민의 뜻’을 내세워 모든 결정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인다. 과연 그 ‘국민’은 누구인가? 선거에서 승리한 다수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승자가 모든 권한을 독식한다. 패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학자 월터 리프만은 “소수파의 합의를 얻지 못한 민주주의적 결의는 위선과 무법상태를 가져올 따름”이라고 경고했다. 다수결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 서는 소수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정치는 이러한 ‘합의의 정치’를 외면한 채, 수의 우위를 앞세운 ‘힘의 정치’로 변질됐다. 다수결은 최종적인 결정 방식일 수는 있어도, 그 이전의 과정—즉, 충분한 토론과 소수 의견의 존중—없이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포장된 독단에 불과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숫자의 힘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데서 출발한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10-26

청송~ 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

청송은 언제나 푸르고, 가을이면 사과로 붉다. 하지만 올해의 붉음은 조금 다르다. 불길이 스치고 간 산자락은 아직 회복의 길 위에 있지만, 사과는 어느 때보다 붉고 단단하게 익어가고 있다. 잿빛이던 땅 위에 다시 숨결이 돌고, 그 위에 맺힌 열매가 희망의 빛을 머금고 있다. 그 빛깔이 바로 올해 청송의 색이다. 지난 봄, 우리는 큰 시련을 겪었다. 산불이 산과 삶의 터전을 태웠다. 그러나 청송의 마음까지는 태우지 못했다. 군민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묵묵히 일어섰고, 그 손길이 이어지며 상처 입은 곳에도 서서히 새 숨결이 퍼지고 있다. 아직 완전한 복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과밭은 여전히 꿋꿋이 제 열매를 맺고 있다. 그 속에는 서로를 믿고 지켜온 이웃의 온기와, 다시 일어서는 청송의 굳은 의지가 스며 있다. 이번 축제는 그 건재함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다시 힘차게 일어서겠다는 우리의 다짐이 될 것이다. ‘청송~ 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를 주제로 열리는 제19회 청송사과축제는 오는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용전천 현비암 일원에서 다섯 날 동안 펼쳐진다. 청송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일군 회복의 이야기이자 새로운 도약의 선언이다. 청송사과는 이미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13년 연속 수상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그 영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기후의 변덕과 노동의 한계를 이겨내며 품질을 지켜온 농민의 땀, 그리고 군민 모두의 자부심이 만든 결과다. 이제 우리는 그 땀방울 위에 글로벌 브랜드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그리고 있다. 이번 축제는 그 여정을 세상에 알리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올해 축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어우러지는 하이브리드 축제로 열린다. 대면 축제의 한계를 벗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글로벌 축제로 도약을 준비한다. 사과축제장의 생동감과 온라인 축제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축제 형태를 다양화함으로써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현장에서는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 로또’, ‘황금사과를 찾아라’ 등 웃음이 넘치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온라인에서는 세대와 공간을 초월한 참여형 콘텐츠가 펼쳐진다. 멀리 있는 사람도 화면을 통해 청송의 가을을 느끼고, 현장을 찾은 이들은 직접 사과 향기 속을 걸으며 진짜 청송을 만날 수 있다. 또 용전천 섶다리 주변에는 하류부인 수변공간에 기존 조형물과는 별개로 청송과 사과축제를 상징하는 대표조형물을 설치해 사과축제를 더욱더 부각시켜 관광객들에게 사과를 형상화한 청송의 자연과 사람을 잇는 감성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불공정 상행위에 대해서도 특별 대책도 마련했다. 파트별 파트장 선임과 구성원을 편성해 평가기준표에 의해 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사과축제 입점 선정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해 입점자들에게 부스 운영의 책임감 부여와 경각심도 고취시킨다. 따라서 사과축제장 내에 축제현장 불편 신고센터 2개소를 설치해 공무원이 전담 상주하고 바가지요금 자체를 근절, 관람객들에게 축제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시켜 준다. 축제의 밤은 노래와 불빛으로 물든다. 이찬원, 마이진, 황윤성 등이 출연하는 청송문화제 축하공연, 손태진·남진·린·환희 등이 함께하는 개막 공연, 김희재·진해성·천록담이 꾸미는 사과축제 축하공연, 박지현·장민호·김다현 등이 참여하는 세계유교문화축전 공연까지 청송의 가을밤은 별빛보다 뜨겁고, 사람들의 환호로 가득할 것이다. 청송의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다림이 있고, 견딤이 있으며 끝내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힘이 있다. 올해의 청송사과축제는 그 붉은 열매에 담긴 ‘회복의 이야기’와 ‘도약의 의지’를 세상과 나누는 자리다. 산불의 상처를 넘어, 다시 푸르게 살아나는 숲처럼 우리의 마음도 더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다시 붉게 물든 사과처럼, 청송은 오늘도 새 희망을 익혀가고 있다. 그 희망의 향기가 이번 축제의 곳곳에 퍼져 청송의 가을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물들이길 바란다. /윤경희 청송군수

2025-10-26

명성황후와 김건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3월 경복궁 곤녕합을 비공식 방문했다. 곤녕합은 중전 침소로 1895년 일본 자객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참혹하게 살해된 을미사변의 종착점이다.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10분간 오롯이 둘이서만 ‘모종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은 “문화유산 홍보를 위한 현장 사전 점검”이라는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명성황후 원혼이 가득 서렸을 법한 곤녕합에서, 배석자를 모두 물리치고 둘이서만 문화유산 홍보 고민을 했으리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 더욱이 무속과 주술의 그림자가 덧씌워진 이들 부부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한때 곤녕합의 주인이었던 비운의 명성황후도 그러했다. 명성황후는 일개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벼슬까지 내리고, 무속에 심취해 수많은 국고를 탕진했다. 곤녕합에 깔려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48마리 분량의 표범 카펫은 명성황후의 사치 행적을 비판하는 소재로 종종 회자된다. 명성황후의 무속 심취·사치 취향은 윤 대통령 부부의 행적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김건희씨는 풍수전문가 백재권, 도사 천공, 건진법사와 수시로 소통해왔다. 또 서희건설의 1억1000여만원 어치의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 사업가 김모씨의 3500만원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통일교 6200만원 그라프 목걸이 등 김씨가 받은 뇌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쯤이면 명성황후의 표범카펫 취향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속과 사치, 사적권한 남용에 집착하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러시아제국 비선 실세 라스푸친이 그러했고, 3000켤레 구두를 소장했다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부인 이멜다가 그러했고,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부부가 그러했다. /류승완(중부본부장)

2025-10-26

말의 범람과 솔개의 침묵

21세기 20년대는 말의 홍수 시대가 아닌가 한다. 기존의 언론매체 이외에도 숱한 개인 유튜브가 횡행함으로써 왜곡된 지식과 정보의 지독한 오남용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식당에서 비행기에서 사람들은 넋을 놓고 휴대전화 화면에 빠져든다. 문자 그대로 유튜브 삼매경이 지구촌 전역을 휩쓸고 있다. 시간대를 뒤로 돌리면 전혀 다른 풍경과 만난다. 1980년 11월 학살자 전두환은 ‘언론 통폐합’이란 미명으로 극악무도한 언론통제를 감행한다. 5공에 반대하는 언론인들을 해직함으로써 체제 순응적인 언론을 양성하고, 광주 학살 은폐와 확고한 권력 장악이 언론 통폐합의 목적이었다. 아직도 떠도는 5.18 폭동설이나 북한 개입설은 언론 통폐합의 직접적인 폐해 사례다. ‘1도(道) 1지(紙) 원칙’에 따라 지방 신문사들이 대거 통폐합되었고, 그에 앞서 ‘창작과 비평’, ‘씨알의 소리’,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정기간행물 등록이 취소되었다. 동양 텔레비전(TBC)을 필두로 한 민영 방송사가 한국방송공사에 강제로 편입되어 거대 공룡 방송사로 거듭남으로써 5.18 학살 권력 집단 주도의 언론지형이 일상화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학살자 무리에 저항하는 반체제 지식인들은 지하로 잠적하고, 저항의 중심축인 대학 또한 기나긴 겨울잠에 빠져든다. 이와 같은 참혹하고 무기력한 시기에 이태원의 노래 ‘솔개’가 대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기현상(奇現象)이 발생한다. 1982년 4월에 발매된 ‘솔개’는 “우리는 말 안 하고 살 수가 없나 날으는 솔개처럼”으로 시작한다. 절실하게 필요한 말을 아예 꺼낼 수도 없던 참담한 시대에 말하지 말고 살아가자는 ‘솔개’는 사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노래가 아닐 수 없다. 이태원은 “수많은 질문과 대답 속에 지쳐버린 나의 부리” 혹은 “수많은 관계와 관계 속에 잃어버린 나의 얼굴” 또는 “수많은 농담과 진실 속에 멀어져 간 나의 솔개”를 수없이 안타까워한다. 인간이 진화 사다리의 정점에 도달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말(언어)에 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말로써 인간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대물림함으로써 여타 생물종보다 확연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말은 훗날 문자로 체계화됨으로써 불확실한 기억의 한계를 털어버리고 비상(飛翔)할 수 있었다. 언어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확산이 지구 전역에서 일어난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가 무지막지하게 확대 재생산되어 나라 곳곳을 떠돌고 있다. 하나의 사실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1950)에서 구현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라쇼몽 효과’라 부른다. 선택적 기억과 발화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약점은 최대한 감추고, 선하고 거룩한 면은 최대한 부각하려 애쓴다. 문제는 개개인이 소소한 일상을 왜곡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이득을 위해 특정 집단이 분명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곡해함으로써 나라와 국민의 영혼과 육신을 피폐케 하는 것에 있다. 정말 ‘솔개’처럼 침묵하면서 사태의 핵심을 새삼 확인할 때가 온 것인가?!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10-26

포항 지진소송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며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포항 지진 관련 정책 포럼에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포항 촉발 지진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에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부터 국회까지 한걸음에 달려오신 포항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국회와 대법원에 전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은 지열발전소의 촉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날의 충격은 단순히 건물의 균열을 넘어 시민들의 일상과 공동체의 기반까지 무너졌다. 8년이 지난 지금도 포항은 지진복구와 피해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지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9년 정부조사연구단은 포항 지진이 국책사업인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발생한 ‘유발 지진’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후 2023년 1심에서는 피해 주민 1인당 200만~ 300만 원의 정부 배상을 인정했지만, 올해 5월 2심에서 일부 패소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민들은 또다시 지진으로 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그 충격은 5.4 강진만큼이나 시민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 왜 포항 시민들은 지진 이후에도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또 다른 재난에 흔들려야만 하는가? 이제 포항 지진 손해배상은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대법원이 손해배상 상고심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번 시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포항 지진은 국책사업으로 인한 촉발 지진이다. 촉발 지진으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이 침해받은 만큼 국책사업에 대한 책임소재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손해배상에 대한 증명책임은 포항 시민에게 있지 않다. 포항 시민들은 이미 재난으로 오랜 시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왔다. 포항은 지진 이후에 힌남노라는 대형재난까지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도시보다 높다. 대법원의 정의롭고 현명한 판결은 포항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이번 판결은 포항 지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일본이나 대만, 뉴질랜드의 경우 지진 이후에 지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박물관이나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포항은 지진복구나 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포항도 손해배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면 지진을 치유와 성장의 역사로 전환하고 문화적 자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금전적 차원을 넘어 국책사업을 안전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제대로 판결한다면 향후 진행되는 국책사업은 더 안전하게 추진될 것이며 제2의 포항 지진과 같은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출 수 있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통해 포항 지진 손해배상 소송이 원만히 마무리 되길 바란다. 이번 판결이 지진으로 8년간 흔들렸던 포항 시민들의 삶과 일상이 안전하게 회복되는 이정표가 되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10-26

싸울 것인가 화해할 것인가

얼마 전 주택조합 조합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결원이 된 감사 보궐선거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로 입후보하려면 추천인 서명이 필요한데 조합장은 외국에서 보낸 서명은 인정할 수 없고 한국에서 대리인이 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나는 그 조항은 총회 때 대리인에게 위임하여 찬반 투표하는 경우라고 반박한 것이다. 작년에 그 조합장과 이사들이 불법 셀프 유임한 전적이 있으므로 이번에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런데 의견 차이가 곧 싸움으로 번졌다. 내가 ‘이 조항의 의미를 이해 못하시네요’라고 한마디 하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하는 등 개싸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를 잘 아는 지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조합장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이해 못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 지인의 말을 들으면서 정은혜의 ‘싸움의 기술’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도 급소를 건드리면 개싸움이 된다면서 개싸움이 되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역시 내가 부주의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싸움이 되지 않게 하라는 싸움의 기술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개인 간 갈등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만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고단수인 것 같다.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의 역대 최연소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의 이름이 온 매스컴을 장식했다. 허핑턴포스트 기자 S.V.데이트가 ‘부다페스트는 1994년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장소인데 미·러 정상회담 장소를 부다페스트로 정한 건 누구냐’고 질문하자 레빗이 “느그 엄마”(Your mom did)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느그 엄마’는 미국 청소년들이 말싸움할 때 상대를 도발하기 위해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레빗의 이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여러 언론이 대서특필했지만 백악관의 다른 대변인 테릴러 로저스가 ‘적절함 그 이상’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이것은 한 대변인의 돌발적인 발언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이보다 며칠 앞서 18일, 트럼프는 700만 명의 ‘노 킹스’ 시위대를 향해 왕관을 쓰고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똥’을 투척하는 AI(인공지능)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이런 전략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을 보면, 이들의 개싸움 전략은 잘 작동하는 것 같다. 주택조합의 이사회는 결국 스스로 물러났던 전임 조합장을 새 감사로 선택했다. 조합장을 비롯한 이사들은 까다롭게 따지는 A 후보가 감사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A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믿는 일부 조합원들의 암묵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이기고 지는 것을 판가름해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부당한 도발에 대해서만큼은’ 맞받아치는 전략도 필요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개인 차원에서는 개싸움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10-26

“우리는 모두 난장이다”

한낮에도 어둡고 햇살이 먼저 떠나는 곳에 살면서도 오늘 하루는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납작하게 바위에 붙어서 안개 이슬을 머금고 추위를 견디는 난쟁이바위솔 같은 사람들 (중략)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은 사람 속에 살다 가는 사람이다 사람보다 높은 벼슬이 있을까 세상 어디를 떠돌더라도 ‘사람’이란 단어를 잊지 말라던 사람 생각나 (중략) 그런데 왜 안개처럼 자욱한 사람은 되지 못하나 세상의 모든 외로움이 밥을 먹을 시간* (중략) 나에게 남은 최근의 생각은 허름한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천양희, ‘사람에 대한 최근의 생각’ 전문 (‘문학과 사회’ 2025. 가을호) 천양희 시인의 ‘안개 자욱한 사람’을 읊조리며 “난쟁이바위솔 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일명 ‘난쏘공’이라 지칭되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작가는 쓰는 사람이고, 그 씌어진 것(écrit)은 작품이다. 그런 면에서 쓰는 사람의 사명과 씌어진 것 사이 운명은 아이러니하다. 이에 대한 손정수 비평가의 리뷰는 서늘한 울림을 담고 있다. “1978년 출간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96년 100쇄를 찍게 된다. 이 일을 기념하여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한 작품이 100쇄를 돌파했다는 것은 작가에겐 큰 기쁨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 소설이 읽혀야 하는 시대인가. 라는 물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더 이상 이 소설이 필요치 않은 시대가 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손정수, ‘작가의 사명과 작품의 운명 사이의 아이러니, 고전의 사계’ p.289) “한 시대를 대표하면서 한국소설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소설”을 말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이런 일화들일 것이다. 조세희 작가가 오징어를 파는 난장이 아저씨의 분노를 목격한 일과. 식당에서 뱅어포를 먹던 꼬마의 “난장이 바다에서 온 난장이 고기”라는 발화는 우연하게도 겹치며 써졌다는 사실 말이다. 그의 독해처럼 “난쏘공의 한 겹은 동시대의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삶의 일상적 상황에서 직관적으로 형성된 체험의 순간이 놓여있다.”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천양희 시인의 “허름한 세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라는 언술은 인용된 신용목 시인의 시구 “세상의 모든 외로움이 밥을 먹을 시간”에서의 인상이 일상의 감각을 일깨우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 난장이다’라는 명제는 새삼, ‘우리에게 고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불러온다. 이때 “내게 고전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위대한 작품이기 이전에 진지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의 문제에 언어와 이야기로 대응하고자 했던 의지의 결과로 보였다.”라는 ‘고전의 사계’에서 저자의 서문은 뭉클하다. 이는 양심과 신념을 저버리지 않은 작가들에게 비평가가 쓰는 최상급 경의의 표현일 것이기에. “사람 속에 살다 가는 사람, ‘사람’이란 단어를 잊지 말라던 사람” /이희정 시인

2025-10-26

보이스피싱, 한 통의 전화가평생의 재산을 앗아갑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경찰, 검찰,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대출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전화 한 통에 평생 모은 돈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보이스피싱의 핵심은 공포심 조장과 신뢰 조작이다. 범죄자들은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 등 긴급한 상황을 만들어 피해자가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경찰로 위장해서 영상통화까지 악용하며, AI 기술을 이용해 가족이나 공공공기관 직원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보이스 클로닝’까지 등장하는 등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그리고 ‘노쇼(NO-show) 사기’와 ‘로맨스스캠(연애·결혼빙자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노쇼 사기는 거래나 예약을 미끼로 신뢰를 쌓은 뒤 금전을 편취하는 수법이고, 로맨스스캠은 외국인, 교포 등을 사칭해 장기간 교제하는 척하며 ‘귀국 비용’, ‘선물통관세’ 명목으로 돈을 송금받는 신종사기 수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감정과 신뢰’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의심과 확인이다. 공공기관은 절대 전화로 돈을 요구하지 않으며, 가족이나 지인이 급히 송금을부탁하더라도 반드시 직접 통화로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의심되는 전화나 문자를 받았다면 즉시 전화를 끊고 112로 신고해야 한다. 경찰은 지역 금융기관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와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는 경각심을 갖고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작은 의심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경찰은 언제나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5-10-23

세기의 이혼과 불법원인급여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으로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우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지난 16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대법원은 이혼과 위자료 20억원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를 들어 재산분할에 관한 항소심의 판단을 파기하며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 보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태원 회장이 소유한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볼 것이지 여부였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개인이 소유하거나 증여 상속 받은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재산을 말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회사의 주식은 1297만5472주로 가치가 2조800억원에 달했고, 당연히 이 주식이 재산분할대상이냐 아니냐는 재산분할금을 정하는 핵심 쟁점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에서 제외하면서 지급할 재산분할금을 665억원만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에게 300억원 상당의 돈이 유입된 것을 인정하며 이 자금이 지금의 SK그룹을 이루는 토대가 되었다면서 SK 주식을 특유재산이 아닌 부부공동재산으로 인정했다. 다만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도를 고려해 최 회장의 재산분할 비율을 65%, 노 관장은 35%로 인정했다. 이렇게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이 1조3808억원이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돈 측에 지원했던 300억원이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이기 때문에 재산분할 산정에 반영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300억원은 뇌물이라는 ‘불법적인 원인’으로 만들어진 돈이고, 우리 법질서는 불법적인 행위로부터 파생된 이익이나 권리를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적 돈을 가지고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는 불법적인 원인으로 재산과 노무를 제공한 때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박 자금으로 쓰라고 빌려준 돈을 갚으라거나 뇌물을 준 사람이 마음을 바꾸어 줬던 뇌물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불법원인급여 자체를 돌려달라는 소송이 아닌 30년에 걸쳐 이루어진 재산형성의 기여도를 주장하는 소송이었음에도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를 처음으로 재산분할에 적용했다. 앞으로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을 따질 땐 과거 재산 형성의 출처와 그 불법성까지 입증해야 할 것 같다. 한편으론 의문이 생긴다. 배우자 한쪽이 재산형성을 하며 저지른 불법성 때문에 재산분할 요구를 못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재산형성 과정은 적법하더라도 수십 년 전 제공된 종잣돈의 출처까지 범죄인지 아닌지를 따져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가능할까. 또한 제공한 쪽의 불법성 때문에 불법적 돈을 지원 받은 쪽은 그로 인해 증가된 어마어마한 반사적 경제이익을 누리게 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여러모로 의문이 든다. /김세라 변호사

2025-10-23

지구촌 Z세대의 반항

지구촌 곳곳에서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항하는 Z세대의 대규모 시위가 연쇄적으로 벌어져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추방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달 네팔정부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26개 소셜미디어 접촉을 차단하면서 일어난 Z세대에 의한 시위는 실상은 수십 년간 누적된 정치권의 부정 부패에 대한 Z세대의 항거로 해석이 된다. 1인당 GDP 500달러를 45년째 유지하는 마다가스카르는 최근 실업률이 40%로 올라서자 청년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대통령 교체를 넘어 지금은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체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시위가 성공을 거두자 모로코, 케냐, 이란, 인도네시아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Z세대의 반정부 시위가 번지면서 Z세대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Z세대란 1990년 후반에서 2010년 후반에 태어난 세대로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휴대폰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인류 최초의 디지털 세대다. 나라마다 조금 다르지만 혁신과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세대다. 기존의 사회질서와 관행을 깨고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만들어 갈 미래세대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어떤 정파에 치우치기보다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는 유동적 사고를 가진 세대다. 경제적 불평등이나 부정부패에 매우 부정적인 특징이 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가 기성세대에 대한 Z세대의 일시적 도전일까. 아니면 세대교체란 큰 흐름으로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