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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언론의 사명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5-21 17:56 게재일 2026-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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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한동대 교수

2017년 12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영화 ‘택시 운전사’. 이 영화는 한 평범한 택시 기사가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총성과 비명이 가득한 1980년 5월 광주의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목숨을 걸고 광주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남긴 영상은 광주 민주항쟁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증언이 되었고, 그의 업적은 한국 민주화에 큰 이정표가 되었다. 그가 취재한 영상이 전세계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신군부가 조작한 뉴스를 역사의 일부로 착각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역사적 진실은 누군가의 용기와 양심 그리고 사명감으로 인해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일은 반민주적인 부당한 권력에 대항해 시민들이 온몸으로 저항한 역사였다. 하지만 당시 언론들은 진실을 보도하지 못했다. 신군부가 통제한 언론은 광주의 시민들을 북에서 온 폭도로 몰았고, 국가 폭력의 잔혹함은 철저히 가려졌다. 언론이 오히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대표적인 사건이며 언론의 치욕스러운 역사적 오점으로 남아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했고, 때로는 진실보다 이해관계를 앞세웠다는 비판도 일리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자리를 유튜버나 정치적 선동가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자신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유튜버의 말을 검증 없이 믿고, 그것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작금의 유사 언론 현상은 일종의 주술적 신앙에 가까운 모습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불편한 사실을 취재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검증하며, 권력이 감추려는 것을 끝까지 묻는 일이다. 그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언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이 아니다. 사회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누구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묻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네 번째 권력기구라고 한다. 언론이 무너지면 시민들은 사실이 아니라 편향된 주관에 따라 판단하게 되고, 민주주의는 토론이 아니라 선동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소위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미디어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해서 언론의 책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무엇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권력과 여론의 압력 속에서도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는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명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5·18 민주항쟁 46주년을 맞아 다시 묻는다. 오늘의 언론은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힌츠페터의 기자 정신 앞에 존재론적 질문을 반추해보아야 한다. 권력의 편이 아니라 시민의 편에 서는 것, 침묵이 강요되는 순간에도 진실을 말하는 것,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는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5월의 광주가 오늘의 언론에 요구하는 사명이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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