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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생중계 시대의 종말

등록일 2026-04-23 18:01 게재일 2026-04-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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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한동대 교수

최근 JTBC의 ‘2026 북중미 월드컵’ TV 독점 중계권을 두고 여러 논란이 확산되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보편적 시청권’을 언급하자 뒤늦게 KBS가 공동 중계에 뛰어들었다. 언론에서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지만, 정작 더 심각한 문제는 스포츠 생중계 시청 행태의 근본적인 변화에 있다.

올해 2월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개막식 생중계 시청률은 1.8%였다. 이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44.6%)이나, 코로나 시기 치러진 2021년 도쿄 올림픽(17.2%)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때로는 숫자 하나가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1962년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 올림픽 중계가 무산되어 발생한 참사라고 하지만, 이를 JTBC 독점 중계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이미 방송 업계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유튜브를 통한 ‘하이라이트 시청 문화’의 보편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알트만솔론이 2024년 3000명의 스포츠 팬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8~24세 팬 중 라이브 경기 전체를 시청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영국의 통계업체 원폴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0~20대의 80% 이상이 TV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스포츠경기를 시청한다.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유튜브 쇼츠 등이 그들에게는 익숙한 스포츠 세계다. 1분 미만의 편집된 영상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두세 시간짜리 스포츠 생중계는 너무나 지루한 의식에 가깝다.

실제로 2024년 NBA(미국농구리그) 정규시즌의 ESPN 단독 중계 경기는 전년 대비 7% 하락했으며, NHL(북미하키리그)은 2024-25시즌 시청률이 전년 대비 13% 급감했다. MLB(메이저리그야구)의 가장 큰 행사인 ‘월드시리즈’의 하락세는 더욱 심각하다. 1991년 월드시리즈 7차전은 미국 전역에서 5034만 명이 시청했다. 하지만 2023년 월드시리즈의 평균 시청자는 911만 명으로 통계업체 닐슨이 집계를 시작한 1963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TV는 한 때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시청하는 공동체 미디어였다. 1977년 홍수환의 4전5기,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의 4강 신화 등은 마을을 넘어 전 국민을 하나로 모은 서사였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TV 중계방송이었다. 스포츠 중계가 만들어내는 국가주의와 집단주의의 폐해도 분명 존재하지만, 공동체의 공통된 서사가 사라지고 개별화된 미디어 소비만 추구하는 현 상황이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포츠 생중계가 제공하던 집단적 경험은 소리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알트만솔론은 현 상황에 대해 “애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메인 요리가 되어버렸다. 스포츠 경기에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짧은 콘텐츠가 경기 그 자체보다 더 인기를 끄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언급했다. 스포츠 팬들이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시청 시간은 점점 짧고 파편적인 단위로 쪼개진다. 스포츠의 서사는 사라지고, 화려한 순간들만 편집되어 소비된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의 보편적 시청권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 스포츠 중계 시대의 종말은 이렇게 다가온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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