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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열 지지자들 돌아서기 시작했다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국민의힘 동력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수도권과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세가 결집하면서 이낙연, 이재명 등 여권 대권주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대권 판세를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지난주 대구를 찾은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처음부터 선택지를 정한 것이 아니어서 많은 국민과 현장에서 직접 얘기를 듣고 눈으로 보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할 게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겠다는 그의 정치적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답변이다.그를 지지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조만간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로선 윤 전 총장은 당 밖에서 세력을 확장한 후 오는 11월에 확정될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국민의힘에 합류했다가는 자신을 지지하는 중도성향 유권자나 호남주민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기존 국민의힘 대권주자들과의 경선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등등에 대해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윤 전 총장이 보수, 중도, 진보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장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권은 지금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마음이 다급해진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서 윤 전 총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윤 전 총장은 현재 국민과의 소통이나 메시지 관리, 캠프인사를 두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대선캠프를 ‘서초동 캠프’로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활짝 열려 있어야 할 캠프가 검찰청 같다는 소리다. 사실인지 확인은 해 보지 않았지만 캠프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지문을 찍어야 가능하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후원회장 선임 등을 놓고 그의 인사스타일도 도마 위에 올랐다. 즉흥적 또는 ‘만기친람형(萬機親覽型)’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대통령이 될 경우 이런 인사스타일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의 국정운영 역량을 가늠할 메시지가 적재적소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관계도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는 국민의힘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로서는 당연히 가져야 하는 생각이다. 반면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은 이 대표가 특정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다. 친윤계 일부 의원은 동료의원을 상대로 ‘윤석열지지’ 연판장을 돌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도됐다. 야권 대선후보 경선일정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당내 갈등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집권여당이 꿈에도 바라는 야권분열이 자신으로 인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나오는 법이다.

2021-07-25

맹꽁이

맹꽁이는 본래 수컷 맹꽁이가 암컷을 부를 때 “맹” “꽁”하며 소리를 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맹꽁이를 쟁기발개구리라고도 하는데 뒷다리 바깥쪽에 쟁기 모양의 돌기를 이용해 땅을 파서 붙여진 이름이다. 맹꽁이는 몸통이 팽대하다. 머리부분은 짧고 몸 전체는 둥글다. 패드락 자물쇠를 맹꽁이 자물쇠라 부르는 것은 몸통이 납작한 게 흡사 맹꽁이를 닮아서다.사람을 두고도 맹꽁이 같다고 한다.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바보라기 보다는 고지식하고 완고한 사람의 뜻이다.맹꽁이는 이제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그들의 서식지가 많이 사라진 탓이다. 최근 국토부가 추진 중인 제주 2공항 건설사업이 맹꽁이 보호조치 미흡으로 제동이 걸렸다. 5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맹꽁이 보호 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당분간 사업이 표류할 입장에 놓였다고 한다.우리나라도 야생 동식물의 보호를 위해선 선진국처럼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경기도 성남시에 공급하려던 2천500여호의 신혼주택을 위한 공공주택 사업도 맹꽁이 보호 문제에 부딪혀 사업이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맹꽁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는 대구 금호강변의 달성습지다. 2011년 맹꽁이 3만 마리가 대명천 유수지에서 번식해 낙동강 제방을 넘어 달성습지로 오는 장면이 목격돼 화제가 됐다.최근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 봉무IC 인근에서 맹꽁이가 발견됐다는 민원이 제기돼 환경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맹꽁이가 발견된 지역은 대구엑스코선 차량기지로 지목된 곳이다. 이 지역의 맹꽁이 서식 여부가 공사에 영향을 미칠까 또한번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25

영천시 10년만에 최대 인구 달성, 왜?

최기문 영천시장 올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인구동향조사 출생 및 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 보다 많은 자연감소 현상이 최초로 발생하는 등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은 불가피해 보였다.영천시도 2011년 말 기준 10만4천182명에서 매년 감소세를 이어오다 2018년 7월에는 10만186명으로 10만 붕괴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이에 민선7기 출범 후 시정 최우선 목표를 인구 증가에 두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 노력한 결과, 2018년 이후 영천 인구는 ‘V자 반등’을 시작해 2021년 4월 30일 기준 10만2천529명으로 10년 만에 최대 인구를 달성했다.영천시는 3년 연속(2018~2020) ‘경북 저출생 극복 우수 지자체’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고, 2019년 합계출산율 1.5명으로, 도내 시부에서 1위를 차지했다.그 비결은 ‘살기 좋은 영천’을 만들고 인구 증가를 위한 명확한 목표 설정과 계획 수립에 있다.지난해 경북도 내 최초로 인구정책과를 신설과 지역 실정에 맞는 인구정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며, 주변 환경과 수요자 중심의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장·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을 수립했다.장기적으로 교통인프라 구축, 정주여건 개선,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 농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면서 단기적으로 인구 늘리기 캠페인, 임신출산·육아교육·기업청년·귀농귀촌·전입시민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 시책 발굴을 진행했다.대구광역시와 30분대의 동일생활권을 실현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을 추진한 결과, 지난 7월 5일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신규사업으로 확정·고시되는 성과를 거뒀다.영천경마공원역 연장은 경제와 교통, 문화 등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 지역의 지도가 바뀌는, 영천 발전의 초석이 되는 사업이다. 이에 시는 역 중심의 신시가지 조성을 바탕에 두고, 영천의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2024년 개장 예정인 영천경마공원과 금호읍 신월리 일대의 2천세대의 아파트 조성 및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 영천금호 일반산업단지 공영개발 등 산업단지 조성과 원활한 물류 수송을 위해 금호~대창 하이패스 IC 설치, 금호~하양 간 국도 6차로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이처럼 장기적으로 교통, 주거, 문화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다각적 접근으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13년 만에 지역에 없던 분만 산부인과 개원과, 출산양육지원금 확대지원, 다함께 돌봄시설 개설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기숙사 임차비 지원을 통해 기업과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귀농·귀촌자 정착에 따른 각종 지원책도 시행 중이다. 또한 청년 인구 유입을 위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시책 운영을 위해 올해 초 청년정책담당을 신설한 만큼 청년을 위한 정책과 사업들도 계속 추진된다.이같은 노력과 함께 전입자를 위한 시책뿐 아니라, 현재 거주하는 영천시민들을 위한 시책도 적극 발굴하여 영천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이처럼, 영천시는 단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시책들에 그치지 않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일과 가정의 양립, 교통과 교육, 주거, 취업 등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발전적인 영천시가 되도록 끊임없이 전진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 영천에서 그 변화를 직접 느껴 보시길 바란다.

2021-07-25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블로그에 무궁화 꽃이 피었다. 3년 전, 7년 전 오늘 일기를 다시 보여주는 블로그의 서비스 덕분으로 같은 날에 쓴 대여섯 개의 오늘 일기가 떠올라 잊고 있던 그 날의 이야기에 또 한 번 웃을 수 있어서 좋다. 12년 전 이맘때도, 우리 동네에는 무궁화가 화려한 외출을 했다.2009년 7월 오늘, 안동에서 외할머니가 오셨다. 연세가 많으셔서인지 집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셔서 겨우 모시고 온 길이었다. 손녀인 내가 꽃구경 가자니 이 나이에 꽃은 봐서 뭐하냐고 안 간다고 손사래 치신다. 힘드시면 업어드릴 테니 가자며 억지로 모시고 기청산수목원으로 향했다.입구의 키 큰 소나무를 보고 “야야, 이크러 좋다 야야.” 를 연발하신다. 입장료가 비싸다 하시다가 숲해설가가 따라다니며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니, 또 “아이구, 야드래이.” 하시며 좋아하신다. 지팡이를 짚고서도 잘 따라 다니셨다. 증손자 규헌이가 부축해 드리려 해도 싫다셨다. 숲해설가가 우리 가족관계를 묻고는 친정엄마도 모시고 남편이 운전해 4대가 왔다니 신기하다며 웃었다. 꽃과 나무 그늘이라 이 더위에도 시원한 산책이었다.그날 기청산 수목원은 무궁화 축제 기간이었다. 꽃의 색깔도 여러 가지였고 모양도 다양했다. 무궁화의 종류는 200종 이상이 있는데 품종은 꽃잎의 형태에 따라 홑꽃, 반겹꽃, 겹꽃의 3종류로 구분하고, 꽃의 중심부에 단심(붉은색)이 없는 순백색의 흰 꽃은 배달계라 하며, 꽃잎에 무늬가 있는 종류는 아사달계라고 한다. 단심계는 꽃의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있는 것으로 백단심계, 홍단심계, 청단심계로 구분된다. 외할머니께 무궁화의 이름 하나하나를 읽어드렸다.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는 줄 평생 모르고 사셨다며 한참을 무궁화동산에 머무셨다.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선정한 것은 1896년 독립문 주춧돌을 놓는 의식 때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으면서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고 한다. 무궁화의 정신은 우리 겨레의 단결과 협동심으로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꽃잎의 근원은 하나인 통꽃이며, 인내, 끈기를 나타내듯 여름철 100여 일간 한 그루에서 3천 송이 이상의 꽃을 피운다고 하니 무궁한 꽃이라 불리는 것이다.여름에 들면서 도시숲을 아침마다 걷는다. 오랜 시간 기차가 다니던 레일을 걷어낸 자리에 나무와 꽃을 심어 숲을 만들어 걷기에 좋은 산책로가 됐다. 유성여고 앞에서 시작해 걸으면 효자교회까지 연결되는 긴 숲이다. 내가 걷는 길은 우현사거리 부근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씬한 키를 뽐내며 줄지어 서서 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져 새소리가 함께 들려 숲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 길로 머리도 덜 말린 채 출근하는 사람들, 교복을 입고 조잘거리며 학교로 향하는 여중생들, 어제도 만난 강아지가 할머니를 끌고 냄새 맡기에 열심이다. 시내 방향으로 걸으면 인공폭포가 나타나고 곧 수도산이 나타난다. 입구에 절이 세 개나 있어서 진짜일까 궁금한 마음에 다 올라가 보았다.오늘은 무궁화가 만발한 충혼탑을 오르기로 했다. 입구에서부터 길 양쪽에 무궁화가 가로수로 섰다. 분홍 꽃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꿀벌이 꽃술에 매달려 아침 준비로 한창인지 인기척에도 달아나지 않는다. 충혼탑이 어디 있는지 무궁화만 따라가면 알 수 있게 줄지어 심어놨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문 앞에 키 낮은 무궁화가 담장을 대신이었다. 발밑에는 또르르 말린 꽃이 가득 떨어져 있어도 오늘 또 새로운 꽃이 활짝 펴 교실로 향하는 우리에게 함박웃음을 안겨주었다. 그때는 무궁화는 키가 작은 줄만 알았다. 수도산의 무궁화 가로수를 보니 이렇게 늘씬하게 자랄 수 있구나 싶다.매일 걸어도 매일 새로운 꽃을 피워 우리를 반긴다. 가까이 있어 별명도 십여 개인데, 그중 ‘일급(日及)’은, 아침에 햇빛을 받아 피었다가 저녁에 해와 함께 진다는 데서 주어진 이름이다. 무궁한 무궁화가 수도산 가득 피었다. /김순희(수필가)

2021-07-25

철밥통

철밥통이란 철로 만든 밥통이다. 철로 만들었기에 깨질 염려가 없다. 안정적이고 해고될 염려가 없는 직장을 비유적으로 부를 때 우리는 철밥통이라 한다.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을 철밥통에 잘 비유한다. 나라가 발칵 뒤집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계속 일하고 먹고살 수 있는 직장이란 뜻이다. 중국에서도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 부르는데 이 말이 우리에게 넘어와 사용되고 있다 한다.공무원 선호문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점차 늘기 시작했고,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더욱 굳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사회의 안정성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통계청의 5월 중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취준생의 32.4%가 공시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년보다도 숫자상 4%포인트가 증가했다.코로나 사태로 인한 우리사회의 불확실성 증가가 공시족을 더 늘렸다는 분석이다. 청년들 사이에 공무원이 인기직업으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명문대 출신 졸업생이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이젠 자연스런 현상이다. 심지어 대기업 합격자가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공무원도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겠지만 4차 혁명시대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청년들이 무더기로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현상은 국가 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글로벌 경쟁시대는 민간부문의 창의성이 승패를 가른다. 창의와 열정보다 안정과 여유를 택하고 도전보다 안주를 바라는 젊은이가 많아진다면 국가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22

‘3인3색’ 벼락치기 대선수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내년 대선에 나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야권 후보 3명의 정치적 행보가 3인3색으로 극명하게 달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 요직을 지낸 이들로서 ‘벼락치기 대선수업’에 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미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도 않은 채 민생행보를 계속해왔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 아직 중도층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입당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문제는 평생 검사로서 생활해온 윤 전 총장이 온갖 궤계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자신의 지지율을 끝까지 방어하며 결승점까지 골인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윤 전 총장은 최근 광주를 방문해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고, 대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갈지자 행보’란 지적이다. 진보와 보수를 겨냥한 메시지가 뒤섞여 중도는 물론 보수도 마뜩잖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정책 비전을 내놓기보다 단순한 정부 비판 메시지를 반복하는 바람에 지지 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코로나 확산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찬성입장을 보여 탄핵의 강을 넘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방향성 혼란’을 우려할 정도다.이에 반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에서 발빠르게 대선후보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인지도가 낮고, 정치적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대권후보로서 빠르게 자리를 굳히기 위해 조기입당을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게 ‘신의 한수’가 됐다.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대한 방어나 인지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직후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네번째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기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지지율을 상회하는 지지율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 출신들을 영입해 본격적인 대선캠프를 꾸리는 등 더욱 발빠르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또 하나의 야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아예 제3지대 후보로 나설 뜻을 밝혔다. “정치판을 바꾸는 변화가 있어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누구도 가지않는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할 태세다.대권도전에 3인3색의 야권후보 3명의 정치적 도전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 지 자못 궁금해진다.

2021-07-22

교육부와 대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교육부와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부가 대학 운영의 고삐를 쥐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대학들은 교육부의 감사를 받아보면 그걸 실감한다고들 한다. 교수와 직원들을 시간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대기하라고 한다던가 감사 자체가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지원 또는 각종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학은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아마도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얼마 전 교육부가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다소 듣기에 생소한 정책 발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평소 구조조정의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대던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속도보다 인구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공연히 고생만 하고 문제해결을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어왔다. 교육부가 대학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에서부터 대학 구조조정까지 여러 가지로 대학을 규제하여 왔기 때문이다.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70~80%가 대학에 가는 국가이며 이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메달 순위는 10위 이내를 장담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도 10위권에 접근한다. 그러나 QS, THE 등 세계대학평가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30위권에 들은 대학이 하나도 없다. 포스텍이 2010년 세계 28위를 단 한 번 마크했었지만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은 30위권 이하로 내려가 있다.교육부 규제는 대학의 창의와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것 이외에는 대학이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대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 지금 상황은 그 반대이다. 대학을 규제하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육부가 평시에도 대학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대학은 고통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교육부 폐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이 안나오려면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좀 더 잘 구분해야 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2021-07-22

여름 한나절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고가철로가 지나가면서 그 밑으로 길게 그늘을 지운다.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한낮에 그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서를 한다. 들판 한가운데는 사방이 틔어 있어서 어느 쪽에서 부는 바람도 다 맞을 수가 있다. 아무리 찌는 더위라도 웃통을 벗고 앉아서 부채질을 하면 견딜 만한 것이 들판의 그늘이다.들판에는 벼들만 사는 게 아니라 바람도 산다. 날마다 들판을 거닐면 무엇보다 바람과 친밀해진다. 사계절이 온통 바람의 계절이다. 미풍에서 태풍까지, 열풍에서 삭풍까지 무수한 바람의 스펙트럼에 민감해진다. 사람의 마음결을 느끼듯이 바람의 숨결을 느끼게 된다. 바람에 몸과 마음을 열어놓고 있으면 우주의, 생명의 세세한 기미까지 감지하는 감성이 살아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고 한 폴 발레리의 시구도 아마 그런 감성의 일단에서 나왔을 것이다.철로 그늘에 앉아서 바라보는 시야의 절반은 들판과 그 끝의 산이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이다. 하늘과 땅이 반반인 이런 구도가 더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평생 들판을 거닐며 살아오다 보니 아무리 명승절경이라도 시야가 막혀 있으면 나는 답답함을 느낀다. 이 들판은 분지라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들판 한가운데서는 어느 쪽을 봐도 시계의 절반 이상이 하늘이어서 좋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머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직립보행 하는 거라고 했던가, 비록 땅에 발을 딛고 땅에서 먹이를 구하지만 수시로 하늘을 쳐다보며 살아야 인간다운 거라는 생각이다.여름 들판은 키가 자란 벼들로 진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작열하는 햇빛을 뭇 생명의 양식인 유기물로 합성하는 역할이어서 그런지 벼들의 초록은 삼복더위를 압도하는 기세다. 이 들판에는 벼들 말고도 내가 앉아 있는 주변에 개망초꽃도 피어있고 토끼풀과 강아지풀도 있다. 개망초꽃과 토끼풀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가만히 보면 꿀벌과 나비는 생태가 사뭇 다르다. 꿀벌이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며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반면 나비들은 먹이활동 보다는 춤추며 날아다니는 게 더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개미와 베짱이를 닮았다. 나풀거리며 초록 들판을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들은 무대 위의 발레리나를 연상케 한다. 잠자리도 나비와 베짱이의 생태를 닮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히 날고 있는 잠자리들의 비행에는 별다른 목적이 없어 보인다. 날기 위해서 태어나서 나는 게 곧 삶인 모양이다.들판에서는 심심하지가 않다. 나비와 잠자리뿐 아니라 이따금 백로도 우아한 날갯짓으로 너울너울 무대를 가로지르고 청둥오리나 산비둘기가 잠깐씩 등장하기도 한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갖가지 형상으로 배경을 바꾼다. 여름들판에서는 아쉬운 것도 없다. 인간사회의 일쯤은 사소한 것이 된다. 물론 그 사소한 것들에 목을 매는 사람도 많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이 여름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은 이 철로의 그늘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어느 재벌의 호화별장과도 바꿀 마음이 없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누가 믿거나 말거나 이 들판의 여름 한가운데서 나는 더 바라는 게 없다.

2021-07-22

칠포 암각화

정미영 수필가 간절히 기도하며 염원을 새기는 이의 마음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가늠하고 또 가늠하면서 암각화를 찾아 집을 나선다. 포항에는 암각화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데, 그 중 칠포 암각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다.1985년에 처음 발견된 암각화는 기계면 인비리에 있다. 기북면 초입에 늘어선 고인돌 중 하나에서 확인되었는데, 고인돌 덮개돌의 남면에 석검과 화살촉 모양을 새긴 것이 세 점 나왔다고 한다.내가 오늘 찾아간 것은 1989년에 발견된 곤륜산 중턱 모래암석에 새겨진 암각화다. 그림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석검 손잡이 모양의 검파형 암각화를 중심으로 장구 모양, 실패 모양, 알구멍, 돌화살촉 등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에 새겨진 물상들을 살펴보는데 낯선 방문객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바위 품에 있던 그림들이 기지개를 켠다.암각화는 오랜 세월 탓에 마모되었다. 하지만 존재 가치와 의미는 전혀 퇴색하지 않았기에, 내 경외감의 농도는 전혀 옅어지지 않았다. 자연이 만든 대상물 가운데 바위는 유독 변하지 않는 존재로 여겨져 예로부터 특별하게 생각되어 왔다.사람의 불안정성과 왜소함을 바위의 영속성과 견고함에 비교했던 탓일까? 선사시대 사람들은 다산과 풍성한 사냥을 기원하는 마음을 바위에 새기는 각수(刻手)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원의 마음을 담아내느라 햇빛과 달빛 아래에서 부지런히 일손을 놀렸을 바위새김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그들은 바위에 곱돌로 그리고, 나중에는 참돌 새김칼로 새겼을 것이다. 부족사람들의 바람을 바위에 새기는 동시에 후손인 우리들에게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기원의 마음이 깊었던 탓에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칠포 암각화는 소멸되지 않고 가부좌를 털고 앉아 조용히 묵언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간절히 염원하고 신념을 새기는 조상들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아 내 가슴이 먹먹하다.할아버지도 새김이였다. 그들은 바위에 새겼지만, 할아버지는 옹기에 문양을 새겼다. 가마 앞에서 노심초사하던 할아버지의 어깨와 등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흙을 빚어 말린 물그릇에 건아작업을 거쳐 바짝 말린 다음, 가마에 넣어 구워내기를 반복하는 열정에는 존경심이 일었다.옹기를 만들 때 문양은 동물문과 화초문을 새겼다. 할아버지는 옹기를 사용하는 이들의 장수, 다산, 부를 기원했다. 옹기에 새와 나비를 그리고 연꽃과 모란을 그릴 때 할아버지의 손등에서는 푸른 힘줄이 튀어 올랐다. 조각칼을 잡은 손은 떨리면 안 된다.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는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여러 형상을 표현하는 문양마다 할아버지의 눈물과 땀이 젖어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마음이 내 가슴에 무수한 언어로 전해졌다.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실 속에서 과거를 반추하는 것은 온고지신(溫故知新) 때문이다. 간절히 기도하며 마음을 새겼던 선사시대 조상들의 정신이 한 치의 오차 없이 후손들에게 전해졌기에, 우리의 새김 기술은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오늘날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수준이 되었다.칠포 암각화는 예술혼이 깃든 문화재다. 바위새김이들은 온갖 시련과 고난이 찾아와도 암각화에 기원의 말을 새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간절한 염원의 말은 소멸되지 않고, 암각화라는 예술을 피어 올렸다. 문화재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민족 구성원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다. 나 또한 바위에 새겨진 조상의 숨결과 아포리즘을 온몸으로 느끼며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어야 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간절히 염원하고 신념을 새기는 이의 마음은 필연적으로 전해지리라.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니 조상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소중한 그들의 염원을 바위 품에서 내 가슴으로 옮겨와 곰비임비 쟁여본다.

2021-07-21

모감주나무, 여름을 반짝이다

여름은 모감주나무의 계절이다. 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며 애간장을 태우더니 오늘 하늘은 참 맑다. 이때다 싶어 서둘러 길을 나서기로 한다. 등굽잇길에 들자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습한 것들이 열어 둔 창문으로 들이친다. 같이 비집고 들어온 풀 냄새도 바쁘게 내 마음 언저리에 걸터앉는다.모감주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아름답다. 임곡 항에서 925번 해안도로를 따라 운전하면 드라이브 코스로도 멋지다. 왼쪽은 바다요, 오른쪽은 산으로 둘러싸여 길목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 준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찌푸리게 해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에 금방 얼굴이 환해진다.비 온 뒤라 그런가, 세상은 온통 잿빛과 갈맷빛뿐이다. 길을 나설 때부터 따라온 하늘과 바다는 온통 흐리다. 어제 내린 비에 하늘도 바다도 제 빛을 갖지 못하고 어중간하다. 오른쪽에는 녹음으로 우거진 신록의 나무들이 물길을 찾아 목마름을 채우고 있다. 해안도로를 이십 분 정도 달렸다. 드문드문 노란 별빛으로 길 밝히는 모감주나무가 보인다.모감주나무 군락지 안내판이 언뜻 보인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지 갓길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 그런데 산으로 들어갈 길이 막막해 보인다. 방파제에서 마주친 주민에게 모감주나무 이야기를 꺼내자, 시큰둥하다. 발산리 주민들은 모감주나무군락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좋을 줄 알았단다. 기쁨도 잠시, 주민들의 터전이 문화재보호법에 적용되어 30년 동안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한숨을 쉰다. 오래되고 높다랗게 서 있는 모감주나무를 그저 말없이 쳐다본다.뜨거운 햇볕이 쏟아져도 모감주나무는 투덜대지 않는다. 햇볕이 부숴내는 작은 알갱이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꽃을 피운다. 못 견디겠다고 피하거나 가지를 늘어뜨리지 않는다. 제 꽃술을 살포시 받쳐 올리며 꽃을 완성한다.모감주나무는 하늘을 향해 긴 꽃대들을 곧추세운다. 짙은 신록 위에 황금빛 별을 뿌려놓은 듯, 자잘하면서 화려한 꽃들을 총총히 피운다. 노란 꽃잎은 땅에 떨어져서도 아름답다. 바닥에 수북이 떨어져 있으면 아까워서 함부로 밟지 못한다.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 황금비가 내리는 것만 같아서 서양에서는 모감주나무를 ‘Gold Rain Tree’라고 한다.모감주나무 열매는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그래서 금강자(金剛子)라고도 한다. 불가에서는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뜨릴 수 있는 열매라고 여긴다. 염주의 재료로 쓴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귀해서 큰스님이나 지닐 수 있었다.나무를 향해 카메라를 들었다. 나무는 노란 꽃등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듯 환하다. “이곳은 노을 질 때가 제일 예뻐요.” 마을 주민이 한마디 건넨다. 바다와 노을, 그리고 모감주나무가 환상적인 짝을 이룬다고 말한다. 나무가 많은 곳에는 인심이 넉넉한가, 마을주민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진다. 오늘은 나도 방파제에 앉아 노을에 젖는다.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 나무는 바람을 기다린다. 모감주나무는 주로 바닷가 산비탈이나 도로변 절벽에 군락을 이룬다.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은 씨앗을 퍼뜨리기 좋은 자리다. 기다리다 때가 되면 자유롭게 새 땅을 찾아 떠날 것이다.가장 아름다운 탄생은 가장 위험한 곳에서도 환경을 이겨낸다.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기 위해서 모감주나무 씨앗은 편서풍을 이용하고 5개월 만에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더러는 바람의 흐름에 떠밀려 바다에 떨어지고, 더러는 땅에 정착하더라도 말라버릴 수 있다. 다행히 함께 살아남은 씨앗은 불볕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이순혜수필가 나무가 꽃을 피울 때는 안 보려 해도 그냥 보인다. 방파제에 앉아 산을 향해 눈을 들면 모감주나무에 꽃불이 일어난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 바람은 불었을 테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도 바람은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녔을 것이다. 어디에 어떻게 살더라도 나무는 그들만의 방식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을 한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들의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은 치열하다. 모감주나무는 그렇게 먼 여행길에 오를 것이다.해가 지고 밤이 되면 모감주나무 꽃에 별들이 윙크한다. 저희끼리 도란도란 주고받는 소리에 파도도 하얀 웃음으로 맞장구친다. 나무가 들려주는 많은 이야기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떠 있는 별들도, 졸음에 겨워 눈을 비비며 깜빡이는 별들도,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꽃과 별들이 소곤대는 몸짓은 여름밤이 깊어갈수록 더 반짝인다.

2021-07-21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 모두 대선 예비 후보 등록을 시작하고, 여당은 경선 컷오프에서 후보 6명만 확정했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한때 고공 행진한 적이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퇴임 전에도 이미 대선 후보로 확정된 셈이다. 그에 대한 지지율이나 적합 도는 50%를 넘어 타 후보를 압도했다. 그는 지난 3월 3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6월 29일 정치 선언 후 예비후보로 등록까지 했다. 대선 후보 지지도 부동의 1위였던 윤석열의 지지율은 지난주 처음으로 20%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어느 조사에서는 이재명, 이낙연 양자 대결구도에서도 밀리기도 했다.여론은 수시로 변하지만 그의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그의 지지율이 급락한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윤 후보의 어정쩡한 정치적 행보가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아직도 자신의 확고한 둥지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는 국민의 힘 입당을 미루고 당 밖 제3지대에서 외곽전을 벌이고 있다. 여전히 ‘나의 길’을 고집하다 최재형에게 입당의 선수마저 빼앗겨 버렸다. 한국 정치처럼 진영 간의 깊은 골에서 좌고우면하다 입당 기회를 실기한 듯하다. 선택의 딜레마 상황은 양측으로부터 동시 비난 가능성이 높다.둘째, 그가 문재인 정부의 독단성만 강조하다 정작 그 자신의 정책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노출을 위해 정부 정책의 대척점을 찾아다녔다. 탈 원전에 반감을 가진 서울대 원자력 교수실 방문에 이어 카이스트 대학원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전 국립묘지 천안함 희생자 묘역을 찾아 안보의 맹점을 부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그늘지고 응어리진 취약 지점은 찾았지만 그 자신의 정책 비전은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 정치 신인 윤석열 다운 정책 비전이 분명하지 않을 때 그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셋째, 그의 지지율 하락에는 가족의 비리 의혹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장모 최씨는 요양병원 부당 지원금 수령 의혹으로 3년 구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었다. 처에 대한 줄리 의혹과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은 윤 후보의 ‘공정과 법치’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 물론 법리적으로는 결혼 전 일이라 본인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가족 관련 6개의 의혹 사건이 남은 상황은 그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판치는 한국 대선 풍토에서 가족의 비리 의혹은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의 야당 입당 유보, 정책비전의 부재, 가족 비리 의혹은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선거에서 대결 구도, 정책, 인물이라는 3요소는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 구도 면에서 그는 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확고한 둥지는 마련치 못했다. 유권자의 표심을 끌기 위한 정권교체는 강조하지만 정책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인물은 결국 후보의 이미지인데 그의 공정한 포청천 이미지는 가족비리 의혹으로 상쇄되고 있다. 그는 산토끼 여러 마리를 잡으려다 확보한 집토끼마저 놓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2021-07-21

방학 발자국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방학이다. 올해도 달라진 게 없는 그렇고 그런 방학이다.온라인 수업 때문에 학교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곳으로 전락해버린 지금 학생들에게 굳이 방학이 필요할까?많은 사람이 묻는다, 왜 꼭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만 인정하냐고. 집에서 EBS 보거나 혼자 숙제하는 것도 수업으로 인정하는 판에 왜 다른 곳에서의 수업은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냐고. 특히 영어, 수학 과목은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데, 그것도 학교보다 더 열심히 하는데, 왜 그것은 수업으로 인정 안 하느냐고!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학교가 본래의 기능을 잃은 지는 오래다. 지금 학교는 성적 산출을 위한 시험을 치는 곳에 불과하다. 그 시험을 위해 학기를 나누어 학생을 학교에 모은다.‘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정말 이보다 좋은 말은 세상에 없다. 나열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이다. 이 역량 중에서 단 하나만이라도 학교에서 제대로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아래에 인용한 역량은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 중 어디에 해당할까?‘다양한 상황에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역량’.바로 ‘의사소통 역량’이다.물론 다른 역량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우리 교육이 해야 할 가장 기본이 학생들에게 이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교사를 비롯한 교육 관계자다. 그럼 교육계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사소통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학생 앞에서는 소통, 배려, 이해 등을 멋있게 이야기하지만, 이 이야기를 가장 지키지 못하는 집단이 교육계다. 물론 소통의 본보기가 되는 교육 종사자도 있다.하지만 그들의 수는 많지 않다. 이번 방학만큼은 교육 종사자의 의사소통 역량이 향상되는 방학이길 간절히 기원한다.물발자국, 탄소발자국, 생태발자국 등 발자국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이들은 사람이 지구에 남긴 나쁜 발자국들로 인해 지구는 기후 위기, 전염병 등 대위기에 처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류는 녹색 발자국이라는 답을 찾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역시 학교다. 학교에는 수업 발자국, 시험 발자국, 학교폭력 발자국 등 참 많은 나쁜 발자국이 있다. 그중 나쁜 발자국이 방학 발자국이다. 방학은 학생의 심신을 처참히 짓밟는 발자국이 된 지 오래다. 방학이 더 나쁜 것은 학생에게 희망 고문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 학생의 방학 현실을 모르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서 보내는 것이 이 나라 방학이다.그럼 그 시간을 정규 수업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교육계의 녹색 발자국은 없을까!

2021-07-21

내일을 이야기하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 본인은 억울하지 않을까. 52시간 정책이 문제라는데 120시간만 시비거리가 된다거나, 대구를 칭찬한다는 소리가 다른 지역을 폄훼한다고 들렸다는 게 아닌가.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그처럼 힘들다. 오죽하면, 어느 옛 시인은 ‘말로써 말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고 했을까. 글이든 말이든 적거나 뱉은 다음엔, 이제는 내 것이 아니다. 읽고 들은 사람들이 새기고 해석하며 소비한다. 나의 배경과 처지를 바탕으로 표출된 생각이지만, 받아서 사용하는 쪽에도 그들의 배경과 처지가 있다. 내 생각에 대한 그들을 오해를 내가 아무리 애쓰며 바로잡으려 해도 좀처럼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처럼만 생각하라고 주장할 방법이 없다. 공인으로 사는 길은 그래서 피곤한 법이다.고단한 길에 그들은 왜 나섰을까. 나 하나만을 위해 살기보다 남들을 위해 살겠다는 진정성을 믿어주기로 하자. 그렇다면 남들의 내일이 오늘보다 좋아지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와 백성이 살아가는 길에 꿈이 살아나고 희망이 피어나는 생각이 들려야 하지 않을까.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벌써 여럿이지만, 국민은 내일을 이야기하는 당신을 아직 만나보지 못하였다. 현란한 말솜씨와 빼어난 설전이 이어지지만, 어제를 탓하고 흠집만 파고드는 당신들에게 국민은 이미 지쳤다.포스트코로나를 어떻게 맞을 것이며 4차산업혁명을 어찌 대처하고 기후위기는 무엇으로 막을 것인지 당신에게는 큰 생각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좌우와 빈부로 갈라진 사회의 모습은 어찌할 것인가. 경제와 기업, 노동자와 사용자를 함께 이롭게 할 방법은 있는가. 세대와 성별 간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당신은 가지고 있는가. 청년문제가 잠시 떠오르는가 했더니 어른들 샅바싸움에 다시 가라앉은 느낌이다. 백년대계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있지 않은가.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적 위치도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정비와 평화를 향한 통일정책도 만만치 않다.그럼에도 국민에겐 하잘것없는 말싸움만 들린다. 무게있는 분석은 없고 사이다적 세 치 혀만 들린다. 나라에 필요한 건 ‘통쾌한 반격’이 아니라 ‘진중한 해결’이 아닌가. 듣고 당장 시원해지는 탄산소다보다는 조금 천천히 가도 내일을 다지는 무거운 정책을 만나고 싶다. 어제와 오늘이 불편한 까닭을 내일을 향한 비전과 계획으로 이겨내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런 꿈을 당겨오는 당신에게 내 표를 던질 터이다.작가 제임스클라크(James Freeman Clarke)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고 하였다. 고달픈 공인이 되어 남을 위하여 살겠다는 참된 다짐을 하는 정치인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정치꾼인가, 아니면 정치인인가. 당신의 그 한마디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가 아니면 그저 속만 시원하게 하는가. 나라를 이끌어 보겠다고 나선 당신에게서,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깊은 속내를 눈치채고 싶다.

2021-07-21

화제의 ‘이건희 컬렉션’

21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반에 공개되는 ‘이건희 컬렉션’사전예약 티켓이 매진됐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각각 다음 달 19일, 다음 달 3일까지 관람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후, 국립현대미술관은 14일 후 관람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으며, 매일 밤 12시에 하루 치 예약이 추가로 풀린다.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각각 2만1천693점, 1천488점으로, 이번 특별전에선 총 135점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재 45건 77점을 공개한다.선사시대 유물인 국보 ‘청동방울 일괄’,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항아리부터 조선 후기에 제작된 도자기, 민화 등이 진열된다. 특히 겸재 정선이 비가 갠 인왕산 풍경을 자신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한 걸작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와 강세황의 ‘계산허정도’가 전시된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대표작 ‘황소’와 ‘흰 소’가 공개됐다. 박수근 작품으로는 ‘절구질하는 여인’, 백남순의 ‘낙원’, 이상범의 ‘무릉도원’, 김종태 ‘사내아이’, 이성자 ‘천 년의 고가’,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 김기창 ‘군마도’ 등도 전시된다.전시 종료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9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이 내년 3월 13일이다.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관람조차 쉽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내년 4월에 대규모 전시회를 다시 열 예정이라니 그때를 기약해도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2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역 새마을금고

피현진 ​​​​​​​경북도청본부 최근 지역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갑질, 선거법 위반 등 여러 논란이 발생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지난 4월 17일 제주도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으며, 안동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또 지난 16일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중앙회 회장 선거와 관련 ‘금전 제공 의사표시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밖에도 각 지역에서 이사장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금품선거 의혹은 셀수 없을 정도다.이처럼 새마을금고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근복적으로 이사장의 권한이 너무 큰 탓이다. 이에 이명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과 이사장 선거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 의무 위탁 및 이사장 동시선거 실시를 주요 골자로 한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했다.하지만 이 법률안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중앙회장이 ‘전국 새마을금고이사장 동시선거’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연임제한을 폐지하고자 했으나, 현직 이사장들이 임기연장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비상근 이사장으로 전환시 연임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임제한(3회)에 해당되는 이사장들이 법 개정 후 임기만료 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경우 제한없이 차기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돼 사망시까지 이사장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국민청원 작성자는 지금까지 새마을금고는 타 금융기관에 비해 조직 관리나 인사관리, 직원의 채용 및 운영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금고법 및 규정에서 교묘히 벗어나 이사장의 인사권과 대표자라는 절대 권력에 휘둘려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새마을금고는 국민들의 목돈마련과 금융안정을 위한 자금의 대출을 주 사업으로 하는 주민협동조합으로, 고리채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설립돼 현재 전국에 1천300여개의 독립법인들이 총자산 150조원의 서민금융기관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거대한 자금을 운영하는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은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문제는 항상 돈과 권력이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1-07-20

코로나19 국가적 위기 상황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코로나19의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쳤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 코로나19의 4단계 적용기준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확진자 수가 계속 1천400명을 넘었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인 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영업점들이 4단계 방역 수칙을 적용받는다. 학원, 독서실, 카페도 코로나19의 4단계 대응을 하여 손해를 최소화하고 소상공인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진 전 단계를 알 수 없는 잠재적 감염자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바뀐 7월 사회적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홍대 거리와 쇼핑몰, 그리고 노래방과 유흥시설에서 방역 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보도가 연일 방송되고 있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것이 아닌가 싶다.‘1차 백신 접종을 하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 경제 정책 방안과 소상공인을 위한 방안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국민의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로서 경제적으로는 잘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역 대책으로 보면 부정적인 면이 크다. 또한 방역이 잘못되면 국민에게만 참고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다. 백신도 엄청 많이 맞고는 있다. 그러나 31%를 간신히 넘긴 상태이다.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에서는 방역 수칙 4단계 적용이 시작되었지만 지방은 1, 2단계로 유명 관광지 숙박업소는 방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확진자의 70% 이상이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다. 수도권의 무증상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수도권까지 초유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최대한 모임과 이동을 자제하고 정부의 방역 수칙을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우리나라는 영토가 매우 좁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이면 도착한다. 그래서 정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이 하나가 되어 발 빠른 대처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질병관리청은 서울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하나의 사회적 거리 질서 방역 단계로 통일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사회적 거리 질서 단계를 분리할 경우 국가적 방역이 매우 어렵다. 수도권을 잡으면 비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잡으면 수도권이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지금은 엄청난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대한민국은 지혜롭게 이겨나가야 한다. 특히 국가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국민의 대단한 힘이 결속력을 가진다. 대구에서 시작된 국권회복운동으로 전 국민이 합심하여 일본에 대한 국채를 갚아 경제적으로 독립하자는 운동과 1997년 IMF 구제금융으로 당시 대한민국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은 자신이 소유한 금을 자발적인 희생정신으로 내어놓은 금 모으기 운동이다.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극복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2021-07-20

회갑기념논문집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사노라면 문득 옛일을 돌이키거나 그리워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실을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전에 쓴 논문을 찾았기로 그런 정황에 빠져든다. 1920년대 소련 희곡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유학을 떠난 두 번째 해에 쾰른에서 사흘 연속 알바를 하게 되었다. 견본시장에서 화재와 도둑을 방지하는 야경꾼 노릇을 한 것이다.사흘 일해서 당시 돈으로 400마르크, 한화(韓貨)로 18만원 정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행복한 마음에 대학 인근 책방으로 한달음에 달려간다. ‘불가코프 희곡전집’과 ‘러시아-독일어 사전’같은 책을 사들인다. 소련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이전의 한국에서 러시아문학 관련 서적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러시아희곡을 공부하는 사람이 드문 형편이어서 서책 구하기가 난제였다.지도교수는 “여기서 공부하면 어떠냐?!”고 물으셨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오늘날처럼 러시아 자료가 풍성했다면 필시 나는 유학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유학을 나간 결정적인 이유는 자료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을 현대 중문학이나 브레히트 연구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불가코프 희곡전집은 감동 이상으로 다가왔다.희곡 ‘투르빈씨네의 나날들(Dni Turninych)’을 읽다가 어느 날 난관에 봉착한다. ‘독서백편(讀書百篇)’을 수없이 되풀이해도 ‘의자현(義自現)’이 되지 않는 것이다. ‘궁즉통(窮卽通)’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그래, 불가코프가 키예프 출신이잖아. 필시 러시아어가 아니고, 우크라이나어일 가능성도 있겠군.’ 그런 생각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그길로 쾰른 대학 슬라브학부 도서관을 찾아 두 권으로 출간된 ‘러시아-우크라이나어’ 사전을 빌려 복사한다. 당시 도이칠란트에서는 복사는 원하는 사람이 하되, 제본은 제본 전문가가 해주는 식이었다. 적잖은 돈을 들여 두툼하고 큼지막한 사전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렇게 풀렸다.희곡에서 불가코프는 러시아어, 독일어, 우크라이나어를 곳곳에서 활용하였다. 작품을 읽고 난 소회는 뿌듯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는 유학생활의 첫 번째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베를린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논문을 마칠 무렵 서울에서 연락이 온다. 지도교수의 ‘회갑기념논문집’을 낼 터이니, 논문 한 편 보내라는 것이다. 논문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났을 때 찾아든 기쁨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였을까! 논문의 마지막 마침표를 나는 느낌표로 바꿨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런 생생한 쾌감과 즐거움은 찾아오지 않았다.지도교수의 ‘회갑기념논문집’은 그렇게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싫든 좋든 추억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이 우리를 살아가도록 강력하게 인도하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백세시대’가 보편화한 오늘날 ‘회갑기념논문집’을 출간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오후에 만난 색바랜 논문을 읽다가 홀연 찾아든 소회가 감상에 젖도록 한다. 창밖에 매미 크게 운다.

2021-07-20

탄소국경세

유럽연합(EU)이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출업계가 비상이라 한다. 탄소국경세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역내제품과 같은 환경비용을 물리겠다는 일종의 관세다.탄소 배출 저감조치 때문에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유럽 내 기업에 대한 강력한 보호 수단으로서도 적당해 EU의 탄소국경세 시행은 유력하다.EU는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예상되는 관세장벽 비용을 연간 9억유로(약 12조원)로 본다. 당장 국내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만 연간 1조원 정도라 하니 국내 수출업계가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할만하다.EU의 이같은 그린장벽과 비슷한 제도는 미국에서도 검토된다고 한다. 선진국의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각종 규제는 이제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동 숙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기후를 미국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얼마나 민감할지를 가늠해 볼만한 발언이다.기후 정상회의가 열리고 세계 각국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온실가스 배출양도 대폭 줄이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를 줄인다고 했다.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지구촌의 심각한 재난에 범세계적 대응 움직임이 요란하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탄소리스크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빌 게이츠는 “원전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라 했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우리가 새겨들을 말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1-07-20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의 욕이 구수하다지만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강하고 독하게 자랐어요 아버지 / 부드러운 혀는 독보다 피보다 진해요 / 눈빛보다 강한 무기, 힘세고 강하게 살아남죠 / 무엇이든 욕으로 견디고 / 마음을 찌르는 칼 / E 씨발의 도시 미친 욕을 하거나 욕을 먹거나 / 밥 한술에도 욕을 얹고 / 아이들도 욕을 하고 욕이 욕을 부르는 전염”한 유력 대선 주자가 오래전 형수에게 한 욕설이 두고두고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고 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사과했지만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이들은 다시 그 사건을 끄집어 내고 수면 위로 올리고 싶어 한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친척들 사이의 크고 작은 다툼은 어쩌면 보통 가정에서 적잖이 일어나는 일상사가 아닐까. 피붙이의 사랑이 깊고 짙다 해도 한 집안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면 때론 칡처럼, 때론 등나무 가지처럼 얽히고설키게 마련이다. 그 갈등은 몸의 부딪침을 일으키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막말과 욕설을 불쑥 튀어나오게 만들기도 한다.이가을 시인은 ‘슈퍼로 간 늑대들’(책만드는집)에 실린 ‘욕의 칼’이라는 시에서 욕을 ‘마음을 찌르는 칼’이라고 그려냈다. 그렇다. 도처에 혀의 칼이 난무한다. 사람 많은 곳에 잠시 있다 보면 어디선가 불쑥 욕설이 내 귀를 찌른다. 길을 걷다가도 욕의 칼에 베이기도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씨*’이라는 낱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온다. 뭔 뜻인지 알고서 하는 말은 아닐 게다. 멋진 옷에 비싼 차를 운전하고 있는 젊은 남성의 입에서도, 정성스레 아름답게 화장을 한 여인의 입에서도 ‘*나’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퍼져 나온다. 큰 사람들이니 얼추 그 뜻을 알 게다. 물론 그 혀의 칼, 욕의 날이 나를 향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날아다니는 욕설이 어쩌다 귀를 스칠 때면 마음에 쨍하고 금이 간다.나는 욕을 잘 못한다. 욕설을 내뱉고 싶은 마음이 장작불꽃처럼 이글거리고, 마른 잎 태우는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가 왜 없겠는가마는 막상 욕이 입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나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심한 욕이 ‘새끼’이다. 군대를 가면 욕이 늘어 나온다고도 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군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까닭에 한국욕을 배우고 연습(?)할 기회를 놓쳤다. ‘f’나 ‘s’로 시작되는 미국 욕이 잠시 입에 붙었던 적이 있지만, 부대 밖을 나오니 곧 떨어져 나갔다. 말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주 보고 들으면 그 단어가 입에 붙는다. 욕은 매우 강한 끈끈이를 가진 말이다. 그래서 더 잘 붙는다. 애써 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근엄하신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는 / 날마다 가마솥에 욕을 끓인다 / 가마솥 절절 끓을수록 욕설이 구수하다 / 손님 탁자마다 돌아다니면서 욕으로 안부를 건넨다 / 할머니 욕해주세요∼ / 저, 염병할 놈, 또 왔네 아직도 그 타령이여? / 욕설을 얹어야 국밥이 맛있다”(이가을, ‘이 맛있는 욕’ 일부)라는 시처럼 욕은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에게만 허용했으면 좋겠다.욕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도 하지만 안 했으면 좋겠다. 진심을 말하자면 국밥집 할머니의 욕도 마뜩잖다.

2021-07-20

차라리 야구를 하지 마라

“그깟 공놀이가 뭐가 재밌어!”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이다.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가 뜻대로 되지 않자 농구부 주장 채치수를 향해 그렇게 외쳤다. 채치수는 그 이야기에 발끈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농구고 축구고 모든 구기 스포츠의 본질은 공놀이가 맞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그깟 공놀이’라는 말을 프로 스포츠에 가져다 붙이는 것은 너무 박한 대우다. 선수, 심판, 운영 요원, 응원단, 구단 직원, 경기장에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인생을 걸고 생계를 걸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산업이다. 아무나 공을 갖고 경기를 한다고 해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스포츠가 프로 스포츠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 관중들과 TV로, 컴퓨터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모두 포함하는 팬들의 존재일 것이다. 다시 말해 팬이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산업이 아니라 앞서 말한 만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깟 공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가장 거대하게 자리 잡은 프로 스포츠 산업이다.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덕분에 선수들이 받고 있는 대우도 후하다. 2021년 10개 구단 소속 선수 532명의 평균 연봉은 1억2천273만원이며 최고 연봉자인 SSG 랜더스의 추신수는 27억원을 받는다. 2021년 현재 중소기업 과장 평균 연봉이 4300만원 가량이라고 하니 동년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프로야구는 먹거리나 반도체를 생산하지도 않고,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단지 팬들의 지친 일상에 활력이 되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데 희망을 보태는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산업이다. 선수들의 높은 연봉은 그 역할을 마땅히 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요즈음 프로야구 기사를 보면 기만과 우롱만을 받는 기분이다. 여름철 순위경쟁 기사로 뜨거워야 할 야구 기사란이 온통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져있다. 시작은 삼성라이온즈 출신의 전 선수 윤성환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윤성환은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현금 5억원을 받았고, 이를 불법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응원을 건넨 팬들 전부를 기만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 선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범죄다. 한때 ‘윤태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고, 은퇴 이후 영구결번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그리고 며칠 전, 또 하나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리그가 중단될 정도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NC 다이노스 소속인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가 외부인 여성 2명과 함께 원정 숙소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다음 날 경기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새벽까지 맥주를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위반한 것이었고, 그 결과 국가대표팀 승선을 위해 백신을 맞았던 박민우를 제외한 3인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리그 전체가 중단되게 된 것이다. 경기 전날 원정 숙소에 여성들을 불러 술을 마신 행위는 그들의 승리를 응원하는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NC 다이노스 1군 선수단 내에서 상황을 공유한 뒤 ‘동료를 지켜주자’고 함구령을 내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네 선수의 팬 기만 행위에 다른 선수들도 동참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에서도 각각 2명의 선수가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일탈행위를 저지르기 전날 앞서 언급한 2명의 여성과 호텔에서 동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서도 관련 기사가 올라오고 있으며, 선수들의 진술이 엇갈리기도 해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 팬 기만행위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업무에 임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장사하는 사람이 물건을 팔지 않으면 어떤 대가도 지불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은 팬들에게 활력이 되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에게서 야구를 빼앗았고, 허탈감을 주었다.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일해야 했을 공간에 불을 지른 꼴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 하고자 한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스포츠는 산업이 아니라 그저 공놀이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야구, 하지 마라.

2021-07-19

허기와 욕구

캐럴라인 냅의 언어는 너무나 솔직하고도 적확해서 나를 포함한 독자들을 당황시킨다. /북하우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캐럴라인 냅의 언어는 너무나 솔직하고도 적확해서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둔탁한 삽으로 깊숙하게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뿌리 사이사이를 헤집어놓으며 저 안에 감춰진 진실을 기어이 꺼내놓고야 만다. 너무나 적나라해서 때때로 불편하고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 면밀함을 분명히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최근에 나는 캐럴라인 냅의 마지막 저서인 ‘욕구들’을 읽었다. 그녀의 전작들을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글은 더욱이 뭔가가 머릿속을 세게 치고 지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고단한 성찰에 관한 존경의 마음이었으며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던 것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마주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었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희열이 찾아왔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내밀한 비밀이 들킨 기분이었다.그녀는 거울 속의 나이자 거울 밖의 나였다. 밋밋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로 한껏 치장한 나. 툭 튀어나온 흉한 갈비뼈와 축 늘어진 겨드랑이 살을 마주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나. 완벽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좌절을 느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나.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환영을 욕망하는 나의 모습이자 동시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못한 채로 엉뚱한 것을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평론가에게 소설에 관한 칭찬을 받게 된 소설가는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어떤 목소리가 그녀를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네가 잘나서 그런 거라고 우쭐대지 마.’ 그건 어린 시절 버릇처럼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며 스스로를 옥죄기 위해 외치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 말이 자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얼마나 방해해왔는지 깨닫는다. 그 때문에 야망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처럼 느끼고 조용하지만 끈질긴 불안이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오면서 차근차근 이루어낸 일련의 성과를 오롯이 즐기거나 자랑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을 겸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을 이루고 나면 유령과 같은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너는 별로 대단하지 않단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란다.’나는 무언가를 솔직하게 원한 적이 있는가. 그 욕구를 남들 앞에서 온전하게 드러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날 밤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 허기를,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배고픔의 기원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육체가 뚱뚱하게 부풀어 오를까 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대신했다.허기는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어트, 중독, 소비, 관계에 대한 갈망… 나는 그것을 채우는 방식을 알지 못했다. 사회가 원하는 젊고 착하고 유머러스하며 누구에게나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온해 보이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유리 같은 시간이었다. 냅은 이렇게 말한다.“당신이 20세기 후반에 성년이 된 여자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 말을 들었을 것이다. 너무 많이 먹지 마. 너무 커지지 마. 너무 멀리 가지 마.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마. 너무 많이 원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여성에게 가해졌던 억압과 핍박의 역사를 그저 발화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많은 이들이 오해하듯 사회 구조 속에서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 서로 겨뤄보자는 게 아니란 뜻이다. 자신 안에 움트고 있는, 허기에서 비롯된 검열과 혐오를 찾아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가끔 적합한 종류의 만족을 발견하기도 한다. 완전한 포만감이 아니어도 만족감을 주는 주체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삶을 살아가며 당연하게 찾아오는 허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안에 차오르는 욕구에 솔직하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나도 당신도.

2021-07-19

동궁과 월지 유적 발굴 담소

경주시 중심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동궁(東宮)과 월지(月池)유적(사적 제 18호)이 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월지는 신라 문무왕이 서기 674년에 만든 연못이고, 동궁의 임해전은 서기 679년에 지었다고 한다. 동궁과 월지는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며 외국의 사신들을 영접하는 연회장으로도 이용됐으며, 통일 신라 최후의 어전회의를 열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문서를 전달했던 곳으로 신라의 희비(喜悲)를 함께했던 역사의 주요한 무대였다.동궁과 월지에 대한 최초의 발굴 기록은 일제 강점기인 1925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25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살펴보면 ‘고적을 연구하기 위해 경주에 가있는 일본 제국대학 교수 원(原)박사는 안압지 부근에서 음석(陰石·오목한 돌)으로 만든 길이 오십일 간(間)의 곡선상의 도랑을 발견했는데 군당국에서 발굴하는 중이라하며 그것은 고적 중에도 매우 진귀한 것이다.’라고 당시 발굴에 대해 설명했다. 기사와는 별도로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유리원판 사진에서도 발굴 된 석조 도랑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발견한 석조 도랑은 지금도 동궁과 월지 유적 안에서 통일 신라인들이 만들었던 모양대로 남아있다. 석조 도랑의 길이는 83m이며 건물의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의 배수로로 이용되었고 연못과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1970년대 초 청와대의 구상으로 경주종합개발계획 10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그 일환으로 경주시의 유적과 시의 외관을 정비하는데, 연못도 정비하자는 생각으로 준설공사를 실시했다. 준설 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월지는 잡초와 수양버들만이 엉성하게 있었다. 1926년에 세운 임해정(臨海亭)이라는 정자가 있어(현재 황성공원의 호림정) 사람들이 유적지라고 생각해 방문했다.1974년 준설작업이 시작된 뒤 연못에서 다수의 유물들이 발견되어 1975년 3월 준설작업을 멈췄다. 그리고 2년 2개월 동안의 대규모 발굴조사가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실시됐다.발굴결과 4천700평에 이르는 대형 연못과 그 내부에 세 개의 섬이 발견됐으며, 연못을 따라 석재를 쌓아 만든 호안석축도 확인됐다. 못의 서쪽과 남쪽에서는 대형 건물터와 여러 건물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에서 출토 된 유물의 수량은 총 3만 3천여 점이며, 기와, 벽돌, 건축부재, 불상, 그릇, 숟가락, 배, 주사위, 금동제 가위, 목간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발굴조사의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로 목제 선박의 수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1975년 4월, 조사단은 월지의 중도와 소도 사이에서 뒤집힌 모습의 나무로 된 배를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배 중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모습으로 출토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노출된 배는 세 개의 통나무를 이어 만든 길이 6m, 너비 1.2m로, 부식이 심해 스펀지와 같은 상태였다. 조사단은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도 약해진 배를 수습하기 위해 고심 끝에 묘책을 찾아냈다. 배는 가만히 둔 채, 배 밑의 흙을 파낸 후 몇 군데에 판재를 넣어서 완전히 고정시킨 다음, 흙채로 들어 옮기는 것이었다. 1975년 7월 25일 목선을 경주 박물관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많은 기자들과 손님들이 현장에 모였다. 조사단은 계획된 대로 배를 고정하고 지지한 뒤 20여명의 작업원들이 묶어둔 끈을 붙잡아 연못바닥에서 들어내어 움직여 점차 오르막을 올라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그런데, 도중에 힘이 수평으로 균등하게 들어가지 않았는지 배가 휘어지며 가운데 부분에 금이 가버렸다. 모두들 당황하는 가운데 기자들은 ‘목선 두 동강’이라고 전보를 보냈고, 각종 신문에 특종으로 대서특필 됐다.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김동현 단장도 이 일로 그날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고 무사히 배를 박물관으로 운반해 보존처리를 가능하게 한 공로로 사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영배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보존처리가 끝난 목선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의 월지관에서 실견(實見)이 가능하다. 월지관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 금이 갔던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발굴조사 후 1980년 9월까지 유적의 정비·복원사업을 실시했다. 발굴당시 출토된 건축자재들을 기초로 하여 3기의 정자를 복원했고 발굴된 건물터의 기둥자리에 화강암을 다듬은 초석을 두었다.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동궁과 월지 유적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통일신라 왕경의 구조와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동궁과 월지 유적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성과로 2017년에는 통일신라시기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로 여겨지는 석조물과 터널형 수로시설이 함께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앞으로의 발굴조사를 통해서도 동궁과 월지 유적은 통일신라 사람들의 어떠한 놀라움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2021-07-19

마술쇼가 시작되기까지

라스베이거스 인근.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두 여인이 만난다. 한 여인은 머나 먼 곳 독일의 로젠하임에서 미국으로 와서 남편과의 다툼 후 홀로 이곳에 도착했고, 또 다른 한 명의 여인은 카페 주인으로 방금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직후다.무거운 가방을 끌고 모하비 사막의 도로를 걸어와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 ‘야스민’과 카페와 모텔, 주유소를 운영하는 ‘브렌다’는 서 있는 자세와 앉아 있는 자세로 만난다. 그리고 각자의 손수건으로 한 여인은 땀을 닦고, 한 여인은 눈물을 닦는다.손님이라곤 사막을 지나는 트럭 운전수 밖에 없는 카페에 이국적인 복장의 여인이 무거운 가방을 끌고서 차도 없이 걸어서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과 낡고 지저분한 카페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편견’은 시작된다. 거칠고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의 풍경 속에서 이질적인 사람들의 ‘편견’이 어떻게 깨지고 소통하며 조화를 이뤄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독일인과 흑인, 인디언과 히스패닉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큰 변화없는 사막과도 같은 풍경 속에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 중심엔 ‘야스민’이 있는데, 가장 이질적인 존재에 의해 스산했던 사막의 풍경처럼 존재했던 바그다드 카페는 모하비 사막의 오아시스로 변모해 간다.이 영화엔 결정적인 사건이 없다. 낡고 오래된 카페와 주변의 풍경처럼 하루 하루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늘 그래왔듯이 구질구질한 일상이 반복된다. 그 반복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가며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존재가 바로 ‘야스민’이다. 야스민은 조금씩 브렌다의 영역을 침범한다. 바그다드 카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일부러 그곳을 찾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색깔에 이끌려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다.영화 초반 야스민이 사막 한 가운데에서 남편과 다투고 바그다드 카페로 향하는 장면은 사선의 구도로 잡힌다. 그리고 카페 주인 브렌다와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 수평으로 구도를 잡는다. 불안했던 구도는 평온의 구도를 잡고 황량했던 카페의 색깔은 야스민이 카페를 청소할 때 원색으로 잡힌다. 이것을 시작으로 카페는 본연의 색깔을 갖는다. 황량했던 사막의 하늘은 선명한 풍경으로 되돌아오고, 그곳에 붉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스토리를 포함한 모든 변화들은 급박하지 않다. 느리고 조용하게 서로의 공간으로 타자를 들이고 감정의 들고남을 허락한다. ‘편견’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호기심’은 ‘호감’으로 바뀌는 과정이 영화 속 야스민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처럼 자연스럽고 은유적이다.황량하고 거칠던 사막의 풍경이 아름답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마술’처럼 그린다. ‘스며든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청소를 통해 낡았던 카페의 색깔들을 찾아주었던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에 거주하는 이들의 색깔과 아름다움을 발견해줌으로써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든다.영화 중반부 이곳에 세들어 사는 타투업자 여자가 읽던 책은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다. 19세기 말 휴양 도시 베니스에서 한 중년남성이 아름다운 소년에게 첫 눈에 반해 자신의 늙음에 대해 다시 고찰하며 절대미를 찬미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콜레라가 창궐해 시민들이 떼죽음 당하고 결국 주인공도 허무하게 죽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살아왔던 삶의 의미들이 뒤집히고 부정되면서 결국엔 죽음에 이른다는 이 소설의 내용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 문학적 인용이라고 하겠다.변화없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낡아가는 바그다드 카페에 야스민의 등장으로 소설과는 다른 결과가 펼쳐진다. 영화 후반부 야스민이 비자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왔을 때, 타투이스트는 “Too much harmony(너무 조화로워서)”라고 하면서 그곳을 떠난다. 모두가 ‘마술’과도 같은 변화를 통해 우정과 화합, 이해와 연민의 드라마가 펼쳐질 때 ‘베니스의 죽음’은 그곳을 떠난다.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주제가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의 노래 ‘Calling You’가 마지막 엔딩크레딧과 함께 다시 나온다.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고, 아이는 울고, 나는 잠이 오질 않지만, 우리 모두는 변화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라는 가사처럼 편견에서 시작해 호기심으로, 호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주)Engine42 대표

2021-07-19

이모티콘 마케팅

이모티콘은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해 만든, 보통 인터넷상에서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그림 기호를 말한다. 이름의 유래는 감정을 뜻하는 ‘emotion’, 조각을 뜻하는 ‘icon’을 합친 말로, 우리 말로 하면 ‘그림말’이다.원래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채팅 등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점차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문자나 기호, 숫자가 아니라 그림이나 캐릭터로 감정을 표현한다.카카오톡 이모티콘은 패션뷰티업체들이 MZ세대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신제품 출시, 매장 개설 등 행사에 맞춰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한정판 이모티콘을 주는 방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판매하는 신발 브랜드 ‘어그’도 최근 양털 샌들인 ‘플러프 컬렉션’출시를 기념해 플러프 샌들을 캐릭터로 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했다.구찌를 비롯해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불가리, 티파니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마케팅에 한창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달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가옥’을 열면서 소비자들에게 한정판 구찌가옥 이모티콘을 제공해 화제다. 구찌의 호랑이 캐릭터가 핸드백을 들고있는 이모티콘부터 한과를 먹고있는 이모티콘까지 다양하다. 아모레 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최근 친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물방울 캐릭터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쓰이는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신제품홍보를 하는 ‘이모티콘 마케팅’은 어느덧 SNS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19

수학도 필요한 시간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인문학이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교양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연과학은 그렇지 않다. 자연과학이 일상의 경험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성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연과학 소양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몇 년 전 어느 독서 모임의 교재 ‘자발적 진화’ 때문이었다.저자 브루스 립튼의 약력도 의심쩍었지만, 무엇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을 진화라고 하는 것부터 당황스러웠다. 인문학적 소양을 장착한 그 독서 모임 구성원들이 그런 용어 사용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자연스레 거대 담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말았다.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던 중 만난 책이 ‘수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10여 년 전 화제작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여러 철학 고전에 담긴 심오한 인생 철학을 해설해주고 있지만, ‘수학이 필요한 시간’은 심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다.예를 들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총 10명이 살해되었는데, 이것은 큰일일까, 아닐까? ‘수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 김민형은 수치로 판단해보자고 한다. 이런 제안은 고전윤리학의 관점에서는 질문 자체가 비윤리적일 수 있음을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전년도 사망자 수가 20명이었다면 10명이라는 숫자는 희망적일 수도 있고, 사망자 수를 0명으로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자원을 확보하려다가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자율 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결정 게임’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어느 것도 최선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멈출 수는 없고 방향만 바꿀 수 있는 상황일 때 5명이 탄 차가 방향을 바꾸면 차에 탄 사람이 다 죽고 직진하면 앞에 있는 3명이 죽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여러 사례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은 고전 윤리의 문제를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으로 변환시키고 있다.대표를 선출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중대한 문제도 있다. 후보들의 여러 정책 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따라 선호도 순서가 바뀐다. 공자가 주장한 어진 인격자를 찾으려다가는 낭패한다. 어질다는 것은 너무나도 추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절대적 가치라도 상황의 제약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수학은 말해주고 있다. 평생을 인문학 공부로 살아왔지만 인문학이 홀로 있을 때는 공허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나이 든 사람이 인문학을 이야기하다가는 꼰대 되기 딱 좋다는 생각도 엄습해온다.과학책 읽기 동아리를 운영하다가 내친김에 지난 6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저술가 양성과정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합격자 중 보기 드문 문과 출신에다가 최고령 합격자다. 서류와 면접이라는 약간은 빡센 시험을 통과한 것이라 얼떨떨하다. 수학도 필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21-07-19

어떤 역사 개입

강길수 수필가 어찌 되었을까. 며칠간 장맛비가 내렸으니 엉망일 테지. 얼른 신발을 갈아 신고 작은 텃밭으로 향했다. 산 조릿대를 베어내 정성들 들여 만들었던 오이 넝쿨 버팀대로 먼저 눈길이 갔다. 버팀대도 오이 넝쿨도 큰 이상은 없다. 다행이다.우선 한 바퀴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밭 안쪽엔 물이 덜 빠져 오이와 가지의 잎이 시들해 보였다. 수로 보수를 마치자, ‘장맛비에 점심용 간이 탁자로 쓰는 판자가 젖었겠구나!’ 싶어 보관 장소로 갔다. 비를 막으려 덮어 두었던 커다란 비닐 막(膜)을 눌렀던 나무 원형 의자를 들어냈다. 다음 순간,“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의자 밑, 그러니까 비닐 막 위에 장마를 피해 이사 온 애집개미로 보이는 작은 개미 집단이 흰 알, 애벌레들과 함께 확 드러났다. 이 밭에서 풀을 베거나 뽑으면서 숱하게 보아온 현상이지만, 이 광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 주간 만에 어찌 이 많은 식구가, 하필 비닐 막 위를 집으로 삼아 이사하다니 놀랍다’하는 생각이 뒤따랐다.딜레마에 빠졌다. 눈앞의 사태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비닐 개미집을 밭둑 높은 곳에 털자고 결정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비닐 막을 치워야만 한다. 비닐 막을 높은 둑으로 가져가 개미와 알, 애벌레, 먹이들로 가득 찬 개미집을 탈탈 털어 냈다. 개미와 그 집은 풀과 낙엽, 나무 가리비 등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나는, 개미들의 역사에 비록 한 번이지만 절대적 개입을 하고 말았다. 이런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병정개미일지 여왕개미일지 모를 개미 리더는, 어찌하여 장맛비를 피하겠다고 인간의 비닐 막을 피난처로 오판(誤判)했을까. 사람들이 개미를 2차원적 곤충이라고 보듯, 본능이나 판단력이 모자라서일까. 비닐이 석유를 가공해 인간이 만든 것임을 본능으로라도 느끼지 못했을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식구들과 삶의 터전, 집이 낯선 땅에 내동댕이쳐진 저들은 얼마나 황당할까.만일 저들이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못 살겠다고 모두 자살할까. 비닐 막으로 이사를 결정한 리더를 탄핵, 축출할까. 내전이라도 벌일까. 아니면 천재지변이라고 자위하고, 추슬러 또 새집을 지을까. 하지만, 저 개미들은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날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새집 짓고 알과 애벌레를 모아들이며, 새로운 알을 낳고 분가도 할 것이다.현 우리 사회는 어떤가. ‘코로나19 사태’에 비춰보더라도, 국민들은 저 작은 개미 집단 같은 처지일 것만 같다. 권력과 돈과 정보를 가진 자들의 교만한 오판으로, 국민은 자기도 모르게 사회적 거처를 개미의 비닐 집 같은 집으로 이주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세대 몫을 빼앗는 나랏빚으로 ‘재난지원금’이니, ‘기본소득’이니 하며 ‘공짜’란 마술지로 포장하여 펑펑 던져주었거나 주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역사의 주인공이 개입해 그 비닐 집을 탈탈 털어 낼 때 ‘민주와 자유, 자율과 책임’의 아름다운 집이 무너져 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까 봐 두렵다.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살아내야만 할 세상이다.

2021-07-19

새들의 지저귐과 날갯짓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소리에 깨어나고 눈을 뜨는 아침이 싱그럽다. 도심 속이지만 뒤뜰로 이어지는 작은 언덕과 간간이 차들이 오가는 도로 건너 야트막한 산에는 다양한 수목 속에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아침, 낮과 저녁을 지나 밤이 깊을 때까지 우거(寓居) 주변에는 온갖 새소리가 끊이질 않고 수시로 포르릉 대며 날아가는 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욱이 주택가와 인접한 아파트 너머 솔숲에 집단서식하고 있는 왜가리떼의 유유한 날갯짓이 눈길만 돌려도 보이고, 끼루룩대거나 색색거리는 소리가 지척의 남창까지 들려오기도 한다.거의 매일 새들의 지저귐 속에 하루를 시작하고 밤새 울음을 자장가(?)로 여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짹짹거리거나 깎깍대고 삐르륵하는가 하면 쉬쭉쉬쭉 대다가 새콩새콩하고 보옥보옥하는 등의 경쾌함과 정겨움, 호젓함을 더하는 새 울음소리가 조류 수만큼이나 많고 가지각색이다. 마치 대륙별 인종이 수두룩 하고 언어가 다양하듯이. 뒤섞여 울릴지라도 결코 요란하지 않는 새들의 우짖는 소리는 그들만의 소통 수단이고 말인 셈이다.“언제부턴가/자명종 같은 새소리가 두드리면/깃 터는 아침이/선물처럼 다가와/샘솟는/환희의 빛살/온누리에 뿌리네//터질 듯한 음조로/하루를 탄주(彈奏)하느니 /초목의 푸르싱싱/새들의 무정설법(無情說法)/오롯이/추임새 삼는/꿈을 향한 날갯짓” -拙시조 ‘새소리로 여는 아침’최근 들어 새소리를 가까이서 새벽에 잠이 깰 정도로 들을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결코 알아들을 순 없겠지만, 새나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무리들만이 통하는 미묘한 울림과 특유한 몸동작으로 신호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뒤뜰 화단의 돌확에 고인 물이나 소나무 아래 간수(澗水)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을 어떻게 알고 몇 종의 새들이 수년째 찾아와 재잘거리며 물을 받아먹거나 몸을 담그기도 하는 걸 간혹 지켜보면서, 짧고 단순한 새들의 지저귐 같아도 새들만의 대화이고 많은 알림을 전해주는 울림으로 여겨지게 됐다.몇 달 전엔가 우연히 TV에서 유럽 알프스의 어느 산골마을에 할머니 둘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100~200m 이상 떨어진 안보이는 곳에서도 특유의 방식으로 의사소통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분명 말로 외치는 것이 아닌, 무슨 새소리나 휘파람 같은 고함을 서로가 알아듣고서 나뭇가지를 이거나 지고 내려오는 모습에서 어쩌면 ‘새들의 소통’도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뒷마당에 삼삼오오 놀러 와서 모이를 쪼아대거나 목을 축이며 주고받는 재잘거림이 새들의 정겨운 대화로 들리는 듯했다. 이른바 무정설법이란, 흐르는 물과 나는 새, 풀, 나무같은 금수초목(禽獸草木)도 모두 법을 설하며 은혜로 우리를 살리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새들이 아침을 열어주고 정답게 지저귀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과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새의 노래, 매미의 열창, 퍼붓는 소나기는 단순한 듯 강렬하다. 참 위대함은 단순함이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2021-07-19

취수원 이전과 정치(政治)

김락현​​​​​​​경북부 “정치하는 분들 빼고 진짜 주민들만 참석하는 설명회를 다시 한 번 마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지난 14일 구미코 대회의실에서 열린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구미지역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환경부 장관에게 건의한 사항이다. 기자가 이날 설명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이 장면이다.왜 그는 정치인들을 배제해 한 설명회를 다시 열어 줄 것을 건의했을까.사실, 그날 고성을 지르고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역 정치인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주민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니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주민이 정치인을 빼고 다시 설명회를 열어달라고 건의했다면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가 진정으로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일부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들이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내년 선거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실제, A시의원은 대구취수원 이전 반대 현수막을 거리에 게시하면서 그 현수막에 자신의 사진까지 집어넣었다. 그러니 주민들이 대구취수원 이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고 믿겠는가.대부분의 지역 정치인들은 대구취수원 문제를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특히 정치(政治)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치인은 제 아무리 큰 소리로 떠들고, 큰 액션을 취하더라도 그것은 부질없는 행위일 뿐이다.그래도 그날 행사가 끝났음에도 주차장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주민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한 시의원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주민들을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는 지역 정치인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가 아니었으면 낮 기온이 35℃를 넘는 폭염과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 않고 행사장 주차장을 가로 막고 서 있던 주민 40여명은 한동안 그늘도 없는 그 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도 그 시의원처럼 자기 정치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을 대변하길 지역 정치인들에게 바란다./kimrh@kbmaeil.com

2021-07-18

법리로 본 검수완박 부패완판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21일 출범 6개월을 맞는다.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20년 1월 7일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됐다. 이후 12월 10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12월 15일 공포·시행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초대 공수처장 취임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공수처 설치를 두고 야권에서는 “야권을 탄압하고 청와대와 여권의 비리수사방탄을 위한 것 아니냐”며 “공수처설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자 여권은 그게 아니고 “검찰개혁의 완성판으로서 공수처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설치법이 여권의 독주로 국회를 통과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 법무장관을 물러난 조국은 “눈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고 했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만세를 불렀다. 그 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당하고 징계위는 2개월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그때마다 법원에 의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자 난데없이 여권에서 들고 나온 게 중수청, 즉 6대중대범죄수사청 설치다.공수처 설치로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야권의 설득을 시도한 게 다름 아닌 여권이다. 그런 여권이 스스로 말을 뒤집고 중수청 설치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또다시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의 완결판으로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사권조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검찰은 경제·부패 등 6대중대범죄만 직접 수사하고, 나머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간 상태다. 그런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권은 일부 남은 이 검찰 수사권마저 완전 박탈(검수완박)하여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설치하고 이에 맡겨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여권과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이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국가의 범죄대응능력 관점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여권 등의 그러한 논거 제시는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에 근거한 상황 인식을 어렵게 한다. 이에 야권, 법조계, 학계, 검찰, 일부 여권도 포함하여 지각 있는 많은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반대의견을 표시했고 지난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가 완전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한 나라의 범죄는 형법이 담고 있지만 형사사법시스템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담고 있다. 형법의 기능 중 하나에 ‘보호’라는 게 있다. 곧 우리의 생명· 재산·성적자기결정권 등 법익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즉 1단계로는 살인하는 것은 범죄라고 형법에 규정함으로써 살인범죄의 의지를 저지시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2단계로는 실제 살인이 일어난 경우 그 살인범을 잡아서 형벌에 처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라는 법익을 보호한다는 2중구조로 되어 있다.그런데 이 2단계의 보호기능은 그 수행이 순전히 형사사법시스템에 좌우된다. 따라서 거악 제거를 위해 아무리 형법을 잘 만들었다 해도 형사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실제 처벌이 불가능하고 그것은 곧 형법의 보호기능 포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부패완판이 아니라 눈앞에 부패가 존재함에도 검수완박의 잘못된 형사사법시스템이 국가형벌권 발동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게 부패가 완전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범죄자 처벌은 공판절차에서 검사의 유죄입증에 달렸다. 그 입증은 법원을 설득할 정도의 증명이라야 한다. ‘검수완박’의 형사사법시스템으로는 당장 이게 쉽지 않게 된다.검찰이 중대범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하는 법리는 대체로 수사역량과 재판역량의 두 지점에서이다. 하나는, 복잡하고 고도의 법리적 전문지식과 그에 터잡은 수사역량이 요구되는 난해한 사건이라는 점, 또 하나는 수사에서 패싱된 검사보다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유죄의 심증을 형성한 검사가 공판정에서 유죄를 위한 증명에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운용은 차치하더라도 제도적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전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전쟁 대비 훈련도 못해 본 군인보다 훈련받은 바로 그 군인이 전투에 투입될 때다. 수사도 재판을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그와 같다. 분명한 건 검사의 공판정에서의 역량 발현은 수사역량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때의 수사역량은 잘 짜여진 형사사법시스템과 그의 정상적인 작동에서 출발한다.작금, 여권발 ‘검수완박’은 국가의 중대기능인 형사사법시스템 오작동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검수완박에 한 나라의 형법 기능이 무력화되고 형벌권발동이 발목 잡힌다면 국가의 범죄대응능력이 동력을 잃어 필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블랙홀이 될 것이다. 퇴행적 제도도입은 안 된다. 아무리 가고 싶은 유토피아가 있다 해도 문명의 시계바늘을 거슬러 갈 수는 없다.

2021-07-18

홈트레이닝의 득과 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요즘 코로나19 재확산과 폭염으로 홈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쉽게 홈트레이닝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할 경우 신체에 무리를 주고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스쿼트(Squat)와 함께 팔굽혀펴기(Push-Up)는 가장 많이 하는 홈트레이닝 중 하나이다. 팔굽혀펴기는 하체 일부를 제외한 전신운동으로 가슴, 어깨, 팔, 배의 근력을 향상시키며 다양한 형태로 동작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지속하면 운동 효과가 적고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실례로 팔굽혀펴기는 엉덩이 위치가 높고 상체만 내려가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 상체에 체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엉덩이가 먼저 바닥을 향해 내려가면서 자세가 흐트러져도 운동 효과가 덜하다. 또한 팔꿈치와 몸통의 간격이 지나치게 먼 쪽으로 내려가도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손바닥은 어깨 밑에 위치해야 하며 손가락이 앞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상체, 엉덩이, 다리가 휘어짐 없이 곧은 직선을 이루어야 한다. 복근과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고,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목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을 유지한다. 팔을 굽힐 때에는 몸 전체가 아래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고 엉덩이만 들어 올리지 않도록 주의한다.다시 말해, 양손을 어깨너비보다 약간 더 넓게 벌리고 양발을 가까이 모은 채 몸을 발뒤꿈치에서 머리까지 일직선으로 유지한다. 팔꿈치는 구부리며 가슴을 바닥 쪽으로 내리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주의한다. 팔이 몸과 45도 각도를 이루도록 하고 손을 팔꿈치 바로 아래에 위치시키고 둔근과 복근을 수축시키고 전신을 긴장시킨 채 팔을 굽혀 가슴이 지면과 닿도록 한다.자신의 체력과 운동 목적에 맞게 횟수를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횟수는 1회에 15~20회가 적당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하면 된다. 첫 시작이 5개면 5개씩 5~20세트를 하면 된다. 우리 근육은 자극을 받으면 굵어지고 힘도 세진다. 횟수는 차근차근 늘려가서 20회를 5세트씩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된다. 이때부터는 세트 수는 더 늘려도 된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팔굽혀펴기를 처음 할 때 근력이 약한 경우 무릎을 땅에 붙이고 시작하고, 숙달이 되면 무릎을 땅에서 떼고 하는 것이 좋다.양손의 너비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달라진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삼두박근, 극하근(가시아래근), 상부승모근 순으로 근력이 발달한다. 또한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이 넓게 하는 것에 비해 대흉근과 삼두박근의 근력 강화에 더 효과적이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면, 전거근(앞톱니근)의 근력이 가장 많이 발달한다. 이처럼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근육이 있다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거나 좁게 하는 운동 방법을 통해서 조절하면 된다.저항운동(resistance exercise)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을 낼 때 일시적으로 호흡을 중단한다. 이를 발살바 메뉴버(valsalva mannuver)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문이 닫힌 상태에서 힘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힘을 발휘하면서 호흡을 중단할 경우 흉강 내부의 압력이 증가되면서 심장으로의 정맥 흐름을 방해한다. 이와 반대로 반복해서 의도적으로 숨을 아주 힘껏 내쉴 경우에도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혈액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감소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여 근육에 자극을 가하는 팔굽혀펴기 운동에서 호흡은 내려가면서 들이마시고 올라오면서 내쉰다.홈트레이닝에서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필수이다. 홈트레이닝 동영상을 보면 준비운동 없이 바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조와 스트레칭은 반드시 하도록 한다. 운동 후 스트레칭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몸이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운동부상도 예방된다. 특히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안정시보다 심장박동수가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mm Hg 정도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장과 혈관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의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홈트레이닝은 시간적, 공간적 접근의 편의성이 있다. 약간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장기간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운동을 하면 신체 불균형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증과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