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endemic)은 주기적으로 발병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이르는 말이다.
일정 수준의 사람에게 계속적으로 질병이 발생하나 관리가 가능한 경우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엔데믹은 감염병이 사회 각 기능이 작동하는데 큰 차질을 주지 않을 정도로 파괴력이 낮다는 뜻도 포함한다.
팬데믹(pandemic)은 우리말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다. 역사적으로 중세기 유럽을 거의 전멸시킨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발병한 스페인 독감 등이 팬데믹 사례다.
최근 정부가 사적모임 10인, 밤 12시 영업으로 거리두기를 완화하자 코로나가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할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우리나라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이런 가능성을 더 짙게 한다. 또 18일부터 실내마스크를 제외하고는 모든 방역조치가 해제될 거란 전망도 나오면서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린 국민의 관심이 온통 정부의 엔데믹 선포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마당에 엔데믹 선언은 섣부르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엔데믹 검토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치명률이 낮다는 것인데 3월 한달 사망자가 9천명에 육박하는 상황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엔데믹이란 말보다 포스트 오미크론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조심스레 엔데믹 쪽으로 무게의 추를 옮기는 모양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너무 큰데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건강과 국가적 손실을 모두 건질 묘안은 쉽지 않다. 새로운 변이 발생 가능성도 여전하다. 정부가 선뜻 엔데믹이라 선언하지 못하는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