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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등록일 2022-04-10 18:12 게재일 2022-04-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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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상영​​​​​​​대구가톨릭대 교수

얼마 전, 간만에 코에 바람도 넣을 겸, 인근의 한 시골 마을을 들렀을 때였다. 그 마을엔 개인적으로 오명 가명 필자가 한 번씩 들르곤 하는 어른댁이 있다. 손수 농사를 지어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눠 주는 데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 노부부라, 마을에서도 인심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데, 어쩐 일인지 그날은 표정이 매우 어두워 보였다. 알고 보니 사연인즉슨 이러했다. 이번에 도시개발지구 사업이 시행되면서, 이들 부부가 10년 이상 사용해 온 농지 옆길, 그것도 오래 전, 시에 기부채납 한 길이 사라져 하루아침에 맹지화 될 위기에 처한 모양이었다. 관계자들이, 쓰던 길은 당연히 내어준다며 수차례나 약속을 하고선, 나중에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당연히 내주어야 할 길을 애초부터 막은 것도 모자라, 오히려 노부부의 땅 쪽으로 야금야금 잠식해 말뚝을 박아 버리기까지 했는데, 더 괘씸한 것은, 알고 보니 이 일을 주도한 이가 바로 한 동네에 오래 살면서 잘 알고 지내던 사업의 주축인 조합장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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