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북도청 화랑실에서 도내의 여러 기업체 대표와 예술단체 대표들이 모여 경북메세나협회를 설립하고 창립총회를 열었다. ‘기업과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만남’을 표방하며 출범한 이 협회의 창립은 경북도가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였고, 지역상공회의소와 경북문화재단 간 협의를 통해 설립의 뜻을 모았다. 경북문화재단 대표는 인사말에서 “도내의 기업과 문화예술이 상생협력 발전 및 글로벌화를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을 떼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상주시에 사업장을 두고 환경사업을 하는 기업체의 대표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경북메세나협회 설립을 통해 경북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데 기업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며 적극적인 활동을 약속했다.
메세나는 문화예술 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것이다. 수익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와 달리 이타적인 성격의 ‘지원’이므로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의 기부와 결이 비슷한 숭고한 행위이다. 특별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까닭은 예술 활동이 행복한 삶의 영위를 위하여 꼭 필요한 분야이긴 하지만 그 활동이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고리는 매우 허약한 것이 현실이라 예술가들의 삶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은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예술적인 기량의 연마를 위하여 긴 시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별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메세나가 단순히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행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축적된 문화예술의 힘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니 말이다. 메세나의 원조가 된 마에케나스의 후원이 라틴문학의 황금기를 일구었고, 메디치 가문의 지원으로 르네상스의 꽃이 피렌체에서 만개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당시의 유물인 궁전과 교회 등의 건축물과 이를 장식하기 위해 제작된 미술품의 존재가 오늘날 유럽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며 소중한 경제적 자산이니.
우리나라는 1994년에 한국메세나협회가 발족하였고, 현재까지 경남, 제주, 세종, 부산, 대구 등의 지자체에서 메세나협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은 일곱 번째라 한다. 몇 번째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여 지역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수준 높은 예술문화의 향유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기업의 아름다운 후원, 세제 혜택 등 행정지원시스템의 구축, 예술가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보탬이 되고 예술가의 창의적 상상력이 기업의 홍보나 경영에 접목될 수 있다면 ‘기업과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동행’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기온으로 더위도 추위도 예측이 어려운 요즘, 올겨울 최강의 한파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사계절이 늘 추운 예술인들의 시린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진정한 메세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