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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저정치, 대구를 과거로 돌린다

등록일 2022-04-12 18:18 게재일 2022-04-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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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정치’가 대구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대구의 시간이 다시 박근혜 탄핵 당시의 과거로 돌아가는 음울한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느닷없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동영상을 통해 유 변호사 지지 발언을 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발을 담갔다. 유 변호사가 공개한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그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가)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저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터무니없는 모함을 받고 질시를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그 비난을 감내했다”며 유 변호사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사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했던 지난 5년간 생업을 뒤로한 채 그를 모시는데 전력을 쏟아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정은 그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격려하는 것도 인지상정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

대구에서는 정치신인과 다름없는 유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한지 보름도 채 안돼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은 ‘박심(朴心)’의 영향력이 아직도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대구경북기자협회가 실시한 대구시장 지지율 조사에서는 유 변호사가 2위를 차지했으나 선관위가 조사방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며 공표금지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 9일 내외경제TV가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홍준표 의원(30.2%),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25.4%)에 이어 유 변호사가 3위(14.6%)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유 변호사가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홍 의원이나 국회의원 3선을 지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선두권 판세를 유지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구지역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타 지역민들도 과거에 갇힌 대구시민들의 정치행위를 도마위에 올릴 것이다. 이것은 대구·경북이 탄생시킨 윤석열 정권의 앞날에도 유익하지 않다.

대구는 최근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소멸위기 구(區)가 나올 정도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계속 전국 꼴찌다. 이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대구시민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차기 대구시장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이다.

대구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 차기 대구시장은 반드시 위기의 대구를 구할 수 있는 역량있는 후보가 공천돼야 한다. ‘친박’이라는 용어가 또다시 선거판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를 멀리하고, 존경받는 국가원로로 평화스럽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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