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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차기 정부 제1 현안은 ‘지방소멸’

심충택 논설위원 대선후보 지지를 놓고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호남, 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민들의 민심이 확연하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현안은 있다. 이 시간에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방소멸에 대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생각이 어떠냐는 것이다. 지방소멸 어젠다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비수도권 소멸’ 문제를 간과한 채 다른 데 어디 가서 대한민국 경쟁력을 찾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최근 정세균 민주당 예비후보(전 국무총리)가 공약 제1호로 ‘충청권을 중심으로 강원·전북을 포괄하는 중부권을 신수도권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금까지 나온 국토균형발전 공약의 전부인 것 같다. 정 전 총리는 이 공약발표를 통해 “충청·대전·세종 메가시티와 전북·강원의 양 날개를 포괄하는 중부권을 신수도권으로 만들겠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세종집무실, 대법원, 법무부, 대검찰청 등 입법, 사법, 행정의 큰 축을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사실 TK와 PK, 호남, 강원 지역민들이 보기엔 대전·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의 경우 이미 수도권에 포함된 것과 다름없어 눈길을 끄는 국토균형발전 공약으로 여겨지지 않는다.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사업은 정부 부처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확하게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현 대선주자 모두가 우리 국민을 골고루 잘 살게 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서울중심의 좁은 시각을 가지고 대한민국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현 대선주자 대부분은 수도권 주민들이다. 수도권에 있으면 지방이 안 보인다. 자기 생활권 바깥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해서 기대를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수도권 일극주의를 오히려 심화시켰다.최근 취임한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당위원장과 김정재 경북도당위원장이 “대선에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선공약을 발굴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혀 정당의 운영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주자들이 판세장악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대구·경북 현안이 후보자들의 공약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구·경북은 문재인 정부 들어 노골적인 왕따를 당하면서 인구가 계속 줄고 현안은 줄줄이 표류돼 왔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이 지역을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며 현안을 제기할 때마다 거추장스럽게 취급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국민의힘 시·도당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서 국토균형발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2021-08-01

백 마디 말해도 백 번 중요한 것, ‘안전’

윤경희 청송군수 혹자는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사실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언급한 안전은 삶의 도전정신으로부터는 멀어지는, 이를테면 삶의 안온함이나 나태함과 가까운 맥락이다. 그러니 삶이 안전할수록 꿈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는 부연설명을 덧댈 수 있었을 터.하지만 이토록 ‘안전’한 삶을 꿈꾸며, 또 갈망한 날이 앞으로 또 올까. 2019년, 전 세계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좀 잠잠해지는가 싶다가도 금세 빨간 불이 들어오곤 했다. 2021년, 사그라지는 거품처럼 우리나라도 코로나의 불씨가 드디어 꺼지나 싶었는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번지며 4차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 의료진과 전 국민은 또다시 원점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방역에 몰입할 수밖에는.처음부터 코로나19 안전 지역임을 자부했던 청송도 마찬가지로 지금 코로나와의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을 꼼꼼하게 방역하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의 방역 수칙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여념이 없다.올해는 백신접종에 열의를 다하는 중이다. 청송군은 어르신들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마을별 셔틀버스와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 체계적이고 안전한 접종을 실시했다. 군민들의 능동적인 참여 덕분에 전국 최상위 수준의 경이로운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대상자의 80%까지 접종을 완료해 조기 집단면역을 형성할 계획이다.우리는 자연재해에 있어서 이미 후 조치보다 선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과거 경험으로부터 체득했다. 청송군도 여름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각종 재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지와 산야 면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 영토의 특성상 꼼꼼하고 튼튼한 준비만이 군민들에게 조금의 피해라도 덜 가게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는 긴 장마를 대비해 각종 사업장, 기반시설, 공사 현장 등 재해 취약지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특별 안전 점검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또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폭염피해 예방 및 대응활동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폭염 대응 합동 TF팀을 구성·운영하여 폭염 정보공유 및 상황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그늘막 운영, 살수 차량 도입, 무더위쉼터 지정 등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난경보앰프 및 안전안내문자, 스마트마을방송 등을 활용해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국민행동요령 홍보활동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매년 전국적으로 수많은 재산과 인명피해를 낳는 태풍에도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청송군은 인명피해 제로 및 물적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역 내 재해취약지구, 각종 수리시설 등 현장점검과 시설물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으며, 태풍 예비특보 발효 시 즉시 비상근무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등 태풍피해 예방을 위한 철저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이런 모든 활동은 결국 우리 군민의 ‘안전’을 위함이다. 필자가 끊임없이 외치고 강조했던 ‘군민이 최우선’인 행정에는, 백 마디 말해도 백 번 중요한 그 ‘안전’이 기반에 깔려 있었다. 비록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취소되고, 축소되고, 수없이 변경되는 순탄치만은 않은 길이었고, 앞으로도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도처에 널려있을지라도 필자의 역할이 다하는 날까지 그 소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역경 속에서도 계속 의욕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지금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최선의 결과라면 곤경 속에서라도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2021-08-01

화장을 지우고

옛날 옛날에, 스님이 끼니때마다 바위에서 한 알씩 나오는 쌀을 받아서 모아 한 그릇의 밥을 지어서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욕심이 생긴 스님이 더 많은 쌀을 얻으려고 바위를 파 보았더니 쌀은 없고 물만 나왔다고 한다. 어머님이 남편 어릴 적에 들려주신 이야기(사실은 임중리의 국구암의 “쌀바위 전설”이다.)이다. 시댁 근처에 이 전설을 간직한 절이 있다. 그 절에 화장을 곱게 했던 부처님도 있다고 했다.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립스틱 바르는 것이 화장의 시작이자 끝인 나는 뭐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른다. 친구들은 썬크림이라도 발라야 한다고 만날 때마다 걱정을 하지만 나는 게으름이 몸에 익은 탓에 화장하는 것보다 저녁에 지우려고 씻는 일이 더 귀찮아서 화장을 하지 않는다. 기초화장품도 하도 여러 가지라 바르는 순서가 늘 헷갈려 세수하고 아이크림 한 가지만 바른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은데 주위에서 늘 걱정을 해 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이런 나를 잘 아는 남편이 오늘은 화장을 지운 불상이 있다고 보러 가자고 앞장섰다. 시댁 근처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방산리에 자리한 고석사였다. 가는 동안 예전에 나와 이곳에 온 적이 있다고 기억을 떠올려보라는데 나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좁은 산길을 올라가는 진입로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런 나와 달리 남편은 초등학교 다니며 산을 넘어 소풍을 왔고, 대학 시절에는 탁본을 뜨려고 찾기도 했다니 익숙한 곳이었을 테다.고석사는 이름에 옛 고자를 넣은 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신라 선덕여왕이 세웠다 하니 얼마나 긴 세월 그 자리에 있었는지 백 년도 겨우 사는 인간이 가늠하기 힘든 시간이다. 입구에 새겨놓은 입간판에 선덕이 왕좌에 오른 지 7년(638), 동쪽으로부터 세 줄기 서광이 3일 동안 궁전을 비추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서 그 빛의 발원지를 찾게 하니, 지금의 고석사 바위에서 발하는 빛이었다. 왕이 태사관에게 점을 치게 하니, 그 바위를 다듬어서 불상을 만들고 절을 지으면 길하다고 하여, 불상을 조각하고 이 석불을 모실 법당인 보광전(普光殿)을 지었다고 한다. 창건 이후의 역사는 미상이다. 지금은 보광전과 산신각, 극락전이 있다.천 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절이다. 하얗게 덧칠했던 화장을 말끔히 지웠다는 불상이 궁금해 설명문도 대충 훑고 보광전에 올랐다. 종교는 다르지만, 절에 들어갈 때는 적은 금액이라도 시주를 하라기에 지폐 한 장 접어서 불전함에 넣었다. 절하는 건 생략하고 미륵불과 마주했다. 세 개의 산 모양을 등에 지고 부처님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보광전 안에 위치해서 바람과 비를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두껍게 칠한 석고를 벗겨내며 상한 것인지 흘러내린 옷깃 여기저기 풍파를 한껏 맞은 모습이다. 다른 곳의 불상들은 앞면만 보여주지만, 고석사는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감상할 수 있다.남편이 2007년 찍은 하얀 불상의 사진을 보여줬다. 다 벗겨낸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니 전혀 다른 부처님이다. 친구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이라고 설명을 하니 놀란다. 옷부터 온몸이 하얗고 입술은 발갛다. 머리만 까맣게 칠을 해서 사진으로만 보니 모자를 씌운 듯한 느낌도 난다. 1923년경 석고로 치장한 것으로 추정하며, 2009년에 덧씌운 화장을 지웠다.신라 시대 사람들이 새긴 부처님을 일제시대에 누가 석고를 돌 표면에 발라 하얀 모습으로 억지 화장을 시켰을까, 무슨 이유였을까? 사람이 세월을 덧입고 나이 들어가듯 돌에 새긴 부처님도 천 년의 시간을 덧입어야 자연스러운데 말이다. 익산 미륵사지의 탑과 안동 법흥사지 7층 전탑을 수리한다고 바른 콘크리트와 무엇이 다른가. 미륵사지는 콘크리트를 걷어냈고, 법흥사지는 근처를 지나는 철길을 들어내는 중이다. 가부키 배우 같은 두꺼운 화장을 지운 부처님이 편안해 보였다. /김순희(수필가)

2021-08-01

인간과 지구환경 그리고 엔트로피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서기 1804년에 인구가 약 10억 명이 될 때까지 인류의 탄생 이후 약 200만년이 걸렸다. 근대산업혁명 시기를 지나서 1927년경에는 약 20억명으로, 123년만에 10억이 증가하였다. 1960년에는 약 30억, 1974년에 약 40억, 1987년에 약 50억, 2017년 1월 현재 약 74억명, 2050년에는 90억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과 에너지는 유한하다. 여기서 지구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환경이란 ‘인간이나 생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연적, 사회적 상태나 조건’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며 인간을 중심으로 두면, 인간을 둘러싼 모든 생물계, 무생물계 모두를 뜻한다. 환경학에서는 지구환경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건대 지구환경은 유한하다.지구환경은 4가지 권역, 대류(공기)권, 수(물)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대류권, 수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구성된 지구시스템은 에너지와 질량의 흐름이 평형상태를 잘 유지해왔다. 그러나 과도한 자원사용, 인구폭증, 환경오염물질 과다발생 등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균형이 깨어졌고 환경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인간이 자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자연개발을 거듭하였으나, 결국에는 자연의 파괴로 인해 인간의 생활이 고통스러워졌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의해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지구환경은 모든 환경적 요인,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하고 있다. 석탄 사용으로 인한 스모그로 대기가 오염되면, 그 대기가 산성비가 되어 내리고, 또 그 산성비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고, 지하수 및 토양까지 오염시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어류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쳐 병들게 한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온 채소나 물고기는 사람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간과 지구환경은 하나인 셈이다.물리학에서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어떤 고립된 계(System)의 총 내부에너지는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을 말하며, 이 에너지의 흐름을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규정한다. 즉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것이며,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우주의 법칙이므로 예외는 있을 수 없다.다시 환경문제로 돌아오면,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발생 등의 환경오염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인 것이다.석탄을 태울 때,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에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남은 석탄재를 다시 태워서 보일러를 운전할 수는 없다. 석탄에 있던 유용한 에너지는 손실되었으며, 엔트로피는 증가하였다.오염이라는 것도 무용한 에너지로 전환된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이며, 쓰레기도 흩어진 형태의 에너지이다.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다른 이름이다. 지구환경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미래의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유용한 물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엔트로피를 궁극적으로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맥스웰, 볼츠만은 에너지가 차가운 상태에서 뜨거운 상태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엔트로피 법칙이 우주의 법칙이라면 인류는 겸손하게 이 법칙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엔트로피라는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 지구자원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필자는 과학이 있기에 영원한 물질적인 번영이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지구상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엔트로피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일 때, 인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고 믿는다. 고금(古今)을 떠나, 사람은 우주법칙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또한 현대산업사회에서 재생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유지해온 생산방식, 엔트로피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생산시스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저(低)엔트로피의 생활방식을 진정으로 모색할 때이다.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등, 엔트로피를 낮추는 생활방식이 우리들 몸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후손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엔트로피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이웃에게 좀 더 사람 냄새나도록, 겸손한 인간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인간 또한 지구환경 속의 생물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생태중심주의적인 환경철학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이 민법에서 물건의 상태에서 벗어나 동물권으로 인정받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2021-08-01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건강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주의 깊다, 더 현명하다, 더 창의적이다, 더 이타적이다, 더 친절하다, 더 관대하다, 더 친환경적이다, 신체의 염증이 줄어든다.위에 열거한 덕목들은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감동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감동은 ‘무한하고 광대한 감정’이고 ‘새로운 정보로 자기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을 변경해야 할 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이라고 한다.우리가 느끼는 감동 중 하나는 거대함에 대한 경험이다. 천둥소리, 거대한 계곡,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거나 거대한 것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자신이 작게 느껴지는 경험은 스스로 겸손해지고 타자에 대한, 공동체에 대한, 지구에 대한 뿌듯한 소속감에 타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감동을 주는 또 다른 하나는 일상의 자잘한 것이다. 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어 버리는 스포츠경기처럼 우리가 자주 느끼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필리핀 역도선수는 어떤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는 얼굴에 금메달을 예감하며 흐느낌마저 보태지는 짧은 순간의 얼굴표정은 우리를 감전시킨다. 스스로를 이겨낸 인간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감동한다. 발레리나의 발, 방호복을 입고 오랜 시간을 버틴 간호사의 땀에 불은 손. 코로나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자신은 많은 시간을 쓰지만 학생들과 일대일로 마을탐방을 나선 교사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감동은 ‘삶의 고통을 무찌르는 가장 아름다운 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마치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는 간호사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구나!’라는 느낌 속에서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자아에 덜 사로잡히게 되어 자신을 잊고, 세상을 선하고 아름다우며 바람직한 곳으로 인식하게 하는 힘’이 감동에는 있다.스티브잡스의 임종을 지킨 그의 누나에 따르면 잡스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와, 우와, 와, 우와, 와, 우와”였다고 한다.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다만 그런 감탄사를 유언으로 남길 수 있었다니 지켜보던 가족들은 슬픈 가슴 한쪽을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며 눈썹이 올라간 상태로 내지르는 소리가 있다. “와, 우와, 와우, 맙소사!” 우리가 감동했을 때 넣는 추임새다. 그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이 된다.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모르는 사람과도 부둥켜안고 춤을 추게 만든다. 불안을 극복하고 일상으로의 회복을 바라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동이라는 스트레스 출입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 된다. 오랜 진화의 선물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닐까!어느 날 미켈란젤로는 교회의 천정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마치고 나오다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가지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본 것이다. ‘어떤 보편적인 존재가 자신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 감동 이후 조급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에서 생물학자 스테판 에드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별들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인체가 구성되었기에 우리가 뺨을 쓰다듬을 때, 별의 먼지를 쓰다듬는 셈이다. 아주 작은 초록색 잎에는 4천만개의 엽록체가 있으며 8.3분전에 1억 4천960만㎞를 떠나온 햇빛은 잎을 비추어 탄소와 물을 결합시켜 인간과 동물의 먹을거리가 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생성하고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산소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무심코 만지는 뺨이, 작은 나뭇잎 하나가 경이롭고 감동적이 되는 순간이다. 그냥 모든 감각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세상이 준비해 놓은 엄청난 감동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시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아카시아 향을 따라나선 어느 동네아저씨의 소소한 감동의 기록이다.아침식사로 빵을? / 아니지, 다른 것도 먹어야해 / 나무가 내미는 햇살 한 접시 / 구름 몇 개 던져 넣고 / 단풍잎 몇 장, 보기 좋게 고명으로 얹은 / 연못 한 그릇 / 쉽게 메뉴를 못 정했다면 / 같은 이유로 강둑을 날아다니는 / 새떼를 따라가면 돼 / 봐봐, 지금도 햇살은 / 큰 나무들 사이의 어린 풀들에게 / 한입만 더, 옳지 / 밥그릇을 들고 손자 뒤를 쫓는 할머니 같잖아 / 먹고 사는데 지쳤다고? / 그러니까 눈을 떴으면 젠장 / 슬리퍼 질질 끌고 가는 아카시아 향 꽁무니라도 / 킁킁 따라가 봐

2021-08-01

집단면역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수가 일정수준 이상 유지되면 감염병 전파가 더이상 늘지 않는 상태를 집단면역 상태라 한다.1923년 영국 맨체스트대 토플리 박사팀이 쥐에다 장염균을 놓고 실험을 하다 감염 비율이 일정수준에 이르면 질병 확산이 멈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다.작년 4월 코로나19가 확산될 무렵 스웨덴은 강력한 봉쇄정책 대신 일상생활과 방역을 함께 하는 정책을 펼쳤다. 중학교 이하 학교는 휴교하지 않았으며 쇼핑몰이나 식당 등도 문을 열게 허용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방역정책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세계가 지켜보았으나 결국은 방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자연적으로 집단면역 체계가 작동하기를 바랐던 스웨덴의 생각과는 달리 사망률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인근 국가들의 봉쇄 조치로 스웨덴은 경제적 피해까지 입었던 것이다. 브라질도 집단면역을 시도하려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남미 1등으로 올라서는 수난을 겪었다.질병관리청은 자연적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우리나라의 경우 35만명의 사망 희생자를 감수해야 하기에 집단면역 이론은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밝힌 바 있다.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1월 집단면역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중 도입키로 한 모더나 백신 수급이 제조사의 생산 차질로 늦어지면서 또다시 정부가 백신 돌려막기에 급급하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백신 공급이 수차례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들이 받은 스트레스도 또한 적지 않다.세계 각국은 내년도 백신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린다는데 11월 집단면역만 학수고대하고 인내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져선 절대 안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29

유단취장의 묘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성호 이익 선생 댁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감나무 때문에 마당에 그늘도 많이 지고, 장마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 마를 날이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을 들고서 한 그루를 베어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 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봤다. 밉게 보면 못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에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란 옛말이 그른 게 없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다.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양당이 서로에게 협상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에는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의지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대권에 나가고 싶어서 통합이라는 큰 그림으로 자꾸 접근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단계에서 통합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합당을 회피하려고 말장난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국민의당 협상단장인 권은희 원내대표 역시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양당 합당 실무협상단은 지난 27일 4차 회의를 마친 뒤 당명 변경, 야권 단일후보 플랫폼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권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야권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언급하며 “협상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당 대표간 협상에 응해달라”고 안철수 대표에게 대표간 협상을 촉구했다.이 대표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당협위원장직 공동임명, 국민의당 인사의 경선준비위원회 참여,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했는데도 협상 중에 추가되는 요구사항들이 있어 협상이 결렬됐다며 아쉬워했다.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표를 더 많이 얻고도 정권을 빼앗겼던 뼈아픈 경험을 되새겨보라. 야권대통합 없이 야권이 정권을 되찾기는 어렵다. 도대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안 대표는 즉각 대표 간 협상에 나서서 ‘사소취대(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의 마음으로, 야권대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민의당과 힘을 합쳐야 ‘유단취장’의 묘계를 구현할 수 있다. 그게 순리다.

2021-07-29

비움과 채움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오래전, 모 대학의 교수가 사석에서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박 교수는 차를 좀 큰 것으로 바꿔요. 교수답게”난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났다. 운전도 그렇거니와 주차도 서툴러 내게 맞는 편한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인데, ‘교수니까 이 정도 되는 차는 몰고 다녀야 한다’는 그 생각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더 웃긴 것은 전세 대출 갚는다고 푸념하면서도 명품 시계를 차고 명품 가구를 물색하던 그 교수의 태도였다.세상에는 허영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늘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분수에 넘는 사치를 하고, 그리고 뒤에서 카드값 막느라 대출금 갚느라 전전긍긍하면서 그래도 남들 앞에서는 괜히 있는 척하는 이들. 남들한테 있어 보여야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사고가 낳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가시적인 것들이 명품이면 뭐하랴. 명품 찾는 사람이 짝퉁이면 다 부질없는 것을.명심보감 ‘安分篇’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해도 즐거우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돈이 많고 귀해도 근심한다(知足者貧賤亦樂 不知足者富貴亦憂).’라고.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삶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안분지족하는 삶을 평생 화두로 삼기도 했었다. 토정 이지함이, 삼베옷에다 짚신 신고 헤진 갓을 쓰고 포천 현감으로 부임할 당시, 아전들이 산해진미를 갖춰 올린 상을 두 번이나 물리며 “우리가 못사는 이유는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하기 때문이니, 부유해지기까지는 그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좋겠습니다.”하고는 보리밥과 시래기국으로 식사를 마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의 저자 소노 아야코도 ‘간소함의 철학’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즉 나이가 들수록 허세, 과욕, 집착 등 비대해진 욕망을 과감히 버리고 분수에 맞는 삶, 절제와 침묵의 삶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버리는 것이 결코 상실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수를 모르고 욕심 많은 사람은 버리면 버릴수록 ‘상실감’을 크게 느끼지만, 분수를 아는 사람은 비우는 과정에서 ‘채움’의 공간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 공간은, ‘보이지 않는 것들’, 무한한 진리로 채울 수 있고 그럼으로써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지혜마저 깨치고 있다. 그렇기에 분수를 아는 사람은 ‘비움’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고전 명작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도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을 ‘비밀’이라며 속삭이지 않았던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라고. 이처럼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은 화려하게 치장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채우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있던 것들을 버리는 가운데 생기는 빈 공간을 비가시적인 진리로 채워나가는 데서 생기는 법이다.

2021-07-29

여름날의 동심(童心)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여름은 아이들의 계절이었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란 말이 있지만 여름은 어느 세대보다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부채질이나 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종일 쏘다니며 놀았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데다 요즘처럼 학원에 다니는 아이도 없었으니 여름방학동안에는 하루 종일 밖에서 노는 게 일이었다. 지금은 까마득히 멀어진 옛일이지만 그 때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동요를 듣거나 부르면 단박에 그 시절로 달려가게 된다.“모래성이 차례로 허물어지면/ 아이들도 하나둘 집으로 가고/ 내가 만든 모래성이 사라져 가니/ 산위에는 별이 홀로 반짝거려요// 밀려오는 물결에 자취도 없이/ 모래성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파도가 어둠을 실어올 때에/ 마을에는 호롱불이 곱게 켜져요”박홍근의 동시에 권길상이 곡을 붙인 ‘모래성’이란 동요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던 아이들이 날이 저물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면 하늘에는 별이 돋아나고 마을에는 호롱불이 켜진다는 내용이다. 노래하는 아이들의 티 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가 그려내는 이 아름다운 정경을 무엇에 비길까. 어린 시절 그런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리라.“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외양간 송아지 음메 음메 울적에/ 어머니 얼굴을 그리며 간다/ 고향을 부르면서 구름은 간다// 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뒤뜰에 봉숭아 곱게 곱게 필적에/ 어릴 때 놀던 곳 찾으러 간다/ 고향을 부르면서 구름은 간다” - 정근 시, 이수인 곡 ‘구름’동시는 아이들이 직접 짓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가서 쓰기도 한다. 그래서 동시의 화자는 언제나 어린이가 된다. 이 동요도 화자는 어린이지만 고향과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어른이 지은 동시다. 외양간에서 송아지가 울고 뒤뜰에 봉숭아가 곱게 피는 고향에는 나를 반겨주는 엄마가 있었다. 그곳에서 발원한 동심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엔들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 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 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 구름은 산을 넘는데/ 메아리 불러본다 나만 혼자서” - 강소천의 시, 정세문 곡 ‘그리운 언덕’태어나서 늙도록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도 이 노래를 부르면 코허리가 시큰해지는 것은 왜일까. 고향이란 단순히 태어나고 자란 장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과 그 속에 담긴 추억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심은 천진무구한 인간 본래의 마음이다. 그래서 성서에도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에게나 동심이 있다. 다만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때 묻고 무뎌졌을 뿐이다. 요즘 아이들은 동요보다는 성인가요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장 아름답고 순수해야 할 동심의 시절을 건너뛰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21-07-29

평화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도록

장규열 한동대 교수 인터넷과 노트북 그리고 핸드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모든 지식과 정보, 소통과 교류는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오히려 앞당긴 셈이다. 비대면과 디지털이 대세가 되어 교역과 외교, 교육과 경제를 포위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고도 못 할 게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 간다. 얼른 적응해야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터. 편한지는 몰라도 혹 잃는 게 없을지 살펴야 한다.찌는 더위 속에는 없으면 상상하기 힘든 게 또 하나 있다. 에어컨. 한국에 들어온 지 반세기도 안 되었는데 도시를 완벽 점령했다. 빌딩과 오피스는 에어컨이 장악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무겁게 들어선 도시의 숲은 폭염을 에어컨으로 겨우 식힌다.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와 차량배기열이 기온상승을 부추기고 부자연한 순환환경 탓에 냉방병이 기승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여름마다 몸살이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사귀며 오가는 정을 나누지 않게 된 만큼, 자연과의 연결도 인공적으로 차단해 함께 숨을 쉬는 자연스러움마저 잊어가는 중이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그런 중에 올림픽은 열렸고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질 모양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열어젖힌 스포츠의 축제마당에서 세계가 겨룬다. 어려운 가운데 혼신을 기울여 준비했을 선수들 땀방울에 감동할 뿐이다. 코로나19의 그늘로 신음하는 온 세계에 빛줄기 한 가닥이 드리워진 느낌이다. 답답했던 남북관계도 문이 열리는가 싶다. 안팎으로 꽉 막힌 사정들만 그득한 차에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릴 기미를 환영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올림픽이 팬데믹을 염려하며 진행 중이듯 남북이 만나는 일에 더 이상 실수와 패착은 없어야 한다. 평창올림픽에서 대화의 문이 열렸던 기억은 내년 초 베이징올림픽 즈음에 결실이 있을까 기대하게 한다. 일방적 구애와 독선적 주장은 피해야 하고 겨레와 한반도의 운명에 집중해야 한다.국제사회도 남북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엔도 한반도에 연락과 소통이 열린 일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간의 합의와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온갖 어려움 속에도 살아있는 올림픽 정신처럼 난관과 역경을 뚫고라도 끝내 이뤄낼 평화와 통일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 우리 모두의 소원을 기억해야 하고 뭉치면 더욱 강해질 겨레의 내일을 겨냥해야 한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환경과 기조에도 흔들림없이 벼루는 민족의 목표를 기억해야 한다. 조용하게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정부가 지펴낸 불씨에 고마운 마음이며, 이를 보다 높이 타오르게 하여 마침내 평화의 기틀이 든든하게 들어섰으면 한다. 비대면과 차단막이 육중하지만 민족이 하나가 되려는 상생과 화합의 기운을 꺾을 수는 없다. 평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 마당에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어 등장할 날을 만나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조금 트인다.

2021-07-28

17년 매미

천적이 많은 매미는 종족보존을 위해 그 종마다 5년, 7년, 13년, 17년 주기로 땅 위에 올라온다. 천적과 마주칠 기회를 줄이려고 천적의 성장주기를 비껴가는 소수를 주기로 세상에 나오는 거란 해석이 유력하다.이 가운데 주기매미(Magicicada)는 매미과에서 주기가 13년 또는 17년으로 소수해인 매미를 가리키며, 북아메리카에 주로 서식한다.올해 미국 북동부에서는 17년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주기매미인 ‘브루드-10’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있다.가정에서 매미를 튀겨서 준비를 해놓고 김을 펼쳐 밥을 깐 다음 그 위에 매미튀김을 수북이 올린 다음 말아서 완성하는 매미김밥이 유행이란다. 매미떼는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취재진을 태우기로 돼 있던 전세기 엔진에 매미떼가 들어가 항공기를 교체해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울음소리도 비행기 이착륙소음 80데시벨보다 높은 90데시벨에 육박해 17년 매미가 극성을 부리는 지역사람들은 귀청이 따가워 잠을 못이루는 피해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 참매미(Oncotympana coreana Kato), 애매미(Meimuna opalifera) 같은 분류로 따지면 미국 주기매미도 땅 속에서 유충으로 성장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뿐 대략 3~4종의 매미로 분류된다.참고로 우리 매미들도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정도 땅 속 유충기를 거쳐서 성충이 되지만 우리는 매년 매미들을 보게 된다. 미국 매미도 결국 우리가 흔히 보는 매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벌어지는 매미떼의 출몰이 성경에 나오는 메뚜기떼의 범람처럼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28

송림테마거리에서

양태순 수필가 입구에 녹색으로 된 숫자 ‘1’위에 힘차게 달리는 사람이 있다. 건강한 삶이 일등이라는 의미인지 조깅하는 사람을 연상시킨다(원제 ‘세계로 미래로’). 왼쪽에는 방문자를 흐뭇한 미소로 반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장승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할머니가 족두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오른쪽에는 송도 송림테마거리 지도와 주요시설, 이용수칙이 있다.거리 탐색을 나선 탐정마냥 꼼꼼히 살핀다. 거리에는 조형물이 여럿이다. 대부분은 스틸아트페스티벌에 출품되었던 작품이다. ‘여름’이라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아이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슬리퍼를 신었고 고개를 숙인 채 내려다 본 곳에는 달팽이가 있다. 손바닥에 올려둔 달팽이의 더듬이가 생생하다. 관찰하고 있는지 심심해서 같이 놀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을 연상시킨다. 그 밖에 날아오르는 풍선, 사랑 등의 조형물이 있어 동심을 자극하고 굳어가는 어른들의 감성에 부드러운 터치를 가하기도 한다. 또한 시원한 물이 개울을 굽이지며 흐르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분수와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살린 것은 야경을 고려한 배치가 아닐까 싶다.숲으로 눈을 돌린다. 싱그럽게 품어주는 초록의 잎들이 내 눈을 맑게 한다. 나무 아래로 산책로가 있고 곳곳에 쉴 수 있는 의자가 많다. 천천히 걷는 길 주위에 공중걷기, 등·허리 지압운동, 양팔줄당기기 등의 운동기구들이 많이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지금도 숲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운동을 하고 수다 삼매경이 한창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건강의 척도로 허리인치 기준을 적어놓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거리에 치매에 관한 표지판이 많아 새로웠다. 표지판에 3권 즐길 것이라 해놓고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라 적혀 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발견이었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니 일석이조다. 또 치매예방운동법, 치매예방다짐길, 추억회상길이 있다.나는 치매예방다짐길을 신발 벗고 천천히 걸었다. 삐죽한 돌이 빼곡하게 있는 길이 있고 징검돌 모양, 철길 모양으로 된 곳도 있어 발바닥 자극이 되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바닥이 화끈거릴 즈음 넓적한 돌이 기다리고 조금 더 걸으면 꽃인 듯 공룡 발자국 같은 돌이 예쁘게 수놓아져 있어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새소리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는다. 높지도 시끄럽지도 않은 낮게 깔려 울리는 소리는 편안함을 준다.벽화마을에 들어섰다. 늘 먼데 있는 벽화거리를 찾아다닌 내가 부끄럽다. 어느 곳 벽화나 공통점은 그 시절의 건물과 생활모습을 담아낸다. 이곳 벽화도 웃음이 많고 수박 한 쪽을 나누어 먹던 70년대와 80년대를 배경으로 수수한 이웃들을 표현했다. 바다가 곁에 있으니 고래와 모래사장, 수영하는 모습이 태반이다.그 골목길에서 내 눈을 반짝이게 하는 것을 만났다. 연도 별 송도 해수욕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걸어둔 것이다. 1975년 송도해수욕장 사진 앞에서 내 모습을 찾느라 눈이 빠질 뻔 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처음 구경하는 해수욕장에 마냥 신이 났던 그 날이 생각났다.초등학생 때였다. 언니와 함께 찾은 해수욕장은 말문이 막혔다. 모래사장에는 사람들이 복닥거렸고 한눈을 팔면 길을 잃고 사람을 잃었다. 검은색 튜브를 빌려 수영복 대신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다. 신나게 물놀이 하다 나올 때면 비 맞은 생쥐꼴이었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물속을 들락거렸다. 솔숲 그늘을 놓쳐서 볕 아래서 흰밥과 수박을 먹었지만 세상 행복한 날이었다.송림테마거리에서 어린 나를 만났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분수 앞에서 팔짝팔짝 뛰고 해수욕장에서 나만의 즐거움에 빠졌던 그 때를.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 그 모습을 되새기는 시간은 아련을 넘어 아릿하다. 순간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고 즐겼던 날들의 소중한 기억들이 희미해져가고 있다. 창고 한 귀퉁이에서 낡아가는 일기장의 내용을 되살리는 날이었다.

2021-07-28

어린 날의 신석기 시대

인류문명은 돌로 시작되었다. 앙코르와트, 모아이 석상, 스톤헨지, 피라미드, 마추픽추 등 돌의 문명은 지구 곳곳에 존재하고 또 발굴되고 있다. 세계 고인돌의 반, 약 3만 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있다. 강화, 화순, 고창 일대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우리나라에는 돌담이 아름다운 마을이 많다. 예천 금당실마을, 군위 한밤마을, 고성 학동마을, 무주 지전마을, 아산 외암 민속마을, 제주 하기리, 산청 남사예담촌, 돌담길이 이웃과 이웃을 이었다. 돌담길에는 마을 사람들의 수고로운 땀이 배어있고 이웃과의 정이 높다랗게 쌓여있다.“마을 사람들은 이웃과 담을 쌓은 게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내 영역인데, 줄을 긋기는 뭐해서 강가에 나가 돌멩이를 지고 왔다. 남정네는 지게에 지고 아낙은 머리에 이고 돌을 날랐을 거다. 불콰하게 흥이 나야 힘을 쓰지. 걸쭉한 막걸리 한 사발도 빠지지 않았을 거다. 돌 하나, 돌 둘, 돌 셋, 돌 넷…, 쌓다 보면 이웃과의 정은 돌담보다 더 높이 쌓였을 거다. 집은 등을 지고 있어도 마음은 마주 보았을 거다.” (박채현 ‘발밤발밤 옛돌담길’ 일부 발췌)우리네 생활 곳곳에 돌의 문명이 있다. 납작 동그란 돌 두 개를 포개 어처구니를 달아 돌리면 맷돌이다. 돌을 오목하게 파면 돌절구며, 땅에 묻고 그 위에 발로 디디는 방아를 걸치면 디딜방아다. 돌을 평평하게 깎아 그 위에 빨래를 놓고 두드리면 다듬잇돌, 툇마루 아래 놓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으면 댓돌이다. 얕은 개울을 가로질러 걸음에 마침맞게 놓으면 징검돌이다.닻돌 - 나무로 만든 닻을 가라앉게 하기 위해 매다는 돌.돌확 - 돌로 만든 조그만 절구.누름돌 - 물건을 꾹 눌러두는 데 쓰는 돌(웃깃돌).돌못 - 돌을 다듬어 박은 말뚝.곱돌 - 촉감이 매끈매끈하고 기름 같은 광택이 나는 돌.꽃돌 - 자연 암석에 무늬가 들어있는돌.홍예(虹霓) - 무지개, 아치형으로 높이 두른 돌.징검돌, 짱돌, 주먹돌, 몽돌, 선돌, 난돌, 든돌, 조약돌, 납작돌, 뾰족돌, 푸석돌, 곱돌, 숫돌, 받침돌, 디딤돌, 섬돌, 주춧돌, 김칫돌, 걸림돌, 박힌돌, 쐐기돌, 머릿돌, 온돌, 공깃돌, 아랫돌, 윗돌, 막돌, 아름돌, 강자갈, 콩자갈, 흰자갈….돌의 문명은 정겨웠다. 디딜방아 돌절구 속을 휘젓는 어머니의 손은 어찌나 날랬는지, 발로 디딜방아를 밟는 아버지와 궁합이 절로 맞았다. 두둑 두둑 두두두두 두두두두 어머니가 방망이로 다듬잇돌 두드리는 소리는 어찌나 흥겨웠는지, 철퍽 철퍽 방망이로 빨랫돌 위에 놓인 빨래 두드리는 소리는 어쩐지 슬프게 들렸다.해가 뜨면 돌담 너머로 나팔꽃이 기지개를 활짝 폈다. 한낮이면 돌확에 고인 물에 하늘구름이 내려와 노닐었다. 저녁이면 하루 항해를 마친 신발들이 댓돌 위에 가지런히 정박해 휴식에 들었다. 밤이면 따뜻하게 데워진 온돌 위에 누워 잠들었다.아이들에게는 ‘작은돌 문화(小石文化)’가 있었다. 서넛이 모이면 공깃돌을 받았고 짝꿍을 정해 소꿉놀이를 했다. 돌로 쑥을 찧어 납작한 돌에 올리고 쌀알처럼 생긴 꽃을 오목한 돌에 담아 밥상을 차렸다. 마을 어귀 징검돌 위에서 가위바위보로 먼저 건너기 놀이를 했다. 아랫각단 철이는 돌에 마음을 담아 순이에게 슬며시 건네주고 도망갔다.비석치기는 웃음이 넘쳤다. 처음에는 돌을 던져 상대의 비석을 맞춰 넘어트리는데, 단계가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발등에 올리고 양 무릎에 끼고 엉덩이에 올리고 가슴에 올리고 머리 위에 올리고 양손으로 귀를 잡고 다가가 떨어트려 비석을 넘어트린다. 몸을 비틀고 어기적거리고 절룩거리고…, 돌을 떨어트리지 않으려는 그 몸짓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웃느라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Y자 나무를 잘라 고무줄을 묶으면 새총이 되었다. 강가에 나가 작고 동그란 돌을 모아 쏘는 연습을 했다. 큰돌 위에 깡통을 올려놓고 맞추기 놀이를 했는데, 쏘고 쏘기를 거듭할수록 잘 맞추었다. 닦은 기량을 믿고 나무 위에 앉은 새를 겨누었다. 그런데 참새를 맞추었다는 자랑은 있어도 그 증거로 참새를 가져온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요즘에는 어디를 가도 돌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시골 아이들조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긴다. 돌멩이 몇 개로 함께 노는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문화는 변하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함께 부대끼며 정을 나누는 또래문화가 사라진다는 안타까움은 두고두고 남는다.코흘리개 때, 돌을 가지고 논 경험이 있으신가. 그렇다면 당신은 현대문명을 사는 신석기인이다. /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7-28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등락 변수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은 20% 후반 박스 권을 형성한 지 오래다. 그의 지지율은 한때 윤석열 후보에게 밀리기도 했지만 현재 여당 후보 중 단연 1위이다.지난 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를 다소 앞서는 결과도 있었지만 이낙연 후보에 쫓기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집권 여당의 6명의 당내 경선 주자 중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오는 10월 초 당내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을까. 여야 후보를 포함한 지지율에서 그는 20% 대의 박스 권을 탈피할 수 있을까. 그의 지지율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점검해 본다.대선에서 대결구도, 인물, 정책비전은 지지율의 등락을 좌우하는 기본 변수이다. 이재명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의 추격을 받고 있다. 당내 경선 구도에서 그는 친문이 아닌 비문이다. 민주당 적통성 시비는 당내 경선에서 그가 다소 불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권 말기의 친문 후보가 경선에서 반드시 유리하다는 보장도 없다. 당내 의원들의 확보는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도 그 세력 분포가 분명치 않다. 호남 지지율은 경선 뿐 아니라 결선에서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은 호남에서 반등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유지될 것인가.인물은 후보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평가이며 지지율 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후보의 ‘흙 수저’, 비주류의 저항적 이미지는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경북 안동의 화전민 출신, 국졸 후 여러 공장의 소년공 신세, 검정고시와 사법 시험 합격은 그의 입지전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삶은 개천에서 용 나는 세대의 마지막 성공 신화이다. 그러나 그의 삶의 궤적이 지나친 자신감과 독선적 리더십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따른다. 그의 여성 스캔들과 형수 욕설 등 도덕성 문제를 그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대선후보의 정책적 비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선거판이 혼탁하고 과열될수록 정책은 뒤로 밀릴 수 있지만 선거전의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담보하기 위해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를 전면에 걸었다. 그의 ‘기본 소득’ 공약은 앞으로도 정책의 쟁점이 될 소지가 커서 지켜볼 사안이다. 그의 시원한 사이다 발언은 상당한 호응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바지 발언’이나 ‘백제 관련 발언’은 그의 사이다 발언을 상쇄시킨다.후보의 지지율은 수시로 변한다. 그는 10월의 당내 경선의 관문을 통과하고, 내년 3월의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는 앞서 제시된 변수들만 잘 대처한다면 일차 관문인 당내 경선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급변하는 이 나라 선거판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돌발 변수는 판세 분석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호남 표심의 향배, 정부 정책 실패에 정책적 대안제시, 야권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선거전의 대결 구도를 지켜볼 뿐이다.

2021-07-28

방학 디톡스 성공을!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어설픈 나라는 절망적이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변해버렸다.좀처럼 잡히지 않는 코로나 이야기. 국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청해부대 이야기, 입에 담기도 버거운 청와대의 대통령 찬양 이야기, 생색내기 재난 지원금 이야기, 기록적인 무더위와 열대야 이야기, 순수성을 잃은 올림픽 이야기, 가슴 아픈 제주도 중학교 2학년 이야기 등.이야기가 많은 사회는 역동적인 사회다. 물론 이때의 이야기란 긍정적인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재생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이야기는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더 많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창조한다. 그런 이야기들의 집합이 문화(文化)이다.문화란 곧 이야기 집이다. 문화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생산적인 이야기가 풍성하다.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 자체가 빛이 나는 이야기가 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우리는 문화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런 나라치고 국민 행복 지수가 낮은 나라는 없다.이야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특히 부정적인 이야기의 전염 속도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속도도 속도지만 이런 이야기는 사람의 정신세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파괴한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물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기력함과 무모함이다. 그런 사람에게 행복이 있을 리 만무하며, 그런 사람이 다수인 사회에 희망은 단연코 없다.그럼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 물음에 가장 쉬운 답은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분야 뒤에 문화라는 말을 붙여보면 된다. 정치 문화, 노사 문화, 종교 문화, 방송 문화, 군대 문화, 사법 문화, 교육 문화 ….! 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부끄럽다.그런데 부끄러움을 넘어 죄스러운 말이 있다. ‘교육 문화’.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표현이다. 과연 이 나라 교육에 시험을 빼면 이야기가 있기나 할까! 그나마 예전에는 삭막한 교육 여건에서도 학생이 에너지를 얻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방학이다.그런데 학생에게 방학은 어떤 의미일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방학은 학생에게 학교와 사회에 대한 살벌한 독기(毒氣)만 가득 품게 하는 시간이다. 학교는 문을 닫고, 학원은 문을 여는, 그로 인해 학생을 학교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드는 참 괴이한 시간, 방학!디톡스(Detox)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빼는 해독 작용이다. 2학기 전면 등교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물론 다른 준비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교육과 무기력에 갇힌 학생들에게 진짜 방학 이야기를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교육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교사 중심의 상벌점제, 오로지 평가를 위한 수행평가와 같은 교육계에 축적된 독소들을 학교 현장에서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다.그러면 2학기에는 그나마 학생들이 학교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정상적인 학교 문화를 앞당기는 방학 디톡스가 성공하길 바란다.

2021-07-28

여름철 가스안전관리는 이렇게

정성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북동부지사장 여름철 가스사고 주요 원인은 폭염, 태풍에 따른 바람, 호우, 잘못된 부탄캔 사용이다. 올여름에는 가스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안전수칙 몇 가지를 알아보자.첫 번째는 폭염이다.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발령되지 않더라도 여름에는 직접 햇빛을 받는 외부와 밀폐공간은 높은 온도가 유지된다. LPG용기는 압력이 상승해 압력조정기 등이 고장 날 수 있으므로 햇빛가리개를 해야 한다. LPG자동차는 트렁크 온도가 80℃ 이상 되므로 한낮에는 가득 충전하는 것을 피하고, 자동차 내에는 라이터나 부탄캔 등을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여름철에는 천연가스(CNG) 시내버스도 압력을 낮춰 충전한다. 또한, 가끔 캠핑 후 본인도 모르게 부탄캔을 트렁크나 차량 내에 두는 실수로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둘째는 풍수해다. 태풍으로 인한 바람과 집중호우는 직접적인 가스사고를 발생시킨다. 집중 호우가 발생하면, LPG용기는 잘 고정하거나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 만일 가스보일러, 가스렌지, 압력조정기 등이 침수됐다면 제조사 A/S 후에 사용해야 한다. 침수과정에서 흙 등 이물질이 있으면 기기들이 그 기능을 할 수 없어 화재와 폭발사고의 원인이 된다. 주요점검사항은 가스배관 고정상태, LPG용기 고정장치 확인 등이며, 이때 철로된 고정장치는 부식으로 그 기능을 못 할 수 있으므로 흔들어서 확인한다.셋째는 잘못된 부탄캔 사용이다. 여름에는 캠핑인구가 대폭 증가하는 시기이고 조리기구로 가스사용은 절대적이다. 겨울철 사고원인이 가스불이 약하다고 부탄캔을 더운물에 끓이거나 열을 가하는 것이라면, 여름철에는 부탄캔을 덮는 조리기구를 사용해 복사열로 부탄캔이 압력을 못 견뎌 파열되는 것이다. 또한, 숯불 주위에 부탄캔을 방치해 폭발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넷째, 여름철 장기간 집을 비울 경우 집을 나서기 전에는 반드시 가스밸브 잠금 상태를 꼭 확인하고 메인밸브까지 잠그고 가면 아주 안전하다. 혹시 모를 홍수로 인해 가스용기가 침수되지 않도록 하고 용기는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일 휴가를 다녀와서 실내에서 가스냄새가 나면 밸브를 잠그고 창문을 열어 충분히 환기를 시킨 다음 바로 119나 가스공급자 또는 한국가스안전공사로 신고하면 조치를 받을 수 있다.

2021-07-27

양궁과 공정경쟁

양궁(洋弓)은 1538년 영국의 헨리 5세가 처음으로 대회를 연 것이 시발점이다. 국제양궁협회가 탄생한 것은 한참 뒤인 1931년의 일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처음으로 개인종목이 생겨났고 단체종목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다.우리나라는 전통의 국궁이 아닌데도 양궁이 매우 강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1972년 이후 한국은 세계 각종 양궁대회에서 2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합치면 39개 메달을 땄다.예천 출신의 김진호 선수가 197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은 명실공히 세계가 인정하는 양궁 강국으로 등극했다.한국 양궁이 세계대회를 휩쓸자 외국에서는 한국인 양궁감독을 스카우트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남자부 4강전에 진출한 한국,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 감독이 모두 한국인 감독을 두었다.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양궁팀이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여자양궁 단체팀은 1988년 이후 올림픽 9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이 9회 연속 우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수영 남자 400m 혼계영(미국)과 육상 남자 3천m 장애(케냐)에 이어 한국 양궁이 세 번째다.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양궁이 이처럼 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타 종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정한 선수선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대표나 100위권 밖의 무명선수나 똑같은 자격으로 선발전에 참가하는 엄격한 시스템이 오늘의 결과를 일궈냈다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대표팀에 무조건 한자리를 주는 특혜는 없다. 공정한 룰만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켰다. 불공정이 판치는 우리사회가 본받을 가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27

두 여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삼복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징후가 감지된다. 그것도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지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게 미심쩍기 그지없다. 그런 와중에 캘리포니아 대학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문명은 30년 남았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나니 불안이 증폭된다. 그는 기후변화와 함께 핵무기, 자원고갈, 불평등을 인류문명 종말의 4대 이유라고 단언한다.2050년에 인류는 다이아몬드의 공언(公言)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인가! 하지만 나는 모친상을 치르면서 마주친 두 여자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하겠다. 30년 후의 세상과 인류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여기의 사람과 관계도 의미심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면서 현재를 저당잡곤 했다. 거창한 기획과 다가올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현재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버릇 때문이다.불시에 찾아온 모친의 별세는 우리 형제들과 가족 전체를 망연자실하게 하였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코로나19도 고려하면서 역할을 분담한다. 그러다가 맞이한 사람이 상조회사의 중년 여성이었다. 어머니가 가입한 상조회사에 근무하는 여성 상조 전문가. 그분은 우리가 궁금해하고 모르는, 상조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소상하게 일러주고 충고해주었다.어머니의 입관까지 그이의 몫이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정성스레 채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굿바이’에 등장하는 ‘납관사’가 절로 떠올랐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는 사자(死者)들의 육신을 정성껏 씻고 닦아서 살아생전 이상의 정갈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하는 사람. 그런 구실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여성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자연스럽게 ‘고맙습니다!’ 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어머니가 세상과 작별하기 19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는 생극 공원묘지에 누워계셨다. 우리는 가족회의에서 개장(改葬)과 화장, 그리고 가족 납골묘로 의견을 모았다. 부친 산소의 개장과 화장을 전담할 사람이 필요했다. 동생이 알아낸 전문가 역시 이 분야에서 18년 근무한 중년 여성 베테랑이었다. 몹시 습하고 더운 날 아침에 처음 본 그분은 남성들을 진두지휘해가며 아버지의 유골을 세세하게 수습하였다.이마에 구슬땀을 흘려가며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냐고 물었다. 누군가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한다. 일하면서 그것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법성게’에 나오는 ‘불수자성수연성’ 아닐까, 생각한다.헌신적이고 성실한 두 여성의 도움을 받아 지난 일요일 가족 납골묘에 두 분의 유골을 모셨다. 어떤 안도감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 고마운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도움과 헌신으로 가까스로 유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찾아드는 하루가 지나간다.

2021-07-27

진흥왕과 그의 시대

진흥왕은 신라의 정복군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복군주라는 표현은 그의 생애를 오롯이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이 자리에서는 진흥왕이 왕위에 있었던 시대와 함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되짚어보려 한다.진흥왕의 이름은 삼맥종(5F61麥宗) 또는 심맥부(深麥夫)이며 법흥왕의 동생인 입종갈문왕과 법흥왕의 딸인 지소부인 사이에서 탄생하였다. 그의 출생시점에 대한 기록이 없지만 왕위 계승 당시 7세였다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기록을 토대로 534년생(법흥왕 21년)으로 여겨진다. 그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행적은 거의 알 수 없다. 다만 6세 무렵인 539년 음력 7월 3일에 왕실 사람들과 함께 지금의 울주군 천전리에 위치한 계곡을 둘러보았다는 내용이 울주 천전리 서석에 새겨져 있다. 그로부터 거의 1년 뒤인 540년에 신라 제24대 왕으로 즉위하는데 당시 어렸던 그를 대신하여 어머니인 지소태후가 정치를 맡았다.지소태후가 정치에 관여하던 시점이 언제까지 이어졌는지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진흥왕이 왕위에 오른 지 12년이 되는 551년에 연호가 개국(開國)으로 바뀐 점이 주목된다. 보통 개국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신라는 새로운 왕조로 바뀌지도 않았으며, 새로운 왕도 즉위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신라 내부의 정치적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551년부터 진흥왕이 직접 정치를 시작했다고 여겨진다.한편 진흥왕이 자신만의 정치를 시작한 그 해(551년), 신라는 고구려를 쳐서 오늘날 죽령(竹嶺) 이북 땅을 차지했으며, 553년에는 백제의 동북쪽 변두리를 빼앗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서기와 삼국유사에는 흥미로운 기록이 전한다. 일본서기 흠명기 13년조(552년)에는 백제가 한성(漢城)과 평양(平壤)을 ‘버렸다’고 했으며, 삼국유사 진흥왕조에는 554년에 백제가 신라를 침략했는데 그 침략의 원인을 고구려와 신라의 연합에서 찾았다.이 무렵을 전후하여 고구려의 수도에서는 귀족들 사이에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서북쪽 국경에서는 돌궐의 위협이 점차 커져갔다. 고구려는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로인해 신라와 백제의 한강유역 진출에 대처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난 신라와 고구려의 연합은 당시 국제정세와 맞물려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였다. 즉 신라는 한강 유역에 대한 지배권을 고구려로부터 인정받았고, 고구려는 신라의 북진을 한강유역에서 저지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된 백제가 한강 하류 지역을 스스로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된 원인에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신라와 고구려의 연합과 그로 인해 한강 유역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신라는 백제에서 고구려로 연합의 대상을 바꾸면서 한강 유역 지배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당시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있었던 진흥왕의 탁월한 안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안목을 바탕으로 고구려나 백제가 신라에게 유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들어냈다. 568년에 세워진 황초령 진흥왕 순수비와 마운령 진흥왕 순수비에 등장하는 ‘이웃나라가 신의를 맹세하고, 화해를 청하는 사신이 서로 통하여 온다.’는 구절은 진흥왕의 업적을 칭송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묘사한 적절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한편 신라에서는 유학(儒學)이 점차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물론 법흥왕대 불교 공인 이후 출가가 허락되고, 왕실에서 민간으로 불교 신앙이 전파됨에 따라 그것은 신라사회의 중심 신앙이 되었다. 이와 함께 유학은 일부 지배층이 학문이나 정치사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중국 고대 주(周) 왕조의 시조 후직(后稷)의 이름을 본뜬 김후직(金后稷), 주 문왕의 동생인 주공(周公)을 본뜬 주공지(周公智), 공자가 지은 역사서 춘추(春秋)의 이름을 본뜬 김춘추(金春秋) 등의 이름이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즉,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경전을 익히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한 경전은 중국에서 들여왔다. 그러므로 한문(漢文)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유학의 기초 경전을 학습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유학은 신라 사회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그것이 점차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사람의 이름을 짓는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흥왕이 다스리던 시기는 황룡사 건립과 장육존상 설치 등 불교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점이지만 유학이라는 새로운 사상이 신라 사회에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는 시기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경효 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진흥왕과 그의 시대가 신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개인적인 모습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진흥왕 즉위 33년(572년)에 그의 아들이자 태자인 동륜(銅輪)이 죽고, 같은 해 10월에는 전쟁에서 죽은 병사들을 위해 팔관연회(八關筵會)가 열렸다. 삼국사기와 우리나라 유명한 스님들의 생애를 담고 있는 해동고승전에는 진흥왕이 말년에 이르러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었으며 스스로 법운(法雲)이라는 이름을 짓고 살다가 죽었다고 전한다. 아마도 지난날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아들과 영토 확대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기록처럼 불교를 받드는 형태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진흥왕의 시대는 신라에게는 영광스러운 것이었지만 그 자신에게는 고단하고 쓸쓸한 말년을 보내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는 진흥왕만이 아니라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군주가 겪어야 할 숙명인지도 모른다.

2021-07-26

모네는 왜 같은 그림을 수없이 그렸을까?

19세기 중반 사진의 보급은 보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인물화나 풍경화를 그리던 미술가들은 기계적으로 완벽에 가깝게 대상을 모방하는 사진기술이 자신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위기로 다가왔겠지만 다른 미술가들에게 사진은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다. 사진기술의 발달과 예술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통찰한 철학자로 발터 벤야민(1892∼1940)이 있다. 그는 1936년에 출판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원본이 발산하던 아우라가 사라지고 예술의 기능이 달라졌으며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과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사진이 렌즈를 통해 복제해 놓은 현실 앞에서 미술가들과 이론가들은 회화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회화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사진은 미술가들에게 다르게 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빛과 빛의 시각적 효과를 그리려고 했던 인상주의 미술가들은 빠르고 거칠게 하지만 자유분방한 붓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매순간 변하는 색을 그리기 위해 대상이 지닌 고유한 색을 버렸고, 계산된 밑그림이나 드로잉 없이 색과 빛에 용해된 윤곽선으로 그림을 그려나가면서 대상과 형태는 대기 속으로 용해되어 갔다. 인상주의 미술가들은 관습과 지식 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 오로지 보는 것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감상하기 위해서 심오한 지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보는 것 자체로 시각적 즐거움과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인상주의 미술이다.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끌로드 모네(1840∼1926)는 본 것을 그리기 위해서 연작이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제작방법을 선택한다. 연작 혹은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동일한 소재를 유사한 구도로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을 말한다. 모네가 처음으로 연작으로 그린 것은 1877년 무렵으로 파리의 기차역 생-라자르의 광경을 열두 점에 이르는 작품에 옮겼다. 파리 생-라자르 역은 1837년에 설립된 기차역으로 철도의 발달은 변모하는 근대적 삶을 상징한다.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역사상 최초로 제작한 영화에서 소재로 다루었을 만큼 철도와 열차는 단순한 운송수단 이상을 의미했다.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철도는 이동 시간을 단축해 주었고, 그와 함께 삶의 속도 또한 빨라지게 된다. 열차 시간이 일상의 시간적 기준이 되어 막연했던 시간개념이 시계를 통해 분과 초로 나누어졌고, 삶의 움직임 역시 시계 바늘의 움직임을 따랐다. 시간의 분할은 건축적 변화에서도 읽혀진다. 예컨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에펠탑은 면으로 이루어진 닫힌 공간의 전통 건축과는 전혀 다른 철이라는 첨단재료를 통해 선적인 요소들의 결합이 만들어낸 열린 공간을 창조했다. 생-라자르 기차역에서 화가 모네는 열차가 뿜어내는 힘찬 증기가 만들어낸 광경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스펙터클을 경험했는지 모른다. 생-라자르를 시작으로 모네는 본격적으로 그의 대표 연작들을 제작한다. 1881년에서 91년까지 스물네 점의 건초더미를 그렸고, 1892년에서 94년까지 루앙 대성당을 그린 서른세 점의 그림을 남겼고, 1891년에서 1900년까지 일곱 점의 포플러 나무 연작을, 1900년에서 1905년까지 런던 국회의사당이 있는 풍경을 열다섯 점, 1908년에는 베네치아를 방문해 무려 서른일곱 점의 작품을 남겼다.모네의 연작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수련’이다. 화가는 1896년부터 생을 마감한 1926년까지 30여년의 세월 동안 자그마치 250여점의 수련을 그렸다. 그렇다면 화가는 어떤 이유로 동일한 대상을 그린 이처럼 많은 수의 작품을 남긴 것일까? 화가의 관심은 대상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대상에 반사되는 빛과 그 빛이 만들어 내는 색과 분위기를 그림에 담으려고 했다. 화면에서 이야기를 제거하고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려고 했고, 대상을 관찰하는 시간과 그리는 시간, 그리는 과정과 시간의 흐름, 연작으로 제작된 각각의 그림과 그림 사이의 시간적 관계를 실험했던 것이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1-07-26

진흙탕 대선레이스, 국민이 두 눈 부릅떠야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정치인들의 고질병이 재발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건전한 후보검증이 아니라 폭로와 인신공격,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대선레이스가 ‘아사리판’이다.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정책경쟁은 하지 않고, 자극적이며 천박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여당후보는 유력한 야권후보 부인이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회에서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한다. 혐오스런 저질 흥신소의 수준이 바로 지금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이다.게다가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포퓰리즘(populism)과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들을 속였다. 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한 그가 바로 두 얼굴을 가진 악마였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한 정권의 말을 믿었던 서민들은 ‘벼락거지’가 되고 말았다. 오직 대권을 잡기 위한 ‘권력에의 의지’만 있을 뿐, 국민의 힘든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합리적 대책은 없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표리부동한 정치꾼들의 이중성이다.이처럼 대통령에게 줄곧 속고 살아 왔으니 이번에는 또 누구에게, 어떤 거짓말에 속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후보들에게 속지 않으려면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다. 교활한 정치꾼들의 행태에 실망해서 정치적 관심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무관심은 민주정치의 반동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의 선출에 대한 정치적 관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그렇다면 대선레이스를 펼치는 후보들의 무엇을, 어떻게 체크할 것인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분명한 비전, 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현명한 인사정책, 고결한 인품’ 등이다. 대통령은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처하면서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정수행능력이 있어야 하며, 국가원수로서 품격도 갖추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입만 살아 있는 무능한 후보’나 ‘천박한 저질 후보’는 반드시 탈락시켜야 한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2021 대한민국 시대정신’은 ‘공정·정의·안전’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레이스를 통하여 기회와 노력에 대한 공정, 범죄·비리에 엄정, 질병·범죄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정신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이를 위해 우리는 대선레이스의 예선 및 본선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주권자의 힘과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각 정당은 후보경선에 당원여론(당심)과 국민여론(민심)을 함께 반영한다. 예선에서 왜곡된 당심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것이 민심일 뿐만 아니라, 본선에서의 최종 승자도 역시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력이다. ‘국민의 질이 정부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2021-07-26

장기투자와 세제혜택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투자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투자자의 자유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자산이 안정적으로 증식되기를 바라고,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게 보통이다. 현 정부도 국민자산증식을 목표로 개인투자자들의 국채, 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세제혜택을 확대,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뉴딜 인프라펀드와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한 분리과세, ISA에서 발생하는 금융투자소득 비과세,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하는 청년형 장기펀드가 신규도입된다. 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기존 2022년 말까지 지급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9% 분리 과세된다. 가입후 5년간 해당 과세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자 1명당 1개의 전용계좌로 가입하며, 계약기간은 1년 이상, 투자한도는 2억원이다. 청년들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납입금액(연 600만원 한도)의 40%를 소득공제하는 ‘청년형 장기펀드’도 도입된다. 국내상장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이 펀드는 계약기간이 3~5년이다.만 19~34세, 총급여 5천만원 또는 종합소득액 3천500만원 이하가 가입대상자다. 개인투자용 국채에 대해 이자소득을 9% 분리과세 적용한다. 1인당 매입금액은 연 5천만원으로 총 2억원 한도며, 10년 만기보유시 기본이자의 30%, 20년 보유시 60%를 추가지급한다. ISA에 대해선 상장주식이나 국내 공모주식형 펀드에서 양도·환매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한다. 납입한도는 연 2천만원, 총 1억원 한도며 가입기간은 3년 이상이다. 2023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의 자본시장 관련 세제혜택이 더욱 강화돼 건전한 장기투자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26

문제해결의 인식과 방법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변화와 결과들과 마주한다. 이 결과들은 어떤 경우엔 단순한 ‘현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문제’ 가 되기도 한다.특히 문제의 경우는 발단이 되는 이유 즉, 원인과 해결방법이 존재한다. 코로나19 감염병의 4차 대유행이 예상 외로 심각해진 것도 문제와 해결을 위한 인식부족이나 안이한 대응 탓일 수도 있다. 개인의 삶이든 회사든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해야 근심이 줄어들고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무엇보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작용하는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리가 인간을 고통과 불행 속에 빠지게도 하고 안정과 행복의 길을 만들기도 한다.그렇기 때문에 이 원리를 잘 인식하고 규명하여 불합리가 없거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행동적인 면을 규정,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원칙 또는 규범이라고 한다.작업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작업표준이나 지켜야할 규칙(Rule)이 된다.같은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현장에서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학습을 하고, 표준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을 개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리고 문제와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상 즉, 현재 상태와 바람직한 모습이나 목표와의 차이’를 말하며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 차이를 좁히거나 없애는 것이다. 문제점은 ‘문제를 일으킨 요인으로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가령, 오랜만에 친구가 먼데서 찾아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빗길에 자전거로 귀가하다가 도로의 움푹 패인 곳에 바퀴가 걸려 넘어져 응급실에 실려간 상황을 설명해보자.현상은 병원 응급실에 있는 것이고, 바람직한 모습은 무사히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문제는 ‘사고가 난 것’이다. 문제점은 사고가 난 요인으로 술을 마신 것, 빗길에 자전거를 타고 간 것, 친구가 온 것, 움푹 패인 도로, 운전 미숙 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온 것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문제점이 될 수 없다.이렇듯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목표를 정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일으킨 요인인 문제점을 찾아 세분화하여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간다면, 개인이든 회사든 지속적인 안정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문제가 있는 곳엔 항상 개선의 소지가 있으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포스코 정문에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표어나 도요타의 ‘개선은 무한하다’가 의미하는 바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난마 같은 코로나19의 근본원인이 밝혀져 걷잡을 수 없는 신종, 변이바이러스의 종식과 안정적이고 효능적인 백신 접종, 방역대응의 문제점 개선과 철저한 준수 등으로 잠잠한 나날이 어서 빨리 찾아오길 고대해본다.

2021-07-26

한여름의 삼매경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의 한복판, 삼복더위가 본때를 보이고 있다. 짧은 늦장마가 물러나기 무섭게 염천(炎天)은 대지를 달궈 대고 폭서는 염소뿔이라도 녹일 듯 사정없이 작렬하고 있다. 열돔 현상 탓인지 한반도를 에워싼 열(熱)공기층이 고기압에 지붕처럼 갇혀서 코로나19 감염증의 4차 대유행의 기세 못지않게 사람들의 머리 위로 화살 같은 폭염을 내리꽂고 있다.여름은 덥기 마련이지만 출구 없는 터널 같은 코로나 감염증의 재확산에 가뜩이나 지쳐가는데 더위마저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지역감염의 점차적인 확산세를 꺾기 위해 전국 피서지나 야영장의 인원제한과 시설물 통제, 이동자제 권유 등으로 피서마저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코로나에 시달리고 무더위에 주눅든 나날 속에 허우적대기만 할 것인가? 코로나의 와중에도 저마다의 생활 패턴 변화와 나름의 습성으로 한줄기 시련 같은 여름날을 차분하게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이를테면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와 한판 붙어본다든가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집중하는 삼매경(三昧境)에 빠지다 보면 날름거리는 폭양의 혀쯤이야 가볍게(?)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도 자전거 출퇴근을 고수하고 있는데, 간혹 주말 라이딩을 할 때는 더위와 정면승부라도 하듯이 푹푹 찌는 포도(鋪道)나 비탈진 흙길을 거침없이 달리면서 정말 비오듯 땀이 쏟아져도 몸과 마음은 외려 가뿐하고 개운함 속에 모종의 희열감을 흠뻑 맛보곤 한다. 그리고 혼자만의 몰입하는 시간을 통해 흥취에 젖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얼씬도 못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묵향이 피어나는 서실에서 서책을 뒤적이며 붓 끝에 마음을 모아 선지에 한 점 한 획 써내려 가다 보면 운필하는 정중동(靜中動)의 열기 속에 더위는 아예 무색케 된다. 또한 오죽(烏竹) 잎새 가벼이 일렁이는 뒷마루에 편하게 앉거나 누워 관심있는 책을 탐독하다 보면 기웃대던 더위 따윈 댓잎의 바람소리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만다.각인각색이라 제 나름의 피서법이 있겠지만 필자가 이처럼 수년째 즐기며 터득한 여름 나기 방식은 일종의 삼매(三昧)같은 마음훈련이 아닐까 여겨진다. 삼매란 순수한 집중을 통하여 마음이 고요해진 일심불란(一心不亂)한 경지를 말한다. 그러한 상태에서 일을 하거나 학습, 운동에 몰두하면 주변의 상황에 개의치 않고 심취하여 열의를 쏟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선택과 집중, 도전과 열정도 어찌보면 이 같은 삼매가 바탕이 된 마음작용이 아닐까 싶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도 정신집중이 잘돼야 선전(善戰)할 수 있을 것이다.굳이 삼매경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취향과 요령을 살려 건강한 여름날을 보내리라고 본다. 미증유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의료재난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재난의 위기로 파급되는 현실에 더위까지 먹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잘 추스르고 긴요한 대응을 해나갈 일이다.

2021-07-26

국가보다 위대한 개인

2011년 방영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상왕 태종이 외척 숙청을 위해 영의정 심온을 역적으로 몰 때 세종은 그를 구하고자 그 집 노비 석삼에게 밀지를 보낸다. 심온은 세종의 장인이다. 하지만 반대세력이 은밀한 구호 계획을 눈치 채 밀지를 전하는 과정에서 석삼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다. 석삼은 지적장애를 가진 노비로 주인공 똘복의 아버지다. 평생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며 무예를 갈고 닦아 겸사복이 된 똘복은 궁에 입성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세종을 보며 피를 토하듯 외친다. “높으신 분들의 그 잘난 대의 때문에 아무 죄 없는 우리 아버지가 죽었다”고. 이 장면은 국가라는 대의명분이 한 개인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우여곡절 끝에 2020 도쿄 올림픽이 개막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개최가 불투명했으나 해를 넘겨서 겨우 성화대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 취소니 보이콧이니 운운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는데, 코로나에 대한 우려보다는 ‘NO 재팬’ 운동과 겹친 반일감정이 주된 동기였다. 나는 올림픽이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고 내내 생각해왔으므로 무관중으로나마 17일간의 열전이 시작된 것이 꽤 반갑다. 스포츠 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개인주의자인 까닭이다.올림픽 취소와 보이콧을 주장한 이들의 논리 안에는 오직 올림픽 무대만을 위해 평생을 땀 흘려 준비해온 선수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전혀 없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은 희생되어도 된다는 전체주의가 반일의 정치적 감정 뒤에서 작동했다. 국가라는 낡은 망령이 개인을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일이 왜 올림픽 때마다 발생하는 걸까?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한 사람의 선수보다 ‘국가대항’이니 ‘국가대표’니 ‘스포츠외교’ 같은 거대담론을 중요시하는 탓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정부가 ‘남북 평화’라는 대의를 내세워 강제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여전히 뒷맛이 씁쓸하다. 그때 단일팀을 반대한 청년들을 향해 “세계 평화와 긴장 완화보다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이기적인 철부지들”이라거나 “올림픽 정신을 모른다”며 비난한 기성세대들에게 묻고 싶다. 남북 평화는 지금 어디에 있냐고, 선수들의 희생 뒤에서 당신들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동안 대체 무얼 했느냐고 말이다.은메달,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에게 비난을 쏟아내던 무식하고 폭력적인 가부장적 근대는 저물었다.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에게도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개인’과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의 감수성이다. 하지만 아직도 과제가 많다. 성숙한 개인주의사회는 국가대항의 성격을 띤 올림픽에서조차 ‘국가보다 위대한 개인’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라는 혼잣말로 감동을 준 박상영이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마지막 바벨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선 바벨에 키스를 한 장미란, 또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이 다 국가보다 위대한 개인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무리 국가의 지원과 육성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통해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국가’라는 무게를 과도하게 짊어지우지 말아야 한다. 선수도 국민들도 ‘국가’와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권도 종목에서 탈락했다고 ‘종주국 망신’이라든가 2018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불거진 우리 대표팀의 내홍을 두고 ‘나라 망신’이라고 적은 뉴스 헤드라인과 댓글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손흥민 골 해외 반응’이 검색어 상위에 오른다. ‘세계 속의 한국’,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은 유럽 어딘가에서 삼성전자 광고판을 보고 가슴 벅찬 눈물을 흘리던 ‘국뽕’의 시대가 아니다. ‘체력은 국력’이라며 스포츠로서 국가의 가난과 비참을 ‘정신승리’하려던 새마을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우리나라 육상 대표팀에는 케냐 출신의 귀화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한국 이름 오주한 선수가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각국 선수들은 차별에 반대하는 ‘무릎꿇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중이다. 메달을 획득했든 그러지 못했든 올림픽에 출전한 것만으로 모든 선수들은 ‘올림피언’의 영예를 입어야 하고, 그들의 경쟁은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개인을 존중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다.

2021-07-26

존중과 선택의 결혼

아주 오래 전 겨울이었다. 책 관련 강의를 듣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합정을 다니던 때였다. 수업 첫 날 수강생들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 중 단발머리를 여성분은 가장 최근에 결혼식을 올렸다며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자신은 비혼주의자였으나 마침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나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식을 올렸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수강생들은 일순간 어떤 눈빛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이를 알아챈 그녀는 자신은 행복하단 말을 힘주어 덧붙였다.나도 조금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저 때만 해도 결혼과 출산은 일생의 기쁨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던가. 축구선수가 고대하던 골을 넣듯, 비련한 여주인공이 완벽한 남자를 만나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는 내용의 동화책이나 드라마를 끊임없이 보고 자라온 나는, 결혼은 고결한 끝맺음이란 공식을 당연히 지니며 살아 왔다.그러나 자연스레 누군가와 만나고 몇 번의 헤어짐을 겪은 뒤로는 여러 사람의 유형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홀로 존재하는 편리함과 안락함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희생되는 가까운 이들을 보며 내 생애 결혼은 없다며 어설픈 마음을 갖기도 했다.한달 전에 유튜브로 서새롬씨와 박재용씨의 결혼식 영상을 접했다. 영상 제목은 지속가능한 결혼식. 그들은 서울시가 무료로 제공하는 공원에서 중고로 구매한 보라색 수트와 흰 원피스를 입고선 식을 진행했다. 꽃장식이나 조명은 찾아볼 수 없었고 피아노 연주, 축가, 주례 같은 과정도 없었다. 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가 입장해서 신랑에게 건네는 퍼포먼스도 없으니 양가 부모님이 앉는 혼주석도 존재하지 않았다.대신 혼주석엔 그들 주변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인들이 결혼 자문 위원으로 자리했다.두 사람은 비혼주의지만 생활 동반자로써 결합을 택했다. 현재 존재하는 법적 제도에 순순히 응하여 속하는 것이 아닌 어떤 걸 원하고 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개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며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결혼 제도는 두 사람 몫의 희생과 수용을 필요로 한다. 식을 진행하며 의례적으로 오가는 예물과 예단, 두 가족을 내 몸보다 아껴야하는 의무감, 임신과 육아 등 모든 과정이 정해진 공식처럼 뒤따른다.하지만 반대로 이들의 결혼은 결속이 아닌 여전히 둘로 존재하며 개인과 개인이 만나 이루는 조화와 화음에 집중한다. 후에 찾아본 인터뷰에선 이성애자 여성과 남성의 단순한 결속을 넘은 지속 가능한 관계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찾아볼 수 있었다.처음 이 영상을 보는 내내 큰 충격을 받았다. 비혼주의인 두 사람이 만나 결합을 이루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모습은 신선하고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결혼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단순히 이분법으로 나누고만 있던 내 편협한 생각에 강력한 균열을 내는 듯 했달까.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을 택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돈도 없고, 살 수 있는 집도 없고, 애도 낳기 싫고, 모든 것에 책임지기 싫으니까? 그러나 정말 이러한 이유들로만 결혼을 택하지 않는 걸까?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 게 필요한 건지. 아이를 낳고 기르며 이 모든 걸 한탄 없이 책임 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건지. 무엇보다 한국 이성 남녀와 정상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만이 법적 제도에 해당된다는 것에 깊은 의문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관습으로 굳어진 제도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건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한 농담으로 들릴 수 있겠다. 그러나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결혼과 육아를 선택한단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타낸 것만으로도 놀랍다. 그것만으로도 용기 있고 가치 있는 행보다.현대 사회에 여러 가족 형태가 등장할 때마다 나는 이전과 다른 포용과 이해를 알게 되었다. 그건 분명 복잡한 일이지만 이 사회가 조금 더 다양해졌을 때의 풍부한 기쁨을 알게 해주었다. 가족의 의미는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그만큼의 속도로 제도적 보완과 문화가 뒤따랐으면 좋겠다.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는 그들을 내심 응원하고 있다.

2021-07-26

아내의 언어, 남편의 언어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부부는 일심동체일까?’라는 글에서 나는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부부가 정말로 ‘일심동체’가 되려면,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사람마다 부모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남녀 차이로 그 특징이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남녀 차이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많다.오늘은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남녀 차이로 인한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해 더 나은 부부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므로, 남녀 차이 논란에 대한 이견을 뒤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하기 바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라는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아내가 남편을 알고 남편이 아내를 안다면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부부관계가 위태롭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아내와 남편이 서로 상대방의 행동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부싸움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자는 하루에 평균 6∼8천 단어의 말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8천∼1만개의 제스처, 표정, 머리 끄덕임 이외에 추가로 2∼3천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이렇게 볼 때 여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하루 평균 2만개 이상의 의사소통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남자는 하루 2∼4천개의 단어, 2∼3천개의 몸짓언어, 1∼2천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하루 평균 약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사용하기에 여자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언어 사용의 차이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남편과 아내가 가정에서 만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남편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이미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모두 소진하였으므로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피곤한 남편은 1백년 동안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되고 싶지만, 아내는 다르다. 아내가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이미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소진했다 하더라도 아직 1만3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소진해야 한다.특히 아내가 전업 주부이고, 말을 충분히 할 환경이 아니라면, 소진해야 할 2만개에 가까운 의사소통 단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내도 지쳐 있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이다.오히려 아내의 피곤이 남편보다 그 이상일 수 있다. 핵심은 남편은 침묵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고, 아내는 남편과 달리 말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다는 것이다.침묵을 원하는 남편은 아내의 수다가 귀찮고 아내는 말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이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편은 아내의 수다를 감당하지 못한다. 남편은 침묵을 금이라 생각하고, 아내는 생각나는 대로 길게 주절주절 말하는 것이 다정하고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무관심이라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의 긴 말이 비효율적인 시간낭비라 생각한다.또 아내가 걱정을 말한다면, 남편은 아내가 자신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초조해하고 자기 생각에 몰두한다.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일러주고 싶은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래도 아내에게 해결책을 찾아 주기 위해 아내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사실과 정보를 빠르게 알기 위해 급기야 아내의 말을 끊고 질문하고, 심지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게 최악이다.남편이 사실 확인을 위해 또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말을 끊는 것은 아내 입장에서는 공감해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아내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도 알아야 한다. 남편이 말을 끊는 것은 아내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주려는 남편의 어여쁜 마음이다.남편은 아내가 말을 할 때, 끼어들어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경청하거나 공감하면 된다. 공감이 어려우면, 그냥 들어라. 언젠가는 끝이 난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으흠’ 하며 장단을 맞추면 더 좋다.남편은 아내가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내가 말하는 것을 그냥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아내가 핵심만 짧게 말하지 않는 것은 남편이 이해하기 쉽도록 너무나 전후맥락을 자세하게 말해주려는 어여쁜 마음이다.아내의 말이 길어지는 것은 그만큼 남편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내의 사랑을 끊지 마라. 원수 된다.그래도 눈치 없는 남편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와 지침을 드리려 한다. 아내가 “여보, 나 주름이 늘었어”라고 말할 때, 남편은 “피부과에 가라”가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더 젊어 보이는데”라고 하면 된다. 아내가 여보 나 4㎏ 늘었어”라고 말할 때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지 말고, 헬스장에 가라”가 아니라 “난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면 된다.

2021-07-25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최근 높은 전염성을 가진 델타변이, 람다변이 등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여기다 ‘돌파 감염’ 사례도 심상치 않아 우려된다. 정해진 백신 접종 횟수를 다 맞고 2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까지 지난 ‘접종 완료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감염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국내에서 돌파 감염자는 647명이다. 이 가운데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이 364명, 화이자 백신 145명,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38명 등이다.접종자 10만명당 돌파 감염 비율을 보면 얀센이 32.0명, AZ 14.1명, 화이자 4.4명이다. 얀센 백신의 예방효과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얀센을 맞은 100만 예비군 민방위에서 돌파 감염이 나올 수도 있는 문제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각 백신의 효능이 화이자 91.3%, 모더나 90% 이상, AZ(미국 임상 경우) 76%, 얀센(미국 임상) 72%이다. 백신의 효능이 가장 떨어지는 얀센을, 그것도 유통기한까지 임박했던 시기에 대량 접종을 해 놓고 접종률이 올랐다고 정부는 좋아라 했다. 하지만 지금 얀센 백신은 부스터샷(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거론될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애초 50대에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였다. 하지만 모더나 국내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정부는 수도권 55~59세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도입은 계속 늦어지는데 확진자는 늘어나니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40대 이하가 맞을 화이자 백신을 급한 대로 당겨 쓴 셈이다.이런 돌려막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AZ 2차 물량을 끌어다가 1차에 접종했고, 국제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COVAX)’를 통해 AZ 백신 83만5천회분을 공급받아 2차로 접종할 계획이였다. 하지만 코백스 측의 공급일정이 늦어지면서 백신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지난 5일부터 2차 백신을 화이자로 교차접종을 시행했다.현재 교차접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과 영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청(CD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정성이나 효능에 관한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아 mRNA백신(화이자, 모더나)과 다른 백신간의 교차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동일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이에 관해 확실한 권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은 1차와 2차 백신은 같은 종류로 권유하되 백신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차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이런 논란 속에 우리 나라에서 교차접종을 시행한지 2주만에 사망자와 중증부작용자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2차 접종 후 사흘만에 숨졌다. 또 경남 함안에서도 40대 후반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졌고, 2주내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다른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이다.교차접종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예약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55~59세 국민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코로나 19 백신 예약이 모더나 백신수급에 문제가 생겨 중단되면서 일주일 가량 지연된 바 있다. 이후 53~54세, 50~52세를 대상으로 한 예약도 접종 예약사이트가 불통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접종 예약사이트는 서버가 다운되고 코딩오류로 접종대상자를 구분하지 못했다.허술한 보안으로 인해 우회경로로 새치기 예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 사례금 15만원에 ‘잔여백신예약’ 대행 글이 올라오는 등 금전거래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사 인맥을 동원해 잔여 백신을 맞은 사람은 부지기수다.정부는 하루에 100만명 접종이 가능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어 접종이 지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교차 접종 부작용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2차 접종 시 화이자를 맞을 것인지, AZ를 접종할 것인지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 돌려막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우리나라는 4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진화하고 돌파 감염이 심심찮게 나오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차질 없이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요즘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2021-07-25

응원과 격려의 기술

곽지영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뒷전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허리둘레와 몸무게가 신경 쓰이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급기야 이번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주의관리’가 필요하다는 항목이 적잖이 나왔다. 부랴부랴 운동을 결심한다. 그런데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 시설 이용까지 제한되어 버렸다. 결국 혼자 집에서 운동해 보기로 한다. 실내용 자전거, 러닝머신, 요가매트, 아령, 튜빙밴드, 푸쉬업바 등등 그간 사들인 운동기구가 10여종, 이미 헬스장 못지않지만, 며칠 동안 SNS와 인터넷으로 조사한 후 새로운 운동기구를 하나 더 주문한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는 시작이 쉽지 않다. 잘못된 자세 때문일까? 시작한 지 겨우 며칠 만에 여기저기가 아프다. 요즘 인기 있다는 유투브 콘텐츠와 앱들을 검색해서 따라 해 본다.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날도 많다. 해야 한다는 이성과 귀찮다는 감성이 매일 싸움을 벌인다. ‘오늘은 피곤한데 좀 쉬고 내일 하자….’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고, 결국은 작심삼일. 새로 사들인 운동기구에도 먼지가 쌓여간다.팬데믹의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헬스, 요가 등 스포츠 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면서, ‘홈트레이닝(Home-Fitness)’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였다. 한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헬스 서비스 앱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8년 24억달러에서 2026년에는 209억달러 수준으로 10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운동기구에 각종 스마트 기술이 추가된 상품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콘텐츠 영상과 내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양방향 PT(Personal Training)까지 가능한 거울, 실내용 자전거에 모니터와 센서를 탑재하여 전문 강사의 실시간 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무게 조절이 가능하고, 자이로센서와 가속도계 등이 있어 횟수, 속도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케틀벨 등이 ‘홈트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홈트레이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용자를 응원하고 격려해서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트레이너를 닮은 인공지능’ 기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최근 스마트 홈트레이닝 상품의 특징이다.그간 사들인 10여종의 운동기구들에 쌓여가는 먼지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라는 생각으로 다른 상품을 하나 더 구매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3개월째 매일 꾸준히 이용하고 있고, 주변에 선물해 드릴 정도의 자칭 홍보대사가 되었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사실 그리 대단한 첨단기술이 아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어서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다는 것.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잘했어~’, ‘멋져~’, ‘이제 세 번 남았어~!’ 하는 목소리에 조금 힘을 낼 수 있다는 정도. 내 귀찮음을 이길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응원과 격려의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2021-07-25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윤영대수필가 7월 23일 오후 8시, 제32회 도쿄 올림픽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가 열렸다. 열대야가 염려되는 밤, 느긋이 소파에 앉아서 TV 중계를 보았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1년을 미루어 열린 만큼 기대도 컸다. 올림픽의 주제는 ‘Moving Torward (전진)’이고 ‘스포츠가 가진 힘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다’는 의미다.개막식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로 선수 모두 서로 다른 나이와 국적,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경기를 통해 흥분과 기쁨 뿐만아니라 실망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무관중으로 조용하고 어두운 느낌 속에 비디오 영상으로 시작된 오프닝에서 ‘따로 또 같이’ ‘점과 선을 이어’의 의미로 혼자 어둠 속에서 달리는 선수의 모습과 바닥의 화려한 영상으로 선과 점으로 연결해 나갔다. IOC 위원장과 일왕 등 귀빈 입장에 이어진 퍼포먼스에서는 조금 으스스한 춤이 이어지다가 전통리듬과 밝은 등불 행렬이 들어오면서 환영의 뜻을 보여주며 64년 도쿄 올림픽 때 씨앗을 심은 나무로 ‘오륜(五輪)’을 만들어 굴렸다니 인상 깊다.30분간의 오프닝에 이어 각국 선수단 입장이 시작되었다. 206개국 1만여 명이 참가했다지만 일부 선수들만 입장하며 국기를 들고 특색있는 옷차림과 마스크를 한 채 텅 빈 관중석에 손을 흔들며 지난다. 그리스를 선두로 난민선수단이 들어오고 아이슬란드가 들어오기에 이상하다 했다. 일본어 발음의 순서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더니 태국에 이어 103번째로, 참가한 29개 종목 237명 중 30명만이 태극기를 들고 들어왔다. 모자이크 처리된 관중석에서는 함성도 없고 먼저 입장한 선수들은 지루했겠지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드디어 개막식, ‘더 빨리, 더 높게, 더 힘차게, 다 함께’를 표방하며 선서를 하고 일본의 전통색인 남색의 세 종류 상자들로 체크무늬의 올림픽 엠블럼을 만들고 평창올림픽에서 감탄했던 기억의 드론 쇼도 하늘에서 펼쳤다. ‘다양성의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좀 지루한 대회사, 일왕의 개회선언에 이어 올림픽기가 입장하고 종이 비둘기가 날리고 경기 종목의 픽토그램이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후지산을 형상화한 조형물 꼭대기의 공이 열리고 성화가 타올랐다. 경기장 둘레에 황금빛 불꽃이 터지면서 33개 종목에 32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의 마스코트인 ‘미라이토와’가 ‘미래와 영원’이란 뜻처럼 스타디움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우리 선수단은 탁구 체조 수영 양궁에서 10대 선수들의 기량이 돋보이니 ‘활·총·칼’ 종목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펼쳐 예상대로 금메달 8~10개로 종합 10위권의 꿈을 이루어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선수들의 걱정도 크겠지만 개인의 최고 달성, 다양성 안의 통일, 내일로의 연결이라는 세 가지 핵심가치를 가슴에 품고 도쿄 하늘 높이 태극기 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도록 온 국민은 응원할 것이다.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