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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로운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다

장욱현영주시장 영주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불 문화의 고장이다.유교의 대표적 상징인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불교 문화의 한 획을 그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찰 부석사가 있다.이 두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보물들이다.유불문화가 공존하는 다소 희귀한 역사를 가진 고장 영주는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준 전통이자 문화이며 앞으로도 이어가고 승계 해야할 소중한 자산이다.이런 문화적 자원은 현대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새로운 형태의 문화산업과 콘텐츠로 도시 모델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이런 기반속에 현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있는 미래형 산업구조를 양성해 백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지방소멸 시대를 막고 자손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안겨주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장기적인 경제 불황과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우리에게 큰 시련을 주었다.그러나 코로나19시대에 영주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발전하는 많은 성과를 거뒀다.영주시가 거둔 성과중 무형의 자산이 가장 크며 영주에 대한 이미지 변화에 성공한 점이 제일 큰 성과라고 본다.영주시의 분야별 주요시정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활력 넘치는 산업경제도시 건설이다.낙후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첨단산업도시로 바꿔, 대내외에 관심을 이끌어 낸 점과 영주시를 투자의 대상으로 만든 점 등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것이다.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대한민국 최고의 베어링산업 기반 구축, 경량합금소재 부품 기반구축 등 첨단산업으로 지역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등 경제영토를 확장해 지역의 소득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우리의 백년 먹거리의 중심이 될 것이다.국가산단과 같은 미래형 산업은 전국적인 현상인 수도권 인구 집중화에 의한 지방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수 있다.영주시는 지방소멸 시대를 막기 위해 인구를 지탱하고 키우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왔다.국가산단은 바로 그중 한부분이다.변화는 아침처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때론 무모해 보일지라도 새로운 시도와 계속된 도전이 변화를 가져오는 것 이다.영주의 새로운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첨단산업의 중심도시, 대한민국 대표 문화 관광도시로 쉼 없이 나아가는 곳이 바로 영주시의 현재 모습이다.수 많은 어려움속에서도 영주시가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힘을 모아준 시민들의 노력이 중심이 됐다.미국의 저술가이며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가 1980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에서 토플러는 3개의 물결 이론을 설명했다.농경사회로의 변화, 산업사회로의 변화,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로의 이론을 보이고 있다.즉 새로운 구조의 탄생은 단 하나의 절정에 이른 대변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세월에 걸친 여러장소와 여러가지 차원에서 수많은 개혁과 충돌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새로운 변화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으며 모든 변화는 우리자신들부터 시작해야 한다.이런 변화의 주체는 현재 우리가 중심이다.새로운 미래는 우리가 열어가는 것이다엘빈 토플러가 말한 제3의 물결은 오래전의 이론일수도 있다.지방은 소멸하는 사회, 어느 작가가 말한 지방은 식민지다란 말과 달리 지속가능한 도시 영주, 지방이 주체가 되는 도시 영주를 위해 함께 뛰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행복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2021-07-11

유력인사들의 어이없는 모럴 해저드

심충택 논설위원 포항출신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 등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검이 지난주 사표를 내자,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희대의 사기꾼과 부적절한 교류를 한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특검은 ‘렌트비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지급시기가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박 특검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뇌물 수사’ 전문가로 불렸던 박 특검이 이번에는 뇌물 소지가 있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지난 2017년 연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는 수행원 역할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직원들을 통해 선물 배달을 시킨 후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겼다. 포르쉐 차량을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뒤 박 특검의 아파트까지 운전해서 그의 운전기사에게 차량 키를 전달한 사람도 이들이다.경찰은 김씨가 선물을 보냈다는 28명의 명단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명단이나 범죄 혐의가 발표된 것은 없지만, 경찰에 제출된 선물리스트에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검찰, 경찰, 언론계 등 각계 유력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이들 중 일부에게 자동차와 고급시계, 골프채 등을 건넸다고 한다. 현직 검사와 경찰의 경우 수사 진척에 따라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현직검사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계기로 검찰 내 스폰서 문화를 점검해 보겠다는 입장이다.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까지 접촉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의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경찰은 몇몇 언론사 기자들도 김씨의 사기행각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내사를 하고 있다.경찰은 명단을 확보한 인사들이 받은 금품에 대해 대가성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물내용을 볼 때 현재로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 법률을 적용할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사기꾼 김씨를 만나 식사한 적이 있는 홍준표 의원은 “정치를 하다 보면 지지자라고 하면서 만나는 수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만났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민원인에게 커피 한 잔 얻어먹는 것도 꺼리고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지지자’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식사대접을 받을 특권은 없다.이 사건은 흔히 권력집단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검경, 주요언론사가 외부 유혹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기꾼과 사회 유력 인사들의 유착 의혹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2021-07-11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공간이란 뜻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가상공간의 개념은 그동안 꽤 많이 생성돼 왔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개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단순 게임이나 가상 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 세상의 문제를 직접 가상공간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5G 상용화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이젠 우리도 멀지 않아 가상공간의 세상에서 살 날이 올 거라는 전문가의 예측이 곳곳에서 나온다. 지금의 인터넷처럼 누구나 메타버스 속에서 살아갈 시대가 곧 닥친다는 뜻이다. 과거 공상과학이라고 믿었던 일이 이젠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DGB금융 그룹이 얼마 전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영진 회의를 개최, 화제가 됐다. DGB 관계자는 “급변하는 디지털 트렌드 변화를 경험하고 디지털 문화에 앞장서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금융사 간에는 벌써 메타버스 세상에 맞설 준비에 한창이다.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는 메타버스, 아바타, 세컨드 라이프 등 다양한 용어와 개념을 태동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소설에 등장한 아바타는 2009년 영화화 되면서 “디지털 속의 또다른 나”라는 뜻으로 세상에 알려졌다.“메타버스는 인터넷 다음의 버전이다”는 말이 정설로 다가온다. 급격한 세상 변화가 우리를 어지럽게 한다. 통신기술의 발전도 놀랍지만 그 뒤에 숨어서 세상을 바꾸는 데는 코로나 팬데믹도 한몫한다는 사실이 더 우리를 놀랍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11

삼복더위에 삼복(三福) 짓고

윤영대수필가 34년 만의 ‘지각 장마’가 잠시 멎으니 뜨거운 삼복더위가 몰려온다. 삼복은 가을 기운이 오다가 무더위에 세 번 엎드린다는 뜻으로 24절기는 아니다.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로 올해는 7월11일, 중복은 네 번째, 그리고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인데 그달을 넘기면 월복(越伏), 안 넘기면 매복(每伏)이라고 한다.이제부터 한낮 기온은 30℃를 오르내리며 우리 몸도 더위에 지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삼복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즉 열로 열을 다스린다고 여러 가지 ‘복달임’을 해왔다. 지금은 사라지고 있지만 보신탕이라고 개장국을 찾아 먹었고 요즈음은 삼계탕이 대세다.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함께 인삼, 대추, 마늘을 넣고 푹 삶아 먹는 맛이 한여름의 보양식으로는 으뜸이다. 장어도 구워 먹고 전복죽도 끓여 먹으며 몸을 다스리기도 한다. 또 시원한 콩국수도 좋고 벽사의 효험을 바라며 팥죽을 먹기도 하며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삼복더위는 하지 때 시작하여 유두(流頭)를 지나 백중(百中)날 무렵에 한풀 꺾인다. 이 무더위에 잠자리도 호박잎에 앉아서 쉰다고 하니 무리하지 말고 휴식도 취하자. 코로나 재확산으로 가족과 벗들과 마음껏 나들이도 못 하겠지만 휴가철을 맞아 바캉스도 즐겨야 할 것이니 북적대지 않고 조용한 곳, 시원한 물가를 찾아 천렵이나 탁족을 하거나 폭포수로 물맞이하며 무더위를 피해 보는 것도 ‘복놀이’다.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델타 변이까지 번지면서 우리 생활에 또다시 혼란을 가져오고, 하루 확진자가 1천300명 이상으로 급증하며 수도권엔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었다. 비록 체온 가깝게 더워지는 날씨에 불편하겠지만 방역대책을 잘 지켜서 안전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마음을 합쳐야 한다. 짜증 나는 뉴스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피곤하게 하더라도 맑고 푸른 자연을 떠올리며 서로의 마음을 정화시켜 나가는 방법도 찾아야겠다.속담에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라고 했으니 옛날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시절, 원두막에 앉아 더위에 풀이 죽어있는 소들을 보며 애처로웠을 테고, ‘삼복지간에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할 정도로 힘이 빠졌으리라. 코로나 바이러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확산이 잘된다고 하니 에어컨 바람도 조심해야 하며 덥더라도 자주 환풍을 시켜야 할 것이다.이 삼복의 계절엔 뜨거운 폭염이 땅을 달구고 폭우가 자주 내리붓고 또 폭풍을 몰고 오는 태풍도 올해는 1~3회 예보되고 있다. 국지성 호우에 산사태나 침수와 같은 재난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폭염·폭우·폭풍의 삼폭(三暴)이 몰려오는 삼복더위에 짓눌리지 말고 나만의 생각으로 세 가지 복, 삼복(三福)을 지어보자. 첫째 복은 코로나 감염을 피하는 건강복일 테고 두 번째는 사람 복, 거리두기로 뜸해진 만남도 비대면으로나마 자주 얘기를 주고받으며 인복을 쌓고 세 번째 마음의 복, 그 맑은 심복을 지어보자.시골집 대문 옆 능소화가 곱게 피었다. 뒷밭의 대나무로 죽부인을 만들어 껴안고 참숯 베개를 베고 누워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다. 삼복더위와 코로나 사태, 이 또한 지나가리라.

2021-07-11

엄마, 나야

최미경 ​​​​​​​동화작가 그렇게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 나야. A는 그날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질 않았다고 했다. 몽롱한 상태로 오전을 써버리고 쳐지는 몸 상태를 흔들어 깨울 요량으로 집 근처 찻집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진동벨을 만지작거릴 때 바로 그 때 띠릭,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고 한다. 엄마, 나야. A가 응. 왜, 라고 문자를 넣자 휴대폰이 고장이 나서 AS센터에 맡겼어. 친구 핸드폰이야. 라고 문자가 들어왔고 A는 딸아이의 문자를 보며 다시 응. 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평소 A는 자신의 딸과 이와 비슷한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아무 의심 없이 문자를 계속했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AS센터에 맡긴 휴대폰 수리비를 보내야 한다며 A의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원격지원을 해서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문자를 넣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자신은 전화를 받지도 걸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그러다 몸이 너무 좋질 않아 한의원 진료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도 휴대폰은 원격지원 상태로 연동되어 있었다고 한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래도 딸이 아닐 거라는 의심은 1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잠깐 연동이 끊어지면서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와서 전화를 받았다고 “너, 지금, 보이스피싱이야!” 라는 소리에 당장 핸드폰 전원을 껐다고 그러고서 한동안 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A는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휴대폰이 원격지원 된 한 시간 동안 은행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30만원, 50만원, 40만원 등 일정하지 않은 금액들이 타 계좌에 송금되는 사이 은행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인근 경찰서에서 A의 주소를 알아내 집을 찾아왔지만 연동상태에서 휴대폰은 그저 돈을 송금하는 기계 역할만 할 뿐 전화의 기능은 하지 못했기에 A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그야 말로 지옥과 같은 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거기까지 이야기 하고서 A는 침이 마르는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집에 와서 정말 멍 때리고 앉아 있는데 딸애가 대구에서 온 거야. 문을 열고 들어와서 씩씩하게 웃으며 아무 일 없지? 라고 하고 둘이서 이야길 한참 하다 갑자기 딸애가 펑펑 우는 거야. 엄마 어떻게 된 줄 알았다고. 회사에서 연락받고 포항으로 오는데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그랬어. 처음엔 무서웠지. 그런데 이젠 무섭기도 하지만 내가 너무 바보 등신 같아서 미워 죽겠어.” A는 새로 바꾼 휴대폰을 바라보며 얼마 전 보이스피싱을 당한 20대 젊은 여성이 삶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건을 끄집어냈다. 통장을 다시 만들고 카드를 재발급 받고 휴대폰을 다시 구입해야 하고 그러는 동안 수차례 경찰서와 은행을 오가며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졌고 그 불안을 꺼뜨리고 증오를 가라앉힐 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순간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A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보이스피싱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아빠에게 혹은 누군가의 딸에게 그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전화를 연결하고 있다. 교활하고 악랄한 수법으로 말이다. A여, 그리고 착한 우리들이여. 아무 잘못 없는 자신에게 죄를 묻지 말자.

2021-07-11

정확한 사랑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몇십 년 내에 지구는 멸망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지구 환경과 관련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 식물들의 생장속도를 높여서 지구의 숲은 1981년부터 2016년까지 40%가 늘어났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거북의 등껍질, 코끼리의 상아는 두 동물을 멸종시킬 뻔했지만 인공소재의 발견으로 멸종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몸속의 기름이 어둠을 밝히는 등잔불의 연료로 쓰인 까닭에 멸종위기에 몰렸던 바다의 고래도 그린피스가 아니라 석유가 등장해서 살렸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상징이었던 북극곰의 개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데 도대체 이런 과학적인 근거들은 무시하고 왜 종말의 경고들만 우리에게 전달됐을까?더 놀라운 건 에너지 이야기다. 석유에서 전기로 ‘에너지 변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21세기의 흐름이다. 2021년도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LNG(32.3%), 석탄(27.1%), 원자력(19.2%), 신재생에너지(15.1%)의 발전비율을 목표로 한단다. 친환경이라는 전기자동차가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전된다는 것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전기차가 친환경이 되려면 서울에서 30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주행하는데 서울면적의 77%를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가능하단다. 한나라의 수도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 수 없으니 지방의 산골짝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엄청난 삼림훼손과 환경오염이 생긴다는 것이다. 풍력은 ‘새들의 지옥’이 된다. 바람을 타고 나는 새들이 풍력 발전기날개에 부딪혀 엄청나게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친환경 에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소비가 꾸준해야 전력공급이 원활한데 신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면 전력 공급체계가 복잡해진다. 태양광패널로 자가발전을 하다가 장마 같은 시기에만 기존 전력을 쓰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얌체고객들이 생긴다. 고객도 줄고 공급량도 불규칙해져 기존의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그 손실비용을 누가 떠안게 될까? 세상을 구할 것 같던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오염에 경제적 불평등까지 양산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직 기술적인 해결과제가 많은 에너지를 지구멸망을 부르짖으며 강요하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만 지구를 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환경구루’로 불리는 마이클 샐런버그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부키 2021’에서 환경종말론을 너머 ‘환경 휴머니즘’을 이야기 한다.환경 종말론은 마치 일종의 세속종교가 되어 신도들에게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까지 제공한다. 우리는 사랑 없는 공포, 구원 없는 죄책감을 설파하며 문명과 인류를 증오하는 비인간적인 이 신흥종교를 넘어 인류의 번영과 환경보호가 함께 달성되는 ‘환경 휴머니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 삼림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탐욕과 오만의 결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발전과정의 부작용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나는 자연인이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배경에 꼭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보인다. 그 걸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민둥산을 지금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으로 만든 이야기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외국의 지원금으로 산에 나무를 심는 것과 함께 석탄광산을 개발했다고 한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아야 나무가 무사히 자랄 수 있다는 발상에 자금지원을 해준 외국인들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나무를 연료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야생멸종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한다고 담장을 치고 태양광패널을 쓰라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이야긴가. 서구의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이 거쳐 온 발전과정을 무시한 채 지금 선진국의 생활기준을 들이민다. 자신들은 수력발전소의 혜택을 보면서 야생동물이 사는 숲이 잠긴다고 아프리카의 수력발전소 건설은 반대한다. 총칼로 자원을 약탈하던 식민지가 끝나자 이제는 ‘환경식민주의’로 또다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친환경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생산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따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44번 이상을 재사용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어업용 그물이고 비닐봉투 같은 생활쓰레기는 고작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실천한 방식들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었던 것은 아닐까? ‘정확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아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애정 어린 눈과 깊이 있는 통찰로 변화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것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2021-07-11

일본의 생태 범죄에 의해 희생된 독도 바다사자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일본 정부가 2018년 도쿄 중심부에 개관한 영토주권전시관 주관으로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지방 순회전을 연다고 한다. 전시회 포스터에 따르면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바다사자(강치)를 포획하고 있는 사진을 내세우며 독도에서 바다사자 민간인 조업 활동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울릉도·독도가 주 서식지이었던 바다사자(학명 : Zalophus japonicus)는 생물분류상 식육목 기각아목 바다사자과 바다사자속에 속하는 해양포유류로서, 흔히 강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울릉도·독도를 비롯한 일본 연안 등에 분포한 것으로 알려진 바다사자는 방어, 멸치, 정어리, 고등어, 대구, 민어, 오징어 등을 먹이로 하며, 번식 시기는 4~6월, 임신기간은 약 11개월로 1년에 1회 새끼 한 마리를 낳으며, 성적인 성숙연령은 4~5세, 수컷이 세력권을 갖는 시기는 약 9세경으로 연구되고 있다. 바다사자 중 대형 수컷 성체는 몸길이 약 240cm, 몸무게 490kg에 달하며, 암컷 성체는 몸길이 180cm, 몸무게 120kg에 달한다.바다사자로 추정되는 기록들은 우리 역사에 다수 등장한다. 태종실록 1417년 기록에는 울릉도 거주민이 수우피(水牛皮)라는 소처럼 생긴 바다에 사는 동물의 가죽을 토산물로 바쳤다고 하였으며, 1694년에 삼척영장 장한상의 울릉도 체류 보고에는 울릉도 남쪽 해안 동굴에 다수의 가지어(可支魚)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1800년대 후반에 주로 배를 건조할 목적으로 울릉도에 들른 거문도를 비롯한 전라도인들은 독도에 들려 해구(海狗)라는 바다 동물을 잡았다고 증언한다. 독도 서도 북쪽에 위치한 큰가제바위, 작은가제바위라는 바위 지명은 울릉도에서 가지, 가제라고 불렀던 바다사자에서 유래하였다.독도는 일본인들의 잔혹한 바다사자 학살 현장이다. 1890년대 초부터 울릉도로 가다가 독도에서 수백 마리 바다사자를 목격한 일본 오키인들은 러일전쟁 직전에 가죽이나 기름 값이 치솟고 있었던 상황에서 일본에서 가죽과 기름 수요가 발생하면서 독도 바다사자에 주목하였다. 독도에서 본격적인 바다사자 포획은 죽도어렵합자회사를 설립한 나까이 요사부로를 비롯한 일본인들에 의해 190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독도에서 일본인의 바다사자 잡이는 대한제국 조정의 어떠한 허가도 없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일본측 기록에 따르면, 1904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200마리의 바다사자를 잡는 등 1941년까지 약 15,000마리의 바다사자를 포획하였다. 이러한 무자비한 바다사자 포획으로 당시 독도는 바다사자의 피 냄새가 진동했다고 하며, 심지어 일본 해군에서는 바다사자 포획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1년에 한 마리 새끼를 낳는 바다사자는 1941년에 일본인이 포획한 바다사자가 불과 약 16마리일 정도로 일본인의 남획으로 독도에서 바다사자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였다.해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도 독도에서 바다사자가 나타났다는 울릉도 주민 증언이 있었지만, 결국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서는 1994년에 독도 바다사자를 멸종 동물로 분류하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4월 독도 서도 북쪽 가제굴에서 독도 바다사자 뼈로 추정되는 동물 뼈를 채취하여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채취 뼈가 독도 바다사자 뼈인 것을 확인하여, 국제유전자정보은행에 독도 바다사자 뼈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바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바다사자에 대한 1950년대 사진자료와 일본인의 남획 기록 및 증언 자료만 보유하고 있었으며, 독도 바다사자 멸종으로 인해 유전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비록 독도 바다사자는 아니지만, 최근 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 연안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울릉도 및 독도 연안에 물개, 물범 등 해양포유류 들이 간혹 출몰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동안 동해안에서 발견된 대부분 물개가 사실상 그물에 걸려 죽은 채였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독도 또한 해양포유류 서식에 치명적인 폐그물 같은 해양쓰레기가 적지 않다. 독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독도 연안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해양생태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독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 교육과 관련법에 의한 해양환경 보호 명예 감시원 위촉과 울릉도(독도) 해양생태해설사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해양포유류를 비롯한 대형바다동물은 바다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존재들로서 해양 생태계 건강성을 대변하는 척도이다. 이제 독도는 단순히 우리 영토이기에 지키는 대상에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독도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자그마한 실천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영토주권 수호이며, 바다사자 남획이라는 생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게 독도를 관리하는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2021-07-11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추진하는 정부가 비난 받는 진짜 이유

김락현 경북부 최근 정부가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한안경사협회와 많은 시민들로부터 ‘국민 눈 건강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지난달 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온라인 안경판매 서비스 등을 ‘한걸음 모델’ 신규 대상과제로 선정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걸음 모델’을 통해 국가전문자격시험을 통과한 안경사가 있는 오프라인 안경점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도수 안경을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게 진입장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하지만 ㈔대한안경사협회 등의 반발로 현재는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 이해당사자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사실 정부의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 정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도 한번 시도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많은 논란만 일으키고 무산됐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당시는 도수 안경이 아닌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였다.2019년 정부의 온라인 판매 시도 이후 생각지도 못한 상식밖의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현행법상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정부가 국내 온라인판매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국내에서 온라인 불법판매로 법정에 선 업자가 “해외직구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국내 온라인판매만 처벌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한 상황이다.정부가 경제 논리를 내세워 추진했던 정책이 오히려 혼란과 불법을 부추긴 꼴이다. 그것도 국민의 ‘눈 건강’과 직결된 정책을 탁상행정으로 처리한 것이다.특히, 콘택트렌즈는 BC(곡률), PWR(도수) 등은 메이커나 렌즈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안과 또는 안경점에서 검안과 처방을 받아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음에도 해외직구를 통해 판매규제가 없어 소비자들만 부작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콘택트렌즈 해외직구 쇼핑몰은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또다시 도수 안경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번 따져봐야 한다.정부는 규제만 푼 것이고, 선택은 소비자가 한 것이니 결국 모든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인가.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져버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kimrh@kbmaeil.com

2021-07-08

대통령 자질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내년 3월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스무 명을 넘는다고 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부고 말고는 매스컴을 많이 탈수록 좋다는 말도 있듯이, 그 중에는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름이라도 알리려고 나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면면들을 보자 하니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보다는 권력욕에 눈먼 자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아무튼 한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상당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릇된 생각이나 부족한 능력 때문에 나라를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1948년 7월 20일 제헌국회에서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한 이래 지금까지 열두 번째 대통령을 겪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집권한 대통령도 있고 과도기에 잠시 대통령 직을 맡았던 사람도 있다. 시대와 처지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도 다를 수밖에 없을 터인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놓고 기반을 다진 두 대통령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는 생각이다.이승만 대통령의 투철한 반공의식과 국제적 식견은 대한민국을 세우고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을 설득해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독재도 당시의 절대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열악한 조건과 중구난방인 민심을 결집해서 나라의 경제적 기틀을 마련하는데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공과가 엇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두 대통령의 공로는 어떤 허물로도 다 가릴 수 없는 업적이었다.산업화도 민주화도 상당수준 달성하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OECD 국가인 지금은 과연 어떤 대통령이 적당할까. 개혁이나 혁명을 외치기보다는 기왕의 성과를 잘 살리고 모자라거나 잘못된 분은 착실히 개선해 나가는 일이 필요한 때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선진국형 지도자가 요구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식의 허황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지는 충분히 절감했다. 나라의 안정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식과 품위 있는 인격의 소유자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 중요한 덕목은 인재등용의 안목과 공정이다. 사심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소위 ‘캠코드’ 인사가 민심을 갈라놓고 국정을 망치는 걸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각 분야마다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유능하고 덕망 있는 인재들을 등용해 소신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맡기고 지원해야 한다. 수석이나 보좌관들도 눈치나 보고 아첨하는 자들이 아니라 언제든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특히 민감한 문제나 나라의 명운이 걸린 사항은 외부 전문가들까지 초청해서 며칠이고 밤샘토론이라도 벌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세계정세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도 갖추어야 한다. 그럴 능력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마음을 열어 놓고 배울 자세가 된 사람이라야 한다. 다행히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지만, 국민들의 의식과 수준이 문제다.

2021-07-08

올림픽 보이콧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올림픽 보이콧이 정치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항하여 올림픽을 보이콧 하자는 주장이다. 올림픽 보이콧 역사는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에 항의하기 위하여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열린 1980년 하계 올림픽에 미국, 캐나다, 서독, 한국, 일본을 포함한 서방 진영 수십 개의 나라가 불참을 했다. 미국이 불참하면서 서방국가들이 이를 따랐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는 소련, 동독, 알바니아 등 동구권 15개국이 올림픽을 보이콧 하였다. 정치에 의해 스포츠가 희생되고 올림픽 정신이 훼손된 사건이다.최근 들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도쿄올림픽 조직위 조치에 대항해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분개감은 이해하지만 또다시 정치를 스포츠와 연결시키겠다는 의도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독도를 자기 영토로 주장하는 일본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억울한 심정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되어 왔다. 그런 심정이라면 일본과 수교도 끊고 무역도 중지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억울한 심정이다.그러나 불철주야 올림픽의 메달을 향해 질주한 선수들은 어떨까? 개인 자격 참가는 허용하자고 하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대만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태권도 선수가 대만국기를 가슴에 달지 못하고 시상대에서 쏟아낸 그의 눈물은 잊을 수 없다. 올림픽 메달은 선수에게도 국가에도 영광의 순간이 된다.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에서 도핑문제로 러시아는 국가 단위 참가가 허용되지 않아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참가했다. 이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시상대에는 오륜기가 게양됐고, 금메달을 따더라도 올림픽 찬가가 연주됐다. 메달을 따고도 국기가 올라가지 않고 국가가 울려 퍼지지 않는 그들의 착잡한 모습은 지금도 투영된다.해방 이후 70여 년간 계속된 일본의 독도에 대한 생떼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지지를 끌어내려는 속셈이다. 이에 동정적인 국가나 개인들도 세계에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도를 문제 삼아 스포츠 행사를 보이콧 한 적은 없다. 그것은 독도문제의 진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정치와 스포츠를 연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공산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생떼를 쓴다고 반대로 생각할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그 심정은 이해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에 대한 규탄은 일회성이 아니다. 그들의 부당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여러 방안으로 규탄해야 한다.이제 올림픽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구슬땀을 흘리며 고생한 한국선수단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할 시간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2021-07-08

소설같은 ‘가짜 수산업자’ 사기사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가짜 수산업자 사기꾼 김씨 뉴스와 관련한 최불암 시리즈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최불암이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금동이가 가정환경조사서를 내밀었다. 금동이는 아버지의 직업이 마음에 걸렸다. “아버지, 직업을 뭐라고 쓸까요?” 아들의 마음속을 꿰뚫고 있던 최불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이놈아, 수산업이지 뭐야. 붕어를 만들잖아” 폭소를 터트려야 할 이 유머에 활짝 웃지 못한 사람들이 수십명에 달하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정치의 시즌이 다가오니 온갖 모사꾼들이 서울 여의도 정치권 주변에 흘러넘친다. 사기꾼들이 자칫 눈뜨고 코베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곳이 바로 여의도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이번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전직 언론인의 탐욕을 이용해 소개받은 정치권과 법조계 인맥을 지렛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이 사건을 들여다 보면 사기꾼들이 자신의 주변을 어떻게 포장하는지 알 수 있다. 김씨는 지난 2016년 다른 사기죄로 수감됐을 당시 교도소에서 만난 언론인 출신 A씨(59)를 통해 출소 후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을 소개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방’에서 만난 인맥으로 유력 정치인 가족까지 속여 수십억원을 빼앗는 사기범으로 진화한 셈이다.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오랜 세월 기자로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은 정치인들에게 ‘감방동기’라는 설명없이 김씨를 소개해 줬다.김 씨는 우선 사기행각을 위한 밑작업으로 현직 검사, 총경급 경찰,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뿌렸다. 박영수 특별검사에게는 포르쉐 차량을 제공했고, 박 특검으로부터 소개받은 이 모 부장검사에게는 고가의 시계와 현금 등 수천만원대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수산업자라며 대게, 전복 등 고가의 수산물을 선물로 보내 친분을 쌓는 수법을 썼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도 자택으로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결국 김씨는 수산물 매매 사업 투자를 미끼로 11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4월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것은 구속된 김씨가 검찰에 송치되기 전날 경찰에 자신이 검사와 총경급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하면서다.경찰은 이 부장검사와 배모 총경,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엄성섭 TV조선 앵커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청탁금지법은 청탁 금지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받는다. 지역 정치인 중에서 사기꾼 김씨를 만난 주호영·홍준표·김정재 의원은 모두 그의 말과 행동에 의혹을 느껴 다시 만나지 않았다. 그런데 중진의원인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0여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기당하는, 소설같은 일이 벌어졌다. 탐욕은 사람의 눈을 가린다.그렇게 보면 이번 사건도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란 세평이 가슴을 울린다.

2021-07-08

무관용 원칙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조지 켈링과 제임스 윌슨이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이후 사회 각 분야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는 등 꽤 높은 반응을 얻었다.이론의 내용은 간단하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작은 무질서 상태를 방치하면 더 크고 심각한 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1994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 원칙을 도입하여 가벼운 범죄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를 선언했다.뉴욕시는 지하철 내 각종 낙서를 지우는 프로젝트를 5년간 꾸준히 전개했더니 뉴욕의 범죄가 50%가량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줄리아니 시장은 노상음주, 방뇨, 구걸, 윤락 등 경범죄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 우범지역이었던 할렘가의 범죄율도 크게 낮추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에 인용되던 깨진 유리창 이론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후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다. 뉴욕시의 지하철 낙서 지우기가 뉴욕 범죄율 감소로 이어진 것에 대해 직접적 원인인지에 대한 회의적 반론도 적지 않게 나왔다.그러나 깨진 유리창 이론이 사회 질서 유지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되면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문재인 대통령은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되는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방역지침 위반 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 지시했다. 위급한 코로나 상황에서 당연한 조치겠지만 당국의 거리두기는 그대로 두고 단속에만 급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단속만 강화하고 사태가 호전되길 바란다면 인디언 기우제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08

느티나무는 그늘 궁전을 만들고

고향마을 입구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느티나무 아래는 시원하고 그늘이 많아 사람들이 자주 모였다. 농사일이 바빠도 틈틈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어머니들만의 사랑방이었다. 그늘 따라 놓인 평상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구수하고 달달한 삶은 옥수수, 하얀 분이 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는 아이들을 나무 아래로 불러들였다.느티나무는 적게는 수백 년, 많게는 천 년을 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는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있다. 수령이 천 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그 시간을 어찌 견디며 살아내고 있을까. 궁금해 길을 나섰다.천 삼백 년 동안 사는 나무를 한 시간 만에 만났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고속도로에 차를 얹으니 금방이다. 도착했다는 안내 음성에 따라 농로 갓길에 주차했다. 아, 저기 저 나무가 느티나무구나, 늘 티를 내는 나무라 멀리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음이 급해진다. 먼저 나선 걸음이 마음을 챙겨 한걸음에 다다랐다. 숨을 고르며 나무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가만히 몸을 낮춘다. 나무는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자라고 있었다. 천 삼백 년이라는 숫자 앞에 내가 움츠러들었다. 어깨를 펴고 나무를 올려다본다. 느티나무의 모든 줄기는 초록 물이 터질 듯 줄기차게 자라고 있었다.벤치에 앉아 나무를 향했다. 느티나무의 품은 어른 대여섯 명이 안을 만큼 널찍하다. 천년하고도 사십삼 년을 산 나무의 몸통이 참으로 옹골차고 매끈하다. 나무는 천 삼백 년 동안 땅속에 뿌리를 내려 끊임없이 물길을 찾았을 테고, 그런 다음에는 크고 작은 줄기에 영양분을 공급하느라 바빴겠다. 사방으로 뻗은 느티나무의 가지와 이파리들이 단정하다. 잎잎이 사분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디서 불어온 바람이 슬렁슬렁 이파리를 휘감고 툭툭 치며 건드린다. 이렇게 흔들리며 뿌리를 내리고, 그늘을 만들며 오늘을 건너는 중이다.마땅히 놀 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 동네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아침부터 나무 아래서 술래잡기를 했고, 그러다 심심하면 나뭇가지를 잡고 그네를 탔다. 개구쟁이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는 수십 번 생가지를 부러뜨렸고, 우리들의 팔과 다리는 숱한 날 피멍이 들었다. 그런데도 느티나무는 우리가 숨을 곳을 만들어주었다. 그곳은 벌레들이 나무를 갉아 썩어 구멍이 생긴 곳이다. 어둑하고 좁고 눅눅했다. 웅크리고 앉으면 세상의 소리마저 잠들고 어린 마음에 일었던 잡다한 것들이 평온해졌다.넉넉한 그늘을 만들며 줄기를 뻗는 나무 아래 있으니 어머니 품에 든 듯하다. 느티나무는 가지가 마음껏 자랄 수 있게 햇볕을 모으고 바람을 불러들인다. 때로는 옹이가 생기는 상처가 나더라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감내하는 인고의 세월에도 제 줄기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낸다. 우리네 어머니가 그렇다. 자식의 상처를 보듬고 새살이 날 수 있게 보듬는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주고도 무언가를 더 내어 줄 게 있는지 팔을 뻗는다.나무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가지 따라 내 눈길도 느릿하게 따라간다. 느티나무 몸통 한 부분에 멈춘다. 싱그럽고 푸른 나무에 거무튀튀한 색깔의 상처가 생뚱맞다. 썩어 구멍이 난 자리에 무언가를 가득 채워놓았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것이 생각났다. 가로수의 썩은 곳을 메꾸는 작업이었다. 주로 시멘트나 건축용 자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을 넣어 부풀렸다. 이곳 느티나무에도 우레탄을 넣어 수술한 흔적이 있다. 이순혜​​​​​​​수필가 한참을 나무 아래 머물렀다. 이쯤이면 벌레들이 내 몸을 괴롭힐 만도 한데 오히려 몸이 가뿐하고 머리가 맑다. 느티나무 그늘엔 모기가 살지 못하고 해충들이 적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나무 아래 아이들을 재워놓고 어머니들은 느티나무 사랑방에서 눈물, 콧물 흘린 시집살이를 견뎠다. 느티나무는 우리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맵디매운 시집살이 고달픔을 듣고 함께 아파하느라 속울음 했을 나무에 벌레조차 항복했나 보다.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이 손짓한다. 빽빽하게 뻗은 줄기는 엎치락뒤치락하며 한낮의 햇볕을 막아준다. 천 삼백 년 동안 나무가 기록한 숱한 이야기가 풍경에 그득하다. 이파리 하나하나를 탐독하며 나무의 시간을 읽는다. 넉넉한 그늘을 일부러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다 보니 궁전처럼 넓고 시원한 그늘이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기 위해 기록한 수많은 이야기를 다 읽지 못하고 띄엄띄엄 넘어간다.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던가.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 또한 없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흔들리지 않은 삶은 가슴이 뛰지 않음이다.

2021-07-07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다

양태순수필가 이삿날을 잡았다. 날은 자꾸 가는데 마음만 분주할 뿐 몸이 선뜻 움직이질 않는다. 창고를 열어보고 방마다 기웃거린다. 자리를 차지한 물건을 보고 엄두가 안 나서 다음으로 미룬다.창 너머 펼쳐진 바다를 본다. 윈드서핑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점점이 하얀 돛이 남실댄다. 푸른 바다와 흰 돛이 어우러진 풍경은 나를 먼 나라의 호수로 데려간다. 햇살은 조각조각 부서져 내리고, 백조가 솔솔바람이 수면을 미끄러지며 만든 물결을 타는 모습이 숨 막히도록 고요하다. 곧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고대하며 지켜본다. 자꾸 손에 힘이 들어가고 목이 마른다. 마른 침을 넘기며 제발, 제발 하는데 소음이 귀를 때린다. 환상을 깨트리는 제트스키의 우렁찬 출발 소리다.나는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고 있다. 이집을 첫눈에 반한 이유가 바다가 보이기 때문이었다. 미세한 공기의 흐름과 구름의 변화무쌍함을 잘 담아내는 바다다. 때로는 바다가 파랗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검푸른 날이 있고 너무 반짝여서 투명하게 보이는 날이 있는가 하면 파랗고 파래서 손톱에 물이들것 같은 날도 있었다. 오늘같이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로 데려가는 날도 있다. 멀리서 작은 물결이 물기둥을 밀어 올려 하얗게 해안으로 달려와 모래를 데려가는 날이면 나도 따라가고 싶어 들썩이기도 했다. 그 어떤 모습도 다 좋았다.집을 떠나려니 미련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이사 와서 이십 년 넘도록 살았다. 해와 달을 넘기며 나쁜 일도 있었지만 기쁜 날이 더 많았다. 십 년 동안 이삿날을 기념하며 작은 파티를 했고 불빛축제에 넋을 놓았던 적이 여러 번이었다. ‘슈웅’ 올라가 펑펑 터지며 바닥을 향해 뿌려지는 형형색색 빛의 아름다움에 와, 와 감탄사를 나누었던 시간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장기를 같이 한 집, 언제나 가족과 단란했던 순간들로 남아 있을 집이다.마음을 다잡아 안방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을 꺼내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분류했다. 옷을 들고 달막거리느라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몇 무더기 쌓이며 끝이 났다. 다음은 서랍 속 물건들을 꺼냈다. 옷보다는 수월하게 정리되고 있었는데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앞에서 손이 멈췄다. 결혼식과 아이들 유치원 재롱잔치를 녹화한 것이었다. 이것이 여기 있었구나 싶어 가슴이 말랑해졌다.하던 것 버려두고 비디오를 돌렸다. 화면에 나온 딸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원복치마가 살짝 들려서 속옷이 보일락말락 한다. 그저 귀여워 웃음이 났다. 짧은 동요를 연주하는 내내 리듬을 타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기계음을 낸다. 저 때부터 저랬구나, 잘 웃지 않고 남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했구나. 지금껏 변하지 않은 딸에게 미안했다. 나는 크면서 변할 줄 알고 끊임없이 격려하고 끌어당겼다. 조금만 연습하면 나아지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어설픈 엄마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남은 것은 나중에 보려고 주섬주섬 상자에 담았다.마음이 무거워 몸을 일으켰다. 커피를 마시며 둘러보니 난장판이다. 다른 곳은 다음으로 미루고 봉투에 쓰레기가 된 물건들을 담아 분리수거장으로 내리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며칠 동안 창고와 아이들 방, 부엌을 정리하는데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한두 번 손이 가고 다시 찾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언젠가는 쓰겠다고 모아둔 본품에 딸려온 사은품이 생각보다 많았다. 쓰레기로 전락한 물건들이 꼭 필요했을까? 저 많은 쓰레기가 마음속에 고여 있는 욕심의 크기인가 싶었다. 민낯을 보인 내 모습이 부끄러워 손부채질을 했다.요즘은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아마도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것, 기본적인 것이 단출할수록 마음이 맑아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이것저것 겉모습을 치장하는 것보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품을 키우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을 알아버려서다. 나는 이삿짐을 싸면서 버려야 하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했다.바다는 데리고 가야겠다. 이 집에서 엮었던 우리만의 이야기도 겹겹이 싸매서 마음 창고에 담아가기로 한다. 대신 허황되고 헛된 욕심은 버리는 물건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보낸다. 이사한 집에서는 미니멀라이프를 꿈꾼다.

2021-07-07

표리부동 대한민국

장규열 한동대 교수 조심스럽다. 나라에 대해서 생각을 적어 내리는 일은. 보이는 그대로 적는다 해도 세상이 그렇게 읽어주지 않는다. 사회가 이념과 성향에 따라 두 쪽으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나름 긍정적이라 해도, 소모적인 언쟁과 피곤한 정신소비에 이르기 일쑤다. 누구를 만나도 살피게 되고 무엇을 이야기해도 편하지 않다. 당신이 어느 편인가 늘 궁금하고 끼리끼리만 모이게 된다. 사회적 통합은 멀어만 가고 패거리 문화만 춤추고 있다. 우리만 그런가 궁금했더니, 바다 건너 사정도 엇비슷한 모양이다. 인간의 본성일까 배워박힌 습관일까.칸느영화제를 우리 봉준호 감독이 열었다. 한국영화가 글로벌은막을 물들이는 중이다. BTS는 빌보드 수위를 6주째 달리고 있다. 음악과 의미로 세계를 매료시킨다.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승격했다. 193개 유엔 회원국 만장일치였으며 이런 승격은 유엔 최초였다고 한다. 지구와 환경을 살리자는 녹색미래성장회의 P4G를 국내에서 열었다. 나라는 세계의 신뢰와 신용을 쌓는 중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사뭇 앞서가고 있다. 밖에서는 그렇다 치고,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나라는 갈등과 다툼이 그치지 않는다. 싸우며 자라는 이치가 있지만, 그 까닭이 상식을 벗어나 고집에 이르면 보기에도 딱하다. 세대 간 갈등과 성별 간 긴장은 문화적 배경과 경제적 고민이 있어 정책입안에 전문적인 자문이 필요할 터이다. 이념적 차이로 몰고가기보다 사회통합적 접근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나 쉽게 진영 간 다툼으로 불거져 나온다. 해방 직후 미군정의 성격은 점령군이자 해방군이었다. 이후 전개 과정에서 이념적 충돌이 존재했지만, 이제 와 이념 갈등의 빌미로 삼을 일은 아니다. 소모적 논쟁에 빠지기보다 역사로부터 배울 것을 챙겨야 한다.힘겹게 달려온 끝에 오늘 모습은 어떤가. 오늘까지 오는 길에 모두 기여하였다. 패착이 있었다면 함께 성찰할 일이다. 특정 집단이나 진영이 성과를 독점할 까닭도 없으며 송두리째 비난받을 어느 편도 없다. 보수와 진보가 끝내는 같은 편임을 기억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국민에게는 이념보다 ‘오늘 저녁’과 ‘내 가족’이 중요한 게 아닌가. 이념에 갇히면 삶을 잃어 버린다. 개념으로만 성공한 정치는 없다. 실용에 도움이 되는 방도와 정책을 찾아야 한다.밖에서 보는 만큼 안에서 생각해도 그럴듯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지표로도 발견되고 삶에서도 실감나는 ‘좋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괜찮은 모습을 공연히 비난하여 깎아내리지 말아야 하고, 숫자로만 허장성세를 부리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겉에서 보거나 안에서 발견하는 살 만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초보운전’ 선진국. 갈 길이 멀다. 표리가 부동한 나라의 상태를 솔직하게 보아야 한다. 이만큼 왔으니, 다시 목표를 정해야 한다. 표리가 일치하는 대한민국을 겨냥해야 한다.

2021-07-07

장외주식

장외주식이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으로 증권시장 밖인 ‘장외’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가리킨다.장외 주식은 상장요건을 못채웠거나, 요건을 채웠으나 준비중인 경우가 보통이다. 장외거래 주식은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상장됐을 때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평가돼 거품이 낀 경우도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장외주식은 38커뮤니케이션, K-OTC, 증권플러스 비상장 등 다양한 장외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거래해야 한다. 38커뮤니케이션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이트로 거래량이나 종목 수도 많고, 매수 매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이 직접 가격협상을 진행해야 하고, 공인된 협회나 플랫폼이 아니어서 사기를 당해도 구제받을 수 없다. K-OTC는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개설해 운영하는 곳으로 믿을만한 사이트이지만 거래 가능한 기업 수가 134개 정도로 적다는 게 큰 단점이다. 카카오뱅크나 크래프톤 같은 인기종목은 거의 없다. 장외주식 거래방법은 거래를 원하는 종목을 정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해당 종목의 시세를 매수가격과 매도가격을 모두 검색하고, 적정 매수가나 매도가를 산출한 뒤 연락을 취해 거래가격과 수량을 협상해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매도자가 먼저 매수자에게 주식을 이체하고, 매수자는 대금을 매도자에게 지불한다. 주식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선입금하면 안된다. 무엇보다 장외주식은 기업분석이나 투자정보를 얻은 뒤 주식가격이 뻥튀기 되지는 않았는 지 면밀하게 분석한 뒤 투자해야 한다.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장외 주식시장 역시 투자에 따른 손실부담은 오롯이 자신이 짊어져야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07

교육계에도 ESG 정보공시 의무화를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 (….)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공개하라. 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넷제로 경제와 어떻게 결부시킬지(….)”세계 최대 자산운영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투자기업 CEO들에게 보낸 서한 중 일부이다. 래리 회장의 서한은 전 세계 기업의 경영 방향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여기서 넷제로(Net-zero)란 지구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룬 상태, 즉 탄소중립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계의 큰손인 래리 핑크 회장의 서한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도록 만들었다.그럼 ESG란 무엇인가?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이 얼마나 친환경적인 활동을 하고, 또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나아가 지배구조에서 어느 정도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지구의 운명을 가를 키워드로 부상했다.ESG를 좀 더 쉽게 말하면 지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지속 발전 가능과는 거리가 먼 경영을 해 왔다. 기업은 내가 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살벌한 경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그 기술이 기업도 살리고, 또 인간의 삶을 편하게 만들었다. 편함에 길들어진 인간은 더 편한 것을 원했고, 기업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간 중심의 기술 개발에 더 박차를 가했다.인간이 기술과 편함의 노예가 되어가는 동안 지구 생태계는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로 변했다. 지구 생태계는 인간 생존과 직결된다. 생태계 파괴는 곧 인간 파멸을 의미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래리 핑크 회장과 같은 이들이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나섰고, 기업들도 이제 ESG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명운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ESG 경영을 시작한 기업과는 달리 소비자들의 행동은 굼뜨기만 하다. 그 이유는 그들을 교육하는 교육계의 문제다. 아직도 이 나라 교육은 입시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래리 핑크 회장처럼 경북교육청에서 환경교육에 대해 실질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경상북도교육청연구원은 ‘탄소 ZERO’ 실천으로 종이 인쇄물 대신 웹매거진으로 ‘좋은 Gyo6 나눔’이라는 교육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7월 주제는 생태환경교육!다음은 경북교육청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박경애 장학사의 원고 중 일부이다. “기후 위기는 미래에 대한 기우가 아니라 현재의 재난으로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제 환경문제는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기후 위기 환경재난에 대한 대처 방안을 경상북도교육청은 환경교육에서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이 추진하는 환경교육이 지구를 살리는 ESG 교육모델을 꼭 제시하기를 기원한다.

2021-07-07

대선후보의 ‘공정 사회’ 담론 평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 대선 후보 20여 명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출마 선언은 ‘공정 사회’ 건설에 집약되고 있다. 대체로 대선 후보의 공약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잘 반영해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여당 이재명 후보는 ‘공정과 성장’을 통한 ‘희망민국’ 건설을 약속했으며 야권의 윤석열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전면에 걸고 있다.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는 공정의 가치실현을 위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도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사람 우선의 사회’가 공정의 가치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했음을 반증한다.10여 년 전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사회 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한 적이 있다. 당시 ‘정의란 무엇인가’란 저서로 일약 유명해진 그는 한국 방문길에 우리 대학 초청 특강에도 응했던 것이다. 이번 대선의 ‘공정 사회’ 공약도 결국 정의 문제에 귀결된다. 우리 사회는 성장의 그늘 아래 아직도 ‘불공정’ 관행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내가 하면 공정이고 네가 하면 불공정’ 인 ‘내로 남불’ 사회이다. 아직도 가진 자의 횡포가 계속되는 곳에 공정의 꿈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정의사회, 공정사회의 담론은 철학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롤즈는 자유의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기회 균등과 차등의 원칙을 동시에 충족해야 공정한 사회가 된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중과하여 해결한다는 것이다.반대로 가난하고 능력이 부족한 자는 국가가 개입하여 적극 지원한다는 보상 평등주의적 입장이다. 여기에 더하여 왈저는 공정사회는 경제적 가치와 다른 가치도 존중하는 복합 평등주의를 주창한다. 그는 경제적 가치인 돈이 정치, 문화, 교육, 종교까지 지배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노직은 공정사회는 ‘완전한 자유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에서 롤즈를 비판한다. 개인의 소유권이 보장되는 자유로운 경쟁이 자본주의의 발전과 성장을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자에 대한 과중한 세금을 반대하고 국가의 역할은 시장에 관여하지 않고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다 보니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적극 옹호하는 미국 보수 우파의 정신적 토양이 된다. 미국 공화당 트럼프 같은 미국 우선주의, 극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케 하는 배경이다.이 같은 석학들의 공정 담론은 각기 상당한 타당성을 지닌다. 이재명의 억강부약(抑强扶弱)은 평등을 강조하는 롤즈의 복지론에 가깝고, 윤석열의 약탈 정권의 자유 회복은 노직의 보수론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라는 퇴행적인 진영 논리에 빠져있다. 우리 공정 담론은 이제 형식적 정치적 담론을 넘어 절차를 중시하는 민생 담론으로 넘어가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공정사회 담론이 공약(空約)이 아닌 실질적 담론이 되길 바란다. 유권자들은 이재명과 윤석열의 공정담론의 진정성과 이행 가능성을 엄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2021-07-07

편광 사회

강길수 수필가 우리 사회는 편광판(偏光板)이 지배하는 사회로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꼭 집어 말하기 어려워도, 사회가 자연광 대신 편광으로 점철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편광은 ‘한정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으로 사전은 정의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빛을 얻기 위해서는 적합한 편광판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편광판을 통과한 빛은 한 방향으로만 간다는 말이다. 과학기술계나 산업계에서는 편광을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 편광안경, 편광현미경 등 용도가 많다.자연광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한다고 한다. 자연광 같은 사회가 정상적인 자유 민주주의사회일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어우러져 푸른 숲처럼 살아있는 사회가 자연광 사회일 것이다. 일방통행만 있는 편광사회는 어떨까. 생각하기조차 싫은 곳이다. 일방통행식 인간관계가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갈등, 싸움으로 번져 서로 불행하게 하는지 우리는 익히 보며 살아간다.내 눈에 비친 우리 사회는, 국민과 상대편을 무시하고 일방으로만 가는 편광이 판치는 사회다. 정치인들은 말로만 국민을 팔 뿐, 자기나 자기편의 이익과 유불리만 따지며 편광판이나 편광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교육계, 종교계, 문화계, 관료, 공공기관 종사자 등 사회 전 분야가 정치판의 편광춤사위의 유혹에 마취당하고 있다 싶다.일례로 국민연금은 적자가 예상되어 손 봐야 한다면서 이미 천문학적 적자가 누적되어 엄청난 액수의 혈세를 보태어 주고 있는 공적연금을 고쳐야 한다는 논의는 근자에 들어본 바가 없다. 오래전 한 대학교수가 ‘본인도 공무원연금 해당자이지만, 적자나 사회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공적연금은 당연히 개혁되어야 한다’고 강한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 글을 보고 얼마나 시원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때, ‘이런 분이 나라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마음이 저절로 외치고 있었다.주류 언론이 편광판 역할을 억척스레 해내는 곳이 또한 우리 사회다. 지난해 총선이 총체적 부정선거라는 주장과 그 송사가 지역구마다 숱하게 일어나도 주류 언론이 제대로 다루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주류 언론이 편광판 역할만 해대고 있으니 다수의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진실을 알고 균형감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국민은 풍문이나 유튜브 사이트를 찾아 듣고 볼 수밖에 없는 편광세상이다.군사독재만 독재일까. 일방통행 편광사회도 독재가 분명하다. 독재사회는 자유민주사회가 아니다. 양방이동통신 시대를 살아도 국가사회의 의사결정이 한 사람이나 어느 한 편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편광판은 무엇이며, 몇이나 될까. 좌, 우파 이념일까. 권력일까. 돈일까. 6·25남북분단이나 북한일까. 5·18민주화운동일까. 세월호 사건일까. 헷갈린다.사회를 지배하는 편광판이 뭐기에 침묵하는 다수 국민은 짙어만 가는 사회편광현상에 불안하다. 진정 나라와 겨레를 위해 편광사회를 자연광사회로 돌릴 지혜로운 리더가 그립다. 국민이 공동체로 어우러져 살아갈 희망의 길, 자연광사회의 길을 열어줄 정치 또한 그립다.

2021-07-06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김규종 경북대 교수 지난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1921년 7월 초하루 상해에서 13명의 대표와 50여 명의 당원으로 출발한 중국 공산당이 100년의 역사를 맞은 것이다.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에는 9천200만의 당원이 가입돼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정치집단이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여 72년째 중국을 지배해오고 있다.1949년 이후 공산당은 지도자들에 따라 세 시기로 나뉜다. 모택동이 대표하는 첫 번째 시기는 1949년부터 1976년까지다. 영국을 뛰어넘어 미국을 잡겠다는 구호를 내세웠던 시기다. 하지만 1958년부터 1960년까지 진행된 대약진운동으로 최대 4천만에 이르는 인민들이 굶어 죽었다. 아울러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대혁명으로 150만에 이르는 사람이 죽고, 360만의 박해자가 나온 참담한 시기였다.등소평이 ‘흑묘백묘론’을 주창하면서 시작된 두 번째 시기는 ‘도광양회’로 표현된다.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권력의 사유화를 방지했던 시기다. 등소평의 뒤를 이은 강택민과 호금도 역시 은인자중 힘을 길러갔던 개혁과 개방의 시기다. 이 시기를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우주선 신주(神舟)와 우주정거장 천궁(天宮)의 발사 성공과 2008년 북경 올림픽이다.2013년부터 권력 최고봉에 오른 습근평의 시대가 세 번째 시기다. 습근평은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여 2018년 국가주석 3연임 금지를 헌법에서 삭제하여 황제 등극을 기정사실로 만든다. ‘도광양회’ 대신에 그가 도입한 외교정책은 ‘전랑(戰狼)외교’로 불린다. ‘늑대 전사’라는 의미를 담은 전랑외교에 따라 중국은 힘을 앞세워 다른 나라들을 상대하고 있다.습근평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 ‘중국몽’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의 실현 방도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제시된다. 21세기판 실크로드로 중화민족의 야망을 세계 전역으로 확산하려는 것이 ‘일대일로’의 핵심이다. 홍콩의 민주화운동 억압과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의 무자비한 탄압도 같은 맥락을 가진다.이 시점에서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 ‘중화 민족주의’의 발흥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뚝한 민족으로 중국 민족을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중화 민족주의 고갱이다. 민족주의는 수세에 몰리는 때에는 해당 민족을 구원하고 독립을 쟁취하는 토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그것이 공격적이고 약탈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면 주변 세계와 불화와 반목을 불러일으키고, 급기야는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 양상을 불러온다. 히틀러의 게르만 민족주의와 제3 제국이 불러온 2차 세계대전과 그 참상을 돌이켜 보라.중국이 요즘 미국과 벌이는 일련의 대결과 충돌 양상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1위 자리는 타민족들과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임을 중국 공산당과 습근평 주석은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2021-07-06

희망의 청포도 익히는 칠월을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장맛비 그친 하늘 위에 / 구름꽃 둥둥 피어나고 / 풀벌레 소리높여 노래하는 // 할머니 모시저고리보다 / 햇빛이 더 짱짱한 칠월 // 피자두 적포도 청포도 복숭아 / 한입 물면 새콤달콤한 달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도 /넉넉하게 살찌우고 가는 칠월”‘현대 시인 중에서는 흔치 않게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시의 계보를 이어간다고 평가받는’(이 평가는 책소개에서 그대로 인용하였다.) 이수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녀 초승달 따다’(2008, 북스토리)에 실린 시 ‘7월’에서는 넉넉한 7월을 풍요롭게 그려주고 있다.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새로운 절반을 시작하며 희망과 소생을 새롭게 다지는 달이 7월이다. 보통은 6월 중하순 경에 시작하는 장마가 7월 중순이면 끝나고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에 풀들은 더욱 짙은 빛을 띠고, 각종 열매는 영글기를 시작하는 달이 7월이다.그런데, 올해는 예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6월에 시작되었어야 할 장마가 7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7월에 시작되는 ‘지각 장마’는 39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6월에도 비가 잦았지만, 올 6월의 비는 장맛비가 아니라고 하니 문외한인 나로서는 기상 전문가가 말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겠다. 눅눅하고 꿉꿉하게 7월이 시작된 것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은 희망의 전령사 역할을 하였다.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진행됨에 따라 방역 당국에서는 7월이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도 조금 완화할 예정이었는데, 변이 바이러스라는 암초에 걸려 다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을 제맘껏 누리는 것을 넘어 훼손시키고 파괴하였던 인간들에게 자연은 아직 더 깊은 반성과 낮아짐을 요구하는 것이리라.세계적으로도 7월은 많은 나라들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준 달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160여 개 나라의 독립기념일 또는 건국기념일이 열두 달 중에서 가장 많은 달이 7월이다. 1월에는 네 개 나라에 독립기념일이 있어 가장 적고, 7월과 8월이 각각 23개 나라로 독립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 이 두 달이다. 미국의 독립기념일도 7월에 있고(4일), 베네수엘라(5일), 아르헨티나(9일), 콜롬비아(20일) 등의 남미의 국가나 르완다(1일), 소말리아(1일), 알제리(5일), 라이베리아(26일)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독립기념일이 7월에 있다. 그런데 독립기념일 또는 건국기념일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실제 독립이나 건국 또는 국가적인 새로운 전환을 기념하는 날인 캐나다의 날(7월 1일), 프랑스 혁명기념일(7월 14일)을 포함하면 7월이 25개 나라로, 열두 달 가운데 가장 많은 나라의 독립기념일이 7월에 있는 셈이다.눅눅하고 축축한 장마로 시작된 7월에 변이종 바이러스가 다시 엄습한대도 꿉꿉한 마음으로 있지는 말자. 희망을 놓지 않을 일이다. 그럴 때에 7월은 이육사 시인이 ‘청포도’에서 노래한 것처럼,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힐 것이다.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하여 알알이 희망의 포도송이 가득 쥐는 7월을 만들어 가자.

2021-07-06

추로지향의 도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란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지역을 일컬을 때 쓰는 용어다.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안동 도산과 영주 순흥을 이 표현에 적합한 도시로 손꼽는 이가 많다. 영주는 고려 때 성리학을 중국으로부터 처음 도입한 안향 선생의 고향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이 세워진 곳이다. 안향 선생의 성리학은 조선시대 통치사상으로 이어지며 퇴계 이황에 이르러 학문의 절정을 이룬다.당시 서원은 선현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사학과 같이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안향의 학문적 영향이 살아 숨쉬는 영주가 지금도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안동은 조선 최고의 사상가이자 교육자, 정치가인 퇴계 이황의 고향이다. 동양의 주자라는 퇴계는 율곡 이이와는 쌍벽을 이루는 조선시대 대학자다.조선조 정조가 퇴계의 치적을 말하며 그의 고향 안동을 추로지향이라 불렀다. 또 공자의 77대 종손인 공덕성이 도산서원을 방문해 추로지향이란 글을 남긴 것도 그의 학문적 위업을 알게 하는 내용이다.안동시는 2006년 7월 4일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정하고 특허 등록을 했다. 안동이 가진 다양한 역사와 문화유산이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중심에 있음을 표방하고 그 정신을 온 국민과 함께 공유하겠다는 의지로 만든 도시 브랜드다.안동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앤드류 왕자의 방문과 미국 부시 전 대통령의 부자 방문 등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외국 국빈 방문이 잦은 곳이다. 안동이 가진 문화적 특성이 외국인의 눈에는 가장 한국스럽게 보였을지 모른다. 안동이 정신문화의 수도를 표방한 지 15년이다. 경축할 만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7-06

월지를 통해 본 신라의 조경과 경관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는 1974년 경주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연못 준설을 포함한 주변 정화사업을 시행하던 중 못 내에서 다량의 와전류와 함께 호안석축이 일부 확인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준설공사를 중지하고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을 결성하여 1975년 3월 25일 본격적으로 발굴조사에 착수하였으며, 1976년 12월까지 총 2년에 걸쳐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 총 면적 15,658㎡에 이르는 큰 연못과 그 안에 있는 3개의 섬, 연못 안으로 물이 출입하는 수구시설, 그리고 연못의 서편과 남편에 총 31동의 건물지가 조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1977년부터 3동의 건물을 포함한 건물지와 연못의 호안석축 복원 및 조경 공사를 실시하여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그렇다면 동궁과 월지에 조성된 연못은 어떻게 축조되었을까? 연못과 섬의 외곽에는 돌을 여러 층 쌓아 벽을 만들었는데, 이를 호안석축(湖岸石築)이라고 한다. 호안석축은 각 부분의 자연 지형과 용도를 고려하여 축조되었다. 연못의 동쪽과 북쪽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곡선으로 축조되었으며, 서쪽과 남쪽은 직선으로 축조되었다. 그중 직선으로 축조된 서안석축에서는 총 5동의 건물지가 석축과 연접하여 축조되었는데, 현재는 3동의 건물지(제 1·3·5건물지)가 복원되어 있다.호안석축은 자연석과 가공석을 사용하여 쌓았으며, 각 부분마다 축조방식의 차이가 있다. 특히 물에 잠기는 부분과 물 위에 노출되는 부분의 축조방법을 달리하여 조경 효과를 주었다. 먼저 건물지와 연접해 있는 서쪽 호안은 연못의 물에 잠기는 부분은 자연석으로 면만 맞춰 쌓았으며, 수면 위에 노출되는 부분은 잘 다듬어진 장대석으로 축조되었다. 다음으로 건물지와 연접해 있지 않은 서쪽 호안과 3개의 섬은 장방형의 가공석으로 축조하였고, 석축의 아랫부분에 굄돌을 배열하였다. 그 외의 부분은 물에 잠기는 부분은 가공석으로 쌓았으며, 수면 위에 노출되는 부분은 조경용으로 자연석을 드문드문 배열하였다.또한 연못의 서쪽 호안석축은 이중으로 축조되었는데, 단이 낮은 아랫부분에는 화단을 설치하여 조경 효과를 주었다. 이 외에도 각 건물들의 축조 위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연못의 서쪽 호안과 인접해 있는 건물들은 일렬로 축조되지 않고 각각 사선으로 축조되었다. 따라서 어떤 건물에서도 월지의 조망을 해치지 않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연못에는 외부의 물을 연못 안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입수구(入水溝)와 연못 안에 있던 물을 다시 외부로 배출시키는 출수구(出水溝) 시설이 있다. 입수구는 동안석축과 남안석축이 만나는 지점에 있고, 출수구는 북안석축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먼저 월지의 외부에 있던 물이 입수구를 통해 연못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자연석과 가공석으로 만들어진 수로와 석조유구, 그리고 작은 연못을 지나면서 불순물이나 토사가 걸러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화된 물은 계단 모양으로 된 폭포시설을 거쳐 최종적으로 연못 안으로 들어간다. 이 때 입수구 근처에 있는 큰 섬으로 인해 폭포시설을 거쳐 거세진 물의 유압을 억제하여 완만하게 흐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연못 안에 물이 가득 차면 출수구를 통해 연못 밖으로 물을 내보낼 수 있다. 2단으로 쌓은 장대석 중앙에 약 15cm의 구멍을 뚫어 나무로 만든 물마개를 꽂아 물의 양을 조절하였다. 또한 출수구를 통해 외부로 흘러 나가는 물의 위치를 고려하여 바닥에는 장대석을 깔았는데, 이는 바닥이 파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출수구에 우진각형 지붕돌을 씌워 의장까지 고려하여 조경 효과를 주었다. 황지수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하지만 월지의 수구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많이 오거나 물이 장기적으로 고여 있어 녹조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연못의 배수 문제가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당시 ‘삼국사기’의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국사기’ 잡지 직관조에 월지의 조경과 관리를 담당했던 부서로 추정되는 ‘월지악전(月池嶽典)’이 기록된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관리 시스템이 갖춰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연못의 물은 월지 북쪽 기찻길이 있는 곳에 당시 신라의 인공천인 ‘발천(撥川)’을 통해 남천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연구자들 간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지와 그 주변이 개발되는 시기에 궁궐인 월성에서도 배수 시설이 없던 해자에 석축을 쌓아 정비했다는 점이 발굴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월지와 월성을 포함한 이 지역 전체의 배수체계도 계획적으로 정비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이처럼 동궁과 월지의 경관 조경은 각 공간마다 의미를 부여하여 축조되었다. 특히 연못과 연못에 인접해 있는 건물지 및 섬의 축조 위치에 따라 개방성과 폐쇄성이 반복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와 함께 막힘과 열림의 효과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적이다. 동궁과 월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연못과 연못 주변의 건물지를 중심으로 둘러보는데, 연못이나 건물들의 축조 방식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고 관광한다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2021-07-05

같은 주제 다른 해석: 미술사 속 ‘최후의 만찬’

미술사를 즐기는 여러 방법들이 있다. 거장들의 생애를 쫓아가며 대표작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고 미술사에 여행을 곁들여 보는 것도 좋다. 세계 주요 미술관들을 방문해 오리지널 작품의 아우라를 만끽하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다. 고대신화를 읽어가며 미술가들의 상상력에 푹 빠져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미술사를 즐기는 또 다른 흥미로운 방법을 추천하자면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 각 시대 대표작들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이다. 동일한 주제를 달리 해석하는 미술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사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양미술사에 자주 등장하는 기독교 도상으로 ‘최후의 만찬’이 있다.최후의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인들에게 붙잡혀 십자가형에 처해지기 바로 전날 열두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저녁식사를 가리킨다. 예수는 제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면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빵은 예수의 몸을, 포도주는 십자가에서 흘린 그의 피를 상징한다. 예수는 타락한 인류 대신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심을 당했고, 죽음을 이기고 사흘 만에 부활해 하늘로 올라가셨다. 이처럼 최후의 만찬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구원이라는 기독교의 신학적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예수의 생애라는 큰 주제 속에서 자주 나타난다. 최후의 만찬이 특히나 자주 그려진 곳은 수도사들의 식당 레펙토리움(refectorium) 벽면이다. 그 이유는 어렵잖게 짐작이 된다. 최후의 만찬이 지닌 신학적 의미를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수도사들의 매 끼니가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이라는 현재성을 불어 넣기 위함이다. 이탈리아의 고도 라벤나의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벽면은 6세기경 제작된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예수의 행적을 묘사한 모자이크에는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다. 말발굽처럼 생긴 식탁 주위로 예수와 제자들이 촘촘하게 앉았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에서도 그렇지만 비스듬히 기댄 모습이 고대로마의 풍습을 따르고 있다. 식탁 위에는 빵과 포도주 대신 물고기가 나타난다. 물고기에는 여러 신학적 의미가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 항구 도시 라벤나 사람들의 식탁에 주로 올랐을 친근한 현지 음식이기 때문에 그려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1320년경 화가 피에트로 로렌체티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아시시의 산 프란체스코 교회 천장에 그려져 있는데 화가는 둥근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인물배치는 물론이고 공간암시에 특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시중드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화면 좌측 별도의 공간에는 설거지하는 인물들도 나타난다. 미술가의 상상력이 슬쩍 묻어나는 것을 보면 중세적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르네상스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벤나와 아시시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을 감상했다면 이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앞 선 두 그림과 르네상스 거장의 걸작을 비교해 보면 이것이 화면구성, 공간묘사, 인물표현, 행위묘사, 심리암시 등에서 전혀 다른 차원의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미술작품의 미술사적 가치와 평가는 항상 상대적이다. 우열을 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비교를 통해서 작품의 고유한 특징이 분명하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에도 또 그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최후의 만찬이 그려졌는지 모른다. 이들을 채취해 종적, 횡적으로 위치시켜 보면 성서에 기록된 하나의 사건이 시대와 미술가에 따라 얼마나 달리 해석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것은 표현과 해석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세계를 바라보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법으로 미술작품을 감상해 보면 미술사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다./미술사학자

2021-07-05

잘못은 할수록 쉬워진다

좋아하는 연예인 한 명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혐의로 처벌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과거 마약류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었던 연예인이라 실망이 컸다. 실망감이 더욱 큰 이유는 그의 불법약물 투여가 한두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상습적이었다는 것이다. 처음 한 두 번은 몰라도 언젠가부터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죄를 행했을 것이다. 과거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지탄받고 있는 쌍둥이 배구선수에 대한 비판의 날이 더욱 날카로운 이유도 그들의 학교 폭력 행위가 한두 번 실수가 아니라 상습적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흉기까지 들고 언어폭력을 가했을 만큼 죄질이 나빴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러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소한 폭력행위에 익숙해지다보니 점점 더 가혹한 학교폭력을 저지르게 되었을 것이다.얼마 전 예전에 친했던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거의 십 년 만의 기별이었다. 참 좋아했던 형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백수야, 잘 지내? 형이 통 연락도 못해서 미안하다.”“아니에요 형, 이래저래 사느라 저도 연락 못드려서 죄송해요. 형은 잘 지내세요?”“응 잘 지내고 있었는데 최근에 일이 좀 있었어. 설명하자면 좀 긴데...”그때 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형의 다음 말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혹시 너 돈 가진 것 좀 있니? 일이십 만원이라도 좀 빌려줄래?”멀쩡히 회사 잘 다닌다고 들었던 형이 돈 일이십 만원이 없다는 것도, 그리고 십 년이나 연락하지 않은 내게 연락이 왔다는 것도 놀라웠다. 매달 따박따박 월급 받으며 살았던 사람이 무슨 사정이 있어 일이십 만원이 없단 말인가. 그리고 나에게까지 연락을 했다면 도대체 자기 주변에서는 돈을 얼마나 꾸고 다닌 것일까. 그때 그 형의 기질 하나가 떠올랐다.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해도, 당구장에서 당구를 쳐도 형은 꼭 1, 2만원씩 내기 하기를 좋아했다. 섣부른 추측이지만, 이 모든 정황들을 봤을 때 형은 이런 기질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했을 때 나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은 도박에 손을 댔다고 한다. 친구들이랑 1, 2만원 내기를 하다가 어느 날 문득 더 큰 내기가 하고 싶었겠지. 아마 한두 번 재미를 봤을 거다. 그러나 도박이란 다 잃어야 끝나는 게임. 깨달았을 땐 너무 늦어있었을 거다.아니나 다를까, 그 형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패가망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합법을 넘어 처음 불법의 영역에 닿았을 때는 형도 아마 손이 떨렸을 거다. 그러나 그것도 한두 번. 잘못은 하면 할수록 쉬워져서 나중에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동반하지 않게 된다.습관이 된 잘못. 내게도 경험이 있다. 예전에 한 일간지에 격주로 음식과 관련된 내용의 에세이를 연재한 적이 있었다. 그 첫 화에서 나는 나름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에 대해서 썼다. 대학시절 잠시 고시원에 살 때 공용 냉장고에서 남의 반찬을 조금씩 훔쳐서 라면에 넣어보다가, 콩나물 무침을 넣었더니 라면이 맛있더라는 내용이었다. 남의 것 훔친 이야기를 남들 다 보는 일간지 칼럼에 쓸 수 있었던 까닭은 그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이었다.사실 처음엔 내 반찬에 다른 사람들이 손을 댔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가 나서 그랬었다. 나도 아껴먹던, 할머니가 싸주신 장조림이 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유력한 용의자라 생각했던 사람 반찬통에서 어묵볶음을 훔쳐 먹었다. 그때는 행여 누가 볼세라 가슴 졸이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한 번 그렇게 먹고 나니 그게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그 다음부터는 남의 반찬통에서 반찬을 집어먹는 일이 쉬워지고 말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버린 나머지 나는 그것을 농담의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스스로 대중매체에 그 이야기를 써내고 만 것이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다음 날 포털이 난리가 났다. 하필 그 글이 양대 유명 포털의 메인에 올랐고, 양 사 합쳐 천 개가 넘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그날 맞닥뜨렸던 이루 말할 수 없는 당혹감과 두려움은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반성이 되어 기억에 남아있다. 잘못이 잘못인 것조차 잊어버리다니, 정말이지 멍청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한 번 쯤 괜찮겠지 생각하는데, 그것이 한 번으로 안 끝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고 과대평가다. 한 번 할 때는 어려웠던 잘못이 두 번째에는 쉬워지고,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아지며, 결국에는 그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착각하게 된다.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오명을 뒤집어썼을 때는 이미 늦다. 애초에 잘못이다 싶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2021-07-05

참을 수 없는 소유의 무거움

아무 일도 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오지 않는 청탁 전화만 기다리다가 하루가 끝나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일 년에 두어 편의 소설을 발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먹는 일도 고심했었다. SNS에 접속하면 가까운 친구들의 소식이 와르르 쏟아졌다. 먼 나라로 여행을 간 친구, 결혼식을 준비하는 친구, 성과급으로 명품 가방을 산 친구, 바쁜 일 때문에 정신이 없다는 친구. 나는 그들의 숨 가쁜 시간을 바라보며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나의 일상을 돌아보곤 했다.그날들을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이었다. 마음이 베이듯 쓰린 순간이 찾아와도 쓰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일어서게 했다. 글을 쓰는 데는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에 밑창이 떨어진 슬리퍼를 신고 매일같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손에 잡히는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노트에 끼적였다.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하기도 했다. 뭔가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았고 큰 것을 얻고 싶어 안달 내지 않았다. 넘쳐흐르는 시간을 오직 읽고 쓰는 일에만 썼다. 도서관 휴게실에 앉아 꼭꼭 씹어 먹던 도시락과 근처 공원에서 만끽하던 바람의 감촉이 아직도 선명하다.지금은 어떠한가. 그때와 비교하자면 삶은 훨씬 안정되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일정한 돈이 있고 쾌적한 오피스텔에서 머물고 있으며 내 명의의 자동차도 생겼다. 고민 없이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며 고마운 지인에게 선물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있다. 당장 내일의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러한 일상에 만족스러워하면서도 또 다른 걱정을 느끼고 있다. 오로지 나를 위해 쓰이던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없다. 매일 바쁘게 이런저런 일에 치이면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소유하는 물건들도 많아졌다.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들이 생겼고 그것을 감당하는 것조차 내 역할이 되었다.사람들을 만나면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집 한 채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온종일 직장에서 일해 봐야 남는 건 하나도 없다고. 이제 겨우 남들만큼 돈을 벌기 시작한 나는 의문한다. 정말 그런가. 건강한 노동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제한적이라면 우연에 기댄 일확천금을 노려야 하는 것밖에 답은 없는 것일까.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없다는 말은 그만큼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냉소적인 농담을 곱씹어본다. 물건뿐 아니라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조차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요즘 사회에 만연한 듯하다.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현대 사회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기사를 마주한다. 대표적인 것이 프리터족이다. 자발적 프리터족은 특정한 직업 없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아르바이트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간다.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로만 자신을 구성한다. 기성세대의 걱정처럼 그들은 단순히 게으른 젊은이가 아니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남들만큼 살아가는 것에 두지 않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해 골몰한다. 유한적인 삶을 그저 노동에 묶인 채 살아가지 않겠다는 신념에 가까운 것이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동시에 나는 돈이 없기 때문에 강제로 좁아져야만 하는 세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타인에게 나눠주는 다정함을 포기하는 것, 다양한 맛을 경험하는 대신에 허기를 채우기에 급급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단단한 자존심이 무너져 내려야만 하는 것.나는 이 모든 일을 경험했었다. 가볍고 자유로운 만큼 고독하고 불안해지는 삶과 다양한 것을 누리고 무거워지는 만큼 책임과 구속이 늘어나는 삶. 어떤 것을 택할 것인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어제는 내 실수 때문에 자동차 범퍼가 망가졌다. 수리 센터에 가는 내내 수리비는 얼마나 나올까 전전긍긍하며 자책했다. 수리 기사님은 차 상태를 보더니 혀를 쯧쯧 찼다. 그리곤 나를 향한 위로의 한마디를 던졌다. “괜찮아요. 차 끌고 다니려고 돈 버는 거죠, 뭐.” 수리를 맡기고 나오면서 나는 씁쓸한 뒷맛을 삼켰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했고 자의든 타의든 더 많은 것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어깨가 무거워졌다.

2021-07-05

혼주의 변신은 무죄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며칠 전 둘째딸 결혼식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안경을 쓰기 시작한 후로 육십갑자 한 바퀴를 돌 때까지 안경을 쓰지 않고 사진을 찍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안경 안 쓴 처음 사진은 당연히 30여 년 전 결혼식 때다. 그런데 이번이 더 특별한 것은 속눈썹까지 붙였다는 점이다.큰딸 때는 스몰웨딩이라 평소처럼 니트에 바지를 입고 안경도 당연히 썼기에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연핑크 치마에 아이보리 저고리를 입고 속눈썹까지 붙인 풀메이크업, 거기에 짧은 머리를 올림머리처럼 부풀린 모습은 도대체가 다른 사람 같다. 아마 이 사진작가를 알지 못했다면, 이런저런 하객의 칭찬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모습이 너무나 낯설었기 때문이다.신디 셔면, 그녀는 화가로 시작했으나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아티스트다. 신디 셔먼의 모델은 자기 자신뿐이다. 자기만 찍는다. 그런데 찍는 방식이 독특하다. 미리 설명을 듣지 않으면 한 사람이라고 알 수 없을 만큼 분장이 강하다. ‘버스 라이더스’라는 작품은 버스에 탄 여러 여성 승객을 찍었는데, 사실은 다 신디 셔먼이 분장한 것이다. ‘무제 - 영화 스틸’ 연작은 실제 배우와 똑같이 분장했기 때문에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착각할 정도지만 그 역시 모두 신디 셔먼이다.그러나 그 많은 인물 중에서 신디 셔먼은 누구인가 묻는 것은 어리석을 것이다. 모든 작품 속에 신디 셔먼이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신디 셔먼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의 작품을 평론가들의 해석은 분분한데, 그런 해석과는 상관없이 내게는 섣불리 정체성을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모든 작품의 제목이 ‘무제’이다.이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니 지금까지 화장하기를 한사코 부끄러워하고 안경 벗을 시도를 해본 적도 없으며 다양한 모양의 신발을 신어볼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나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언젠가 감명 깊게 읽은 헤닝 멘켈의 소설 ‘이탈리아 구두’에는 주인공 외과 의사 벨린이 신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딱 맞는 이탈리아 구두를 신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춘기 때부터 끊이지 않았던,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은 정체성 확인이라는 절대불변의 ‘딱 맞음’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렇게 딱 맞는 정체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신디 셔먼 같은 시도 한번 하지 않은 채 결정한 ‘딱 맞음’은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 나에 대해 고정관념을 만들고 그에 갇혀 살면서 그것이 마치 자신의 정체성인 양 생각하고 그것이 내게 딱 맞음이라고 착각해왔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신디 셔먼의 분장은 딱 맞음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80세가 되었을 때 더 편안하고 멋진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피해왔던 화장도 해보고 다양한 옷도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힘은 강하다. 한복에 풀메이크업한 내 모습이 나 같지 않다는 생각을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으니.

2021-07-05

N잡러

N잡러는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러(er)’가 합쳐진 신조어로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다.본업 외에도 여러 부업과 취미활동을 즐기며 시대 변화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전업이나 겸업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N잡러의 대명사라면 MBC TV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 나오는 유재석 씨를 꼽을 수 있다. 본업은 개그맨 겸 MC지만 본업 외 ‘N잡’으로 트로트 가수, 치킨집 운영, 드럼연주자, 하프연주자, 댄스 가수 등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볼 수 있다.N잡러는 정규직의 직업을 가지면서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 두 개 이상의 직장에 고용된 사람, 직장에 다니면서도 별도의 사업을 병행하는 사람, 직장인이면서 프리랜서로 다양한 수익 활동을 하는 사람 등 여러 형태가 있다.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회사원이 퇴근 후에는 유튜버로 변신하면서 N잡러의 삶을 살기도 하고, 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와 번역가의 삶을 병행하는 N잡러도 있다. 낮에는 환자들을 만나 진료하는 치과의사로, 저녁에는 웹 소설을 쓰는 웹 소설 작가로 생활하는 N잡러도 있다.또, 크몽, 오투잡, 재능박스, 숨고 같은 재능 판매 플랫폼을 활용해 본인의 재능을 건당이나 시간당 돈으로 환산해 부업으로 진행하는 사람들도 많다.앞으로의 세상은 ‘하나의 직업으로 나를 설명할 수 없는 시대’로 변할 것이 확실하다. 오히려 직업이 하나만 있는 사람이 무능해 보이거나 시대에 뒤처진다고 생각되는 사회가 머지않아 다가올 듯싶다. 세상의 변화에 걸맞게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세상에 뒤처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05

새벽을 여는 맨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태양이 뜨거워지고 바다나 야외로 떠나는 발길이 잦아드는 7월이다. 여름철에 사람들이 바다를 즐겨 찾는 것은 시원한 파도소리 만큼이나 탁 트인 가슴으로 철썩이는 물결에 몸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름날의 무더위를 피해 강이나 바다, 산이나 계곡 등지로 피서여행을 떠나는 것은 지치고 반복되는 일상의 활력을 재충전하고 휴식과 휴양을 누리기 위함일 것이다. 더욱이 고질 같은 코로나19의 불안과 시달림에 갑갑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탈출한다는 그 자체가 청량제 같은 설레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그런데 피서나 일상의 환기 차원이 아닌,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거의 매일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것도 동틀 무렵에 나타나 맨발로 해변의 모래밭을 걸으며 주변에 버려지거나 파도에 밀려나온 쓰레기를 줍고 일출을 맞이하며 하루를 열어가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이면 약속처럼 어김없이 모여들어 신발을 벗고 삼삼오오로 거닐며 해변의 쓰레기를 주어온지 벌써 500일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이색적이고 주목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잠들고/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시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첫 수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별을 보며 도심 속의 바다로 나가서 마대를 옆에 차고 맨발로 모래톱을 거닐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일이라도 마음먹기는 쉬워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만만찮다. 개인의 의지나 목적을 떠나 지역과 환경, 건강을 챙기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영일대 맨발 플로깅’은 ESG 관점에서 신선한 자극이고 새로운 희망이 아닐 수 없다. 플로깅(Plogging)이란 걷거나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말한다.지난 주말 필자는 애써 시간을 내 영일대해수욕장 맨발 플로깅을 체험했었는데 느낌이 정말 괜찮았다. 여명 속에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을 자극하는 모래의 촉감이 좋았고, 한 발 두 발 옮기며 쓰레기를 주우니 파도마저 추임새로 다가왔다. 더욱이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31년된 500원짜리 동전을 물 속에서 줍는 횡재(?)까지 하니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 폭죽막대를 비롯한 별의별 쓰레기는 의외로 많았으며 철사 꼬챙이 등은 맨발 걷기나 해수욕장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였다.맨발로 땅을 밟는다는 것은 ‘어머니의 대지’인 지구와 연결되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전적으로 땅에 의존하고 있지만, 95%가 지구와 절연된 상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신선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물과 모래의 질감을 맨발로 느끼는 것은 땅과 우주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기에 환경사랑까지 실천하며 새벽을 열어가고 있으니, 하루가 얼마나 활기차고 풋풋할까? 작지만 숨은 노력들이 세상을 밝힌다.

2021-07-05

미래의 4차 산업을 준비하자

권윤구 포항 중앙고 교사 4차 산업은 사회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제 지식 기반 일부를 기술하는 방법으로 상담, 교육, 정보기술, 금융, 기타 서비스를 포함한다.4차 산업의 핵심은 융합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항공기,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첨단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에 융합되거나 기술 혁신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4차 산업은 융합과 속도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어 기존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낼 것이다. 이러한 속도는 경제, 사회, 정치, 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줄 것이다. 미래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성장이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사회적 가치에서 멀어지는 성장이 아니라 동반해서 발전하는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우리도 4차 산업의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받아들이면 4차 산업은 미래산업의 기회 산업이 될 것이다.20년 후 지금의 직업 중 750만 개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없는 직업 중에 250만 개가 새로운 직업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래서 사라지는 직업이 500만 개이다. 엄청난 변화이다. 노동력 과잉으로 일자리 수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지면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는 새롭게 창출하고 증가한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코로나19로 붕괴한 지역 경제를 빨리 되살리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 그리고 인구 감소와 젊은 층 유출을 막기 위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경북의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방사광가속기 이용, 신약개발 등 4차 산업을 이끌 수 있는 분야를 육성해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경북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미래의 산업 4차 산업을 준비하는 것은 교육뿐이다. 4차 산업 시대의 미래 교육 또한 내용과 방법 등 모든 면에서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개인 학습과 학교 수업은 인공지능이 사용될 것이다.필자는 교수학습 방법과 관련해서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거꾸로 교실은 혼합형 학습으로,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비디오 강의를 보면서 새로운 수업 내용을 배운다. 반면 수업 시간에는 교과 내용 전달 대신 숙제로 내던 과제를 교사와 학생이 개인화된 지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수업을 수행한다. 21세기 교육혁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이다. 거꾸로 교실은 4차 산업을 준비하는 교육으로 대체 할 만한 학습이다. 코로나19의 온라인 수업에 적용 해 볼 만한 방식의 수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일부 시행하고 있는 수업 방식이다.세상은 변하기 마련이고 우리는 익숙하던 것에서 점점 이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변해야 한다.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우리 모두 변해야 한다. 4차 산업의 속도에 맞추어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낡고 오래돼 사라져 가는 것들을 4차 산업으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202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