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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간·정성이 빚은 공예의 세계로 초대

우리는 흔히 명품을 값비싼 물건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명품은 가격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가치로 결정된다. 고급스러운 품질과 디자인,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 물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명품은 단순한 소유의 개념을 넘어, 개인의 품격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한다. 신간 ‘명품, 쓰임의 미학’(굿웰니스)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세계적 브랜드 명품들을 빚어내는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과 끊임없는 열정을 바탕으로 하는 놀라운 기술과 정신을 소개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장인의 손끝에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빚어낸 기술과 줄기차게 이어온 전통에 있다. 이 책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명품으로 거듭나는지 그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공예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김혜원사진 박사(디자인매니지먼트)는 “명품에 대한 세상의 눈높이도 중요하지만 ‘쓰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알고 바라보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며 “공예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용적 목적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철학이 함께 담겨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물건이야말로 진정한 명품”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총 18개의 상징적인 아이템을 통해 명품이 어떻게 시간이 만든 예술품이 됐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공예품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결합하며 세월을 견딘다”며 “우리가 일상에서 가치 있는 물건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26

‘문명탐험가’ ‘세계 속 한국인’으로서의 혜초 재조명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세계 4대 여행기 중 가장 오래된 여행기인 혜초의 기행문 ‘왕오천축국전’을 서양의 철학적 지평 위에서 더욱 깊이 이해하고 해석한 ‘혜초의 기행문과 철학’(소명출판)이 출간됐다. 저자는 서양의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한 윤병렬 홍익대 교수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현사실성의 해석학’과 ‘존재 사유’에 입각해 혜초의 구법 여행과 기행문을 재조명한다. ‘왕오천축국전’은 승려이자 구도자인 혜초(704~787)가 인도를 비롯한 40여 개국을 4년(723~727) 동안 여행하면서, 즉 2만㎞가 넘는 길을 도보로 걸으면서 경험한 것을 기록한 기행문이다. 무려 1200년 동안 중국 돈황의 천불동에 잠자고 있었는데, 1908년에 프랑스인 동양학자인 펠리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혜초의 기행문에는 그가 여행한 곳의 지리, 정치, 종교. 경제적 상황, 생활양식(식생활, 복식 등), 문화, 언어 등 다양한 정보들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혜초 당대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교역로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왕오천축국전’은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국제정세·지리적 상황·사회·문화·종교·경제적 상황 등을 담고 있는 유일한 사료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기행문에는 인도뿐만 아니라, 아랍과 페르시아의 사회적 정황들을 관찰하여 기록한 내용들도 있다. 혜초는 승려의 관점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문명탐험가의 모습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국민이 처한 상황을 기록했으며, 나아가 종교적 관점을 벗어나 서정적인 5편의 오언시도 남겼다. 결국 혜초는 8세기의 인도, 중앙아시아, 아랍, 페르시아, 히말라야 산맥 주변의 부족들의 삶의 양식과 당대의 세계의 다양한 정신을 탐험하고 기록한 한국인이었다. 혜초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이 원본에 대한 고증과 주석 및 번역 작업에 집중했다면,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는 혜초의 여행기를 독해함에 있어 문헌학과 서지학의 차원을 넘어 철학적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텍스트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라며 “보통 사람이 결코 따를 수 없는 수고와 고통이 수반된 구법 여행은 텍스트 밖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혜초의 깨달음을 향한 구법 여행에 동반된 철학적 사유를 강조하며, 그의 여행이 단순한 답사나 의례적인 순례가 아닌, 차안의 세계와 신화적 작별을 하고 피안의 세계로 나아가는 목숨을 건 여행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혜초의 인생과 철학, 역사와 지리, 문화와 문학 등을 포괄하며, 그의 순례 여행이 깨달음을 주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철학과 결부된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이러한 상호문화적 비교 철학의 시도는 독보적이고 창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12

금리를 알면 돈이 보인다… “자본주의 시대 필독서”

“현재 미국 금리가 어떻게 되나요? 금리가 계속 오를까요?” “미국 금리가 오르는데 왜 우리가 걱정해야 하나요?” 답은 미국 금리가 전 세계 금융시장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리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 비용이 하락해 대출이 늘고, 대출이 증가하면 주택 구입도 늘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경기가 진작되고 주가도 오른다. 반면 금리를 올리면 주택과 주식시장이 동시에 하락한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2기가 출범하고,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 기본기가 기업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계 은행 현직 딜링룸 매니저이자 대한민국 최고 금융 전문가의 금리 사용 설명서인 ‘슈퍼 금리 슈퍼 리치’(연합인포맥스북스)가 출간됐다. 2022년 출간돼 지금까지도 환율에 대한 최고의 교과서로 읽히는 ‘슈퍼달러 슈퍼리치’의 저자인 일본 3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의 변정규 서울지점 딜링룸 그룹장이 이번엔 금리 입문서를 펴냈다. ‘슈퍼금리 슈퍼리치’는 금리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일반인과 금융시장 초보자가 기본 지식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쓴 교양서적이다. 딱딱한 이론과 한자어 설명은 배제하고, 챕터마다 그림과 한눈에 들어오는 도표, 사례를 제시해 이해를 돕는다. 또 금융시장의 실제 거래 등 실무적이면서도 깊은 내용까지 다룬다. 금리와 관련된 기본 용어를 정리하고 이를 실제 사례와 연결해 이해를 돕는다. 해외 채권 및 초보자를 위한 금리 투자 방법도 제시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코노미스트인 김진일 교수는 “화폐금융론 교과서를 저술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나에게 이 책은 곁에 두고 참고서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이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며 “기업의 재무 담당자라면 특히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 저자는 “금리의 기초를 제대로 이해하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금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고, 자금의 변화를 이해하면 자산가치의 변동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12

“한국 인구 3분의 1로 줄 것” 국가 생존 기로, 해법 모색

“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저명한 교수인 조앤 윌리엄스가 놀라서 한 말이다. “한국의 인구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다. ….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구 붕괴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의 경고다. 대한민국은 1971년 한 해 출생아 수가 102만 명에서 2023년 23만명을 간신히 넘겨 50여 년 만에 4분의 1에도 못 미치도록 급전직하했다. 급격한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 소멸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88만 원 세대’ 공저자 중 1명인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가 신간 ‘천만국가’(레디앙)를 통해 그 해법을 제안했다. 우석훈 박사는 2007년 저서 ‘88만 원 세대’를 통해 세대 간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천만국가’에서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안한다. 우 박사는 한국이 산업화 시기에는 자본 희소 사회였으나, 인구 감소로 인해 이제는 노동 희소 사회로 전환됐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른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사람을 막 대하고, 노동자를 막 대하고, 가능하면 돈을 적게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문화가 저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우 박사는 가진 것이 적은 사람들도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을 역설한다.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 감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OECD 모든 국가와 함께 중국도 출산율이 대체출산율 2.1 이하로 떨어졌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1.0 미만으로 급감한 사례는 없다. 우 박사는 이러한 급격한 출생률 감소의 원인으로 경제 불평등, 가난의 세습화, 저임금 불안정 고용,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의 미비, 사회적 경쟁에 따른 육아 비용 및 사교육비 부담 증가, 높은 주거비용 등을 꼽는다. 그러나 그는 인구 문제를 단순히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만 보지 않고, ‘문명’ 차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낮은 출산율과 세계 1위의 자살률은 한국 문명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우 박사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와 극심한 경쟁 체제, 그리고 사회적 혐오와 배제 정서가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가난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예비 부모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저출생으로 인한 영유아와 청소년 수의 감소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어린이집이 사라지고 노인 요양원이 늘어나는 현상, 청소년 책 시장과 공연 시장의 위기, 경공업의 미래 불투명성,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의 축소 등이 그 예다. 또한, 이주노동자와 이민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도 출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 우 박사는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해 한국이 자본 희소 사회에서 노동 희소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민연금이나 군 병력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노동이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소해짐에 따라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MZ세대 청년 노동자들의 조기 퇴사나 워라밸 문화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로 해석하며, 청년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출산 대책에 대해서는 고액 과외나 선행학습 금지 입법, 고등학교 때 언론학 수업과 수능 과목 포함,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연방제실시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알바 공화국’이라는 개념을 통해 유산을 물려받지 못한 ‘알바’들을 중심으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알바 출산 지원본부’ 신설을 제안한다. 우 박사는 인구 문제가 모두의 문제이면서도 아무의 문제도 아닌, 해결 주체가 없는 의제이기 때문에 풀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천만국가’가 대한민국 인구의 새로운 균형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줄 아는 사회’, ‘뒤에서 5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문명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결론짓는다. “지금 한국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한 해 100만 명씩 태어나던 시절의 사람들이다. (중략) 선진국 경제의 기본은 사람이 귀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알바들이 행복하고, 그들도 걱정 없이 아이를 낳는 시대, 그 정도는 유럽에서 이미 50년 전에 만든 사회다. 우리가 지금 그걸 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12

‘포항문학’ 통권 51호 발간 지역의 아동문학 재조명

포항문인협회(회장 손창기)는 최근 기관지 ‘포항문학’ 통권 51호사진를 발간했다. 연간지로 발간하는 ‘포항문학’은 이번 51호에서 2000년 이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던 아동문학을 특집으로 기획했다. 특집 1에서 아동문학가 김종헌은 ‘포항지역 소년 운동과 아동문학’을 주제로 일제 강점기 소년 문사의 활동에서 출발해 2010년대까지 포항 아동문학의 전개를 개괄적으로 되짚어 봤다. 동화작가 김현욱은 ‘한국 동시 문학의 지평을 넓힌 시인들’에서 권오삼, 송찬호, 김개미 시인의 동시를 세밀하게 다뤄 동시를 읽는 참맛을 선사했다. 특집 2에서 동화작가 김일광은 ‘동화로 만나는 세상’에서 동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친절하게 소개하면서 동화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다. 특집 3에서 초대 동시와 회원 동시를 실었다. 76명의 포항문협 회원 작가들은 각기 장르는 다르지만 소외된 공간을 찾아 절망과 신생을, 이상 기후에 자연을 소중히 하는 생명성을 다루고 있다. 또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과 사람 맛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현실 문제와 내면의 문제를 문학적 언어로 촘촘하게 담은 신작들을 게재했다. 포항문협은 임원회의를 열고 ‘포항문학’ 통권 51호에 실린 작품을 토대로 제2회 포항문학작품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운문 부문에 손수성의 시조 ‘한 잎의 지느러미’, 산문에 이강란의 소설 ‘선잠’으로 상금은 각각 100만원이며, 다음 달 갖는 총회 때 시상할 예정이다. 손창기 포항문인협회장은 “가장 주체적인 지역 문학이 보편적인 것으로 발돋움할 때는 미학적으로 얼마나 잘 승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포항 문단이 치열하게 문제 의식을 갖고 문학으로 풀어낼 때 포항지역의 고유성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2-08

21그루 나무 여행, 느낌은?

매일신문 기자 출신인 이종민 전 선임기자가 나무에 대한 성찰과 기록, 에피소드를 모은 ‘대구의 나무로 읽는 역사와 생태 인문학’(학이사)을 펴냈다. 계절 별로 사랑 받는 나무의 종류와 그 수목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담아냈다. 우리에게 나무는 늘 접하는 일상이고, 생활의 일부였지만, 대구 지역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자란 나무와 새롭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 인문학적 스토리를 간결한 문체로 정리했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총 21종의 나무에 얽힌 역사와 설화, 식물에 대한 기본 지식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저자는 ‘대구에는 훌륭한 인물들을 기리기 위해 나무에 위인들의 이름을 붙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중구 달성공원의 서침(徐沈)나무, 대구제일교회의 현제명나무, 중구 종로초등학교의 최제우나무, 동구 옻골의 최동집나무, 천주교대구대교구청의 타케나무 등이 좋은 예다. 30여 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전문 지식을 나열하기보다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을 통해 배경처럼 스쳐 지나가던 나무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나무들, 특히 수백년 수령의 노거수들은 그 자체로 역사요, 역사의 증언이다. 저자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청하면의 행정복지센터 마당에는 수령 300년을 넘는 회화나무가 있다. 조선 후기 청하현감으로 부임한 화가 겸재(謙齋) 정선이 그린 ‘청하성읍도’에도 등장한다. 나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의미 있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무의미한 사물의 일부로 여겨질 수도 있다. 애정 어린 눈길로 늘 수목을 대해왔던 저자에게 나무는 감상의 대상이자 기록, 수집의 대상이었다. 저자는 대구·경북의 노거수와 정원수 그리고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들을 탐독하며 계절마다 사진을 찍어 모았다. 사찰, 서원, 향교, 재실, 종택 등 사람이 기거하는 지역뿐만 아니라 깊은 산골이나 벌판에 서있는 나무를 보면서 자연의 위대한 이치를 느끼고, 선인들의 전설과 설화를 듣게 되었다. 저자는 “그렇게 알고, 보고, 모으다 보니 예전에 무심코 보던 나무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백화경염(百花競艶)의 계절인 봄을 ‘뭇 꽃들 경쟁’이라는 주제로 묶었다. 2부 여름에서는 ‘신록의 잔치’를 주제로 한창 커가는 나무의 화양연화 세계를 다뤘다. 뽕나무와 양잠에 얽힌 청사, 옥황상제 정원에 피는 꽃이라는 배롱나무꽃 백일홍, 역사를 증거하는 수백 년 된 회화나무 등을 다루었다. 3부 가을에서는 ‘화려한 결실’에 초점을 맞추고 나무들의 막바지 정염인 감홍난자(酣紅爛紫) 단풍과 추풍낙엽을 즐긴 선비들의 노래도 담았다. 봉황이 앉아 쉬는 상서로운 나무는 벽오동으로, 화투의 11월을 상징하는 속칭 똥광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4부 겨울은 ‘홀로 선 나무’에 집중해 추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절개와 지조의 상징에 주목한다. 대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등 곧은 모습만큼이나 우리 역사와도 깊게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작은 에피소드들을 작은 서사로 모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2-05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반은 ‘대화’

인간은 왜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신뢰하도록 진화했을까? 왜 누구와 대화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억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걸까? 어떤 기억은 살아남고, 어떤 기억은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인간 집단은 어떻게 대화를 통해 유지될 수 있었을까? 최근 출간된 ‘대화하는 뇌’(어크로스)는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대화라는 행동에 관해 우리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영국의 뇌과학자인 저자 셰인 오마라는 다양한 질문들에 답하며 인간이 어떻게 말하고 왜 대화하는지, 그리고 대화하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최신 뇌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철학, 인류학을 솜씨 좋게 엮어내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공동체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기반이 바로 대화였음이 밝혀진다. 셰인 오마라에게 인간이란 ‘대화하는 인간’이다.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대화는 인간의 삶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오마라는 대화를 ‘우리 자신의 기억과 언어를 지원하는 뇌 시스템과 상대방의 기억과 언어를 지원하는 뇌 시스템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뇌는 대화 상황에 상당히 기민하게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한 화자가 말을 멈추고 다음 화자가 말을 시작하기까지의 간격은 약 0.2초 정도이며,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반응 속도는 총알이 발사될 때의 최소 반응 시간에 가까울 정도다.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씩, 무려 1500번이 넘게 차례를 바꾸어가며 대화한다. 라드바우드 대학교의 사라 뵈겔스 연구팀은 대화 상황에서 뇌파를 측정해 우리는 질문을 들을 때 처음 두세 단어만을 듣고 대답을 준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질문에 최대한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끔 뇌가 준비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토록 빠르게, 자주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대화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회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개인을 하나로 묶어줄 공통 현실 또는 공통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이 공통 기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대화의 과정이다. 사회집단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기억은 과거, 현재, 미래를 해석하게 하는 틀로써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기억할 것이냐가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면, 내가 무엇을 기억할 것이냐는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흔히 기억을 과거에 관련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기억이 없다면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전망도 잃게 된다. 기억이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기능까지 담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억은 내가 누구였으며, 지금 누구인지, 그리고 앞으로는 누구일지까지 결정한다. 저자는 국가 또한 대화를 통해 구성된 정체성이라고 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 있는 미국 CBP(관세국경보호청)다. 더블린 공항에서 CBP 직원들의 출입국 심사를 통과한다는 것은 미국에서 새롭게 국경을 넘을 필요 없이, 미리 국경을 넘었다는 말이 된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국가주의가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까지 나아갈 수 있다. 국가주의는 특정한 시공간에 있는 사람들끼리 공유하는 ‘이게 우리나라다. 우리는 나라에 충성하고 헌신하며 자결권을 가진다’라는 의식이다. 즉, 국가주의는 대화의 뇌과학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강력한 심리적 힘이다.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이 1983년 ‘상상된 공동체’라는 책을 통해 국가가 상상의 공동체라는 인문학적 설명을 해냈다면, ‘대화하는 뇌’에서 저자 셰인 오마라는 심리학적이고 뇌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국가가 상상의 공동체이며, 그 상상의 도구가 바로 대화임을 밝혀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1-28

성공에 대한 두려움… ‘가면 증후군’의 위험성

능력 있고 성취를 이룬 사람들 가운데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이 타인을 속인 결과라고 여기며, ‘내가 보기보다 안 똑똑하다는 걸 들키면 어떡하지?’ 혹은 ‘내가 정말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 의심한다. 이는 ‘임포스터’라고도 불리는 가면 증후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미국의 기업가이자 심리학자인 밸러리 영은 신간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한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갈매나무)에서 가면 증후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면 증후군이 자신을 성공에 대한 자격이 없다고 느끼게 만들어 도전을 주저하게 하고 성공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40년간 워크숍과 강의를 통해 가면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구 결과와 분석을 종합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의 원인을 ‘양육자로부터의 메시지’, ‘학생으로서의 부족함’, ‘자기 불신을 키우는 조직문화’, ‘긍정적인 피드백의 부재’, ‘창조적인 분야에서의 업무’, ‘소속감의 결여’, ‘사회집단 대표’ 등 7가지로 정리한다. 이러한 원인을 파악하면 수치심에서 벗어나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왜곡된 유능함의 기준이 가면 증후군을 부추긴다고 지적하며, 완벽주의자, 타고난 천재, 전문가, 개인주의자, 초인간 유형이 어떻게 자신의 유능함을 부정하는지 설명하고, 현실적인 성과 기준을 제시한다. 책 곳곳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질문과 체크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여성들은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성공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소외될 것을 우려하여, 자신을 위한 선택보다는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성공에 대한 망설임이 지적인 능력의 부족 때문인지, 부가적인 문제들 때문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성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수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비판을 개인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며, 모르는 길도 아는 것처럼 모험할 용기를 갖도록 격려한다. 또한, 저자는 ‘겸손한 현실주의자’들을 롤모델로 제시하며, 이들의 방식대로 생각을 재구성함으로써 가면 증후군을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자신감이 항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실수와 실패는 예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가면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용기를 제공할 것이다. “당신은 1년 365일 내내 자신감이 유지되길 바란다. 하지만 자신감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배웠듯 실수, 실패, 후퇴는 예정된 것들이고, 완벽한 사람은 없으며 배워야 할 것들은 늘 더 많다. 그리고 나의 똑똑하고 유능한 가면 증후군 친구들이여, 그것은 좋은 일이다. ”- 본문 중에서 /윤희정기자

2024-11-28

미술은 친절한 해설과 함께할 때 더 색다른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의 후속작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한경arte)이 출간됐다. 전작에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에곤 실레, 폴 고갱, 살바도르 달리 등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복잡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고지마 도라지로와 후안 데 파레하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들의 이야기와 르네상스 3대 천재들의 라이벌 관계를 다룬 글도 추가해 책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저자인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좋은 그림 한 점에 한 권의 책보다 더 풍부한 정보와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미술 작품은 친절한 해설과 함께할 때 더욱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책은 작가의 삶과 시대를 중심으로 그림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경제신문에서 미술 분야를 취재하는 성수영 기자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는 미술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로 화가와 명작 미술 이야기를 전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첫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번 후속작에서는 한층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명화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면 친숙했던 그림은 새롭게, 몰랐던 그림은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디에고 벨라스케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폴 고갱, 조르주 쇠라, 리하르트 게르스틀 등 총 31인의 삶과 대표작을 소개한다. 1장은 ‘신념’, 2장은 ‘애증’, 3장은 ‘극복’, 4장은 ‘용서’를 주제로 하며, 각 장마다 다양한 화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다룬다. 클림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부양해야 했으며, 그의 독특한 그림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예술에 전념하는 삶을 살았으며, 그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에게 전해진다. 베르트 모리조는 19세기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을 거부하고 화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녀의 구도와 색채는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어떤 그림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삶부터 미술계 흐름과 시대 상황까지, 좋은 그림 한 점에는 한 권의 책보다 더 풍부한 정보와 깊은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 작품은 친절한 해설과 함께할 때 더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1-28

광복 80주년 기념, 조선인 강제동원 흔적을 찾아서

“광복 이후 80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왜곡과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발전적인 미래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이번 일본 일주를 기획했습니다.” 도서출판 학이사는 최근 ‘조선인 강제동원 흔적을 찾아 떠난 오토바이 일본일주 - 길에서 역사를 만나다’를 펴냈다. 저자는 20년 차 현직 방송기자로, 2005년부터 KBS 대구방송총국 보도국에서 근무하는 우동윤 기자다. 저자 우동윤 기자 저자는 일제강점기 유일한 바닷길이었던 관부연락선(関釜連絡船) 항로를 따라 일본에 도착한 뒤, 한 달 동안 오토바이로 6,107km를 달리며 일본 전국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을 답사했다. 저자는 일본 내에 남아 있는 조선인 강제동원 흔적이 있는 현장을 오토바이를 타고 둘러보기로 계획을 세우고, 일본 본토 최남단인 규슈에서 최북단인 홋카이도까지 일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선인 강제동원의 흔적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답사했다. 특히, 1901년 조선인 150여 명이 동원돼 일본 철도공사 최초의 조선인 동원 사례로 알려진 구마모토현 히사츠선의 오코바역과 1909년 건설 당시 일본 최대 높이의 철도 교량으로 조선인 3천여 명이 동원됐던 효고현의 아마루베철교 등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저자는 조선인 강제동원이 단지 전쟁 수행을 위한 일본의 만행이었다는 인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일본이 중일전쟁을 계기로 1938년 제정한 국가총동원법 이후 조선인 강제동원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됐기 때문에 전쟁 당시가 부각됐을 뿐, 조선인 강제동원은 1910년 불법적인 한일병합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강제동원 현장과 위령비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부록에는 답사지의 위도와 경도를 표기했다. 학이사/240쪽/1만7500원.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1-20

고희 맞은 초교 동창들, 인생 이야기 수필에 담아

경북 포항의 흥해초등학교 57회 동기생 57명이 최근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이색 수필집 ‘곡강이 굽이쳐서’를 출판했다. 이 수필집에는 초등학교 졸업 후 반세기가 지나 고희를 맞이한 동기생들이 바쁜 청장년기를 보낸 후, 추억의 공간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수필집 발간을 위해 2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으며, 원고 수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동기생 대부분이 책에 인쇄될 글을 처음 쓰는 데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20세기 중반과 21세기 초반을 살아온 이들의 서사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역사와 함께 개인의 성장과 아픔을 진솔하게 그려 내고 있다. 또한, 70세에 가까운 나이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추억과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자기 고백적 글들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수필집 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가 16일 오후 6시 포항 서밋 컨벤션 1층 대서양 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동기생들과 가족, 친지들이 모여 수필집 출간을 축하하고 서로의 우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흥해 초등학교 57회 동기생들은 “이번 수필집 출간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광복과 더불어 탄생한 신생 조국과 ‘절대빈곤’이라는 지독한 가난을 함께 물려받은, 곧 뒤이은 한국전쟁을 맨몸으로 살아온 우리 부모님의 세대의 아들과 딸들이 바로 우리”라며 “수필집에는 세상의 폭풍우에 쉽사리 무릎 꿇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 싸운 역전의 용사들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1-17

사회를 위협하는 사상의 그림자 ‘극단주의’

신간 ‘극단주의’(필로소픽)는 극단주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형성되고 폭력적으로 극단화돼 사회를 위협하는 운동으로 발전하는지를 분석한 극단주의 개념 입문서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테러·극단주의·대테러 센터 CETC’ 선임 연구원인 저자 J.M.버거는 극단주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MIT 필수 지식 시리즈’로서 간결하고 흥미진진하게 쓰인 이 책은 ‘최초의 제노사이드’인 고대 로마의 카르타고 파괴에서 현대의 지하디즘과 백인 우월주의까지,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례를 사회 정체성 이론으로 분석해 설명한다. 극단주의 운동들이 세계 도처에서 기세등등하게 준동하는 상황에서 극단주의에 대한 올바른 정의의 실패가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극단주의 운동 및 테러리즘 전문가인 버거는 극단주의가 특정 종교, 인종,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이래 인류를 괴롭혀 온 문제로 인간 본성에 뿌리박힌 ‘우리 대 그들(내집단과 외집단)’이라는 정체성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저자는 극단주의의 파멸적 결과를 막기 위해 극단주의를 있는 그대로, 인간 사회의 영속적 부분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 인간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극단주의가 존재하며 그 수단은 폭력 외에도 언어적 공격과 폄훼, 차별 행위, 더 심하게 나가면 집단학살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극단주의가 존재함에도 우리는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극단주의에만 주목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문제는 이런 접근 방법이 극단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방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극단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정의조차 못 한 채 수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을 개탄하면서, 체계적이고 간결한 정의를 통해 극단주의의 본질을 규명하려고 시도한다. 저자는 사회 정체성 이론을 빌려와 극단주의를 정의한다. ‘내집단’의 성공이나 생존이 외집단을 겨냥한 적대 행위의 요구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신념이 극단주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내집단과 외집단이라는 틀을 기반으로 내집단의 정체성을 정당화하는 행위가 어떻게 외집단에게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까지 전개되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태생부터 폭력을 표방하는 극단주의는 드물며, 극단주의는 고정적인 정착점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다고 말한다. 다만 적대 행위 중 폭력이 가장 극적인 표출방식이기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분석 중 단연 돋보이는 점은 극단주의 위기 서사와 극단화 과정의 방정식을 밝혀낸 것이다. 우등한 내집단이 열등한 외집단에 의해 오염돼 타락하고 있다는 불순함, 우등이 열등에 밀리는 현상은 모종의 세력 때문이라는 음모론, 부패한 권력이 외집단을 옹호하고 내집단을 억압한다는 디스토피아, 내집단의 존속이 위태롭다는 실존적 위협, 내집단을 모함한 이 세계가 모두 파멸하거나 혹은 최후의 전쟁을 통해 유토피아가 완성된다는 종말론으로 이어지는 내집단의 위기 서사는 이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 외집단에 대해 해법, 즉 적대 행위를 정당화한다. 작가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는 극단주의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여러 집단을 가로질러 나타나는, 인간 사회의 영속적 부분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1-14

현재는 과거보다 무지하지 않을까?

모든 시대는 자신들의 시대가 이전 시대보다 지식이 더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은 중세 시대를 암흑의 시대로 보았고,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미신을 이성으로 쓸어버리려고 노력했으며, 근대 국가는 무지(無知)라는 거인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그리고 오늘날 인터넷 시대에 우리는 정말 과거 인류보다 덜 무지한 걸까? ‘문화 혼종성’, ‘폴리매스’, ‘지식의 사회사’ 등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았던 이 시대 최고의 지성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 석학교수 피터 버크가 인류의 무지 역사를 탐구하는 새로운 책 ‘무지의 역사’(한국경제신문)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종교와 과학, 전쟁과 정치, 비즈니스와 재난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무지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특히 과거 흑사병부터 현재 기후 변화에 이르기까지 무지를 다양한 역사적 맥락에서 다루며, 각 시대와 사회에서 무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됐으며 심지어는 특정 목적을 위해 활용됐는지 설명한다. 무지는 전염병에서 전쟁과 기근, 제국의 붕괴에서 금융 시스템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으며, 인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지는 대중의 지식 부재가 원인인 것도 있지만, 지배 계급이 대중을 통제하거나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왜곡한 사례도 수없이 많다. 피터 버크는 이와 관련해 풍부한 사례를 들며 지적 여정을 진행해 간다. 1부에서는 무지의 개념 정의와 무지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살펴보고, 종교와 과학, 지리학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2부에서는 전쟁, 비즈니스, 정치를 비롯해 환경, 기후, 산업 전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무지의 근본적인 역할과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에 개인이 무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에 유통되는 정보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일부 지식은 필사본에 기록돼 숨겨졌고, 교회나 국가의 공개 거부로 지금까지 감춰져 있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에는 정보의 홍수 속에 개인은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상태를 ‘필터링 실패’라고도 한다. 결국 정보화 시대는 지식 못지않게 무지도 확산시키고 있다. 피터 버크는 모든 시대가 무지의 시대라고 해야 겸손할 뿐 아니라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지난 두 세기 동안 눈부시게 성장한 집단 지식이 대다수 개인의 지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개인은 자신의 조상보다 조금 더 알 뿐이다. 둘째, 새로운 지식이 확산되면 다른 지식은 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적 언어 습득이 증가함에 따라 다른 언어의 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7000여 개에 달하는 지구촌 언어 중 50~90퍼센트는 2100년 이전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지역에 사는 부족처럼 소규모 부족의 노인들이 죽으면 구전되던 언어와 지혜가 그들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셋째, 최근 수십 년 동안 정보의 양이 급속하게 늘기는 했지만, 이는 엄연히 지식의 증가와는 다르다. 지식 증가는 정보와 달리 검증, 소화, 분류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지에 대해 막연했던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키고, 지식의 본질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한다. 또한 과거의 무지가 오늘날 우리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지식과 함께 발생할 새로운 무지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철학적인 고찰을 제공한다. /윤희정기자

2024-11-14

일본이 겪은 주요 경제 위기들30년 경험·회복 과정 고스란히

2023년 일본은 25년 만에 연간 경제 성장률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2024년 7월에는 주가 최고점으로 30년 장기 침체를 빠져나왔다. 반면 한국은 경제 성장률 추락, 부동산 버블, 세계 4위 수준인 GDP 대비 가계부채율,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심각한 압력에 직면해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입을 연상케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9년 동안 중앙은행가로 일하면서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경기 침체를 모두 경험한 전 일본은행 총재 시라카와 마사아키의 회고록 ‘잃어버린 30년’(부키)이 출간됐다. 이 책은 미래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일 간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한 이 민감한 시점에 일본이 지나온 길과 한국이 놓인 상황 그리고 앞으로 돌파해야 할 사회적 과제를 꼼꼼하게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국가의 경제가 각 주체의 행위, 정책, 사회 분위기라는 다면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어떻게 도저하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저자는 일본은행 총재로 재직하면서 한 국가의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난을 맞닥뜨렸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부채 위기, 2011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담담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금융 완화, 환율 조정 등 중앙은행의 개입이나 금융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은 위기의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기업의 끊임없는 구조와 체질 개선, 기술 혁신 등 경제 주체의 노력, 그리고 인구 감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장기적인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인구는 1995년 정점을 찍은 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자는 “총재 개임 기간 중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는 320만 명에 달했는데 매년 전체 인구의 0.8%인 70만 명씩 감소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는 경제적 역풍이었다”고 말한다. 중앙은행가로서의 경험과 경제학자로서의 신중한 성찰을 동시에 제공하는 저자의 시각은 오늘날 한국 경제와 사회를 돌아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1-14

이재순 시인 동시집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 펴내

“이재순은 설화와 신화 요소를 접목하여 광활한 심상(心想)을 펼쳐 보입니다. 소재의 외연을 확대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이재순 시인의 시적(詩的) 접근은 주변의 모든 사물과 일상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경북 안동 출신 이재순 시인이 8번째 동시집 ‘티슈, 손 내밀고 있는 하얀 손수건’을 펴냈다. 이 작품집은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재치 있는 발상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연이 그린 그림책’, ‘모퉁이 마음’, ‘나비의 몸무게는 얼마나 될까’, ‘가을은 햇살도 바쁘다’ 총 4부로 구성된 동시집은 이재순 시인만의 섬세한 시선과 감성이 돋보인다. 이재순 시인은 동시집 ‘발을 잃어버린 신’으로 박화목아동문학상(2022)을, ‘나비 도서관’으로 김영일아동문학상(2023)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마음 문 열기’로 방정환문학상(2023)과 금복문화상(2023)을 수상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안동 도산에서 태어난 이재순 시인은 1991년 월간 ‘한국시’ 동시 부문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2017년 ‘한국동시조’ 신인상, 2022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작품상에 당선됐다. 저서로는 ‘별이 뜨는 교실’, ‘큰일 날 뻔했다’, ‘집으로 가는 길’, ‘나비 도서관’, ‘발을 잃어버린 신’, ‘마음 문 열기’,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 등이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1-13

전용찬 작가의 자전 장편소설 『변명』 출간

“이 소설은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진실이 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시간을 경찰에 몸담았던 전용찬 작가의 자전 장편소설 『변명』이 출간(학이사)되었다. 소설에서는 어느 직장 내에서나 있을 법한 집단 따돌림과 모함을 경찰 집단이라는 공간에서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경찰관 K는 철저히 이성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에서도 자신을 객관화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성적일수록 자신의 생활세계인 사회와 조직 내에서 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순을 겪는다. 경찰 조직 내에서 순탄히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는,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조직 내 파문을 겪게 된다. 그의 말과 행동은 왜곡되어 해석되며, 직속 부하들과 조직 내 다양한 인물들에 의해 비난과 심판의 대상이 된다. 그곳에는 정의롭지 못한 자, 아부하는 자, 시기와 질투에 찬자들, 생존에 능숙한 자들이 뒤섞인 복잡한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경찰관 K는 조직 속에서 자신이 소외된 존재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의 고유한 주체성과 의도는 조직 내 권력 구조에 의해 무시되고, 결국 그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과는 다른 운명에 갇히게 된다. 자신을 변호하려 하지만, 그의 외침은 ‘변명’으로 치부될 뿐이다. 그는 주관과 객관 사이의 불일치라는 헤겔의 ‘불행한 의식’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찰관 K는 이 파문을 통해 오히려 자신을 구속하던 사회적 틀에서 해방되는 계기를 찾는다. 비록 현실적인 고통과 절망 속에 있더라도, 경찰관 K는 자기의 운명을 수긍하면서 자신의 성격적 개성과 객관의 인식 차를 인정하는 더 ‘큰 변명’에서 위안과 자유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가장 이성적이던 사람은 원시적이고 감각적인 삶을 꿈꾸며, 변해버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1-04

21세기 언론환경과 지역신문 생태계 지속 가능성 모색

“지역신문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공기(公器)이자 공기(空氣)임을 우리 사회가 소홀히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35년 차 지역신문사 기자 박종문이 쓴 『AI저널리즘시대를 살아가는 현직 기자의 21세기 언론환경과 지역신문 생태계 보고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신문의 중요성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고민을 담고 있다. 현재 지역신문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과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전통적인 종이신문 제작 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독자와의 접점을 잃고 있으며, 구독층 감소와 광고 의존 심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언론의 변화 ▷지역신문 생태계 붕괴 과정 ▷대안 모색(지역신문의 혁신을 위한 방법론) ▷궁극적인 지향점(지역사회, 정부, 학계, 시민단체가 지역신문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 박 기자는 “지역신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지역혁신에 빨간불이 켜진다”며, 지역사회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지역신문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개별 신문사의 혁신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책에서는 지역신문이 공론장 제공, 지역사회 커뮤니티 강화, 지역현안 문제 발굴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온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의 생태계 붕괴는 지역신문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경고한다. 박 기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언론학계,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독자들에게 지역신문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10-30

열일곱문학동인 ‘때론 조연이 더 빛난다’ 발간

대구 지역에서 10년째 문학동인으로 꾸준히 활동을 펼쳐온 열일곱문학동인이 다섯 번째 동인작품집인‘때론 조연이 더 빛난다’사진를 23일 출간한다. 이번 다섯 번째 작품집은 디지털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회원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짧은 글 한 편으로 이뤄진 포토 에세이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것에 관심 두고자 노력했다. 골목에 서 있는 나무와 오래된 집, 저녁노을과 시장, 숲을 둘러보고 글을 썼다. 수필의 외연 확장과 젊은 층을 독자로 만들기 위한 고민이 반영됐다.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도 동시에 발간한다. 열일곱문학동인 회원들은 달성군 달성문화도시센터의 ‘IMAGINE-달성2000’사업의 지원으로 이번 다섯번째 작품집을 만들었다. 달성의 구석을 돌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문화유산이나 자연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달성을 더 잘 알리자는 취지다. 회원들은 4차에 걸쳐 달성을 공동 답사하고 개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자 다시 찾기도 했다. 이날 달성군 가창면 행정복지센터 3층 강당에서 출판기념식과 함께 그림과 수필을 접목한 전시회인 수필화전도 동시에 열며, 회원들의 수필과 조영래 작가가 그린 수필화 17점을 전시한다. 열일곱문학동인은 대구교육대학교 ‘수필과지성 아카데미’ 17기 작가들이 2014년 9월에 대구 문학의 단비를 뿌려보자는 원대한 포부와 ‘글쓰기와 책 읽기 운동’을 표방하며 창단돼 그동안 4권의 동인지를 발간하며 활발한 문학활동을 이어왔다. 이후 문학나누기 일환으로 병원·마을·사찰 등을 찾아가 독자와 만나고 노인복지시설 등에 글쓰기 지도 자원봉사 등 다양하고 새로운 문학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문학의 사회적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코로나19, 예술로 극복’ 사업으로 만든 ‘작가가 본 코로나 백서’는 국가 지정 영구 기록물로 선정된 바 있다. 대구지역에는 많은 문학단체들이 자생적으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10년 넘게 꾸준히 작품집을 내고 법인으로 전환해 수필문학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그 명맥을 유지하는 단체는 흔하지 않다. 열일곱문학동인 회원들은 서문에서 “우리 삶에 있어서 글쓰기는 그리 거창하거나 위대하지 않지만 수필의 존재 가치는 접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 독자들을 만나러 가는 영화 속 조연배우와 같은 가느다란 끈이라는 것만은 놓지 않으려 한다. 열일곱문학동인은 아직은 문학계에서 조연일지언정 문학에 대한 열정만은 주연급 못 지않다는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수필집 제목을 ‘때론 조연이 더 빛난다’로 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열일곱문학동인은 노병철 회장을 비롯해 김규인, 박미자, 백후자, 이분늠, 이영순, 추성예, 하종혁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노병철 열일곱문학동인회장은 “이 책을 읽고 달성의 구석구석을 찾는 발길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올해 기념 사업으로 펴내는 포토 에세이집 ‘때론 조연이 더 빛난다’와 함께 사진집 ‘흔적 17’도 12월 중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2024-10-22

뉴욕 도시 속 수도승이 알려주는 ‘좁고 깊게 사는 법’

모든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지 않는가? SNS에서 잠깐만 멀어져도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는가? 나만 모르는 일이 세상에서 자꾸 일어나는 것 같지 않은가? 인터넷으로 세계가 좁아지면서 오히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많아지고 넓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휩쓸려서 사는 것이 내 삶일까? 정신없이 휘둘려 사는 게 행복한 삶일까? 하와이의 힌두교 수도원에서 10년 동안 수행을 한 뒤, 뉴욕으로 나와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알리고 있는 도시 속 수도승 단다파니는 그 답으로 좁고 깊게 사는 삶을 제시한다. 그는 ‘좁고 깊게 사는 법에 관하여’(위즈덤하우스)에서 우리가 왜 좁고 깊은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렇게 살기 위한 도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또 그 도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1200만 조회수 유튜브의 주인공이자 650만 회 조회수 TEDx 강연의 유명인인 저자 단다파니는 이런 시대일수록 정말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좁고 깊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단다파니는 힌두교 사원에서 수행한 뒤, 뉴욕으로 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적인 삶에 대한 가르침을 전파하는 도시 속 수도승이다.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과 인식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좁고 깊은 삶에 대해 이해하고, ‘집중’과 ‘의지’라는 도구를 사용해 좁고 깊은 삶에 도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꼭 좁고 깊게 살아야 하는가?’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반드시 좁고 깊게 살아야 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좁고 깊게 사는 것은 선택이며,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삶을 원하거나 원하지 않을 선택권이 있다. 다만 좁고 깊게 사는 것은 당신이 더 보람된 삶을 살도록 돕는다. 좁고 깊은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 혹은 무엇에 몰두하든지 주변의 필요 없는 것을 버리고 그 대상에 온전한 관심을 쏟는 삶이다. …선택한 모든 경험에 완전히 몰두하며 진정으로 보람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본문 20~21쪽)”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는 자신이 심한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삶의 기초가 흔들린다고 생각될 때는 우선 잠자리부터 정돈해보세요”라고 조언을 해준 사람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좁고 깊게 사는 법에 관하여’의 저자 단다파니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이 책에 좁고 깊은 삶을 살기 위한 도구인 의지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잠자리 정돈을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매일 아침 잠자리 정돈을 하는 리추얼은 자신의 마음과 몸, 감정에게 의지력을 행사해 주도권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 단다파니는 2000년 이상의 세월에 걸쳐 계보를 따라 전해져 온 영적 가르침의 핵심이자 힌두교 형이상학의 중심축을 소개한다. 그것은 ‘마음’과 ‘인식’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마음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순수한 인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게 되면, 마음속 어느 영역에 머물지도 언제든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식은 집중된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인식을 집중시키는 것은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과 같다. 에너지가 흩어지면 인식도 흩어진다”라고 말한다. 인식과 에너지는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집중력과 의지력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이 책을 통해 배워보자. 그러면 당신도 당신이 원하는 것을 향한 좁고 깊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2024-10-17

매력인이 되고 싶다면 이렇게 30가지 성공비법 꼼꼼히 압축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중에는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흐뭇하다. 반대로 어떤 이는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고, 때로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왜 어떤 이들은 다시 만나고 싶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정확하게 그 이유를 알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저분이 매력적이구나’라는 그런 마음 자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끌리는 사람들에겐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 최근 출간된 신간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예미) 저자인 박기수 한성대 사회안전학과 특임교수는 그런 사람들의 매력과 끌림에 대해 오랜 기간 주목했다. 저자는 기자, 공무원, 교수로서 30년간 각계각층의 많은 이들을 만나 관찰하면서 이들의 삶에 대한 자세와 성공 내용을 메모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매력의 관점에서 30가지로 책에 꼼꼼히 압축해 놓았다. 예컨대, 왜 겸손, 경청, 첫인상이 우리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지, 실제로 그게 우리에게 어떤 매력을 선사하는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학문적 연구 결과물과 함께, 어떻게 실천하면 될지를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책은 유머, 칭찬, 경청, 메모하는 습관, 겸손한 태도 등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언뜻 보면 사소하나, 결과적으로는 중요한 30가지 요소를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얼핏 보면 한 번쯤 들어봤을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구체적으로 개별 매력 포인트가 우리 인생에 가져다줄 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각계각층 수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의 삶의 자세와 성공 내용을 메모하고 분석해 이 책을 집필했다. 사회생활 30년의 기록과 노하우가 한 권의 책에 담긴 셈이다. 보다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향기, 매력,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더라는 것이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이었다. 밝은 인사, 당당한 눈맞춤, 온화한 표정, 적절한 사과, 유머, 공감, 칭찬 등이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17

나라와 언어를 이어주는 세계의 축약본 ‘서점’

(신간 ‘서점: 세계를 이해하는 완벽한 장소’(이봄)는 문화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카리온이 전 세계 크고 작은 서점을 직접 발로 누비며 문화사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전 세계의 독보적인 서점이 종횡으로 경계 없이 펼쳐진다. 아테네에서 뉴욕까지, 파리에서 카라카스까지 세상의 모든 책이 거기 꽂혀 있고, 시대의 사상가와 예술가는 서점에 모여들었다. 전 세계 서점 순례기이자 회고록, 비평이자 문학인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서점이 인류 문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그곳들을 거쳐 간 지성의 탐험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포르투의 렐루 앤드 이르망 서점은 신고딕과 아르데코 양식이 섞인 건물이다. 영화 ‘해리포터’의 무대로 유명하다. 서점에는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평가한 작가 엔리케 빌라 마타스의 헌정 글이 걸려 있다. 파리의 서점 수백 곳 가운데 저자는 콩파니, 레큄 데 파주, 라 윈 세 곳을 최고의 서점으로 꼽았다. 라 윈 서점 비상구에는 바닥에 앉은 뒤라스의 모습이 그라피티로 그려져 있었고, 그림 왼쪽에는 그녀가 말한 유명한 구절이 쓰여 있었다. “한 단어를 한 구절의 아름다운 연인으로 만들라.”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조이스 등 세계의 문인이 찾은 살롱으로, 파리를 찾는 이라면 누구나 꼭 방문해 보고 싶어 하는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이기도 하다. 그는 파리에서 미군을 상대로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같은 금서를 팔았다. 영업 첫날부터 서점에 침대, 음식을 데울 휴대용 스토브, 책을 사지 못하는 이들이 빌려서 볼 수 있는 도서관을 마련했다. 휘트먼은 모르는 사람들과 내내 함께 살면서 사생활을 희생했다. 60년 동안 그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약 10만 명에 달한다. 문턱 중 하나에 이곳을 지배하는 모토가 적혀 있다. ‘모르는 이들에게 친절하라. 변장한 천사들일지도 모르니.’ 청록색 화려한 외관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가게 목록에 속하는 명성을 지닌 베이징의 서점 더 북웜은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비롯해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반체제 도서나 금서로 분류되던 책을 고객 앞에 선보이고 있다. 고어 비달 같은 북아메리카의 작가들이나 폴 모랑 같은 유럽 지식인들, 아민 말루프 같은 아랍의 지식인들이 탕헤르를 방문할 때마다 어김없이 여행의 종착지로 삼는 콜론 서점도 있다. 콜론 서점은 반프랑코주의 저항의 참호가 되어 출판을 고취하고 망명자들을 불러모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도그 이어드 북스는 예술과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단연 흥미로운 서점이다. ‘도그 이어(Dog Ear)’란 접은 책 모퉁이를 가리키는 말인데, 모양이 마치 개의 접힌 귀 같아서 그렇게 부른다. 이 서점에 진열된 책에는 책마다 손글씨로 쓴 코멘트가 달려 있다. 도그 이어드 북스는 1992년부터 미션 디스트릭트 주민들과 진정한 공감의 기류를 형성해왔다. 1930년대 뉴욕에서는 고담 북마트가 공고히 자리 잡아,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 소개를 전문화하고 각종 문학 강연과 축제를 조직해, 유럽에서 망명한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1950년대에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라이츠 서점은 당대를 가장 잘 드러낸 일련의 책들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도서를 소개하고 낭송회를 열었다. 1960년대 맨해튼의 더 팩토리는 앤디 워홀이 이끄는 영화 스튜디오, 미술 작업실, 마약 축제의 본거지로 유명했으며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에는 나이트클럽 스튜디오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세계의 서점은 지금도 각자의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해가고 있다. 주문형 인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점들, 커피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내놓거나, 시음 강좌를 여는 훌륭한 와인 가게처럼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작은 서점들도 있다. 청소업체에 맡기지 않고 서점 운영자가 직접 일일이 책의 먼지를 터는 서점들도 있는데 이는 희귀본, 소수 판본, 수공예본, 유행이 지난 서적 한 권 한 권의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17

대구가톨릭대 이권효 교수, '대학생의 탁월함' 출간

대구가톨릭대 프란치스코칼리지 이권효 교수가 도서 「대학생의 탁월함」을 출간했다. 사진 이 책은 저자가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대학생이 탁월함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을 성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탁월한 잠재력이 있으므로 교수와 학생이 친밀하게 공부하면 탁월한 대학생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감을 보여준다. 인터넷에는 거의 모든 분야의 자료와 정보, 데이터가 넘치고 인공지능(AI)이 콘텐츠를 만드는 현실에서 대학생은 대학 교육에 기대감이 낮을 수 있지만, 저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대학과 대학생의 방향과 역할을 제시한다.  최근 학생 감소 때문에 대학의 생존 위기와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저자는 동양의 대학 전통을 심층적으로 고찰하면서 대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이와 함께 대학생에게는 삶의 탁월한 차원을 추구하는 노력을 할 때 진정한 대학생이 된다는 과제를 요청한다. 여기서 ‘탁월’은 그물에 갇힌 새가 빠져나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과 같은 의미로 설명된다.  탁월한 대학생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저자는 △친밀감과 창의성 △압솔리지와 압솔리지 디톡스 △기업가 정신과 발돋움 △좋은 인상과 취업 능력 △프레젠테이션과 소통을 제시한다. 그는 기자로서의 경험(현실감각)과 동양 철학자로서의 깊이를 조화롭게 융합한 새로운 시각으로 대학생에게 다가가고 있다. 저자는 학생들이 자주 활용하는 온라인 강의 지원시스템(LMS)을 통해 매주 편지 형식으로 학습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일상의 깊이,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 표현력, 논어의 핵심, 뉴스 공식, 자기 고용, 대인 얼굴, 새로운 상황, 일상 언행, 삶의 캠퍼스, 관점(프레임), 자기 자신과 좋은 관계 등 38가지 주제 글이 수록되어 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10-15

만화로 풀어낸 사랑·생명·행복…

중도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명상으로 극복하며 테라코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용호(58·포항시) 작가가 최근 만화에세이 ‘놀면서 알게 된 것들’(도서출판 득수)을 출간했다.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입주작가인 허 작가는 평소 테라코타와 디지털 그림, 카툰, 일러스트, 동화 등 자유롭게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팬데믹 등에 많은 관심을 쏟으며 인간과 환경, 노동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놀면서 알게 된 것들’은 ‘사랑은 핸드메이드다’외 12개의 챕터로 분류돼 사랑, 생명, 권리, 자유, 시간, 놀이, 행복, 존중 등 허용호 작가가 바라보거나 마주친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를 만화 형식으로 풀어냈다. 20대 초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척수장애인이 된 허용호 작가에게 만화 그리기는 삶의 기록이고 반성이며 위로였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만화에세이에는 그가 만난 어린 소녀, 길고양이가 등장하고 그가 늘 고민하는 시간, 마음, 환경에 대한 가치가 담겨있다. ‘놀면서 알게 된 것들’ 그렇기에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세상은 누구에게도 녹록지 않고 삶은 누구에게나 아픔과 행복을 고루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허용호 작가는 “제 글에서 평범하지 않은 생각이 더러 있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그런 저의 생각들을 다르다고 내치기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독자들이 인지하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희식 생태 영성가는 “‘놀면서 알게 된 것들’은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는 마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거울을 보는 듯 자기의 얼굴을 마주하며 열린 세상과 아름답게 조우하게 될 것”이라며 “첫 장을 넘긴 사람은 만화책 보는 재미에 폭 빠져 끝까지 보지 않고는 책을 덮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부터 20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 책 속의 만화를 기반으로 한 허용호 작가의 개인전과 17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북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허용호 작가는 동화 ‘비밀이 사는 아파트’로 ‘2018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됐다. 2019년 두 번째 그림 동화책 ‘정윤아, 놀자’를 출간했다. 2022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테라코타 작품 등을 선보이는 개인전 ‘우리, 잘 살고 있는 걸까?’를 가졌으며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삶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약했다. /윤희정기자

2024-10-07

‘하나의 러시아’ 역사의 귀환

발발 2년을 훌쩍 넘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교량을 폭파해 보급선을 끊는가 하면, 드론을 띄워 군사시설을 요격하는 등 재래전과 첨단전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면서 앞날은 안갯속의 혼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역사학자인 세르히 플로히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펴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글항아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반을 전문가적 식견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를 전면전의 전날인 2022년 2월 23일 빈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예감하며 쓴다. 24일 아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시작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는 정장 차림부터 했다. 전쟁의 한가운데인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 그는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의 강점은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그 셋이 과거-현재-미래라는 관점에서 두드러진다. 첫째, 저자는 현재의 사태를 역사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과거’의 연대기를 서술한다. 러시아는 키이우 기원 신화에 뿌리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떨어질 수 없는 하나’로 여기는데, 이는 1462~1505년 이반 3세의 통치에서 기원한다.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사상 그리고 이를 이어받은 푸틴의 머릿속 지도도 모두 여기서 나왔다. 제국주의 권력을 향한 투쟁의 맥락에서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알려면 20세기에 우크라이나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얼마나 빠르게 벗어났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이 책은 ‘현재’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묘사한다. 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푸틴의 핵 위협을 분석해 패턴을 찾는 것이다. 셋째, 국제관계를 사회과학적으로 고찰해 ‘미래’의 지정학적 재편을 그려낸다. 핵 정치와 군사 등 안보 정치 분야에서 뛰어난 저자이기에 신뢰할 만한 분석이다. 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결속력이 더 단단해졌고, 러시아는 중국 옆에 붙어 조연으로서 존재의 빛을 꺼뜨리고 있다. 한편 사태의 향방을 좌우할 가장 강력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되지 않았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최초로 이뤄진 영토 합병)과 돈바스 국지전에서 이미 싹은 텄고, 이후 8년간 하이브리드 전쟁이 지속됐다. 전쟁은 언제나 불확실성에 관한 것이므로 현재진행형인 이 전쟁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현대 러시아 민주주의의 실패’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의 확립’이 부딪치며 일으킨 갈등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을 우크라이나의 독립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 책의 전반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역사를 짚는다. 부제가 ‘역사의 귀환’이듯 러시아가 수백 년 동안 구축해온 ‘하나의 러시아’에 대한 신화를 분석해야 그 제국주의적 집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지상전으로 이어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푸틴의 왜곡된 역사의식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졌는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푸틴은 “키이우는 러시아 도시의 어머니다. 우리는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이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도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전면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 및 우크라이나 군대와 시민들의 대응에 대해 저자는 탁월한 전문가의 감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군사행동과 외교 정책, 전쟁의 전략 전술을 오가는 해석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이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 또한 놓치지 않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03

임신·육아·커리어 사이서 줄타기 하는 ‘맞벌이 부부’ ‘공존’ 희망 메시지 전하다

이탈리아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파올로 조르다노의 신작 장편소설 ‘증명하는 사랑’(문학동네)이 출간됐다. ‘증명하는 사랑’은 국내에 소개되는 조르다노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규정할 수 없는 미묘한 관계를 우아하고 섬세하게 다뤄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전 세계 15개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두 남녀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소수의 고독’에 이어, 조르다노는 다시 한번 사랑의 의미에 천착하며 완전한 타인을 사랑하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증명하는 사랑’에서 조르다노는 특히 현대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해 공감을 보탠다. 맞벌이 부부가 임신, 육아, 커리어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가족 공동체를 꾸려가는 젊은 부부가 겪는 균열과 갈등,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우리의 일상을 핍진하게 그리면서도 공존의 가능성을 제안하며 우리에게 구체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증명하는 사랑’은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인 ‘나’와 노라의 사랑 역사를 그린다. 대학 시절,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은 연극 동아리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부부가 된다. 그러나 어린 아들 에마누엘레가 생기며 세 가족이 되자 부부는 위기를 겪는다. 지도교수에게 착취당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좀처럼 임용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해외에서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아내 ‘노라’는 이민에 부정적이다. 게다가 어린 아들 에마누엘레를 키우는 것도 버거워 일과 가정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에마누엘레는 또래보다 발달이 늦어 유치원에서 늘 주눅 들어 있고, ‘나’는 인내심 있게 아들을 가르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엉망인 것만 같은 이 가족에게 이웃 A 아주머니가 구원처럼 나타난다. A 아주머니가 가사도우미이자 보모 역할을 맡아주자 세 사람에게 안정이 찾아오고 이내 삶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가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세 사람 사이에는 다시 균열이 생겨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10-03

자연으로 돌아간 삶… ‘소확행’의 순간들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 후 수필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장은재(70·사진) 전 청송부군수가 전원생활을 통해 느낀 다양한 경험을 담은 수필집 ‘푸르름의 자유’(부크크)를 펴냈다. 장 전 부군수는 14년째 경북 영덕군 창수면에서 자신이 지은 전원주택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전원생활 속 소확행의 체험들을 소개하는 수필집을 잇달아 펴내고 있다. 장 전 부군수는 다섯 번째 전원생활 수필집인 이 책에서 “세상의 변화는 자연의 흐름처럼 끊임없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때로는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푸르름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엮은 이 수필집은 그런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담고자 했다. 푸른 솔처럼 늘 푸르게, 그리고 푸른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을 관련 짧은 시와 함께 담은 글들”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그가 시골 전원생활을 하면서 즐거움과 기쁨, 보람 등 소소한 일상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글로 표현했다. 이 수필집에 담긴 글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푸르름과 자유’다. 글마다 자연 속에서 얻은 깨달음과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자연으로 들어가 그 푸르름과 자유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푸름은 강인함과 인내의 상징입니다. 푸르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 푸르름 속에서 우리는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 새처럼 우리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산과 하늘의 조화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균형과 조화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한편, 장은재 전 청송부군수는 이학박사로 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저서로는 ‘경북 명산과 문화유산 체험’, ‘노거수 생태와 문화’, ‘노거수 물음에 답하다’ 등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9-24

“고전을 통해 오늘을 성찰한다”

‘고전을 통해 지금 여기, 현재의 삶을 성찰하다.’ 오랫동안 교양서 집필을 통해 고전문학의 대중화에 힘써 온 이강엽사진 대구교육대학교 교수가 ‘그리움의 그리움’(역락출판사)을 출간했다. ‘이강엽의 고전 나들이’라는 제목으로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이 책에는 70여 편의 고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게 여겨질 수도 있는 고전을 오늘의 무대로 불러내어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 이강엽 교수는 이 책에서 “훌륭한 삶이 어떠한 것인지 여전히 모를 일이다. 성현이나 위인을 따라 하면 될 것도 같지만, 역량과 기질이 다르고 시대가 다른 바에야 언감생심이다. 다 떠나서 그런 분들은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은 까닭에 구체적인 순간마다 삶의 지침이 되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을 찾아 교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타개책일 수 있겠다. 강희안은 꽃을 기르면서 ‘기이하고 고아한 것을 취하여 스승으로 삼고, 맑고 깨끗한 것은 벗을 삼고, 번화한 것은 손님을 삼았다’(養花小錄)고 했다. 고전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 오늘을 성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강엽 교수는 저자의 말에서 “평소 마음속으로 외는 ‘책은 작은 세상, 세상은 큰 책’이라는 구호가, 이 책에 언급된 많은 고전 속에서 살아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책은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지금 여기에서 산 서생과 죽은 정승 △손을 맞잡고 좋은 부모, 좋은 자식 △갈림길에 서서 △사람의 향기와 품격 △한 걸음 더 ‘글로벌(Global)’ △세상에 드리운 그늘 등 7개 장으로 구성됐다. 이강엽 교수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해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소설 및 설화문학 등 옛이야기 문학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글을 써오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토의문학의 전통과 우리 소설’, ‘신화 전통과 우리 소설’, ‘강의실 밖 고전여행’, ‘살면서 한번은 논어’,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등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9-19

‘한국형 예술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예술경영의 착시현상’ 출간

예술행정과 예술경영의 미래를 담은 도서 ‘한국형 예술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예술경영의 착시현상’이 대구 학이사에서 출간됐다. 20년 이상 공공 문화공간 예술행정 현장에서 실무 및 관리자로 일한 저자가 깊은 이해와 분석으로 예술경영과 예술행정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주요 도시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경제 논리에 근거한 운영 컨설팅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경영과 예술행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 여상법은 영남대 음악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하였으며, 중앙대와 경희대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년 이상 공공 문화공간 예술행정 현장에서의 실무 및 관리자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주요 도시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부가적 경제 논리에 근거한 운영 컨설팅을 수행했다. 예술과 행정의 고른 경험에 기반, 정부 지원 정책에 의한 예술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발전과 예술을 어떻게 유효하게 연결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서 예술경영학 강의를 진행하면서 콘텐츠 개발과 예술시장 분석을 위한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9-03

새 책 펴낸 신평 “행복 안내서 됐으면”

‘시골살이 두런두런’ 책 표지. “그립다고 미친 듯 보고 싶다고/꼭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어라/….바다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그리움 가슴에 넣어 한없이 삭이듯/무심한 그리움이 더 아름다워라….” - 신평 시 ‘그리움’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68·사진) 변호사가 자신의 수십 년 시골살이를 담담하게 시와 산문으로 엮은 책 ‘시골살이 두런두런’(도서출판 새빛)을 펴내 화제다. 시만으로 치면 저자의 네 번째 시집이기도 한 ‘시골살이 두런두런’은 조금은 독특한 책이다. 한 편의 시에, 한 편의 산문이 달린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신 변호사의 시와 산문은 어렵지 않은 어구와 단정하고 정갈한 수사, 그리고 풍부한 여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맑은 지성과 학자적 고고함을 따스하게 표현한다. 책에 실린 시와 산문들에는 시골살이의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에 기반한 의식이 내장돼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신 변호사는 끈질기게 의문을 던진다. 신 변호사는 하늘과 구름과 별,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여린 풀길, 잠자리, 나비가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그 해답을 찾자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며 올곧게 살아온 시간, 경륜에서 나온 현실적이며 사실적인 서정이다. 그런 명징한 서정이기에 올곧고 힘이 세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글을 통해 아직 창창한 날들을 가진 이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남겨진, 훌륭한 삶을 향한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길 바란다. 신평 변호사는 “이번 책을 통해 많은 분이 잔잔한 물가에 앉아 눈물 속에 떠오르는 행복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행복의 길로 향하는 지침서 혹은 안내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새빛 측은 “저자의 냉철한 혜안과 깊은 경륜이 세상을 향한 따스함과 더해져 우리의 삶에서 때때로 받게 되는 무자비한 할퀸 상처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평 변호사 신평 변호사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 인천, 대구, 경주의 법원에서 판사를 역임했다. 미국의 클리블랜드 주립대학, 중국의 런민(人民)대학 및 쩡파(政法)대학, 일본의 히토쯔바시(一橋)대학에서 연구 생활을 했으며,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외국재판관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경북대 로스쿨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한국교육법학회장, 앰네스티 법률가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헌법학자들을 규합해 아시아헌법포럼(The Asia Costitution Forum)을 창설했다. 시와 수필 두 부문에서 문단에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시집으로 ‘산방에서’, ‘들판에 누워’, ‘작은 길’ 세 권을 출간했으며, 일송정문학상을 수상했다. ‘경주의 농사짓는 변호사’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10여 년간 판사로 일하다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는 기고문을 잡지에 냈다는 이유로 헌법사상 처음으로 법관재임명에서 탈락(1993년)한 뒤 경주로 이사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현재 공익사단법인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