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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바라본 현대 국가와 정치 권력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9-11 17:27 게재일 2025-09-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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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
아날로그 펴냄·데이비드 런시먼 지음·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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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펴냄,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인문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 데이비드 런시먼의 신간 ‘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들’(아날로그)은 홉스에서 후쿠야마까지 12명의 사상가를 통해 국가, 권력, 정치를 재해석한다. 이 책은 고전적 저작을 단순히 해설하는 대신, 현재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사상 주요 사상가들의 통찰을 불러내어 오늘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경험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현대적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정치사상사의 핵심 저작 중,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품 12편을 선정해 현대 정치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와 그들의 사상을 국가, 권력, 정치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와 연결해 체계적으로 탐구한다. 

내용은 홉스-국가관, 울스턴크래프트-성정치학, 콩스탕-자유, 토크빌-민주주의, 마르크스·엥겔스-혁명, 간디-자치, 베버-리더십, 하이에크-시장, 아렌트-행동, 파농-폭력, 맥키넌-성적 억압, 후쿠야마-역사의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1장에서 다루는 ‘홉스와 국가관’이다. 성경 속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을 절대 권력을 지닌 주권자로 비유한 홉스의 사상은 현대 국가의 근간을 설명한다. 런시먼은 “정부가 국민 덕분에 권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국민이 정부의 지배를 받는다”는 현대적 개념의 기원을 추적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대적 권위가 필요하지만, 그 권력이 평화를 위협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강조하며, “우리를 정치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정치 자체이며, 이는 우리가 결코 정치에서 구원받지 못함을 의미한다”(57쪽)고 역설한다.

2장 ‘울스턴크래프트와 성 정치학’에서 다루는 ‘여성의 권리 옹호’(1792)와 11장 ‘맥키넌과 성적 억압’에서 다루는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1989) 사이에는 200여 년의 시간이 존재한다. 18세기 영국의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여성의 이성적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남성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만큼 허무맹랑하다”(73쪽)며 교육권과 시민 참여를 주장했다. 200년 뒤 맥키넌은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에서 국가와 법이 남성 권력을 재생산하며 여성 억압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한다. 런시먼은 두 저작이 던지는 문제의식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 외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을 통해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다운 삶은 가능한가?”를 묻고, 간디는 ‘힌두 스와라지’에서 “진정한 독립과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베버는 1919년 독일 패전 직후 베를린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을 정리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진정한 정치가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해 신념과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가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답한다. 1958년에 이미 기계 기술 시대에 축소되는 인간과 기계가 지배하게 될 세상을 경고한 ‘인간의 조건’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문구에 갇혀 있던 해나 아렌트의 새로운 정치철학적 시각을 보여준다.

런시먼은 고전 사상가의 사유를 단순히 복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팬데믹이 드러낸 국가의 이중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국가가 잘 작동한다면 우리는 정치를 잊게 되지만, 그러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홉스의 역설처럼,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현대 정치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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