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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최후 승자는 결국 달러”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8-29 10:23 게재일 2025-08-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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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략국제문제硏 폴 블루스타인
‘단기 약세’ 보여도 ‘장기 강세’ 수렴
패권 반복되는 사이클 집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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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 펴냄, 폴 블루스타인 지음, 경제


 

 

 

 

 

 

 

 

현재 세계 경제는 강달러 복귀, 브릭스 탈달러화, 비트코인 신고가, 트럼프 행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지원, 중국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등 복합적 요인이 혼재된 ‘통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 패권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출간된 신간 ‘킹 달러’(인플루엔셜)는 달러가 100년간 구축한 글로벌 경제 지배력의 비밀을 파헤치며, 암호화폐와 CBDC의 부상 속에서도 달러가 여전히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40여 년간 경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 동향 분석을 담당하는 저자 폴 블루스타인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독보적인 위상과 지배력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를 고찰한다.
 

세계 경제와 정세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선으로 달러 패권의 전모를 비춘다. 달러 패권을 지탱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위안화와 엔, 유로의 탈달러화 시도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CBDC는 달러의 대항마인가, 시녀인가? 달러는 세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책은 통화 질서의 핵심을 찌르는 이 물음들에 답을 찾아가며, ‘단기 약세’를 띠더라도, ‘장기 강세’로 수렴하는 달러 패권의 반복되는 사이클을 밝혀낸다.

저자는 백악관·연준·월가 내부를 관찰하며 달러의 독보적 지위를 뒷받침하는 세 가지 축-CHIPS(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 페트로달러 협약, 연준의 유동성 관리-을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CHIPS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 간의 달러 거래를 중개하는데, 신용카드를 활용한 일상적인 결제부터 다국적기업 간의 대규모 송금까지 모두 이곳에서 처리된다. 오늘날 달러로 이뤄지는 국제 거래의 90퍼센트 이상이 이곳을 거치는 만큼, CHIPS는 달러 패권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페트로달러’를 달러 패권의 또 다른 축으로 꼽는다. 세계 경제가 오일쇼크의 충격으로 휘청이던 1970년대 중반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모종의 거래를 진행해, 정권을 항구적으로 보장해주는 대가로, 석유는 달러로만 거래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거래로 더 많은 나라가 더 많은 달러를 쓸 수밖에 없게 됐으니, 이로써 달러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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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블루스타인의 신간 ‘킹 달러’는 CHIPS(청산은행간결제시스템), 페트로달러 협약, 연준의 유동성 관리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달러 패권이 지속될 것이며, 유로·위안화의 구조적 약점과 암호화폐의 한계로 인해 달러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진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 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모습.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제공  

달러 패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연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우며 달러의 가치를 지켜내는 기관이었다. 2007~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무너지고, 각국의 대형 은행들이 흔들리자, ‘최종 대부자’ 역할을 떠맡으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에서조차 달러는 생명줄이 돼준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달러는 현재 전 세계 외화보유고의 60%, 국제 무역의 90%를 차지하며, 금융위기 시에도 안정적인 유동성을 제공한다. 이는 CHIPS라는 민간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해졌다. CHIPS는 매일 4조 달러 규모의 국제 거래를 처리하며, 달러의 글로벌 유통망을 완성시켰다.
 

책은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기축 통화로서 잠재력을 주목받았던 다른 화폐나, 기존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암호 자산인 스테이블 코인, CBDC 등이 저마다의 이유로 달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유럽 내 무역이 유로화로 처리되는 것과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최근 수년간 국제 무역 대금의 75% 이상은 달러로 청구됐다. 특히 서반구 국가들의 거래에서는 달러를 주고받는 비율이 96%에 달했다. 
 

유로는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서 보듯, 유로존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오히려 달러 의존도가 심화됐다. 위안화는 중국의 법치 약화와 권위주의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엔화는 국경 간 이동 제한으로 국제적 역할이 축소됐다.
 

반면, 암호화폐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 제한으로 경기 탄력성을 상실하기 쉽고, 스테이블코인은 ‘디페깅(depegging·가치유치실패)’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USDT와 USDC는 2022~2023년에만 각각 700회 이상의 가치 붕괴를 겪었다. 저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미국 국채 수요 확대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킹 달러’는 달러 패권이 단순한 경제적 우위가 아닌 정치·역사·기술적 복합체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달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접어두는 것이 좋다고 단언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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