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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하는 팬이 시장을 흔들고 판을 바꾼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8-12 17:49 게재일 2025-08-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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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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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수스 펴냄, 한정훈 지음, 인문

최근 출간된 신간 ‘슈퍼팬의 시대’(페가수스)는 디지털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결합으로 탄생한 ‘슈퍼팬’이 콘텐츠와 브랜드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심층 분석한 책이다. 슈퍼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나 콘텐츠와 최소 5개 이상의 접점(앨범 구매, 굿즈 수집, 콘서트 관람, SNS 소통, 뉴스레터 구독 등)을 유지하며 재정적·정서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집단이다. 

엔터테크 분야 전문 뉴스미디어 & 스튜디오 ‘K-엔터테크허브’의 대표인 한정훈 저자는 BTS의 위버스부터 디즈니, 나이키, ‘오징어 게임’까지 실제 사례를 통해 슈퍼팬이 단순한 팬덤을 넘어 경제적·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몰입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위기 시에도 충성도 높은 지지를 보낸다.

‘슈퍼팬의 시대’는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소수의 열렬한 팬이 끝까지 밀어주는 콘텐츠가 더 오래 간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전 국민이 잠깐 즐기는 콘텐츠보다 특정 팬층이 반복 소비하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슈퍼팬의 등장은 VR·AR·MR,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이 엔터테인먼트와 융합된 ‘엔터테크’ 환경과 맞물려 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 완성도보다 사용자 반응을 실시간 분석해 노출 순위를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 승자는 한 번 보는 다수가 아닌 반복 시청하는 소수, 즉 슈퍼팬이다. 디즈니의 마블 유니버스가 팬들의 열광적 참여로 확장된 것처럼, 기술적 몰입도가 높은 콘텐츠는 슈퍼팬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된다.

책은 디즈니, 메타, 하이브, SM 등 글로벌 기업이 슈퍼팬을 전략의 중심에 두는 방식을 조명한다.
BTS와 위버스는 팬과의 직접 소통 플랫폼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나이키 앱과 러닝 커뮤니티는 팬 경험을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한다. ‘오징어 게임’은 출연진의 패션 아이템부터 OST까지 팬들이 자발적으로 2차 창작물을 생성하며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한다. 

특히 ‘슈퍼팬 이코노미’ 개념이 주목받는다. 불황에도 슈퍼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이는 브랜드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 시즌1 공개 후 반스 슬립온 운동화 판매량은 8000% 급증했고, 시즌2 삽입곡은 10억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화적 파급력을 입증했다.

저자는 “슈퍼팬은 단순한 팬덤이 아닌,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시대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열정은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는다. ‘슈퍼팬의 시대’는 이제 모든 산업이 팬 중심의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임을 경고하며, ‘누가 반복해서 보는가’가 미래의 핵심 질문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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