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등에서 고위직 관료로 오랜 공직생활을 지낸 신경섭(61) 시인이 첫 시집 ‘생각의 풍경’(문학공간)을 출간했다.
신 시인은 고령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남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 대구시 수성구 부구청장, 대구시 녹색환경국장, 일자리경제본부장, 대구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대구문학’으로 등단해, 시인시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로도 활약 중이다.
평소 시적 감수성과 열정을 숨기지 못했던 그는 틈틈이 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이번 시집에는 대표시 ‘그림자’를 비롯해 총 90여 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해설을 맡은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는 “신경섭 시인의 시선은 중심부가 아닌 변두리, 모서리, 가장자리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지닌다. 공직 생활로 중심부에 머물렀던 그의 문학적 시선은 오히려 주변부의 순수함을 포착한다”며 “‘생각의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사물 자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되, 시인으로서의 강한 주체 의식을 견지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사회적 고통의 원인인 고정관념과 집착을 시로써 해소하려는 의지가 작품 곳곳에 스며 있으며, 시를 통해 추구하는 평온과 자유는 이미 우리 내면에 존재함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의 시에는 화려한 공직 경력과 달리 낮은 곳과 소외된 것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진다.
신 시인은 “긴 공직 생활을 마친 지금에서야 비로소 삶의 희로애락을 시로 풀어낼 수 있었다. 시는 시간을 초월해 영원히 남을 것이며, 시 속에서라면 역류하는 강물처럼 과거와 마주할 수 있음을 믿는다”고 전했다.
“마음 깊이 흐르는 강/ 풀어 놓으면 어디로 갈까?/한 때 실픔이 파고 든 곳./멈춤이 곧 기쁨이었던 곳./세월의 숲에서 무수히 뿌려진 마음 파편들./불멸의 강가에 서서/꽃잎 하나 시에 실어 흘려보낸다./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역류의 물줄기 일어 다시 마주칠 수 있다면.” -신경섭 ‘그림자’ 전문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