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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싱클레어 목소리로 엮은 시·편지… ‘싱클레어 노트’ 출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07-24 18:57 게재일 2025-07-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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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펴냄, 헤르만 헤세 지음, 문학

세계 대전의 깊은 상흔으로 고통받던 사람들과 질풍노도의 계절을 사는 모든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눈부신 등불이 돼 준 ‘데미안’의 작가, 독일의 거장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청춘의 화신’ 에밀 싱클레어의 음성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 시, 편지 등을 엮은 ‘싱클레어 노트’가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됐다. 쏜살문고는 손바닥만 한 크기와 가벼운 분량으로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하게 만든 문고판이다. 

1918년 독일 제국의 항복으로 마침내 전대미문의 참혹한 전쟁(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정신적 파산 상태로 폐허 위에 남겨진 독일 청년들에게 영혼의 각성을 호소하고자, 헤르만 헤세는 ‘중견의 서정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동시대 청년’ 에밀 싱클레어로서 일련의 글을 집필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자면 단연  ‘데미안’이지만, 헤세는 싱클레어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가지고 여러 정치적이고 참여적인 글을 꾸준히 발표한다. 하지만 (독일의 패배로 끝난) 전쟁 직후에 반전과 평화를 강조하며, 독일인을 향해 과오를 반성하라고 촉구한 발언은 그 자체로 위험을 감수하고, 또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까닭에 ‘데미안’의 저자, 에밀 싱클레어의 정체는 한동안 베일에 휩싸여 있었고, 그의 이름으로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글들 역시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흩어져 버렸다.


마치 그러한 아쉬움을 해갈하듯, 한국헤세학회 회장을 지냈던 박광자 충남대 독문학과 명예교수가 각각의 작품을 엄선해 엮고 해설을 붙인 ‘싱클레어 노트’를 펴냈다. 이 책은 ‘데미안‘ 시기의 저자가 (독일 민족에 대한 자기 연민적 여론에 굴하지 않고) 과감한 논조로 기고한 시사적인 글들과 니체의 영향 아래 집필한 철학적 에세이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그리고 나치의 등장을 예견하고 세계 대전의 되풀이를 목도한 뒤 기록한 수필들, 1946년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채로운 산문들을 아우르고 있다. 


정치적 상황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던 헤르만 헤세가 긴박한 심정으로, 가장 열띠게 울부짖은 ‘싱클레어 노트’는 ‘데미안’과 ‘싯다르타’ 등 헤르만 헤세의 구도적(求道的) 문학 세계에 매료된 독자뿐 아니라, 전 세계적 불화와 갈등이 점차 고조돼 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뜻깊은 각성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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