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초격차’ 비결 기술보다는 ‘조직문화’ 혁신
앤드루 맥아피의 신간 ‘긱 웨이:초격차를 만드는 괴짜들의 마인드셋’(청림출판)은 세계적 혁신기업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술보다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부교수와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발명품은 조직문화”라며 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긱(Geek·괴짜)’ 문화의 핵심 가치를 조명한다.
맥아피가 정의한 ‘긱’은 호기심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데이터 기반의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해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한다.
플래닛랩스는 “우주선 비용이 왜 5억 달러인가?”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NASA의 1/1000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창업자)는 DVD 배송 시스템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을 주도하며 영화 산업을 재정의했다. 맥아피는 혁신 기업들이 과학,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문화를 구축했다고 강조한다.
구글은 디자인 결정 시 전문가 의견보다 A/B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을 우선시한다. 넷플릭스는 ‘컬처덱’을 통해 직원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아마존은 ‘워킹 백워드’ 방식으로 고객 니즈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개발한다.
허브스팟의 CEO 브라이언 핼리건은 신입사원의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열린 소통 문화를 정착시켰다. 플래닛랩스는 NASA의 1/1000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며 ‘빠른 반복’을 실현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보고 대신 토론을 통해 오류를 즉시 수정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문화가 활기를 띠는 기업들은 2000년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승승장구해왔다. 우리가 흔히 실리콘밸리 기업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바로 그 예다.
이 책은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혁신을 이룬 실리콘밸리의 긱들이 과학,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규범을 토대로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왔는지 보여준다. 긱 방식은 처음 접하면 이상해 보인다. 전문가, 계획과 절차 중시, 실수 걱정, ‘승리’ 집착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개념은 몬테소리 교습을 받은 아이가 자라서 창의적 사상가가 되는 이유부터 새로 산업에 진출한 이들이 어떻게 잇달아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현상이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라는 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네 가지 규범이 모두 기업에 자리를 잡을 때, 자유분방하고 빨리 움직이고 평등하고 증거 중심이고 토론을 장려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출현한다. 긱 방식이 왜 그렇게 잘 작동할까? 저자는 독창적인 답을 내놓는다. 그 방식이 인간의 초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집중적으로 협력하고 빨리 학습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잘못된 조건에서 적용한다면, 관료주의, 만성 지연, 침묵의 문화, 등 산업 시대의 전형적인 기능 이상들을 빚어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맥아피는 “긱 문화가 인간의 초능력인 협력적 학습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잘못된 조건에서는 관료주의와 침묵의 문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결국, 호기심→실험→학습→혁신의 사이클을 지속하는 조직만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