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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형 이모작 공동영농 전국으로 확산된다

경북도가 2023년부터 중점 추진한 경북도 농업 대전환 사업이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산된다. 농림축산부는 경북도에서 시작한 공동영농의 사업자 공모를 벌여 이에 응모한 전국 5개 지역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경북 경주시와 상주시, 강원도 황성군, 전남 영광군, 전북 김제시 등이다. 이들 지역은 국비 지원 등을 통해 앞으로 이모작 공동영농 사업을 벌이게 된다. 경북에서 시작한 공동영농사업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야심 찬 농업 대전환사업이다. 이 지사는 “농민은 왜 땅도 있고 일도 열심하는데 도시 근로자만큼 못 사는가”하는 물음에서 농업 대전환을 시작했다. 잘 사는 농촌을 캐치프레이즈로 걸어 경북도의 준비도 단단했다. 도는 첫 번째 시범 사업지로 문경 영순 들녘을 선정했다. 영순지역은 60세 이상 고령농이 대부분으로 활기를 잃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공동영농의 핵심은 영농은 법인이 맡고, 농민은 주주로 참여하는 것이다. 영농을 맡은 법인은 벼 대신 고소득 작물을 이모작으로 재배, 소득을 올린다. 발생한 소득은 배당 형태로 농민에게 지급한다. 이 지사의 관심과 열정으로 영순지구 사업은 첫 결실부터 성공했다. 쌀 생산 때보다 농업소득은 3배, 농가 소득은 2배가 많았다. 영순지구 사업이 성공하자 타 지역의 벤치마킹이 늘어났다. 경북도도 사업대상지를 14곳으로 확대했다. 2024년 경북 공동영농 사업이 드디어 정부 시책사업으로 채택된다. 경북도가 잘사는 농업을 목표로 뛴 이모작 공동영농이 대한민국 농업 정책의 중심에 섰다는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이모작 영농은 쌀 생산을 줄이고 곡물 자급률을 높이며 농가 소득까지 올릴 수 있으니 1석 3조의 기대효과가 있다. 게다가 농촌의 인력난, 고령화, 이상기후 문제에도 대응하는 장점이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에서 쏘아 올린 공동영농이 결실을 거둬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자부심을 피력했다. 정부가 인정한 경북 형 공동경영이 전국으로 퍼져가면서 제2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뒀으면 한다.

2025-12-11

피부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꾸어 주는 ‘동해 부인’

홍합서 분비되는 단백질 접착력 125㎏ 무게 들어 올릴 정도 강력 지금은 지중해 담치에 밀려 ‘귀물’ △ 토종홍합의 달큰한 맛이 일품인 홍합밥 울릉도 홍합밥이 인기 있는 것은 홍합 덕분이다. 울릉도 홍합밥에 들어가는 홍합은 요즘 흔한 지중해담치가 아니라 토종 홍합이다. 지중해담치보다 크고 살이 두텁고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진짜 우리 홍합이다. 지중해 담치는 토종이 아니라 외래종이다. 토종 홍합은 지역에 따라 합자, 합, 열합, 담치, 참담치, 담채, 섭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옛날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준다는 속설이 있어서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도 했다. 본래 우리 바다에는 토종 홍합들이 다수였는데 지금은 보기 드문 귀물이 되었다. 외국을 왕래하는 화물선의 밸러스트(Ballast)에 지중해 담치의 유생이 섞여 들어오면서 이제는 전 연안을 장악해버렸기 때문이다. 벨러스트란 배에 실은 화물의 양이 적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안전을 위해 배 바닥에 싣는 물(평형수)이나 돌 등의 중량물을 의미한다. 우리 바다에는 토종 홍합과 지중해담치 외에도 비단담치, 털담치 등 13종 내외의 홍합류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합은 조개 살이 붉은 빛이라 홍합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전해지지만 실상 암수에 따라 그 살 색이 다르다. 암홍합은 붉은색, 숫홍합은 흰색을 띤다. 암홍합이 맛이 더 뛰어나다. 홍합은 폴리페놀이라는 접착력 강한 단백질을 분비해 바위에 몸을 고정시켜 살면서 바닷물 속의 영양분을 걸러 먹는다. 홍합 하나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족사의 접착력은 무려 125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정도로 강하다. 울릉도 토종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이 거친 파도를 버티며 살아가게 만든다. 울릉도 홍합의 맛과 영양이 뛰어난 것은 그 강한 생명력 때문이 아닐까? 귀한 특식인 홍합밥 뿐만 아니라 울릉도에는 부족한 곡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 산나물이나 해초를 넣어서 지어먹던 구황 밥도 많았다. 개척 시기 울릉도 사람들의 목숨을 이어준 나물답게 명이로 지은 밥도 있었다. 명이 밥은 명이 줄기를 썰어서 보리나 조, 감자 등의 곡식과 섞어 지어먹던 울릉도의 구황 음식이다. 명이 줄기는 삶으면 찐득찐득 해지기 때문에 명이 밥은 먹기에 편치 않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명이 밥은 양을 늘려 주린 속을 채우려는 고육지책으로 해 먹던 밥이다. 따개비라고도 불리는 삿갓조개 속살이나 우려낸 국물을 이용해 따개비밥·죽·칼국수·무침 요리 △ 대형 바다 말로 만든 대황밥과 따개비 밥 대황은 울릉도 바다의 대표적인 대형 바다 말이다. 과거 울릉도 사람들은 대황을 넣은 대황밥으로 굶주림을 면했을 정도로 고마운 음식이다. 대황은 바다에서 베어 갯바위에 널어 말린 뒤 마르면 짊어지고 와서 장작불을 때서 삶았다. 삶은 대황의 줄기는 빼고 잎만 썰어서 보리나 감자, 옥수수를 섞어서 밥을 한 것이 대황 밥이다. 울릉도에는 따개비밥 있다. 하지만 따개비라 부르는 것은 실상 진짜 따개비가 아니다. 삿갓조개다. 따개비밥도 정확한 명칭은 삿갓조개 밥이라 해야 맞다. 진짜 따개비는 굴등이라고도 하는데 바닷가 암초나 말뚝, 배 밑 등에 붙어서 고착생활을 한다. 몸은 산(山)자 모양이며 딱딱한 석회질 껍데기로 덮여 있다. 삿갓조개(bernique)는 배말이라고도 하며 바닷가 바위에서 고둥과 함께 사는 삿갓 모양의 조개다. 따개비는 갑각류이고 삿갓조개는 연체동물문 복족강 삿갓조개류(Patello gastropoda)에 속하는 조개다. 둘이 전혀 다른 종이다. 따개비는 고착 생물이고 삿갓조개는 움직이며 산다는 점도 큰 차이다. 그런데 울릉도 사람들은 이 삿갓조개를 따개비라 부르며 따개비밥, 따개비칼국수, 따개비죽, 따개비무침 등 다양한 음식들으로 만들어 먹었다. 여기서는 울릉도 표현대로 삿갓조개를 따개비로 칭한다. 따개비는 속살이나 우려낸 국물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 채취해온 따개비는 깨끗이 씻고 껍질에 붙은 불순물을 제거한다. 따개비를 물에 넣고 껍질이 벌어질 정도로 삶는다. 속살은 건져낸 뒤 껍질만 남기고 물을 조금 더 넣어 다시 5시간 정도 푹 끓인다. 이렇게 끓인 따개비 물은 요리의 육수로 사용한다. 속살은 다양한 요리에 따라 활용한다. 따개비밥은 따개비 육수와 따개비 속살을 함께 넣고 지은 밥이다. 감자는 삶은 감자나 감자전이 대표적인 요리지만 감자 인절미, 감자 팥죽, 감자밥도 즐겨 먹던 울릉도 음식이다. 감자밥은 옥수수나, 보리 등 곡식에 감자를 넣고 해 먹었다. 이 또한 곡물이 부족한 울릉도에서 밥의 양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낸 음식이다. 옥수수 밥도 있었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다 보니 과거에는 옥수수도 귀한 곳이 울릉도였다. 그래서 옥수수밥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집에서나 해 먹던 밥이다. 옥수수를 갈아서 감자를 넣고 지었다. 식량이 귀한 울릉도에서는 잔치에도 음식으로 부조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웃집에 결혼식 같은 잔치가 있으면 돈이 아니라 옥수수와 콩나물, 두부 등으로 부조를 대신했다.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한 울릉도 이웃집에 결혼식 같은 잔치땐 옥수수·콩나물·두부로도 부조 △ 옥수수밥과 무밥으로 굶주림 면해 옥수수는 1500년경 폴란드인에 의해 중국에 전해졌고, 1700년대에 조선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1766년에 편찬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옥수수의 한자식 표현인 ‘옥촉서(玉蜀黍)’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옥수수밥은 ‘강냉이밥’이라고도 부르는데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옥수수 알갱이로 밥을 짓는 방법과 옥수수 가루로 짓는 방법이다. 옥수수 알갱이로 밥을 지을 때는 옥수수를 물에 불려두었다가 맷돌에 갈아 겉껍질을 벗긴 후 절구로 찧어 작은 알갱이로 만든 뒤 쌀밥과 동일하게 짓는다. 옥수수 가루 밥을 할 때는 삶은 팥, 밤, 감자 등을 함께 넣거나 불린 쌀을 조금 넣기도 한다. 솥에 감자나 콩을 먼저 넣고 끓인 후 그 위에 옥수수 가루를 넣고 끓이면서 뜸을 들여 밥을 짓는다. 옥수수를 저장할 때는 맷돌에 갈아서 ‘옥수수쌀’로 만들어 저장하기도 했다. 그래야 옥수수 밥을 해 먹기 편한 까닭이었다. 육지에서는 주로 봄철에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춘궁기 구황 음식을 먹었다. 초여름 보리가 나기 전까지 봄을 견뎌야 했기에 보릿고개란 말도 생겼다. 하지만 늘 음식이 부족했던 울릉도는 사시사철 구황 음식을 먹었다. 대표적인 구황 음식이 목숨을 이어가게 해 줬다는 명이밥, 대황밥, 무밥, 옥수수밥 등이다. 무밥은 보리, 옥수수 등에 무를 썰어 넣고 지은 밥이다.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무를 많이 넣으면 그나마 살림이 나은 집이라 했을 정도였다. 울릉도의 무밥은 무를 굵게 채 썰어 솥 밑에 깐 다음, 삶은 보리나 갈아서 물에 불린 옥수수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지었다.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무가 “오장의 나쁜 기운을 씻어 체기를 가라앉히고 속을 따뜻하게 하여 설사도 다스리는 고마운 약재”라 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무의 생즙은 소화를 촉진하며 매운 맛은 열을 내려 속을 가라앉히고 해독 작용으로 독성을 풀며 숙취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도 섣달그믐날 먹는 생무는 산삼과 같고, 이때 무를 먹으면 부스럼이 없어진다고 믿었다. 가난할 때 먹던 구황 음식이었지만 무밥은 음식인 동시에 약이었던 셈이다. 울릉도 사람들은 밥이 곧 약이 되는 식약동원의 시대를 살았다. 절대 궁핍을 건너 풍요의 시대에 도달 했으나 잊지 말고 전승해야 할 소중한 가치다. <끝>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2025-12-11

법정 휘젓는 AI 환각 판례

의뢰인들이 찾아 가져온 판례나 법률 정보들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인 일은 이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특히 챗지피티에 물어 얻어낸 판례는 실제로 없는 AI 환각(Hallucination) 판례인 경우가 매우 많다. AI 환각이란 인공지능이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AI는 진실을 판단하거나 검증하는 능력이 없으며, 단지 다음에 올 텍스트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그럴듯한지만 예측하여 생성하기 때문에 매끄럽고 설득력 있어 보이는 정보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요즘 법원과 수사기관에서 변호사나 경찰이 이런 환각 판례를 그대로 법률서면에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변호사가 AI가 만든 허위 판례를 인용한 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법원의 형사재판부는 이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에 인용된 판결 5개를 법원 전산망에서 조회한 결과, 해당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변호사는 다음 기일이 열리기 전 문제가 된 판례를 철회한다는 의견서를 냈지만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AI 환각 현상이 만든 가짜 판례를 검증하지 않고 법원에 제출했다가 발각된 것이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문에 AI 허위 판례를 인용한 사건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서 작성한 아동복지법 위반 사건의 불송치 결정문은 일시적이거나 단편적인 언행만으로는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반복성·지속성 및 구체적인 피해 정황이 인정되어야 한다”라는 대법원과 서울북부지법 판결문을 인용했는데 고소인 측이 확인한 결과 해당 문장은 판결문에 없는 내용이었다. 행정심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부당해고를 당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낸 부당해고 사건에서 청구인은 상대방 회사 측 공인노무사가 제출한 답변서에 인용한 전체 법원 판례 10건의 원문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10건의 판례엔 존재하지 않는 판례 번호가 달려 있었다. 청구인 측이 판례의 진위를 따지자, 해당 노무사는 그제야 AI가 만들어준 판례였다고 시인했다. 노무사는 “사실관계를 조작하지 않았으니, 고의나 허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청구인 측은 허위 판례를 인용한 노무사의 노무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관련 분야 전문직종에서조차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 일반 민원인들이 내는 서류에 이런 환각판례와 허위정보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된다. 법률전문가가 낸 서면에서도 환각 판례를 인용했으나 발각되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점점 사람들은 AI를 좋아하고 의존한다. 하지만 법률 분야에서의 이런 일들을 지금 적절히 규제하지 않으면 법률절차와 우리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변호사가 쓴 서면과 판사의 판결문을 신뢰하지 않게 되는 것 말이다. 환각판례 인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변호사협회에서도 변호사들이 보조도구로서만 AI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2025-12-11

남아선호 사상이 문제

남녀 성비(性比)의 불균형이 생기는 결정적 이유는 남아선호 사상에 있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남아선호 사상이 지배한 사회다.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이나 남존여비 사상의 발단도 근원적으로 보면 남아선호 사상에 기인한다. 남아가 우대받던 신라시대에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른 것은 특이한 경우다. 당시 진골의 남자는 많았지만 성골의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혈통과 신분을 중요시하는 관습에 따라 성골의 여자를 왕위 계승자로 뽑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장자 상속이나 부계 중심으로 집안이 이어졌다. 특히 유교문화 영향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한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해방 후에도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성비 불균형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1990년 우리나라 출생 성비는 여성 100명 당 남성 116.5명. 셋째 자녀까지 내려가면 여아 100명당 남아는 200명까지 치솟았다. 이러던 것이 2007년 107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에 와서는 정상 성비 범주에 들었다. 남아선호 사상은 전 세계 국가의 공통된 흐름이다. 중국과 인도는 남아선호 갈등 구조가 특히 심했던 나라다. 베트남은 세계 217개국 중 네 번째로 성비 불균형이 큰 나라다. 작년 베트남의 출생 성비는 111.4명. 2034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150만명이 더 많을 거란 관측도 있다. 정부가 태아의 성별을 공개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성별 시술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유교 영향이 큰 베트남의 남아선호 사상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1

전문가다운 이야기를 듣고싶다

어떤 대담 프로에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얼핏 알겠지만,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잘 이해할 수 없다. 뭔가 번지르르한 단어와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이야기하는 통에 말하는 바를 평범한 사람이 주워 담기엔 역부족이다. 더 웃기는 것은 대담하는 장소에서 대담은 하지 않고 자기가 준비해 온 것만 줄곧 읽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마치 한 개인에 불과한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비판이나 비난, 불평만 하는 것은 어떤 바보라도 할 수 있고 대다수의 바보들은 그렇게 한다’라는 것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대안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요즘 방송에 전문가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관 학과 교수나 그쪽 계통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소위 ‘전문가’라고 치고 섭외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도저히 전문가 같지 않은 분이 나와서 자기 주관대로 말하는 사람이 보인다. 그런 사람을 전문가라 부르기는 무리가 따른다. 마치 뚱뚱한 사람이 다 미식가가 아닌데 그런 사람만 끌어모아 맛 탐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전문가라고 하는 것은 그 분야에 능통함은 물론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폭넓은 지식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 단어가 아닌가? 사실 종편을 보면 심하게 꽉 막힌 사람들이 전문가입네 하고 나와서 온갖 말을 다 쏟아내고 있다. 사실 검증이나 제대로 거친 이야기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상관없다. 그냥 특정인의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다. 사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마련이다.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가늠하고 이해하려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그래서 더 많고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서 더 정확한 판단과 예측이 가능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견해를 검증받고자 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요즘 ‘농업’이란 교과 과목을 학교에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만, 옛날 농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작물들의 파종 시기를 한 시간 내내 강의하시다가 마지막 한마디로 종료한다. ‘책대로 하지 말고 집에 할아버지가 씨뿌리라면 그때가 씨뿌리는 시기’라고. 연습생 시절을 거치지 않고 목청만 좋다고 다 가수가 되는 것이 아니고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많이 먹어보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음식 전문가가 될 수가 없다. 선수 시절이 없는 감독은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진리다. 그냥 책만 보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람은 적어도 정보 수집과 분석함에 있어서의 편견 없이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가치중립적으로 이해한 후 그 경험적 정보를 바탕으로 일반화하기에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마치 귀신에게 홀려 설득당하는 기분까지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가 드물다. 그러니 몸에 와닿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 그래서 언제나 선택은 내 몫이 되고 만다. 이걸 흔히 전문 용어로 ‘제자리 곰뱅이’라고 하던가? /노병철 수필가

2025-12-11

국립대구과학관–한국과총 경북지역연합회, 지역 과학기술 발전 협약

국립대구과학관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경북지역연합회와 손잡고 지역 과학기술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 두 기관은 지난 9일 국립대구과학관에서 리더스 미팅과 함께 업무협약식을 열고 지역 과학기술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협약식에는 이난희 국립대구과학관장과 서상곤 한국과총 경북지역연합회장을 비롯해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공동 연구·정책 지원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인적 교류 확대 △협력 과제 발굴 등을 지속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어 열린 리더스 미팅에서는 지역 과학기술 현황과 인재 역량 강화, 성과 확산, 청소년 진로지원 등을 공유하며 구체적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전시·교육 인프라를 활용한 청소년 멘토링, 지역 연구성과 기반 진로체험 콘텐츠, 산·학·연 협력형 과학문화 사업 등 실현 가능한 협력 방안도 제안됐다. 이난희 관장은 “지역 과학기술 기관들과의 협력 기반을 강화해 과학문화 확산과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서상곤 회장도 “과학관 자원이 교육·체험 중심의 과학기술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 협력으로 지역 과학자와 미래 인재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도 지역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과제 발굴과 협력 네트워크 확대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12-11

‘2035 NDC’

올해 유난히 길고 혹독했던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고,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난 11월 11일 우리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매우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관문으로서, ‘2035 NDC’를 최종 확정한 것이다. 전 세계가 함께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치열한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대열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절박한 선언이다. 그렇다면 ‘NDC’는 무엇일까? NDC는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각 나라가 “우리는 이만큼 줄이겠습니다”라고 유엔(UN)에 제출하는 ‘탄소 감축 숙제’이자 ‘국제적 공약’인 셈이다. 이번에 정부가 확정한 목표는 2018년 배출량 대비 무려 53%에서 최대 61%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기존 2030년 목표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만 달성 가능한, 그야말로 ‘전시 체제’에 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거대한 숙제 앞에서 우리 대구와 경북은 어떤 상황일까? 우리 지역은 탄소 감축의 ‘위기’와 ‘기회’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곳이다. 대구는 건물과 자동차가 빽빽한 소비 중심 도시이고, 경북은 철강과 전자 산업이 주력인 생산 중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구는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내뿜는 탄소를 줄여야 하고, 경북은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여야 하는 서로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포항의 제철소나 구미의 산업단지가 탄소 국경 장벽에 막혀 수출길이 막힌다면 지역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반대로 대구의 노후화된 건물들이 에너지를 펑펑 낭비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미 유럽(EU)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은 2035년까지 60% 이상의 감축을 목표로 달리며 새로운 녹색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도 ‘2035 NDC’를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대구는 ‘걷기 좋은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하철과 전기·수소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낡은 건물은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가 새지 않는 똑똑한 건물로 바꿔야 한다. 경북 지역은 ‘녹색 혁명’의 최전선이 되어야 한다. 포항의 철강 산업은 수소로 쇠를 만드는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고의 친환경 제철소로 거듭나야 하고, 동해안은 바람과 원자력을 이용한 청정에너지의 보물창고가 되어야 한다. 농촌에서는 논물을 관리해 메탄가스를 줄이고,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앞에는 10년이라는 ‘골든타임’이 남았다. 2035년, 대구·경북이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심장으로 힘차게 뛰고 있을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숨을 헐떡이고 있을지는 바로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12-11

2025년 대구미술인 날 수상자 시상식

(사)대구 미술협회(회장 노인식)는 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1층 중정 홀에서 ‘2025 대구미술인의 날’ 시상식을 열고 한 해 동안 지역 미술 발전에 이바지한 작가들에게 상을 수여했다. 행사에는 내·외 귀빈과 수상자, 지역 작가 등이 대거 참석해 뜻깊은 자리를 함께했다. 노인식 회장은 인사말에서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대구 아트페스티벌을 소개해 드리면 올해로 15회가 됩니다. 작가, 회원 중심으로 운영되며, 대구 미술의 힘은 작가 한 분 한 분의 열정에서 나온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미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협회가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 문화정책과장과 대구 예총 회장이 “창작의 열정으로 도시의 문화적 품격을 높여 온 미술인들께 깊은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라고 축하를 건넸다. ■ 수상자 명단 □ 베스트 작가상(대구미협 회장상) 김대일(서예 문인화), 소선영(서양화), 윤원의(서예 문인화), 이주용(서예 문인화), 임순득(한국화), 허재 원(서양화), □ 올해의 작가상(대구미협 회장상) 강석원(서양화), 김태곤(미술행정), 남명옥(설치미술), 옥지난(수채화), 이상기(전통공예), 정경희(서양화), 정삼이(서양화), 조경희(서양화), 조정이(입체미술), 최준영(공예), 하종국(서양화), 홍경표(입체미술) □ 미술문화상(대구예총 회장상) 김성향(서양화), 민영보(서예 문인화), 이동양(서예 문인화), 이원부(공예), 이일남(서양화), 이태형(서양 화), 정연한(서예 문인화), □ 자랑스런 미술인 공로상(대구미협 회장상) 김일해(한국현대미술가협회 회장) , 주태석(외교통상부 미술자문위원) □ 특별공로상(대구예총 회장상) 변기옥 ㈜삼화여행사 대표,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 □ 대구미술인 본상(한국예총 회장상) 민병도(한국화), 민태일(서양화), 정성근(서예 문인화) 유병길 시민기자

2025-12-11

이철우 경북지사 2026년 지방선거 3선 도전 공식 선언

이철우 경북지사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 지사는 11일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가예산 확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3선 도전 질문에 “경북도와 국가, 민족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지사는 자신의 암 치료 과정을 설명하면서 “의사들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암세포가 모두 사라졌다”며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현재는 면역력을 높이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때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였다. 주위에는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권유했지만 경북도지사로서 우리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거절했다”며 “경북대 병원은 최고의 의료 시설과 전문의를 갖춘 곳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되지 않을거라 믿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정치인은 관짝에 눕기 전까지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다”며 “저는 국정원에 입사할 때부터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 왔다. 아직 경북을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선 도지사 선배님 두 분이 모두 3선을 하신 만큼 경북 도민들에게 3선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경북의 미래 산업 기반을 완성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시 뛰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지난 두 차례 임기 동안 추진해 온 주요 성과를 언급하며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경북형 뉴딜과 디지털 전환 전략, 반도체·배터리·로봇 등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지방소멸 대응 특별대책본부 운영, 농촌·중소도시 재생 프로젝트 등을 대표적 성과로 제시했다. 이 지사는 “경북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축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며 “도민과 함께 미래 100년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의 3선 도전 선언으로 경북도지사 선거가 2026년도 지방선거에서 전국적 관심을 받는 주요 격전지로 부상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재원 최고위원, 이강덕 포항시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 중량급 인사들이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역 기반을 가진 인사들의 차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11

미국 패권 이후 ‘중·러’가 이끄는 글로벌 사우스

내외적으로 쇠퇴하는 미국, 점차 세력을 확장해온 다극적 세계 체제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다극화 진영 최고 저널리스트, 브라질 출신 지정학 분석가 페페 에스코바의 책 ‘다극세계가 온다’(돌베개)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페페 에스코바는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 새로운 국제 질서가 어떻게 구축돼 왔는지, 탈패권주의적 시각으로 2020년대의 최신 역사를 분석해냈다.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패권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중국·러시아 등이 이끄는 글로벌 사우스의 세계정세를 치열하게 탐구하며 생동감 넘치는 분석으로 명성을 쌓아 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달러 패권 이후, ‘브릭스’(BRICS)의 확장판인 브릭스 플러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국제 경제 회랑 대결, 중국·러시아·조선(북한) 협력, 팔레스타인 독립 등 우리 시대 세계정세의 가장 첨예한 문제들을 유라시아 대륙과 전 세계를 직접 누비며 보고 듣고 분석했다. 에스코바는 “미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23년 PPP 기준으로 브릭스 5개국이 G7을 경제적으로 추월했으며, 2025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저자는 “달러를 무기화한 미국의 정책이 오히려 탈달러 거버넌스 구축을 가속화했다”며 브릭스 국가들이 R5(런민비·루블·루피·헤알·란드)를 활용한 자체 결제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극세계의 핵심 축은 BRICS+와 SCO, 일대일로다. 이들은 정치·경제·군사·문화 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 중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유럽까지 연결되는 ‘국제남북운송회랑(INSTC)’을 구축하며 서방의 ‘분할’ 전략에 맞서고 있다. 저자는 “중앙아시아는 다시 ‘심장지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각축전이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이라 강조했다. 브릭스 국가들은 자국 통화로 교역을 확대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1단계 전략을 추진 중이다. 2단계로는 달러를 참조하지 않는 새 가격 형성 체계, 3단계로는 금과 핵심 자원에 기반한 ‘준비통화’ 창설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다극세계의 경제 성장은 실물 중심 체제에 기반해 서방보다 효율적”이라며 이를 “미국이 공황 상태에 빠진 이유”라고 주장했다. 에스코바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 수탈’ 정책에 휘말려 주변국과 갈등을 키우는 것은 매국”이라며 “다극세계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는 “한국이 집단서방과 거리를 두고 유라시아 경제권에 동참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라 조언했다. 에스코바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군사적 실패가 누적되는 지금, 다극세계의 승리는 시간문제”라며 “2030년 헤게모니의 안락사가 올 것”이라 단언했다. 프레드 짐머맨은 추천사에서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편향을 낳는다”며 “다극세계의 논리를 직시해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스코바는 “지금이라도 유라시아와 손잡고 다극세계의 흐름을 타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 패권의 붕괴는 역사적 필연이지만, 한국이 그 과도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라는 경고다. “달러 이후의 세계, 군사적 대립이 아닌 무역을 통한 번영”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11

경북도, 청렴도민감사관 공개 모집… “도민이 직접 감시하는 청렴 행정”

경북도가 도민 눈높이에 맞는 청렴하고 투명한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제9기 청렴도민감사관 공개 모집에 나섰다. 모집 기간은 10일부터 31일까지며, 이번 선발은 전문적인 지식과 자질을 갖춘 도민을 감사 활동에 참여시켜 부패 취약 분야를 사전에 점검하고 도정 전반의 감시와 제도개선을 강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경북도는 1996년 ‘명예감사관 제도’를 도입해 도민 참여 기반의 감시체계를 운영해 왔으며, 2014년 이를 ‘청렴도민감사관’으로 개편해 기능을 확대했다. 현재 활동 중인 제8기 감사관 184명의 임기는 내년 1월 말 종료되며, 새로 구성되는 제9기는 40명 이내로 2026년 2월부터 2028년 1월까지 2년간 활동한다. 감사관은 복지정책, 도시안전, 문화관광, 산업경제, 기후환경, 내부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감사·특정감찰·민원조사에 참여한다. 부패 취약 분야 사전 점검과 청렴정책 의견 제시, 공익제보, 제도 개선 건의 등 실질적 현장 역할도 맡게 된다. 지원 자격은 공고일 기준 경북에 거주하거나 경북 소재 직장에서 근무 중인 도민이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감사 참여 실적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수당이 지급된다. 경북도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법률·회계·기술·환경·보건·농업 분야 전문자격 보유자, 대학 조교수 이상 경력자, 국가·지자체 5급 상당 이상 공무원 출신도 참여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사전컨설팅 감사와 민원 조사 등 특화 분야에서 역할을 확대하게 된다. 지원은 이메일·우편·방문 접수로 가능하며, 신청서와 세부 내용은 경북도 누리집 고시·공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정찬 경북도 감사관은 “종합청렴도 성과는 도민감사관들이 현장에서 쌓아온 일상의 청렴 덕분”이라며 “전문성과 청렴성을 갖춘 도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2-11

도무지 모를 中 시진핑 체제 속 ‘저항의 메시지’

2022년 5월, 오미크론 확산으로 상하이 2500만 명이 고강도 봉쇄에 갇혔을 때, 절망 속에서 탄생한 팟캐스트 ‘부밍바이(不明白·도무지 모르겠다)’가 2년 만에 책 ‘저항의 수다’(글항아리)로 재탄생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위안 리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체제 저항 운동의 중심이 됐다. 180회에 이르는 방송 중 핵심 인터뷰 25편을 엮은 책은 중국 내부의 암울한 현실과 저항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부밍바이’는 감염자 0을 목표로 한 봉쇄 정책으로 일상이 무너진 시민들의 “도대체 중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절박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건물에 갇혀 굶주리는 사람들, 경기 침체로 무너진 서민 경제, 건강 코드로 추적당하는 개인의 자유-이 모든 것이 ‘부밍바이’의 소재였다. 정치학자 페이민신, 경제학자 쉬청강 등이 출연해 “제로 코로나는 1958년 대약진운동 같은 미친 정책”이라 비판했고, 영세업자와 농민공들은 복지 사각지대의 고통을 고발했다. 또 “시진핑은 어떠한 균형도 필요 없고, 자기 비서만으로 상무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직격하기도 한다. 방송은 2회 만에 중국 내 청취가 금지됐지만, 해외 스트리밍을 통해 중국어로 송출되며 ‘읽는’ 문화로 저항을 이어갔다. 책은 중국 경제의 위기를 부동산 거품, 실업률 상승, 악성 부채 등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쉬청강은 “부분적 시장경제를 도입해도 권력 집중화로 자체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구소련 몰락을 떠올렸고, 우궈광은 “혁명은 필연적이며 개혁은 그 길을 터줄 뿐”이라 말했다. 2022년 봉쇄된 건물에서 화재로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은 ‘백지운동’으로 번졌다. 시민들은 백지를 들고 “비극마저 선전으로 둔갑시키는 정부에 맞서자”고 외쳤고, 한 참여자는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며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비관 속에서도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바깥에선 공산주의 체제 아래 국민을 ‘어쩔 수 없는 존재’로 보지만, 저널리스트 장제핑은 “무릎 꿇고 반란을 일으키는 것과 서서 저항하는 것 사이에서 일상이 투쟁”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탄압에 맞서 창작과 토론 플랫폼으로 탈집중화를 시도하는 언론인들, 해외 이주를 고민하면서도 현장에 남는 활동가들의 선택은 “완전하지 않은 자유라도 복종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체제에 답이 없다면 우리가 답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한 청년은 “현실 세계가 우릴 버려도 새로운 작은 세계를 창조하자”고 외치며, 무력감에 맞서는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위안 리는 “이 책은 절망했지만 각성한 이들의 용기를 외면하지 않는다”며 “무의미한 단편이 새로운 세계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부밍바이’는 검열에 맞서 해외에서, 책은 타이완에서 중국어로 출간되며 체제 비판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중국 내부의 저항은 한국 촛불집회처럼 익숙한 얼굴이지만, 공산주의 국가라는 프레임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혁명은 필연적이지만, 그 전에 작은 행동이 역사를 바꾼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11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 서울···도심 랜드마크 탄생의 여정

서울이라는 도시는 알고 보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길로 빚어진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다.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넘어선다. 매일같이 지나치는 서점,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쇼핑몰 등은 사실 그 자체로 건축 예술의 산물이며, 이는 서울의 문화적 풍경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서울 곳곳에는 프랭크 게리, 렌조 피아노,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와 같은 건축계의 거장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을 포함해 총 22명의 건축가로, 그들의 작품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서울을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했다. 건축가 공주석은 그의 저서 ‘서울, 작품이 되다’(청아출판사)에서 이러한 건축물들을 소개하며, 건축가들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건축에 녹여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은 서울의 건축 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책은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어 각 지역의 주요 건축물을 소개한다. 강북에서는 장 누벨의 리움미술관 M2,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아모레퍼시픽 사옥,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이 눈길을 끈다. 강남에서는 프랭크 게리의 루이비통 메종 서울,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송은 아트스페이스, 안도 다다오의 LG아트센터 서울 등이 소개된다. 각 건축물의 설계 과정과 배경, 그리고 시공 중의 에피소드까지 다루며, 건축물이 지닌 상징성과 도시와의 관계 변화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또한, 이 책은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저자는 건축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건축물의 디테일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며 독자들이 일상 속 건축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각 건축물의 설계 과정과 배경, 시공 중의 에피소드를 통해 건축물의 상징성과 도시와의 관계 변화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또한, 지역 특징, 방문 동선, 건축물 개요 등 실용적인 정보와 다양한 부록을 수록해 정보성을 높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11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저녁에 어떤 사람이 와서 집안 편지를 전했다. 봉투를 뜯지도 않았는데 뼈와 살이 먼저 떨렸다. 마음도 아찔하고 어지러웠다. 겉봉투를 와락 펼쳤더니,(둘째아들)열의 글씨가 보이고 바깥 면에 ’통곡‘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음속으로 (막내아들) 면이 전사한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졌다. 목 놓아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하느님께서는 어찌 이토록 모지신가. 간담이 타고 찢어졌다. 타고 찢어졌다. 불쌍한 내 어린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하룻밤이 일 년 같다. 1597년 10월 14일” 아들의 전사 소식에 슬픔을 누르며 담담히 써 내려간 난중일기. 가슴이 먹먹하고 목이 멘다. 불패의 장군이기 이전에 그도 한 가정의 따뜻한 아버지였다.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을 전시하고 있다. 258건, 369점에 이르는 방대한 사료(史料)는 이순신의 영웅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침략자였던 일본 다이묘 가문의 유물까지 전시하며 전쟁을 양측 관점에서 조명한다. 전시는 주요 해전인 명량해전과 노량해전, 백의종군 과정, 조정의 불신과 모함 속에서 겪는 고독과 고통, 그리고 전쟁 이후 후대가 기억해 온 이순신의 재해석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재침(再侵) 조서는 그의 야망이 주는 집요함과 조선을 향한 팽창 의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모친상, 억울한 백의종군, 전사한 아들의 비보, 조정의 불신과 모함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던 이순신에게 히데요시의 재침 소식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절박한 경고였다. 다시 참혹한 비극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절망이 조선을 뒤흔들었고, 그 압박과 긴장감을 감당했던 이순신의 활약은 그래서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선조의 오해와 사형선고는 그 억울함과 허무함이 상상 이상이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았던 그 순간에도 그는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고, 모친상을 당하고도 나라가 위태롭다는 이유 하나로 백의종군한다. 그는 천재적인 전략가라기보다 군사와 백성을 끔찍이도 챙겼던 철저한 준비형 리더였으며 ‘불패의 영웅’이 감당해야 했던 좌천, 모함, 고독, 고통, 책임감 그리고 여리고 감성적이었던 정서까지 고스란히 담긴 난중일기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거칠고 다급한 필체는 끝없이 흔들리고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을 드러내고, 그 시대 사람들이 겪은 공포와 혼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을 버텼는지, 전쟁의 긴장감 속에서 흘려 쓴 일기는 그의 거친 숨결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기의 친필본 앞에서니 마치 그와 직접 마주한 듯하다. 전시 전체가 하나의 큰 이야기로 가슴에 와 닿는다. 이순신과 그 시대를 담은 유물과 영상들 한 점 한 점이 그저 경이롭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이순신 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버텨 온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기록이다. 전시장을 나서니,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오늘 하루를 내 의지대로 채워가는 이 당연함이 새삼 감사하게 다가온다. 제한된 지면으로 이순신을 온전히 전하기는 애초 무리다. 긴박한 전쟁 속에서도 기록을 남긴 사람, 주어진 권력을 나라와 군사와 백성을 위해 오롯이 쓴 사람, 이순신을 특별전을 통해서 만나보는 그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특별전은 2026년 3월3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성인기준 5000원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5-12-11

허상으로 살아가는 시대의 초상··· 연극 ‘그들의 기억법’

지난 12월 5일 밤, 오랜만에 공연 관람을 했다. 장소는 대구봉산문화회관. 3일부터 무대에 오른 극단 나무태랑의 포럼연극 ‘그들의 기억법’이었다. 갑작스레 지인의 연락을 받고 동행한 자리였지만, 불을 밝히는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가 앉은 자리는 객석 앞줄, 정확히 무대 한가운데와 마주한 자리였다. 솔직히 말하면, “혹여 공연 중 무대 위로 이끌려 가는 건 아닐까?”라는 우스운 상상을 했다. 하지만 막이 오른 뒤, 우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대 위 인물들과 숨소리, 눈빛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가왔고, 그 긴장감은 첫 장면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연극은 병실 장면으로 시작된다. 엄마가 퇴원하고, 딸은 그 소식을 SNS에 올린다. 화면 너머로 드러나는 두 사람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로 할머니 손에 외롭고 사랑 없이 자란 딸. 그 딸은 성장 후 성공했고, 이후에는 엄마가 자신에게 의탁해 생활했다. 딸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원망을 엄마에게 마구 퍼붓는다. 하지만 엄마를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행동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엄마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펼쳐진 장면들 속에서, 극은 놀라운 반전을 연이어 드러낸다. 엄마가 술집에 나가 딸을 돌봤다는 과거. 그리고 엄마가 아니라 딸이 알츠하이머 환자였다는 사실. 더 충격적인 건, 딸이 말했던 직업, 남자친구, 삶으로 포장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딸은 엄마에 대한 원망과 상실감, 그리고 결핍을 스스로 지어낸 허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엄마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지만, 딸을 지켜주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딸은 SNS에 이렇게 쓴다. “엄마가 자살했다. 나에게 더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엄마.” 그 글 아래로 ‘좋아요’ 수치는 점점 가파르게 치솟고, 딸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린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그 웃음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 연극은 단순히 가족 드라마를 넘어, 이 시대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잘 보이지 않는 외로움, 채워지지 않는 사랑,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며 쌓아 올린 허상. 어떤 이들은 허구를 진실로 믿고, 그 속에서 자기를 잃는다. 공연 중 관객 참여도 있었다. 객석의 누군가가 무대 위로 불려 나가는 장면에서, 나 자신이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후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나도 손들어 두서없는 말을 보탰다. 그만큼 반전에 반전을 더한 연극의 설정이 강렬하게 머리에 박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요즘 나도-그리고 내 주변도-얼마나 SNS에 매몰되어 있는지 생각했다. ‘좋아요’라는 숫자, 타인의 시선,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것이 마치 존재의 증명인 양, 사람들을 허상의 세계로 몰아넣고 있다. ‘그들의 기억법’은 무대 위에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그 속에 숨은 진실과 고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가족, 사랑, 상처 ‘그 보이지 않는 흔적’들이 무대 위에서,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공연이 끝난 후 열린 관객과의 포럼도 인상 깊었다. 무대 위에서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객석에서, 그리고 관람 후의 대화 속에서 복기 되고 공유되었다. 때로는, 이렇게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연극 한 편, 전시 한 차례를 경험하는 일이 필요하다.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나의 상처와 기억을 마주하고, 누군가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것. 오늘의 무대가 내게 준 건, 단순한 감동을 넘어 깊은 사유의 시간이었다. /손정희 시민기자

2025-12-11

이 겨울의 깊은 감동 ‘어머니의 시간’

“시어머니 팔촌 소개로 만나도 못하고/ 얼굴도 안 보고 결혼했지/ 결혼식날 처음 본 내 신랑/ 아들딸 육남매 낳아/ 재미있게 잘 살았네/ 알뜰살뜰 모아/ 아파트도 샀지/ 이런 저런 고생하다/ 돌아온 내 고향/ 뭐가 그리 급한지/ 인사도 못하고 떠난 그 사람/ 잘 가소 다시 만나요.” - 김이자(안동시 풍천면 기산리)씨의 시 ‘신랑’ “한글교실에서 키오스크 배워서/ 빵 사먹으러 갔다/ 햄버거랑 쥬스랑/ 아이스크림을 키오스크에서 주문했다/ 손주들이 우리 할머니/ 엠지라 하네···./ 엄지는 또 머꼬?” - 권경자(안동시 풍산읍 수곡리)씨의 시 ‘키오스크’ 올겨울에도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문해시화전 ‘어머니의 시간’이 열렸다.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지난 2일부터 열린 시화전은 안동시 14개 읍면 308명의 어르신이 한 해 동안 갈고 닦은 활동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다. 직접 쓴 삐뚤삐뚤한 글씨에는 정감이 묻어나고 내용에는 감동이 배어난다. 짧은 시 한 편에는 부모 세대를 봉양하고 자식 세대에 헌신한 노년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과 더불어 배움에 대한 기쁨이 담겼다. 시어머니 팔촌 소개로 얼굴도 못 보고 만나 결혼해 육 남매 키우고 이제야 살만하니 떠난 신랑을 그리워하고, 만주에서 태어나 열한 살에 안동으로 와 온갖 궂은일 하다 결혼해 칠 남매 키우고 층층시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사연, 키오스크를 배워 음료와 빵을 사 먹는 기쁨을 알게 되고, 사과밭에서 일하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급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 경로당에 가고, 텃밭 감나무에 달린 홍시를 보며 유난히 떫은 감을 좋아하던 엄마를 그리워하고, 뜨거운 산불에도 살아나 추석 제사에 쓰인 밤나무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하고, 나이 구십에 공부를 시작해 자꾸 잊어먹기 일쑤지만 그래도 수업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내용 등 모두 굽이굽이 깊은 사연과 서사를 풀어놓았다. 평생을 반추해 풀어놓은 젊은 날의 이야기부터 소소한 일상과 산불의 아픔까지, 한 편의 시에 응축한 어르신들의 삶은 그 자체로 기록이며 지역의 역사이다.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은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시 평생학습교육지도자협의회가 2014년부터 협약을 통해 읍면 지역 어르신들에게 한글 및 음악, 미술, 공예, 디지털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맞춤형 평생학습 사업이다. 이번 ‘어머니의 시간’ 시화전은 내년 1월 15일까지 안동댐에 있는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열리고 이후 1월 16일부터 2월 23일까지 안동역에서 2차 전시를 열어 더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12-11

경북도의회 청년새마을운동·지하안전관리 강화 조례 개정안 추진

경북도의회가 새마을운동 청년 참여 확대와 지하 안전 강화를 위한 두 건의 조례 개정안을 잇따라 추진하며 지역사회 안전과 활력 제고에 나섰다. 먼저 이칠구 의원(포항)은 도내 청년새마을운동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을 위해 ‘경북 새마을운동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해 지난 10일 행정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새마일운동에 대한 관심 저하와 청년층 참여 감소, 지역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개정안에는 ‘청년새마을운동조직’ 정의 신설, 청년새마을운동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지원 사업 규정, 현행 체계에 맞춘 규정 정비 등이 포함됐다. 현재 경북에는 18개 시·군에서 20개 청년새마을연대, 총 475명의 청년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경북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서 상징성과 책임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청년이 중심이 되는 새마을운동 추진 기반을 마련해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박선하 의원(비례)은 지반침하 사고 예방과 체계적인 지하안전 관리를 위해 기존 ‘지하안전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를 전면 개정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도시개발 확대와 노후 지하시설물 증가로 전국적으로 싱크홀 등 지반침하 사고가 빈발하는 가운데, 현행 조례가 위원회 운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예방 중심의 종합적 지하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잉에 박 의원은 전부개정조례안을 통해 △도지사의 지하안전 관리 책무 명시 △지하안전관리계획의 매년 수립 근거 마련 △지하시설물 및 주변 지반 실태 점검 강화 △지하안전위원회 심의 기능 내실화 △지하안전평가 전문기관 등록·관리 및 시정명령 근거 신설 등이 담겼다. 박 의원은 “지하안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고 발생 시 도민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번 개정을 통해 경북이 지반침하 사고를 예방하고 도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펴, 두 조례안은 각각 오는 19일 열리는 제359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11

경북 1호 임대형 스마트팜 영천서 문 열어

경북도가 11일 영천시 금호읍에서 ‘경북 1호’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준공식을 열며 청년농 스마트농업 창업 기반을 공식 출범시켰다. 영농 기반이 부족한 청년에게 초기 투자 부담 없이 첨단 온실을 임대해 농촌 정착을 돕는 국가 정책사업이 지역에서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번 스마트팜은 2022년부터 3년에 걸쳐 총사업비 200억 원을 투입해 4㏊규모로 조성됐다. 온도·습도·이산화탄소·일조량을 자동 제어하는 환경제어시스템과 공기열 냉난방시설을 갖춘 최첨단 유리온실로,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스마트팜 혁신밸리 교육과정을 수료한 청년농 20명이 입주해 딸기·토마토·오이 재배를 시작했다. 최대 6년간 임대해 경영 경험을 쌓은 뒤 지역에 정착하는 구조로 설계돼, 미래 농업을 책임질 핵심 인재 육성의 실질적 통로로 기대를 모은다. 경북도는 영천 준공을 시작으로 2026년 예천·봉화, 2028년 안동·상주까지 임대형 스마트팜을 순차 확충해 도 전역에 스마트농업 확산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청년들이 스마트팜 창업을 통해 농촌에 뿌리내리면 지역사회 전체가 활력을 얻게 된다”며 “이번 영천 임대형 스마트팜이 그 출발점이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2-11

경북도·포항시, 북극경제이사회와 MOU···영일만항 ‘북극항로 전략 거점’ 시동

경북도와 포항시는 북극경제이사회와 북극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산업 교류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북극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협약은 1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북극협력주간’ 행사에서 체결됐다. 북극항로 상업화가 논의되는 가운데 지역 기업의 북극 산업 진출을 위한 공식 협력 창구가 구축된 것이다. 북극경제이사회는 2014년 북극이사회 산하에 설립된 민간 중심 경제협의체이다. 노르웨이 트롬쇠에 사무국을 두고 북극권 8개국 34개 회원기관이 참여한다. 항만·운송, 에너지, 원주민 포용, 기후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극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해각서에는 북극 경제 산업 동향 정보 공유, 해상 운송 협력, 교육·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북극 투자 프로토콜 이행 촉진, AEC 및 회원기관과의 공동행사 개최 등 실질적 협력 항목이 포함됐다. 경북도는 북극권 도시·기관과의 협력 통로가 열리면서 포항영일만항을 북극항로 시대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류 확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올해 북극협력주간에서 처음 마련된 ‘포항 세션’에서는 ‘포항영일만항, 북극과 만나다’를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렸다.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이 북극항로와 친환경 해양도시 연계 전략을 다룬 기조강연을 통해 포항의 역할을 제시했다. 또 매즈 크비스트 프레데릭센 AEC 사무총장과 궈 페이칭 교수가 북극 교류·협력 관련 발표를 이어갔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는 이희용 영남대 교수, 김경태 포스텍 교수, 권래형 포스코플로우 리더가 참여해 북극도시 협력의 지속가능성과 영일만항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최영숙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북극경제이사회와의 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북극권과의 경제협력 가능성이 한층 넓어졌다”며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시대의 전략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2-11

[기획] 외국인이 지탱하는 도시⋯포항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포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변수는 더 이상 출산율만이 아니다. 인구 50만 명의 경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인 8615명은 산업·교육·지역 공동체 전반에서 이미 도시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제조업과 수산가공, 항만 물류, 농축산업, 대학 교육 등 도시의 여러 기능이 외국인 인력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구조로 변한 지금, 포항이 어떤 방향을 택하느냐는 단순한 인구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략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구조적 관점을 제시한 안성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 과제를 지적한 장흔성 경북 K-드림외국인지원센터 센터장의 의견을 각각 들었다. ◇ 안성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이민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다” 안성조 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인구 상황을 “20년 누적으로 형성된 저출생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합계출산율이 바닥을 찍으며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대체출산율 2.1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며 인구구조 변화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지방도시의 미래는 감소하는 인구를 전제로 한 대응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이 지점에서 외국인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안 연구위원은 “유학생, 산업현장 근로자, 농어업 인력 등 외국인은 이미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순한 숫자 보완을 넘어 포항이 유지되는 구조 자체의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외국인을 ‘일시 체류자’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장기적으로 함께 살아갈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제도와 문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정착 단계·체류 목적·접근성이라는 세 축으로 설명했다. 그는 “입국 초기, 2~3년 적응기, 장기 정착기 등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유학생·산업근로자·농축산업 근로자·결혼이민자 등 체류 목적에 따라 서비스가 구분돼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모든 외국인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 지원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정착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전략을 뒷받침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접근성 개선’이다. 안 연구위원은 “언어·정보·생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안내받을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지역대학·관공서·센터가 연계한 상시 언어교육 모델 구축을 제안했다. 또 “해외 광역비자처럼 지역 산업구조에 기반한 지역특화형 체류제도를 적극 도입해 포항의 상황에 맞는 인구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이 산업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숙련 외국인 인력의 장기 정착은 핵심적 과제로 꼽힌다. 그는 “단기 체류 뒤 귀국하면서 산업현장의 기술이 단절되는 문제가 반복된다”며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기술 장인 육성, 10년 이상 근속 지원, 가족 동반 정착 허용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산업 생태계의 지속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안 연구위원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를 제시했다. 그는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는 어떤 정책도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실태 파악이 포항이 이민 시대에 적합한 전략을 설계하기 위한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 장흔성 경북 K-드림외국인지원센터 센터장 “주거문제, 삶의 조건과 정착의 장벽” 현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장흔성 경북 K-드림외국인지원센터 센터장은 외국인이 포항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을 주거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집주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하며 주거 확보가 단순한 생활 요소가 아니라 취업·이동·건강 등 모든 정착 과정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정된 주거 없이 시작되는 일상은 결국 정착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장 센터장은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라고 표현했다. 그는 “과도한 노동, 휴가 미부여, 사업장 이동 제한, 임금 체불 등 구조적 착취에 가까운 사례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상황은 더 취약하다. 그는 “성희롱, 차별, 부당한 급여 지급 등 현실적인 피해가 존재하지만, 문제 제기가 어려운 구조적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노동 분쟁이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비자 제도와 행정 절차에 대한 정보 부족 역시 장기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축이다. 장 센터장은 “비자 종류가 달라지면 근로 조건도 크게 달라지는데 이를 몰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의료 접근성 또한 취약하다. 그는 “의료 통역이 없어 의사소통이 안 되고 결국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하며 정보 접근성이 곧 정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행정지원 체계가 외국인의 삶에 깊이 닿지 못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시에서 도움받은 적 없다’고 말한다. 다문화센터 프로그램 참여 경험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결혼이민자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정책이 노동 목적 체류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포항의 현실과 맞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장 센터장은 인식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국인을 잠시 머무는 사람이나 부담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며 제도 이전에 서로 관계를 맺고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생활체육, 주민 모임, 자조모임 등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의 기회가 있어야만 문화적 거리감이 줄어들고 통합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의 변화가 제도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 센터장은 “상가 한 블록 전체가 러시아어 간판으로 바뀐 곳도 있고 어떤 학교는 학생 10명 중 8명이 외국인 배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존재가 이미 도시의 일상과 구조를 바꿔놓았지만, 행정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포항은 이미 다문화 도시로 진입했지만, 제도와 지원 체계는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간극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 두 개의 해법, 하나의 방향 두 전문가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결론은 한 방향으로 모인다. 포항은 이미 다문화도시가 됐고, 외국인은 산업과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필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착을 전제로 한 정책 전환 없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안성조 연구위원은 저출생으로 인한 구조적 인구 변화를 ‘도시 전략’ 차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제도·정책 전반의 재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흔성 센터장은 현장에서 외국인이 마주하는 주거·노동·정보 접근의 현실적 장벽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구조가 실생활에 닿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의 메시지가 교차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외국인을 ‘지원 대상’이나 ‘임시 체류자’가 아니라 포항의 미래를 함께 구성할 이웃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전환의 출발점은 정확한 실태 조사이며 이어 주거·의료·언어·정보 등 기본 생활 기반을 보장하고 공동체와 연결되는 체계적 정착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포항이 이러한 변화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느냐가 도시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 끝>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2-11

‘대구 스토킹 여성 살해’ 윤정우 징역 40년 선고

대구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정우(48)가 11일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도정원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정우에게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성폭력·스토킹 각 40시간)과 20년간 전자발찌 부착, 15년간 신상정보 등록도 명령했다. 윤정우는 지난 6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가스 배관을 타고 6층으로 침입해 복면과 장갑을 착용한 채 스토킹 대상이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세종시 부강면 야산으로 도피했다가 닷새 만에 조치원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음주운전 혐의로 집행유예 기간이던 지난 4월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협박·스토킹한 사실이 신고되자 합의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고, 이를 보복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외벽을 촬영하며 구조를 사전에 파악한 점 등도 드러났다. 윤정우는 재판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유족 보호를 이유로 재판은 첫 공판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은 유족 탄원과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를 이유로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윤정우는 경찰이 실적을 쌓는 데 급급했다는 등 공권력을 탓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소중한 공간에서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생을 마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2-11

구미 방산생태계 ‘르네상스 시대’

국내 3대 방산클러스터 거점 중 하나인 구미지역에 방산업체 공장설립과 투자 확대가 잇따르며 구미 방산 생태계가 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미 대표 방산 앵커기업인 LIG 넥스원은 10일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구미사업장에 중장기 생산 인프라 확보 목적으로 3740억원 규모의 신규 생산시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내년 1월 중 경북도·구미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9년 6월 말까지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LIG 넥스원은 지난 5월 210억원을 투자해, 함정방공무기 체계 방산부품 양산시설을 완공한 바 있다. 방산 핵심 부품 개발·생산업체인 ㈜디지트론은 11일 63억원을 들여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단지 내 신공장 개소식을 개최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단지 약 3840㎡(1161평) 규모의 부지에 문을 연 구미사업장은 유도무기용 탐지기, 레이더 등 차세대 핵심 부품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1위 방산전자업체인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25일 구미국가1산단 8만9000㎡(약 2만7000평) 규모 부지에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800억원을 투자해 건립한 구미 신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구미사업장은 △해양 무인체계 △함정 전투체계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통합전장시스템 등 차세대 핵심 방산 장비를 집중 생산할 계획으로 국내 최대 방산전자 체계 생산 거점을 자리 잡을 전망이다. 또 방탄·방호분야 선도업체인 (주)삼양컴텍 지난 9월 K2 전차 및 K21 장갑차의 폴란드, 튀르키예 수출 물량 증가에 대비한 방탄 핵심소재인 SiC 세라믹 소재의 대량 생산과 제조설비를 위해 239억원을 들여 공장증설에 들어갔다. 이밖에 감시·정찰, 유도무기 등 다양한 운용목적에 맞춘 군용 쉘터 및 정밀 방산부품을 생산하는 ㈜KS시스템은 지난 10월 거대방산 앵커기업인 LIG넥스원 등과 산업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5억원을 들여 구미사무소 신설투자를 확정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방산업체의 구미 신공장 개소와 생산라인 증설이 올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한건의 수출계약만으로도 수십내지 수백억원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산생태계 구축 확대는 국가수출증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12-11

경기 북부 미군 공여지, ‘K-컬처 AI 허브’로... 동두천 게임·e스포츠 평화 특구 제안 눈길

이재명 대통령 주재 타운홀미팅에서 경기 북부의 오랜 숙원인 미군 공여지 활용 방안에 대한 획기적인 해법이 제시돼 화제다. 특히 동양대학교 SW융합대학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가 제안한 게임 e스포츠 평화 특구 조성과 콘텐츠 특화 AI 데이터센터 유치 구상이 지역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교수의 제안이 담긴 숏폼 영상은 ‘대통령한테 혼난 교수님’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상에서 35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김 교수는 “K-컬처 300조 시대를 이끌 핵심은 게임, 웹툰, 영상”이라며 "경기 북부를 K-문화강국의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해 미군 공여지를 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동두천은 데이터센터 유치에 필수적인 전력과 수자원 확보에 있어 최적의 입지로 분석된다며 동두천드림파워 복합화력발전소의 1.7GW 설비용량은 이론상 AI 데이터센터 GPU 랙 4만 개 이상을 가동할 수 있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센터가 어렵다면 엣지 데이터센터(EDC) 설립만으로도 충분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자체와 대학, 산업계가 협력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통해 접경지역 규제를 풀고 동두천을 게임 e스포츠 특화 도시이자 AI 콘텐츠 평화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대학교 동두천캠퍼스는 AI빅데이터융합학과, 게임학부, 웹툰애니메이션학과 등 관련 전문 학과를 운영하며 지역 발전 구상을 뒷받침할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제안이 경기 북부의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