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드 “품질·안전 우리가 책임” 오픈소스 “AI는 모두의 것이어야” 편의성 vs 자유 각각의 장점 갖춰 경쟁 속 두 진영의 경계 점점 모호 더 나은 미래 위한 우리의 선택 필요
지난주 우리는 인공지능(AI)이 눈을 뜨고, 귀를 열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음성, 영상을 넘나드는 멀티모달(Multimodal) AI의 세계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한 발 더 들어가 보기로 하자. 이처럼 강력한 AI를 만드는 회사들이 왜 어떤 곳은 기술을 모두 공개하고, 어떤 곳은 철저히 감추는 것일까?
“내가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기술을 왜 공짜로 줘야 해?”와 “함께 만들어야 더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이 두 경영 철학의 충돌이 지금 AI 산업을 뒤흔들고 있고, 이 전쟁은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AI의 미래가 누구의 손에 놓일 것인가를 결정짓는 싸움이 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옳은가를 두고 실리콘밸리의 천재들도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레시피를 공개하느냐, 마느냐
AI 모델을 음식점 레시피에 비유해 보자. 수십억 원을 들여 개발한 비밀 레시피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 ‘오픈소스(Open Source)’는 이 레시피를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방식이다. 누구든 내려받아 자신의 주방에서 그대로 요리할 수 있고, 마음껏 변형하거나 개선할 수도 있다. 반면 ‘클로즈드 소스(Closed Source)’는 완성된 요리만 판매하고 레시피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 방식이다. 손님은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AI에서 ‘레시피’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모델 가중치(weight)와 학습 코드다. 오픈소스 AI는 이것을 모두 공개해 누구든 자신의 컴퓨터나 서버에서 직접 돌릴 수 있다. 클로즈드 AI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라는 창구를 통해 접근만 허용하고, 내부 구조는 결코, 공개하지 않는다. 요리는 먹을 수 있지만, 주방에는 들어올 수 없는 방식인 것이다.
클로즈드 진영 — “품질과 안전, 둘 다 우리가 책임진다”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클로즈드 AI의 대표 주자는 세 곳이 있다.
첫 번째는 OpenAI의 GPT 시리즈다. 우리가 잘 아는 ChatGPT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이름에 ‘오픈(Open)’이 들어가지만, GPT-4 이후로는 클로즈드로 전환했다. GPT-4o, o3, 그리고 최근 공개된 GPT-4.5까지, 최신 모델은 API와 ChatGPT 서비스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OpenAI는 “검증되지 않은 강력한 AI가 세상에 그대로 풀리면 위험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결국 상업적 이해관계가 더 크다”고 반박한다. 회사 이름에 ‘오픈’을 달고 정작 가장 클로즈드 전략을 택했다는 역설은, AI 업계에서 꽤 유명한 농담이다.
두 번째는 Anthropic의 Claude 시리즈다. 2024년부터 Claude 3.5, 3.7 Sonnet, Claude 3.5 Haiku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챗봇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Anthropic은 처음부터 클로즈드 전략을 고수해 왔다. 공동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AI는 핵무기에 맞먹는 잠재적 위험을 가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라는 자체 안전 원칙을 전면에 내세운다. 윤리와 안전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은 클로즈드 전략이다.
세 번째는 Google의 Gemini 시리즈다. Gemini 1.5 Pro, 2.0 Flash 등 주력 모델은 클로즈드로 운영하면서, 경량 버전인 Gemma 시리즈는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이중 전략을 취한다. “최고 성능은 우리가 독점하되, 생태계 확장은 오픈소스로”라는 영리한 계산이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과 유튜브, 안드로이드를 보유한 Google이 오픈소스 카드까지 쥐었다는 사실은, 경쟁사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압박이다.
오픈소스 진영 — “AI는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오픈소스 진영의 최강자는 단연 Meta의 LLaMA(라마) 시리즈다. 일반인이 여전히 Facebook으로 인식하는 메타는 2023년 LLaMA를 처음 공개한 이후, LLaMA 2, 3, 3.1, 3.3을 잇달아 출시하며 오픈소스 AI 생태계의 기준점을 세웠다. 최신 Llama 3.3 70B 모델은 성능 면에서 GPT-4 급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크 저커버그는 “오픈소스 AI가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지킨다”는 말로 이를 정치·경제적 의제로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프랑스의 스타트업 Mistral AI는 유럽산 오픈소스 AI의 기수다. Mistral 7B, Mixtral 8x7B, 그리고 최근 Mistral Small 3.1까지, 비교적 작은 크기에도 뛰어난 성능으로 전 세계 개발자의 주목을 받았다. “AI 주권”을 내세우며 미국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는 유럽의 AI 독립을 외치는 이 회사는, 오픈소스로 개발자 커뮤니티의 신뢰를 쌓고 기업용 유료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2025년 초 AI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름도 있다. 중국 스타트업이 오픈소스로 공개한 DeepSeek-R1이다. “중국산 AI가 OpenAI를 넘봤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쏟아졌고, 공개 직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7%나 폭락했다. DeepSeek-R1의 핵심은 비용이었다. OpenAI가 수천억 원을 쏟아부은 결과물에 버금가는 성능을, 수십 분의 일 비용으로 구현했다는 주장이 업계를 뒤흔들었다. 이 사건은 “AI는 무조건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깼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 있다.
중국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개발한 Qwen(천원) 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Qwen 2.5는 코딩과 수학 분야에서 GPT-4를 앞선다는 벤치마크 결과도 있다. 이 밖에도 Microsoft가 지원하는 Phi 시리즈, 삼성이 참여한 SOLAR, ETRI의 EXAONE(엑사원) 연구 공개 버전 등 한국에서도 오픈소스 모델 생태계가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 처리에 특화된 국내 모델들은 영어 중심의 글로벌 모델이 놓치는 맥락과 뉘앙스를 더 정교하게 잡아낸다는 강점이 있어 앞으로 기대가 된다.
왜 다른 길을 걷는가 — 철학인가, 전략인가
두 진영이 다른 선택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경영 철학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냉혹한 비즈니스 계산이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클로즈드(Closed) 진영의 논리는 명확하다. 첫째는 수익 모델이다. API 사용료와 구독료가 핵심 수입원이기 때문에, 모델을 공개하는 순간 경쟁자가 무료로 복제해 간다. 둘째는 안전이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배포된 강력한 AI가 범죄나 허위 정보 생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오픈소스 진영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여기서 Meta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Meta는 AI 모델을 직접 팔아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없다. Meta의 수익은 광고다. AI 생태계 전체가 발전하고 개발자들이 Meta의 인프라와 플랫폼을 쓸수록, Meta의 광고 비즈니스도 함께 성장한다. 결국 메타에게 오픈소스 AI는 ‘공짜 뿌리기’가 아니라, 경쟁자인 OpenAI와 Anthropic의 유료 모델을 무력화하는 전략 무기인 셈이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자유냐, 편의냐
그렇다면 일반 사용자와 기업에게 이 전쟁은 어떤 의미일까?
오픈소스 AI의 최대 장점은 자유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무료로 쓸 수 있고, 내부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환자 정보를 다루는 병원, 기밀 문서를 다루는 법무법인이라면 내부 서버에 직접 설치해 쓸 수 있어 보안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단점은 기술적 진입장벽이다. 모델을 돌릴 수 있는 고성능 서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Llama 3.3 70B 급 모델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고성능 GPU 서버가 필수다.
클로즈드 AI의 장점은 편의성과 성능이다. 회원 가입만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당장 쓸 수 있다. 지속적인 성능 업데이트와 기술 지원도 보장된다. 단점은 비용과 의존성이다. 서비스 요금이 오르거나 정책이 바뀌면 대응하기 어렵다. 2024년 OpenAI가 API 가격 정책을 여러 차례 바꾸면서 곤란을 겪은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클로즈드 AI로 빠르게 시작하고, 규모가 커지거나 데이터 보안이 중요해지면 오픈소스 전환을 검토하는 단계적 전략이 합리적이다. 제조기업이라면, 품질 검사나 설비 데이터 분석처럼 민감한 공정 정보를 다루는 영역에서 오픈소스 모델을 내부 서버에 직접 구축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진영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OpenAI는 최근 일부 소형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Meta는 일부 기업용 서비스를 유료로 실험 중이다. Google은 Gemma와 Gemini를 통해 양 진영을 동시에 공략한다. 이제 “우리는 완전히 오픈소스”나 “우리는 완전히 클로즈드”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혼전의 시대다.
결국 오픈소스냐 클로즈드냐의 싸움은, AI 기술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 그 이익이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를 둘러싼 전쟁인 것이다. 소수 빅테크기업이 AI를 독점하는 세계와, 누구든 AI를 만들고 개선하고 활용하는 세계 — 어느 쪽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지,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이 전쟁의 구경꾼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