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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파병

등록일 2026-03-22 18:22 게재일 2026-03-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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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최악의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타당한 말이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인명 살상과 사회-경제적 자산의 파괴를 불러온다.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측의 인명피해가 180만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으로 발생한 민간인 사상자도 5만 5천을 넘어섰고, 우크라이나 국외 난민도 59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접어든 시점에 느닷없이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 아닐 수 없다.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다”라거나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라는 표현이 떠오르는 어처구니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국외자인 우리도 그렇지만,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인 트럼프도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알고나 있을까?!

현지 시각 3월 17일 이란 전쟁에 관한 유의미한 정보가 나왔다. 미국 국가대테러센터 수장인 조지프 켄트 국장이 트럼프에게 보내는 사직서 형식의 서한을 공개한 것이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란은 미국에 대한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그 강력한 미국 내 로비 압력으로 시작됐다”고 전쟁 발발 원인을 명시적으로 적시(摘示)했다.

켄트 국장은 “이스라엘 고위 인사들과 일부 미국 언론이 허위 정보 캠페인으로 전쟁 여론을 조성하여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라고 트럼프를 속였다. 미국 국민에게 아무 이익도 없고, 미군 희생을 정당화할 수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 파견을 지지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노선을 수정해 국가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켄트는 트럼프의 대표적인 충성파로 작년 7월 상원 인준을 받아 테러와 마약 정책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또한 그는 미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으로 11차례 전투 파병을 경험한 인물로 중앙정보부 준군사 조직에서 활동한 안보 전문가다. 이런 경력의 소유자가 트럼프의 이번 전쟁을 정면 반박함으로써 우리에게 이란 전쟁의 본질 가운데 하나를 명징하게 입증한 셈이다.

나는 무슨 이유든 간에 전쟁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러시아 안보 위협이 아무리 중차대한 문제라 해도 푸틴의 전쟁 개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같은 이치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명분으로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인 이란 공습은 용납할 수 없는 악랄한 범죄행위다. 무슨 권리가 있길래 대낮에 어린 학생들을 학살할 수 있는가?!  

이란의 강력한 저항과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폭력행사에 놀란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대한민국 정부와 군대의 참여를 날마다 촉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우리 국민의 견해도 양분돼 있다. 파병과 참전 절대 불가를 외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일부 태극기 세력은 국익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주장한다.

우리 국익이 소중해서 반드시 참전해야 한다면, 그대들 먼저 자식들 손잡고 솔선수범하는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 주기 바란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영웅적인 투쟁 대열 최전선에 호기롭게 참전하기를 바란다. 부디 남의 소중한 자식들 목숨일랑 그냥 놔두기를 간곡히 바란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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