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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용률 10년 새 6.4%p↑···맞벌이 가구·육아휴직 남성도 크게 늘어

여성의 고용률과 맞벌이 가구 비율이 최근 10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은 2015년 대비 13.9%포인트 상승하며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도 처음으로 4만명을 넘겼다. 여성가족부는 2일 제30회 양성평등주간(9월 1~7일)을 맞아 ‘2025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발표했다. 이번 자료는 인구·가구, 노동시장, 일·생활 균형, 의사결정 등 9개 영역 44개 지표를 토대로 남녀의 변화를 분석했다. △맞벌이 가구·1인 가구 모두 급증 2024년 18세 미만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 비율은 58.5%로 2015년(47.2%)보다 11.3%포인트 올랐다. 특히 자녀 연령이 6세 이하인 맞벌이 가구 비율은 53.2%로, 15.1%포인트 급등했다.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의 36.1%를 차지, 2015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남성 1인 가구는 30대(21.8%), 여성은 60대(18.7%)가 가장 많았다. △여성 고용률 상승폭, 남성의 7배 2024년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2.1%로 2015년보다 6.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남성은 0.9%포인트(75.9%→76.8%) 상승에 그쳤다. 특히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은 59.6%에서 73.5%로 뛰었다.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 비율도 여성은 55.1%로 2015년보다 12.0%포인트 상승, 남성(58.9%, 6.3%p↑)보다 상승폭이 컸다. 6월 기준 월 실근로시간은 남성 153.8시간, 여성 137.4시간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25.4시간, 27.6시간 줄었다.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은 15.9%로, 2015년(21.7%) 대비 5.8%포인트 감소했다. △남성 육아휴직자 4만명 돌파 2024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총 13만3000명으로, 이 중 남성은 4만2000명으로 처음 4만명을 넘겼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수급자도 여성은 12.4배, 남성은 19.2배 급증했다. △공공·민간 여성 리더 비중 확대 4급 이상 국가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26.3%로 10년 새 14.2%포인트 늘었다. 지방공무원 5급 이상 여성 비율도 11.6%에서 34.6%로 상승했다. 전체 여성 관리자 비율은 22.5%로 3.1%포인트 늘었으며, 공공기관 여성 관리자는 25.4%로 9.5%포인트 확대됐다. △연령대별 삶의 만족도, 성별 차이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13~19세와 60세 이상에서는 남성이, 30~50대는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홍영희 여성가족부 성별영향평가과 사무관은 “가족 형태, 경력단절, 일·생활 균형, 대표성 등 생활과 밀접한 사회 현상을 면밀히 분석해 국민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주는 정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9-02

선관위, 국민 신뢰 회복 특위 출범···주호영 의원 요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 부실 논란에 따른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대국민 신뢰 회복 특별위원회(특위)’를 지난 1일 출범시켰다. 이는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을 필두로 국회 일각에서 선관위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주 부의장은 판사 시절 6곳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냈고, 12년간 8번의 전국 단위 선거를 직접 관리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경험을 토대로 선관위의 소극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선거 과정의 신뢰 확보와 선관위 조직 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해 왔다. 최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주 부의장은 선관위를 향해 “사회 곳곳에서 선거 불신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선관위는 홈페이지 공지만 하고 국민 대상 신뢰 확보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그는 “헌법기관이라는 지위만 내세우며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겠다”는 선관위의 태도가 국민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라고도 비판하면서 “선거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출범한 특위는 사전투표소 본인 확인 절차, 회송용 봉투 처리 지침 등 주 부의장이 지적해 온 선거 관리 투명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아울러 독립 감사위원회 설치와 경력 채용 과정의 공정성 확보 등 조직 내부의 투명성 강화도 함께 검토할 전망이다. 주 부의장은 특위 출범 소식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선관위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특별위원회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국민이 모든 선거 과정을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국회에서도 끝까지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2

불붙은 추·나 대전… 野 간사 선임 놓고 격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야당 간사 선임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했다. 6선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5선 나 의원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회의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국회 안팎에선 “예고됐던 추·나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먼저 처리하려 하자 “야당 간사부터 선임하고 안건 처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항의했다. 추 위원장이 “위원장 진행 순서에 따라야 한다”고 맞받았고, 민주당 위원들은 나 의원을 ‘내란 앞잡이’로 규정하며 간사 선임에 반대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일제히 위원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했다. 나 의원은 “추 위원장이 6선 의원이고 국회의장도 하려고 했으면 의회에 대한 이해가 깊을 텐데 이렇게 의회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런 식의 국회 운영은 한마디로 ‘국회 독재’”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추 위원장이 정말 기괴하고 엽기적인 회의 진행을 하고 계신다”며 “독단적인 회의 진행에 대해 윤리위 제소를 포함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추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나 의원이 보임돼 오셔서 마치 여기를 전투장처럼 여기시는 모양인데, 여기는 법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윤석열 영장 공무집행을 방해했던 자들이 여기 와서 법사위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항의 과정에서 나 의원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라”, “아무것도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내란 앞잡이에 준하는 나 의원이 어떻게 법사위 간사냐”며 “초선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간사를 하고 싶으면 내란 혐의를 자수하고 어떻게 내란 모의를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결국 신경전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장 밖에서 신동욱 의원은 “민주당의 폭주 기관차가 멀리 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직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접견 등에 관한 서류 제출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2

추경호·조지연 압수수색 반발 “특검이 동네 편의점 드나들 듯”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 특별검사팀이 2일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전 원내대표와 조지연(경산)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국민의힘이 “야당 말살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검팀이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와 대구에 있는 추 전 원내대표의 자택과 국회의원실,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조 의원 의원실을 압수수색하자 국민의힘은 즉각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과도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야당이 제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을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특검 출범 후 시간이 충분히 지났는데도 활동 기간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 압수수색을 하는 건, 결국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이 정부를 견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이날 사법정의수호 및 독재저지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참석해 “특검이 저희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이나 원내행정국, 당사, 의원실을 동네 편의점 드나들 듯 드나들고 있다”고 질책했고, 법원을 향해서는 “법관이 대한민국의 최후의 보루로서 법치를 지키겠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여당의 이런 만행에 대해 규탄하든, 아니면 모두 다 법복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이 무소불위의 권한으로 이렇게 압수수색을 진행해도 되는지 엄중히 질문하며, 불법적인 압수수색을 당장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 ‘재판권이 입법권이나 집행권과 분리되지 않는다면 자유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삼권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집권 여당이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들어 재판 과정을 직접 장악하겠다는 발상은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하는 위헌적 조치”라며 “특검이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재판부를 바꾸겠다는 시도 역시 독재적 발상으로, 국회가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면 국민들은 재판부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2

최교진 후보, 음주 운전 전과 등 도마위에

국회에서 2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와 학생의 뺨을 때린 의혹, 대북관 등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은 “음주운전 전과로 벌금 200만 원이나 받으셨는데 교육부 장관 후보를 수락한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된다”고 질책한 후, 교사 시절 성적이 떨어졌다고 우는 여학생의 뺨을 때렸다고 밝힌 인터뷰 사실을 언급하며, “교육부 장관으로 부적격 인사”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최 후보자는 “2003년 교사는 아니었지만, 음주운전은 분명히 잘못됐고 제 생애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며 “그 이후에 반성하는 의미에서 단 한 차례도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은 "과거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음모론 전파에 앞장섰다”면서 최 후보자의 대북관도 따져 물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음모론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 일로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최 후보자의 교육계 경력과 성과를 거론하며 엄호했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사회운동도 했고, 교육 현장에 있었고 책임 있는 세종시 교육감 3선을 연임했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가 됐다”고 말했다. 백승아 의원은 “교육청 차원에서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을 바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하신 점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때 중단됐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이억원 후보가 사실 금융위를 철거하기 위해서 철거반장으로 오신 겁니까?”라고 물으며 맹공했고, 이양수 의원도 “25일에 금융위 해체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하면 저분 지금 열흘 근무시키려고 저희가 인사청문회 하는 건가”라며 청문회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러한 공방 끝에 청문회는 10여 분 만에 중단됐다. 재개된 청문회에서 여당은 금융위 해체가 아닌 기능 조정이라고 반박하며 후보자를 엄호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2

KT 글로벌스토어, 외국인 고객 위한 종합통신서비스 제공

영남권 최초로 대구 중구 교동에 외국인을 위한 특화 통신 매장이 문을 열었다. 2일 KT에 따르면 KT대구경북광역본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통신서비스 이용 편의를 위해 ‘KT 글로벌스토어’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글로벌스토어는 늘어나는 외국인 수요에 맞춰 휴대전화 개통과 서비스 이용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산과 광주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열었으며, 영남권에서는 최초다. 매장에는 외국어 응대가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영어와 중국어로 된 신청서를 구비해 외국인 고객이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익숙한 언어로 확인할 수 있어 가입 절차가 간편해지고, 서비스 내용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KT는 글로벌스토어를 외국인을 위한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지 유학원과 정기적으로 교류해 외국인 유학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북은행과 협업해 금융 거래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정착 서비스를 확대한다. 개소 기념으로 9월 한 달간 SNS 리뷰 이벤트를 통한 경품 증정과 방문 고객 대상 무료 필름 교체 서비스도 진행한다. 김병균 KT대구경북광역본부장은 “KT 글로벌스토어는 영남권 최초의 외국인 전용 매장으로, 외국인 고객이 보다 편리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응대 인프라와 서비스를 개선했다”며 “통신뿐 아니라 한국 생활 전반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9-02

대구시, 대구FC 혁신위 구성⋯구단 전면 쇄신 본격 시작

대구시가 최근 K리그1 최하위권에 처한 대구FC의 위기를 탈피시키고 구단 운영 전반을 혁신하기 위해 ‘대구FC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혁신위는 국내 최고의 축구기술·행정 전문가들과 스포츠 전문 언론인, 기업경영 전문가들로 구성돼 구단의 전면적인 쇄신을 목표로 한다. 대구FC는 강등 위기에 처하면서 구단 운영과 선수단 관리, 팬 소통 등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는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들은 구단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혁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혁신위원회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참여한다. 박성균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 이근호 쿠팡플레이 축구해설가, 이석명 한국프로축구연맹 클럽자격심의위원회 위원장, 송지훈 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그리고 대구시와 대구FC 내부에서 체육진흥과장과 구단 테크니컬 디렉터가 참여한다. 또한, 엔젤클럽 회원들도 팬과 시민과의 소통 강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혁신위원회는 △선수단 운영 쇄신 △구단 운영 효율성 진단 및 조직개편 방안 마련 △팬클럽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 강화 방안 모색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9월부터 올 시즌 종료 시까지 정기적인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혁신안을 도출해 구단 혁신이 실제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대구FC는 시민들의 성원 속에 성장해온 지역 대표 시민구단이지만, 최근 성적 부진으로 많은 팬들의 우려가 크다”며 “혁신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지원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구FC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2

대구시, 2672억원 규모 제3회 추경예산 편성⋯민생경제 회복 본격 ‘시동’

대구시가 정부 제2회 추경과 연계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2672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제3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예산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대구형 소비진작 특별 대책주간’ 운영 등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총 예산 규모는 12조 789억 원으로 기정예산 대비 2672억 원이 증가했다. 일반회계는 9조 8142억 원으로 2643억 원이 증가했으며, 특별회계는 2조 2647억 원으로 29억 원이 증가했다. 주요 세입재원은 국고보조금 2199억 원, 기금 가용재원 예수금 404억 원, 특별교부세 60억 원, 교육비특별회계 전입금 9억 원이며, 부족한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111억 원)을 통해 마련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2512억 원을 투입한다. 먼저, 9월 22일부터 시작되는 ‘2차분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2323억 원을 편성, 소비 활성화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확대를 지원한다. 또한, ‘지역사랑상품권 2차분’ 발행 지원에 153억 원을 편성해 1180억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대구로페이)을 추가 발행한다. ‘대구형 소비진작 특별 대책주간’ 운영에 21억 원을 편성해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상권별 맞춤형 소비진작 특별행사와 이벤트 등을 집중 개최한다. 특히,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 어르신을 대상으로 헬스장, 수영장 등 스포츠시설 이용료 지원에 15억 원을 편성해 소비 촉진과 취약계층 어르신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한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23억 원을 편성한다. 고난도 AI모델 학습·분석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제조업 AI 융합 기반 조성사업’에 10억 원을 편성해 ‘AI로봇 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수성알파시티를 AX 연구개발 허브로 조성한다. 아울러 ‘첨단 기능성 소재기반 시기능 보조기기 산업육성 사업’에 3억 원을 투입해 제품개발·해외인증·수출판로 개척 등을 지원한다. 재난 예방 인프라 구축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104억 원을 편성한다. 빗물펌프장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팔달빗물펌프장 등 4개소에 방류구 인명피해 방지시스템 구축비 3억 원을 편성하고, 빗물펌프장 신·증설 및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운영비 7억 원을 증액 편성한다. 교통인프라 확충에 49억 원을 편성한다. ‘다사~왜관 간 광역도로 건설사업’과 관련해 도로 절개지 안정화를 위한 추가 공사비 20억 원을 편성하고, 도시철도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해 ‘도시철도 2·3호선 열차무선설비(LTE-R) 개량 사업’에 29억 원을 편성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행정부시장은 “이번 추경예산안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으로 편성했다”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및 지역사랑상품권 2차분 발행과 더불어 대구형 소비진작 특별대책을 추진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기회복 효과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경정 예산안은 ‘제319회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2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예정지, 3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국토교통부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투기적 부동산 거래 차단을 위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공항 예정지 및 인접 지역을 향후 3년간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2020년 9월 3일 경북지사가 최초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기간 만료에 따른 재지정과 군공항 부지 사업계획 승인에 따른 신규 지정을 반영하기 위해 시행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열린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 내의리 일원과 경북도 의성군 비안면 도암리 일원에 군공항 이전 사업계획 승인에 따른 신규 지역(군위군 소보면 위성리·복성리, 의성군 비안면 장춘리)을 추가해 총 83.9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2일 조정·공고했다. 해당 지역은 민간공항 기본계획 승인 절차를 앞두고 있어 보상 착수 전 단계임을 감안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3년으로 설정했다. 또한, 지가 변동률이 높고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며, 지가 급등 우려가 있는 점도 함께 고려됐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는 부동산 거래 동향 및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가 안정 등 사유가 발생할 경우 단계적으로 지정 해제를 추진하는 등 탄력적으로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군위군 신공항대책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허가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보상을 서둘러 주거나 허가구역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범위가 확대됐다. 영농계획조차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재욱·최상진기자

2025-09-02

국토부, 신탁사기 피해주택 첫 매입 완료⋯대구 북구 다세대 16가구 포함

정부의 신탁사기 피해주택 첫 매입 대상으로 대구 북구에 있는 다세대주택이 선정됐다. 그간 사각지대에 놓였던 신탁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구제 방안으로 발표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2024년 11월 1일) 이후 첫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탁사기 피해주택 중 최초로 대구 북구에 있는 다세대주택 16호에 대한 매입 절차를 완료했다. 신탁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지지 않은 위탁자(이전 소유주)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무권계약)이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며 법원 경매 등 강제집행도 불가능하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신탁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려면 소유권이 있는 신탁회사 등과 가격·계약조건 등 개별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이번 첫 매입 대상인 대구 북구의 다세대주택은 피해주택 16호에 대한 계약을 체결해 소유권 이전 등 매입 절차를 마무리한 사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이전에는 매입할 수 없었던 신탁사기 피해 주택을 최초로 매입하는 성과가 나타난 만큼 사각지대 없는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피해자 주거 안정을 적극 지원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2

李 대통령, ‘더 센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국무회의 심의·의결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이른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포함해 모두 5건의 법률 공포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7월 3일 본회의 통과)에 이은 추가 개정안으로,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법률안이 공포된 날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방송 3법’ 중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각각 MBC 대주주인 방문진 및 EBS의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내용 및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공영방송 사장 후보 국민추천위원회 설치 및 특별다수제·결선투표 도입 근거 등이 담겨져 있다. 이 외에 한국산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30조원에서 45조원으로 상향하고 반도체와 이차전지, AI(인공지능) 등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금융 자금 지원을 위한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지방 관광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바가지요금’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지방 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제일 큰 장애 요인은 자영업자들로 인해 사고가 가끔 나는 것”이라며 “사소한 이득을 얻으려다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공공에 대한 피해가 너무 큰데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에대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우선 각 상권 활성화 재단이나 상인연합회 등이 자율적으로 (단속)하는 것을 유도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은 과거와 달리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치명적”이라며 “이것을 그냥 자율적인 상황이라고 방치할 일인가. 공공에 대한 피해가 너무 크다.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1%대까지 추락한 잠재성장률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는 첫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7월 산업생산·소비설비·투자가 나란히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한다”며 “소매 판매의 경우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2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적절한 재정 추입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현장에서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02

포항시, 10월 29일 구직자 2000명 참여하는 ‘일자리박람회’ 개최

포항시는 10월 29일 구직자 2000여 명과 구인 기업·기관 200여 곳이 참여하는 ‘2025 포항일자리박람회’를 10월 29일 개최한다. ‘오늘의 만남, 내 일(My Job)의 시작’을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박람회는 50여 개 현장 면접 부스를 마련해 AI 면접 체험과 취업 특강, 창업 상담 등 실질적인 채용·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증명사진 촬영, 퍼스널컬러 진단, 취업 타로, 커피 시음, 게임형 강점 진단, 경품 추첨 등 청년층과 중·장년층 모두를 위한 부대행사도 풍성하게 준비한다. 특히, 행사 명칭을 기존 ‘취업박람회’에서 ‘일자리박람회’로 확대 개편, 부서·기관별로 분산돼 진행되던 고용지원사업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 재취업과 창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일자리 박람회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행사 성공 개최를 위해 포항시는 2일 ‘포항형 일자리추진 실무위원회’ 간담회를 개최, 일자리박람회의 성공적 운영 방안과 지역 고용 활성화 전략을 논의했다. ‘포항형 일자리추진 실무위원회’는 지역 일자리 현안을 공유하고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는 민·관·산·학 협력 거버넌스이며, 정기적인 간담회와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지역 고용정책을 지원해왔다. 김정표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지역 일자리 전문가들의 현장 의견이 신속한 정책 수립과 대응에 큰 힘이 되고 있다”라면서 “일자리박람회를 계기로 민·관·산·학이 함께하는 고용지원 협력 체계를 더 다지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02

일본(인)은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7월 18일 초가지붕으로 되어 있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도케이지 산문을 나왔을 때는 1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저는 5km 정도 떨어진 고토쿠인(高徳院)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한해 이천만명이 찾는다는 관광도시 가마쿠라에서도 고토쿠인은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입니다. 고토쿠인이 유명한 이유는, 그곳에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불상인 가마쿠라 대불이 있기 때문인데요. 기타가마쿠라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가마쿠라역까지 전철로 이동한 저는,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고토쿠인으로 향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아미타불은 12미터의 높이와 121톤의 무게로 보는 이를 압도했습니다. 전각 안이 아닌 야외에 노출되어 있어 더욱 웅장하게 느껴졌는데요. 이 청동불상은 본래 나무로 만들어졌다가, 태풍으로 파괴된 이후 1252년에 다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본래는 대불이 머무는 전각도 있었지만 15세기 무렵 자연재해로 파괴되면서 이후에는 대불만 야외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습니다. 일본 최초의 무사 정권인 가마쿠라 시대에 만들어져서일까요? 이 청동 대불에서는 자애로움보다는 뭔가 엄격한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얼마나 큰지, 50엔(500원 정도)만 내면 불상 내부에까지 들어가 볼 수도 있었습니다. 고토쿠인은 규모로 승부를 보겠다는 듯이, 가마쿠라 대불 옆의 건물에는 길이 1.8m의 짚신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불이 “짚신 신고 일본 곳곳을 걸어다니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아이들이 만들어 기부하는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고 하는데요. 방금 전까지 토케이지의 34cm 수월관음상을 보며 ‘축소지향의 일본’을 떠올렸던 저는, 불과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이토록 크기와 규모로 사람을 압도하는 청동 대불과 짚신이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수천년의 역사와 남한 면적의 4배에 이르는 영토를 가진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를 하나의 명제로 정리한다는 것은 애당초 인간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전공하는 문학에서 다루는 ‘근대적 인간’이란, 우주보다 깊고도 심오한 내면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요. 한 명의 개인이 그러할진대, 1억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를 한두마디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겁니다. ‘축소지향’과 더불어 ‘확대지향’을 지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이러한 문화의 양면성과 복합성이야말로 모든 문화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날 고토쿠인을 찾은 진짜 이유는, 얼마 전에 한국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관월당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난 6월 23일 관월당이 한국에 돌아왔다는 보도를 접하셨을 텐데요. 그 관월당이 있던 곳이 바로 고토쿠인입니다. 현재 관월당은 낱낱이 해체되어 4000여 점의 조각이 파주시에 있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관월당은 전면 3칸, 측면 2칸의 목조 단층건물로 맞배지붕 형태의 전형적인 한국 건축물인데요. 관월당이 바다를 건너 대불 뒤편에 놓이게 된 사정은 비교적 상세히 밝혀져 있습니다. 평소 일본 재계의 거물이었던 스기노 키세이(1870-1939)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조선식산은행이, 1924년 무렵 담보로 갖고 있던 관월당을 스기노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스기노는 일단 관월당을 메구로에 있는 자신의 집에 가져다 놓았다가, 10년 후쯤에 폐병으로 가마쿠라에서 요양과 기도를 할 무렵, 고토쿠인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고토쿠인에서 관음보살을 모셔놓은 법당으로 사용된 관월당이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던 데는, 사토 다카오 고토쿠인 주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는 고고학 연구자로 게이오대 교수이기도 한데요. 2002년 고토쿠인의 주지가 되었을 때부터 관월당을 한국에 반환하려고 애써 왔다고 합니다. 관월당은 언제 어떤 용도로 만들어져,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가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조선 왕실의 사당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지만, 1871년 정학교(丁學敎)가 썼다는 ‘무량수각(無量壽閣)’이라는 현판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해외에 있는 문화재를 돌려받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환수를 위한 방법은 소장국가에 반환요청을 하거나 경매로 구매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반환요청을 하기 위해서는 약탈이나 도난의 증거를 제시해야 하며, 설령 도난과 약탈을 증명하더라도 소장국가에서 반환을 거부하면 그것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토 다카오 주지는 흔쾌히 관월당을 고향에 돌려보낸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반환비용 전부를 사토 다카오 주지가 부담했으며, 나아가 한일 간 문화유산 연구와 학생교류를 위한 별도기금 1억엔(10억원 정도)까지 기부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고토쿠인을 찾았을 때, 관월당이 있던 곳에는 바닥돌과 좌우 석등만이 남아 있었는데요. 관월당의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계 각국에서 모인 관광객들은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빈터에는 곧 가마쿠라 대불은 물론이고, 관월당에 대해서도 소개하는 자료관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서울에도 멋지게 복원된 관월당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백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관월당을 보며, 우리는 그 고풍스러움과 아름다움에 취해 행복해할 텐데요. 그 행복 속에서 우리는 사토 다카오라는 한 일본인의 따뜻한 마음도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이경재(숭실대 교수)

2025-09-02

이 대통령, 오는 23일 UN총회 연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하기로 했다.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 등을 조율하는 중재 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유엔총회 고위급회기는 매년 9월 셋째주 화요일부터 약 일주일간 열리며 193개 회원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외교 무대”라며 “올해 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될 걸로 예상한다. 이 대통령은 이번 참석을 통해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글로벌 책임 강국’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 다양한 외교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선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극복 과정을 공유하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우리 정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강 대변인은 “대한민국은 9월 한 달간 안보리 의장국을 맡는다”며 “인공지능(AI)과 국제 평화·안보가 주제”라고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서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총회 참석이 유력해 한·미·일 3국 정상이 함께 만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02

짜장면은 음식이 아닌 ‘추억’

50대를 넘긴 사람들에게 짜장면은 음식이 아니다. 추억이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이 있던 날. 1500원짜리 꽃다발을 들고 학교를 찾아온 엄마가 사주던 500원짜리 짜장면. 그날의 기억은 언제 떠올려도 애틋하고 훈훈하다. 고소한 냄새까지 고스란히 소환된다. 짜장면은 양파와 감자 등 채소와 돼지고기를 춘장과 함께 볶아 굵은 면발 국수에 올려 먹는 한국화된 중국 요리다. 물과 녹말가루를 넣지 않고 재료를 볶아낸 간짜장, 여러 가지 해물을 더한 삼선짜장, 고기와 채소를 잘게 다져 소스를 만든 유니짜장 등이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메뉴. 대중가요 노랫말에도 등장하고,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도 무시로 볼 수 있는 짜장면은 그 유래가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아직도 논쟁 중이다. 다만, 19세기 후반 중국 산둥에서 하역 작업을 위해 인천으로 건너온 노동자들이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걸 보고 만들게 됐다는 게 유력한 가설. 중국과 일본 요리는 물론 유럽 요리, 미국식 스테이크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짜장면은 아직도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외식 메뉴 가운데 하나다. 앞서도 말했지만 중년 이상의 세대에게 짜장면은 음식이 아닌 추억이므로. 1960년대 20~30원이던 짜장면은 1970년대 중반엔 200~250원으로 가격이 올랐고, 현재는 7000원 안팎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다. 트러플 등 귀한 재료를 넣어 호텔 중식당에서 판매하는 짜장면은 5만원도 넘는다고.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2

이젠 맛볼 수 없는 ‘청송 마법사’의 짜장면

아래 기사는 본지 홍성식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편집자 주 얼핏 봐도 여든 안팎의 노인이다. 머리숱은 성글고, 눈가엔 자글자글 주름이, 팔뚝엔 검버섯이 점점이 피었으니. 여름이었고 날씨는 뜨거웠다. 커다란 솥이 김을 뿜어대는 주방은 더 더웠을 터. 그래도, 이 영감님 “타앙~ 탕~” 수타면을 연신 치대면서 웃는다. 그 웃음, 썩 보기 좋았다. 짜장면을 포함해 중국요리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해박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선배가 주방에 들리도록 큰소리로 물었다. “128가닥인가요?” 면을 치다 말고 힐끗 홀 쪽을 돌아본 영감님의 대답은 짧았다. 역시 웃는 낯이다. “256가닥이오.” 사실 짜장면(‘자장면’이라 쓰면 이상하게 맛없게 느껴진다)을 ‘영남의 요리’라 부르기엔 무엇하다. 그러나, 이건 짜장면 이야기가 아니다. 경상북도 청송군에 살았던 ‘마법사’에 관한 전설 혹은, 설화니까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네다섯 해 전이다. 일로 찾은 청송에서 지인을 통해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읍내에 짜장면, 짬뽕, 탕수육 정도만을 만들어내는 단출한 식당이 하나 있는데, 청송군수와 청송경찰서장은 거길 못 간단다. 당연한 질문이 던져졌다. “왜요?” 사연은 이랬다. 한 노부부가 청송에서만 40년 가까이 중국집을 운영했다. 종업원 없이 남편은 주방을 책임지고, 아내는 홀 서빙을 맡았다. 맛있는 집은 금방 입소문이 난다. 동네 사람들만으로도 식당이 미어터졌다. 군수건 경찰서장이건, 아니 대통령이라도 왜 맛있는 짜장면이 먹고 싶지 않겠는가? 짜장면은 누구에게나 유년의 추억을 소환하는 마법 같은 음식이니까. 군수는 군청의 국과장 몇 대동하고, 경찰서장은 부하직원 두엇 거느리고 짜장면 먹으러 갔겠지. 근데, 이 식당 주인 할머니 성격이 보통 아니다. 바쁠 때는 누구도 말을 붙이기가 어렵단다. 타지에서 온 손님은 “카드 결제가 되니, 안 되니”로 다투기 싫어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고. 그런 할머니가 군수나 서장 앞이라고 말을 참을 리 없다. “당신이 오면 직원들이 편하게 밥을 못 먹으니 앞으론 우리 집에 오지 말아요.” 이런 공포담(?)을 듣고 찾아가 식당 테이블에 앉으니 살짝 겁이 났다. 내 돈 주고 점심 먹으면서 타박이라도 들을까봐. 그런데, 기우(杞憂)였다. 식당 메뉴의 전부인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각각 하나씩 주문하고, 고량주 한 병까지 청했다. “지금은 바빠서 탕수육은 안 돼.” 퉁명스레 말하면서도 잠시 후 고량주와 함께 갓 볶은 짜장소스를 조그만 그릇에 담아내 왔다. ‘강술 마시지 말고 이걸로 안주 해’라는 뜻이었겠지. 오버하는 친절보단 외려 말없는 그 배려가 더 좋았다. 영감님은 수타 경력이 56년이라고 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다. 10대 후반에 중국집 주방에 들어가 거기서 잔뼈가 굵고, 거기서 결혼을 하고, 거기서 자식을 낳아 길렀다. 그리고, 고단하게 병든 몸이 남았다. 그럼에도 동그란 얼굴을 떠나지 않는 저 미소는 뭐지? 커다란 나무 도마에 밀가루 반죽을 종일 치대야 하는 수타는 중노동 중의 중노동이다. 20~30년쯤 하면 짜장면·짬뽕 팔아 버는 돈보다 병원 물리치료비와 한의원 침값이 더 든다고 한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크게 없었을 영감님은 오롯이 자신의 정직한 노동만으로 식구를 부양했을 터. 힘겹지만 고귀한 행위였음을 재론할 필요가 있을까? 희미하고도 선명한 미소는 지난한 56년 노동을 견디게 해준 영감님만의 진통제나 마취제가 아니었을지. 첫 방문 뒤 1년쯤 지났을 때 경북 영주시에 출장갔다가 일부러 길을 돌아 한 번 더 ‘마법 같은 짜장면’을 먹으러 그 식당에 갔다. 영감님은 물론, 나를 기억하는 할머니의 웃음까지 볼 수 있었으니 행운이었다. 그날은 탕수육도 주문해 맛봤고, “사위가 새 냉장고를 사줬다”는 할머니의 자랑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빌었다. ‘청송 256가닥 짜장면의 마법’이 오래 계속되기를. 지난달. 이 글을 쓰기 위해 청송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를 통해 비보(悲報)를 들어야했다. “그 식당 3년 전에 문 닫았어요.” 다행히 영감님과 할머니 모두 돌아가시진 않았다고 했다. 아마도 종일 수타면을 치고, 몰려드는 손님들 음식을 가져다 줄 기력이 모두 소진했기에 폐업을 선택했겠지. 누구에게나 세월이란 그런 것이므로. 그럼에도 아쉬움이 커 전화를 끊고는 이런 혼잣말을 했다. “256가닥 청송의 마법이 사라졌구나. 이젠 돌이킬 수도 없겠구나.‘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9-02

“새해 첫날 7.6 강진… 전국서 문화재 구조대 3900명 달려와”

태풍, 홍수, 산불 등의 재난은 지자체 단위로 되풀이되지만, ‘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사후 조치에 집중됐다. 사전 예방 차원의 체계적 방재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이다. 이번 기획은 지자체 실정에 맞는 문화유산 방재 시스템을 구축 필요성을 제시하고, 농어촌 곳곳의 소중한 유산을 어떻게 지켜낼지를 탐구한다. 고령화 등으로 재난에 더 취약해진 자연 속 국가 유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한국형(K)-문화유산 방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경북은 물론, 전국 차원의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예정이다. 노토반도 강타 600여명 숨지고 등록된 문화재만 460여건 피해 현장 투입 전문가•자원 봉사자 불상•고문서 등 200여건 구출 1월 26일은 ‘문화재 방재의 날’ 전국 사찰•성곽 소방훈련 시행 <글 싣는 순서> 1. 산불 등 재난에 취약한 국내의 문화유산 2. 실제 재난으로 소실된 지역별 문화유산 3. 일본의 문화재 방재 연구기관 경험 4. 일본의 문화재 방재 정책 성공 사례 5. 한국형(K)-문화재 방재 정책의 방향성 ◇ 무너지는 돌담 앞에서 7월의 교토, 한여름 특유의 습한 바람이 국제회의장 문틈을 타고 들어왔다. 리쓰메이칸대 국제회의장은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의 학자와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제19회 문화유산과 역사 도시 재해 저감 심포지엄이 막을 올린 7월 12일 회의장의 분위기는 무겁고 진지했다. 불과 반년 전 일본 열도를 뒤흔든 노토반도 지진의 상흔이 여전히 생생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일본 발표자들에게 향했다. 피해를 겪은 당사자의 목소리가 앞으로 다가올 재난에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가장 먼저 연단에 선 이는 요시토미 신타 리쓰메이칸대 역사도시방재연구소 교수였다. 회색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문화재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기억"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재해의 빈도가 높아지며 이 기억을 잃을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장은 고요해졌다. 이어폰을 꽂은 통역사들의 속삭임만이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눈을 내리깔고 메모지에 빠르게 펜을 움직였고, 누군가는 화면에 떠오른 피해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무너진 기와, 무더기로 쌓인 석재, 불에 그을린 목조 건물이 빔프로젝터에 비쳤다. 요시토미 교수의 발언은 경고이자 선언이었다. 일본은 수십 년간 방재 연구기관을 세우고 문화재 보호 시스템을 구축해왔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연쇄 재난 앞에서는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노토반도 지진의 교훈 이날 가장 주목받은 발표자는 하라다 이시카와현 교육위원회 문화재과장이었다. 그는 단상에 올라 목례를 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다. “새해 첫날, 진도 7.6의 강진이 노토반도를 강타했다. 사망자는 600명을 넘었고 전파된 주택만 6000여 동에 달했다”. 그는 스크린에 띄운 슬라이드를 가리키며 “한겨울 단수와 정전 속에서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흩어지고 버려지는 문화재를 볼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진은 문화재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발굴 현장은 무너지고 옛 사찰의 불상은 기둥에 깔려 부서졌다. 이시카와현에 등록된 문화재는 국·현 지정만 881건, 시·정촌 지정까지 합하면 2400건이 넘는데, 무려 460여 건이 피해를 입었다. 돌담이 갈라지고, 목조 건물은 반쯤 주저앉았으며 수백 년 된 고문서는 빗물에 젖어 갈기갈기 찢어졌다. 하라다 과장은 "지진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피해 규모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주민은 차 안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고 그 와중에 문화재는 폐기 위기에 내몰렸다”라면서 당시의 긴박함을 회상했다. 이때 투입된 것이 ‘문화재 구조대’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3900여 명이 피해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무너진 집터에서 불상과 고문서를 꺼내 임시 보관소로 옮겼다. 구출된 건수만 200여 건. 박물관, 지자체, 연구자들이 함께 나선 전례 없는 협력의 장이었다. 하라다 과장은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직면한 한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응급조치는 무료로 시행했지만, 본격 수리에 들어가게 되면 소유자의 부담이 크다. 생활 재건이 우선인 상황에서 문화재 복구는 늘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등록 문화재 문제도 이야기했다. 등록 절차가 길어 피해가 나도 지원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고, 앞으로는 지정·등록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석의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화재는 공공재이면서도 사유재산인 경우가 많아 보호와 소유의 경계가 늘 고민거리였다. ◇ 연구소에서 현장까지 일본의 문화재방재 정책은 1950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면 소유자와 지자체는 반드시 방재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문화청은 내진 보강과 방화 시설 구축에 재정 지원을 한다. 리쓰메이칸대 역사도시방재연구소는 그 정책을 연구와 현장으로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충격을 교훈 삼아 2003년 설립한 이 연구소는 교토라는 역사 도시를 기반으로 전통 건축물의 내진 보강 기술, 시민 방재 훈련, ICT 활용 아카이브 구축 등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요시토미 교수는 특히 ‘시민 참여’를 강조한다. 매년 1월 26일은 일본의 ‘문화재 방재의 날’. 이날은 전국 사찰과 성곽에서 일제히 소방 훈련이 시행된다. 불을 피운 모의 훈련에서 주민들이 소화기를 들고 뛰어드는 모습은 이제 교토의 흔한 풍경이 됐다. 교토의 전통 가옥 밀집 지역에서는 ‘시민 소화전’도 설치됐다. 2024년 1월, 교토 니넨자카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지지 않은 것도 이 장비 덕분이었다. 주민이 직접 물을 뿌려 불길을 초기에 잡은 것이다. 일본은 문화재를 디지털로 보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3D 스캔과 드론 촬영으로 기록을 남기고, 지진 위험 지역 문화재의 위치를 디지털 대장으로 관리한다. 노토반도 지진 때도 이러한 데이터가 신속한 대응에 큰 힘이 됐다. 교토 심포지엄은 화려한 선언의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재난을 겪은 도시가 흘린 눈물과 땀을 나누는 자리였다. 일본은 노토반도 지진을 계기로 문화재 구조대라는 혁신을 세웠고 국가·지자체·연구기관·주민이 함께하는 방재 체계를 다져왔다. 그러나 미등록 문화재의 사각지대와 소유자 부담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심포지엄과 인터뷰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문화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의 기억이며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할 자산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경험은 한국에도 중요한 울림을 준다. 방재 없는 보존은 허상이고, 기억을 지키는 일은 국경을 넘어선 공동의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2

비오는 날의 우산

볼일을 마치고 건물 밖을 나오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비가 쏟아졌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햇빛이 쨍쨍했기에 우산은 아예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설마 비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비 예보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하늘은 순식간에 변덕을 부렸다. 그야말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나기였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편의점까지 뛰어갈까 했지만 물이 땅에 닿기도 전에 튕겨 오르는 빗줄기를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빗방울은 그저 내리는 게 아니라 마치 작은 못처럼 박히는 기세였다. 나는 상가 건물 처마 밑에 몸을 붙이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다들 같은 처지였다. 누구도 비를 뚫고 나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저 하늘의 변덕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표정들이었다. 그때였다. 한 사람이 우산을 들고 내 앞에 서더니 말을 걸었다. “이거 쓰고 가세요.”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는 빗속에서 서성이는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다시 우산을 내밀었다. “저도 누가 주신 거예요. 그냥 쓰고 가세요.” 그 말은 너무 짧고 무심하게 들렸지만 그 안에는 묘한 온기가 숨어 있었다. 그는 더 설명하지도 않았다. 우산을 건네주자마자 곧장 비 속으로 사라졌다. 우산을 쥔 내 손끝이 괜히 따뜻해졌다. 한낮의 소나기 속에서 뜻밖에 건네받은 건 비를 막는 우산 하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 한 구석도 함께 가려주는 듯 했다. 우산을 펴고 집으로 향하는데 그의 뒷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누군가에게서 우산을 받았고, 다시 누군가에게 그 우산을 내어주었다는 사실이 어쩌면 그 우산은 오늘 하루만 해도 몇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모른다. 비 오는 날의 우산 하나가 사람들의 손을 타고 옮겨 다니면서 누군가의 발걸음을 적시지 않게 해주고 있는 셈이었다. 집 근처에 이르렀을 때였다. 또다시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허둥지둥 뛰어온 듯 바짓단은 이미 젖어 있었고, 그는 연신 빗줄기를 원망스럽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내 손에 준 우산이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우산을 내밀었다. “이거 쓰고 가세요. 저도 누가 주신 거거든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표정에 안도의 빛이 스쳤다. 그는 몇 번이고 고맙다고 말하며 우산을 받아들었다. 그 순간 알았다. 우산은 단순히 비를 피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였다. 우리의 삶이란 것도 이와 닮아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주고,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다. 그 손길 덕분에 우리는 넘어지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받은 것을 갚는 방식은 꼭 같은 모양일 필요가 없다. 다만 그 마음이 이어지면 된다. 도움의 손길이 한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한 사람에게서 또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다니며 세상을 조금씩 따뜻하게 바꾸는 것이다. 집에 도착해 오늘 몇 번을 스쳐간 우산의 여정을 그려보았다. 아마도 언젠가 또 다른 비오는 날, 누군가는 오늘의 나처럼 서성이고 있을 것이고, 그때 또 다른 손이, 이 우산을 건네주리라. 그렇게 이어진 마음들이 겹겹이 포개져 어느새 세상을 감싸 안게 될 것이다. 오늘의 우산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나눔의 사슬이었다. 그 사슬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가는 일,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며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우산 한 자루에서 시작된 작은 나눔이 오늘은 나를 거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졌다. 비는 그쳤지만 그들이 베푼 온기는 오래 머문다.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이 사슬이 끊어지지 않도록 마음으로 이어가는 일일 것이다. /김경아 작가

2025-09-02

9월 3일 水 (음7/12) 乙亥日

子 96년생 시작과 끝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84년생 어려워도 돌아보고 내일을 열 것. 72년생 흑백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60년생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기대하지 말 것. 48년생 방해자가 있어도 큰 문제는 없다. 丑 97년생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좋다. 85년생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노력할 것. 73년생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61년생 노력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면 좋다. 49년생 완고하게 굴지 말고 포용하면 이롭다. 寅 98년생 부귀는 손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86년생 겸손하면 언제나 보답 받는 법이다. 74년생 순리대로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 62년생 유력한 사람의 자문을 구하면 좋다. 50년생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이 생긴다. 卯 99년생 언행일치는 중요하니 지켜야 한다. 87년생 밝은 얼굴을 견지하면 이롭다. 75년생 남을 비난할 때 동조하지 마라. 63년생 생각지 않은 귀인을 만나 즐겁다. 51년생 어려움은 잠시 잊는 것도 방법이다. 辰 00년생 오늘 충실해야 내일이 빛나게 된다. 88년생 자유로운 생각으로 진행하면 좋다. 76년생 변화보다 현실에 충실해야 이롭다. 64년생 사소한 일은 넘어가는 것이 이롭다. 52년생 무슨 일이든 너무 지나치지 말 것. 巳 01년생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89년생 자신감이 재산이니 키울수록 좋다. 77년생 어디를 가든지 대우를 받으니 즐겁다. 65년생 답답하더라도 잘 극복하면 이롭다. 53년생 남에게 대범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 午 02년생 노력하고 겸손하면 최선이 된다. 90년생 하루를 참으면 열흘이 편안하다. 78년생 급하게 서둘면 오히려 손해 본다. 66년생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움직이면 좋다. 54년생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면 편안하다. 未 03년생 미래를 위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91년생 희망을 가지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79년생 몸과 마음을 너무 급하게 하지 마라. 67년생 속전속결도 좋지만 내면을 키울 것. 55년생 겉만 보아서는 잘 파악하기 어렵다. 申 92년생 공짜는 세상에 없으니 바라지 말라. 80년생 변화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68년생 요행만 바라지마라 손재수가 따른다. 56년생 확실한 일을 골라서 해야 이롭다. 44년생 취미생활이 심신을 유익하게 한다. 酉 93년생 오로지 한 생각이면 길이 열린다. 81년생 결심했으면 흔들리지 말고 가야 한다. 69년생 부드러운 말이 어려움을 풀어준다. 57년생 의심하지 말고 믿고 살아야 이롭다. 45년생 뒤돌아보면서 오늘을 생활하면 좋다. 戌 94년생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82년생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정신력이다. 70년생 지나친 고집부리면 이별이 기다린다. 58년생 대인은 때를 잘 기다리는 사람이다. 46년생 세상사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亥 95년생 내일의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83년생 즐거움이 많으니 움직이면 이롭다. 71년생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 59년생 먼저 양보하면 만사형통하게 된다. 47년생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2025-09-02

수묵화 거장 박대성 개인전… 10월 18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것이 먼저고, 맑고 부끄러움 없는 삶의 태도가 먼저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소산 박대성 화백 리안갤러리 대구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한국 수묵화의 거장 소산(小山) 박대성(80) 화백의 개인전 ‘화여기인(畵如其人)’을 개최한다. 박대성 화백은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풍을 통해 현대미술이 주를 이루는 아트씬(Art Scene)에서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필선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를 묘사한다. 지난 2022년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LACMA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는 한국인 최초로 박대성 화백의 전시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Park Dae Sung: Virtuous Ink and Contemporary Brush)’이 개최됐다. 전시는 약 두 달 연장전이라는 반응을 이끌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이후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학교 후드미술관 등을 포함한 총 8곳의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진행됐다. 다트머스 대학 김성림 교수 주도로 발간된 전시 도록 ‘Ink Reimagined’는 한국화 작가를 미술사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영문 연구서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고유의 민족성, 역사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는 것이 한국화라고 생각한 그는 오방색에 모든 우주의 색이 깃들어 있다고 믿은 선조의 믿음을 따라 작가의 먹빛은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재료와 강렬한 필법, 단순 색채배합을 바탕으로 공간을 아우르는 대규모의 작품 스케일 및 다시점(multiview)으로 바라본 구도가 함께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박 화백의 작품 스케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선보인 전시작 중 11m에 가까운 큰 대작 ‘몽유도원도’(2011년) 외에도 12m에 달하는 ‘코리아 판타지’(2022년)는 한국화 중에서도 보기 힘든 위용을 자랑한다. 이번 리안갤러리 개인전의 제목인 ‘화여기인(畵如其人)’은 ‘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인간과 작품을 동일시하는’ 이른바 ‘~과 같다(~如其人)’에 그림의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는 박대성 작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관람객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약 16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전시장 1, 2층에 걸쳐 ‘폭포’와 ‘덕수궁’, ‘설경’과 같은 작가 특유의 필선이 담긴 대형 작품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1층에 있는 9m 높이 전시벽에 설치된 ‘폭포’다. 이 작품은 세로 7m, 가로 3m의 거대한 크기로 일반 전시 공간에서는 쉽게 선보일 수 없는 규모지만 리안갤러리의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펼칠 수 있게 됐다. 두개의 폭포가 세차게 내려오는 바닥 아래에 작가가 직접 고안한 한글체가 정갈하게 나열돼 있는데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마치 관객과 폭포수가 혼연일체가 되는 착각이 든다. 2층에 설치된 ‘유류’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작가가 특별히 2024년부터 준비해온 버드나무 연작 시리즈다.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만월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능수 버드나무 가지가 화면 전체에 일렁인다. 하루하루를 정진하며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올 곳이 지켜가는 작가의 신념이 이번 전시를 통해 여과 없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수묵화 대가’, ‘불국사 화가’, ‘한국 산수화의 거장’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지만 한 획으로 그는 소산(小山) 박대성이다. 박 화백은 1945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현재 경주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69년부터 8년 연속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했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2020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호암 미술관 등 국내는 물론 미국 LACMA미술관을 비롯해 다트머스 대학교 후드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 휴스턴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2015년에는 작품 830점을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에 기증하면서 솔거미술관 건립 기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25만 포항 여성 역량 결집 ‘화합의 장’으로

포항 여성들의 최대 문화 축제의 장인 ‘제26회 세오녀문화제’가 3일 오후 1시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신영)가 주관하며, 양성평등주간(매년 9월 1~7일)을 기념해 25만 포항 여성의 역량을 결집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실현 및 일·가정 양립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도모하고자 개최하는 브랜드 행사다. 올해 세오녀문화제는 2025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과 함께 ‘다름을 품다! 모두가 행복한 포항’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이 함께 실천해야 할 생활 속 양성평등 의식 개선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하는 자리로 준비되었습니다. 특히 시민 모두가 양성평등 가치를 공감·실천하고 여성이 안전한 도시를 위한 다양한 문화 확산 행사를 마련해 모든 영역에서 함께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일상에서 성 평등 실천을 다짐하는 화합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기념식은 식전공연, 여성단체 활동 영상 상영, 29개 단체기 입장, 2025 포항시 양성평등상·양성평등발전 유공자 시상, 내빈 양성평등 실천 다짐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2부 화합행사는 어린이 치어리딩, 여성단체 예술제, 양성평등 O/X 게임 등이 이뤄진다. 부대행사로는 여성 예술인 작품 전시, 차인회 전통차 시음회, 여성친화도시 포항 홍보,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 일자리 홍보, 포항시 돌봄 및 육아 시책 홍보, 여성안전체험,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 포항환경학교 기후변화 교육, 여성 플리마켓 등 10여 개의 부스 운영과 양성평등 콘텐츠 공모작 전시,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폭력 예방 안전 포항 만들기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김신영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2025년 세오녀문화제는 포항 여성의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목표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더불어 포항시 여성들이 지역 사회의 핵심 주체로서 활약하며, 남녀 모두가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문화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사회적 역량 강화와 참여 기회 확대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포항시립합창단 제123회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시절 인연’ 개최

포항시립합창단이 오는 4일 오후 7시 30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제123회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시절 인연‘ 을 공연한다. 이번 연주회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원익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이현진과 피아니스트 박정혜, 김영화가 협연해 관객들에게 각 계절의 정서를 느끼고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겨울(冬)’의 정취를 담은 곡들로 구성된 첫 번째 섹션에서는 박나리의 ‘조그만 사랑의 노래’, 정남규의 ‘먼 곳’, 그리고 김대관의 ‘꿈꾸는 개미’가 연주된다. 이 곡들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며,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멜로디로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것이다. 이어지는 ‘가을(秋)’ 섹션에서는 박나리의 ‘오래된 가을’과 조혜영의 편곡 ‘석별’이 연주된다. 가을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곡들은 계절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특히 ‘석별’은 이별의 아쉬움을 담아내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여름(夏)’을 주제로 한 로저 퀄터의 ‘Three Shakespeare Songs’도 빼놓을 수 없다. ‘오라! 죽음이여’, ‘오, 나의 여인이여’, ‘불어라, 겨울 바람아’ 등 셰익스피어의 시를 바탕으로 한 이 곡들은 여름의 열정을 담아내며, 문학적 감성을 자극한다. ‘봄(春)’의 생동감을 표현한 조혜영의 편곡 ‘소녀’와 이범준의 편곡 ‘노란 셔츠의 사나이’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새로운 시작의 기쁨을 전달한다. 특히 ‘노란 셔츠의 사나이’는 테너 솔로와 함께 연주돼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콘트라베이스 김경림, 세트 드럼 강맹기, 트럼펫 이다혜, 색소폰 서예일이 특별 출연해 공연에 깊이를 더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육군 대위 ‘총상 사망’에 군 당국 총기·실탄 부실 관리 ‘논란’

육군 대위 ‘총상 사망’과 관련, 군 당국의 부실한 총기·실탄 관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군 장교가 총기와 실탄을 소지한 채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어떤 제재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2일 육군과 경찰,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9분쯤 대구 수성구 한 유원지 화장실 뒤편에서 육군3사관학교 소속 30대 A 대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 대위는 사복을 착용하고, 총상을 입은 상태였으며 머리 쪽에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곁에서는 군용 총기도 발견됐다. 군 당국은 현장에서 이 총기를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조사 결과, 해당 소총은 육군3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이 사용하는 소총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A 대위는 훈육 장교로 평소 실탄을 소지하는 보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A 대위의 소속 부대에서 사건 현장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8㎞ 떨어졌다. A 대위가 총기와 실탄을 소지한 채 유원지로 이동하는 동안 군이 경찰 측에 검거나 이동 경로 파악 등 협조 요청을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군 당국이 사고 발생 전까지 군에서 총기와 실탄이 무단 반출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도 군인 총기 사망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국방위에서 “교육기관에서 간부들을 양성하는 훈육 장교가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영천에서 대구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육군 부대를 대상으로 총기 관리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실탄의 출처와 유출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사건 현장은 현장 조사 등을 이유로 약 7시간 동안 통제된 후 개방됐다. 군 당국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 없어, 총기 반출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2

신고만하면 무한대 정박 ‘흉물 선박’ 철거 손 못 댄다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항 앞바다에 3년째 흉물처럼 방치된 바지선이 마을 미관을 훼손하면서 해양 오염 우려까지 낳고 있다. 주민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만, 바지선 소유주가 ‘계선 신고’만 반복하면 무한대로 정박할 수 있어서 강제 철거가 불가능하다. 2일 찾은 양포항 인근에는 바지선 1척이 정박해 있었다. 장시간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 선체 곳곳이 부식됐다. 선체 밑부분의 경우 부식이 더 심했고, 바닷물이 닿는 곳은 검붉은 녹물도 흘러나왔다. 구석구석 쓰러지고 무너져 내린 바지선의 모습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 같았다. 태풍이 몰아쳐 바지선이 가라앉게 되면 기름 유출과 같은 오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치 유령선 같은 바지선이 마을 미관을 해치고, 수질 오염도 유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 A씨의 바지선은 3년여 전 양포방파제 해상공사 때 파도를 막는 해상구조물인 테트라포드(TTP)를 옮기는 용도로 사용했다. 공사가 끝나면서 현재 위치에 장기 계류 중이다. 이곳은 관광객들이 해파랑 길을 따라 산책하는 코스로 평소 유동 인구가 많은데, 흉물 같은 바지선이 양포항 앞바다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한 주민은 “방치된 바지선을 조치해 달라고 포항시에 여러 차례 독촉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면서 “태풍의 영향으로 밧줄에 묶여 있던 바지선이 풀리면서 항구를 표류하다 다른 배를 파손시키면 누가 책임지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지선 소유주 A씨는 경북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해양안전교통공단에 계선 신고를 하고 정박하고 있으며, 바지선 임대가 성사되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장기간 정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허가가 신고만으로 선박 정박이 가능하고 기한도 무한대로 연장도 할 수 있어서 소유주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이동시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A씨도 최초 2년간 계선 신고 후 다시 1년 단위로 연장해 정박하고 있다. 사유재산인 개인 선박이 공공의 자산인 바다를 무한대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신고만으로 정박이 계속 연장된다면 방치를 독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장시간 방치된 바지선의 경우 동력장치가 없다고 하더라도 관리 소홀로 인한 기름유출이 발생해 오염을 초래할 수 있어서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9-02

추경호·조지연… TK 의원 향하는 ‘내란특검 칼끝’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2일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에 연루된 추경호(대구 달성)·조지연(경산) 국회의원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구·경북(TK)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추 의원의 서울·대구 자택과 지역구 사무실, 의원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추 의원을 수행한 당 사무처 직원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추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취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압수수색의 피의자는 추 의원 한명”이라며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될 만큼의 조사와 소명은 이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추 의원의 동선을 파악한 특검팀은 장소 변경과 이동, 외부 연락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추 의원도 대응에 나섰다. 그는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은 억지”라며 “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윤 전 대통령과 표결 방해를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계엄 해제 표결 당시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조 의원에게도 칼날이 조여오고 있다. 원내부대표단 중 한명이었던 조 의원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 당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조 의원은 “군부대 이전 문제와 관련해 김 전 장관과 통화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내란 특검팀의 강제수사 돌입에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조은석 특검팀의 무도한 ‘야당 말살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특검이 무리수를 두는 것은 민주당의 ‘내란프레임’ 씌우기에 특검이 장단을 맞춘 꼴밖에 더되겠느냐. 이재명 정권은 무리한 특검과 표적 수사로 정치판을 흔드는 행태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특검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는 의원들 중 TK출신으로는 임종득(영주·영양·봉화) 의원이 더 있다. 다른 지역 출신으로는 국민의힘 윤상현·권성동·김선교·이철규·윤한홍·조은희 의원 등이 내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권 내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추가적으로, 또 속도를 내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특검의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몰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며 당 분위기를 전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9-02

‘검찰청 폐지’ 카운트다운 시작됐다… 與, 개혁안 5일 도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검찰개혁안을 당내 공론화와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 통일된 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2일 열린 당정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5일 민주당 내에서 (검찰개혁 관련)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7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통일된 안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5일까지 당의 입장과 의견을 최종 정리한다”면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대 입장을 최종 조율한 후 발의할 예정”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무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검찰개혁 입법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며, 5일에도 입법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추석 전까지 검찰개혁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대한민국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으로 자리해 온 검찰청이 폐지되는 것이다. 다만 중수청 관할 부처와 공소청 보완수사권 폐지 등 핵심 쟁점을 두고 당정 내 이견이 여전해 최종안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9-02

민주당 대구시당 구·군 예산정책협의회에 대구 서구청 2년 연속 불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추진 중인 ‘대구시 9개 구·군 예산정책협의회’에 대구 서구청이 2년 연속 불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3일 군위군청을 시작으로 8개 구·군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지역 경제 활력 제고와 생활 밀착형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 협의회에는 시당 12개 지역위원장과 지방의원, 구·군 예산 담당 공무원 등이 참석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지역 공약 이행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민주당은 중앙정부·지자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현안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구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협의 요청을 거부했다. 다른 구·군이 당정협의회 직후에도 실무회의를 이어가며 국비 확보에 나서는 것과 달리, 서구청은 주민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지방재정은 균형 잡힌 지역개발과 정책 실현을 위해 중앙정부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서구청은 주민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시당 측은 “서구는 염색산업단지와 환경기초시설(음식물·분뇨·침출수 처리장 등)로 인해 주민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서구 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걸림돌”이라며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서구청장이 소통의 자리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 삶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는 중앙정부와의 협력 창구를 스스로 닫아버림으로써 지역 발전의 기회를 차단하고, 서구 주민의 권익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성토가 이어졌다. 서구 주민들은 “아 진짜 서구 뜨고싶다”, “이러니 서구가 다른 구군에 비해 퇴보하나 보다”, “논의 자리조차 안 나가는 거는 직무유기”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구청 측은 해명에 나섰다. 서구청 관계자는 “현재 국비가 필요한 주요 인프라 사업이 없고 현안 사업은 원활히 추진 중이며 내년 상반기 대부분 마무리된다”며 “향후 국비사업이 생기면 언제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염색산단 이전, 서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등 미래 발전 사업은 대구시와 수시로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희·황인무기자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