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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초여름 떠올린 백석의 시 1편

이제 겨우 6월 중순에 들어섰을 뿐이지만,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끔찍했던 폭염과 게릴라성 폭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2024년 더위는 무시무시했다. 올해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초여름. 후텁지근한 도시를 벗어나 그늘 드리운 산과 시원한 바람을 만나러 교외를 향했다. 잠시 후 눈앞에 펼쳐진 시골 풍경이 자연스럽게 많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백석 시인의 시 한 편을 떠올리게 했다. ‘하답’(夏沓)이다. ‘짝새가 발부리에서 날은 논두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워먹었다/게구멍을 쑤시다 물큰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가웠다/돌다리에 앉아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이 논두렁과 개울에서 헤엄치고 뛰노는 모습을 정겨운 풍경화처럼 노래한 시. 인간에게 과거란 대부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백석은 1950년 이전에 주로 작품 활동을 했던 시인이다. 그러니, 이 시는 아마도 1930~1940년대쯤 쓰인 것일 터. 그로부터 100년이 채 못 되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경상북도 어떤 시골마을에 가도 아이들을 보는 게 쉽지 않아졌다. 백발의 노인들만이 마을 입구 당산나무처럼 쓸쓸한 표정으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비단 경북만이 아니다.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도와 강원도의 대부분 농촌이 대동소이한 풍경이 돼버렸다. 사람은 줄고 빈집은 늘어간다. 어떤 특단의 처방을 써야 초여름 더위에 윗옷을 벗고 깔깔대며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뾰족한 방법이 없을 듯해 더 서글프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6-09

울릉도~강릉 15년간 이용한 여객선 어항 사용 불허…왜 하필 강릉해양경찰서 개청 직후에 이런 일이?

울릉도와 강릉을 오가는 여객선 항로가 오는 24일부터 운항이 중단된다. 15년간 별 어려움 없이 이용해 온 강릉항의 접안시설과 터미널 사용에 대해 강릉시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사용 연장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울릉도 관광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서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 결정이다. 만약 안전이 우려된다면, 여객선 운항이 없는 겨울철을 활용해 보수하거나 정비를 시행하는 방식도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졌다’는 뜻의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있다. 관계없는 두 사건이 공교롭게 겹쳐 의심을 사는 경우다. 하필이면 올해 3월 강릉해양경찰서가 신설된 직후, 15년간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던 강릉항 여객선 시설이 돌연 사용 불허 처분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 고사(古事)가 떠오른다. 울릉~강릉 항로는 2022년 14만 7천 명, 2023년 10만 9천 명, 2024년에도 10만 6천 명이 이용할 정도로 수요가 높다. 과거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여객선 두 척이 연간 30만 명 이상을 실어 날랐다. 특히 2011년부터는 국내 최고급 초쾌속 여객선이 투입되며, 수도권과 강원 북부, 충청 지역 관광객들의 울릉도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강릉항 주변의 상가, 횟집, 숙박업소, 택시 업계 등도 여객선 이용객 덕분에 직접적인 경제적 수혜를 입었다. 이 같은 혜택을 강릉시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객선 운항을 막는 결정을 내렸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상식적이라면 오히려 강릉시는 이 항로를 활용해 지역 관광과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야 한다. 그게 순리다. 그런데 이번에 영 딴판의 결정이 내려졌다. 강릉시의 처사는 인근한 양양군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강릉보다 항로가 길고 조건이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울릉도 여객선 유치를 위해 수년간 노력해온 양양군은 최근에는 연간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울릉군과 MOU까지 체결했다. 결국 강릉항에 이미 여객선이 운항 중이라는 이유로 사업 승인이 어려워 포기를 했지만, 강릉시는 주어진 기회마저 스스로 내던지며 지역 발전을 위해(危害)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해상 교통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여객선 운항은 그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해양경찰서 신설 직후 강릉시가 여객선 운항을 막는 결정을 내린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만 볼 수 있을까. 시중에는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강릉시와 해양경찰은 이번 조치에 대해 보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울릉도는 대한민국 국민의 ‘쉼’을 위한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 점에서 강릉시가 연장을 불허한 이 항로는 강릉지역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적극 활용할 경우 오히려 상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행정의 본질은 국민 편익을 우선하는 것이다. 강릉시의 보다 책임 있는 대응을 기대한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6-09

정면 돌파!

요즘 이상할 정도로 자주 중얼거린다. 정면 돌파! 마침표로 끝나선 안 된다. 느낌표까지 꼭 넣어야 제맛이다. 단호한 어조로 짧고 굵게, 주먹까지 쥐고 흔들어주면 훨씬 좋다. ‘정면’과 ‘돌파’를 연달아 발음하면 한층 더 씩씩해진 기분이 든다. 장애물을 격파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태권 소녀의 앙다문 입술이 생각난달까. 물론 나는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발만 동동 구르는 쪽에 더 가깝지만. 뭐, 엄밀히 말하면 돌파해야만 하는 대단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답신이 껄끄러워 뒤로 미뤄놓았던 메일이나 옷장 한편에 수북하게 쌓인 옷가지처럼, 별일 아닌데 왠지 자꾸만 피하게 되는 일들. 은근히 마음의 짐이 되는 청구서며 세금 처리, 원고 마감까지… 물론 고작 이 정도를 앞에 두고 돌파를 운운하는 것이 퍽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나약한 인간의 조악한 외침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오늘도 외친다. 정면 돌파! 어쩌면 미루는 방식은 내가 가장 능숙하게 익힌 생존 기술일지도 모른다. ‘안 읽음’으로 표시된 채 쌓여가는 메시지, 몇 번이고 넘기며 무시하는 아침 알람, 내일의 내가 처리해 줄 것이라는 허울로 덮어둔 일들. 때때로 나를 마주하는 일은 거대한 벽을 넘는 것만큼이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간단한 일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정면 돌파는 불편하다. 가끔은 낯 뜨겁기까지 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무대 한가운데에 나 혼자 덜컥 올라선 장면처럼 느껴진다. 어설픈 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야만 하는 심정이랄까.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믿겠다는 선언인데 나는 나 자신을 누구보다 신뢰하지 않는다. 방문을 닫고서 몸을 웅크리는 쪽이 훨씬 편하다. 아직 아니야. 더 완벽한 때가 올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다 보면 시간은 모래알처럼 손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어렸을 때 태권도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조른 적이 있었다. 울고 떼쓰고 길거리에 드러눕기 신공까지 펼쳤건만, 끝내 등록은 하지 못했다. 아마 엄마는 태권도가 여자아이가 하기에 과격한 운동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나는 도복을 입고 놀이터를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질투와 시기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유년에 힘차게 뛰어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게 아쉬워. 술자리에서 푸념처럼 늘어놓던 말에 언젠가 한 친구가 너무나도 맑고 천진한 얼굴로 답을 내어놓았다. 지금부터라도 배우면 되잖아? 그녀에게 고백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겐 어떤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과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작년 새해 목표에 태권도 학원 등록하기도 슬쩍 넣어두었다. 물론 미루고 미루다 해가 바뀌어 버렸지만. 이따금 녹슨 관절을 이끌고 스트레칭하며 변명한다.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 이제 뼈도 잘 안 붙어. 암, 그렇고말고. 나 자신을 설득하는 목소리는 해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 같다. 언제나 그럴듯한 도피처를 만들어낸다. 내가 뭔가를 피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 육상경기 도중 허들이 무서워 되돌아서는 선수를 떠올려 본다. 연습이 부족해 허들을 넘지 못하는 것은 괜찮다. 경기 도중 허들을 피하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런 면에서 정면 돌파는 해결의 기술이 아니라 회피하지 않겠다는 자세에 가깝다. 나는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측면을 노리거나 슬쩍 방향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해 왔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가성비와 효율성을 따지는 세상에서 정면으로만 돌진하는 태도는 오히려 바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삶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순간은 외면하면 얼굴을 바꿔 다시 찾아온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다.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타협의 영역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세련된 기술이다. 나 자신을 덜 다치게 하고 타인을 더 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는 사실 또한 이해한다.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며 나와 주변을 돌보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러나저러나 발은 한 번 디뎌보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본다. 거기가 푹신한 잔디밭이든 낭떠러지든 알 수는 없지만. 일단 주먹을 쥐고 외쳐보는 것이다. 그래, 까짓것 한번 해보지 뭐. 쉼표 뒤에는 느낌표. 느낌표 뒤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나쁘지 않을 것이다. 부딪치고 깨지고 산산이 부서진 모양 또한 나름의 멋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에. /문은강(소설가)

2025-06-08

빠른 생일의 비애

나는 1987년 2월 18일에 태어났다. 2월 18일이라는 날짜를 생일로 갖는다는 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몇 년이 흘러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취학통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1일에 다 같이 한 살을 먹는 세는 나이를 흔히 사용하는데, 초등학교의 입학 대상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3월 1일부터 2월 29일까지를 한 학년으로 정의하는 3월 학기제를 사용하는 대한민국 교육부는 학기의 시작인 3월 1일을 기준으로 만 6세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취학통지서를 발송했다. 그러다보니 3월부터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세는 나이로 8세에 학교에 입학을 하고, 1월부터 2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7세에 입학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2009년에 해소되었다고 하니 다행스런 일이지만 어쨌거나 1987년에 태어난 나는 1986년에 태어난 형, 누나들과 동창이 된 것이다. 내가 원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나로서도 1993년에 입학하는 것보다 1994년에 입학하는 편이 더 행복했을 것이 분명했다. 성인이 된 지금이야 몇 달 일찍 태어나고 늦게 태어나고 하는 문제가 신체적인 차이로 나타나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할 시기인 만 6세 아이들에게 몇 달은 어마어마한 신체적 차이를 발생시키는 기간일 수 있다.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1993년 입학 어린이들 중 막내 축에 들에 되었다. 1986년 3월에 태어난 친구들과는 11개월이나 차이가 났으니 당연히 그들보다 키도 작고 머리도 덜 여물었을 터였다. 실제로 나는 지금 내 나이 대 남성의 평균 신장을 아주 조금 넘는 키를 가지고 있지만 초등학교때는 내내 스무 명 남짓한 남학생 중 키 순서로 3번에서 6번 사이를 왔다 갔다 했으니 상당히 왜소한 편이었다. 가장 늦게 태어난 아이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키가 작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었는데 학교를 한 해 일찍 가는 바람에 키 걱정을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 선택할 수 있었다면 1994년에 입학해서 1987년 생 중 맏이 노릇을 하는 것이 학교생활에 있어 여러모로 유리했을 것이 분명하다. 어릴 때 겪었던 성장 속도의 문제는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해결이 되었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가끔씩 느끼곤 했었던 소외감이었다. 비록 한 살이 어리지만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동창들과는 친구로 지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가끔 나이 이야기가 나올 때 나만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 살 어리다는 사실을 꺼내 놓으면 누군가는 나더러 왜 자기한테 형이라고 부르지 않냐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더군다나 나는 입춘마저 지나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 모두에게 부여되는 12간지, 다시 말해 띠는 입춘을 기준으로 한다. 1987년 1,2월에 태어났더라도 입춘이었던 2월 4일 이전에 태어난 친구들은 1986년생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호랑이띠가 된다. 그러나 2월 중에서도 뒤쪽에 해당하는 18일에 태어난 나는 그 호랑이들 사이에서 홀로 토끼로 지내야만 했다. 하필 또 호랑이랑 토끼였다.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학교 다닐 때야 ‘몇 살이야?’보다 ‘몇 학년이야?’를 물어보니 문제가 적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위아래를 가리기 위해 꼭 ‘몇 년 생이십니까?’ 혹은 ‘몇 살이십니까?’를 묻게 되니 간혹 난감해진다. 2025년 현재 세는나이로 1986년생은 마흔 살이고 1987년생은 서른아홉 살이다. 사실대로 1987년생, 서른아홉 살이라고 하면 ‘기어이 삼십 대에 붙어 있으려고 한 살을 깎느냐’고 핀잔을 주는 이들과 굳이 나에게 형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1986년생을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1986년생 마흔 살이라고 하면 나중에 내가 1987년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치사하게 나이를 속였다’며 파렴치한으로 몰리기도 한다. 이러나 저러나 족보가 꼬인다며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정확하게 ‘빠른 87년생입니다’고 하면 굳이 ‘빠른’을 챙겨먹으려고 한다고 비웃는 이가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나는 내가 서른아홉이어도 상관없고 마흔 살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단지 일관성 있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어디 가서는 서른아홉으로 살고 어디 가서는 마흔으로 사는 것은 내가 피곤해서 싫다. 차라리 누가 정해주면 좋겠다. “당신은 1987년생이니 이제부터 1986년생을 만나거든 형님, 누님으로 대하세요.”, 혹은 “당신은 오늘부터 1986년생과 다름없이 마흔 살로 살아야 합니다.” 하고 말이다. /강백수(시인)

2025-06-08

포항시 민자사업 줄줄이 표류… 근본적 대안 필요

포항시가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추진하던 주요 관광개발 사업들이 잇따라 좌초되며 민자사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시의 계획 수립 미비에 따른 결과여서 비판이 나온다. 최근 포항시는 영일만 해상케이블카 사업 시행자인 포항영일만해양케이블카㈜에 대해 시행자 지정 취소와 실시협약 해지를 위한 행정 절차에 착수했다. 시는 관련 청문회 개최 후 책임 소재가 가려지면 시행자 지위를 해제한다는 계획이다.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사업자의 반발이 예상돼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일만 해상케이블카 사업은 2017년 대한엔지니어링(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본격화됐고 시민들의 기대도 컸다. 3여 년에 걸친각종 인허가 완료 후 2020년 11월에는 실시계획 인가까지 받았다. 총 사업비 95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여객선터미널 주차장과 환호공원을 잇는 1.8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딱 거기까지였다.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 발짝도 나아기지 못했다. 한때 2019년에는 GS건설이 참여를 검토, 반전의 기회를 맞는 듯 하기도 했지만, 이 회사도 얼마 후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발을 빼면서 백지화됐다. 시행사는 이후 시민 출자 형식의 ‘포항관광문화진흥조합’을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으나, 조합원 참여가 저조해 이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켜보던 시는 더 이상 현 시행자로는 진척이 어렵다고 보고, 조만간 지위 박탈에 나서기로 했다. 민자로 진행된 두호마리나 항만개발 사업도 제자리 상태다. 2016년 ㈜동양건업이 민간투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 1946억 원 규모로 진행됐다. 2018년까지 두호동 일원 22만㎡ 부지에 200척 규모의 계류시설과 클럽하우스를 조성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행사는 사업성 문제를 이유로 대단위 공동주택 허가를 요구했고 시가 들어주지 않자 사업을 중단했고, 이후 더 이상 진전은 없다. 이 두 사례의 실패 책임은 전적으로 과도한 장밋빛 청사진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인가를 받은 시행자에게 있다. 그러나 민자유치에 나선 포항시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스럽지는 못하다. 따라서 이제라도 민간투자 유치 정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포항시가 민자사업을 유치하면서 적용하고 있는 ‘순수 민간투자 방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문제가 있다. 공익적 기능이 있을 경우 자치단체가 일부라도 직접 투자하거나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사업비 조달 또한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최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도비 보조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또는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제3섹터 방식 등을 활용하고 있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포항시는 이런 대안적 접근엔 애써 외면해 왔다. 이는 포항시가 이차전지 관련 민간기업을 유치할 때 부여한 세제 혜택, 저렴한 부지 제공은 물론 공업용수 및 전력 공급 등 여러 방면에서 국비·도비·시비를 투입한 것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것이다. 이차전지가 성장산업이라면 케이블카 또는 마리나 개발도 포항의 관광지도를 바꿀만한 사업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투자 성공을 위해 공공이 일정 부분 리스크를 분담하고 뒷받침했어야 했다. 현재의 방식대로라면 앞으로도 주요 민자사업들이 줄줄이 난항을 겪을 것이 뻔하고, 포항시의 해양관광도시 육성 전략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포항시의 관광 분야 민간 투자 진행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한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민간의 수익 구조를 고려한 정책 설계와 더불어, 지자체의 일정한 역할 분담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책임을 지고 추진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06-08

어정쩡한 개혁 흉내로는 어림도 없다

선거가 끝났다. 그렇지만 국민의힘은 그대로다. 변한 게 없다. 비상계엄이라는 기상천외한 바보짓으로 정권을 상납했다. 그것을 수습하고, 선거에 임하는 자세도 모두 헛발질이다. 선거에 이기겠다는 건지, ‘알량한’ 당권과 공천권에만 욕심을 내는 건지, 알 사람은 다 안다. 친한(한동훈)계와 친윤(윤석열)계가 다시 싸운다. 친한계가 친윤 지도부의 사 퇴를 요구했다. 결국 권성동 원내대표가 5일 사의를 표했다. 16일 차기 원내대 표를 새로 선출한다. 권 전 원내대표는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그리고 변명할 생각도 없다”라면서도 “선거 때 뒷짐 지고, 분열 행보에 나서고, 권력 투쟁을 위해 민주당 논리를 칼처럼 휘둘렀다”라며 친한계를 비난했다.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는 선대위 해단식에서 후보 교체 소동을 언급하며, “우리 당에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신념, 그걸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 명이 없다”라면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SNS에 김 전 후보가 턱걸이하는 동영상을 올리자, 당 대표 출마설이 나왔다. 그렇지만 김 전 후보는 “대표(직)에 아 무 욕심이 없다. 누구든지 할 사람이 하고,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그는 9일 현충원도 참배했다. 경쟁자들이 계속 의심하고, 견제한다. 이런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꼴에 분노가 치민다. 김 전 후보는 대선에서 41.15%를 얻었다. 이재명 후보의 49.42%보다 적지 만,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치르는 선거치고는 매우 높은 득표다. 이준석 개혁 신당 후보가 얻은 8.34%를 합하면 아슬아슬하지만, 더 많다. 그렇지만 산술적 합이 무슨 의미가 있나. 김 전 후보를 찍었다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 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반(反) 이재명 유권자도 많다. 이번 선거도 비호감 선거다. 윤석열과 이재명, 누가 더 싫은지 경쟁이었다. 지역구별로 국회의원 선거로 계산해 보면, 국민의힘 의석이 99석에 불과했다고 중앙일보가 분석했다. 개헌 저지선(100석)에도 못 미친다. 이 대통령이 얻은 표는 절반에 못 미친다. 그런데, 의석은 3분의 2다. 표의 등가성이 무시되는 이런 선거제도를 고집한 건 국민의힘이다. 정권보다 당권과 자신의 공천에 더 매달린 현역 의원들 탓이다. 윤 전 대통령의 행태는 더 기가 찼다. 탄핵 반대 시위대의 표를 자기가 만들 어줬다고 착각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아니면 그 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갔을까. 오히려 영향받은 건 중간층이다. 윤석열과 이재명, 누가 더 싫은지 저울질하던 사람들이 돌아서게 했다. 보수 후보보다 윤 전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이, 이재명 후보는 우클릭해 산토끼 잡기에 열중했다. 친윤 당 지도부는 중도 확장보다 윤 전 대통령 보호에 매달렸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생긴 선거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게 막았다. 심 지어 정치권에 뿌리가 없어 조종하기 쉬운 후보로 교체하려 했다. 김문수 후보는 다른 후보들을 떨어뜨리는 수단으로만 써먹으려 했다. 그렇게 당선된 후보를 자진해서 사퇴할 수밖에 없는 형편없는 후보라고 낙인찍어 놓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했으니, 이미 지고 들어간 선거다. 그렇다고 비윤(非尹)은 잘했나. 오십보백보다. 보수의 미래는커녕 집안싸움에 날을 샌다. 그러고도 다음 선거를 치를 수 있겠나. 보수 지지층은 검은 고양이 건, 흰 고양이건, 쥐 잡는 고양이를 원한다. 친윤도, 비윤도 아니다. 지금 중진입네 하는 중견 정치인들을 모두 싹 물갈이하고 싶은 게 보수 지지층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미 물러난 전임 대통령 체면이 무슨 문제인가. 그들 내외의 지저분한 과거를 방탄하는 일이 어떻게 최우선 원내 과제가 되나. 거기에 집중하기 위해 반 성도, 개혁도 미뤄야 한다는 건 무슨 소린가. 국민이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더 가혹하게 반성하고, 잘라내야 한다. 반성하고, 바꿀 수 없는 사람은 차 라리 물러서라. 완전히 환골탈태(換骨奪胎)할 수 없다면, 차라리 해체하고 다 시 시작하는 게 답이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6-08

청년이 뿌리 내리는 곳, 스마트농업 도시 봉화

청년이 경쟁력인 시대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사회와 경제 전반에서 청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청년층의 역할과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지방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인구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경북도 내 22개 시군 가운데 15곳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어 지역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 봉화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봉화군의 인구는 약 2만 8천명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10배 이상 많은 등 자연적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지방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봉화군 역시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감소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문제로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봉화의 미래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봉화군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 군민 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청년농업인을 유치하고 농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귀농하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팜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정부와 여러 지자체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봉화군도 이에 발맞춰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은 봉성면 일원에 총공사비 235억원을 들여 총면적 5.3ha, 이 중 스마트팜 조성면적 3.5ha 규모로 조성 중이다.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개최한 이후 현재는 기반조성을 위한 토목공사와 스마트 온실공정 공사를 병행해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사 완료 후에는 A동 딸기 재배동에 4팀 12명, B동 토마토 재배동에는 3팀 9명 등 총 21명의 임대 농업인들이 입주해 본격적인 스마트 농업을 시작하게 된다.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에는 우박 등 자연재해 예방과 자정 능력이 뛰어난 불소수지 필름이 적용되며, 임대 농업인의 편의를 고려해 팀별 환경제어실, 회의실, 휴게 공간 등도 마련된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기반시설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봉화군에서는 영농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한 청년 농업인 경영실습 임대농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 4월에는 봉성면 금봉리 일원에 위치한 스마트 온실에서 유럽계 토마토 품종인 레드칸(RED KHAN)을 식재해 첫 영농을 시작했다. 이 실습농장은 청년들에게 영농 기술과 시설농업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창업 전 전반적인 기술지도를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온실에서는 커피나무 시험 재배가 진행 중이다. 커피는 일반적으로 남위 25도에서 북위 25도 사이의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국내 재배는 어렵지만,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봉화군에서도 시험 재배가 가능해졌다. 이번 커피나무 시험 외에도 새로운 소득 작목 도입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병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여름딸기를 식재했으며, 오는 6월에는 리시안셔스를 추가로 심었다. 커피처럼 기후 변화에 적응 가능한 작물을 지속적으로 시험 재배해 농가에 새로운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이곳을 스마트농업 실습 교육장으로도 활용해 차세대 농업 인재를 양성하며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농업이 봉화지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청년농업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첨단 농업 기술을 실현하며 자립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 쏟을 예정이다. 많은 청년들이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하고, 봉화에서 꿈을 실현하며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06-08

마음 없는 마음이 있어

새벽에 ㅁㅇ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그런 것보다는 자음(子音)만을 떠나보냈을 모음(母音)의 안부가 어쩐지 궁금했다 그게 마음이었다면 ㅁㅇ이 떠나가며 버린 자리엔 ㅏㅡ만 남아서 아으:[감탄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심하게 아플 때 나오는 소리. 명치 끝에 얹힌 녹을 닦으며 쭈그려 앉아 있지는 않을까 마음의 미안으로 미안의 마음으로 (···.) ㅁ과ㅇ의 뚫린 입을 텅 빈 중심을 허방을 실족을 부재를 낯설어하는 내가 낯설기만 한 나는 누구일까 (···.) 거꾸로 돌려봐도 무엇 하나 설명 못하는 막연은 그런 것보다는 살기 위해 한 숟갈 미음을 억지로 삼키는 것처럼 한 마음을 입가로 흘리며 떠먹은 적 있었던가 새벽에 ㅁㅇ이라는 말을 보냈는데 ㅇㅇ이라는 답장이 돌아온다 아으, 라는 말을 발음하려거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응응, 나도 잘 지내 ―이현호,‘ㅁㅇ’부분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초성 놀이를 해본 적 있는가. 이현호 시인의 시‘ㅁㅇ’을 무어라 읽어야 할까.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언표가 마음이라는 생각에‘마음’으로 읽어본다. 기실 저 뚫린 네모와 동그라미의 기표 속에는 퍽 많은 마음이 살았거나 다녀갔을 것이다.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이기에 마음에 들어서, 마음에 안 들어서 혹은 가지거나 버리거나 가졌다가도 버리고 버렸다가도 욕망하는 것일까.‘마음’한 단어에 수많은 변덕이 있다. 시인에게 마음은 빈집이며 부재 하는 사랑으로 볼 수 있겠다. 가령 에로스(Eros)는 애초에 하나의 둥근 원이었으나 둘로 쪼개어졌기에 언제나 부재의 형식이 된다. “그리스 항아리 그림의 관례가 시적 뉘앙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항아리의 에로스적 장면들을 보면 승리한 에로스보다는 유예되거나 가로막힌 에로스가 선호되는 주제였음이 분명히 드러난다.”(앤카슨, 에로스; 달콤 씁쓸한) 무릇 사람의 생애는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다. 사랑이란 애초에 결함으로부터 시작하기에 소설가나 시인들이 쓰는 서사는 대개가 실패에 관한 것들이다. 삶의 복잡성을 알려주고 사람의 궤적이 우리의 마음만큼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 그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문학이라고‘그 개와 혁명’을 통해 소설가 예소연은 말한다. 비인간인 존재가 인간 세상의 부조리와 차별의 질서를 훼방함으로써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다. 시인 이현호의 인용되지 않은 시‘인간성’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이걸 또 하면 사람이 아니다/다짐하고, 다음 날/사람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없는 세상을 써 나가는 신이 있다면/필요 없는 글자를 뺄 때 쓰는 교정부호를 내게 그렸겠지요” 마음을 내어주는 일에 골몰해 본 적 있는가. 적어도 이현호 시인은 사람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진심인 시인이다. “자음만 떠나보냈을 모음의 안부가 궁금하다”는 언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시인에게 마음은 헐하지 않다.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누구에게 갔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정들면 지옥이라고 했다. 시인의 인용되지 않은 언술“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의 지옥이 있어”처럼“살기 위해 한 숟갈 미음을 억지로 삼키는 것처럼 한 마음을 입가로 흘리며”시인에게 뚫린 마음은 “미안으로, 미움으로, 막연으로”게다가 남은 모음은 고통의 감탄사가 된다. “아으”

2025-06-08

모순의 역설

선거가 끝나자마자 SNS에서 21대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투표하라는 광고가 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경제 살리기를 선택했는데 투표 결과를 보니 2위였다.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취임식을 기다렸다. 대통령 선서의 시간, 취임사의 맨 앞에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자’는 말이 나온다. 뒤이어 ‘정쟁 수단으로 전락한 안보와 평화,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으로 무너진 민생과 경제,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시간이라면서 공존과 화해와 연대를 호소하며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중도 보수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명에게 지나치게 우클릭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불안의 눈초리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타당성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SNS에서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 투표 결과 1위가 내란 극복인 것을 보면, 민생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이 불만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데 모두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의회를 마비시키려 했던 20대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분명한 국헌 문란이므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제이다. 당나라 때 시인 한유는 문장이란 모름지기 ‘진리’를 실어야 한다면서 ‘가장 좋은 문장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문장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좋아하는 문장’이라고 일갈하였고,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공자 역시 마을 사람 모두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향원’이라고 하면서 그런 사람이야말로 ‘공동체를 살리는 진정한 사랑’을 해치는 도둑이라고 성토하였다. 공자는 심지어 공동체를 해치는 사람과는 같은 나라에서 살 수 없다며 멀리 유배 보내야 한다고 단호하게 내쳤다. 그러고 보면,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대통령이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실제로 통합과 화해를 강조하는 취임사 영상 댓글에는 조롱과 혐오의 표현이 달리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합과 화해가 빛깔 좋은 수사일 뿐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전 여당의 김문수 후보가 4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현실에서 국헌 문란에 대한 책임 규명을 제일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면 야당 탄압이니 독재니 하면서 갈등이 증폭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 각료 인선을 가장 먼저 서두르는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가능하면 더 많은 국민에게 지지받아야 내란 종식도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민생이 안정되면 국민은 지지한다. 내란 책임을 묻는 궁극적 목적도 국민 화합과 행복이다. 성별, 나이별, 지역별로 갈기갈기 찢어져 서로 괴물 취급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 국민주권 정부는 경청과 설득을 엔진으로 삼아 민생 살리기에 힘쓰면서 내란 종식에 힘써주기를 바란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06-08

산업계가 필요한 인력은 공급되어야

세계적으로 출생 인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생 인구 감소는 사회,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농촌도 도시도 인구 부족 문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농촌에서는 농사지을 사람이 부족하고 도시에서는 학생이 부족하고 공장에서는 기계를 돌릴 사람을 찾느라 사업주는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수출해야만 먹고 살아가는 나라에서 노동력 부족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광주시는 ‘외국인 유학생 종합 지원 계획’을 수립, 시행한다. 5년간 총사업비 258억 5,000만 원을 투입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함으로써 지역대학에 학생을 충원하고 산업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한다. 울산시는 우즈베키스탄에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를 열었다. 모자라는 산업인력을 지자체와 기업체가 나서서 외국에서 직접 필요한 인력을 교육하여 산업인력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기업은 당면한 문제해결에 바쁜데 정부는 아직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D-2 비자를 받은 외국인 유학생은 졸업 후 E-7의 전문인력 비자나 F-2의 거주 비자로 전환해야 국내에 머물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D-2 유학생 15만2094명 가운데 E-7 비자 전환율은 576명의 0.38%에 그쳤다. 까다로운 전환 요건이 애써 키운 학생들의 국내 정착을 막는다. 까다로운 비자 조건은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정착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심지어 외국인 박사 학위 취득자의 연간 근로소득도 대부분 2000만 원 미만이며, 5000만 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11.9% 정도이다. 외국인에게 제한되는 ‘연구 환경 개선’도 과제다. 승진 기회도 부족하고 이들을 위한 정보도 부족하다. 외국인 유학생이 필요해서 데려오고 교육까지 시킨 뒤에는 다른 나라로 다시 보내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이러한 문제가 거듭되니 다른 분야에 비해 이공대학 지원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제는 외국인에게 문을 더 열어줄 시간이 되었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우리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정착을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지금 당면한 우리 산업 모든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인력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도 필요한 인력이 모자란다고 보도한다. 수년간 돈과 시간을 들여 기른 기술 인력을 다른 나라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에서 비자 발급 조건 완화에 따른 문제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산업계가 필요한 인력은 공급되어야만 한다. 시간이 지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먹지 못한다. 모든 건 때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하고서도 더 나쁜 결과를 얻기 쉽다. 유연한 정부의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에서 낸 정책을 잘 엮어내면 우리 산업은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김규인 수필가

2025-06-08

병가지상사의 교훈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란 당나라 역사서인 구당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당나라 헌종이 반란군을 제압하러 간 진압군 장수가 패하고 돌아오자 “병가에서는 지고 이기는 일이 흔한 일”이라며 위로하고 다시 진압을 명했다. 이후 다시 출전한 장수가 반란군을 진압하고 돌아왔다는 것이 고사의 내용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병가지상사는 실패한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로 잘 쓰인다. 정치도 대통령이라는 핵심 권력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면 전쟁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한번 진 싸움에서 5년간 권력을 넘겨줘야 하는 패자 정당에게 병가지상사가 위로의 말이 될지는 모르겠다.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두 개의 큰 축은 여당과 야당이다. 여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야당은 여당의 정책을 살피고 잘못이 있다면 엄하게 비판하며 제동을 건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이 존재 가치로 인정받을 때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 승리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21대 대선에서 패한 국민의힘에 대해 “잘 싸웠다”는 말보다 ‘뼈속부터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요구하는 비판 목소리가 더 컸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많은 지지자들의 눈에는 그들의 정치가 무능했고 나약했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병가지상사가 위로를 뜻하는 의미도 있지만 본 뜻은 분발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교훈을 갖고 있다. 환골탈태 또한 그런 의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08

4개월 남은 APEC, 새정부 관심이 성공률

이재명 대통령은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초정을 받아 참석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국제 정상외교란 점에서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특히 G7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초미의 관심이라 하겠다. 지금 국제사회는 기존의 무역질서가 붕괴되는 혼돈의 상태에 빠져있다. 미국 중심의 보호주의 무역이 자리를 잡으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다. 이 대통령의 G7정상회의 참석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타파할 새 정부의 외교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란 지적도 있다. 당장 성과가 나올 수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등 G7국가 정상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란 점에서 외교적 노력에 따라 희망적인 성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경제 문제다.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유럽에 대한 방산 및 원전 수출 그리고 종전 후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 등은 외교적 역량에 따라 한국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이다. 20년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다. 불과 넉달 앞이면 APEC 21개국 정상이 경주에 모인다. 이 자리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안과 비전, 발전 전략 등을 논의하게 된다. APEC은 전 세계 GDP의 60%, 교역량은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경제협력체다. 우리나라는 교역량의 70%를 APEC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APEC은 사실상 우리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 할만하다. 부산 APEC의 경제적 성과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APEC 자체가 주는 경제적 이득은 상상이상이다.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경주 APEC에 대한 관심이 일시나마 소홀해진 감이 있다. 새 정부는 지금이라도 APEC의 성공 개최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G7정상회의 참석에서 경주 APEC에 대한 홍보도 잊지 말아야 한다. 4개월 남은 APEC을 새 정부 외교 무대로 삼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관심이 중요하다.

2025-06-08

통합을 위하여

2024년 12월 3일 치욕적인 내란의 밤, 광란으로 촉발된 계엄의 밤에서 꼭 6개월 지나서야 제대로 된 정권과 정부가 탄생했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다수 국민은 내란과 비상계엄 증후군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북풍한설을 견디며 부도덕한 공권력에 대항하여 민주 시민들은 거리에서 광장에서 사악한 권력자와 부역자들의 탄핵을 요구했다. 2025년 4월 4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수괴의 파면이 선포됨으로써 대선이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재명 정부 혹은 ‘국민 주권 정부’에 막중한 시대적 책무가 부여되고 있다. 피폐(疲弊) 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 회생, 트럼프가 촉발한 자국중심주의 문제, 실추된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 국민 모두의 안전과 평안, 다자간 외교 무대의 복귀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사안은 사회통합이다. 예상보다 한참 늦어진 헌법재판소의 내란수괴 파면 선고와 얼빠진 재판부의 초법적인 수괴 석방, 수괴를 정점으로 하는 반민족적-반국가적 정당의 반역사적 저항 등으로 우리 사회는 분열 직전이다. 그래선지 적잖은 인사들이 사회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사회나 국가 혹은 문명의 성립과 발전에서 통합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떤 방향을 취하는지에 따라 사회나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문명의 붕괴’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기후변화, 환경파괴, 적대적인 이웃의 존재,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중단이나 지원감소와 함께 ‘구성원들의 생각’을 붕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다. 누구나 사회통합을 바란다. 하지만 살 떨리는 12·3 내란 사태를 경험한 우리는 이 시점에서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친위 쿠데타를 통한 1인 독재와 장기 집권을 획책한 내란수괴와 그 하수인들을 철저하게 수사하여 법정에 세워야 한다. 치 떨리는 내란의 밤과 그 뒤를 이은 숱한 혼란과 엄혹한 상황의 조종자와 추종자들을 색출해야 한다. 그들이 지은 범죄에 준하는 형량으로 그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내란수괴와 그 하수인들의 반헌법적이고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은 충직한 군인과 경찰 그리고 관리들에게는 적절한 포상과 아울러 승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죄를 지은 자에게는 형벌이, 위험을 무릅쓰고 의무를 다한 분에게는 포상이 있어야 국가와 공동체의 존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점에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한 일이다. 범죄로 얼룩진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법정에 서는 희유(稀有)한 상황이 목전에 있다. 정치보복을 주장하는 일부 몰염치하고 몰지각한 자들은 사회통합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통합은 진정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관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6개월 동안 국민을 겁박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당리당략에 몰두해 온 자들은 통합 아닌 봉합을 요구한다. 내란 같은 중대범죄를 척결하지 않고 뭉개는 것은 우리 사회와 미래를 파괴하는 반인륜적 행위다. 통합은 책임자 처벌과 사죄 그리고 진정한 화해에서 출발한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6-08

새 원내대표 선출 앞두고 또 內紛겪는 국힘

국민의힘이 다음주(16일)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견제 없는 최강정권’을 상대해야 하는 새 원내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자리지만, 선거전이 친윤·친한계의 당권경쟁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당내 갈등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차기 지도체제 논란은 이번 주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체제에 대한 계파 간 입장은 극명하게 다르다. 주류인 친윤계는 현 비대위 체제가 연장되길 원하고, 친한계는 전당대회를 통한 정식 지도부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 측은 친한계와 같은 생각이다.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갖는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계파 간 헤게모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친한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대리인을 내세워 차기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려 한다며 의심하고 있고, 권 전 원내대표는 “음모론까지 불사하는 조급증을 보니 참 딱하다”며 친한계에 날을 세우고 있다. 친한계는 지금처럼 비대위 체제가 유지될 경우, 당이 ‘도로 친윤당’으로 회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친윤계에선 4선 김상훈·박대출·이헌승 의원과 3선 송언석 의원이 거론된다. 모두 과거 친윤계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은 인물들이다. 김기현·나경원 의원 추대론도 나온다. 친한계에선 한동훈 전 대표의 캠프에 참여했던 3선 김성원 의원이 거명된다. 계파색이 옅은 4선 김도읍 의원이나 3선 성일종 의원 등을 지원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지금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져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할 새 원내대표는 누가 봐도 탐낼 자리는 아니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각종 입법을 전면에서 막아야 하는 동시에, 협치를 모색하며 국회를 정상화할 책임도 져야 한다. 대선 패배 후 무기력해진 당 체질도 쇄신해야 한다. 당권에 눈독을 들이는 인물이 앉을 자리는 아니다. 국민의힘이 정신을 차렸다면 이번 원내대표는 의석 열세와 계파 갈등을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물을 뽑아야 한다.

2025-06-08

쪽빛에 물들다

자신의 색깔을 찾아서 술래가 된 친구에게 간다. 쪽빛 바다를 감고 골짜기를 굽이도는 길에 설렘이 일렁인다. 푸른 산 기스락에 도착하자 어느새 서녘이 노을빛으로 물든다. 민낯으로 반기는 친구의 얼굴이 비 갠 하늘처럼 말갛다. 흙빛이며, 먹빛이며 밤 이슥하도록 나누는 이야기에 별빛이 반짝 내려앉는다. 별이 사그라진 무렵, 친구가 나를 깨운다. 눈 밑에 덕지덕지 붙은 잠을 새벽바람이 몰아낸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밤새 물을 빨아올린 쪽에 자줏빛이 촉촉이 올랐다. 연보라 꽃을 한 두 송이 물고 있는 쪽은 아침이슬까지 머금어 색깔이 절정에 이르렀다. 햇살이 꽃눈을 틔우는 봄부터 풀빛 바람이 산모롱이를 에도는 여름까지 오롯이 쪽에 담겼다. 친구가 두 계절을 낫으로 베어 내게 한 아름 안긴다. 풋풋한 풀냄새를 맡자 온몸에 쪽빛이 번지는 것 같다. 친구가 소매를 걷어붙인다. 쪽을 맑은 물로 헹군 다음 항아리에 반쯤 채운다. 항아리에 물을 붓고 그 위를 돌로 지그시 눌러둔다. 비닐로 덮고 숨구멍을 뚫어주면 다음은 기다림이다. 하안거(夏安居)에 들어간 쪽은 체액을 배출하고 물은 그것을 받아들이며 둘은 끊임없는 교감을 나눈다. 땅을 달구는 태양열에 쪽이 발효되면서 물은 그 빛을 온전히 수용한다. 어둠 속에서 쪽과 물이 하나가 되고 다시 빛이 들면 쪽은 색깔로 자신을 말할 것이다. 여유를 즐기는 것도 산골의 일상 가운데 하나다. 뜨거운 물을 다기에 부어 작년에 말려둔 국화차를 우려낸다. 친구가 산골에 들어와 해와 달의 주기에 맞추기까지 사계절이 세 번이나 순환했단다. 염료를 구하려면 때를 맞춰야 하고 그 색깔을 우려내려면 땀을 흘려야 했다. 그렇게 도시에서 묻은 때를 씻어내면서 시나브로 자연에 물들었다. 국화차 한 모금 머금자 정겨운 담소에 노란 향기가 더해진다. 며칠 묵힌 항아리를 연다. 쪽잎에서 녹색 기운이 사라질 즈음 한 번 뒤집는다. 첨벙첨벙 물이 흔들리면서 쪽은 바깥공기로 숨을 쉰다. 어둠에 싸여있던 쪽은 그제야 한 줄기 빛을 받아 물에게 자신의 빛을 내놓는다. 마지막까지 제 몸을 우려낸 쪽을 건져 항아리 위의 횃대에 걸친다. 늙은 부모의 속살처럼, 쪽은 이제 알갱이는 물에 내어주고 쪼그라든 껍질만 남았다. 자신의 가치를 빛깔로 남기면서 할 일을 다 한 쪽은 훨씬 자유로워졌다. 암녹색 물에서 풀냄새가 풍긴다. 패각회를 항아리에 넣고 대나무로 휘젓자 기포가 생긴다. 바가지로 퍼서 고운체에 거르자 찌꺼기가 물과 분리되면서 쪽빛은 본연의 색으로 서서히 드러난다. 심연의 색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듯 항아리 속의 물을 퍼 올린다. 잿물을 넣어 쪽 발을 세운 다음 미리 빨아놓은 천을 조금씩 담근다. 천으로 옮겨가는 물은 처음에는 녹색으로 보이다가 건져내면 청색으로 변하는 마법을 부린다. 적시고 말리기를 거듭할수록 쪽빛은 더욱 깊어진다. 둘이 마주서서 천을 길게 펼쳐든다. 친구와 나 사이에 쪽빛 길이 난다. 생명의 기원인 바다, 바다색에서 남색 그리고 감청색까지 점점이 깊어지는 색은 볼수록 신비롭다. 처음에는 하늘색이다가 바다색으로 변한다. 깊이를 더한 쪽빛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심연에 닿아 꿈의 색깔이 된다. 내 본연의 색깔은 무엇일까. 이십대를 지나면서 빛이 바래다가 엄마가 되면서 유년의 색깔은 흔적 밖에 남지 않았다. 가끔 내 속을 들여다보면 물색이기도 하다가 더러 사라진 꿈의 색깔이 희미하게 스치기도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쪽처럼 친구는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색을 펼치고 있다. 자신을 다 내 놓고 영혼을 우려내야 완성되는 빛, 어제에서 오늘로 이어진 쪽빛은 내일이면 더욱 짙어질 것이다. 천을 펴서 빨랫줄에 널고 바지랑대를 높이 세워 바람을 부른다. 천이 만장처럼 펄럭이자 바람조차 푸른빛을 머금는다. 바람에 실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으로 가면 나의 빛깔을 찾을 수 있을까. 바다로 뛰어들어 수면 아래로 유영하다가 심연에 닿으면 태곳적부터 내려온 그리움의 색을 만날 수 있으려나. 그리움에도 빛깔이 있다면 쪽빛이 아닐까. 오늘은 내 마음도 쪽빛으로 물든다. /배문경 수필가

2025-06-04

냉방병의 관리와 치료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하지만 시원함을 찾다 보면 몸의 면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흔히 냉방병이라고도 불리는 질환에 걸릴 수 있는데 단순한 감기와는 다르다. 더운날 갑자기 그리고 장시간 너무 찬바람을 많이 맞아 일시적으로 몸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로 한의학에서 보면 체온조절 기능의 교란, 기혈의 순환 장애, 그리고 장부의 기능실조가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두통, 코막힘, 오한, 피로감 등이 주로 나타나고 증상이 심한 사람은 위장 장애, 생리불순, 관절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여름엔 외기에 맞춰 적당히 땀을 흘려주도록 인체 시스템이 형성되는데 에어컨은 아주 강력하게 피부 표면을 차갑게 해 이를 막아 버린다. 순환의 관점으로 보면 피부 밖으로 나가야할 땀이 못나가고 막힌 피부로 인해 소통되어야 할 기혈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피부와 근육 표면은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어 막히고 속은 오히려 열이 차서 체내 에너지가 원활히 순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위장이 냉해져 소화력이 떨어지고, 어깨나 무릎 같은 관절 부위에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평소 몸이 찬사람 혹은 비위가 약하거나, 한랭한 음식을 즐겨 먹는 체질의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치료는 피부를 따뜻하게 하는 약재를 사용해 냉기를 몸 밖으로 몰아내고 장부의 기능을 조화롭게 맞춰주는 것이 관건이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계지탕 시호계지탕이 등이 있고 속에 열이 많으면 석고나 치자 등으로 가미를 한다. 습이 많이 끼어 있는 경우 오령산 같은 몸의 습과 물을 제거하는 처방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처방은 피부 쪽을 따듯하게 하면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습기를 제거하며 기혈 순환을 도와 전신의 기능을 회복시킨다. 만약 관절 통증이 동반될 경우 독활이나 강활 같은 약재를 추가하는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여름철에는 “한약을 먹어봤자 땀으로 다 빠져나가서 효과가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약의 유효 성분은 대부분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고 땀을 통해 배출되진 않는다. 오히려 여름처럼 체온조절과 수분, 기력 소비가 많은 시기에는 더더욱 장부를 보호하고 기를 보충해주는 한약이 도움이 된다. 여름철에는 기허로 인한 식욕저하, 과도한 땀 배출로 인한 탈진 소화장애 등이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보중익기탕, 생맥산, 사군자탕 계열의 처방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이하로 유지하고, 장시간 에어컨 아래에 있지 않도록 하며 특히 배와 허리를 덮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은 현대인의 여름을 견디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만큼 체온 조절이라는 생리적 부담을 우리 몸에 안겨준다. 한의학은 이 부담을 자연스럽게 해소해주는 조율의 의학이다. 차가운 바람 아래서 ‘괜찮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여름철 몸의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6-04

스페어(Spare)

스페어는 영어이지만 우리 일상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있는 단어다. 급한 경우에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예비로 준비하여 두는 같은 종류의 물품을 이른다. 볼링에서는 남은 핀을 그 다음에 모두 쓰러뜨리면 스페어 처리라고 한다. 스페어 타이어(spare tire)는 자동차의 펑크에 대비한 예비 타이어다. 어떤 단어이든 간에 여분이나 예비용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외래어로 그대로 쓰고 있어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이 스페어라는 단어를 다소 생경한 의미로 사용한 책을 최근에 읽었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즐겨 본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서양 왕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일부러 찾아보고, 본 걸 또 볼 정도로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영국 왕실 배경 영화는 시대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즐긴다. 좋아하는 영화를 역사로 확인하려고 종종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에 포착된 책이 바로 영국의 둘째 왕자 해리가 쓴 ‘스페어(Spare)’였다. ‘예비용 왕자에서 내 삶의 주체가 되기까지’라는 부제가 붙어있었고 책 소개글에 이렇게 적혀있다. “형은 나보다 두 살 위인 데다 왕위 계승자였고, 반면에 나는 ‘예비용(spare)’이었으니까.” 스페어라는 말은 그가 태어난 날, 그의 아버지이자 현 영국의 국왕인 찰스가 한 말이기도 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고 고결한 것이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심지어 미물이라 할지라도. 따라서 어느 누군가의 탄생도 여분일 수 없고, 예비용일 수는 없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예비용이라니, 그것도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정말 말이 되는 말인가. 아들의 탄생을 기뻐하고 아내의 수고로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해야 할 그 순간 뱉은 말이라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충격이었다. 평소 찰스가 왕자였을 때도, 그의 결혼 전 갖가지 추문과 행실에도, 다이애나와의 결혼과 이혼, 다이애나비의 충격적 죽음 이후 지금의 왕비와의 연애사와 결혼에 이르는 온갖 뉴스를 접할 때도 밉상이었던 그였는데, 속물적 근성의 그를 철저히 경멸하기로 작정한 것은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책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처음으로 전하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여실하고 주저없이 솔직한 태도로 삶의 여정을 기록한 기념비적인 책이며, 통찰과 고백, 자기성찰, 그리고 힘겨운 삶 속에서도 슬픔을 넘어서는 영원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으로 가득한 향연이라고 야단을 떨었지만 아직 40살도 채 되지 않은 남자의 삶이 뭐 그리 성찰적이겠는가. 단지 그가 특별한 신분의 왕자의 삶을 살아 세간의 관심이 힘들었고, 누구나 다 겪는 방황의 시기를 어머니의 죽음으로 더 특별히 겪었을 것이라는 정도의 내용은 뭐 그다지 감동을 줄 만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나는 그가 태어나면서 규정된 ‘예비용(spare)’의 삶을 어찌 살아내었는지에만 관심이 쏠렸고, 그것이 안쓰러웠을 뿐이었다. 이 세상 그 누구의 삶도 예비용은 없다. 온전히 그만의 삶이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06-04

‘견제없는 최강정권’, 2028년 총선까지 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가 취임식에서 국민통합을 재차 강조한 것은 한국사회의 진영·세대·지역 간 갈등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 대통령의 ‘통합정치 선언’과는 달리,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를 열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근본부터 허문다’며 극렬하게 반대해왔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상정하면서 “국회는 국회대로 할 일은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의 의석으로 국민의힘이 아무리 반대해도 못할 일이 없다. 법안뿐만 아니라 내각 인사, 예산처리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최강정권이 탄생한 것이다. 이 구도는 2028년 4월 총선까지 계속된다. 윤석열 정부 때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거부권으로 맞섰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는 당정이 한 몸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그대로 시행된다. 민주당은 조만간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 재판을 정지시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면소(免訴) 판결을 가능케 하는 선거법 개정안, 시민사회 단체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송 3법’ 개정안도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사정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둔다는 개헌안도 처리할 움직임이다. 감사원을 다수당인 민주당이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민심이 유지된다면, 민주당은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입법·사법·행정 3부 권력은 물론 지방 권력까지 민주당이 가져가면, 이 대통령은 그야말로 ‘절대 권력’이 된다.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망가진 절대권력은 결국 권력남용의 늪에 빠지게 된다.

2025-06-04

어쨌건 삶은 계속된다

6개월 전인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 이후 오늘까지 한국 사회엔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비상계엄은 그 즉시 국회에 의해 해제됐고, 계엄을 선포했던 전 대통령 윤석열은 탄핵된 후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이 결정됐다. 지금은 내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그의 아내 역시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진통을 겪어야 했다. 선거운동 기간 주요 대선 후보들은 서로를 향해 비판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후보와 가족의 도덕성 문제, 과거 적절치 못했던 발언과 행실, 후보 선출까지의 잡음 등이 질타의 대상이었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심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들도 진보와 보수, 청년과 노년, 남성과 여성으로 갈려 상처가 될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6월 3일. 6개월의 혼란 끝에 21대 대선이 끝났다. 누구는 승리했고, 누구는 패배했다. 국민 10명 중 5명은 승리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10명 중 4명은 패배한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결과가 어떻건 대선 과정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피투성이 싸움이었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앞으로의 6개월, 아니 새 대통령의 임기 내내가 지난 6개월의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는 화해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왜냐? 승리한 후보와 패배한 후보는 물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모두에게 어쨌건 삶은 단절 없이 계속되는 것이니까.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 허니, 오늘. 국민은 과도한 환호나 비탄에 빠질 이유가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6-04

수도권 블랙홀 깨고 균형발전 다시 시작하자

이재명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통합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부터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에 이르기까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각계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살아가는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바라는 소망 가운데 하나는 지역균형 발전이다. 국가균형발전의 문제는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가 주요 시책으로 삼았지만 변화를 이끌 만큼 실효적인 성과는 한번도 낸 적이 없다. 오히려 지방의 인구는 더 줄고 반대로 수도권은 인구가 넘쳐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토 전체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넘는 사람이 몰려 사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이런 구조는 진행형이다. 지금 지방은 인구소멸을 넘어 지방소멸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런 문제가 어제오늘 벌어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절망적 수준에 도달해 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지방소멸을 넘어 국가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을 알면서 국가의 모든 정책이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의 대규모 반도체단지 조성과 같은 정책이 대표적 사례다. 대기업 본사의 80%가 수도권에 있고, 행정,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려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해서라도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년 말 수도권 취업자 수는 국내 취업자의 51.6%에 달했다. 반면에 지방은 기업이 줄고 일할 청년도 줄어든다. 지방경제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구조다. 새 정부는 절망적으로 바뀌는 지역의 이런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윤석열 정부도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지방 도시에 금융회사 하나 이전하지 못하는 나약한 정책 의지로는 균형발전을 실천할 수 없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등 과감한 균형발전 의지가 뒷받침 돼야 한다. 새 정부 출범 1년 이내가 이를 실행할 골든타임이다.

2025-06-04

갈라진 지도를 보며 통합을 생각한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선거는 끝이 났고 결과는 분명했다. 결과보다 깊이 헤아릴 것은 선거가 남긴 판세 지형도다. 투표 결과를 지도에 올려놓는 순간, 동과 서로 뚜렷하게 갈라진 색깔이 눈에 들어온다. 지역이 갈리고 민심이 나뉘었다. 선명한 분할이 남긴 건 승패라기 보다 어디까지 멀어져 있는 가 바로 그 현실이다. 경북은 이번에도 등을 돌렸다. 새 대통령을 밀지 않았다. 낯선 일도 아니다. 반복되어온 정치의 대립구조 속에서 경북은 늘 특정한 정치세력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경북의 선택은 단지 정치적 보수성이 아니라 오늘 정치가 흘러가는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거부로 보인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민생과 동떨어졌고 정쟁이 일상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삶보다 진영을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지역은 소외되었고 정책은 공허했다. 경북이 보인 ‘등돌림’ 현상은 무력한 저항이자 마지막 자존심이다. 선거는 끝났다. 대통령은 결정됐고 정권은 교체됐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대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하듯, 유권자 역시 등을 돌린 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무작정 거부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마음을 닫은 채 냉소에 머무르면, 변화는 늘 우리를 스쳐만 갈 터이다. 화합은 인위적으로 성취되지 않는다. 통합은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돌아선 마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돌이켜야 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화해를 말하기 전에 국민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말보다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치는 혐오의 무대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마당이다. 실증적인 변화가 느껴질 때 지역도 마음을 열기 시작할 것이다. 책임이 대통령에게만 있을까. 지역 역시 냉정한 눈으로 새로운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아야 한다. 못하면 비판하되 잘하면 지지해 주어야 한다. 중요한 기준은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일상을 중심에 둔 판단과 실천이다. 지역이 시민적 성숙을 이루어야 한다. 경북은 한때 한국 정치의 중심이었다. 산업화의 초석이었으며 보수정치의 심장이었다. 지금은 외면받고 있다는 자각이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중심성을 회복해야 한다. ‘반대’ 일변도는 방법이 아니다. 정치의 방향성을 가늠하고 지역을 위한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성숙한 정치 주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뀌지만 국민은 오래 남는다. 지역의 생명 또한 길고 또 길다. 돌아앉은 마음이 돌아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변화는, 새 대통령의 진정어린 실천과 시민의 준비된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능하다. 그럴 때 비로소 오늘처럼 갈라진 지형도 위에도, 다리가 놓이고 새길이 열릴 터이다. 우리 모두는 나라와 국민이 잘되기를 바라는 같은 마음으로 한 배에 타고 있지 않은가. 차이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며 자신 있게 미래를 열어가는 대한민국의 참모습을 다시 만나고 싶다. 어려운 시점에 5년을 책임질 새 대통령의 어깨에 온 나라와 모든 국민을 살피는 진심이 실리기를 기대한다.

2025-06-04

국민이 먹고사는 일, 이제 당신 손에 달렸습니다

오늘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선거는 끝났다.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되면서 앞당겨 치른 선거다. 이런 헌정 중단 사태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비상계엄이라는 터무니없는 조치를 내던진 윤 전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의 책임이 비교할 수 없게 크지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민주당을 포함해 정치권 전체가 져야 할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 그 내용을 간결하게 잘 정리했다. 선고 요지는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 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에게도 “국민의 대표인 국 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하였듯이 비상계엄 사태의 정리가 시급하다. 비상계엄에 참여한 인사를 찾아내 징벌하는 것만 아니다. 사건 연루자는 검찰·경찰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정리될 것이다. 새 대통령이 할 일은 갈가리 찢어진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재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의 충돌이 아니라, 두 가지 권력을 모두 장악했을 때의 독주에 대한 국민의 걱정도 덜어줘야 한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진영의 논리로 돌진하던 시간은 지났다. 선거 동안 후보들은 “반쪽에 의지해서 나머지 반쪽을 탄압하고, 편 가르는 반(半)통령이 아니고,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모두의 대통령이 반드시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열성적인 지지자의 환호에 취하지 말고, 극단적인 진영 정치를 통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한다. 일방적인 주장, 자극적이고, 편향된 가짜뉴스로 선동과 분열을 꾀하는 유튜버와 선동가, 음모론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졌던 윤 전 대통령의 사례가 증명해 준다. 민 주주의는 절제와 자제다. 특권을 포기하고, 자기 손에 든 것을 내놓고, 나눌 때 대화도, 타협도 가능해진다. 정권을 뒤흔드는 민심의 흐름은 먹고사는 일에 달렸다. 수출도, 일자리도 위 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은 우리 경제에 폭탄을 터뜨렸다. 5월 대미·대중 수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8% 이상 감소했다. 이재명 후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민생” 이라며 “내수 경기 진작을 포함해 경제를 살리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라고 말했다. 선거용이 아니길 바란다. 새 정부도 탄핵 이후 정부다. 문재인 정부처럼 인수위도 거치지 않고 취임한다. 사전투표 직전에야 공약집을 내놨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급조된 흔적이 많다. 선거용으로 급조한 선심 공약이라면 다시 검토하는 게 옳다. 이제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 대통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반미(反美)하면 안 됩니까”라 고 말했던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강정해군기지를 결정했다. 이재명 후보도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고,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나. 유용하면 쓰고, 유용하지 않으면 버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한 축이 사법 체계다. 정치가 엉망이라도, 선출된 정치인이 부패해도, 법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하면서 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정치가 사법 질서에 개입하면, 당연한 결과도 특혜와 꼼수로 비친다. 이 역시 정치권력의 자제가 절대 필요하다. 선거는 끝났다. 패배한 정당은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쟁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이고, 우리 자신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다. 그래야 다음에 집권했을 때 경쟁 정당의 협조를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더구나 승자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고, 고쳐야 패배 정당에게도 미래가 있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6-04

TK신공항 건설은 순항할 수 있을까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공사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다. 대구경북(TK)신공항 건설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기(工期·2029년 개항)가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정치적인 부담과 안전사고, 법적(중대재해처벌법)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600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가덕도 현지에서 기술 검토를 해왔다. 이제 새 정부가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덕도신공항은 이전에도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네 차례나 유찰됐었다. TK신공항 건설도 순탄하지 않다. 대구시는 지난 2024년부터 신공항건설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민간사업자 공모에 들어갔지만, 지원하는 건설업체가 없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터 사업의 위험성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TK신공항은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자금력이 있는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면 공사가 불가능하다. 결국 대구시는 SPC 구성을 포기하고, 대신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받아 신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미 정부에 내년부터 5년간 11조5000억원의 공자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이 나오려면, 지원근거가 담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공자기금을 지원받더라도 갚을 역량이 있느냐도 문제다. 대구시는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빌린다는 생각인데, 이자율을 3%로 잡더라도 이자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대구시는 이 돈을 K2 군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갚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후적지 개발이익은 주로 아파트 분양에서 나오는데, 지금 대구지역 건설경기를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공자기금 지원을 꺼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동산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지금 신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정부에 사업 첫 해(2026년) 들어갈 토지 보상비(공공토지비축사업비 2766억원)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공공토지비축사업은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LH가 필요한 부지를 먼저 매입하는 제도다. 오늘(4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TK신공항 건설자금으로 공자기금을 활용하는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TK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뿐 아니라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 정부는 대구시가 이미 제출해둔 공자기금 신청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전향적인 지원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5-06-03

“국민통합이 제1과제”…진실이길 바란다

21대 대통령은 개표 완료 이후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과거처럼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인수위를 구성해 취임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 전직 대통령 파면 궐위로 인한 대선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오늘 낮 12시를 전후해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바로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신임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우선 처리해야 할 현안은 국민통합이다.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국민통합이 제1과제”라고 했었다. 국민통합은 대통령과 입법·사법 ‘3대 권력’이 모두 합심해야 실현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이번 대선 캠페인 과정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대법관 증원’을 명시해 두고 있다. 대법관 수를 늘려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지만, 이를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민주당 공약대로 대법관 수가 늘어날 경우, 집권당 입맛대로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어 대통령이 사법부를 장악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정치판사를 양산할 수 있는 ‘법 왜곡 처벌법’도 발의돼 있고, 검사 파면제도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판사도 검사도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공약집대로라면, 우선 판검사에 대한 대대적인 ‘적폐청산‘이 예상된다. 이는 국민통합 약속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차 “권력을 남용한 정치보복의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가 분열의 정치를 끝낼 적임자”라고 했다. 그러나 판사·검사에 대한 탄핵이나 문책 인사가 시작되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 정치적 중립 논란이 있었던 감사원, 국민권익위, 방송통신위 등도 연쇄적인 긴장 분위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약속했듯이, 새 정부가 유례없는 국내외 위기를 극복하려면 ’적폐청산‘보다는 국민통합이 최우선 국정 기조가 돼야 한다. 그래야 극단으로 갈라진 국론을 한마음으로 모을 수 있다.

2025-06-03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부터 시작하라

21대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제문제 해결이다. 대선 과정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이 바라는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은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국민통합과 개헌보다 경제회복에 더 많은 기대를 걸었다. 보수, 진보를 떠나 경제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꼽은 것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런 국민적 요구는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과 무관치가 않다.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글로벌 경제전쟁이 겹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있다. 작년 12월 계엄 사태 후 계속되는 경기침체는 시간이 가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1%대에서 0.8%로 낮추었다. 해외의 많은 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을 1% 이하로 전망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들이 하나둘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 해 동안 1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선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도할 정책이 필요하다. 일하지 않고 노는 청년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양극화 심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밝혔듯이 만사 제쳐두고 경제 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꺼져가는 내수경기에 불을 지피고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와 관세 협상을 잘 이끌어 위기에 빠져 있는 기업들을 구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대규모 투자도 시작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움직일 때가 많다.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수경기부터 조금씩 고개를 내밀 것이다. 과거 정부의 경제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지금부터 우리 경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믿음이 가는 경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2025-06-03

트럼프와 TACO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간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신조어 타코가 빠르게 유행 중이라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치킨 복장을 한 트럼프의 사진까지 나돌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소식이다. 이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때문이다. 폭탄이라고 불릴만큼 강력한 관세정책을 펼쳤지만 경제적 압박이나 시장에서 불안하게 반응하면 곧바로 철회하는 일들이 그동안 반복되었다는 것. 그로 인한 불신이 쌓이면서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조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무효 판결을 내리자 트럼프 관세정책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의 정책에 반발하는 다른 사례도 있다. 최근 영국 등으로 이민가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들은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관세정책과 이민자 추방정책, 소수자 적대 정책 등에 환멸을 느껴 유럽 등지로 이민을 간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치를 표방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가 자신이 내세운 정책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지난 4월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고, CNBC의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 55%나 됐다고 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트럼프의 구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03

상처뿐인 영광 베오그라드를 가다

세르비아는 발칸반도 내륙국 고도(古都) 베오그라드로 대표되는 나라다. 베오그라드는 남쪽 슬라브의 나라, 즉 유고연방의 수도이자 이들의 영웅 티토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쪽 니슈부터 국토 중앙 세메데레보, 그리고 수도 베오그라드를 지나 북쪽을 향해 노비사드에 이르면 왼쪽은 크로아티아 조금만 더 가면 헝가리 국경이 지척이다. 세계사 중심에서 늘 상처를 입어야 했던 태생적 폭력 현장이자 아픔의 터전이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사연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꿈에서나 보았을 법한 아름다운 풍경에 피맺힌 역사가 마르지 않은 채 곳곳에 묻어 있었다. 베오그라드 발 보스니아 전쟁, 크로아티아 전쟁, 1998년 최근래에 이뤄진 베오그라드 발 코소보 살육전, 그리고 나토의 베오그라드 공습 등 ‘악마의 시대’에 중심적 이미지가 뿌리박혀 있는 곳이 아닐까. 그러나 도착과 동시에 우리 아니면 살육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상한 수도라는 생각은 대번에 깨어졌다. 물론 16년의 세월이 지난 후였지만 말이다. 18세기 말까지 세르비아는 물론이고 발칸반도 나라들 역시 민족주의 싹이 움틀 만한 조건이나 의식 자체가 거의 없었다. 대신 정교, 가톨릭, 혹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있었을 뿐이다. 신을 믿는 사람조차도 어디 교구 소속인지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다. 삶이 곧 믿음이었고, 종교가 그냥 삶이었다. 다만 수많은 침략을 당해내면서도 처참하게 견뎌낸 세르비아정교가 이들의 정체성이자 가치 정점이었다. 상징적 구심점 세르비아정교회 ‘성 사바(St. Sava)성당’은 오스만제국 이슬람과 오스트리아 가톨릭 세력의 침략에도 민족 저항정신의 요람으로 거듭났다. 그런 만큼 상처도 깊다. 깔끔한 미감, 비잔티움 형식을 닮은 외형과는 달리 어느 순간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 멈춰버린 듯한 성당 내부 모습, 세르비안 선지자와 성자들이 슬픈 모습으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거무튀튀한 공간은 이방인 마음까지 점령하는 듯했다. 그리고 살아 있는 시선들···. 침묵 속에서 우러나는 숙연함, 신을 향한 간절한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베오그라드 도심에 시민 휴식처이자, 여유와 여백의 공간 칼레메그단 성채가 있다. 공원 이름이 요새(Kale)와 전쟁터(Megdan)라는 단어가 합해진 만큼 베오그라드는 오스만제국과 비잔티움제국 틈바구니에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야 했다. 오랜 세월 그렇게 흘렀을 도나우강(다뉴브, 돈, 두나이, 드네브 등으로도 불린다. 이곳이 세르비아니 드네브라고 해야겠지만···.)이 잔물결 일으키며 침묵으로 대신하고, 사바강과 만나는 교차점의 두물머리 풍경은 역사를 잊은 사람들에게 도심의 삶에서는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시름을 풀어주기에 딱 알맞다. 그 위에 우뚝 솟은 칼레메그단 성채는 석양의 황혼에 몸을 맡긴 채 묵묵히 서 있다. 이름처럼 격동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견뎌낸 칼레메그단은 이슬람과 기독교 연합군과의 수전을 온몸으로 겪는다. 2014년과는 달리 2017년에 찾은 칼레메그단에서 한가롭고도 녹녹한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았다. 성채에 올라 먼데 사바강과 도나우강이 합류하는 삼각주의 잔잔한 물길을 바라보다 두물머리에 서 있는 육각형 타워 ‘네보이샤탑’이 눈에 다가왔다. 에니체리들이 세르비아 봉기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포로로 잡은 세르비아 민중을 학살하던 장소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같은 발칸반도 내 그리스나 세르비아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늘씬하게 빠진 청춘남녀 시원시원한 발걸음에 힘이 넘치고, 이방인 서툰 말에도 친절한 미소로 끝끝내 화답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존적이며 꼴사나운 비틀림에 지나지 않은 어린 학생에 의한 동양인에 대한 멸시 어린 시선과 조롱이 매우 자연스럽기도 하다. 공화국 광장에서 마주친 청춘들이 내뿜는 열기는 서울 홍대거리 못지않았다. 전철 속에서 세르비아대성당 성 사바 가는 길을 묻는 이방인에게 목적지는 잊은 듯 갈등의 기색이라곤 추호도 없이 전철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함께하고 돌아서던 자매 눈길은 잊을 수 없다. 그러다 문득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 식당에서 만난 세르비아 신혼부부 말이 생각났다. 코소보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자 대뜸 이렇게 말한다. “코소보가 무슨 나라라고···.” 여전히 코소보는 현재진행형이 분명했다. 세르비아인의 성지 코소보에 이방인이 독립을 선언한 이 억울하고도 미칠 듯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코소보가 중세 서사시적 영광이 서린 세르비아인 고향이라는 인식의 뿌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았다.(본 오피니언 2024년 6월 18일자 16면 ‘검은 새의 들녘’ 세르비아 민족 성지 코소보 참조) 코소보 프리슈티나 박물관에서 각 나라 국기들 중 유독 태극기를 망토처럼 걸치고 사진을 찍던 프리슈티나대학교 2학년 여학생 말이 떠올랐다. “코소보를 어떻게 생각해요?” 어눌한 한국말이지만, 알아들었다. 그러나 답은 글쎄···. 갈 길이 멀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대한민국은 ‘BTS’의 나라였다. /스토리텔링 작가

2025-06-03

내 마음의 쉼표

요즘 나는 자꾸 숨이 막힌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온종일 생각하고 걱정하고 또 반복한다. 뇌가 과부하가 걸린 것처럼. 생각의 회로는 타버릴 것만 같고 마음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정신이 무거우면 몸도 무거워진다.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버거울 만큼 마음의 짐이 육체의 짐으로 옮겨 붙는다. 일상이 나에게만 모든 일을 쏟아붓는 것만 같다. 아이들이 자신의 일을 찾아 독립하고 나도 어느 정도 여유를 부릴 법한데 나는 여전히 일 무덤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가만히 있어도 해야 할 일들은 나를 향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가족도, 이웃도, 친구도, 그 모두의 짐이 마치 내 몫인 양 어깨에 켜켜이 쌓여 지쳐간다. 혹독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아이의 고민, 아버지의 입원, 자기 말만 쏟아내는 친구의 전화, 교회에서 맡은 일은 늘어나고, 쓰고 있는 글들은 늘 미완성인 상태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하나를 끝내기도 전에 다른 일이 머릿속을 치고 들어온다. 마음은 하루를 몇 번씩 앞질러 달려가는데 내 호흡은 턱 막히고 완주가 버겁다. 어쩌다 삶이 이렇게까지 나에게 배려가 없는 걸까 싶을 때는 눈물이 솟구친다.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여유가 없는 날의 반복,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억눌렀던 것들이 터져 나오려 틈을 비집는다. 별처럼 맑은 봄날 이유 없이 자꾸 눈물이 났다. 햇살은 고요했고 바람은 부드러웠지만 내 마음은 자꾸 흐려졌다. 전화 통화를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이어가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툭, 떨어졌다. 괜히 바쁜 내 삶을 탓하게 되고, 도와주지 않는 이들이 미워졌고 나 혼자 이 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서러웠다. 내가 바라는 건 거창한 도움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성격 덕분에 주위의 신임을 얻긴 했지만 그 때문에 어딜 가든 짐을 떠맡아야 하는 책임이 언제부턴가 내게는 꼬리표처럼 붙었다. 막내지만 맏이처럼, 맏며느리, 남자가 할 일도 내가 척척, 너무 많은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기대는 이들은 늘고, 챙겨야 하는 이들도 늘어가는데 정작 나는 허공에 떠 발버둥치고 있었다. 지친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껴져 삼켜버린 날들이 누적되었다. “힘들지?” 진심으로 물어주는 따뜻한 한 마디가 듣고 싶어 그렇게 발을 동동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무거워 터질 것 같아 집 앞에 있는 바다로 무작정 나갔다. 파도 소리도 만나고 억척스러운 나도 만나고 싶었다. 말없이 커피 한 잔 내어줄 이는 없지만 나를 위해 커피 한 잔 들고 바다와 마주하고 싶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시켰다. 샐러드를 먹고, 바삭 구워진 빵도 먹고, 소시지도 먹었다. 파도는 쉬지 않았다. 끝도 없이 밀리면서 또 밀어 붙이는 파도의 근성이 부러웠다. 모래성처럼 금방 무너져 버리는 나와는 달랐다. 커피를 들고 바다로 나가 모래사장에 앉았다. 파도는 여전히 쉼 없이 밀려왔다가 또 조용히 물러났다. 그 부드러운 리듬이 마치 내 숨결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들이 조금씩 파도처럼 물러가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타자를 치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지도 않는 이 시간이 이토록 귀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한 번도 나에게 주지 못했던 쉼표를 찍고 있는 시간이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멈추지 못했음을 보게 되었다. 가야 할 길만 생각하고, 해야 할 일만 붙잡고, 달리기만 하던 내 삶에 빠져 있던 주어, ‘나’는 없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늘 마주하던 바다였지만 정작 가까이하기는 처음인 이 바다 앞에서 비로소 내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래 위에 발을 묻고 하늘을 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내게 맡겨진 일은 변함없지만 지금은 ‘나’를 위한 쉼이다. 내 안의 소음이 잦아들고 묵직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너그럽게 또 삶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바다가 내 마음에 작은 쉼표 하나를 찍어주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또 버거운 날들이 오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오늘의 바다를 떠올릴 것이다. 자기 말은 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들어주고 묵묵히 넓은 품을 내어주었다. 잠시 멈추어 설 용기가 필요했던 나에게 고요하고도 단단한 용기로 곁을 내어 준 내 마음의 쉼표, 나는 그 바다에서 나를 다시 만났다. /작가

2025-06-03

생산 물류 혁신으로 경쟁력 확보

생산 물류 혁신은 생산과 물류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켜 전 과정을 통합 최적화하여, 리드 타임 단축, 재고 최소화, 품질 향상, 납기 준수, 비용 절감 등을 이루는 혁신활동이다. 제조업이 적용 대상이며, 생산 과정에 정체 현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원료 관리, 중간 재고, 완성 재고, 수주와 생산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손실 등이 생산 물류 개선 대상이 된다. 생산 물류 개선 활동의 절차는 첫째, 현황 분석이다. 생산 및 물류 흐름, 병목 현상, 낭비 요소, 문제점 진단을 VSM(Value Stream Mapping),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목표 설정이다. 납기, 재고, 리드타임, 비용, 품질 등 목표 설정이 숫자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 셋째, 혁신 기획이다. 혁신 기법은 수행 원리와 기능이 있다. PAC, Lean, TPM, TOC 등 각 기법의 수행 원리와 기능을 알면 자사의 문제 속성에 맞는 적합한 기법을 선택하여 실행 기획을 수립할 수 있다. 넷째, 설계 및 실행이다. 공정 재배치, 자동화, 물류시스템 구축, 교육 실시 등 상황 분석에서 발췌된 문제들을 적합한 기법을 적용하여 해결하는 것이다. 계획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면 실행력이 높아지고 목표 달성이 된다. 다섯째, 성과 측정 및 피드백이다. 목표 대비 달성 여부와 개선 효과를 분석하여 피드백 하고 공정한 포상을 한다. 여섯째, 지속적 개선이다. 개선 후 작업 표준화를 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낭비를 찾고, CAPD(Check Action Plan Do)로 지속적 개선을 하는 것이다. 필자가 4년간 지원한 구미 2차 전지 소재 생산의 양극재 공장은 원료와 중간 제품 관리가 미흡하며, 창고의 저장량 한계로 사외 창고 위탁을 검토중이었다. 신품종 개발 시 고객사로부터 3번의 오디팅(Auditing)을 받는데, 2차 전지 소재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다. 이에 따라 생산 과정에서의 원료 관리와 중간 제품의 항온, 항습 관리가 잘 되는지 검증한다. 현재 생산 라인의 작업장 레이아웃 설정과 원료, 환경, 재고관리의 한계로 오디팅 때마다 불필요한 이동 낭비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최적 물류 생산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생산공정의 작업 조건과 물류 흐름을 한 달간 분석한 후, 각 공정에 비치된 다양한 물류량을 파악했다. 필요량 이상의 물량은 정리하고, 생산 라인의 원료와 중간 제품의 적정량을 설정하며 적재 공간을 확보해 생산 물류 흐름을 최적화했다. 또한, 생산 조건의 불합리를 개선하고, 리튬, 니켈, 크롬, 망간 등의 원료에 대한 온도 및 습도 관리 기준을 정립했다. 배터리 화재에 민감한 이물질 혼입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환경 관리 체계를 시스템화했다. 생산 라인의 원료, 중간 재고, 완성 재고량을 계산하여 표준화하고, 1개 단위 생산체제를 마련했다. 생산량이 증가할 경우 재공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저장량을 확대하고 종합 물류 생산체계를 완성했다. 생산 물류 혁신의 성공 조건은 작업 변화에 대한 저항을 이기고, 변화 추진력 확보를 위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 생산, 물류, 품질, 영업 등 전사적 참여와 유기적 협력, 고객 가치 중심적 사고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