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혁신은 시간이 만들고, 시간은 자사의 여러 여건을 감안하여 제대로 된 설계에서 출발한다. 보통 기업 혁신은 거창한 비전이나 전락과 기술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현실은 다르다. 혁신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시간’이다. 시간은 비용보다 더 희소하고, 설계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자원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관리할 수 없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 관리란 단순한 일정 관리가 아니다. 기업 혁신 관점에서의 시간 관리는 ‘현재 운영에 소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활동에 의도적으로 배분하는 경영 행위’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역량 부족이 아니라 시간 배분의 실패다. 긴급한 일에 밀려 중요한 일이 항상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관리의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최고 경영자의 강한 의지다. 혁신 시간은 ‘남으면 하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다. 둘째, 운영과 개선 업무의 구조적 분리다. 생산과 납기 중심의 일상 업무와 개선, 혁신 활동이 뒤섞이면 혁신은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 셋째, 낭비 제거다. Lean Manufacturing이 강조하듯, 불필요한 보고, 회의, 대기 시간은 혁신의 가장 큰 적이다. 넷째, 측정과 피드백이다. 혁신 활동 시간 자체를 관리 지표로 삼지 않으면 실행은 흐지부지되기 쉽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시간을 재설계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생산 중에도 개선 활동을 멈추지 않는 ‘지속적 개선(카이젠)’ 문화를 구축했다. 작업자는 하루 중 일정 시간을 문제 해결과 개선에 투입하며,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큰 경쟁력을 만든다. 3M은 연구개발 인력에게 업무 시간의 일부를 자율 연구에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운영해 혁신 제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왔다. 구글(Google) 역시 ‘20% 시간’ 정책을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도록 장려하며 미래 사업의 씨앗을 키웠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하나다. 혁신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혁신할 시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시간 설계가 더욱 중요하다. 설비는 쉬지 않고 돌아가고, 현장은 늘 바쁘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짧고 반복적인 개선 시간’과 ‘정기적인 집중 혁신 시간’의 병행이다. 예를 들어 교대근무 환경에서는 매일 10~20분의 개선 활동을 인수인계 시간에 포함시키고, 월 1회는 학습과 개선을 결합한 ‘개선 데이’ 등 집중 시간을 운영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지속성과 강제성’이다.
혁신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 구조의 핵심에는 시간이 있다. 시간을 확보하지 않는 혁신은 구호에 그치고, 시간을 설계한 혁신은 성과로 이어진다. 기업이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혁신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가’가 아니라, ‘혁신을 위해 시간을 강제로 확보하고 있는가’라고. 시간을 지배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