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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함이 결핍된 시대

등록일 2026-04-16 17:52 게재일 2026-04-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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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일할 때는 물론이고 쉴 때에도 폰은 필수적이다.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SNS를 하며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잠깐만 봐야지 하고 시작한 숏츠나 릴스를 보다 보면 몇 시간이 몇 분처럼 지나가 있기도 한다. 

세계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3시간에서 4시간 수준이라고 한다. PC와 TV를 포함한 스크린 타임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평균 6시간 30분을 사용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 시간은 약 5시간으로 전 세계 평균보다 높다. 스마트폰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제 심심한 시간이 없어졌다. 조금만 틈이 난다 싶으면 자동으로 휴대폰에 손이 간다. 아이들에게는 심심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 이것저것 궁리하며 놀던 시간이 사라졌다. 따분함이 결핍된 시대이다.

마이클 이스터의 저서 ‘편안함의 습격’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집중 모드와 비집중 모드가 있다. 집중 모드는 뇌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태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거나 무언가를 만들고 일을 할 때의 상태이다. 비집중 모드는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의 따분하고 심심한 상태로, 마음의 방황이자 휴식 상태이다. 이 비집중 모드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떤 일을 더 훌륭하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자원들을 복원하고 구축하게 된다. 따라서 따분한 시간을 갖는 것은 인간이 업무를 완수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시간이 집중 모드 상태에서 소비된다는 것이다. 

휴대폰과 TV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에는 한 가지 운동을 반복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결국 우리가 쉰다고 생각하며 폰을 보는 시간에도 우리의 뇌는 일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에 둘러싸여 심심할 틈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뇌는 혹사당하고 있다. 결국 따분함의 결핍은 정신적 피로를 위기 수준으로 몰아갔고, 현대인의 우울증과 삶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폰 없이 살 수 없어진 우리는 느긋하게 마음의 방랑을 하면서 화면 밖의 것들을 느끼고 바라볼 때에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걱정된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해 일정 연령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한다는 외국의 입법 소식들이 들려온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휴대폰 없이 따분하게 보내야 하는 시간을 강제로 갖게 하면 어떨까. 따분함 속에서 마음의 유랑을 하는 시간. 무척 심심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신기한 것과 하고 싶은 일 따위를 찾고, 마음의 소리도 들어보는 시간. 학교에서 1년에 한 번, 2박 3일 동안 폰 없이 자연 속에서 어떤 프로그램도 없이, 공부도 하지 말고 지내야 하는 여행을 가는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심심해 죽겠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점차 어떻게든 놀 거리를 찾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것이며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것이다. 따분함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찾다 보면 창의력이 발동한다. 수학여행과 소풍마저 없어져 가는 요즘, 다들 헛소리라고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휴대폰 없이 따분해져 보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꿈을 꿔 본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 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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