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청 속 심의만 남아…군민들 “결국 짜인 수순 아니냐”
속보=본지 6월 1일자 9면 보도 영덕군이 지난해 각종 논란을 이유로 “더 이상 맡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산림사업을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산림조합 관리대행 방식으로 추진하면서 특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227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 공모에 영덕군산림조합 단 한 곳만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공개경쟁은 형식에 불과했고 사실상 산림조합을 염두에 둔 공모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영덕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진행된 산림사업 관리업무대행자 공모 접수 결과 영덕군산림조합이 단독 신청했다. 군은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업 수행 능력과 적격성 등을 평가한 뒤 최종 선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결과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차 공모가 유찰된 뒤 실시된 재공고에는 단독 신청자도 심의를 거쳐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경쟁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심의위원회의 판단뿐이다.
문제는 그 심의 과정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심의위원 명단은 물론 선정 기준과 평가 항목, 배점 기준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227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군민들은 누가 심사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227억 원 규모 사업이라면 일반 공모 이상의 투명성과 검증이 요구된다”며 “심사위원 구성부터 평가 기준까지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은 군민들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영덕군이 지난해 내놓았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영덕군은 지난해 영덕군산림조합을 둘러싼 숲가꾸기 사업 부실 논란과 각종 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관리대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광열 군수는 산림조합에 맡겨오던 사업을 군이 직접 시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며 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뒤집혔다.
군이 직접 시행하겠다던 사업은 다시 관리대행 방식으로 회귀했고, 결과적으로 지난해 문제의 중심에 섰던 기관이 유일한 신청자로 등장했다.
주민들은 “지난해에는 문제가 많다며 군이 직접 하겠다고 했는데 올해는 다시 맡기겠다고 한다”며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검증을 거쳤는지 설명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행정의 가장 기본은 정책의 일관성과 설명 책임이다.
특히 지난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직접 시행 방침까지 밝혔던 사안을 불과 1년 만에 뒤집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근거와 검증 결과를 군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영덕군은 왜 직접 시행 방침을 철회했는지, 관리대행을 다시 추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산림조합에 대한 검증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군민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산림조합 재선정을 염두에 두고 절차만 밟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주민은 “군민들이 궁금한 것은 누가 선정되느냐가 아니다”라며 “왜 다시 산림조합에 맡기려 하는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심사가 정말 공정하게 이뤄지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설명이 없으니 특혜 의혹이 커지는 것”이라며 “227억 원 사업이 밀실 심사 논란 속에서 결정된다면 행정 신뢰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영덕군이 사업자 선정에 앞서 ▲직접 시행 방침 철회 배경 ▲관리대행 재추진 사유 ▲산림조합 검증 결과 ▲심의위원회 구성 및 평가 기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이 설명을 멈춘 자리에는 의혹이 남는다.
227억 원짜리 산림사업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특정 기관 선정 여부를 넘어, 영덕군 행정이 스스로 약속했던 원칙을 왜 뒤집었는지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공모는 단순한 사업자 선정 논란을 넘어 행정 신뢰 붕괴라는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