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강구항 정치망 쿼터 64.5% 소진…수온 상승에 어획 늘어도 “잡을 수가 없다” “바다는 변했는데 제도는 제자리”
‘바다의 황금’ 참다랑어가 동해안 어민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어민들의 표정은 밝지만 않다.
기후변화로 참다랑어가 동해안까지 대거 올라오고 있지만 어획쿼터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고기가 그물에 들어와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변했지만 물량 배분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영덕군에 따르면 영덕 강구항 정치망 어업의 올해 참다랑어 어획쿼터는 7만783㎏이다. 지난달 말 기준 4만5659㎏이 소진돼 소진율이 64.5%에 달한다. 남은 물량은 2만5124㎏에 불과하다.
강구항을 중심으로 한 정치망 어업은 동해안 참다랑어 어획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정치망은 연안에 설치한 고정식 그물에 회유성 어종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 동해 수온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로 참다랑어 출현이 잦아지면서 어획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참다랑어는 높은 위판가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어종이다. 최근 강구항 위판장에서 거래된 참다랑어의 위판가는 ㎏당 9700원 수준이다. 오징어와 대게 등 동해안 주력 어종의 어획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참다랑어는 지역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강구위판장의 참다랑어 위판액은 9641만4000원, 축산위판장은 7171만9450원에 달한다. 참다랑어가 동해안 수산업의 새로운 효자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늘어난 어획량이 곧바로 어민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다랑어는 국제수산기구의 자원관리 체계에 따라 국가별·지역별 어획량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배정된 쿼터가 모두 소진되면 추가 어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민들은 참다랑어가 그물에 들어와도 방류하거나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그물에 들어오는 정치망 어업의 특성상 쿼터가 소진될 경우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북도의 올해 참다랑어 총 배정량은 11만㎏이다. 이 가운데 8만8000㎏은 시·군에 배정됐고, 2만2000㎏은 도가 유보 물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최근 동해안 어획 비중이 크게 늘었음에도 물량 배분 체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참다랑어 회유 경로는 점차 북상하고 있다. 과거 남해안과 제주 해역 중심이었던 어장이 동해안까지 확대되면서 영덕과 울진, 포항 등에서도 참다랑어 어획이 크게 늘고 있다.
어민들은 참다랑어 자원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변화한 어장 환경을 반영한 쿼터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어민은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참다랑어가 이제는 주력 어종이 될 정도로 많이 잡히고 있지만 배정 물량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잡을 고기가 있어도 쿼터 때문에 손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동해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참다랑어가 이제는 지역 어민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바다의 황금’이 동해안 어민들에게 진정한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한 어장 환경을 반영한 현실적인 쿼터 배분과 자원관리 체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