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변호사들에게는 직업병이 하나 있다. 공중화장실에 가면 반드시 아래위를 살피는 것이다. 화장실에서의 몰카 촬영 사건을 워낙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직업병이 생겼다.
필자 역시 집이 아닌 곳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땐 옆 칸에서 휴대폰 같은 무언가가 넘어온 것은 없는지, 천장이나 벽에 작은 렌즈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은 아닌지 습관적으로 확인한다. 실제로 이런 공공장소에서의 몰카 촬영 범죄는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이를 살피고 조심해야 하는 세상인 것이다. 혹여나 화장실에서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발견한다면 절대 소리를 지르지 말고 손을 뻗어 휴대폰을 낚아챈 뒤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112에 신고할 것을 권한다. 소리를 지르면 범인이 도망가 버리고 증거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제는 여성만이 조심할 일도 아닌 것 같다. 남성 화장실, 남성 사우나에서 남성의 알몸을 촬영하고 촬영물을 수집하는 범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포항의 한 목욕탕 남탕에서 세신사로 근무하며 손님 1000여 명의 알몸을 몰래 촬영해 온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포항 북구 소재 목욕탕 3곳에서 세신사로 일하며 손님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고,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이제 목욕탕에서는 탕에 입장하는 세신사들의 소지품 검사도 해야할 것 같다.
이처럼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는 남녀를 불문하고 당연히 범죄이고 처벌된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죄는 촬영 피해를 당한 피해자 수만큼 복수의 죄이다. 세신사가 1000명의 알몸을 촬영했다면 1000개의 불법촬영죄가 성립하는 것이다. 또 범죄가 되는 촬영은 통상인의 관점에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를 말하므로 얼굴이나 머리카락, 손을 찍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렇게 촬영물을 어딘가에 제공하거나 전시한다면 또 다른 범죄가 추가된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 또는 복사본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촬영 대상자의 허락을 받고 촬영한 촬영물이라도 나중에 허락 없이 이를 반포하면 역시 범죄다. 이런 불법 촬영물은 다운로드 받아서도 안된다. 이를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의 신체를 촬영했다면 이 촬영물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되고, 촬영과 반포는 물론 시청·소지한 경우도 일반 불법촬영물보다 훨씬 중하게 처벌된다. 동네 목욕탕도 이제 직업병을 신경 써야 하는 곳이 되었나보다.
이제는 목욕탕에서도 어디에 카메라가 없는지 살펴야 하는 직업병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편안함을 기대하며 들어간 공간에서조차 먼저 의심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해졌다는 사실이, 가장 씁쓸한 현실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 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