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던 아들이 초등학생인 여동생이 서랍 깊숙이 숨겨놓은 일기를 훔쳐보다가 걸렸다. 아들에게 “너 동생 일기 몰래 보면 안 돼. 비밀침해죄라는 게 있다”라는 변호사 엄마다운 잔소리를 하니 아들은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난 촉법소년이라 상관없어.” 요즘 아이들이 이렇다. ‘촉법소년 = 어떤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촉법소년의 촉(觸)은 ‘닿을 촉’이다. 촉법소년이란 법에 닿았으나 처벌되지 않는 소년을 의미한다. 형법 제9조는 촉법소년을 형사미성년자라고 하면서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14세 미만의 소년에 대해 아무런 처분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아이들에겐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교육 수강 명령이나 사회봉사명령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가능한 결코 가볍지 않은 처분이다. 결론적으로 14세 미만인 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어떤 처분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10세 이상이라면 소년보호처분을 통해 범법행위를 교정하고 교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만 10세 미만이라면 살인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은 물론 어떠한 보호처분도 내릴 수 없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지시한 이후 정부 주도로 촉법소년 연령 개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14세 미만을 13세 미만으로 바꾸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의 14세 미만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스마트폰과 AI, 인터넷을 사용하며 7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를 접하고 있고, 정신적·육체적 성숙도 상당히 이루어진 지금의 청소년들을 70년 전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이제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출 때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13세 이상은 모두 형사처벌하자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지금도 13세, 14세의 범죄는 대부분 소년보호처분으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이 한 살 낮아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학교 2, 3학년들도 “난 촉법이라 괜찮아”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요즘,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은 소년의 형사책임에 대한 국가의 태도와 사회 인식이 변화했다는 상징적 메시지가 될 것이다. 또한 가해자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기존 촉법소년 제도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므로, 소년범죄 피해자의 보호와 권리 회복을 더 고려하겠다는 사회적 선언이 될 수 있다.
촉법 연령을 낮추는 것을 해답으로 끝내선 안 된다. 연령 기준만 낮추고 소년범죄의 분석과 예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13세 미만으로 조정된 촉법소년의 문제는 도돌이표일 것이다. 촉법소년 범죄들의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교육과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국가적 인력과 인프라 확보에 힘써야 한다. 소년보호처분을 조금 더 세분화하고 개선해야 하며, 이미 존재하는 소년보호처분도 적극 활용해 아이들이 다시 범법의 경계에 가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처벌의 문턱을 낮출수록, 그 보호의 책임은 더 무거워지는 법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 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