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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과 방치된 문학관

등록일 2026-04-16 17:53 게재일 2026-04-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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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문학연구자

독서 인구의 감소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독서율은 38.5%인데, 이는 4년 전 같은 조사에 비해 9%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국내 주요 서점의 매출도 전년도 보다 3.1% 하락했단다. 안그래도 독서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AI라는 첨단의 지식 보조도 활용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이 하락세는 더 가속되지 않을까 싶다.

반면 20대의 연간독서율은 75.3%로 직전 조사보다 0.8% 증가했다고 한다. 독서율이 상승한 유일한 세대가 20대라는 거다. 대체로 이 기현상(?)의 원인에 대해 ‘텍스트힙(Text-Hip)’ 열풍을 꼽곤 하는 것 같다. 그에 발맞춰 여러 ‘북튜브(Book-Tube)’ 채널도 흥행하고 있다. 가령 ‘민음사TV’는 구독자가 42만 명에 이른다. 책을 읽는 행위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세대의 출현은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이들 독서의 지속가능성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독서가 트렌디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에 좋은 책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에는 비약이 있기도 하다. 책과 독서의 관계가 자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발간은 독서 행위로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책은 여러 매개를 거쳐 독자에게 읽힌다. 출판사의 광고나 판촉 행사, 도서 할인, 북이벤트 등이 역할을 하기도 하고, 독서운동을 비롯한 국가의 제도적 지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책들은 읽히지 못하고 사장 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읽히지 않은 기록들의 무덤이 아닐까. 대개의 책들은 독서를 배반한다.

비록 현실이 이럴지라도 도서관이나 서점에 꽂혀 있기만 한 책들을 버려진 퇴물로 취급하기보다는 언제든 읽힐 가능성이 있는 지식의 보고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좋은 책이 나오길 기다리기보다는 아직 읽히지 않은 좋은 책들을 발굴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발굴을 떠맡아줄 기관으로 문학관 같은 곳이 활용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국에 백여 개가 있다고 알려진 문학관의 거의 다수가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사실상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학관은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다르게 해당 장소에서 기리고자 하는 작품의 정수(精髓)를 실감케 할 수 없다. 문학 관련 전시를 아무리 관람해도 문학작품이란 기본적으로 ‘독물(讀物, 읽을거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관은 책(작품)과 독자를 매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방문객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 대형 서점에는 책을 찾는 20대가 많다 보니, 그곳에서 ‘번따’를 시도하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단다. 아마 서점에서는 이를 ‘민폐’로 여기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문학관과 같은 공간에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지역에서든 그 존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국의 문학관이야말로 책과 독서, 작가‧작품과 독자, 독자와 독자를 유익하게 연결해 줄 장소로 거듭나야 할 시기가 당도했다. 문학관은 텍스트힙을 자기 역할을 고양해 줄 기회로 삼아야 한다. 

/허민 문학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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