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인데도 전통시장에 활기가 없다고 한다. 내수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일요일인 지난 19일 본지 기자가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을 취재했더니 “설 대목이란 말이 사라진 것 같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강이남 최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은 해마다 명절 대목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붐비는 곳이다. 서문시장에서 43년간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예전 설 대목에는 제수용품을 사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순서를 기다려야 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 최근 나라가 뒤숭숭해져서 사람들이 더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물가가 올라 장보기가 무섭다는 손님도 많았다. 한 60대 시민은 “제수에 꼭 필요한 채소와 고기, 과일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물가정보(가격조사 전문기관) 발표에 따르면, 올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30만2500원, 대형마트는 40만9510원으로 나타났다. 서문시장 취재에서도 드러났듯이, 지금 서민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11월말 집계) 소매판매 실적이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소매판매는 경기흐름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내수지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계엄 사태 이후 단 한 달간 소비자 심리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3개월간보다 더 위축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정부는 지난주 내수진작을 위해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예산 상반기 조기집행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고물가 탓에 시민들의 소비심리는 한겨울 추위처럼 얼어붙고 있다. 어제 ‘관세폭탄’을 선언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원화가치가 달러당 1500원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곧 국정협의회를 가동한다고 하니, 하루빨리 협상테이블에 앉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2025-01-20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종교와 민족적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자그마치 15개월 이상 이어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갈등을 거듭했던 두 나라의 다툼은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 희생자를 낳았다. 가자 지구를 향해 수시로 날아드는 이스라엘 군대의 폭탄에 공포에 질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영상을 통해 가감 없이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반전과 휴전을 외치는 목소리가 각처에서 터져 나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이번 전쟁으로 가자 지구에선 지난 1년3개월 동안 15만7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정부는 2023년 10월 7일 개전 이후 지난주까지 팔레스타인인 4만6899명이 사망했고, 11만72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부정할 수 없는 ‘학살’ 수준이다. 평화와 인권이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21세기에 벌어진 끔찍한 비극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19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이 발효됐다. 전쟁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이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3명을 돌려보냈고, 이스라엘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잡혀온 수감자 90명을 감옥에서 내보냈다. 이른바 ‘포로 맞교환’이다. 이것이 두 나라 간 공존의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향후 6주 동안 교전을 멈춘 후 노약자를 위주로 인질을 석방하고, 감옥 문을 열어 수감자를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이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 종전(終戰)으로 가는 길이 속히 열렸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대구 중구청이 대구 최대 번화가이자 대구의 랜드마크격인 동성로를 글로벌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올해 총력을 쏟겠다고 발표했다. 관광콘텐츠 개발과 관광홍보 마케팅 강화, 관광편의 서비스 확대 등에 11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동성로의 변화와 도약에 주목을 해달라”며 “동성로의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고 단단히 각오를 밝혔다. 대구 동성로는 대구시민들에게는 시내로 통하는 대구 전통의 번화가다. 서울 명동이나 부산 서면에 견줄 정도의 대구 대표 중심가로 시민들에게는 많은 추억도 서린 장소다.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진 대구 명소다. 대구 부심권 형성의 영향도 받았겠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불경기 여파로 이곳 상권이 침체일로에 빠져있다. 빈 점포가 늘고 찾는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대구의 대표 상권인 동성로가 활기를 잃게 되면서 대구 전체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 적극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작년 대구시와 중구청은 동성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대구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때마침 작년 7월, 대구 동성로가 정부의 관광특구로 지정돼 대구시와 중구청이 추진하는 동성로 활성화 사업이 큰 힘을 얻게 된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진흥기금 우대금리 지원, 국비지원, 옥외광고물 허가 기준 완화,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개설도 가능해진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은 동성로와 약령시 주변이며 특구 지정은 대구에서는 처음이다. 관광특구 지정의 특혜를 잘 활용하면서 대구시와 중구청이 계획한 구상을 조화롭게 추진한다면 동성로의 옛 명성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최근 구미와 경산을 오가는 대경선이 마침 개통되면서 대구역에 내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구역에서 가까운 동성로로선 호재를 맞은 셈이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과 근대골목길 등 동성로와 연계한 콘텐츠를 개발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올해는 류 중구청장의 약속대로 동성로가 글로벌 관광지로 도약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과 지난 1월 19일,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공덕동 서부지방법원에서 재동의 헌법재판소까지 긴 행진을 했다. 전날인 18일 오후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20~30대 청년들이 중심이 된 시민들이 이렇다할 사전 연락도 없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날은 토요일, 원래 광화문에서 전광훈 목사 교회 쪽이 주최하는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예정과 달리 대통령이 영장 실질 심사에 직접 참석하겠다고 하자 사람들은 서부지방법원으로 달려갔고, 그러자 광화문 세력도 서부지방법원으로 합세하기로 한다. 이날 오후부터 한밤까지, 그리고 19일의 새벽까지 날이 아주 길었다. 시민들은 불법적으로 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신한미 전담판사와는 다른 주말 당직판사가 심사를 맡는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걸었다. 차은경 판사가 어떤 사람인지 어지간히 찾아들 보고 화제에도 올렸다. 이런 저런 판결 이력들을 살펴 이 사람은 혹여 다를지도 모른다고들 했다. 자정을 훨씬 넘겨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심사 결과가 나왔는데, 법원을 둘러싼 사람들이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빛깔의 것이었다. 청년들은 나이든 사람들과도 다르다. 시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서부지방법원은 그동안 억눌려온 분노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서부지방 법원 유리창들, 외벽들, 그밖의 시설물들이 파손되고 경찰 바리케이트도 부서졌다. 경찰이 법원 진입을 유도했다고도 하고, JTBC 기자가 유리창을 깨고 조작뉴스를 방영했다고도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든 폭력과 파괴는 정당화될 수 없다. 날이 새자 한밤의 시위대가 해산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하기로 한 시민들이 새로 모여 들었다. 거리 행진은 길었고, 사람들은 헌법재판소의 강압적인 심판 진행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 1월 19일의 상황은 필자로 하여금 지나쳐 온 한국현대사를 돌아보게 한다. 4·19혁명은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학생 시위대의 한 사람인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오르면서 촉발된 것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가 오늘 사월혁명이라 부르는 4·19의 새벽이 밝아오게 된다. 1960년의 3·15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가 사월혁명으로 일어났다면, 1987년 6월 10일에 시작된 6월항쟁은 1월 14일의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에 의해 촉발되었다.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은 호헌철폐와 대통령 직선제를 외쳤다.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는 국민주권 박탈상태에 국민저항권을 발동한 것이었다. 이번 1·19 사태는 지난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 포고가 직접적 배경이라 하겠다. 지금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 측은 계엄령 포고가 2024년 4월 15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부정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포고 당시에 대다수 국민은 계엄령 포고가 21세기의 번영을 구가하는 한국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황당한 도발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대통령이 다수파 야당의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고 체포, 구속까지 당하게 되면서 국민들 생각과 감정이 아주 달라진 것 같다. 필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과연 22대 국회는 가짜였던 것이 아니냐. 이것이 지금 국민들이 의혹을 품고 대통령을 심정적으로 동정하는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김소현 의원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깊어지는 가운데,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을 맞이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는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둘째,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반이다. □ 자유민주주의 : 대한민국의 핵심 토대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과정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국가 이념에 두고,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이룬 국가이다. 법치주의 토대 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적 기반은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반면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며 이를 대체하려는 좌파적 담론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나아가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좌파진영은 대중영합주의라 일컫는 감성정치와 집단 선동으로 진보적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전략은 단순히 정책을 넘어 정체성과 가치를 둘러싼 담론 자체를 지배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파진영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충분히 강화하지 못했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우파진영 지도자들의 무거운 책임감과 깊은 숙고(熟考)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자유주의 체제를 지키는 우파의 책임 정당정치가 부실하면 절차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도 흔들리게 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당정치는 대중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며, 우파정당은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 강화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담론을 적극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첫째, 철학적 기초의 강화, 둘째,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호, 셋째, 대중과의 소통을 통한 미래지향적 비전 제시. 우파진영은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임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가능하게 한 철학적 기초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자유주의의 철학적 깊이를 대중과 소통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우파진영의 또 다른 과제이다. 좌파진영은 간결하고 매력적인 구호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 삶과 연결짓는 담론으로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 냈다. 반면 우파는 이론적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데 그쳤고, 결국 보수정당정치의 사상과 철학의 빈곤함을 드러나게 했다. 이는 단지 우파진영의 사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를 지키는 길이기에 좌파의 도전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재확립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선택임을 설득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기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단순히 정치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가치체계이고 국가를 지탱하는 정신적 기반이다. 자유와 책임이라는 가치가 법치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시장경제를 통해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대한민국이 선택한 길이며,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본질이며, 이 체제를 지키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정치적 지도자나 제도만으로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원동력인 깨어있는 국민만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 /김소현 경주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