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극한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해답은 ‘탄소중립’에 있으며, 실천 방안으로 ‘자원순환’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의 ‘업사이클링(새활용)’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당장 2030년부터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만큼,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지역의 과제다. 이 문제에 대한 흥미롭고 혁신적인 해법으로, 우리 동네 ‘플라스틱 방앗간’을 소개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이름 그대로, 우리가 분리배출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아 분쇄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시민 참여형 공간이다. 방앗간에서 쌀을 빻아 떡을 만들듯, 버려질 플라스틱을 잘게 빻아 치약 짜개, 비누 받침, 열쇠고리 등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수십만 톤에 달하며, 이는 소각·매립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의 강과 토양, 심지어 몸속까지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단순히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자원순환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자, 즐거운 경험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지역 문화 거점이 될 수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는 ‘플라스틱 방앗간’과 유사한 성공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프로젝트는 누구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계 설계도를 온라인에 공개하여 전 세계적인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국내에서는 서울의 ‘플라스틱 방앗간’이 시민들로부터 택배로 작은 플라스틱을 기증받아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 보내주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지역 특색을 살린 소규모 공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구경북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모델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심에서는 주민센터에 소규모 설비를 갖춰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농촌 지역에서는 영농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거점형 방앗간’을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물론 ‘플라스틱 방앗간’을 대구경북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안정적인 플라스틱 수거 체계 구축, 초기 설비 투자 비용, 그리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낼 운영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관련 조례를 정비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술과 자본을 투자하고, 환경 단체와 시민들은 적극적인 참여로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조기 도입과 확산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이 선제적으로 ‘플라스틱 방앗간’ 모델을 성공시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자원순환 모범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