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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이천정’ 포항시, ‘반면교사’ 보여주길

이시라 기자
등록일 2025-08-25 16:27 게재일 2025-08-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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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라
사회부

최근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퇴역 경주마가 소음에 놀라 산책하던 60대 남성을 밟아 크게 다치게 한 사고가 있었다. 피해자는 종아리와 어깨 골절상을 입어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재수술도 했다.

순식간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신세가 된 피해자는 사고 전 건강했던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평생 후유증을 달고 살 수 있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우울감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뭘까. 일단은 포항시 조례의 부실을 들 수 있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말의 백사장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포항시는 조례에서 이 부분을 빠뜨렸다. 말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가십거리의 기사 대신에 이번에 법과 제도를 깊이 살펴보고 취재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례에 분명한 기준이 없다보니 포항시 공무원들 또한 사고 책임 소재를 두고 ‘핑퐁 게임’을 벌여 볼썽사나웠다.

시 해양산업과장은 “해수욕장 내에 말 출입은 제한된다”라고 한 뒤 연락이 끊겼고, 담당자는 “조례상 말 출입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해수욕장 내 말 출입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해양수산국장은 “관련 법과 조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혼란은 장상길 부시장이 정리, 잠재워졌다. 포항시 조례에 말 출입 금지 조항이 빠져 있음을 질타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말 출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으라고 담당과에 지시한 것.

영일대 도로에 말을 탄 모습이 목격된지는 꽤 오래됐다. 처음엔 신기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말이 소음에 놀라 육중한 몸을 흔들 때는 시민들이 혼비백산하는 광경도 자주 보였다. 언젠가 무슨 사달이 날 것 같은 생각은 그때부터 들었다.

이번 사고가 없었다면 말은 여전히 해수욕장 내를 걸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그저 아찔할 뿐이다.

갈이천정(渴而穿井)이란 말이 있다.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판다’는 것인데 시는 이번에 사고가 나자 조례 개정 등 여러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여러 필의 말이 줄지어 해수욕장을 걷는 것을 보고 시나 시의회의 누군가가 ‘저러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또 시민들은 그동안 왜 민원을 제기하지않았을까. 그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본지 보도 이후 영덕군과 울진군이 백사장에 말 출입을 금지하는 조례 개정에 나섰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이미 조례에 해수욕장 백사장 말 출입 금지를 담은 경주시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백사장내 말 사고는 이미 벌어진 것이다. 반면교사 삼아서 앞으론 사소한 사고라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포항시에 보내는 말이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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