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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테리블, 혹은 소외에 대하여

등록일 2025-08-27 18:20 게재일 2025-08-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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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이 아니라 새마음, 기계 문성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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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얼굴화병과 별’

앙팔테리블, 혹은 소외에 대하여

-새마을이 아니라 새마음, 기계 문성리에서

 

학교가 끝나도

나는 갈 곳이 없어 응원석에 혼자 앉아 있네

나를 응원할 수는 없네

노을은 타고 있지만, 춥네

구멍 난 운동화가 나를 보네

오늘은 무얼 먹어야지

모든 게 뒤죽박죽, 열 살 무렵

조금 불편하며 보편적이지 않지만,

내성(耐性)을 키우면 돼, 버티고 견뎌야지,

나처럼 아픈 아이들이 아마 무작정 있을 걸

우리의 부작용과 무작용의 시간

창피와 모멸의 시간을 넘어

그래도 지금 삶은 대체로 지탱해야지, 살아가야지

운동장 너머의 세상을 향해 나는 걸어가야지,

그 자발적 활력을 위해

새마을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몰라,

다만 살기 위하여

혹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나쁜 아이라도 되어야 하나?

모르겠다, 그러나 알아야겠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중심적으로 살아야겠다

꽃잎과 강철(强鐵)을, 강물과 바람을 생각했다

마을과 마을은, 강과 강은

햇빛과 바람으로 자강(自彊)한다는 것을 알았다

연약의 소외가 오히려 힘이 되니, 그것들의 힘,

흩어진 힘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그렇게, 무엇이라도 무엇을 위해

몰라서, 돌진하여 목숨의 끝에 다다른다

추궁은 불허(不許)하며 변명하지 않음으로

살고자 한다.

 

독재와 팽창의 시대를 살면서 훈련된 삶을 살았지만 문득 어떤 개념에 집착하면서 혼돈의 시대를 버티며 살았다. 독서와 글쓰기의 무용함을 응시하면서도 그것마저 포기하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변명과 핑계로 버텼다. 그런 삶이 어쩌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겠지만 죽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다만 아내에게 미안하다. 당분간 유지될 무용한 시간 앞에서.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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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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