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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민은 목이 메인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고구마를 입에 문 느낌이다. 석 달 남짓 남았는데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이 날아다닐 뿐 뭘 어찌 하겠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듣는 이름들에 무거운 직책이 걸리지만 그를 통해 무엇이 바뀔 까 아는 사람이 없다. 곁에서 도울 사람들마저 매서운 칼바람에 흩어져 버리면, 오래된 이름 낯익은 얼굴들은 기득권 정치인들뿐. 애꿎은 신기술이 소환되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선거판에 임한다니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은 정치권에서 실천할 것인지. 검증이란 이름으로 사람의 뒤를 캐느라 정작 중요한 건 수다하게 놓치는 오늘. 소중한 하루하루가 속절없이 떠내려가도 그가 정작 무엇을 할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언론은 몰려다니며 그 옛날 주간지가 생각나는 글들만 써대는지.석 달이다. 시간이 없다. 나라의 미래를 조망하고 국민의 일상을 챙겨야 한다. 이럭저럭 하다가 또한번 잘못 뽑았다는 후회와 소동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오늘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세상을. 왠지 모두 혼이 나가고 약에 취한 듯 가짜뉴스와 유튜브에 흔들리는 오늘을 바로 보아야 한다. 나라를 건지고 국민을 일으키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공적인 미래 기능과 사적인 과거 흔적 사이에서 경중과 우선순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과거에 매몰되어 가능성을 잘못 짚어도 문제지만, 내일만 바라보느라 건너온 공과를 놓쳐도 안 된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후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국민이 분명히 듣고 판단하는 일이 아닐까.정치권과 언론은 후보들 간에 담론과 토론이 무르익도록 이끌어야 한다. 풍성한 대화와 소통 가운데 국민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완벽한 후보는 없다. 견주고 비교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국민이 결정 과정에 의미있게 참여하도록 판을 짜야 한다. 정치인 몇 사람이 정계를 주무르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집단지성이 작동해야 하고 공동체의식이 살아나야 한다. 누구든 언론을 장악하여 비틀고 왜곡하는 일도 공적담론의 장이 열리면 잠이 들 터이다. 익숙하지 않아도 후보에겐 숙명이 아닌가. 나라와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내어놓고 판단하게 하는 일은 민주주의와 선거에서 요체이자 기본이다. 일방적 주장과 상대없는 외침은 민주적 결정과정을 혼란케만 할 뿐이다.대선전은 이미 무르익었다. 본선에 임박한 시점에 법으로 정한 토론이 있겠지만, 국민은 그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오늘처럼 어려운 시점에 운명처럼 다가온 대선을 분노와 혐오에만 근거하여 치를 수는 없다. 불꽃같은 관찰과 칼날같은 판단으로 시대와 세상이 요청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빚어내야 한다. 고구마를 한가득 입에 물은 듯 답답한 국민이 이제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게끔 선거판이 돌아갔으면 한다. 토론과 담론이 무르익는 대선전은 국민이 기꺼이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는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2021-12-08

안양 사고 현장을 지나며

12월의 첫날, 경기도 안양에서 끔찍한 사고가 있었다. 도로 포장 작업을 하던 근로자 세 명이 도로다짐용 중장비 롤러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롤러 운전기사가 작업에 방해되는 라바콘을 치우려고 장비에서 내린 순간 조작 기어봉에 옷이 걸리면서 롤러가 움직였다고 한다.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로 기어를 중립 위치에만 둔 채 장비에서 내린 게 화근이었다. 희생자 세 분 다 60대로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상한 할아버지 할머니였을 것이다.롤러와 같은 중장비의 경우 운전석이 높은 곳에 있어 시야가 완벽하게 확보될 수 없기에 반드시 신호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는 신호수가 없었다. 신호수가 없더라도 장비를 멈출 때 시동을 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고 허망하다. 운전기사는 베테랑이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해온 일이라서, 매일 하는 작업이라서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을 것이다. 옷이 기어봉에 걸리는 희박한 우연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을 것이다. 사망한 근로자들 역시 롤러가 등 뒤에서 덮치리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리라.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도로 위에서 사고 현장과 유사한 형태의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공사 책임자는 매일 작업 시작 전 안전수칙 교육을 실시하고, 작업자들은 귀에 못이 박혀 다 아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0.1퍼센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복 학습해야 한다. 안전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이 만든 기계로 하는 일이기에 돌발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돌발적 위험을 방지하는 최후의 안전장치가 바로 작업 감시자와 신호수다. 이번 사고는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다 작업 감시자와 신호수마저 부재한 상태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도대체 이런 일들이 왜 끊이지 않는 걸까?고용노동부가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 동안 전국 2만4백여 개 사업장의 안전조치 상태를 점검한 결과 64퍼센트에 달하는 1만3천여 개 사업장이 안전조치를 위반해 시정 조치를 받았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위반 사례는 크게 줄어든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위반율은 증가했다. 안양 사고 현장에는 채 열 명이 되지 않는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반쪽짜리 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효과적 제재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소한 안전조치가 이행되지 않아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는 현장은 대개 소규모 작업장인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고가 난 안양여고 사거리는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다.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쿠터를 타고 지나거나 산책을 하며 오간다. 사고 다음날, 야권 대선후보가 현장을 찾아 추모했다. 상당수의 산업재해가 작업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되므로 작업자 개인 잘못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작업자의 부주의’를 야기하는, 또 이미 발생한 부주의를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지게 하는 허술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성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논했어야 한다.정치인들이 다녀간 후, 진눈깨비가 흩뿌리는 죽음의 현장을 천천히 지나가보았다. 늘 다니는 길이지만 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채 다져지지 못하고 봉분처럼 쌓여 있는 아스콘 앞에 시민들이 국화꽃과 담배를 올려두었다.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롤러는 자신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모르는듯 그저 고요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롤러 바퀴에 기댄 국화꽃 뒤로 ‘가꿈’이라는 가게 간판과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빌라가 대비되는 풍경을 차마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라바콘으로 통제해놓은 현장 주변에서 배달대행 스쿠터가 불법 유턴을 하고, 코로나 불황을 이겨내지 못한 몇 곳의 상점들에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들이 다 슬펐다.날이 어둑해지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켜질 무렵, 진눈깨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한 중년의 남성이 아스콘 앞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무릎을 꿇어 두 번 절했다. 현장에 세워진 나무합판에는 시민들이 적어놓은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돌아가신 분들도, 사고를 낸 분도 다 안타깝다. 추운 겨울밤,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길 위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빈다. 안양이라는 지명은 불교의 안양정토에서 왔다. 그곳은 괴로움이 없는 안락한 세상이다.

2021-12-07

혼자도 잘 삽니다

부모님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외면하던 때가 있다. 대학 졸업을 막 앞둔 시점, 마땅히 취업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졸업 후 부모님이 생각하는 ‘응당 그래야만 하는 성과나 길’이 희미하던 때였다.나도 부모의 입장에서 뚜렷한 성과 없이 갈팡질팡하는 자식을 본다면 걱정이 들 게 분명하지만, 인생에 있어 누구나 방황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고 그러니 다시 중심을 찾을 수 있도록 묵묵히 기다려주시길 내심 바랐다.결국 졸업 직후 직장을 구할 때까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살아보기로 했다. 간간이 하던 아르바이트를 직원 스케줄로 바꾸어 하루 9시간씩 근무했다. 동시에 대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자격증을 위한 여러 학원과 센터를 다녔다. 아주 가끔 청탁이 오면 시를 썼고, 시집 제의를 받았을 땐 시집을 묶기 위한 창작자의 삶도 잠깐 살았다.그렇게 창작자와 생활노동자를 오가는 동안에도 늘 취업의 문을 두드렸다. 오십 통이 넘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고 열 곳 정도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취업난속에서 길을 해매고 있단 현실이 씁쓸했다.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지만 늘 그대로 머무르는 듯 보였는지, 앞서 사회 경험을 겪은 이들의 조언을 맞닥뜨리는 상황이 빈번이 생겼다. 낮엔 음식점에서 일하고 퇴근 후 시를 쓰는 날 보며 내 재능이 아깝다며 안타깝게 보는 이도 있었고 어린 나이에 왜 굳이 글을 쓰냐며 이해할 수 없다던 이도 있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조언은 늘 끊이질 않았는데, 그럴 때마다 늘 궁금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가?약 3년 동안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예상치 못한 일을 매일 마주했다. 다양한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났고, 그들의 생각과 취향을 어떠한 이익이나 목표 없이 시시콜콜 나누어 즐거웠다.시도조차 해 볼 생각 없었던 암벽 타기를 하고, 런닝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낯선 향신료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던 베트남 쌀국수와 맵고 얼얼한 마라탕의 맛에 눈을 뜬 건 그때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동안 자기 객관화와 확신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해야 할까. 초중고교와 대학교를 나오며 늘 무한 경쟁과 성적 편가르기에 예민해져 있던 나는 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유로워졌다. 타인의 세계를 어떠한 조건 없이 기웃거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행복의 기준을 확고히 세우게 되었다,최근 비혼을 주장하는 20-30세대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보며 자폭 세대라 부른단 사실을 알았다.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아 출산율이 심각해지고 있으니 마치 2030세대가 자폭하려는 듯 보여서 였을까.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비혼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잘못된 생각이 아닌가. 내 집 마련이 힘겨운 현실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한다는 건 판타지적인 사치에 가깝다.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 현실에서 나는 내가 낳은 아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낳기 좋은 현실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이 잔혹한 되물림을 굳이 반복해야 하나 싶은 것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많은 2030세대는 의무나 목표로써 출산을 택하지 않길 희망한다. 결혼은 내 인생의 업적과 성공률을 지표하지 않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애초부터 모든 걸 포기하고 살아가야하는 세대에겐 출산과 결혼은 주어지지 않은 선택지다. 더는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님을 뼈저리게 학습해왔기 때문이다.이러니 결국 남은 딱 한 가지의 선택지인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나에겐 일과 취미가 그렇다. 사회에서 인정받으며 내 몸 하나 잘 건사하는 건강한 어른으로 지내고 싶다. 나의 선택에 확실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유롭고도 자주적인 삶을 산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하지만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거나 도피한단 뜻은 아니다. 형식에 벗어나서 비혼도 행복을 추구하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또는 결혼을 희망하는 예비부부와 아이를 낳기 희망하는 이들에게 더 살기 좋은 세상이 오도록 정치와 법률적 제도에 꾸준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누구의 잘못을 꼬집기보단 각 세대가 머리를 맞대어 미래 세대가 살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2021-12-07

강자(强者)의 철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소설 ‘죄와 벌’(1866)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니체의 ‘초인(超人·Uebermensch)’을 선행한다. 법대 휴학생인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 노파 알료나 이바노브나를 ‘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저당으로 잡은 물건으로 사욕을 채우는 버러지 같은 인간으로 그녀를 본 것이다. 노파가 가진 재산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그는 생각한다.치밀한 계산과 사전답사를 마친 그는 완전범죄를 실행하기 직전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와 마주치게 된다. 그는 불가피하게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하지만 그의 흉중에는 자신감이 있다. 나폴레옹은 수십만 수백만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지만, 누구도 그를 살인자라 하지 않는다. 외려 그를 영웅이라 부르고 숭배하기도 한다. 벌레 같은 노파와 누이동생을 죽인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그의 사상적 배경은 강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강자의 철학’이다. 그의 심리에는 자신을 강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은 소영웅주의가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우연히 거리의 여자 소냐를 알게 되고 나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처럼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순교자 소냐의 형상에 크게 동요하는 라스콜리니코프. 소냐의 또 다른 변용은 스비드리가일로프다.라스콜리니코프는 루소가 ‘에밀’에서 갈파한 ‘양심의 가책’이 보낸 ‘섬망에 시달린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뒤집어버리는 섬망과 저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점점 강력하게 조여오는 소냐의 자수 권유. 그가 한낮에 더러운 센나야 광장에 키스하고, 포르피리가 기다리고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는 장면은 기막히다. 뒤에서 그를 따르면서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소냐.‘죄와 벌’과 라스콜리니코프를 거명한 데에는 까닭이 있을 터. 요즘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돈’과 ‘권력’을 향한 강박 때문이다. 잘 사는 18개 나라 국민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가 참혹하다. 다수가 가족을 가장 소중한 첫 번째 가치로 꼽았지만, 유독 한국인들은 ‘돈’을 맨 앞자리에 올려놓았다. 자나 깨나 ‘돈 돈 돈!’인 것이다. 아, 아직도 돈을 향한 처절한 갈망이 기갈(飢渴)처럼 해소되지 않았구나, 하는 허망함!깜냥도 되지 못하는 자들의 대권 놀음에 언론사들의 지면이 하루가 멀다 않고 누렇게 시들어간다. 권력을 향한 그들의 탐욕과 그들을 향한 민중의 분노가 상충하는 양상이다. 그들 가운데 누가 21세기 20년대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적임자인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치적-문화적 양극화, 상상을 뛰어넘는 세대 갈등과 남녀갈등, 뿌리 깊은 분단 문제 극복 같은 당면한 난제를 누가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그저 돈과 권력만을 탐하는 무리 때문에 골수까지 병들어가는 이 나라 민초(民草)들의 고단한 삶을 보듬어줄 정치가와 정치세력의 도래를 기대한다. 돈과 권력을 움켜쥔 강자들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세상 모두가 상생하는 정치와 정치가를 소망한다.

2021-12-07

야당 선대위 합류 TK 인사들 역할 크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그저께(6일) 출범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갈등, 이준석 대표의 잠행 소동 등으로 진통을 겪던 ‘윤석열 호(號)’가 후보선출 한 달 만에 닻을 올린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아흔아홉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 뜻 하나만 같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야권통합을 특히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전체 구성원들을 향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모두 일체가 돼 외연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간절하게 호소한 것으로 읽힌다.출범식에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불참했지만, 선대위에 대구·경북(TK)출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합류해 시·도민들의 기대가 크다.대구수성갑 출신 중진인 주호영 의원은 선거 캠페인의 핵심인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지역별 본부와 시민사회단체, 재외국민, 여성·청년 등 대선 활동과 연관된 모든 공·사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다. 홍준표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3선의 강석호 전 의원은 선대위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야권통합에 민감한 윤 후보와 밀접하게 접촉하면서 외연확장에 총력을 쏟는 자리다. 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은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아 선거 판세나 민심 분석을 통해 선거전략을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중앙선대위소속 클린선거전략본부장을 맡아 상대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를 방어한다.이외에도 대구·경북 출신 대부분 국회의원들과 청년 정치인들이 선대위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사실 윤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데는 이 지역의 역할이 컸다. 윤 후보 자신도 경선 당시 “대구경북 정치인과 당원들이 물불 안 가리고 지지해 주고 격려해 줘 앞을 향해 뚜벅뚜벅 갈 수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선대위에 참여한 TK인사들은 우선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총력을 쏟아야겠지만, 정책 공약 결정 과정에서는 이 지역 민심을 후보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특히 경북도가 당면하고 있는 지방소멸 문제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 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2021-12-07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대학 절반 사라진다

지방소재 대학의 25년 후 생존율이 50%에도 못미칠 것이란 연구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에 따라 편차는 있으나 지금으로부터 25년 후 대구에는 현재의 절반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고 경북은 37% 대학만이 생존할 것이란 예상이다.지방소멸 위기감에 빠져 있는 지역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한 문제지만 불과 5년 후부터 대학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면 끔찍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이동규 동아대교수(기업재난관리학과)가 최근 발표한 인구변동과 미래전망(지방대학분야)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2·4년제 대학 386곳 가운데 2046년에는 49.2%인 190곳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학 생존율이 70% 이상인 곳은 서울과 세종, 인천 세 곳뿐이다.이 조사는 통계청의 장래인구 변동 요인과 주요 연령계층별 추계인구, 대학 알리미의 신입생 충원현황 등을 근거로 한 추정치여서 결과적으로 대학의 존폐는 지역의 인구감소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특히 보고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줘 수도권의 인구 집중이 지방소멸을 재촉하고 지방소재 대학의 생존까지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보고서에 나타난 생존율을 보면 전남(19%), 울산(20%), 경남(21.7%), 전북(30%), 부산(30.4%), 경북(37.1%), 대전(41.2%) 등으로 나타나 서울과 거리가 멀수록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다. 사람과 자본이 몰리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없으면 지방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동화 현상은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지방소재 대학은 지역사회의 교육을 전적으로 맡고 있을 뿐아니라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대학생 1명의 월 경제유발효과가 100만원이라 하지 않는가. 대학 하나가 빠져나가거나 폐교가 되면 지역사회가 가지는 손실은 막중한 것이다.지금 지방의 도시들은 지방소멸 극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가면 머지않아 없어지는 농촌 도시가 곳곳에 생겨날 것이다. 지방대학의 생존율이 떨어진 것은 이런 지방소멸에 대한 경고에 불과하다.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대학의 자구 노력과 범정부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2021-12-07

울릉도 뱃길

고려말 왜구의 침입으로 무인도가 되었던 울릉도는 조선초 이래로 육지에서 사람이 건너가 살기 시작했다. 자료에 의하면 1911년 울릉도의 인구는 8천73명(1천414가구) 정도였다고 한다.울릉주민의 가장 큰 숙원은 육지를 오가는 뱃길 확보다. 해방 전까지 일본 화물선을 이용해 육지를 오가기도 했으나 그나마 기회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섬주민의 육지 나들이는 꿈같은 이야기다. ‘동해 절해고도 울릉도’라는 표현이 딱 맞는 말이다.해방후 대한해운공사의 여객선이 부산∼울릉도를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전쟁 발발로 중단됐다. 전쟁 이후 150t 화객선 금파호가 취항, 부산∼포항∼울릉을 월 3∼4회 운항한 것이 정기선 운항의 시초다.1963년에는 380t급 철선 청룡호가 정기운항 했으나 울릉과 포항간 운항시간이 12시간이나 소요됐다. 기상에 따라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1977년 도동항의 접안시설이 완공되면서 여객선 한일1호 등이 투입되고 운항시간은 6시간대로 줄었다. 일일생활권이란 말이 이때 처음 나왔다.이후 카페리호의 취항으로 울릉∼포항간 3시간대 주파가 가능해지고 관광 성수기에는 하루 두차례 왕복운항도 가능했다. 새로운 울릉도 관광시대가 열렸던 것이다.지난 9월 울릉크루즈 ‘신독도 진주호’ 취항 이후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었다는 소식이다. 11월 중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만 2만3천여명으로 울릉군이 관광객을 집계한 이후 가장 많다고 한다. 1만9천t급, 승객 정원 1천200명의 역대급 크루즈 여객선 취항 덕분이라 한다. 이철우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울릉도가 이제 육지가 됐다”고 언급했다. 2025년 비행장 완공을 앞둔 울릉도의 변신이 기대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7

자원무기화 시대의 국가 전략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세계는 지금 자원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귀자원의 무기화는 경제안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미·중 패권경쟁은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경쟁으로 확산됨으로써 자원무기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G2가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일어난 요소수 파동은 우리가 강대국의 자원무기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다. 한국은 에너지의 96%,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4위의 자원 수입국이다. 특히 4차 산업의 핵심광물로 꼽히는 니켈·코발트·희토류 등을 거의 대부분(98%∼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을 시작으로 상품의 생산 및 수출로 이어지는 우리의 경제구조에서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국가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우리의 자원안보전략은 국내 및 국제적 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국내적 차원에서는 자원강대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전략품목의 공급망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구축해야 하며, 주요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및 대체품 개발로 자급률을 시급히 제고시켜야 한다. 이번 요소수 사태에서 정부는 중국이 수출을 규제한지 3주가 지난 뒤에 비로소 대책회의를 열었을 정도로 자원안보에 둔감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자원은 경제적 가치를 넘어 생존과 직결된 안보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국제적 차원에서는 자원외교의 다변화와 해외자원개발이 절실하다. 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수입품목 1만2천586개 중 3천941 픔목(31.3%)이 중국·미국·일본 등 특정국가 의존도가 80%를 넘었으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이 1천850개로서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국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실정이니 자원무기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일어난 중국의 요소수 수출통제는 한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일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따라서 강대국의 자원무기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수입노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전략품목들은 가격경쟁력이라는 경제논리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되며, 안전한 공급망의 확보라는 안보적 차원이 더욱 중시되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외자원 개발전략을 수립, 추진함으로써 필요한 자원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해외자원개발을 통해서 석유·가스·구리·아연 등의 자원 확보율을 크게 제고시켰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국제분업의 경제적 효율성만 추구한다면 자원 강국의 자원무기화로 언제든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2019년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으면서도 학습효과가 없었으니 2021년의 요소수 파동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었다. 역사적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2021-12-06

역대급 대구·경북 국비 예산 내실있게 집행해야

대구시와 경북도의 내년도 국비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로 확보됐다. 대구시는 국비 4조원, 경북도는 국비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금액별로는 대구시는 4조133억원으로 지난해 국비 예산 3조4천756억원보다 15.4%가 늘었으며 경북은 10조175억원으로 지난해 국비보다 3.1%가 늘었다.대구시와 경북도의 국비 예산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내년도 국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한 슈퍼급 예산으로 짜여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도 그만큼 늘어난 탓이다. 부산시가 8조원, 경남도가 7조원, 전북과 강원도가 각각 8조원을 돌파하는 등 전국 광역단체들은 역대급 국비 확보로 반가워하고 있다.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역대급 규모로 계획하면서 경제활력 제고와 미래혁신 투자, 코로나 극복을 위한 방역 강화 및 재난지원금 확보에 초점을 두었다. 국가 예산이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인 만큼 알뜰하게 쓰여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특히 이번에 지방자치단체에 배정된 국비 예산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쓰이게 자치단체 차원의 지혜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경북도내 시군이 올해 반납하는 국비가 1천500억원에 이른다. 최근 6년간 시군이 5천억원에 가까운 국비를 반납했다는 것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이나 전략이 부족했던 탓이다. 국비예산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 공무원과 정치권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핵심 신분야와 경제회복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 예산에 반영돼 기대가 크다”고 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어렵게 확보한 예산을 알뜰하게 집행해 소기의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내년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고 2년 연속 이어져 온 코로나 위기 극복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를 회복하는 문제는 서민의 살림살이와 관련해 매우 시급한 과제다. 배정된 국가 예산을 얼마나 알뜰하고 짜임새 있게 쓸 것인지 자치단체의 전략적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배정된 국가 예산이 지역경제 활력과 민생경제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도록 잘 써야 할 것이다.

2021-12-06

공정경제의 모범 ‘상생결제’

공정경제의 모범사례로 ‘상생결제’가 주목받고 있다. 상생결제는 협력업체가 결제일에 현금지금을 보장받고, 결제일 전에도 대기업 등이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대기업의 신용으로 은행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결제 제도를 말한다.연쇄 부도의 위험이 높은 어음 결제 대신 중소기업의 사업 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음의 경우 상환청구권으로 어음 부도 시 연쇄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고, 결제일 장기화로 자금난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상생결제는 납품대금이 상생결제 예치계좌에 보관됐다가 하위 거래기업에 직접 지급되기 때문에 원청업체가 부도나도 압류 및 가압류를 할 수 없어 연쇄 부도 위험이 높은 어음보다 안전한 결제수단이다.또 만기일 전 대기업 신용의 저금리 할인으로 금융 비용이 절감된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9월 21일부터 시행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올해 상생결제 확산 모범사례로는 LG전자가 선정됐다. LG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5개 관계부처가 정부서울청사 별관서 개최한 ‘공정경제 성과 보고대회’에서 상생결제를 공정경제 모범사례로 발표했다. LG전자는 지난 해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 방식으로 7조148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으며, 이 중 5천314억원이 2차 협력사에 지급됐다. 상생결제를 통한 낙수율(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물품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전달되는 비율)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7.4%를 기록했다.공정경제의 모범인 상생결제를 적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욱 늘려야 한다. 상생결제의 보편화가 공정경제의 첫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2-06

지방선거 180일전…‘불법 현수막’부터 단속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선관위가 지난주부터 선거법 위반 단속에 들어갔지만 대구·경북 도심 곳곳에는 여전히 불법 정치 현수막이 눈에 띄고 있다. 대구·경북 선관위는 내년 지방선거 180일 전인 지난 3일부터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선거일 6개월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간판·현수막 등의 광고물을 설치·게시하는 행위, 표찰 등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선관위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포항시내의 경우 각급 학교 앞이나 시민 눈에 잘 띄는 횡단도로변 곳곳에는 아직도 내년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이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포항시 각 구청에 따르면, 수능 일주일 전인 지난달 11일 이후부터 수능과 관련된 정치인들의 현수막 민원 접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구에서도 지난달 수능을 전후해 정치인들의 응원 현수막이 주요 길목마다 걸려 시민들이 의아해했다.현재는 거의 철거됐지만 당시에는 횡단보도 신호등과 가로수 사이사이에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 출마 희망자들이 걸어둔 현수막들이 빼곡했다. 수능관련 현수막이 올해 갑자기 등장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부터 투표권이 주어지는 만 18세 이상 고교생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정치인들이 수능 응원을 핑계로 교묘히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포항시 남·북구와 각 읍·면·동에서는 자체 정비관이나 불법광고물 제거 인력을 임시로 채용해서 불법 현수막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철거 관계자들은 “현수막을 걸고도 직접 회수해간 정치인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불법 현수막이 행정력과 재정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수능응원이나 명절 인사, 정책 홍보를 이유로 정치인이 내거는 현수막은 지자체 신고를 거치지 않는 한 모두 불법이다. 미신고 정치 현수막은 근본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사전선거운동인데다,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게시하기 때문에 행인을 불편하게 하고 거리미관도 해친다.현수막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하는 게 수사기관의 관행이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해를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불법선거운동은 경중을 가리지 않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2021-12-06

1500년 전 잠든 말 갑옷, 쪽샘에서 깨어나다

쪽샘 고분 유적은 4~6세기 축조된 신라 왕경인들의 집단 무덤군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부터 쪽샘 유적에 대한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4월 우리나라 고고학계에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쪽샘 유적 내 C-10호라고 부르는 무덤에서 거의 완벽한 형태의 말과 장수의 철제갑옷이 동시에 발굴된 것이다.1600년 전 신라시대 갑옷이 출토된 것만으로도 드문 일인데, 말과 장수의 두 갑옷이 거의 완벽한 형태로 발굴되었다는 것에 당시 학계나 관련연구자, 그리고 언론에서 주목했었다. 두 갑옷은 비늘 모양의 작은 쇠 조각(小札)을 엮어 만든, 소위 찰갑(札甲)으로 부르는 형태였다. 이러한 찰갑은 넓은 쇠판으로 제작한 판갑(板甲)보다 발전된 기술로 이동성에 있어 훨씬 용이하다. 이러한 완벽한 형태의 찰갑, 그것도 말과 장수의 갑옷이 동시에 발굴된 것은 동아시아에서 최초의 사례이다.발굴 당시 말 갑옷은 목·가슴-몸통-엉덩이를 가리는 한 벌이 펼쳐져있고, 말 몸통 갑옷 위에 장수의 갑옷 일부가 깔려있었다. 주변에는 장수가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투구, 목가리개와 긴 칼 등이 놓여있고, 말 얼굴을 보호하는 갑옷 부분(馬5191)은 별도의 나무곽(副槨)에 넣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발굴된 말 갑옷은 당시 부식 상태가 심각해 긴급하게 현장에서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하지만 흙 속에 묻혀 있던 말 갑옷이 노출되면서 상태변화로 인해 손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발굴 현장보다는 안전한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발굴 현장에서 연구소 보존과학실로 이동해 오래시간 동안 정밀 보존처리가 이뤄졌다.말 갑옷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는 발굴된 유물을 별도 마련된 처리실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발굴된 원형대로 말 갑옷을 이동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였기 때문에 안전한 이송을 위해 먼저 국내·외 유사 사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모의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이동계획이 수립되었다.먼저 말 갑옷이 부서지거나 흐트러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제를 도포하여 임시 강화처리를 하고, 충진재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한지를 덮고 석고붕대로 드레싱을 한 후 우레탄폼으로 유물(갑옷)을 보호했다. 말 갑옷 아래쪽은 흙을 깊게 파고 바닥과 주변에 목재프레임으로 벽을 세운 후 빈곳을 우레탄폼으로 채워 보강하고 크레인을 이용하여 들어 올려 이송하였다. 즉, 발굴된 갑옷만 수습한 것이 아니라, 갑옷에 고착된 흙을 비롯해 주변 흙을 통째로 이동한 것이다. 작은 철판 하나하나가 부식이 심해, 하나씩 수습하는 것은 유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유물에 대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더라도 주변 흙을 통째로 떠서 원형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보존실로 옮겨온 말 갑옷은 현장에서 포장한 방법과 반대로 포장재를 해체하는 작업부터 실시했고, 이후 갑옷의 내면부터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이송 중 파손을 줄이기 위해 보강된 우레탄폼, 임시강화제 등을 제거하고, 에어브러시브를 이용해 표면의 이물질과 부식화합물 등을 클리닝했다.분리가 가능한 편들은 X-ray 촬영을 실시하고 가죽, 목질, 섬유 등 남아있는 유기질에 대한 자료 등을 기록했다. 이물질 제거 후 파손되거나 결실된 부분은 접착제로 접합하고 복원재로 결실부를 제작했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혀 실제 유물과 어울리도록 복원했다. 그리고 더 이상 부식이 진행되지 않도록 내면에 불소계 수지(V-flon 10%)를 2차에 걸쳐 도포하여 전면을 코팅했다.내면 처리가 완료된 후 외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유물을 다시 뒤집어야 했다. 말 갑옷은 약 740매의 작은 철판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뒤집을 시 각각의 철판이 움직이거나 유동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유물의 유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여러 보호 장치를 설치해야 했다. 먼저 말 갑옷 주변부에 유토를 사용해 높이를 맞추고, 그 위에 한지를 덮었다. 말 갑옷 표면에는 얇은 주석박지를 밀착시켜 다시 보호한 후 유리섬유, 거즈 등을 덮고 실리콘으로 도포했다. 그 위에 우레탄폼으로 1차로 층을 만들고 목재 격자프레임을 설치한 후 격자 안에 2차로 우레탄폼을 다시 채웠다. 전체 중량 때문에 혹시라도 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벌집형구조체를 덮어 보강했다. 전상은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안전하게 말 갑옷을 뒤집은 후 우레탄폼과 한지 및 강화제, 흙, 자갈 등을 차례로 제거한 후 말 갑옷 표면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에어브러시브로 클리닝 해주었다. 내면과 마찬가지로 표면에 수착된 가죽, 목재 등 유기질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X-ray촬영도 함께 했다. 이후 이동이나 뒤집기 과정에서 파손된 편을 접착제로 접합하고, 결실된 부분은 주변부와 이질감이 없도록 복원했다. 기타 부가적인 처리작업은 내면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었고, 말 갑옷은 발굴되었을 때와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했다.‘문화재 보존처리’는 발굴된 유물에 묻어 있는 흙과 먼지를 털어내고, 때로는 깨지고 부서진 부분은 다시 수리하고 복원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보존처리는 오랜 시간과 공력이 필요한 작업이며, 각 분야 전문가의 세밀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물관 유리장 안에 화려하게 전시된 문화재 역시 대부분 이러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유물들이다. 지난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특별전시 ‘말, 갑옷을 입다’에 출품된 말 갑옷은 이러한 지난한 문화재 보존처리의 과정과 수고가 있었기에 전시가 가능했다.

2021-12-06

예술과 기술에 대한 미술사적 고찰(上)

예술, 기술, 주술, 마술은 역사 속에서 기묘한 관계를 맺어 왔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미술을 테크네(τ03ADχνη)라 불렀다. 테크네는 기술, 기교를 뜻하는 테크닉의 어원이기도 하다. 테크네는 인간이 기술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전체를 가리키며 여기에는 미술도 포함된다. 그리스어 테크네를 고대 로마인들의 라틴어로 옮긴 것이 아르스(ars)이다. 오늘날 우리가 예술 혹은 미술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단어 아트(art)가 여기서 왔다. 예술의 어원은 예술이 기술과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음악가들은 오랜 시간의 연습과 훈련을 통해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무용수들 역시 동작을 익히고 유연성과 표현력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단련한다. 미술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는 기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하는 재료, 필요한 도구를 만들고 다루는 기술을 마스터한 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술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적어도 도제식 교육을 받던 르네상스 시대까지는 그랬다.대부분의 예술 장르에서 기술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기교나 기술적 완벽함이 음악가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탁월한 음악가에게 기술적 완성도는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다.무용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은 형편이 많이 다르다. 미술사학에서는 대체적으로 현대미술의 태동 시점을 19세기 중반으로 본다. 이전 미술이 따르고 쫓았던 규칙, 원리, 규범, 가치를 부정하면서 현대미술이 태어났다. 15세기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 태동기까지 서양미술의 근간은 모방과 재현이었다. 잘 모방하고 잘 재현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르네상스 이전 고대나 중세 까지만 하더라도 미술가는 기술자였다. 육체노동을 천시했기 때문에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았다.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미술창작이 몸을 쓰는 육체노동에 그치지 않고 고대의 시인들처럼 고도의 정신작용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미술가들은 기술을 익혀야 했음은 물론이고 기술로 구현될 그림이나 조각에 정신적 가치를 담아야 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르네상스의 만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거장들이다.그렇다면 마네, 모네, 세잔 등을 비롯한 이른바 현대미술의 선구자들은 무슨 이유 때문에 앞선 미술에 반기를 들고 규칙과 규범들을 깨트렸던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미술이 권력화 되어 권위적이고 배타적이며 폐쇄적이고 경직되었기 때문이다. 자유로이 사유하고, 자유로이 탐구하고, 자유로이 창작하던 르네상스 미술정신이 어떻게 그토록 변질되어 버린 것일까? 이와 관련해 여러 요인들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1648년 프랑스 왕립미술학교의 설립이다.1517년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로마 가톨릭의 교세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종교개혁자들에 맞서 가톨릭교회는 반종교개혁의 움직임을 형성했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크미술이다. 장식성이 강한 바로크 미술은 화려하다. 앞선 르네상스 미술이 비례, 균형, 조화, 통일을 추구했다면 바로크에서는 비례와 균형이 무너지고 조화나 통일성 대신 스펙터클이 펼쳐졌다. 로마에서 바로크가 발달할 때 까지만 하더라도 서양미술의 중심지는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로마였다. 그런데 루이14세가 프랑스의 왕으로 즉위한 17세기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미술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자신을 ‘태양 왕’으로 신격화한 절대왕정의 루이14세는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정책들을 폈다. 절대적 권력의 상징이 되는 곳이 베르사유 궁전이다. 늪지를 메워 상상을 초월하는 궁전을 세우고 35㎞ 떨어진 센 강으로부터 파이프로 물을 끌어와 화려한 분수로 장식된 어마어마한 정원을 조성했다. 미술은 오랫동안 권력의 불편한 동행자였다. 권력은 선전도구로서 미술을 활용했고, 미술은 기꺼이 그 필요를 충족시켜 주었다. 절대왕정을 위한 미술가를 양성하기 위해 1648년 서양미술사 최초로 국립미술교육기관 ‘왕립미술학교’가 설립되었다. /미술사학자

2021-12-06

장수 기업의 비밀, 득심 경영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12월이 되면 늘 찾아오는 단골집의 반가운 카카오 톡이 있다. 직접 잡은 싱싱하고 살이 꽉 찬 대게가 들어왔다는 연락이다. 그러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그 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대게를 먹고 오곤 하였다.아마도 스스로 애주가나 미식가로 자부한다면, 믿고 갈만한 단골집 한 두 곳 쯤은 두었을 것이다.단골이란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간다’는 단순한 산술적 통계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손님과 주인이 어우러져 같이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동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진정한 단골을 만들고 싶다면 그 곳을 찾는 손님 각각의 취향을 잘 알아야하고, 그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 손님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이번에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단골이 많기로 소문난 ‘호시료칸’의 장수 비법을 배워보고자 한다.호시료칸은 한국인에 의해 설립된 건축 회사 ‘콩고구미’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기업이다.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해 있고, 718년에 세워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여관이며, ‘천년 기업’을 이미 오래전 뛰어넘은 1300년된 일본 장수 기업이다.호시료칸은 단골 손님이 많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호시료칸의 정신은 일기일회(一基一會)이다. 이는 “한 번 만날 때 이번 만남이 마지막이며 평생 단 한번의 만남이라고 여겨 온 힘을 쏟는다.”는 말이다.이로 인해 고객의 마음을 얻는 ‘득심(得心) 경영’이 성공하였기에 지금의 장수 기업이 되었다고 필자는 본다.이 기업의 ‘득심 경영’ 특징 세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객과 종업원을 1:1로 매칭(Matching)하여 맞춤형 서비스를 추진하였다. 이는 고객에 대한 세심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둘째 고객이 최고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온천수의 수질 관리와 식사에 만전을 기하여 항상 고객이 최고의 품질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도록 하였다는 것, 셋째 고객이 남들에게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이 곳에 와서 차 한잔, 술 한잔 마시며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고객 개인에게 ‘나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전해 주었고, 이는 한번 온 고객은 다시 찾게 되는 단골이 되었을 것이다.많은 기업들이 무수한 별처럼 나타났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은 11년으로 생존율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70%가 창업과 동시에 폐업한다는 의미이다.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은 두산, 동화약품, 몽고 식품 단 3곳 뿐이다.변화의 속도가 빠른 이 시대에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득심 경영’을 통해 존경받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2021-12-06

세 번째 스무살, 살맛나는 멋~!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수묵빛 세월의 흐름도 뉘엿뉘엿 세모(歲暮)의 긴 그림자를 드리워가고 있다. 요동치는 코로나의 난국에 살얼음판 걷듯이 불안하고 조바심을 태우며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데, 일월의 바퀴는 또 한 겹의 나이테를 물레처럼 감는듯 굴러가고 있다. 뒤돌아보면 책장같이 빼곡한 한 해 하루하루 일상들이 모이고 쌓여 이제 한 권의 책처럼 편철해야 하는 마무리 시점이라고나 할까?대나 갈대, 나무 따위의 줄기에서 생기는 마디는 세월과 사람에게도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무던한 세월은 무심치 않아 시간의 마디 같은 연륜을 쌓고 있고, 사람은 10대나 20대 등 나이대를 통칭해서 세대의 마디 같은 전환의 시기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것을 뜻하는 전환(轉換)은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다. 용기와 도전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낯선 설레임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세번째 스무살’ 프로그램은 삶에 대한 인식전환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경북문화재단과 경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100% 국비 지원의 신중년 생애전환 특화사업이다. 2021년 경북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지원사업 ‘세번째 스무살’은 경북지역 신중년 세대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발견하며 청년시절 꿈꾸었던 숨은 열정을 다시 일깨워 삶을 전환하고자 기획됐다. 즉, 공모사업 신청자가 하고싶은 사업과 테마를 직접 선정하고 강사 초빙, 운영, 평가, 정산 등 일련의 과정을 참여자들이 자체 기획, 진행, 결과물 정리 등 일반 문화예술교육과는 확연히 차별성이 있는 참여 발굴형 문화예술 진흥사업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의 운영으로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실현의 기반을 마련하고, 경북 내 23개 시·군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창의적 문화예술 체험활동의 장려를 권장하고 있다.필자는 포항지역에 거주하는 시낭송가와 동화구연가 등과 함께 ‘살 맛나는 멋’ 팀명으로 ‘나를 노래하고 세상을 노래한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갈수록 흥미와 재미가 쏠쏠하다. 투박하지만 나를 닮은 토기를 빚고 20대에 즐겨 외웠던 시를 자연 속에서 낭송하는가 하면, 아무런 생각없이 장작불 불멍을 때리며 심신을 이완시키기도 하면서 별 바라보기와 나에게 편지쓰기 등으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 몰입과 자각으로 내 마음을 풀며 새로운 나의 발견과 전환의 의미를 되새겨가고 있다. 그렇게 따로 또는 같이 먹고 살고 놀고 즐기면서 붓과 시낭송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노래할 수 있으니, 정말 살맛나는 멋이 아닐 수 없다.거의 한 달 내내 축제같고 선물같은 나날을 보내면서 낯선 것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좀더 차분하게 넓혀가는 계기가 되는 듯하다. 나를 위한 쓰임에 한땀 한땀 생각과 마음을 담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인생과 마주하며 세번째 스무살을 충만하고 충분하게 정성껏 살기로 다짐해본다.

2021-12-06

최우선의 덕목은 ‘청렴’이다

서숙희시인·포항문인협회 회장 내년 2022년은 월드컵이 열린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2022년이 얼핏 2002년과 겹쳐 보인다. 2002와 2022는 시각적인 착각을 불러올 정도로 일치하는 숫자가 많다. 새삼 그때의 감동이 상기되면서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인 2001년에 우리는 어땠는가를 생각해 본다. 온 국민이 우리나라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면서, 혹은 우승 국가를 점치면서 얼마나 설레고 또 얼마나 흥분했던가.그로부터 꼭 20년 후, 2002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가 비슷한 2022년은 바야흐로 선거의 해다. 대선을 비롯하여 4대 지방선거까지 열리는, 선거에 선거를 거듭하는 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축제라고 했던가.선거라는 축제를 1년 앞둔 지금 우리는 축구 축제인 월드컵을 1년 앞둔 그때처럼 한마음으로 설레면서 그날을 기다리는가.나라의 지도자를 뽑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이끌어나갈 지도자를 뽑는 일, 당연히 즐거워야 하고 설레야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미 막이 오른 대선판도 그렇지만 몇 달 후면 지역은 지역대로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 어수선함을 넘어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편치 않다.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과 덕목은 무엇일까. 200 년도 더 된 고전, 목민심서를 21세기에 다시 소환해 본다. 목민관의 자세와 도리를 밝힌 목민심서의 키워드는 ‘청렴’이다. 200 년 전의 말이 여전히 유효하고 여전히 강조되어야 함은 무슨 의미일까.다산은 청렴함에서 위엄이 나오고 신뢰도 나온다고 하였다. 청렴은 단순히 부정한 뇌물을 받지 않는다는 것 이상이다. 청렴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정직하고 공정하여 스스로 당당하다는 것이다.며칠 전 한 일간지의 설문조사 내용 중,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갖추어야 자질로 ‘도덕성’과 ‘미래비전’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지역을 이끌 지도자로 해석해도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설문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것은 아니겠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상이 무엇인지는 분명한 것 같다.그것을 뒤집어 해석하면 그만큼 우리의 지도자들이 지금까지 도덕적이지 않았고 미래비전에 약했다는 말이 아닐까.도덕성은 곧 청렴이다. 청렴의 바탕 위에서 비로소 다스리는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니 모든 것의 근본이요 바탕이다. 논어에서 말한 회사후소(繪事後素)처럼 말이다. 청렴에 더해서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의미를 지닌 통섭의 사고와 지혜를 지닌 지도자이면 더 좋겠다. 눈앞의 단편적인 생각에 묶여, 혹은 사소한 감정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 없는 품이 넉넉하고 품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겠다.우리 지역의 지도자에게 바라는 또 하나를 덧붙이자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예술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그 가치나 효과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 또한 아니기에 다른 분야에 비해 후순위가 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우리의 지도자가 어디서 백마 탄 초인 같이 홀연히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초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년 선거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가려지기를 바란다. 그런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20년 전 2002년 월드컵처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제가 되고, 거기서 뽑힐 지도자를 지금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시간이면 좋겠다. 선하고 깨끗한 품성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 거기에 시와 음악과 미술의 가치를 아는 문화적 감성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지도자로 오면 참 좋겠다.

2021-12-05

붉은 등을 켰다

가을이 겨울을 위해 붉은 등을 켰다. 동네가 환하다. 수백 년 전부터 바알갛게 불을 밝힌 만 그루의 나무 곁에 십만 그루가 가로등처럼 꽃불을 켜서 마을 전체가 환하다. 의성 사곡면 화전리로 들어서는 순간 어찌나 동네가 붉은지 ‘산수유 마을’이란 별칭이 꼭 맞아떨어진다. 지난봄, 입구에서부터 버스 정류장에도 산자락에도 어김없이 산수유꽃이 노랗더니 지금은 붉은 물감을 칠해 새로운 겨울 축제를 열었나 싶다. ‘영원불변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300년 넘게 오래도록 마을을 밝힌다.산책로에 들어서니 발밑에 빨간 열매가 떨어졌다. 학창시절 국어책에 실렸던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聖誕祭)가 저절로 떠오른다.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애처롭게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려고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고,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하며 끝맺던 시.그 시절 나는 산수유를 알지 못했다. 꽃의 색깔뿐만 아니라 모양도, 시에 등장하는 빨갛다는 열매가 콩알만 한지 사과만 한지도 궁금했다. 지금은 얼른 핸드폰을 열어 검색 찬스를 쓰면 되지만, 그때는 국어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손톱만 한 작은 열매라고 하셔서 앵두 같겠거니 했는데 발아래 산수유는 투명한 다홍 색의 타원형 보석 같다. 그때 이 어여쁜 모양을 알았더라면 시가 더 내 몸속에 알알이 새겨져 흘렀을 것이다.혹여 시인은 산수유 마을을 겨울의 길목에 다녀갔을지도 모른다. 본관이 의성이고 안동에서 태어나셨으니 이곳 사곡면 화전리에 와서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산수유 붉은 물결을 눈에 넣고 시를 썼을 것이다. 시 전체에 산수유 빛깔이 흩뿌려져 있다. 바알간 숯불로 시작해 열로 상기한 볼, 불현듯 느끼는, 마지막 구절에 산수유 알이 박혀 흐르는 혈액을 보면 동네에 내를 따라 늘어진 붉은 산수유 가지들을 보고 부리나케 시상을 떠올렸을 것이다.물이 흐르는 곳으로 작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섰다. 골짜기 가득 붉은 산수유 이불을 덮어놓았다. 찾아간 시간이 해거름 녘이라 물가에 늘어진 가지 뒤에 붉은 조명을 비추는 듯해 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잎은 하나 없이 온통 붉게 상기된 얼굴을 냇물에 비추니 물빛도 산수유를 꼭 닮아 버렸다. 넋 놓고 올려다보노라니 나도 덩달아 달아올랐다.가만히 열매를 생각하니 꽃이 피었다 지고, 또 열매가 익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도 걸렸다 싶다. 가장 일찍 눈을 떠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노릇을 하는 녀석이 여름에 붉게 익어도 될 터인데 뒤에 핀 사과꽃도 열매 다 익혀 시장으로 마트로 팔려갔는데, 더 늦게 핀 감꽃도 주황색 까치밥만 남겨둔 지금, 이렇게 활짝 붉은 꽃 잔치를 느지막하게 열었다. 누구보다 많은 계절을 담기 위해 봄 여름 갈 겨울을 기다린 녀석들이다. 성격 급한 나로선 따라 하기 힘들다.노란 산수유 꽃이 필 때는 동네가 사람들로 넘쳤었다. 산책로를 따라 사진을 찍으면 꽃만큼 사람도 찍혔더랬다. 붉은 산수유 꽃이 핀 지금은 우리뿐이다. 꽃등 아래 흐르는 냇물 소리만 가득하다. 봄에 기념사진 찍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렸던 그 자리가 오로지 내 차지다. 뒷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남편이 하라는 대로 포즈를 취하며 붉은 내음새를 가득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고선 폰을 내려놓고 눈으로도 한참 바라보았다. 마음에 알알이 새겨넣었다.산수유 마을은 가로등 모양도 산수유다. 사람이 자연을 따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순리를 따르는 일이다. 거스르며 사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산수유 마을 사람들은 300년 전에 알았다. 골짜기 깊은 곳이라 해가 일찍 졌다. 기둥 끝에 빨간 열매 두 개가 부리나케 불을 켰다. 불현듯 성탄이 가까웠다는 게 떠올랐다. 집에도 산수유 닮은 불빛 몇 개 내 걸어야겠다. /김순희(수필가)

2021-12-05

내로남불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예를 들면, 시험공부 할 때 저녁에 공부하지 않고 자면서 어머니에게 아침에 공부할 테니 일찍 깨워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그런데 어머니가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깨워도 깨지 않고 계속 자다가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일찍 깨워주지 않아서”라며 어머니 탓을 한다.평소에는 부하 직원의 보고서를 보거나 감독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던 상사가 사장에게 꾸중을 듣고 나면 부하 직원을 탓하며 난리를 친다.또 매사를 남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심한 곳이 정치권이다. 정치인은 어떤 불미한 사건에 연루되면 하나같이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말한다.만에 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되어 유감”이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사과하거나 반성은 하지 않고 서로 남 탓하기 바쁘다. 오죽하면, 올해 4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내로남불(Naeronambul)’이 등장했겠는가. 자신한테 관대하고 남한테는 엄격하다. 이중성의 극치이다.이렇듯, 사람은 대개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다. 왜 사람은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려 하는 것일까? 인간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갈등이 있으면 내적으로 긴장하고 불안을 느낀다. 불안과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 뇌는 여러 심리적 대응책을 작동시키게 된다. 이를 ‘방어기제’라고 한다. 남 탓을 하는 것은 정신의학으로는 갈등이나 내외적인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이렇게 남 탓하는 방어기제를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영사기를 통해서 나오는 스크린의 영상을 보고 그것이 영사기가 아닌 스크린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데서 나온 용어이다. 투사는 자신의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 등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 자신의 불안감, 책임감, 죄책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아의 의도이다.그러나 문제는 투사가 부적절하게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신병적 증상 중에는 환자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이라는 증상이 있다. 실제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투사되어, 바로 그 사람이 자신을 미워해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그 사람의 잘못이므로 그 사람이 변해야한다”고 항변한다. 물론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탓해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내 인생에서 잘못된 모든 것을 남 탓으로 규정한다면, 남이 바뀌기 전에는 내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자기 주체적 삶’이 아니다.정치의 경우, 자기반성 없이 남 탓만 하는 정치는 절망이고 자기반성에 투철한 정치는 희망이다. 우리가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든 정치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올바른 정치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 때문에 불편하다.‘내로남불’의 풍토가 고쳐지지 않으면 희망의 정치는 없다. 어떤 정치를 선택할 것인가는 국민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희망의 정치가 없다면 희망의 대한민국은 없다.논어나 맹자에도 “소인은 무엇이 잘못되면 남을 원망하고 심지어 하늘까지 원망하는데, 군자는 우선 자기에게 잘못이 없나 반성해보고 잘못이 없을 때 비로소 외부를 검토한다”고 돼 있다.요즘은 자기반성보다는 남 탓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불가에서 깨달음의 핵심은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 즉 ‘바깥 모양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비춰라’는 데 있다.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있으면 바깥모양(外相), 다시 말해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심반조,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보라는 뜻이다.사실 정신치료도 자기 문제를 남이나 외부로 투사하고 있는 것을 깨우쳐 자심반조 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석가의 깨달음처럼 바로 이 투사를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다.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일이 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 힘겨워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진료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 때문에, 부모 때문에, 자녀 때문에, 상사 때문에, 동료나 친구 때문에, 부하직원 때문에, 자신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어 한다. 비록 타인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오롯이 남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타인 의존적 삶’이다. ‘자기 주체적 삶’은 자심반조하고 투사를 없애는 것이다.나는 우리가 남 탓하지 않는 자기 주체적 삶을 통해, 우리 정치도 남 탓하지 않는 희망의 정치를 통해 오늘보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한다.

2021-12-05

윤석열 선대위 이제부터 ‘受權역량’ 보여주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대위가 오늘(6일)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게 됐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선대위의 사령탑인 총괄위원장직을 수락했고, 그동안 이준석 대표의 잠행으로 증폭됐던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도 울산 만찬회동에서 극적으로 봉합됐기 때문이다.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울산에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 전화해서 선대위 합류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대통령 선거까지 당무 전반을 통할 조정하고, 선거대책기구를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후보와 이 대표의 회동에서는 양측 대변인이 “대선에 관한 중요사항에 대해 후보자, 당대표, 원내대표가 모든 사항을 공유하며 직접 소통을 하기로 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정책 행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국민의 힘은 그동안 윤 후보가 선출된 이후 한 달 가까이 선대위 출범도 못 한 채 내분을 겪는 모습을 보여왔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제 진용을 갖추고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권력다툼으로 비쳐진 국민의힘 내분은 당장 민심의 동요를 가져왔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후보 4자 가상대결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역전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당 내분에 피로감을 느낀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증거다.어떤 선거든 후보 주변에는 헤게모니 쟁탈전이 있긴 하지만, 이번처럼 외부에 가감없이 표출된 것은 드물다.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대표가 ‘윤핵관’으로 지칭되는 윤 후보 측근들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선거가 임박해 후보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인 것은 선을 넘은 행위다. 윤 후보도 그동안 측근 의원들이 ‘문고리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음에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윤석열 선대위 모든 구성원들은 이제 권력욕에서 벗어나 정권교체를 위해 최전선에서 뛰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중도층 지지를 얻으려면 국정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며 수권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1-12-05

‘이준석 가치’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부 기자 시절 각종 선거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여야 후보들의 캠프를 경험했다. 외부에 대해 개방적인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너서클(Inner circle) 중심의 꽉 닫힌 캠프도 있다. 주로 거물급 인사들의 선거캠프가 닫혀 있다. 이너서클 멤버들이 외부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선거캠프의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문고리 권력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쓴 윤핵관은 일종의 이너서클이다. 경선과정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왔던 중견정치인들 다수가 해당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에게 불만을 터트린 것도 근본원인은 윤핵관에 있다. 이 대표는 이들이 의도를 갖고 당내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핵관 일원으로 지목되는 익명의 한 의원은 이 대표를 두고 “당무우선권을 가진 후보가 대표를 징계할 수 있다. 초장에 버릇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막말이다. 전형적인 호가호위(狐假虎威)다.최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도 “선대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 임하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문고리 3인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불만이 나왔다. 윤 후보가 소수의 핵심인물에 의존해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을 ‘문고리 3인방’이라며 부정적으로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 대표는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당시 국민이 이준석을 국민의힘 사령탑으로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권이 급증했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윤 후보가 지난 3일 울산에 머물던 이 대표를 직접 찾아가 그동안의 갈등을 풀고 ‘일체(一體)’가 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윤핵관 울타리를 벗어난’ 윤 후보의 리더십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선대위 합류를 보류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니 이제 ‘윤석열 선대위’는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변화다. 그때의 변화 돌풍이 지금 불면 집권여당이 아무리 자금이나 조직, 여론형성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더라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내년 대선은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준석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며, 그가 활동할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줘야 한다. 윤 후보가 포용력과 수권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민심은 하루아침에 싸늘해진다.

2021-12-05

연말경기 ‘꽁꽁’… 온정의 손길마저 끊길라

이번주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사적 모임 인원을 4명씩 줄이고 방역패스 접종을 늘리자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한달만에 다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식당 등 각 업소들이 기대했던 연말특수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내내 방역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업소들은 이제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없다고 하소연이다. 자영업자만의 걱정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 많다.더욱이 델타변이보다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서 최초 발생한데 이어 추가 감염자가 속속 확인되고 하루 확진자가 또다시 역대 최대치인 5천352명을 기록했다. 지금의 코로나 상황으로 본다면 단계적 일상회복은 엄두도 못 낼 처지다.이런 가운데 소비자 물가 오름세도 심상찮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1월 국내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3.7%가 올랐다.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라 한다.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가장 죽을 맛이다. 전후좌우를 돌아봐도 어느 하나 밝은 전망이 보이는 게 없다.그래도 연말이면 우리가 보듬어야 할 이웃들은 여전히 많다. 사회적 소외계층과 빈곤층,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우리 사회가 관심과 사랑으로 돌봐야 할 대상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이웃사랑의 열정만은 이어가야 한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1일 대구·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최 ‘희망 2022 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가졌다. 대구시는 90억원, 경북은 137억원의 모금 목표액을 정해 놓고 지역사회 구성원의 온정 손길을 기다린다. 코로나19 사태와 연말 불경기 등으로 예년처럼 이웃사랑 성금 모금이 잘 거둬질지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취약계층의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공동모금 활동이 부진해서도 안 될 일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조그마한 정성을 모아 그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 주어야 한다.문제는 사회적 관심이다. 대구와 경북은 예로부터 남의 아픔을 함께 하는 이웃사랑이 유별난 고장이다. 연말연시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사랑의 불길을 잘 지펴가야 할 것이다.

2021-12-05

기대 수명

슈퍼센티네리언(Supercentenarian)이란 110세 넘게 장수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300∼400명의 슈페센티네리안이 존재한다고 하나 정확한 조사는 없다.프랑스의 잔 루이스 칼망은 기네스북에 오른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고 연장자다. 1875년에 태어나 1997년까지 122살을 생존한 유일한 여성이다. 1995년 그녀의 삶은 프랑스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파리 에펠탑이 완공되기 14년 전에 태어났으며 빈센트 고흐(1853∼1890년)를 직접 본 인물로 화제가 됐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말까지 산 근현대사의 증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1800년의 인간 평균수명은 26세였다. 1900년 31세, 1950년 49세였으며 2000년에 들어 66세까지 높아졌다. 국가에 따라 평균수명은 조금 차이가 나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라인 일본은 2000년에 81세를 기록했다.남자보다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5세 정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통계되고 있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는 203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90.82살이라고 밝히면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2020년 한국인의 생명표가 발표됐다. 생명표는 현재와 같은 사망 추세가 유지된다면 특정 나이의 사람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를 짐작게 하는 나이 통계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10년 사이 3년이상 늘었다. 작년 태어난 여자아이는 남자보다 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구는 82.9세, 경북 사람은 82.6세로 전국 평균 83.5살보다 낮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인간의 기대수명 얼마나 더 늘까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2-05

초겨울 단상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12월 초순이다. 아직은 가을의 잔병들이 머뭇거리고 있지만 입동과 소설이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겨울인 셈이다. 만산홍엽 타오르던 단풍은 낙엽이 되고 엽록소를 탈색한 마른 풀잎들이 싸늘해진 북서풍에 수런거리는 계절이다. 개구리와 뱀이 동면에 들어가고 풀벌레들도 월동준비를 마치면 겨울 철새들이 돌아온다. 초겨울의 대략적인 풍경은 이러하지만 자세한 내막으로는 적지 않은 예외와 이변도 없지 않다. 특히나 풀을 배어낸 곳에는 뒤늦게 새싹이 돋아나 철없이 꽃을 피운 것도 있고, 가끔씩은 메뚜기나 나비가 초췌한 모습으로 눈에 띄기도 한다.12월은 세월의 강물 소리를 듣는 달이다. 벽시계의 톱니 소리를 평소엔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듣게 되는 것처럼 한 해의 막바지에선 문득 세월의 흐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세월의 강에 인간사가 휩쓸려가면서 역사가 된다. 얼마 전 그 역사의 흐름에 두 전직 대통령이 잇달아 떠내려갔다. 그들의 재임기간과 박정희 정권 시절을 포함한 삼십년을 군사정권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 삼십 년 동안 대한민국은 가장 눈부신 성장을 했다. 국민소득이 고작 100불에 불과하던 극빈 후진국이 8천불이 넘는 국민소득에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른 중진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 성과와 업적에 대해서는 김일성이 집권한 북한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알 터이다. 군사독재라고 하지만 그것이 북한 김일성의 독재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하는 일이다.박정희의 5·16은 다행히 무혈의 쿠데타였지만 전두환의 군사정변은 5·18이라는 유혈사태를 초래했다. 항쟁하던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해서 무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희생이 훨씬 적었을 테지만, 12·12사태와 과잉진압 등이 원안제공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두 사람 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는 했지만 후임 김영삼 정권 때 군사반란 및 내란혐의, 불법비자금조성 등의 혐의로 처벌받고 자격을 박탈당했다. 나중에 특별사면을 받았으나 전임 대통령의 예우는 물론 유골을 묻을 장지조차 정하지 못한 처지라고 한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과정에 발생했던 일들도 600년이 지난 오늘에는 은원친소의 감정을 떠난 역사적 사실로만 평가를 하듯, 군사정권 30년도 먼 훗날에는 원한과 감정의 앙금이 가신 역사적 사실로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5·16도 5·18도 진행 중인 역사다.인류역사라는 대하(大河)의 한 지류인 대한민국 역사는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통치자 한 사람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 예가 드물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현 정권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뭔가 크게 잘못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불안을 금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온 국민이 신뢰하고 기대할 만한 후보가 없다고 한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국민 개개인의 의지와 판단이 역사의 흐름을 만든다. 한 해가 기우는 초겨울, 나를 돌아보는 일과 함께 역사의 향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2021-12-02

통계의 함정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국민 98%는 종부세 청구서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크게 뛰어오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고지서를 받아들고 낙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외친 말이다.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이 약 100만이니까 5천만 인구의 2%라는 뜻이다. 일견 듣기에 “종부세 내는 사람은 2%밖에 안 되는구나. 많지 않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통계의 함정이다.거꾸로 이런 질문을 해보자. “종부세를 낼 사람의 모집단의 크기는 얼마인가?” 어린아이나 청소년 등 또한 자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인구를 제외한다면 이 모집단의 크기는 1천만 이하일 수 있다. 1천만 이하라고 가정하면 종부세 내는 사람은 10%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올 수 있다. 언론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언론도 이런 종류의 통계의 오류에 빠져서 여론을 잘못 호도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코로나 중증환자 숫자가 매일 발표된다. 그런데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가보다는 현재의 중증환자 숫자만 발표하여 현 상황이 악화되어 있다고만 보도한다. 현재의 숫자보다 얼마나 중증환자가 늘어가는지를 보도하는게 중요하다. 중증환자의 증가 추세가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최근 65세 시니어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보도와 함께 시니어 운전자의 면허증 유효기간을 짧게 하고 검사를 엄격히 강화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체 교통사고에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매년 높아진다고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있다. 의학상으로 시니어들의 노화 현상으로 운동감각이 저하되고 운전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니어의 절대 숫자가 늘고 있다면 당연히 시니어의 교통사고가 느는 건 인구 고령화 시대에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구 중 65세 시니어 비율이 늘어가는 통계와 시니어 운전자의 비율이 함께 고려되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도 들쭉날쭉하다. 조사방식과 조사대상의 표본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게 대통령 후보의 선호도에 따른 여론조사의 본질이다. 조사방식이 어떤 계층에 유리한가 조사대상이 누구인가가 엄청 중요하지만, 조사기관들은 그런걸 발표하지 않고 여론조사라는 명목으로 결과를 발표한다.이러한 오도된 결론을 “컨벤션 효과가 있다 없다”로 언론매체들은 그에 따른 해석을 내놓는다. 결국 2중의 오류가 빚어진다. 통계도 문제지만 거기에 해석을 맞추는 언론의 견강부회식 해석도 분석의 오류일 뿐이다.최근 끝난 야당후보 경쟁에서 ‘역선택’ 논란도 있었다. 한 후보는 민심이 자기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그런데 그 통계를 들여다보면 여당 지지자들의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그렇다면 그가 선출되면 그 지지자들이 그를 찍어 줄 것인가? 야당 후보 중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후보를 약화시키기 위해 약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역선택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통계의 오류, 해석의 오류를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나 관계기관은 통계의 오류를 이용하여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해서도 안 되고 언론들은 해석의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2021-12-02

국내도 오미크론 변이 확인…방역강화 급하다

국내서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또다시 코로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50대 여성 2명을 포함 5명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로 최종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가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보고한지 일주일만이다. 당국은 이들과 관련한 접촉자를 대상으로 감염 조사하고 있어 오미크론 감염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같은 날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확진자는 사상 처음으로 5천 명대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도 700명을 돌파했고 수도권의 병상가동률은 89.2%에 달했다. 코로나19와 관련 각종 지표들이 연일 악화일로에 있다. 2일도 5천26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연속 이틀 기록경신을 이어갔다. 이제 7천∼8천 명대는 물론 1만 명대 확진자 발생도 시간문제로 다가왔다. 대구와 경북서도 최근 일주일(11월 25∼12월 1일) 사이 하루 평균 확진자가 179.6명으로 집계돼 전주보다 75%가 폭증했다. 경북과 병상을 공유하는 병상가동률도 51.9%까지 올라섰다.단계적 일상회복을 노리던 위드 코로나가 실시 한 달 만에 일촉즉발 위기에 봉착했다. 각종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있어 지금 이 상태라면 2∼3주후면 매우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수도권은 병상 확보를 못해 대기중인 환자가 느는 상황이다. 그 여파가 지방에도 곧 닥칠지 알 수 없다. 특단의 방역강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방역은 선제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 다수는 오미크론의 국내 침투를 기정 사실화하고 확산세를 막아야 한다고 한다. 사적모임 제한 등 방역강화보다 더 다급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정부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확진자 하루 5천 명이 나와도 병상 확보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부 말 믿을 사람도 없지만 정부의 안일한 생각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은 전파도 빠르지만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주목한다.지금 상황에서는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확산세를 막는데 주효하다. 방역강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도 걱정이겠지만 둑 터진후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1-12-02